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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6

더 킬러 (2023) - 데이빗 핀처 : 별점 3.5점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전용 장편 영화.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연출만큼은 매우 정교합니다. 특히 파리 호텔에서의 실패 이후 킬러가 탈출하는 장면은 색감, 구도, 리듬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킬러가 스스로의 신분을 감추고 위장하며 타겟을 하나씩 처리하는 과정의 디테일도 빼어납니다. 중개인 호지스를 습격하려고 쓰레기 수거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차량은 물론 옷에 부착하는 패치의 로고를 수작업으로 그려서 신분을 속이며,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시간을 측정해서 침입하는 타이밍을 잡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현실감'을 가져다 주는게 굉장히 좋았어요. 정말 저렇게 하면 침입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답게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납니다. 킬러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밴더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내면을 표현해내는데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허술합니다. 암살 실패로 연인이 폭행당하자 복수에 나선다는게 이야기의 전부로 크게 새로울게 없는 킬러 복수극에 불과한 탓입니다. '킬러의 생활'을 따라가는 일종의 킬러 일상계물이라서 행동의 디테일을 좇는 재미는 있지만, 정교한 퍼즐처럼 맞물리는 서사를 기대한 관객으로서는 아쉬웠습니다.
또 암살 중개인이 킬러를 제거하지 않고, 여자친구만 폭행하고 사라진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왜 기다렸다가 킬러를 죽이지 않았을까요? 협박이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한데 말이지요. 결국 이는 킬러의 복수극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인데, 수천km를 여행하며 4명이나 살해하는 복수를 하기에도 단순 폭행은 좀 부족해 보여서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중반부, 킬러가 플로리다로 가서 흑인 청부업자와 벌이는 격투 장면도 아쉽습니다. 상대는 거대한 체격과 잔혹함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격투는 힘의 압도감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길게 늘어지는 인상입니다. 어두운 탓에 액션을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고요. 이럴바에야 킬러의 압도적 강함을 짧게 선보이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초반부터 반복되는 킬러의 나레이션은 철학적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후반부엔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핀처 특유의 절제된 미장센과 현실감 있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화면 자체로 모든 걸 말하는 영화이지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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