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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4) - 매튜 본 : 별점 3점

올 초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작. 영화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뒤늦게 감상하게 되었네요. 줄거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만화 원작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실히 B급 향취가 가득합니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익숙한 무협지의 전형적인 얼개를 충실히 따른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했습니다. 생명의 은인의 아들을 제자로 삼은 무림 고수가 죽은 뒤, 제자가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정말 전형적인 구성이지요.
나름 심각한 내용임에도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B급 정서를 유지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장면, 핀란드 공주의 "뒤로 해줄게" 발언 같은게 대표적입니다.

동네 찌질이였던 에그시가 첩보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고 철저히 액션에 집중한 감독의 선택도 나쁘지 않습니다. 훈련을 받았다면 뛰어난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야기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오히려 히어로의 성장 서사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신선한 발상이라 볼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이 영화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콜린 퍼스가 연기한 갤러해드 해리 하트 캐릭터입니다. 젠틀맨이 무엇인지 눈빛만으로도 보여주는 인물이었고,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액션도 놀라운 수준으로 선보였습니다. 딘 일당을 쓰러뜨리는 펍 액션도 훌륭했지만, 광기에 가득 찬 교회에서의 살육 시퀀스는 그야말로 황홀한 시각적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최후는 다소 허무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인상이었어요. 구태여 비교하자면 "스타워즈"의 오비완급 캐릭터였달까요. "스타워즈" 프리퀄처럼 젊은 시절의 해리가 주인공인 프리퀄이 나온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배우가 워낙 마음에 들기에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작전 중 하나만 다뤄도 괜찮을 것 같고요(* 방법은 알 수 없지만 후속편에 콜린 퍼스의 해리를 계속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이클 케인이 킹스맨의 수장 아서로 등장한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뼛속까지 영국인 같은 배우들이 젠틀맨을 연기하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죽기 직전 쌍욕을 내뱉는 장면도 반전 매력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친숙한 영국 배우들이 등장하니 휴 그랜트도 카메오, 아니면 란슬롯 역으로 출연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한 첩보영화의 왕도와도 같은 다양한 특수 무기들이 등장한 것도 좋았고, 중간중간 "007" 같은 고전 첩보영화를 언급하는 유머도 고전 팬으로서 반가운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멀린의 해킹으로 대부분의 위기가 너무 쉽게 해결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해킹에도 대비하지 못한 발렌타인이 무너지는 전개는 너무 허술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해리가 왜 죽어야 했는지도 의문스러웠습니다.

록시의 비중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꽤 크다 싶었는데, 결말부에 거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핀란드 공주보다도 비중이 낮아 보였으니, 이 정도면 분량과 캐릭터 모두 낭비된 셈이죠.

허나 장점이 워낙 확실한, 즐거움이 가득한 영화이기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이야기는 헛점 투성이에 유머나 잔혹한 표현도 다소 과하지만, 이상하게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제 취향에는 딱 맞았지요. 인생 뭐 있습니까. 보면서 즐기면 그게 최고입니다. 후속작이 나온다니 아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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