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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우리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 - 변광석 : 별점2점

우리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 - 4점
변광석 지음/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이라고 해서 정말 이슈가 될만한 스캔들을 모아 놓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호기심에 구입한 책.

그러나 그런 저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더군요. 제목 그대로,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인 인물 아홉명이 소개되기는 합니다만 부정부패가 당연시되는 인물들을 가지고 "스캔들"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책에도 나오듯, 기준은 애매하나 청백리가 조선왕조 역사상 200명이 되지 않다고 하죠. 이래서야 거의 모든 관리가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이야기인데 하물며 무신정변기 정중부의 사위 송유인, 중종반정의 핵심 공신이었던 박원종, 역관으로 거액을 모은 부자였을 뿐더러 원자를 낳은 희빈 장씨의 아버지 장현과 오빠 장희재, 매국노 민영휘와 이지용 등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리라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이래서야 스캔들이고 뭐고 할 것도 없고요.
또 충혜"왕"은 엄연히 왕이기에 폭군, 악군이라고 묘사할 수는 있지만 부정부패한 인물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어려워보였습니다. 왕이면 어차피 나라가 자기 것이니....

그래도 사료를 충실히 반영한 여러가지 디테일들은 제법 볼 만 합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역사이나 잘 몰랐던 인물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특히나 재미나더군요. 고려말 대표적 간신 염흥방이 조반을 무고하였다가 된서리를 맞고, 조반은 이성계의 개국공신이 된다는 이야기같은 것이 그러합니다.
또 확실히 새로왔던 이야기도 있어요. 조선 태종의 공신으로 세종때까지 세력을 유지한 조말생이 대표적으로 엄연한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되고도 - 불법으로 받은 뇌물이 80관 이상이면 교형에 처하나 무려 그 10배를 편취! - 왕들이 적극적으로 사면을 도와준 인물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책에서는 그만큼 대단한 업무능력이 있었다.. 라고 되어있는데 과연?
그 외에도 중종반정의 킹메이커 세명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이 모두 요절(?) 혹은 비명횡사 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농민 봉기를 촉발한 순조때 곡산부사 박종신의 부정부패 행각을 자세하게 그린 것도 눈에 뜨이는 부분입니다. 부자, 상인층 뿐 아니라 빈민과 영세민에게 예외없이 수탈을 자행하고 엄하게 다스려 100여명의 주민이 죽었다니 정말로 대단하죠. 심지어 농민 봉기 후에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니 이래서야 돈을 안 뜯어내면 바보인 시기가 맞긴 맞았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근대 매국노 민영휘에 대해서는 실제 자료적으로 꽤나 유용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근대를 무대로 한 창작물을 몇가지 준비하고 있기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는데 고마왔던 부분이죠. 1917년 민영휘의 총 재산이 5~600만원 정도로 이는 지금의 6~7,000억 정도 되는 돈이라는 것, 그런데 이나마도 추정 불가능한 다른 재산은 제외한 것이라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이후 한일은행을 경영하며 기업인으로 변신하여 더 큰 부를 축적하여, 그의 사후 1936년 삼천리 기사를 보면 총 1,200~1,300여만원의 재산으로 추정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돈으로 1조 5천억 정도 되는 돈이라네요.
이와 함께 민씨 가문이 얼마나 매국행위를 저질렀는지를 상당히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조선의 국모 어쩌구로 알려진 명성황후도 결국 자신의 가문을 위해서만 행동한 매국노 일파의 한명일 뿐이라는거죠. 기황후와 다를게 하나도 없어요. 하긴 고종부터가 매관매직에 앞장섰다고 하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갔을리가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으나 제목에서 기대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에 감점합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 치고는 쉽게 읽을 수 있게 구성한 책의 기획 의도는 마음에 듭니다. 다른 주제로 출간된 시리즈를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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