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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John Doe

어느날 알몸의 한 사나이가 어딘가를 탈출하여 바다위에 표류하고 있는 채로 발견된다. 그는 그가 누구인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가족과 친구는 누구인지에 대한 모든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 하지만 그는 그 자신이 천재이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신에 대한 것만 제외하고...

그는 자신을 "John Doe"라 칭하고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되며, 그 와중에 경찰 헤이즈와의 우정을 맺고 여러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2002년부터 Fox TV에서 방영했다는 시리즈물입니다. "미스테리 맨"인가 하는 제목으로 e-Channel에서 방영한 모양인데 그때 보지는 못했고 이후에 추리쪽 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어렵사리 구해 보았는데 예상외로 재미있더군요.

이 작품의 핵심은 주인공 John Doe의 경이에 가까운 지적 능력,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머리에 담고 있는" 사람 이라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MS DOS의 모든 이진법 코드를 외우는 것에서 시작해서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아 재즈곡을 연주하며 현장에서 루미놀 시약을 만들고 헬기를 타자마자 조종하며 검시와 컴퓨터, 외국어, 모든 기계에 통달해 있는 등 어떻게 보면 "사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극중에서는 상당히 현실감 있게 지적 능력을 펼치고 있게 포장해서 그다지 위화감은 없었습니다. 다이잉 메시지나 주소, 단서를 현장에서 한번 쓱 보고 결과를 추론하는 과정은 굉장히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해킹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 하는 쪽은 확실히 오버의 티가 팍팍 나긴 하더군요. 뭐 이런 오버를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적 능력에 별도로 수수께끼에 감춰진 존재라는 옵션, 이름 부터 "아무개"라고 설정되어 있으니 독특한 시리즈 탐정역으로서의 캐릭터로는 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CSI" 요원들을 하나로 뭉쳐놓은 듯한 캐릭터인데 달리 생각해 보면 만화 "QED"의 토마와 흡사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QED"에도 "John Doe"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괜찮은 에피소드가 있었던 기억도 나네요.

이렇듯 천재의 두뇌에서 발휘되는 지적 추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추리쪽으로는 비교적 정통물에 가깝습니다. 현장에 남긴 범인의 단서를 가지고 전체를 추리하는 방식이 대부분으로 상상력에는 거의 의지하지 않는 편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거기에 가끔 맥가이버 같은 장면도 등장하니 금상첨화입니다.

약간 느끼하게 생긴 주인공은 그냥저냥이었지만 유머러스하고 행동적인 친구 헤이즈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시시콜콜 따지기 좋아하는 여검사 제이미는 스테레오 타입이기는 하나 그다지 거슬리지 않게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뭐 이 정도면 일단 등장인물들은 모두 합격점을 줄 만 하죠. 개인적으로는 "조수"역의 카렌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별로라 생각되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다행히도 비중이 팍! 줄더군요.

에피소드는 크게 주인공이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과 그에 관련된, 또는 관련된 것 같은, 또는 전혀 다른 사건들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사건도 유괴, 복수극, 연쇄살인, 보석 도난 등 다양하게 펼쳐져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베일에 싸인 정체와 몸에 새겨진 문신의 의미, 그를 추적하는 수수께끼의 조직 같은 이야기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프로듀서가 조금 실수한것 같아요. 그냥 천재라고 설정했으면 보다 이야기가 쉬웠을 것을 뭔가 감춰진 것 같은 스토리 전개로 진행되다 보니 John Doe의 과거에 대한 미스테리는 X-File 짝퉁같은 느낌까지 주는 식의 연출로 흘러가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재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뭐 이 가공할 만한 지적 능력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된 것이긴 하지만 오히려 비현실성과 만화같은 분위기만 느껴져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래도 정통 추리물로 볼 수 있는 다른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 유머러스하고 확고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긴 하지만 한번 정도 보면서 즐길만 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12화까지 밖에 아직 보진 못했지만 차분히 끝까지 즐겨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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