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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 설명환 : 별점 2점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엘러리 퀸 지음, 설영환 옮김/해문출판사

웨스트 버지니아의 시골마을 애로요에서 마을 학교 교장 앤드류 밴이 교차로의 "T"자 형 표지판에 목이 잘린채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엘러리는 사건 조사차 애로요 마을에 방문했지만, 마을에 수상한 "절름발이"가 나타났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다.
6개월 뒤, 롱아일랜드의 부유한 카펫 수입상 토머스 브래드가 저택의 토템 기둥에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 매달린 채 발견되었다. 엘러리는 은사였던 야들리 교수의 소개로 사건에 뛰어들었다. 목이 잘린 시체와 "T" 라고 남겨진 이니셜에 주목하여 두 사건의 연관성을 캐 나가던 엘러리는, 브래드의 동업자 메가라의 협조로 앤드류 밴과 토머스 브래드, 메가라가 형제이며 앤드류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알아냈다. 범행 동기는 오래된 가문간의 전쟁으로 인한 복수심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절름발이 "크로삭"이 떠오르지만, 메가라마저 요트 마스트에 목이 잘려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는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가장 지명도 높고 잘 알려진 작품이지요. 오래전에 해문의 어린이 문고로 읽있었습니다. 
마침 해문의 세계 추리 걸작선집을 싸게 구입할 기회가 생겨 다시 정독해 보고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4건의 연쇄살인, 그것도 목을 잘라 "T"자 형으로 매다는 엽기적인 살해 방식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는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얽힌 간단한 트릭, 브래드의 살해 장소를 잠깐 위장해서 중대한 단서를 깨닫게 해주는 트릭 등이 논리적으로, 그리고 작품 중간중간에 계속 등장하여 읽는 재미도 어느정도 보장됩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범인의 동기부터 설득력이 없는 탓입니다. 4명이나 살해하고 목을 잘라 매달았는데 얻는게 단지 5천달러 뿐이라니...  
또 고작 이 정도의 돈이 목적이었다면, 범인인 앤드류는 브래드를 죽인 직후 메가라로부터 돈을 받으므로 이후에는 살인을 그만 두는 것이 당연합니다. 계속 연쇄살인을 범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엘러리 퀸의 "독자에게의 도전장"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며 상당히 설득력 있지만, 결과적으로 범인을 잡는건 추리 덕분이 아닙니다! 범인의 행적을 우연하게 발견한 야들리 교수의 도움을 얻은 "추적"덕분이지요. 트릭도 이제는 "김전일"에서도 인용하는 "목없는 시체 바꿔치기"라서 지금 읽기에는 식상했고요.
그 밖에도 "대단한 힘"이 필요했을 살해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점, "이집트"라는 상징을 무리하게 끼워넣으려는 시도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국명에 집착했을까요? 이집트 십자가라는 소재를 설명하기 위한 부분은 솔직히 불필요했어요.

이렇듯 헛점도 많고 문제도 많은 부분들 때문에 그렇잖아도 아쉬움이 남는 판에, 너무나 잘난척하는 엘러리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저에게 심히 짜증까지 유발시켰습니다.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면서 입만 살아가지고.... 이 작품에서 엘러리 퀸의 역할은 잘난척과 부가 설명을 위한 "해설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정으로서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지만 읽고 난 감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군요. 그 당시의 무섭고 두근두근했던 감정은 거의 없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눈에 띄니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역시 국명 시리즈는 라이츠빌 시리즈 보다는 한단계 아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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