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우의정 한씨가문에서 액땜을 위해 치성을 드리던 중 한 스님의 말을 듣고 이무기를 잡아 우환을 방지하려 하나 이무기는 승천을 하루 남기고 죽은 한으로인해 한씨가문에 저주를 건다. 그 저주는 한씨가문 자자손손 그 대(代)의 한명의 자손은 주위의 친지 중 2명에게 목숨을 잃게 된다는 저주.
세월은 흘러 1999년, 한씨가문의 자손 지나가 그 세대에서 희생자로 지목된다. 지나는 같은 세대 사촌인 명현과 명현의 친구인 영능력자 유진, 친구 세희 등의 도움으로 저주와 맞서 싸우려 하나 어머니와 명현, 2명이 목숨을 노린 직후 세희까지 자신의 목숨을 노리자 좌절하게 되고, 그 와중에 자신이 새로 사귄 남자친구인 재석이 아버지와 원수인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는데...
강경옥이라는 작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단편 옴니버스에 가까운 "라비헴 폴리스" 정도만 괜찮다 생각하고 있었고 이외의 작품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인데, 이 작품은 영화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헌책방 골목에서 구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스터리 심리극"이라는 저 제목의 카피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었죠.
이야기의 설정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저주로 인해 주위 사람중 누군가 2명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며 그것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니까요. 더군다나 생명을 노리는 사람이 2명이 아니라 하나 둘 더 늘어나며 실질적인 저주의 근원과 그 배경을 파헤쳐 나간다는 전개는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나름의 반전과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괜찮은 편인거죠.
하지만 충분히 괜찮을 수 있었던 이야기 구조임에도 그것을 표현하고 전개해 나가는 부분, 즉 만화 자체는 지극히 실망스럽습니다. 강경옥씨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에요.
일단, 데뷰때부터 거의 늘지 않은 그림체, 이 정도 중견 작가가 컷마다, 각도마다 캐릭터 얼굴 선이 틀려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캐릭터 자체도 구분이 어려운 판에.... 심지어 표지와 속표지와 작품 내용의 주인공 캐릭터 얼굴도 달라보입니다! 거기에다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오히려 이야기 전개에 혼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기본 등장인물들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전개가 가능했으리라 생각되는데 말이죠... 목숨을 노릴 만한 원한을 억지로라도 집어넣어서 범인(?)의 다양화를 꾀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나 본편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개념없는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져서 보는데 짜증이 나더군요. 게다가 작품에 어울리지도 않는 해피엔딩이라니.....
무엇보다다 큰 문제는 희생자로 밝혀지려면 누군가가 생명을 노린 다음에야 그것을 알 수 있다는 설정상의 대 전제죠.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으면 절대로 그것을 알아낼 수 없거든요. 작품에서는 순간적인 어머니의 착란으로 지나가 습격당하는 묘사로 이 부분을 설명하는데 이후 이야기는 급격하게 힘을 잃습니다. "나일지도 모른다"라는 불특정 다수를 지배하는 공포심이 계속 깔려 있어야하는데 그러한 공포심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죠. 이럴거라면 차라리 가문을 지배하는 공포심으로 인해 집단 광기로 발전하는 전개... 예를 들자면 옆의 친척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피해 망상으로 피가 피를 부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더욱 괜찮았으리라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가 후반부에 급속하게 힘을 잃고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으로 전개될 필요도 없었을거에요. 이무기의 저주가 그렇게 쉽게 풀리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기도 하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탁월한 설정, 아이디어를 전혀 살리지못해서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보다 "공포" 스럽게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습니다. 후일 영상화 작업이 만약 진행된다면 시나리오의 보강을 통해 보다 가슴 서늘한 공포를 안겨줄 수 있는 소재거리로는 충분하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각색은 많이 되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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