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의 숙모 저택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뤼뺑은 아버지가 사실은 도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숙모 가문의 보물인 "여왕의 목걸이"를 훔쳐서 아버지에게 전해주는 첫 도둑질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얼굴이 짓이겨진 시체로 발견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뤼뺑은 어린 시절에 작별을 고한다.
세월이 흐른 뒤, 뤼뺑은 장성하여 스스로 라울 당드리지라고 자칭하며 도둑질을 일삼다가 먼 친척이자 소꼽친구인 클라리스와 다시 만나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던 중 숙부의 은밀한 밤의 집회를 훔쳐보다가 왕당파인 숙부와 그 일당이 처형하려 하는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조세핀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그녀의 마력에 빠지게 되고 그녀를 위해 막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십자가를 훔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과 더불어 자신을 지배하고 조정해서 야심을 채우려는 조세핀의 마력을 깨닫고 십자가를 빼돌린 후, 십자가를 노리는 왕당파와 조세핀에 맞서 보물을 되찾고 진정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되는데....
프랑스에서 2004년에 새롭게 제작한 뤼뺑 영화.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 보게 되었네요.
스토리를 간략하게 훝어보면 뤼뺑의 여러 작품을 짬뽕해서 각본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고 앞뒤가 잘 맞으면서도 핵심 줄거리를 놓치지 않아 상당히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모험 영화로 완성되었네요. 아르센 뤼뺑의 "모험" 도 아르센 뤼뺑과 "기암성"도 아르센 뤼뺑과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도 아닌 그야말로 당당하게 "아르센 뤼뺑"이라고만 타이틀을 달고나온 값은 하는 영화랄까요?
"기암성"에서 기본 설정과 무대를 빌려오고 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둥 줄거리에 오리지널에 가까운 뤼뺑의 가족사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상 이야기, 마녀 백작부인 이야기라는 크게 3개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기둥 줄거리에 발맞춰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정리를 잘 해서 풀어나가는 각본이 상당히 뛰어나요. 모든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으면서도 나름의 반전까지 준다는 점에서 정말로 칭찬할 만 하더군요. 원작에 비해 각색은 많은 편이나 뤼뺑의 아버지에 대해 전해주는 부분도 꽤 그럴듯해서 팬으로서도 그다지 불만 없었고요. 뤼뺑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설정은 약간 의외였긴 했지만 아내와 아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 역시 팬으로서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물론 추리물이 원작인 추리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겠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추리적인 요소는 덜 했지만 상당히 기발하게 처리했다고 보여지며, 무엇보다도 십자가 3개를 이용한 지도 해독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영화인 탓에 어렵고 복잡한 암호는 등장하지 않지만 순간적 우연+논리에 의한 해독 장면은 정말 그럴듯 했거든요. 우연에 의지하며 관객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거의 없는 만큼 치밀하거나 정교한 맛은 별로 없지만 이러한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모험물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잘 끌어내고 있다고 보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매력은 젊은 시절의 패기 넘치고 변장의 귀재이면서도 순간적인 기지와 도둑질에 능한 바람둥이 뤼뺑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냈다는 점이겠죠. 이러한 뤼뺑의 모습은 팬으로서 영화내내 즐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우가 좀 느끼하게 생겼고 뤼뺑 특유의 유머러스한 부분이 모자란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그간 보아온 뤼뺑 관련 영상물 중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풍스러운 20세기 초엽의 파리의 모습과 의상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고요.
하지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조세핀을 정말로 마녀로 설정한 점은 이유가 좀 궁금합니다. 그 때문에 영화가 약간 삼천포로 빠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원작의 라이벌격인 가니마르나 소년탐정 이지돌 군, 헬록 숄메보다야 드라마 구성상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조세핀이 너무 전능한(?) 악당이라는 점에서는 거부감이 오기도 했고 말이죠. 그냥 현실적인 캐릭터로 묘사해도 충분히 괜찮은 팜므파탈로 창조해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요. 조세핀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도 좋았지만 뤼뺑이나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 듯 "마성의 미모" 의 배우로는 절대 보이지 않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라 생각되고요. 아울러 호흡이 굉장히 빠르고 생략도 많아 내용적으로 약간 부실한 부분도 적잖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각종 뤼뺑관련 영상물 중에서, 그것도 각색을 한 작품 중에서 이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그동안 없었다고 생각되며, 무엇보다도 "괴도신사"로서 살아 숨쉬는 뤼뺑과 실제 "기암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는 정말로 만만치 않습니다! 결말부에서 은근슬쩍 예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속편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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