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유혹 헨리 슬레서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
하가트 앤드 테이트 광고사의 사장 대리 데이브는 부사장 겸 공동 경영자인 고든 테이트가 심장발작을 일으킨 뒤 가장 큰 광고주인 버크 식품의 광고를 전담하여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데이브에게 몇번의 위험이 닥치고, 전속 카메라맨이 사고사를 당한 뒤 그는 의문의 비용 지출 등의 문제를 포착하여 버크 식품 광고의 후면에 얽힌 진실을 알게되고 사건의 범인을 쫓기 시작하는데....
"회색 플란넬 수의"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된 작품입니다. 단편의 명수, TV시리즈 극본의 대가 헨리 슬레서의 장편소설이기도 하죠. 이런저런 앤솔로지에서 몇편 읽어보았던 작가이긴 한데 그닥 땡기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주 찾는 블로거 석원님이 포스트에서 꽤 좋게 평가하셨길래 구입해 읽게 되었네요.
특징이라면 우선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답게 광고회사를 주요 무대로 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을 들고 싶습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한 "너기바"라는 단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여튼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실제로 소설에서 진행되고있는 광고회사의 업무 묘사에 대한 디테일이 장난이 아닌 수준이에요. 실제 광고 카피를 차용한 소제목들같은 아이디어도 참신했고요.
무엇보다도 사건의 배후와 동기에 대한 설정이 기발하면서도 완벽합니다. 특히 사건의 주원인인 광고에 대한 설정이 정말 좋아요. 광고 자체의 아이디어도 뛰어나지만 자연스럽게 사건을 유발시키게 되는 설정이라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굉장히 뛰어나거든요.
그러나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헐리우드 스릴러" 에 가까운 작품이기는 합니다. 평범한 인물이 자기도 모르게 사건에 휘말린 뒤 엄청난 모험을 한다는 이쪽 바닥의 전형적인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약간 차이가 있다면 실제로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린다기보다는 "탐정"역할을 수행하며 주도적으로 전개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 정도인데, 그 이외에는 좀 많이 뻔한 설정이죠. 실질적으로 "트릭"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 범인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 범인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점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어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사건이 복합적이고 점차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전부 관련되게끔 발전하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서 정말로 읽기 시작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완독하게 된, 그야말로 재미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제인 "회색 플란넬 수의"는 내용 결말 부분에서 언급되는 꽤 괜찮은 울림을 주는 멋진 제목인데 제가 구입한 번역본 (해문판)은 제목이 왜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인지 모르겠습니다. 구입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가 이 이상하게 싼티나는 제목이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훗날에라도 제목만 원상복구해서 다시 출간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PS : 그나저나 "백작부인"과 그 딸은 도대체 왜 등장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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