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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7

하얀 장미 - 알리스테어 맥클린 / 이제중 : 별점 3점

하얀장미 - 6점
알리스테어 맥클린/동쪽나라(=한민사)

탈보트는 산간마을 마블 스프링스에서 경찰관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다. 그 뒤 법정에서 국제적인 범죄자라는 정체가 드러나자 경찰을 사살하고 억대 부호 블레이어 루스벤 장군의 외동딸 메리를 인질로 삼아 도주극을 펼친다. 하지만 곧바로 전직 형사였던 현상금 사냥꾼 자브론스키에게 포획되며, 자브론스키는 장군의 저택으로 그를 데려간다.
장군은 경찰을 부르는 대신 탈보트의 해저 인양전문 전문 기술을 이용한 모종의 계획을 명령하며, 명령에 따라 유전 굴착 시설인 X-13으로 이동한 탈보트는 장군의 배후에 있는 바이랜드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의 협박과 강압으로 목숨을 내건 도박에 뛰어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연극이고 주인공에게 닥쳤던 몇년전의 사고와 깊은 연관이 있는 계획의 일부임이 밝혀지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모험 소설의 거장인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장편 스릴러입니다. 원제는 "Fear Is The Key"인데 왜 "하얀 장미"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이 작가의 작품 및 원작 영화는 그동안 접했던 것은 전부 재미있게 보았었기 때문에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외로운 주인공의 고군분투, 주인공의 전문지식 - 해저 굴착 및 인양전문가 - 이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식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더군요. 그러나 다른 작품들 보다 유머스럽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고 굉장히 심각한 복수극으로 전개되어 약간 의외였습니다. "다이하드"시리즈를 보다가 "올드보이"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특기할 만한 것이 없는 스릴러지만, 주인공의 모든 행위와 생각에 다 이유가 있고 주인공이 생각한 바를 설명하는 부분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치밀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이 초반 납치극에서 타당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행동이라던가, 중반 이후 유전 굴착 시설 X-13에서 고군분투하며 모험을 펼치면서도 단순히 액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방심했고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해 되새기며 긴장하는 장면들 등은 스토리 전개에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서 독자에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거든요. 치밀하게 배치한 여러 복선들과 설정, 단서들이 맨 나중에 명쾌하게 밝혀지고 해결되는 부분의 지적인 쾌감 역시 단순한 모험소설에 가까왔던 전작들과는 다른, 확실히 차별화되는 재미를 안겨다 주고요.

하지만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이 악당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들의 범죄 행위를 고백하게 하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럽습니다. 그러한 장소를 고집해야만 했던 당위성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놓친게 아닌가 싶어요.
아울러 작중의 배경이 1950년 후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시대적 배경 때문에 굉장한 거금으로 평가되는 1000만달러 상당의 보물은 지금 보기에는 수많은 악당들이 목숨을 걸만한 금액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또 주인공이 자기 파멸형 시니컬 하드보일드 캐릭터인 탓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힘든 점도 약점입니다. 여주인공도 비중이 약할 뿐더러 달리 애인이 있다는 설정이라서 현실적이기는 하나 역시나 감정이입은 힘들었고요.

그래도 단순히 모험 소설의 거장으로만 알았는데 나름대로 씨줄과 날줄처럼 치밀하게 엮은 스릴러 풍의 작품도 일정 수준 써 낼 수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만으로도 유익한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뭔가 2% 부족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항상 평균작 이상의 재미는 선사해 주는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 알 수 있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그나저나 번역이 좀 이상합니다. 열심히 읽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딱딱한데 독자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아쉽네요. 이것 역시 2% 부족한 부분에 포함되는 이야기지만요.

PS2 : 이 작가, 정말 꽤 괜찮은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써 내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지명도는 이렇게 낮은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혹 알리스테어 맥클린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덧글이나 좀 남겨주세요. 팬클럽이나 한번 조직해 보던가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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