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 추리소설의 문제는 다름 아닌 "작품의 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추리소설계가 이렇게 암담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김성종 선생님 작품은 고정팬이 있어서 출간만 하면 몇만부씩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진건 이러한 한국 추리소설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적인 묘사만 난무하는 저질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후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은 초창기인 김래성 선생님때부터 이미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느껴지는 등 그동안 계속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을 받다가, 80년대 한국 추리소설이 반짝 인기를 끌 때 일본 추리소설의 나쁜 점만 받아들여 문제가 커진 것 같습니다.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나쁜 점만 극대화한, 예를 들자면 몇작품 안 읽어봤지만 펄프픽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가츠메 아츠사, 또는 범위를 넓히자면 시드니 셀던 류의 작품군이랄까요. 더군다나 이러한 성적인 묘사 때문인지 정통물은 아예 발붙이기 힘든 풍토마저 조성되어 고정 독자들도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암담한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었던 몇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국 추리 소설" 이라는 타이틀을 대표할만한 작품들이기에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김래성 - 비밀의 문 : 정확하게는 이 단편집의 "타원형 거울" 외 몇편 뿐이지만...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재미도 갖춘 보기드문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추리소설 대표작인 "마인"은 추리소설로는 너무 함량미달이라 도저히 추천하기 어렵네요.
- 김성종 - 최후의 증인 : 누가 뭐래도 한국 추리문학계의 거목이신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이죠. 추리적인 요소는 좀 부족하지만 재미와 더불어 역사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 백휴 - 낙원의 저쪽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심리 스릴러물로 쓱쓱 읽히는 재미는 충분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단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 김남 - 돛배를 찾아서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미술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 권경희 - 저린 손끝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작가의 데뷰작이죠. 좀 처지는 감은 없잖아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정건섭 - 덫 / 5시간 30분 : 김성종 선생님과 반대되는 위치랄까요?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냉정하고 치밀한 추리물을 선보이신 정건섭 선생님의 이 두 작품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 이종호 - 분신사바 :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인 호러소설입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지만....
** 이외에 "경성탐정록" 도 관심가져 주시면 더할나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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