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가든 -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비채 |
영국 대학생 애덤은 지도교수 크리스핀으로부터 한가지 제안을 받는다. 제안의 내용은 교수의 오랜 지인인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명가 도치가문의 여주인 도치 여사 저택에 있는 16세기에 건설된 정원에 대한 연구를 해 보는 것. 수락한 애덤은 다양한 조사 끝에 페데리코가 사랑하는 아내 플로라를 기리기 위해 건설되었다는 정원의 진짜 의미를 서서히 깨닫게 되며, 또한 혼란스러웠던 2차대전의 막판에 도치 가문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진상 역시 파헤치게 된다.
"하우미스터리"의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된 소설입니다. 일단 이 자리를 빌어 하우미스터리 관계자 분들과 도서출판 비채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소설의 쟝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역사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허구의 가문과 허구의 역사, 허구의 정원이 주제이기에 썩 타당해 보이지는 않고, 정통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단서의 공정한 제공이 부족하여 별로 어울리지 않네요. 솔직히 추리물로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구태여 정의내리자면 추리물의 성격을 띈 대학생의 성장기 정도인 것 같네요. 그만큼 애덤이라는 주인공이 서서히 자기 자신의 능력과 타인에 대한 여러가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가장 큰 핵심 요소이니까요.
그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이 작품의 두가지 주요 소재 중 먼저 정원 관련 이야기를 해야겠죠? 제목 그대로 "새비지 가든" 이라 할 수 있는 이 정원에 대한 묘사는 대단하고 치밀하며, 단테의 "신곡" 과 매치시켜 진상을 드러내게끔하는 전개는 탁월합니다. 역사속에 감추어진 미스테리를 밝혀내는 과정에 수반되는 지적 흥분이랄까, 하여간 그런 요소는 확실히 잘 짚고 있어요.
그러나 정원의 디테일이 생각만큼 머리속에 잘 드러나지 않고, 단테의 신곡 역시 그다지 친숙한 소재가 아니기에 뭔가 무릎을 칠만한 획기적인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더군요. 신곡을 제가 제대로 안 읽은 탓이 제일 크겠지만 그만큼 국내에는 적합한 소재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겠죠. 그리고 정원에 대한 최소한의 도판이나 약도 정도로 설명해주는 센스가 좀 아쉬웠어요. 진상이라는 것이 과연 4세기 동안 아무도 깨닫지 못할 만큼 잘 숨겨져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두번째 핵심 사건인 도치 여사의 장남 에밀리오의 총기 피살 사건은 정원 이야기에서 서서히 확장되어 가면서 의외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솜씨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쪽은 "정원"에 비한다면 더더욱 알맹이 없는, 추리물로 보기에는 너무나 어이없는 수준이라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보다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지만 범인이 스스로를 드러내게끔 하기 위해 벌인 모종의 공작(?) 쪽이 차라리 더 흥미진진하더군요. 아주 제대로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랄까요? 가장 큰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과거 사진을 보고 "멘델의 법칙"을 통해 유추하는 가계에 대한 진상.. 이라는 것이니 말 다했죠.
그래도 400여페이지나 되는 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묘사, 잘 짜여진 구성 등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캐릭터들도 확실하게 잘 살아있고 무엇보다도 16세기 정원에 대한 묘사가 그만큼 뛰어났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아주아주 완벽한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추리물"을 기대한다면 아무래도 실망이 더 앞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긴 하지만요. 별점을 주자면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추리물로서의 점수보다는 순수한 재미 측면에서 3점주겠습니다. 돈을 주고 구입했더라면 좀 아깝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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