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비 블루 스토리 - 아카가와 지로/삼한출판사 |
10여년 전쯤에 구입했었던 아카가와 지로의 단편집입니다. 이른바 "주부탐정" 시리즈 5편과 다른 단편 2편해서 총 7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식 번역본은 아닌 듯 싶네요.
각 단편마다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이야기인 "이상한 주부"는 주부탐정 나미코와 조수 마사코 설정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입니다. 수상한 앞집 부부에 대한 조사를 마사코가 나미코에게 의뢰하는 내용으로 "바꿔치기" 트릭과 "일인이역" 트릭이 동시에 등장하지만 상당히 알기 쉬운 전개로 쉽게쉽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뭐 주부탐정이라는 설정을 끌어들이기 위한 밑밥정도로는 적당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두번째 이야기 "매일밤 나타나는 구급차"는 주부탐정에 잘 어울리는 "일상" 을 테마로 한 작품입니다. "한밤중에 구급차를 허위신고로 부르는 것은 누구?" 라는 주제인데 추리의 과정도 논리적이고 타당한 편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세번째 이야기 "명탐정의 실수"는 약간의 장치를 더한 도둑의 이야기인데 한밤중의 소동을 다룬 코미디에 가까운 이야기로 추리물로는 빵점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네번째 이야기 "매춘 아르바이트"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수상한 행동이라는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시작은 좋았는데 끝은 너무 진부했달까요... 과정은 충분히 납득이 가긴 하는데 결말을 너무 서둘러 쉽게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남편의 수상한 행동 조사를 의뢰한 주부 본인이 불륜에 빠져있었다라는 것은 솔직히 억지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섯번째 이야기 "벌거벗은 여배우" 편은 트릭보다는 설정이 더욱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유명 여배우가 등장하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이야기도 재미가 없어서 실망스럽더군요. 탐정 나미코가 마사코에게 기댄 유일한 편이라는 점 정도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번외편 격인 두편의 단편 중 첫번째 단편인 "유괴범을 사랑하다"는 그야말로 쓰레기였습니다. 멀쩡한 회사원이 한 남자를 유괴한 뒤 그의 아내를 하룻밤동안만 빌린다는 설정은 기발한데 전개가 한마디로 막장이거든요. 앞부분과 뒷부분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어요. 설정과 시작, 중간까지의 전개는 괜찮은 편이라 이 작품이 이렇게 쓰레기로 전락한 것에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집니다...
두번째 작품 "커피 그리고 교수와 여대생"은 오해에서 비롯될 수 있는 살의에 대한 이야기로 그런대로 재미있었습니다만 살인사건의 동기가 너무 유치해서 이러한 동기가 살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친구에게 선물받은 열쇠고리 때문에 살인을? 이건 좀 말이 안되잖아요....
어쨌건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아카가와 지로의 장단점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이기도 한데, 장점이라면 쉽게쉽게 빠르게 읽히고 설정이 재미있다는 것이며, 단점은 역시 트릭이 후지고 억지스러우며 상황전개가 굉장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겠죠. 때문에 후딱 읽을 수는 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크게 재미있다.. 라는 생각을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전 작품 모두 TV 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이야기들이니까요.
한마디로 역시나 아카가와 지로는 저하고는 잘 맞지 않는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정도랄까요. 애시당초 인기작가라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완성도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별점은 그래도 "킬링타임용" 이라는 취지와 목적에는 부합했기에 2점 주겠습니다. 전 관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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