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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 권일영 : 별점 4점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8점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1억엔, 그리고 그만한 양의 각성제를 가지고 도주한 전 파트너 와타나베 때문에 야쿠자와 경찰 양쪽 모두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찾아와 르포라이터 사에키라는 인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 뒤 사에키의 아내가 실종된 사에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였다. 알고보니 사에키는 도신 그룹 가문의 사위였다.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사와자키는 사에키가 작성하고 있던 기사를 보고, 그가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자신을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남자가 저격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는데...

하라 료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첫 작품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던지 드디어 출간되었군요. 생일선물로 형에게 늦게나마 전달받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비록 일본 작가가 일본을 무대로 쓴 일본인 탐정의 이야기이지만, 탐정의 캐릭터와 소설의 전개 모두 미국의 정통파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전에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인 "내가 죽인 소녀" 때와 감상이 좀 비슷한데 장점이 그만큼 똑같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폐차직전의 똥차 블루버드, 필터없는 담배로 대표되는 사와자키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굉장히 스케일이 큰 사건이 연달아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실감을 느끼게 해 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탐정의 조사가 대부분 탐문, 주변인물 조사 같은 형태로만 이루어진다는 거라던가, 탐정 자신이 커버하는 일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등이 있겠죠.
마지막 순간에 터트리는 진상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추리적으로 완벽하게 앞뒤가 딱 들어맞는다던가, 증거가 완벽하게 준비된다는 것은 없이 사와자키의 말로만 설명된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러한 탐정의 말빨에 의한 추리쇼도 하드보일드 소설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니 만큼 비난하기는 어렵겠죠. 어쨌건 충분히 설득력도 있고 재미도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2004년 대만 천수이볜 총통 저격 사건과 유사점도 느껴졌기에 더욱 재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하드보일드 소설의 단점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약간 아쉬운데, 일단 모든 사건이 "우연"이 겹쳐져 계속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해결되어 나간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사에키나 그의 아내 사에코나 의문의 사나이 가이후 등등 모든 인물이 사와자키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 것도 우연. 사와자키 사무실에 침입한 인물의 차 넘버를 알게되는 것도 우연. 애시당초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물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작위적인 우연이니 뭐 할말이 더 있겠습니까... 본토박이 하드보일드의 자취가 너무 곳곳에 있어서 일본작품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것 역시 장점보다는 아무래도 단점쪽에 더 가깝겠죠. 그 외에도 이건 책 자체의 문제인데 오타가 몇개 있는 것도 약간 몰입을 저해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회장이 행복해서 (원래 문맥상은 회복해서)" 는 정말 코미디였어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앞서 설명했듯 장점이 더욱 많고 재미도 있기에, 또한 하드보일드의 완벽한 적자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제서야 소개되는 것이 사실 의아한 작품이기도 한데 좀 잘 팔려서 국내에서도 이런 좋은 작품을 보다 자주 만나보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4점입니다. 5점 만점을 주기에는 단점이 약간 있긴 합니다..^^ 4점도 높은 점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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