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30분 - 정건섭/예술시대 |
정건섭 선생님의 80년대 추리소설인 "5시간 30분"을 다시 완독하였습니다. 얼마전 한국 추리소설 몇개를 추천한 적이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작품이 너무 많기에 추천하면서도 찜찜해서 읽은지 가장 오래된 이 작품부터 다시 읽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은 박문호 형사 - 민형규 기자 시리즈로 컴비의 데뷰작 "덫"에 이어지는 두번째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시간차 트릭이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사건이 폭넓게 펼쳐져서 소소한 트릭과 설정의 잔재미가 곳곳에 잘 살아 있습니다. 80년대를 무대로 했기에 아날로그적인, 고전적인 트릭 파헤치기가 아니라 끈기와 집념의 수사를 통한 사건의 해결 과정을 사회파적으로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고요.
또한 추리와 트릭이 모두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것 역시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천재 탐정이 등장하여 자신의 추리를 독자에게 설득시키는 고전적인 맛도 좋겠지만 이 작품처럼 추리의 기반을 형사가 미리 세워놓은 뒤 그 추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를 독자와 공유하게끔 하면서 사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 방법으로 보였거든요. 물론 이렇게 쉬운 전개가 이어지다가 가장 결정적 트릭을 마지막에 터트리는 장면은 무릎을 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하지만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진남포 피습사건" 이 사실상 범인의 발목을 죄는 결과였다... 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외에는 사건의 동기, 범행, 트릭, 그리고 해결과정 모두 정상급인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성적인 묘사와 자극적 설정이 난무했던 80~90년대 한국 추리소설에 실망하셨던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다시 한번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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