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은 필요없겠죠? 그간 이런저런 일로 힘들었던 와이프와 간만에 같이 감상한 영화입니다.
일단 영화는 좋았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챗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예인선 선장역 배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의 한세기에 육박하는 영화의 배경에 대한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서 무척이나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변치않는 장인정신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웠고요.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지루함이 더 큰 영화였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이긴 한데 저하고는 확실히 맞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았어요. 이번 아카데미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고 평도 너무 좋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한테는 데이빗 핀처와 브래드 피트가 아카데미를 작심해서 노리고 만든 티만 풀풀나는 정말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겉모습과 내면의 성장이 정 반대인 벤자민 버튼의 상충되는 딜레마(?) 에 대한 심리묘사는 좋았지만 영화는 제목 그대로 시간이 거꾸로 가는 벤자민 버튼의 일대기일 뿐 별다른 감동도, 별다른 드라마도 없이 영화가 흘러가기에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불필요한 장면이 너무 많아서 러닝타임이 길어진 듯 하기도 했고요.
또한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의 벤자민 버튼이었다면 과연 이 작품이 "영화" 로서 성립될 수 있을지 조차 의심될 정도로 벤자민 버튼의 독특한 설정에 영화가 99%이상 기대고 있기에 영화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데이빗 핀처스러운 몇가지 디테일한 짤막한 아이디어들, 예를 들자면 번개에 7번 맞았다는 한 노인의 회고담이나 데이지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부분의 전개같은 요소는 무척이나 재미 있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그러한 기발함이나 색다름을 느끼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특한 설정의 벤자민 버튼의 캐릭터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치명적 단점으로 생각되네요. 과학적인 기반이나 아무런 설명없이 뜬금없이 등장하기에 설득력 제로이기도 하지만, 영화안에서 벤자민 버튼이라는 인물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 담담하다는 것 역시 의아했으니까요. (미국 정부가 납치해서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이 맞는 스토리 전개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브래드 피트의 목소리가 보는 내내 거슬렸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 분위기하고 안 맞는다는 느낌이 강했달까요. 또 속마음을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는 부분은 외관의 나이보다는 내면의 나이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 좋았을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원패턴 목소리로 흘러가는 것도 불만스러웠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개인적 별점은 3점입니다. 간만에 와이프와 같이 감상했는데 와이프가 지루해 했다... 라는 것이 감점의 큰 원인 중 하나이긴 합니다. 최소한 데이트용 영화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다음에는 좀 짤막하고 몰입하기 쉬운 영화를 골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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