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내가 이겼네 - 콜린 브루스 지음, 이은희 옮김/경문북스(경문사) |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다른 셜록 홈즈 오마주나 패러디물과 다른 이 작품은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딱딱하고 재미없는, 단순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수학이 사건들에 제법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추리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의 재미있는 작품들이어서 깜짝 놀랄 정도에요. 총 12개의 단편 모두가 수학과 잘 조화된, 뛰어난 수작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두번째 작품 "노름에 빠진 귀족"과 네번째 작품 "늙은 선원의 비밀", 그리고 "장교의 살인"과 "완벽한 회계장부" 등은 수학의 확률과 게임이론을 효과적으로 작품에 녹여냅니다. 특히 "늙은 선원의 비밀"의 진상은 수학을 잘 모르면 효과적으로 도출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해당 이론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홈즈 시리즈 특유의 깜짝쇼같은 반전도 들어가 있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어요.
캐릭터 표현과 셜록 홈즈 시리즈로의 미덕도 충실합니다. 왓슨 박사의 멍청함과 단순한 사고방식, 행동은 원작보다 과장되어 있으나 작품에 유머스러움을 더하고, 마이크로포드와 레스트레이드 경감같은 친숙한 시리즈 캐릭터들도 등장도 반갑습니다. 그 외에도 "마지막 인사"의 모리어티 교수와의 추격전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등,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으로서 즐길 요소가 많습니다. 루이스 캐롤이나 칼 마르크스, 레닌 등 유명인사와 유명 사건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도 또다른 볼거리고요.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수많은 오마쥬나 패러디 작품 중,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학습적인 효과까지 전해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저와 저희 형이 쓰고 있는 "경성탐정록"의 설홍주 역시 경성제대 수학과 출신의 수학 천재라는 설정인데, 수학과 관련된 추리물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에 대한 참고자료 역할도 할 것 같아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독서였습니다. 많은 부분이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었기에 별 4개 줍니다.
그러나...수학에 별 관심이 없다면 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덧붙이자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리즈인것 같은데 요새 학생들 정말 부럽네요. 제가 학교 다닐때는 그나마 읽을만한 책이 위인전 뿐이었는데 말이죠. 완전 부럽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