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음모 1 -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베텔스만) |
과거 "유다의 사자" 라는 별명의 권투선수로 활약하다 부상으로 은퇴한 뒤 "도둑잡이" 와 같은 일을 하고 사는 벤자민 위버는 어느날 윌리엄 벨포라는 인물로부터 한 사건의 조사 의뢰를 받는다. 의뢰 내용은 자신의 아버지와 벤자민의 아버지가 살해당했으며, 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 달라는 것. 벤자민 위버는 가문을 등진지 오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사건에 뛰어들며, 조사가 진행될 수록 증권 매매업자로 일한 아버지의 죽음 배후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에 읽었던 "부패의 풍경" 시리즈 제일 첫 작품입니다. 전에 읽었던 작품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한번에 읽어버릴 정도로요. 실제 벌어진 사건인 "남해회사"를 중심으로 한 영국 주식 거품 사건을 작품에 잘 녹여내는 것이 디테일하고 잘 짜여져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복잡한 이야기를 복잡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정교하게 구성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료조사나 고증, 인물 묘사 모든 것이 역사 소설로의 가치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로의 가치도 충분한 그야말로 "팩션" 의 모범 답안 이네요. 또, 제목 그대로 실제 가치가 있는 물품 대신 "종이 (여기서는 국채 내지 증권)"으로 가치가 이동하는 말도 안돼는 상황을 잘 묘사한 내용이 요즈음과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아서 뜨끔하기도 하더군요.
기본적인 이야기가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결국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며, 결과 역시 설득력있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물론 어떤 "단서"를 추적하는 정통 추리적인 요소는 없지만, 벤자민 위버의 "수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점과 수긍할 만한 범인이 등장하며 다양한 사건과 사건의 연결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기에 추리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이른바 "마틴 로체스터"의 정체 하나로 귀결되는 것은 좋기는 한데 그것 때문에 세세한 부분을 조금 놓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자면 벤자민 위버의 아버지가 남긴 원고의 행방 및 다양한 살인 사건의 범행 방법이나 하수인 등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는 부분이 약간 눈에 뜨이는데 그런 것 까지 밝혀내기에는 아무래도 지면이 모자라겠죠. 그리고 벤자민 위버의 수많은 위법행위와 그 판결도 조금 운에 맡기는 듯한 인상이 들긴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벤자민 위버와 그의 친구 엘리아스 같은 인물들이 첫 등장하는 작품 답게 그들에 대한 배경설명이 자세한 것도 좋았습니다. "부패의 풍경" 에서는 아무래도 캐릭터 설명은 좀 부족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정말 디테일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엘리아스는 특히 원래 알고 있던 이미지와 아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좀 놀라기도 했고 말이죠. 아무래도 순서대로 읽을 걸.. 하는 후회가 조금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건 정말이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은 작품입니다. 에드가 상 수상작인데 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으로 보이네요. 다음 작품인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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