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 살인자 -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황금가지 |
어제 읽은 "종소리를 삼킨 여자" 에 필받아 연달아 읽어버린 디판관 시리즈 2번째 작품입니다. 재간되긴 했지만 저는 예전 디자인 하우스 판본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옛스러움과 이색적인 분위기는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몇가지 세세한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요.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싯구와 더불어 전작의 무대인 푸양과는 다른 엄청나게 추운 북주의 겨울 풍광이 더해지며 섬세한 드라마가 더욱 강조되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호쾌한 맛은 부족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은근한 멋을 풍기네요.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전작 그대로인데 랴오 처녀의 실종 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권법가 란 사범의 독살 사건, 그리고 쇠못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중간에 사탕과자 상인의 에피소드와 같은 곁가지 추리담도 담겨 있긴 하지만 중심 내용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고요. 또 이 네가지 사건이 두가지씩 -실종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그리고 독살과 쇠못 살인 사건 - 조합되어 연관된어 진행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더 정교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추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머리없는 시신 사건"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처럼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복선과 단서가 명쾌해서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독살 사건"은 고대 중국의 퍼즐 놀이라 할 수 있는 "칠반 (탱그램이라고도 하죠)"을 이용한 다이잉 메시지는 특이하지만 범인이 너무 초반에 드러난다는 점과 별다른 트릭은 없어서 약간 부족한 맛이 느껴졌는데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쇠못 살인 사건"의 고전적이고도 독특한 트릭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충해 줍니다. 이 쇠못 살인 사건 트릭은 국내 추리 만화 "다모"에서도 접했었던 것이라 아주 새롭지는 않았지만요.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다모" 쪽이 더 정교한 느낌이라 생각됩니다. "흉기"의 은닉이 고려되었어야 할 거 같거든요^^
어쨌건 다시 읽어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하면 사건이 보다 소박하고 드라마가 강조되었다는 점과 여성에 대한 가혹한 묘사나 잔인한 처형에 대한 묘사 등 껄끄러운 부분이 줄어들고 잔잔한 맛이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전작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고요.
역시나 뒷부분 저자 해설에서 밝히듯 고대 중국의 실제 사례나 범죄 소설집에서 따온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원전에 대한 설명도 충실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다시 재간될 만한 재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디 판관 시리즈의 계속된 출간을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원제도 단지 "중국 쇠못 살인사건" 인데 왜 이 번역본은 "쇠못 세개의 비밀"로 제목이 붙은걸까요? "쇠못 두개의 비밀" 이었으면 이해가 되는데 당쵀 알 수가 없군요. 번역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 euphemia님의 비밀덧글을 보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다른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까봐 비밀 덧글로 달아주셨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쇠못은 세 개가 맞다고 합니다. 프롤로그 화자의 유령 이야기까지..... :]) 앞부분 프롤로그를 아무 생각없이 넘긴 제가 착각한 것이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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