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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8

사라진 남자 (Charlie Muffin) - B. 프리맨틀 / 박종원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찰리 머핀은 영국 정보부의 베테랑 요원이지만 정보부장이 엘리트 군인 카스버트슨 경으로 교체된 뒤, 그를 싫어하는 부장과 다른 애송이 엘리트들에 의해 홀대와 좌천은 물론 죽을 위험까지 겪는다.
한편, 찰리 머핀의 활약으로 체포된 소련의 1급 스파이 베렌코프의 석방 지연으로 궁지에 몰린 KGB의 수장 카레닌은 망명 의사를 은밀하게 피력하고, 영국 정보부는 카레닌을 받아들이기 위한 작전을 진행한다. 그러나 카레닌과 접촉했던 애송이 해리슨이 사살당하고, 스네어가 체포되자 카스버트슨은 어쩔 수 없이 찰리 머핀을 작전 전면에 내세우고, 찰리 머핀은 단독으로 진행한 카레닌과의 대화에서 입수한 정보로 CIA 수장 거슨 라트거즈를 협박하여 협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카레닌 망명의 D-Day가 다가오고, 그가 국경을 넘기로 계획한 오스트리아에는 수백명의 영국 정보부와 CIA 요원은 물론 두 수장까지 자리잡아서 카레닌 망명을 기다리는데....


원제 Charlie Muffin. 브라이언 프리맨틀의 스파이 소설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오래전 '동서 미스터리 100'에서 4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요. 무려 <<빅 슬립>>보다 순위가 높습니다!
이미 14년 전에 읽고 리뷰를 남겼었지만, 책 정리 중 우연찮게 다시 집어들어 읽어보게 되었네요. 워낙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처음 읽는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마지막 반전마저도 기억나지 않았으니 처음 읽는 것과 다를바 없지요.

이 작품의 재미를 책임지는건 주인공 찰리 머핀 캐릭터입니다. 궁지에 몰려도 항상 퇴로를 마련하는 능력있는 스파이로서의 모습이 생생한 묘사로 잘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액션 없이 주로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내게 만드는 전개도 빼어나고요.
찰리 머핀이 카레닌 장군과 손을 잡고, 영국 정보부와 CIA 주요 요원과 부장들까지 소련에 체포되는 배신을 저지르는 반전도 좋았어요. 배신한 동기에 대한 설명도 확실해서 설득력도 높습니다. 진짜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부장으로 부임한 헨리 카스버트슨 경과 그가 총애하는 젊은 애송이들에게 무시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기 때문이거든요. 퍼블릭 스쿨 출신 엘리트가 아닌 낮은 신분 출신으로, 외모도 보잘 것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 탓이니 복수를 당해도 싸죠. 애송이 해리슨은 사살당하고, 스네어는 체포된 뒤 세뇌 공작으로 광인이 되며 카스버트슨은 소련에 체포된 뒤 실각하게 되는 결말인데, 안타깝다기보다는 속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찰리 머핀이 배신하는 반전에 대한 단서, 복선도 충실하게 짜여져 있어서 이야기 완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비교적 초반에 묘사되는,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베렌코프와의 회견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베렌코프는 찰리 머핀에게 러시아는 결코 스파이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지 않는다며 "찰리, 나는 결단코 당신네 나라의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고 말합니다. 찰리는 그게 체포되지 않기 위한 큰 동기라고 답하지만 베렌코프는, "그래 가지고 어떻게 자기 부하가 일을 잘 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소. 물론 러시아에도 여러 가지 결함은 있소. 하지만 적어도 충성심이라는 것은 존재합니다"라고 응수하지요. 베렌코프가 한 말 그대로 찰리 머핀은 충성심 따위는 잊고, 복수와 개인 영달을 위해 마지막 작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 외에도 초반부 찰리 머핀이 유럽으로 향했던 2주간의 휴가, 베렌코프와의 여러 번 회견에서의 대화도 모두 복선 및 단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14년 전에 읽었을 때 보다 '조직 관리'와 '역량 평가'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던게 신기했어요. 저도 직장에서 어느 정도 리더,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보기에 찰리 머핀은 그 전문성을 인정하여, 위에서의 관리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업무 진행, 의사 결정의 권리를 주어야 하는 인재입니다. 그러나 영국 정보부는 찰리 머핀의 역량을 잘못 판단하여, 조직원이 조직에 대한 충성과 애정 모두를 잃고 떠나게 만드는 최악의 조직 관리를 보여줍니다. 상사가 전문성이 부족했던 탓이죠. 저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보다 부단히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여튼, 별점은 3점. 시대를 뛰어넘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스파이, 첩보물로는 평균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를 갖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냉전 시대 스파이물을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이미 절판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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