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레 -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
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매그레의 집에 처조카이자 파리 경찰청 형사로 일하는 필리프가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실수로 자신이 감시하던 경찰청 주변의 카페 주인 페피토 팔레스트리노가 살해당하는 사건에 연루되고 만 것이다. 즉시 파리로 향해 자신에게 너무도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온 매그레는 일부 옛 동료들의 불편한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용의자로 지목된 조카를 구하기 위해 독자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용>>
메그레 시리즈 공식적인 마지막 장편. 은퇴한 메그레 반장이 누명을 쓴 조카를 구하기 위해 범죄자 제르맹 카조와 대결한다는 내용.
정밀한 과학 수사가 발달하기 전, 범죄자들이 여러 명 범행을 공모하고 서로의 알리바이를 위증한다면 어떻게 체포할 수 있었을까요? 오래 전 부터 궁금했던 주제인데, 이 작품 속 제르맹 카조가 딱 그러합니다. 그는 A를 죽이기 위해 B를 고용하고, B가 위험해지면 C가 B를 죽이게 하는 식으로 조직을 관리하거든요. 자기 손에 절대 피를 묻히지 않지요. 어쩌다 경찰이 A, B, C를 모두 심문하더라도 괜찮도록, 사전에 확실하게 말을 맞추어서 위증을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경찰은 카조를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증거가 없을 때 마음 먹고 위증을 하면, 그걸 밝혀내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메그레는 궁지에 몰립니다. 은퇴한 상태라 체포도 못하고, 고문이나 가혹 행위를 가할 수도 없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풍부한 드라마가 생겨납니다. 특히 딸같은 창부 페르낭드를 대하는 모습은 좀 이색적이더라고요. 좌충우돌하다가 카조와 마지막 정면 승부를 벌여 자백을 끌어내는 1:1 대결은 클라이막스로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요. 이 과정에서 전화기를 들어올려 카조가 자백하는걸 경찰이 들을 수 있도록 조작한 간단한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이 트릭을 숨기기 위한 노력 등으로 긴장감을 끌어내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어요.
카조가 반쯤은 자랑스럽게 자백을 하게 만드는, 오스프가 살해되었을거라는 결정적 추리도 아주 깔끔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메그레 시리즈와는 다르게 추리적으로도 볼 만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에 큰 헛점이 존재합니다. 카조가 이렇게 완벽하게 수하와 범행을 조종할 수 있었다면, 구태여 오스프라는 목격자를 내세워서 현직 경찰인 메그레의 조카를 범인으로 몰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런 쓰잘데 없는 조작으로, 메그레가 직접 나서서 사건에 뛰어들게 했을 뿐 아니라, 컨트롤이 힘든 약쟁이 오스프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마저 짊어지게 되었으니까요. 이들의 위증이 너무 뻔뻔했던 탓에 검사까지 격분하여 메그레 수사에 전면 협조한다는 묘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애초에 사건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경찰에 오스프와 일당들이 체포되지도 않았을겁니다.
또 메그레가 짜증내는 묘사가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나이든 꼰대 느낌이 너무 강해서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낄 여지가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하고, 트릭도 나름 사용된 점은 마음에 듭니다. 큰 헛점은 감점 요소이지만, 이 정도면 제법 무난한, 대미를 장식하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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