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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진혼가 - 하세 세이슈 / 이기웅 : 별점 1.5점

진혼가 - 4점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북홀릭(bookholic)

신주쿠를 베이징 패거리와 상하이 패거리가 반씩 나누어 균형을 유지하던 중, 베이징 패거리의 자금줄인 장다오밍이 살해당했다. 베이징파의 두목 추이후는 전직 경찰 타키자와에게 배반자 색출을 지시했다. 한편, 장다오밍을 살해한 킬러 추성은 상하이 패거리 주훙의 정부 지아리의 보디가드로 일하게 되는데...

"불야성" 후속편. 류젠이가 양웨이민에게 복수하기 위해 타키자와, 추성과 지아리를 조종하여 베이징파와 상하이파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이야기 전개는 전작과 거의 판박이입니다. 하지만 전직 경찰인 변태 타키자와와 킬러 추성 두 명의 시각으로 전개되며, 전작의 주인공 류젠이는 철저히 주변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에 스핀오프 같은 느낌도 납니다. 경찰(전직이지만)과 중국인 킬러가 중국 폭력단과 대결한다는 구도는 왠지 오사와 아리마사의 "독원숭이"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전작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처집니다. 판에 박은 전개도 지루하고, 너무 운과 우연에 의지한 상황이 많아서 치밀함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사건의 원인인 지아리가 쉐위안을 살해한 것, 타키자와의 폭주, 추성이 류젠이를 찾아오고 지아리에게 반하게 된 것 모두가 필연적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우연의 산물에 불과합니다. 류젠이가 초능력 최면술사라도 되면 모를까, 이 모든 게 류젠이의 생각대로라는 것도 황당했고요. 상하이파와 일본 야쿠자의 격돌에서 운 좋게 추성과 타키자와가 빠져나온다는 전개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타키자와의 조사도 순전히 소문과 발품에 의지한 것으로, 베이징파의 보스라면 하루 만에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인데, 추이후가 애초부터 타키자와에게 조사를 맡긴 이유조차 석연치 않은 등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너무 많아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사랑의 전사로 거듭나는 타키자와의 모습은 대관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이야기의 허술함을 넘치는 폭력 묘사로 때우려 한 티가 역력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거의 모든 남자들은 살해당하는 식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 현대 일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주역급 인물들 모두가 트라우마에 더해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현실성 제로의 설정이라 생각됩니다.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전편에 버금가는 디테일한 신주쿠 뒷세계의 묘사는 나쁘지 않고 번역도 아주 좋은 편이기는 하나, 건질 건 그 뿐입니다. 강도 높은 폭력 묘사와 인간 쓰레기 타키자와의 폭주를 보는 맛은 나쁘지 않아서 쉽게 읽히기는 하나, 단순한 화장실용, 킬링타임용 펄프픽션에 불과하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뒷세계 이야기에 폭력이 난무한다고 해서 하드보일드 느와르라니,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전편의 팬이 아니라면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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