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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 : 별점 3점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6점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알마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이신 문국진 교수 인터뷰집.
사실 인터뷰로만 이루어진 책은 처음접해보네요. 그래서인지 큰 기대를 가지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왠걸! 서두에 인터뷰어 강창래씨가 자신과 문국진 교수와의 인연을 말하며 언급하는 81년의 윤노파 살인사건부터 예상외의 재미를 가져다줘서 각잡고 한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문국진 교수라는 사람의 위치, 그리고 경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의 하나로 언급된 것인데 사건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왔어요. 이 부분에 등장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야만시대의 기록>, 조갑제의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덧붙이자면 조갑제가 '변신' 하기 이전에 쓴 책들이라고 하네요._

그리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통해 문국진 박사가 어떻게, 왜 법의학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에서 시작해서 박사가 관련되었던 다양한 사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함께 하나둘씩 펼쳐지는 본편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만 몇가지 뽑아보자면,

첫번째는 <새튼이 무당> 사건. 새튼이라는 귀신과 대화한다는 주장하는 무당이 수사대상이 되는데 '쏵~ 쏵~'하는 이상한 소리가 정말로 났다고 합니다. 아무리 조사해도 그런 소리가 날만한 장치가 없었는데 우연히 보게된 무당의 치아구조가 특이했다고 하네요. 결국 알고 보니 특이한 앞니 틈새를 이용해서 소리를 낸 것이라는 것이라는데 희한하죠?

두번째는 중년 부부의 성행위 도중 아내가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건. 박사의 베스트셀러 논픽션 <새튼이>에 실려있는 이야기로 영화 <용서는 없다>에도 언급되었다고 하네요. 이유는 남편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는데 아내가 페니실린 과민성 체질이라 페니실린 쇼크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도 놀랍지만 이 사건을 클림트의 그림과 함께 엮어 설명하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세번째는 일본 동북지방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Y양이 성폭행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진상은 그녀와 연적이었던 M양이 교살하고 다른 남자의 정액을 바르고 도망친 것이라고 하네요. 대단한 사건은 아니나 '완전범죄는 없다'라는 명제에 충실한 이야기라 인상적이었습니다.

네번째는 여대생이 자기 하숙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그녀의 연인인 의대생 출신 편집자 P군이 유력한 용의자. 그러나 사인이 될만한 약물의 흔적도 없었고 단지 상, 하지에 가벼운 압박흔이 있는 정도. 결국 문초끝에 밝혀진 진상은 수면제로 재운 뒤 상지, 하지를 고무밴드로 묶었다가 풀은 것이라고 합니다. 혈액순환 장애가 오래 지속되면 히스타민양 물질이 생겨 쇼크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죠.
'문초'라고 점잖게 묘사된 부분은 고문임을 짐작케해서 수사 과정 자체는 별로지만 의대생 출신의 의학을 이용한 난생 처음보는 기발한 트릭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이러한 사건들 이야기 뒤로 이어지는, 문국진 교수가 은퇴 후 전념한 북 오톱시 관련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유명인의 사인을 이후 남겨진 여러가지 증거를 통해 분석한 뒤 정확하게 규명한다는 것인데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사인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비슷한 유형인 동서고금의 명화를 통하여 그림 주인공의 병을 설명하는 이야기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라 예수님의 내장위역증에 대한 이야기나 밀레의 <괭이를 든 사람>은 전형적인 디스크 환자의 모양새라는 것 등의 새롭고 신기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하여 정신없이 다 읽었는데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정신적으로도 충실한 기분이 느껴지네요. 법의학 사건집이 아닌 인터뷰이기 때문에 각 사건들이 단지 한 예로만 이야기될 뿐 전체적인 과정과 결말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 분야의 시조이자 거목인 분의 생각을 온전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흔한 것은 아니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이제는 박사의 다양한 저작을 빨리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일단 <새튼이>와 <지상아>부터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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