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2/04/01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 아와사카 쓰마오 / 권영주 : 별점 2점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 4점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

전작에 이은 '아 아이이치로' 두번째 단편집.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탐정역의 카메라맨 아 아이이치로 주변에서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아 아이이치로가 아니라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약간은 관조적인 전개를 통해 공정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다는 특징은 여전합니다. 얼굴이 세모꼴이고 양장을 한 노부인이 매 단편마다 계속 등장하여 연작이나 시리즈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아이디어도 괜찮았어요. 슬랩스틱같은 행동들도 전작과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전작에서 좋은 트릭과 전개를 모두 사용해 버린 탓일까요? 수록작 모두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상천외한 상황은 기발하지만, 트릭의 현실성도 없고 동기도 억지스러운 작위적인 이야기들이었던 탓입니다. 슬랩스틱 코미디, 아의 황당한 대사들도 식상했고요.

물론 전부 형편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 작품 "지푸라기 고양이"의 상황 설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참신했고 "사부로정 노상"은 사건과 특정 장소를 이용한 트릭이 돋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두 작품마저도 다른 문제들 때문에 전체적인 별점을 높이 쳐 줄 수 없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별점은 반올림을 약간 해서 2점 밖에는 못 주겠네요. 너무 함량미달이라 고전 정통본격 추리물의 열광적 애호가라 자부하는 저로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시리즈를 이어가지 말고 전작 1권으로 끝내는게 좋았을겁니다. 이래서야 시리즈 다음 작품도 전혀 기대가 안되니까요. 특별히 이 시리즈에 애정을 느끼시는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괜히 걸작 대접을 받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군요.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푸라기 고양이"

완벽주의자 도쿄의 그림에서 발견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묘사들 -손가락이 여섯인 소녀, 열리지 않는 문 등 - 을 토대로 숨겨진 죽음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초정밀묘사 그림 속의 현실과 다른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화가 도쿄의 출신지와 엮어서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를 끄집어내는 발상과 전개는 좋았는데 진상이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완전한 결혼이 세상에 어디있다고... 또 그만큼 유명한 작가 그림의 오류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스나가 가의 증발"

길을 잃고 헤메던 아 일행은 그 고장에 전설로 전해지는 스나가 집안 후예의 집을 발견했다. 하룻밤을 보낸 뒤, 일행은 전날 목격한 집 한 채가 다음날 아침 사라진 것을 알고 경악하는데...

엘러리 퀸의 걸작 중편 "신의 등불"에서도 사용된 건물 소실 트릭의 재구성입니다. 일본 전통가옥이라는 소재와 시도는 좋았고 여러가지 단서를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하는 노력도 돋보입니다.

문제는 트릭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옛날 가옥이라도 단시간에 홀랑 타버린다는 것, 그리고 잔해를 하룻만에 정리한다는 것 모두가 비현실적이니까요. 세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꼬박 하루를 더 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요. 이럴바에야 스나가가 그냥 세명을 죽여버리고 묻어버리는게 더 설득력이 높았을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신의 등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스즈코의 치장"

사고사한 유명 여가수 가모 스즈코의 닮은 꼴을 찾는 대회에 얽힌 이야기.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주특기인 기묘한 비일상 - 닮은 꼴을 찾는 대회에서 의도적으로 닮지 않으려 노력했다 - 을 끄집어내어 접근한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상이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 비하면 뻔해서 아쉬웠어요. 중간까지만 읽어도 이유가 뭐건간에 진상은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앞선 작품들 보다는 동기, 기묘한 설정까지의 설득력은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뜻밖의 유해"

외딴 온천마을에서 동요 가사대로 삶고 구워진 채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

한마디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경찰 흉내를 좋아하는 찐따인 주인공 사쿠라이 캐릭터도 짜증스러웠지만 동남아 여행 후 걸린 콜레라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진상이 정말 어이가 없었으니까요. 선거 때문이라는 동기도 납득할 수 없었어요. 선거 때문이라면 엽기 살인사건도 큰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요?

그야말로 트릭을 위해 만든 이야기에 불과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비뚤어진 모자"

주차장에서 우연히 습득한 모자의 주인을 찾아나선다는 코믹 일상계 단편.

이 작품 역시 평균 이하입니다. "뜻밖의 유해"처럼 트릭을 위해 만든 이야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별점은 똑같이 1.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