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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9

수상한 미술관 - 이은 : 별점 2점

수상한 미술관 - 4점
이은 지음/노블마인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술평론가 김이오가 아내의 생명을 걸고 정체불명의 괴한과 미술 퀴즈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의 작품. 물만두님 리뷰집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읽게 되었네요.

전화로만 이루어지는 시간 제한이 있는 퀴즈. 어디서 많이 들어봤죠? 바로 "다이하드 3"의 판박이죠. 미술에 대한 퀴즈라는 점으로 차별화하고 있기는 한데, 차별화에 그다지 성공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이하드 3"의 관객을 몰입시키는 퀴즈와 비교한다면, 순수한 미술 평론, 그것도 패러디라는 항목에 집중된 퀴즈들인 탓입니다. 퀴즈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의 반전, 그리고 진상은 어처구니가 없네요. 일단 범행과 전개에 대한 설득력이 전무합니다. 기껏 공들인 복수극으로 전개되다가 갑자기 명화 도난으로 이어지고, 진상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한 의적질이라니 참 뭐라 말해야 할지도 난감하네요. 이 작전이 국가를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실해 보인다는 것도 큰 약점이고요. 김이오의 모든 것을 캔다면 충분히 흑막을 밝혀낼 수 있다 생각되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함"입니다. 추리 - 스릴러물이라면 최소한 독자와의 두뇌게임을 벌일 수 있는 전개에서 공정한 단서 제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러한 부분이 없습니다. 어차피 다 짜놓은 것이라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초반부 김이오에 대한 심리 묘사와 전개는 모조리 연극, 또는 가공의 것이었다는 것인가요?
게다가 공정함을 가장하여 억지스럽게 수상한 범인 역을 등장시킨 선택은 최악이었어요. 우연히 마주친 한미라가 가명, 가짜 신분, 불륜남의 핸드폰이라는 요소들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야말로 작위적인 독자 기만의 극치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뜬금없이 "진상은 사실 이러했다"는 식인데 저는 납득할 수 없었어요. 이래서야 "이런저런 사건이 발생하고 이런저런 위기가 닥쳤는데 눈을 떠보니 부왘 꿈이었지롱~" 하는 이야기하고 다를 게  없지요.

마지막으로, 전개 내내 패러디에 대한 궤변으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이유가 결국 이 작품이 "다이하드 3"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패러디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는 점도 황당한 점이었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놓고 주장하는 패기에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지적 아트 스릴러를 표방한 점, 그에 걸맞게 충실한 설명과 도판이 곁들여진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차라리 추리나 스릴러물보다 미술사 측면에서 패러디의 역사와 현재, 개념을 설명해주는 학습서로 만드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패러디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배운 것 같으니까요. 정통 추리 - 스릴러물을 기대하시면 안 되고, 그냥 독특한 미술 교양서적으로 접근하는 게 더 나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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