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번역하자면 "술의 좁은 길"!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 岩間宗達 (이하 종달이)를 중심으로 술과 안주, 술집과 기타 술을 먹는데 관련된 모든 상황에 집중하여 한편당 4 ~6 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전개되는 본격 "음주 만화" 입니다.
다른 음식 - 미식 만화와 다른 점은 종달이가 하이쿠를 좋아하고 에도 문화를 좋아하는 긍지있는 呑兵衛(술꾼)을 자처하는 덕에, 술과 안주, 요리 이외의 다른 음주 문화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긴 술과 안주, 제철음식은 다른 만화에서 워낙 많이 다루기도 했으니 특별한게 없기도 할 테고요.
음주문화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술잔이나 술을 데우는 방법, 안주를 먹는 방법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술집 의자를 6종으로 분류하여 논한다던가, 술집 간판(노렌)의 소재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술집 안의 화장실의 위치, 비어홀과 비어가든의 차이, 술을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등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술먹는데 있어 운치를 다루는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도심 건물 속에 위치한 술집에서의 "달구경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고층 건물들 사이라 보름달을 볼 수 있는건 술집 앞마당에서 고층 건물 - 건물 사이의 작은 공간을 보름달이 스쳐지나가는 몇 분 동안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도심 속 술꾼들의 운치가 정말 제대로 느껴졌거든요.
또 종달이가 워낙 평범하고 가난한 샐러리맨인지라 그닥 비싸거나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직접 해 먹는 요리들도 정말 간단해서 설득력있었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종달이가 술꾼으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잘난척 좋아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그 철학과 잘난척이 딱히 성공하거나 우월하게 묘사되지 않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미식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자신의 미각이나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눌러버리는 괴물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인 셈이지요. 그래서 굉장히 친근했어요.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동어반복적인 에피소드가 많아진다는건 감점요소이고, 제법 많은 지방과 해외 별미 음식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은 다른 뻔한 요리 만화스러워서 별로였습니다. 한편당 분량이 워낙 짧아서 단행본에는 다양하게 취재한 자료들, 각종 정보들을 함께 실어놓았는데, 그 탓에 온전한 만화책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정보지같은 성격을 띄는 것도 만화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내용이 많은 만큼 정식 출판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라즈웰 호소키의 작화 역시 구성적으로 완벽한 편안하고 따뜻한 그림체로 음식과 안주의 묘사도 뛰어나거든요. 음식 - 요리 - 술 만화에 관심 있으시다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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