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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제로 포커스 (2009) - 이누도 잇신 : 별점 2.5점

 

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쇼와 32년(1957년),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한 양갓집 규수 데이코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과묵한 샐러리맨 우하라와 중매를 통해 결혼했다. 그러나 신병 정리를 위해 가나자와로 떠난 우하라는 1주일 만에 실종되었고, 걱정하던 데이코는 그의 행방을 쫓아 가나자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하라의 형이 독살당하며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확대되는데...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는데, 그중 한 편이 바로 이 "제로의 초점"입니다. 이전 영화가 1961년 작품이니 무려 48년 만에 다시 제작된 것이네요.

현대의 감성과 사고방식으로 접하기에는 조금 낡은 원작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기대가 컸는데,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인 일본풍의 미학이랄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꽤 잘 어우러졌어요. 쇼와 30년대 가나자와를 재현한 세트도 훌륭했고, 일부는 한국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원작에서 묘사된 황량한 겨울 풍경도 효과적으로 선보입니다.

추리적인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필요한 단서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히사코의 집 안에 들어선 데이코의 발치로 빈 캐러멜 박스가 바람에 날려오는 장면 같은 것들이죠. 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산모수첩 이미지 등, 컷 하나하나의 배치가 정교하게 짜여 있어 시각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데이코가 영문학과를 나왔다는 설정이 사건 해결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두 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데에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초반 한 시간 동안 사건을 펼쳐놓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남은 한 시간이 너무 길고 늘어졌어요. 원작 그대로 전개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불필요한 각색이 더해져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린 게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사치코의 남편이 갑자기 마초적인 모습을 보이며 아내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전개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마치 갑작스럽게 애정이 싹텄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여성의 지위나 새로운 시대 운운하는 메시지 전달이 너무 노골적이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그러했음을 강조하는 것 정도라면 모를까, 단순히 불행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면 굳이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나카타니 미키의 오버스러운 연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악녀 표정을 짓는 모습이 어색했고, 후반부에서 대비되는 흑과 백의 의상 설정 역시 캐릭터를 너무 작위적으로 표현하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전개하며 후반부를 좀 더 압축했더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괜한 각색이 오히려 독이 된 듯 합니다. 원작이 각색을 필요로 할 만큼 부족한 작품도 아니었고,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면 원작의 본래 의도를 살렸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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