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쇼와 32년 (1957년)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한 양갓집 규수 데이코는 나이차이는 많이 나는 과묵한 샐러리맨 우하라와 중매결혼을 한다. 가나자와에서 근무하던 우하라는 곧바로 신병정리를 하러 떠나지만 1주일만에 실종되고 걱정하던 데이코는 가나자와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하라의 행방을 쫓던 와중에 개인적으로 우하라의 행방을 쫓던 우하라의 형이 독살되고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확대된다...
마츠모토 세이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작품이 영상화 되었었죠. 그 중 한편이 바로 이 <제로의 초점>입니다. 예전 영화가 1961년도 작품이니 무려 48년만에 다시 제작된 것이네요.
현대의 감성과 사고방식으로 접하기에는 조금은 낡은 원작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기대가 컸는데 완성도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인 닛뽄삘이랄까, 예쁘고 감각적으로 다가간 영상과 음악이 꽤 잘 어울렸어요. 쇼와 30년대의 가나자와를 그럴듯하게 재현한 세트도 좋았고요. 일부는 한국 세트장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원작에서의 황량한 겨울 풍경이 정말로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관심이 컸던 추리적인 구성도 그럴싸 했습니다. 필요한 단서들을 영상으로 풀어내어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히사코의 집 안에 들어선 데츠코의 발치로 빈 캬라멜 박스가 바람에 날려오는 장면을 들 수 있겠죠. 그 외에도 끝부분의 산모수첩 이미지 등 컷 하나하나의 배치가 정교하고 이치에 맞게 짜여져 있었습니다. 데츠코가 영문학과를 나왔다는 초반 설정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 처럼 말이죠.
그러나 2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을 끌고 나가는 데에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딱 중간까지만 좋았거든요. 한시간 동안 사건을 펼쳐놓는 것 까지는 좋지만 나머지 한시간 동안의 본격적인 해결편 분량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사건에 집중했더라면, 원작대로 풀어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어처구니 없는 각색으로 더욱 아쉬움을 남기네요. 완전한 마쵸인 사치코 남편의 행동같은거요. 아내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된 뒤 갑작스럽게 애정이 싹트기라도 했다는 건지... 당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여성의 지위, 새로운 시대 어쩌구하는 메시지 전달역시 지나쳤어요. 그냥 불행한 시대를 보낸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드라마면 됐지 구태여 이러한 메시지를 드러낼 필요는 전혀 없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나카타니 미키의 오버스러운 연기 역시 부담스러웠운 부분이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악녀 표정이 잘 안어울린 탓도 크죠. 악녀 - 해탈 이후 (?) 흑과 백으로 대비되는 과장된 의상 역시 캐릭터 형성을 작위적으로 드러내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결론 내리자면 원작에 충실하게 진행하며 뒷부분을 좀 줄여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괜히 이상한 각색을 할 필요는 없죠. 원작이 각색을 필요로 할 만큼 나쁜 작품도 아니고요. 설정과 기둥 줄거리만 가져온 각색 작품이 아니라 원작 그대로의 시기를 다룬 작품이라면, 그리고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작품이라면 더더욱 원작에 충실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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