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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그것이 알고싶다 - '사라진 악마를 찾아서-화성연쇄살인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800회 특집으로 재조명한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의 첫 번째 편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이었습니다.

일단, 미국까지 찾아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 심도 깊은 사건 재구성과 취재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특히 사체 훼손이 급작스러워진 네 번째 사건 직전에 범행에 실패한 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중한 것 등, 프로파일러의 역량을 보여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범인이 독재적인 어머니(또는 할머니) 밑에서 기가 죽으며 성장해 여자에 대한 증오심이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도 다소 뻔하긴 하지만 나름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이런 걸 왜 놓쳤었을까?' 싶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범행 현장이 집중된 지방도로가 수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범인의 거주지를 수원까지 넓혀 생각하는 것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을 텐데, 이를 당시 수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미국 프로파일러가 "첫 번째 살인사건 전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정작 당시 경찰도 이미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신선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재확인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결국, 당시 낙후된 수사 기법 탓인지, 수집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 컸던 것 같습니다. 범인의 몽타주 역시 앞선 성폭행 사건과 연결 짓지 못했지만, 결국 최종 결과물은 동일하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리고 이왕 미국까지 가서 전문가 의견을 물을 것이었다면, "왜 화성에서 계속 범행을 저질렀는가?"와 "왜 90년대 초반에 갑자기 범행을 멈췄는가?"를 더 심도 깊게 파고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범인을 압박하던 여성이 화성 출신이었다든가, 범행을 멈춘 계기가 그 여성이 사망했거나, 범인이 결혼 또는 분가를 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가설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지 않았을까요?

미제사건을 재조명하는 기획 의도도 좋고, 프로그램 자체도 잘 만들어졌지만, 결국 경찰도 할 만큼 했고, 딱히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몽타주를 3D화하여 재공개한 것 하나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방영 의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 중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 포스트 최상단에 있는 사진이 범인의 현재 모습 예상 몽타주입니다. 키는 165~170cm 정도이며,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기간 중 수원~화성 인근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주위에 이러한 인물과 유사한 사람이 있다면 꼭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공소시효라는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제발 범인에 대한 제보가 이어져 꼭 검거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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