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교사가 봄방학을 맞아 마지막 조회에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 사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반에 있습니다"....
2008 ~ 200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연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영화를 보기전에 가장 궁금했었던 것은 화자를 바꾸어가며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원작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을까의 여부였습니다.
그러나 썩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이야기 하나하나가 똑 부러지게 정리되지도 않고 시점, 시간을 섞은 연출은 혼란스럽기만 했거든요. 과도한 음악의 사용도 그닥 효과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또한 원작과 동일한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것, 아니 더 황당하게 각색한 후반부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기껏해야 중학생인 슈야가 외부에서 핸드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폭탄을 제조한다? 여전히 설득력이 없어요. 그나마 그 정도였더라면 원작 만큼의 깔끔함은 전해 줬을텐데 이어지는 결말 - 모든 것을 잃은 슈야 앞에 모리구치 유코가 등장하는 - 은 불필요한 사족일 뿐이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 이런 점에서는 상상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소설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느껴지더군요.
물론 원작을 뛰어넘는 영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도 몇 장면 있기는 합니다. 슈야 반의 학급 붕괴 분위기라던가 학급 친구들의 편지에서 "히토고로시 - 시네"를 끄집어 내는 장면 등은 아주 좋았어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원작에서도 가장 좋았던, 연작의 시작이기도 한 여교사 유쿄의 이야기인 <성직자>를 영화화한 초반 30분은 정말 최고! 마츠 다카코의 근래 보기드물었던 쿨한 악녀(?) 연기와 함께 굉장한 몰입과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뒤의 이야기들도 마츠 다카코가 출연하는 장면 만큼은 상당한 무게감을 전해주고요. 뒷부분에서 급격하게 비중이 슈야쪽으로 쏠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마츠 다카코가 좋은 배우가 된 것 같아 <롱 바케이션> 때부터의 팬으로 무척 감격스러웠으나 원작 만큼의 몰입감을 선사하지 못한 아쉬운 결과물로 차라리 연작 단편 하나하나를 30분 분량으로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영상화했더라면, 아니면 마츠 다카코 중심으로 완전히 각색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원작을 읽지 않으셨다면 모를까 원작을 이미 읽으셨다면 구태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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