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만찬 - |
유명 여배우이자 에지웨어 경의 아내로 이혼 스캔들에 휩싸인 제인 월킨슨은 포와로에게 자신의 이혼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의외로 에지웨어 경은 이미 6개월 전 이혼을 승낙했다고 말했고, 이후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제인이지만, 범행 시간에 13명이 참석한 만찬회에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간만에 여사님 책을 읽었네요. 탐정은 포와로, 조수는 헤이스팅스, 그리고 의뢰인이자 사건의 핵심은 금발 미녀 여배우라는 드림팀스러운 조합의 작품이죠.
일단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후더닛물로는 괜찮았습니다. 의외의 진상 덕분입니다. 끝까지 꼬아놓은 구조와 다양한 용의자들을 적재적소에 삽입하여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 역시 거장의 풍모를 물씬 느낄 수 있고요. 제인 월킨슨은 유머러스한 팜므파탈이라는 점에서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해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사님 작품치고는 실망스러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핵심 트릭의 설득력이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발상 자체는 괜찮았지만 만찬회에서 정체가 드러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거든요. 무엇보다도 지위와 명성이 있는 여성이 도박에 가까운 행동에 운명을 건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알리바이만 확실히 했으면 됐을텐데, 구태여 자기 자신을 드러내가며 저택에 들어간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또 사건 해결에 핵심이 되는 "패리스 - Paris" 라는 단서도 기발하고 재미있지만, 이 정도에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살인을 한번 더 일으키는건 질질 끄는 것 같아 별로였습니다. 소소한 디테일(예를 들면 코안경이라던가) 역시도 작품을 길게 늘이는 역할만 할 뿐, 그닥 중요한 단서가 아니라는 것도 별로였고요. 이러한 디테일들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만큼 범인을 옭아매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 - 제프 경감이 고문이라도 하지 않는 바에야 - 여러모로 단편용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늘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워낙 많은 작품을 쓰신 여사님이시기에 그 작품들이 다 걸작일 수는 없다는 것을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독자로서 기대치가 항상 높은 작가라 다른 작가들 작품에 비하면 평가가 좀 박하게 - 한 0.5점은 더 깎는 것으로 - 채점된 것 같네요. 워낙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니만큼 저승에서도 박정한 평가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덧 : 조사해 봤는데 피터 유스티노프가 포와로 역을 소화한 영화가 출시되어 있더군요! 페이 더너웨이가 제인 월킨슨 역을 맡은 것 같던데 나름 적역이라 생각됩니다. 소설은 좀 실망스러웠지만 영화는 꼭 구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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