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예담 |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의 부정수소외래 담당 강사 다구치는 원장 다카시나의 호출을 받는다. 다카시나 원장의 요구는 세간의 화재를 모으고 있는 기적의 바티스타 수술팀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것. 요구를 수락한 다구치는 바티스타 수술팀원들의 면담과 수술 참관을 통해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더이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채 후생노동성의 괴짜 시라토리와 컴비를 이루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게 된다.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의 추리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입상한 작품. 경쾌함과 유머, 그리고 병원과 "바티스타" 수술이라는 전문적 지식까지 잘 전달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더군요.
하지만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이유로는 병원을 무대로 한 대부분의 작품들과 비슷하게 수술 중 발생하는 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기에 굉장히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사건이었고, 때문에 공정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해주기가 어려운 탓이 큽니다.
물론 과학적, 의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단서를 어떻게든 숨기고 결말까지 끌어가야 추리소설로 완성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며,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바티스타팀의 리더인 천재 기류에게 문제가 있다는 함정을 하나 만들어 놓은 설정은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앞부분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피력하다가 뒷부분 진상 설명 부분에서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말로 빠져나가는 것은 솔직히 독자에 대한 기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이건 정공법이 아니라 너무나 변칙적인 반칙일 뿐이었거든요. 어차피 앞서 말한 기류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부분때문에 재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용의자를 대폭 줄임으로서 결국 범인을 한정시킬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고, 이 문제때문에 작가도 이러한 변칙적인 전개를 사용하였으리나 짐작은 되나 솔직히 너무 안일한 전개였어요. 또한 범행 자체도 절대 완전범죄로는 성립될 수 없는, 어차피 예정된 사법 해부를 통한다면 분명 밝혀질 일이었다고 생각되어 무척 실망스러웠고요.
다구치 - 시라토리 컴비는 흡사 슬램덩크의 안경선배와 고릴라 컴비와 같은 재미난 컴비 캐릭터였고 이른바 "논리"라는 측면, 그리고 시라토리의 액티브 페이즈 - 패시브 페이즈 이론 역시 신선했으며, "하얀거탑" 같이 병원내의 세력다툼 같은 것을 보여주는 잔재미도 잘 살아 있어서 전체적인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지만 기대했던 추리소설로의 만족도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네요.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제게는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일본 원서보다 번역본이 장정, 일러스트 모두 훨씬 뛰어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뜻밖의 수확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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