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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4

[번역] 이콜 Y의 비극 (1) - 노리츠키 린타로

프롤로그 :

차 공원의 호텔에서 열린 피로연은 4시 30분에 개장되었다. 피로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도중, 토고 유카리는 같은 테이블 주위의 친구들과 로비에서 모일 것을 약속한 탓에 가져갈 물건을 챙기기 위해 호텔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4월 29일, 골든 위크 첫날의 결혼식이었다. 신부는 유카리가 전에 일하던 회사의 1년 후배였다. 같이 초대된 전 회사 동료들과 만나는 것도 자신의 송별회 이후 처음이었다.

유카리는 정리 해고자 대상자로 퇴사한 것은 아니었다. 도쿄의 여대를 졸업하여 도내의 부동산 회사에 취직, 4년간 OL로 일했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셔서 가업을 돕기 위해 나고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맞선의 이야기도 몇번 있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인연은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8년간의 동경 생활때문의 유카리의 눈이 너무 높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양친이 데릴 사위를 강하게 희망한 탓도 컸다.

유카리는 아침의 신칸센으로 상경하여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음날 밤에는 나고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가업인 주점은 주변 편의점과의 경쟁이 극심해져서 골든위크라는 이유로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반쯤은 은퇴하신 상태라 무남독녀인 유카리는 가게의 영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귀중한 전력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되도록이면 오늘 안에 돌아와 줄 수 없겠냐는 말을 계속했지만 때때로 숨돌릴 틈도 필요하다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그나마 효과가 있어서 오늘 하룻밤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이 겨우 가능했다.

예약한 호텔방은 창에서 도쿄 타워가 바라보이는 방이었다. 별로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유카리는 조금 얼굴이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새로 맞춘 드레스도 조금은 거추장스러웠고, 피곤했기에 침대위에 가로 누워 구두도 벗고 잠시 쉬기로 했다. 신부는 예뻤고 처음 본 신랑도 정직하고 성실해 보였지, 뭐 나쁘지 않은 결혼식이었어. 그러나 피로연이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파티는 왜 이렇게 피곤한걸까?

여섯시부터는 왁자지껄한 2차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롯뽕기의 가게도 이미 빌려 놓았다고 했다. 유카리는 기억에 남을 정도로 흥겹게 보낼 생각이었다. 오랫만에 상경하여 기분이 붕 떠 있는 탓이겠지. 아버지가 그렇게 오늘 돌아올 것을 부탁했던 것도 딸이 다시 도쿄 생활을 강하게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서였던 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니깐!

아버지에 비한다면 차라리 어머니 생각은 납득이 된다. 한숨 돌리는 기회로 기분좋게 하룻밤 정도 보내는 정도, 매일 숨쉴틈도 없이 보내는 와중에는 도쿄에서 혼자 살아가던 시절이 그리울 수 밖에 없었고 정말이지 이렇게라도 한번 정도 나와주지 않으면 정말 도망쳐 나오게 될 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다가 2차 장소로 출발하기 전에 미도리에게 연락해서 내일 약속을 미리 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래서 전화를 한통 걸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다치 미도리는 대학때부터의 친구로 지금은 결혼해서 사카자키로 성이 바뀌고 세타가야 키유텐의 맨션에 살고 있었다. 남편은 여섯살 연상의 투어 컨택터, 아직 아이는 없었다. 미도리가 결혼한 뒤에도 유카리가 도쿄에 살때에는 자주 만나곤 했었지만 나고야에 귀향한 뒤로는 얼굴을 보는 것은 물론, 전화로 이야기할 기회도 뜸해진지 오래였다. 오래간만에 올라온 도쿄였기 때문에 오랫만에 둘이서 식사라도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천천히 이야기하고 싶었다. 1박을 하게 된 것도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었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전화해서 도쿄에 왔다는 사실을 말했다면 미도리는 무척 놀랐을 것이다. 사실은 도착하자마자, 아니 그 이전에라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었지만 빠듯한 일정탓에 1박하는 것이 출발직전까지 결정되지 않아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서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내일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괜찮겠지. 미도리도 특별한 약속이 없기를 바라며 백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저장해 놓은 미도리의 집 전화 번호를 호출했다.

그런데 그대로 전화를 걸기직전 유카리는 잠깐 손을 멈추었다. 침대 옆의 객실 전화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호텔 숙박비는 신부측이 지불하는 것으로 그 안에는 전화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가게의 경리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유카리는 지난 몇년간 그러한 계산에 굉장히 민감해져 있었다. 부랴부랴 나고야로부터 출발하였고 결혼식 축의금까지 냈기에 확실히 절약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카리는 객실 폰의 수화기를 집어들고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미도리의 집 번호를 눌렀다. 3번의 신호음이 울린 후 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 -

"사카자키 입니다"
"여보세요. 미도리? 나 유카리야. 지금 여기 와 있어"
"- 죄송합니다. 언니는 지금 외출중이거든요. 어디시라고 전해드릴까요?"

미도리의 목소리가 모르는 사람처럼 냉담하게 답했다. 유카리는 깜짝놀랐다.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순간적으로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확실히 미도리의 동생은 전에 만나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고 이름도 곧 기억이 났다. 유카리가 곧바로 말했다.

"어머 아카네? 미안해요. 언니하고 정말 목소리가 똑같네요. 나는 토고 유카리라고 해요. 기억나지 않아요? 전에 만난적도 있는데?"
"유카리씨요? 언니의 대학 친구? 물론 기억나죠. 그러고보니 확실히 나고야 고향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그랬죠. 이번에 아는 사람 결혼식때문에 올라오게 되었어요. 내일 돌아가기전에 만날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미도리는 없나보네요"
"예. 오후부터 일이 있다고 하고 나갔거든요. 저에게 집을 좀 봐달라고 해서... 형부가  출장으로 집에 안 계셔서 어제부터 이 집에 놀러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이 있다고 했는데 쇼핑이라도 하러 나간건가요?"
"밤까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에... 돌아오면 전화하라고 전해드릴까요?"

유카리는 잠시 생각했다. 2차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에 언제 걸려올지도 모르는 전화를 방에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또 그때쯤이면 아마 술에 취해 있을거야. 미도리가 내일 다른 일이 있는지만 확인해서 없다면 먼저 약속을 잡아버리는 쪽이 확실해 보였다.

"음...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것 보다도 내일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니가 혹시 뭔가 다른 약속이나 예정이 있다고 말했었나요? 나는 저녁때 까지 밖에는 시간이 없어서"
"아뇨. 특별히 아무것도요. 형부가 돌아오는 것은 밤은 되어야 할 테니까요"
"그럼 내일 별다른 일이 없는거겠죠? 그렇다면 전화를 걸라고 하지 말고 제 말만 좀 미도리에게 전해주지 않겠어요? 갑작스레 상경했는데 식사라도 함께 하지 않겠냐고요. 만날 시간과 장소는 지금부터 말해줄께요"
"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럼, 시간은 점심 1시. 장소는 그렇지! 역시 거기가 좋겠어요. [風見鷄 (카자미도리)]"
"[風見鷄 (카자미도리)]? 그 건물 꼭대기에 있는 그곳 말씀이세요?"
"예. 학생때 자주가던 喫茶店(카페)이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알거에요"
"아 그럼 [風見鷄 (카자미도리)]라는 喫茶店(카페)에서 내일 오후 1시. 알겠습니다. 언니가 돌아오면 그렇게 전해드릴께요"
"혹시 뭔가 다른 일이 있거나 하면 제 휴대폰으로 전화해 달라고 전해주세요. 번호는 알고 있을거에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아카네"

유카리는 객실전화의 수화기를 내려놓고 사이드 테이블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5시 4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큰일났네-!)
사용하지 않은 휴대폰을 백에 집어넣다가 유카리는 혀를 찼다. 미도리에게 가르켜 준 것은 옛날 휴대폰 번호였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새 번호는 가르켜 주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나고야에 돌아가서 다시 만나 잠깐 교제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헤어진 뒤에도 자꾸 전화를 걸곤 해서 어쩔 수 없이 얼마전 새롭게 전화, 번호를 교환했던 것이었다. 물론 전의 번호로 걸어도 새 번호는 알수 없도록 해 놓았었다.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과 더불어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창피하기도 해서 또 다시 전화를 거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았다.

괜찮겠지. 내일 미도리가 와 주지 않겠어? 분명히 와 줄것이 분명해!

그렇게 혼자서 결정하여 원기회복한 유카리의 기분은 곧바로 예정된 2차 모임 쪽으로 향했다. 유카리는 백을 손에 들어 침대옆 서랍장에 집어넣었다. 피로연 때 까지 신랑 친구석의 몇명인가 눈을 마주친 남자가 있었다. 지금부터는 2차 모임까지 화장을 고치고 드레스를 점검하지 않으면 안돼...

: 노리츠키 린타로는 꽤 유명한 작가인데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전혀! 없어서 전에 구해본 괜찮은 단편 하나를 직접 번역해 본 것입니다. 의역이 많아서 부끄럽긴 하지만.... 그리고 불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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