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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번역] 이콜 Y의 비극 (2)

 제 1 막


노리츠키(法月) 경시가 세타가야구 키유텐의 범행현장에 도착한 것은 같은날 오후 아홉시 경이었다. 경시1과 소속이기에 골든위크라 하더라도 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살인사건의 달력에 연휴는 없기 때문이었다.

사체가 발견된 것은 "벨코포"라는 맨션으로 지도 위에는 세타가야구의 북서부, 코우슈 거리와 기치죠우지 거리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게이오센의 치토세가라스야마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미타카, 쵸우후 양 시와의 경계가 바로 코앞, 지어진지 10년 정도의 저층 맨션으로 자동 잠금 장치 (오토록) 등의 방법 설비는 없었다. 밤이었지만 대충 둘러 보기에도 부자들이 거주하는 고급 맨션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요 몇주간, 인접한 양 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강도단에 의한 피해가 속출해서 부근 지역에 특별 경계가 발령중이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습격당한것은 편의점과 점포 사무소 등으로 개인 주택에 침입한 예는 없었고, 시간대도 심야 위주로 초저녁때의 범행은 전무했었다. 물론 강도단에 의한 사상자도 있었지만 정황을 볼 때 이 사건은 관련 여부가 크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현관에 서서 경계임무를 맡고 있던 정복 차림의 세이쥬서 (成城署) 경찰요원이 경례로 경시를 맞으며 상황을 보고했다.

"수고많으십니다. 현장은 206호실. 이층의 제일 안쪽 방입니다"

경시는 보고를 받으며 우편함으로 거주인 이름을 확인했다.

[사카자키 요우스케, 미도리]

아이는 없는 젊은 부부 같았다. 살해된 것은 아내 사카자키 미도리 쪽인가? 경시가 들은 것은 젊은 여성의 교살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뿐으로, 피해자의 이름은 아직 듣지 못했었다.

206호실에는 한발먼저 도착한 구노우 경부가 현장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감식과가 증거 보존과 채취작업을 하는 도중이라, 실내는 발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경시는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평범한 3LDK 타입으로, 피해자 여성은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전화를 놓아둔 사이드 보드가 바로 앞이었다. 옷은 운동복 상의에 청바지 차림. 운동복 상의의 견갑골 부근에 칼자루가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도착이 늦어지기 때문이겠지. 경시는 구노우 경부를 불러내어 여태까지의 조사 상황을 보고받기 시작했다.

"실내에 물건을 뒤진 흔적이 있습니다. 프로의 솜씨는 아니고요. 확실히 예의 무사시노강도단과는 확실히 수법이 다릅니다. 놈들의 범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초보자가 있는 힘껏 방을 뒤진 듯 어질러 놓은 것 처럼 보입니다."
"강도사건쪽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건가. 피해자는?"
"다치가와 아카네. 24세. 키치죠우지의 한 미니-코미 잡지의 편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구노우는 거실 가운데 놓여진 테이블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는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된 원고가 쌓여 있었고, 원고에는 빨간색 볼펜으로 덧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노리츠키 경시는 아들의 방에서 이런 비슷한 물건을 자주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피해자는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인터뷰나 다른 뭔가 테이프를 들으며, 기사 수정같은 진지한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런데, 이 방 거주자와는 이름이 다르구먼. 누군가?"

계속 품고 있던 의문을 입에 담자마자 구노우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무언가 납득한 얼굴로 답했다.

"이곳 부부 중 아내의 여동생입니다. 오늘은 언니에게 부탁받아 집을 봐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인 사카자키 요우스케는 회사의 출장으로 어제부터 집을 비우고 있었고요."
"옳커니. 그렇다면 원래 살고 있던 아내와 사람을 헛갈렸을 가능성도 있겠구먼. 첫 발견자는 누군가?"
"사카자키 미도리. 지금 말한 피해자의 언니입니다. 8시 반에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아내 쪽이군. 그녀가 경찰에 신고한건가?"
"아뇨. 110번으로 신고한 것은 쯔부라야 아케미(円谷朱美)라고 하는 여성으로 이웃 205호의 거주자입니다. 전화도 여기가 아니라 옆집에서 걸려온 것입니다. 정확한 신고 시각은 오후 8시 35분입니다."

"곧바로 이웃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한건가? 그럼 사카자키 미도리는 지금도 205호실에 있는건가?"
"예. 빈혈을 일으켜 침실에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이쪽에서 쉬게하려고 했었지만 거부하더군요. 이제부터 그녀와 직접 경찰에 신고했던 쯔부라야 아케미의 사정청취 입니다만, 경시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사카자키 미도리쪽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같이 가자고. 그런데 시신의 상태도 신경이 쓰이는구먼. 감찰의는 아직 오지 않았나?"

경시는 피해자의 사체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노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곧바로 답했다.

"아까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연휴라서 일손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더군요. 어쨌건 이곳은 감식반 여러분께 맡기고 먼저 저쪽 사정청취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찰의가 도착하면 곧바로 알려달라고 말해놓겠습니다."

바로 옆집인 205호실의 거주자는 30대후반의 부부와 소학생의 아들까지 3인 가족으로 집구조는 이웃집과 완전히 똑같았다. 두사람은 거실로 들어갔다. 구청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 쯔부라야 다카시는 휴일 밤 벌어진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 처럼 입을 앙다물고 있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아내 아케미는 이웃에 면한 벽 한쪽에 기대어 옆집의 수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웃집의 참극 깊은 흥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구노우 경부가 사카자키 아케미의 상태를 물었다.

"조금 더 누워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직도 안색이 나쁘거든요. 얘 나오야! 너는 이제 곧 잘 시간이에요. 어른들의 이야기니까 빨리 너 방으로 가 주렴. 그런데 형사님. 이곳도 이제 위험한 동네가 되는건가요? 방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던데. 그 외국인 강도단, 그놈들의 짓인가요? 도지사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것 같아서, 하여간 무섭네요. 조금만 운이 나빴더라면 우리집이 습격당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케미는 그때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데 이상하네요. 우리집은 오늘은 아침부터 유원지에가서 밤까지 집을 비워두고 있었거든요. 이웃집은 여동생이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왜 비어있던 우리집이 아니라 이웃집을 습격한 걸까요?"

경시는 그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것 같다, 라고 말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노우는 천천히 수첩을 열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오늘 외출하였다고 했는데 어느 유원지입니까?"
"요미우리 랜드였어요. 게이오선으로 한번에 갈수 있기 때문인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죠"

"귀가하신것은 몇시경입니까?"
"밖의 레스토랑에서 일찍 저녁을 먹었으니... 7시 30분 경이었어요. 돌아오자마자 옆집 초인종을 눌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그 때는 집에 없는건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문 이미 그런 상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돌아오자마자 초인종을? 뭔가 이상한 낌새라도 있었습니까?"
"아뇨. 택배가 올게 있었는데 혹 집을 비웠을때 배달이 오면 부재 시 옆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했었거든요. 206호실에 물건을 배달해 놓았다는 연락표가 있어서 물건을 가지러 갔던 것 뿐이에요"

구노우는 순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고장, 혹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최근은 어느 택배업자도 물건을 옆집에 맡겨놓지 않는 것이 통례가 아닌가? 그러나 아케미는 바로 답했다.

"말씀드리자면 사가자키씨 집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이런 일은 전에도 몇번 있었어요.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요. 문 밖에 짐을 그냥 두고 가버리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안심되지 않겠어요? 혹시 의심스러우시다면 연락표를 보여드릴께요"

아케미가 가지고 온 것은 택배업계 No.1인 대기업 야마네코 운송의 부재자 연락표였다. 고양이 얼굴을 모티브로 한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바로 그 회사로, 연락표의 서명은 "벨코포 시모다 205호실 쯔부라야님"이었고 이어진 연결란을 보니 볼펜으로 "29일 17시 42분, 짐을 배달하였지만 부재중이셔서 206호실의 사카자키 씨에게 맡겨 놓았습니다"라고 기입되어 있었다. 담당자명은 이시와타리였었다. 노리츠키 경시는 연락표를 구노의 손에 돌려주고 206호실 상황의 상세한 것을 떠올려 보았다. 아케미가 물었다.

"부엌 입구 앞에 배달된 물건 박스가 놓여있지 않았나요?"
"네. 어쨌건 아주머니. 조금 이것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영업소에 문의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세요. 그 대신 우리 집 물건은 확실히 돌려주셔야 해요. 아직 이웃집에 놓여있는 상태라서... 두번째로 가지러 갔을 때는 이미 사카자키씨도 나도 그놈의 박스 따위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증거품의 압수라고 하시겠지만 요 다음에 박스까지 함께 돌려주셨으면 해요"
"좀 기다려 주십시오"

구노우는 손을 들어 아케미의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두번째로 가지러 갔다니요?"
"그러니까, 사카자키 부인이 막 돌아왔을 때였어요. 아마 8시 반 정도였을까나... 밖의 통로에서 발소리가 들러와서 저는 밖으로 나가 아주머니를 불러 말을 걸었어요. 연락표를 보여주고 말했죠. 배달된 물건을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7시 지나서 한번 벨을 울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까지 말이죠. 사카자키 부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이상하네요? 동생에게 집을 좀 봐달라고 부탁해 놓았었는데요' 라고 말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리고는?"

아케미는 턱에 손을 올리고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 말했다.

"-사카자키 부인은 현관에 열쇠가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벨을 누르며 동생 이름을 불렀어요. 그래도 대답이 없자 '아카네 요것이 혼자서 돌아가 버린 것 같네요' 라고 불평하면서 백에서 자기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어요"

"그 때, 방 불은 켜져 있었나요?"
"아뇨. 그런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동생의 구두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 듯 했어요. '얘가 불도 안 끄고 자고 있나보네. 동생이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해요. 짐은 지금 바로 가져다 드릴께요' 그런 이야기를 하며 사카자키 부인은 저에게 사과하면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곧바로 그게 비명으로 바뀌었고 사카자키 부인이 안에서 맨발로 뛰쳐나왔어요. 저도 정말 놀랐어요"

"그럼 동생분의 시체를 발견한 사카자키 부인이 이 댁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반대였던 것이군요. 당신도 방안에 들어가셨나요?"
"예. 그럼 안되는 거였나요? 그래도 사카자키 부인이 '동생이.. 동생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방 안을 손가락으로 가르켜서, 듣는것 만으로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알 수 없잖아요? 보통때는 항상 똑 부러지는 성격인 사람인데 그때는 정말 정신이 나간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카자키 부인을 복도에 남겨둔채 저도 안을 살짝 기웃거려 보았어요. 그랬더니 사람이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거 아니겠어요! 힐끗 보았지만 칼에 찔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가가서 천천히 몸에 손을 대 보았지만 그때는 이미___"

아케미는 그 때는 입을 다물고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구노우 경부는 계속 물었다.

"피해자의 몸에 손을 댄 것 말고는 뭐 다른 물건을 움직이거나 만진 것이 있으십니까?"
"아뇨. 그때는 정말이지 더이상 그곳에 있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렸기 때문에 배달된 물건에 대한 것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구두도 뒤집어 신은채로 그 집을 뛰쳐나왔어요. 밖에 있던 사카자키 부인도 끌어당기듯이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집에 돌아왔죠. 사카자키 부인은 그 쇼크때문에 지금도 누워있고... 어쨌건 저는 남편이랑 아이가 도대체 무슨 일로 놀랐냐고 채근하는 것도 무시한채 110번을 눌렀어요. 그 뒤는 경찰이 출동했고... 그 때부터 이 집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았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그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7시 30분에 외출에서 돌아오셔서 8시 30분에 사카자키 부인이 귀가할때 까지 혹 옆집에서 사람의 목소리나 싸움소리같은 것이 들리지 않았습니까?"
"아뇨. 배달된 물건을 가지러 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으면 곧바로 눈채챘을 거에요"

남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다카시는 대답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노우는 경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뭔가 더 질문할 것이 있냐고 물었다. 경시는 조금 생각해 본 뒤 아케미에게 말했다.

"살해당한 사카자키 부인의 동생분과는 이전부터 면식이 있었습니까?"
"음.. 얼굴은 알고 있었어요. 자주 놀러왔기 때문에 몇번인가 복도에서 인사한 정도였어요. 이야기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죠"

"사카자키씨 쪽은요? 어제부터 출장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신쥬쿠의 여행 대리점에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출장이 많기도 해서 자주 보기도 힘들죠. 언제나 집에 있어서 왕래하는 부인과 비교해 본다면 사카자키씨는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사카자키 부인 주변에 최근 뭔가 이상한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는 않으셨습니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던가, 가까운 곳에서 수상한 사람을 보았다던가"
"스토커 같은 것 말인가요? 강도 사건이 아니었나요? 뭐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요. 아 그렇게 말한다면-"

"뭔가 생각나는 것이라도?"
"음, 지금 말씀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요"

아케미는 순간 눈빛이 변하며 입을 살짝 가렸다. 그리고 사카자키 미도리가 쉬는 침실쪽을 한번 쳐다보고 속삭이듯 말했다.

"최근 사카자키씨는 남편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눈치더라고요. 언젠가는 불륜이라도 하지 않는가 의심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심각하게 물어본적도 있어요"
"그럼 안돼잖아 아케미.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카자키씨 부인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야?"

쯔부라야 다카시가 아내를 타박했다. 아케미는 남편의 얼굴과 침실쪽을 교차하여 바라보고 '하지만-' 이라고 말한 후 금새 고개를 숙인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행히 침실쪽에서는 별 반응도 없었지만 순간 거실에 불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벨이 울리는 소리였다.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케미가 벌떡 일어나 현관 문을 열러 갔다. 곧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형사님. 지금 감찰의가 도착했다고 하네요-"

당번의 감찰의는 얼굴은 익히 알고 있는 나카지마라는 남자였다. 아들과 같은 연배로 노리츠크 경시로부터 보여지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나이였다. 그는 도착이 늦어진 것과 그 이유를 잠깐 보고한 뒤, 곧바로 사체의 검안에 들어갔다.

"등의 찔린 상처로부터 출혈은 별로 없습니다. 그 대신 입에서 많은 피를 토한 흔적이 보입니다. 칼끝이 폐를 상처내지 않았나 싶네요. 칼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서 폐 속의 혈액이 역류해 호흡 곤란으로 질식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직접적 사인입니다"
"즉사했나?"

구노가 서둘러 질문했다. 나카지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찔린 순간부터 사망할때까지 어느정도는 의식이 있었을 겁니다. 왼손이 피를 토하는 것을 막으려고 입을 누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바닥 위를 기어서 이동한 흔적도 있고요. 몸 아래 숨겨져 있지만, 자 보십시오. 몸에 눌려 가려졌지만 확실한 흔적이 있습니다"

경시는 나카지마가 가리킨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럼 찔린 장소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테이블 앞에 앉아 뭔가 쓰고 있는 도중에 뒤에서 갑자기 습격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시에 찔렸달까요. 그 외의 외상은 없고, 찔리기 전에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칼의 각도와 사체의 자세등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단정지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시나"

감찰의의 답이 자신의 추정과 일치한것에 경시는 만족을 표현했다.

"사이드 보드에 전화가 놓여 있어서 바닥을 기어서 이동해서 전화기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너무 높았던 거군. 피해자는 전화로 구조를 요청하려 했지만 수화기에 손이 닿기 전에 힘이 빠져버린것 아닐까?"
"그렇군요- 아니 조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손에 뭔가 쥐고 있습니다"

나카지마는 서둘러 사체의 오른손을 조사했다.

"볼펜같습니다. 엄청나게 꽉 쥐고 있네요. 손을 조금 벌려 보겠습니다"
"신중히"

구노가 답했다. 나카지마는 감촉을 확인하며 사체 오른손 손가락을 한개 늘려보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후경직이 시작됐습니다. 이 느낌은 사후 약 3시간 정도겠네요"

경시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사망 추정 시각은 6시 반이라는 것인가"
"전후 30분 정도 오차를 둔다면 6시부터 7시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법해부에 들어갈때 까지 확답은 할수 없지만 어쨌건 그 정도일 겁니다- 꺼냈습니다. 이것은 그쪽에서 처리해 주십시오. 유체쪽은 이제 운반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가 쥐고 있었던 것은 버튼식의 2색 볼펜이었다. 색은 적과 흑. 검은 쪽의 버튼이 눌러져 있었고 앞의 볼 홀더가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상태였다. 경시는 구노우와 얼굴을 서로 마주 보았다.

"뭔가 써서 남기려 한 것은 아닐까? 범인의 이름이라던가"
"그럴지도 모르죠"

곧바로 경시는 사체 주변을 조사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이드보드의 전화 옆에 놓여진 메모패드와 펜 거치대 셋트였다. 팬 거치대에는 뚜껑을 덮은 검은 사인펜이 꽂혀 있었다.

메모패드의 제일 위의 종이는 새하얀 백지였다-

경시는 낙담의 한숨을 토했다. 그러나 곧바로 매보패드 우상단에 찢긴 메모지의 일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가 바로 전의 한장을 급하게 찢어낸 것 같았다. 경시는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어 메모페드를 불빛에 비추어 자세히 보고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메모 용지 한 가운데에 뭔가 눌러 쓴 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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