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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1

[번역] 이콜 Y의 비극 (5)

에필로그 [무대 뒤에서]


꽉 막혀 도무지 진전이 없던 수사 선상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돌파구가 열린것은, 다치가와 아카네가 살해된 뒤 5일이 지난 5월 3일, 헌법 기념일의 일이었다.

그 날 아침, 세이쥬서의 수사본부에 얼굴을 내민 노리츠키 경시는, 수사관 한명으로부터 기묘한 보고를 들었다. 세타가야 서 관내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 수사에 관련하여, 어제 동서로부터 사카자키 부부에 관련된 사항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타가야 서 관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고 한다면, 4월 30일 저녁, 타이지도우의 공원에서 나고야에 살고 있던 여성이 강도에게 습격당해 죽은 사건의 일인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여성이, 살해당하기 전날 [벨코포 시노다]의 206호실에 전화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사카자키 부부 집에 전화를?"

여성이 살해당하기 전날이라고 한다면, 다치가와 아카네가 살해당한 4월 29일의 일이다. 연속해서 일어난 이 2개의 사건에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경시는 지푸라기 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곧바로 세타가야서에 연락하여, 30일에 일어났던 강도 살인 사건에 관한 수사정보를 이쪽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부터 계속 생각한 뒤 집에 전화를 걸어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웠다.

" 무척 급한 일이라서 그러니 곧바로 세이쥬서까지 와 주었으면 좋겠구나"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4월 30일 오후 2시 30분경, 타이지도우 X쵸메의 공원의 공중 화장실에서, 20대 후반의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발견한 것은 근처의 주부로, 목에 나일론 끈이 감겨져 있었다. 누군가가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은 명백했다.

사망 추정 시각은 그날 오후 1시 30분 전후. 백주 대낮의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목격정보는 없었다. 사체에 난폭한 짓을 한 것 같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지갑 등의 소지품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당초 사건은 노상강도에 의한 범행으로 생각되었다.

소지품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원은 곧바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공원 쓰레기통에서 차 공원 호텔이름이 적힌 봉투가 발견되었고, 지문 등으로부터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물건이라는 것이 판명. 종이 봉투의 내용물은 결혼식의 초대장으로, 짐을 줄이기 위해 범인이 버린 것 같았다. 곧바로 호텔에 문의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신원이 확인되었다.

피해자는 나고야 시에 거주하는 토고 유카리라고 하는 28세의 여성으로, 4월 29일 아침,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신칸선으로 상경했다고 했다. 그날 밤은 피로연 잔치 때문에 호텔에서 1박한 뒤, 살해당한 당일 오전 11시에 호텔을 체크 아웃 했다고 했다. 양친에 따르면 유카리는 도쿄의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도내의 회사에서 근부하다가 2년전에 나고야로 돌아와 집안 일을 돕고 있었다고 했다. 30일은 도쿄의 동창 친구와 만난 뒤, 밤까지 나고야의 자택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했다.

살해당하기 직전 피해자의 발자취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옷 주머니에서 새것인 성냥 상자가 발견된 덕분이었다. 그 성냥 상자에 범행 현장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상점가에 위치한 카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카페 [카자미도리]의 주인은, 피해자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토고 유카리는 학생시대부터 가게의 단골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곤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방문이 점차 뜸해져 슬슬 얼굴 보기 힘들어 졌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0일 오후, 시계바늘이 1시를 가르키기 직전에 유카리가 오랫만에 가게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친구 결혼식때문에 상경했다가 들렸다고, 대학 동창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었습니다만-"

그러나,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만날 상대는 오지 않았고 유카리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때에, 가게에 남자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와서 '그곳에 토고 유카리라고 하는 여성분은 계십니까?' 라고 물었다. 시각은 1시 10분경. 주인은 유카리에게 전화를 건네주었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유카리는 곧바로 상대와 이야기 했고, 이야기가 끝나자, 만나기로 한 상대는 오지 않게 되었다고 주인에게 말하고, 서둘러 계산을 했다. 그 때 '담배는 피지 않지만, 모처럼 가게에 온 기념으로' 라고 말하고, 계산대에 놓여 있던 가게 이름이 들어간 성냥 상자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 넣었다고 말했다-

노리츠키 경시는 타이지도우의 사건 개요를, 요약해서 아들에게 설명했다. 린타로는 잠버릇 탓에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사건 내용은 대체로 알겠습니다만, 그것과 [벨코포 시모다]의 사건과의 사이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재촉하지 말거라. 토코 유카리가 숙박한 호텔 프론트를 조사한 결과, 객실에서 걸은 전화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더구나. 유카리가 전화를 건 것은 29일 오후 5시 2분부터 4분까지의 하나 뿐이였다. 그런데 건 곳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그것이 세타가야구의 맨션 [벨코포 시모다]의 206호실이라는 것이 밝혀졌거든"

경시가 그렇게 말하자 린타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카자키 부부의 집이요?"
"그렇다. 아직 본인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토고 유카리와 사카자키 미도리는, 확실히 같은 대학에 적을 두었던 동급생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30일 오후ㅡ 유카리가 타이지도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해서 기다렸던 상대라고 한다면, 사카자키 미도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
"토고 유카리의 29일 오후 6시대의 알리바이는? 설마 그 다이잉 메시지는 (=)등호 (토고), Y의 말을 조합했을 지도..."

경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아니다. 유카리는 친구 결혼식의 피로연에 출석한 뒤, 오후 6시부터 롯퐁기의 가게에서 끝날때 까지 2차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밤은 늦을 때까지 술을 마셨던 것이 확인되었다. 같이 있던 회사시대의 친구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에, 알리바이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지. 그렇다는 것은, 토고 유카리가 [벨코포 시노다]의 사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란다"

경시는 거기까지 말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린타로는 턱에 손을 대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2시 지나서 전화를 걸어왔던 남자라고 말하신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군요"
"아아, 아마 그 남자가 유카리를 살해한 범인일거야. 뭔가 구실을 대고 유카리를 가까운 공원까지 유인해 낸 뒤, 그 장소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겠지. 밝혀진 대로 계획적인 범행이야. 지나가던 강도의 짓은 아니야. 소지품을 훔쳐간 것은, 강도를 당한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일 뿐이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면, 범인은 어떻게 유카리가 그 카페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카자미도리]라고 했죠? 가게 이름은"
"그렇다"
"- 어? 잠깐 기다려 주세요"
린타로는 눈을 감고, 카자미도리, 카자미도리 라고 여러번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등을 곧게 펴고 번쩍 눈을 떴다.

"그렇구나. 그 다이잉 메시지는 그런 뜻이었구나!"
"뭔가 알아낸거냐?"

경시가 조심조심 물어보자, 린타로는 싱긋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쯔부라야 아케미 범인설이 부정된 것에 대한 휴유증은 없는 듯 했다.

"예. 이번에는 틀림 없습니다.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조금 정리해 보도록 하죠- 토고 유카리는 29일 오후 5시를 지나 [벨코포 시노다]의 206호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마 유카리는, 학생시대의 동급생이었던 사카자키 미도리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겠지만, 미도리는 그 때, 담편 애인 맨션을 감시하고 있어서 집에 없었죠. 전화를 받은 것은 집을 지키고 있던 동생 아케미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아카네는 그때까지는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했었죠. 유카리의 용건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수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다음날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이었겠지. 혹은 전에 약속을 했었다면, 그 확인을 하기 위한 전화였을 수도 있고. 시간이나 만날 장소 같은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전화를 건 흔적이 없는 이상, 유카리는 집을 지키고 있던 동생 아카네에게 언니에게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자연스럽겠죠?"
"흠, 그래서?"
"다음날 유카리의 발자취대로라면, 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토고 유카리씨로부터 전화. 타이지도우의 [카자미도리]라는 카페에서, 오후 1시에 만나자] 최소한 이 정도의 정보를 아카네에게 전해준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유카리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카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녀는 확실히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 전화 옆에 놓여져 있던 메모 패드에 지금 말한 내용을 기록했던 것입니다. 거실의 사이드 보드 위에 메모용의 필기용구가 없었나요?"

라고 린타로가 물었다. 경시는 범행 현장의 상태를 떠올렸다.

"음, 그렇게 말하니, 메모 패드 옆에 검은 사인펜이 있었던 것이 기억 나는구나"
"검은 사인펜. 그것으로 분명해 졌습니다. 아카네는 유카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만날 장소와 시간의 메모를 적었다- 그러나 [風見鷄 (카자미도리)]라고 하는 가게 이름이나, 喫茶店(카페)라고 하는 단어는 항상 한자를 적는 것은 획수가 많기 때문에 메모에 적는 것은 귀찮은 글자죠.  전화를 계속 하던 도중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미도리는 히라가나나 가타가나로 생략하여 메모를 남긴 것이 분명합니다. 종이와 펜을 좀 주시겠습니까? 뭐 이런 식으로-"


"아카네가 살해당할때 까지, 이 메모는 메모 패드 제일 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그녀가 누군가에게 등을 찔리고 빈사 상태로 범인을 가리키는 단서를 남기는 순간에도 메모 패드 위에 이 문자열이 있었던 것이죠. 우리들이 그 가능성을 놓쳤던 것은, 아카네가 메시지를 적은 메모를 사인펜으로 후루룩 써서 2장째의 종이에 흔적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그 다이잉 메시지는, 새 메모지에 써서 남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글자가 적혀 있었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완전한 실수야. 그런데 그렇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는 사인펜으로 쓴 메시지 메모 위에 붉은색 볼펜으로 이콜 Y라고 써서 남긴 것이었군"
"그렇습니다. 이런 식이죠"


"아카네는 범인에게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빨간 볼펜을 써서, 미니-코미 잡지의 인터뷰 원고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최후의 체력과 기력을 짜내어 단서를 써서 남겼을 때도 편집자로 일하던 발상의 연장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는 등호가 아니고 문자열을 소거하기 위해 쓰는 이중선, [Y]는 필요한 문자를 보충하기 위해 사용하는 삽입기호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어쨌건, 그녀는 메시지를 쓰던 도중에 힘이 빠져서 삽입해야 하는 문자를 써 넣지는 못했죠. 메시지를 완성하기 전에 숨이 끊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미완성이라도 이 문자열을 본다면 그녀가 추가로 써 넣고 싶었던 문자가 무엇인지는 일목요연합니다. 다름아닌-



"-사카자키 미도리인가... 하지만 미도리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네. 전에도 그렇게 말했을텐데?"

경시가 의견을 내자 린타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아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미도리의 진술을 다시 한번 잘 검토해 보도록 하죠. 사건의 관계자가 사카자키 미도리의 모습, 아니 목소리라도 실제로 확인한 것은, 오후 5시 30분 이전과 7시 20분 이후의 일에 한정되는데, 그 사이에는 2시간 가까운 공백이 있습니다. 그 정도의 사간 여유가 있다면, 전차를 갈아타서 세타가야의 시노다 까지 왕복하고, 동생인 아카네를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말한다면야 미도리의 알리바이는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러나 그 2시간 사이에 미도리가 계속 남편과 그 애인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 않나? 특히 6시대의 미도리의 진술은 모조리 사카자키의 행동과 부합하고 있다. 만약 그 때, 미도리가 니시나마 마유미의 맨션으로 부터 떨어져 있었다면, 어떻게 해서 사카자키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했겠니?'
"단순합니다. 너무나 단순해서 오히려 맹점에 빠져버린 것이죠. 미도리가 남편과 공모해서 미리 그 날의 행동에 관해 입을 맞춰 놓았다고 한다면 어떻습니까?"

경시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미도리가 사카자키와 공모했다고? 그런 바보같은!"
"그렇게 바보같은 것입니까?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은 침식을 같이하는 부부였습니다. 운명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죠. 사전에 세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세세한 곳 까지 입을 맞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었겠죠. 범행 당일, 사카자키가 그 시나리오 대로 행동하기만 한다면, 마유미의 맨션에 숨어서 감시하지 않아도 미도리는 그 사이의 움직임을 손에 잡듯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뒤에는 사람들 앞에서 두사람의 부부 사이가 위험한 것 같은 연기만 하면 되지요"
"- 기다려라. 자, 배달 피자의 건은 어떻냐? 미도리는 7시 조금 전에, 피자 배달원이 마유미의 맨션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 일은 그 장소에 있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 아니냐?"
"아뇨. 그것도 아닙니다. 미리 배달 시각이 7시 전후가 되도록 사카자키가 타이밍을 맞춰서 피자를 주문하도록 마유미에 시킨 것일 뿐입니다. 확실히 그 전후의 미도리의 진술은 시간의 기억이 애매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피자 배달원도 미도리의 모습은 보지 못했고요"

"그렇게 한다면 구노 경부가 생각했단 사카자키와 마유미의 공모설과는 반대로, 니시나마 마유미는 간접적인 알리바이 증인으로 삼기 위해, 사카자키 부부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란 말이냐?"
"아마도, 그렇겠죠"

라고 린타로는 동의했다.

"사카자키 부부의 계획의 교묘한 점은, 니시나마 마유미에게 알리바이가 성립 하는 것 같이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미도리의 입으로 그녀가 범인이라고 고발하게 한 점입니다. 물론 그들은, 마유미에게 아카네 살인을 뒤집어 씌울 생각은 전혀 없었죠. 다만 마유미의 알리바이가 성립한다는 것을 경찰에게 확인 시키면서, 반대로 마유미와 사카자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한 미도리의 알리바이를 보강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제 3자일 뿐인 마유미를 끌어들인 것도, 부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언뜻 보기에는 미워하는 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시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드디어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것을 느꼈다. 린타로는 계속 말했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려 보지요. 미도리가 이 다이잉 메시지를 눈치챈 것은, 범행 직후는 아니고 8시 30분에 집에 돌아와서 사체의 발견자를 가장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미도리는 메모패드를 보고, 그곳에 자신의 이름이 거의 적혀 있는 것에 깜짝 놀라, 메모 용지를 찢어서 숨겼습니다. 그 때, 한장 아래의 종이에 볼펜 자국이 남아 있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흠. 그렇게 된다면 이 전날 밤, 너가 쯔부라야 아케미에 관해서 세웠던 가설은, 그대로 사카자키 미도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겠군. 그러나 미도리가 범인이라면, 2색 볼펜의 글자색을 검은색으로 바꾸어 놓은것은 왜지? 검은색 잉크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빨간 색을 싫어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에에 굉장히 사소한 것이지만, 이유는 확실합니다"

"어떤 것이지?"
"미도리가 남긴 단서는, 단적으로 말한다면 [수정해 넣는다] 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범행 현장의 상황을 머리속에 떠올려 주십시오.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아카네가 수정하고 있던 인터뷰 원고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메모패드의 메시지와 동시에 그것을 본 미도리는 [수정해 넣는다]라고 하는 말을 연상해서, 당연히 그것을 피하려고 서둘러 볼펜의 글자색을 바꿨겠죠."

경시는 목을 숙이고, 불만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미도리는 그렇게까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었을까? 메모 용지를 찢어 낸 이후에는 [킷사카자미도리]라고 하는 원래의 문자열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수정하던 뭘하던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는 없어진 것 아니냐?"
"아뇨. 아버지. 잊어버리면 안되는 것은, 그 시점에는 그 메모를 남기게 한 토코 유카리가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에, 뭔가의 우연으로 아카네가 남겼던 메모의 내용이 밝혀질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에 미도리는 생각을 거듭, 아카네의 메시지가 문자 그대로 [수정해 넣는다]라는 것을 숨기려 했던 것이죠. 아마도, 유카리가 미도리가 집에 없었을 때 전화를 걸었던 것 자체가 미도리에게는 정말로 예상외의 사고였기에, 그 시점에는 아직 그녀의 입을 봉하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겁니다"
"역시나"
"미도리가 당황하고 급해진 것은, 사정청취를 받고 있던 도중에, 이콜 Y라고 하는 볼펜 자국이 메모페드 아래 용지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된 때라고 생각합니다. 망연자실한 미도리는, 간신히 그 형태가 니시나마 마유미의 仁이라는 글자와 닮았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럭저럭 그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유카리를 살해할 결의를 굳히게 된 것은 그 때, 그 순간임이 분명합니다. 유카리의 입으로부터 [카자미도리]라고 하는 카페의 이름이 드러난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지도 몰랐기 때문이지요"

경시는 그 때의 일을 떠올렸다. 확실히 린타로의 말대로였다. 메모 패드를 보던 순간, 미도리가 숨을 멈췄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다만 경시는, 그녀의 반응이 의미하는 것을 완전히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경시는 기분을 돌리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의 말 대로, 사카자키 부부가 공모했다라고 한다면, 토고 유카리를 살해한 것은 미도리가 아니라 남편 사카자키의 짓일 가능성이 높겠군. 사카자키가 세이쥬서에 출두했던 것은 30일 오후 3시를 지났을 때였다. 유카리의 사망추정시각은 오후 1시 30분경. 타이지도우의 공원에서 그녀의 입을 봉한 뒤, 흔적을 없에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세이쥬서에 나타날 여유는 충분히 있었겠구나"
"그렇습니다. [카자미도리]에 걸려왔던 전화도, 남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사카자키 부부는, 사람 앞에서는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 연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범행을 위해 연락용 휴대전화를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미도리는 메모 패드에 남겨진 메시지로부터, 토고 유카리가 30일 오후 1시에 타이지도우의 카페에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남편에게 사정을 이야기해서, 선수를 쳐서 유카리의 입을 봉하라고 명령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기는 뭐지? 사카자키 부부가 이 정도의 수단을 동원해서 연극을 꾸미면서 까지, 동생 아카네를 살해할 수 밖에 없었던 동기는?"

린타로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어이어이 아버지.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아버지의 일 아닌가요?"

******

세이쥬서에 임의출두를 명령받은 사카자키 교우스케가 범행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3일후의 일이었다. 기운을 잃고 어깨를 늘어트린 사카자키의 입에서 사건의 전모와 다치가와 아카네 살해의 동기가 밝혀지게 되었다.

다치가와 아카네 살해 범인과 알리바이 공작에 관해서는, 대부분 린타로가 추측한대로였다. 곧바로 사카자키는 토고 유카리를 타이지도우의 공원에 불러내어, 그 자리에서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29일 심야에 휴대전화를 통해 미도리가 범행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사카자키는 20일 오후 [카자미도리]에 전화를 걸어 '아내가 급한 병으로 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내가 말했던 가게에 가려고 했지만 장소를 잘 알지 못해서 찾기가 어렵다. 가까운 공원에 있으니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유카리에게 전했다. 사카자키는 몇번 아내와 같이 토고 유카리와 만난 적이 있어서, 그녀는 공원에 와서도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다. 준비한 나일론 끈으로 목을 조를 때에도 거의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카리의 가방을 가지고 간 것은, 강도의 범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은 아니었고, 그녀의 휴대전화를 처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유카리가 [벨코포 시모다]에 전화한 것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유카리가 호텔 객실 전화로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사카자키는 굉장히 허탈해했다.

사카자키는 토고 유카리의 살해가 결국 실패한 범행으로 끝나 버린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카리가 전화를 걸어왔던 것은, 계획외의 사고였고, 아카네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의 의미를 깨닫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카리가 아카네의 죽음을 알기 전에, 입을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메모 패드의 적혀진 메모를 본 미도리는 유카리가 휴대폰으로 전화 했다고 생각해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그녀의 번호를 걸어 보았지만, 그 번호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것 같았다. 새로운 휴대폰 번호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유카리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카자미도리]에서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것도 이것 역시 너무나 위험한 방법으로 보였다고 했다.

또한 밝혀진 것은, 사카자키 부부가 아카네의 살해을 떠올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사카자키가 니시나마 마유미와 불륜의 관계에 빠진 것이었다. 마유미는 돈 씀씀이가 헤픈 여자로, 사카자키가 돈을 계속 쏟아부어도, 바닥이 없는 눞과 같아서 좀 더, 좀 더라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여자의 기분을 계속 맞추어 주기 위해 사카자키는 결국 회사의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들통나지 않고 맛을 들여 회사의 장부를 조작해서 결국 백만단위의 돈을 횡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마저 사내에 퍼지게 되어 6월의 결산기를 앞두고 사카자키는 자신의 목을 지키기 위해 조급히 장부의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안되는 궁지에 몰렸다.

그렇다 해도, 그만한 돈을 쉽사리 융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카자키는 고민끝에 아내 미도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 없는지 상담했다.

"이것을 기회로 니시나마 마유미와 완전히 손을 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뭔가 당신을 도울 방법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미도리는 말했다. 수년전, 미도리의 양친이 차례로 돌아가신 직후, 두 자매가 서로를 의지하기 위해 동생 아카네와 같이 서로를 상호 수취인으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고 했다. 아카네를 살해, 사망보험금을 받아넨다면, 지금까지의 회사 장부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사카자키는 처음에는 아내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카자키 이상으로 미도리 쪽이 진심이었다. 그 진심에 이끌려 가게 되어, 곧바로 사카자키도 아카네를 살해하는 일을 결의하게 된 것이었다. 사카자키에게도 생각이 닿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미도리와 결혼하고 얼마간이 지나서, 대수롭지 않은 불장난의 결과로, 동생 아카네와 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다. 서로가 거북했기에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미도리는 그 사실을 희미하게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출장으로 집을 비웠을때에 한해서만 동생을 집으로 부른것은,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탓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카네의 살해에는 1개월전부터 시간을 들여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했다. 니시나마 마유미를 알리바이 증인으로 세우자고 말한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미도리 쪽이었다. 아니, 그것에 한해서가 아니라 모든 계획과 실제 범행 전부에 있어서 주도권을 쥔 것은 아내쪽이었다. 범행당일이 가까와 오자, 사카자키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진짜 동기는, 보험금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물론 동생에 대한 질투때문도 아닌것 같습니다. 나를 생각하는 대로 조종해서 같이 범죄에 손을 담그도록 움켜쥔 뒤, 영원히 자신의 손에서 내가 도망칠 수 없도록 속박하는 것, 미도리는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이번 범행계획을 세운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한편, 아내 미도리는 범행을 부인. 의연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PS :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재미있으셨나요? 오타와 의역 투성이라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내용 전개는 되는 수준이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으셨으면 감상이라도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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