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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2

메종 잇코쿠 - 다카하시 루미코 : 별점 5점

메종일각 신장판 15 - 10점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메종일각 (메종 잇코쿠)라는 허름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숙생(?)인 고다이와 관리인 오토나시 교우코의 사랑 이야기.

단순히 내용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뻔합니다. 별볼일 없는 주인공에게 계속 여자가 생겨서 3각, 4각관계로 까지 발전하는 전개와 캐릭터, 설정 모두요. 3류 대학 출신에 변변한 직장도 없고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은 주인공 고다이는 80 ~ 90년대를 넘어 현재진행형인 스테레오 타입 주인공의 원형에 가까우며 이 주인공이 그에게 과분한 여러 미녀들, 교우코를 비롯하여 고즈에, 야가미 등과 얽히는 과정과 전개 모두 뻔하기 그지 없거든요. 부잣집 아들이자 본인 자신마저 외모와 능력 모든 면에 있어 뛰어난 라이벌 미타카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면이 작품이 이러한 뻔한 설정의 원조격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기에 이러한 비난 자체가 타당하진 않겠죠. 외려 지금 발표되는 러브 코미디물과 비교해서도 뒤떨어 지지 않는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 같은것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주인공 고다이가 작품 끝까지 별볼일 없다는 것. 갑자원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농구로 전국제패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지금 보아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합니다. 거기에 등장인물들 모두 약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름 현실감 있게 내용이 진행되는 것도 굉장히 와 닿고요. 그리고 전에 쓴 적이 있던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와 대립각에 서 있는 여주인공 -그야말로 "성인"인- 오토나시 교우코가 특히 인상깊었었죠. 미망인이라는 설정이 이러한 느낌을 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현재의 귀여운 "누님"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해 주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오로지 만남과 대화, 혹은 편지나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만 사랑이 진전되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세밀하고 루미코 여사 특유의 개그와 유머 속에서도 점차 가슴저린 느낌을 가져다 주는, 80년대 아날로그 러브 코메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 작품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나보다 오래 살아요"는 정말이지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80년대 베스트 명대사를 꼽으라면 분명 꼽힐만한.

21세기가 된 지금에야 많이 빛이 바래었을 수도 있지만 언제 어떤 편을 읽어도 저에게는 옛 추억과 더불어 항상 가슴 뭉클함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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