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해문출판사 |
소꼽친구였던 토미와 터펜스는 전쟁이 끝난 후 런던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의기투합한 둘은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청년 모험가 회사"를 설립하는데 그들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휘팅턴이라는 인물이 바로 사건을 의뢰하고 터펜스가 즉석에서 말한 "제인 핀" 이라는 이름 한마디로 인해 둘은 큰 수수께끼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둘은 정부 기관원 카터로부터 그녀가 루시타니아 호 침몰때 중요한 서류를 넘겨받아 보관하고 있으며 현재 그 서류의 존재가 대영제국의 존망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정부의 비공식 첩보원으로 일하며 그녀와 서류의 행방을 뒤쫓는 일을 제안 받는다. 제인 핀의 미국인 사촌이자 대부호인 줄리어스와도 친분을 쌓으며 토미와 터펜스는 서서히 "브라운"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위험한 조직의 핵심에 접근해 나아가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두번째 장편이자 "부부탐정"으로 유명한 토미-터펜스의 첫 주연 데뷰작. 예전에 해문에서 출간된 아동용으로 읽었었지만 헌책방에서 싸게 팔길래 옛 기억을 되새길겸 해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위에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놓았지만 추리물보다는 모험물이죠. 그러나 여사님의 전공을 반영하듯 몇몇 추리적 장치들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브라운"의 정체가 합당한 복선에 의한다는 것, 간호사 복장에 대한 심리적 장치 -간호사 복을 입으면 다 똑같아 보인다는-, 그리고 "마거릿" 이라는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 등 재미를 더해주는 여러 요소들이 쏠쏠하게 등장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여사님의 초기작 (두번째 장편) 답게 약점도 눈에 많이 띕니다. 가장 큰 약점은 뭐니뭐니해도 이 소설이 순전한 "우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두 젊은이가 모험가 회사를 설립한 직후 휘딩턴에게서 의뢰를 받는다는 우연, 그리고 그 전에 그들이 나누던 대화의 한 부분에서 기억한 즉흥적 대답에 따른 사건 전개 등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모험의 거의 대부분이 순간순간의 우연한 요소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입니다. 치밀한 설정보다는 왠지 여사님이 즐기면서 쉽게쉽게 써 내려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에요.
때문에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여사님 소설 주인공중 가장 쾌활하고 즐거운 토미-터펜스 컴비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는 있으며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는 유쾌한 활극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가끔 이런 식으로의 기분 전환은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겠죠? 가벼운 읽을거리를 원하시는 추리소설 초심자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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