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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9

[번역] 이콜 Y의 비극 (3)

제 2 막


경시는 뭔가 발견했다는, 성취감에 들떠 미소를 띄며, 메모패드를 구노우에게 건네주었다. 구노우는 상사와 똑같이 눈을 의심하며 메모패드를 몇번이나 돌려 보았다.

"볼펜 자국이네요. 이콜 (=) Y 라고 읽을 수 있겠군요"
"자. 이게 바로 다이잉 메시지라는 놈이야. 우리 아들놈이 듣는다면 기뻐서 펄쩍 뛰어오를지도 모를 단서라구"

"그런데 피해자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써서 남긴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무슨 소린가?"

돋보기를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경시는 자신에 가득찬 목소리로 답했다.

"피해자는 전화 수화기에는 손이 닿지 않았지만 메모패드는 손을 뻗어서 잡을 수 있었을거야. 그리고 습격 당했을때 마침 쥐고 있던 볼펜으로 간신히 범인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남긴 거라고. 아마도 칼에 찔리기 직전, 혹은 찔린 직후에 범인의 얼굴을 본 것이겠지. 피해자를 찌른 범인은 그때는 그녀가 즉사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실을 나가 강도가 든 것 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방을 뒤집어 놓았을테니 미처 그것을 막지 못한거지. 메모 패드의 메시지를 눈치챈 것은 위장 공작을 끝내고 이곳에 돌아온 뒤였을 것이네. 메모패드는 마루 바닥 위, 피해자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을거야. 범인은 그것을 집어들어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는 제일 윗장을 뜯어낸 뒤 사이드 보드의 원래 위치에 올려 놓았겠지. 그것만으로도 증거를 인멸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볼펜 자국이 아래 종이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네. - 이 설명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
"딱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잠깐 생각하던 구노우가 답했다. 경시는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뭔가?"
"감찰의의 판단으로는 피해자는 테이블에서 문서작성을 하던 도중에 습격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칼에 찔린 직후에도 눈 앞에는 원고 뭉치가 놓여 있었겠죠. 그 경우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종이를 집을 수 있는데 왜 사이드 보드가 있는 곳 까지 기어가서 전화용 메모패드에 메시지를 남기려 했을까요?"

"좋은 지적이군. 그러나 그 의문도 간단히 설명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 피해자는 등을 찔렸던 순간, 그 충격에 의해 볼펜을 손에서 떨어트린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볼펜이 테이블 위를 굴러 사이드 보드 앞 까지 굴러간 것이 아닐까?"
"역시나, 테이블 주변에 다른 필기용구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군요. 말씀대로라면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볼펜을 주으러 사이드보드까지 기어갈 수 밖에 없었겠군요. 볼펜을 집어들었을 때에는 이미 이동하는데 체력을 거진 전부 소진하였을테고...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마침 가장 가까운 곳에 놓여있던 메모패드에 손을 뻗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조금은 이른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범인은 단독범일걸세. 공범이 있었다면 피해자가 메시지를 남길 여유, 가능성이 거의 없었겠지. 그리고 메모패드의 찢다가 남겨진 조각이 오른쪽 상단에 있는 것으로 보면 범인은 오른손잡이일 가능성이 높겠군. 뭐 여기까지는 상상의 영역에 지나지 않네만, 감식에 메모패드와 볼펜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겠네. 지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는 아니네만, 뭔가 다른 것이 밝혀질지도 모르잖나?"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메시지가 이 정도뿐이라는 것은 뭔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군요. 이렇게 판단하기 어려운 기호같은 것 보다는 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써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쓰는 도중에 힘이 빠져버린것이 아닐까? 또 우리들이 보기에는 알수 없지만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이 본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피해자의 언니에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겠구먼. 사체를 운반해 나가면 곧바로 사카자키 미도리를 이곳으로 불러와 주었으면 하네"

구노우는 두어번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떠오른 듯,

"아까 쯔부라야 아케미의 증언에 대해서는 경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그 남편의 불륜에 대한 증언 말인가? 확실이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더군. 남편 사카자키 쿄우스케가 출장으로 집을 비웠다는 타이밍도 뭔가 관련이 있는것 같고. 조금 부인쪽을 흔들어 볼 필요가 있겠어"

사카자키 미도리는 곧 206호실에 나타났다. 외출때 입었던 옷 그대로 쓰러져 누워 있던 탓에 흡사 전날밤의 과음으로 아침에나 돌아오는 듯한 흐트러진 모양새였다. 그래도 한시간전에 받았던 쇼크에서는 어느정도 회복한 듯, 나타나자마자 옆집에 돌려주어야 할 배달된 물건에 대해 신경쓰는 눈치였다.

"물건은 부엌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범인이 손을 댄 흔적도 없으며 송장의 기재도 문제는 없는 것 같고요. 야마네코 운송의 영업소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의 확인도 있었습니다. 추후 쯔부라야씨에게 건네드리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시고, 우선은 좀 괴로우시겠지만 동생분의 유체를 발견했을 때의 일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구노우가 그렇게 말하자 미도리는 양손을 허리위에 올려 놓은채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에는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술은 앞서 이야기했던 쯔부라야 아케미의 증언과 별로 다른 내용은 없었고 흉기로 사용된 칼도 이전에 본 기억은 없다고 했다. 구노우는 생전의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았다.

"동생분은 언제부터 댁에 계신거죠?"
"어젯밤부터요. 남편이 출장가서 없는 동안에는 전부터 자주 놀러오곤 했었어요. 생활비를 굉장히 절약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식사도 별로 잘 차려 먹는 것 같지 않아서, 되도록 우리 집으로 불러 먹이고 싶기도 했고요. 몇년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부터는 내가 부모님 대신인 셈이라 되도록이면 잘 보살펴주고 싶었어요"

"동생분에게 집을 맡기고 외출하신 것은 몇시경이셨습니까?"
"2시 조금 지나서였어요"
"외출은 어디로?"

미도리는 일순 입을 앙다무는 것처럼 보였고, 순간 이젠 어쩔 수 없다라는 시선이 드러났다.

"-게이오선으로 신쥬쿠까지 물건을 좀 살게 있어서..."

구노우의 표정은 순간 굳어 버렸다. 물건을 사러 갔다 왔다면, 집 안에 사온 물건이 놓여 있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사온 물건이 있었더라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동생의 시체를 발견한 미도리에게는 물건을 달리 어떻게 할 여유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그 점은 언급하지 않고 구노우는 다음 질문을 계속 했다.

"외출하실 때, 동생분에게 같이 나가시자고 하시지는 않았습니까?"
"그 아이가 마침 인터뷰를 수정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때까지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널어놓은 세탁물과 시트를 정리해두고, 잠자리를 펼쳐 놓더군요. '늦어질지도 모르니까, 하룻밤 더 자도 좋겠지'라고 말하면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잖아'라고 답해주었었어요. 아카네는 비교적 내성적인 아이여서 휴일도 집에서 보내는 것을 좋아했었어요. 만약 이런 일이 생길줄 알았더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데리고 나가는 쪽이 좋았을텐데-"

"어제부터 오늘에 걸쳐 동생분에게 뭔가 평상시와 다른 느낌을 받지는 않으셨습니까?"
"음... 언제나와 같았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동생분으로부터 일관계, 혹은 남녀관계의 트러블 등의 원인으로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는 이야기 같은 것을 들은 적은 없으십니까?"
"아뇨.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네요. 특별히 사귀는 남자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사카자키 부인. 부인쪽은 어떻십니까?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생명을 위협받을만한 이유가 혹시 있으십니까?"

미도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 저 말인가요? 하지만 왜...?"
"동생분은 당신 대신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평범한 강도의 범행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동생분은 이 방에서 혼자서 집을 보던 도중에 등 뒤에서 습격당했습니다. 때문에 당신을 노렸던 범인이 착각해서 그녀를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입니다. 혹시 아카네씨가 온다는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미도리는 입을 손으로 누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애쓰며 말했다.

"아뇨. 남편이 출장을 떠난 뒤에 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온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렇다면 동생분이 오늘 여기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죠? 스토커 같은 인물이 그녀의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미행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별개로 하죠., 혹 그러한 인물이 있다면 부모님같은 당신에게 상담했을것이 당연하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미도리는 듣는둥 마는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숙였던 고개를 일으켜 격렬하게 목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뭔가 불길한 일을 떠올린 듯, 그 생각을 머리로부터 흔들여 지워버릴 기세였다.

"아뇨. 아니에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구노우가 묻자, 미도리는 실수했다는 듯 금방 표정이 굳어버렸고 이윽고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침묵만으로는 그녀의 마음 속에 한번 떠오른 의문을 불식시킬 수 없는 듯 복잡한 생각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노리츠키 경시는 구노우 경부와 교대하여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남편분은 신쥬쿠의 여행 대리점에서 근무하신다고요. 이번의 출장지는 어디십니까?"
"교토예요. 어떤 회사의 위안여행인가 뭐래나, 원래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그이가 교토에 가보고 싶어서 서포트로 동행한 거에요. 어제 아침 여기를 떠나면서 내일 저녁에 돌아온다고 말했었어요"

흡사 책을 읽는 듯한 말투로 건조하게 거기까지 답하다가, 미도리는 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남편의 숙소는 교토의 여관이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흔들 뿐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내뱉을 용기가 없는 것 같았다. 이젠 마무리인가, 하고 경시는 생각했다.

"그러면, 부인께 잠깐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까의 메모패드를 미도리 앞에 놓았다.

"동생분은 숨지기 직전에 이 메모패드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메모의 원본은 범인이 가지고 가 버린 것 같지만, 다행히 아래 종이에 볼펜의 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콜 Y 라고 쓰여 있는 것 같습니다. 범인을 가리키는 단서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기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메모패드를 본 미도리는 처음에는 숨을 멈추고 망연자실해 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 안색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요하게 볼펜 자국을 바라보고 있다가, 마침내 그녀는 한순간 참았던 숨을 한번에 몰아쉬며 말했다.

"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걸 뒤집어 볼 수 없을까요?"
"이렇게 말입니까?"

경시는 메모패드를 거꾸로 놓았다.

"그러니까... 확실히-. 형사님. 이거, 仁 이라는 한자로 보이지 않으세요?"
"인? 흠... 확실히 그렇게 읽을 수도 있겠군요. 만약 이것을 그렇게 읽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미도리는 눈을 빛내며, 승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니시나마 마유미 (仁科眞弓) 라는 여성을 알고 있어요!"
"그 분은 어떤 분이시죠?"
"남편 회사 부하 직원이에요"
"남편분의 회사? 그 여성이 왜?"

미도리는 뭔가 확신한 듯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아까 쯔부라야 부인이 말했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그렇다면 아까 역시 듣고 계셨군요. 그나저나 말하신대로라면-"
"그래요. 니시나마 마유미는 남편 애인의 이름입니다"

메모를 본 뒤 갑자기 사카자키 미도리는 뭔가 깨우친 듯 태도를 바꾸어 그때까지의 애매한 진술을 뒤집었다. 오후 외출의 목적은 물건을 사러 나간 것이 아니고 (물론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게이오선으로 신츄쿠로 이동한 뒤, JR 사이쿄우선으로 갈아타서 도다역에 내렸다고 말했다.

"도다역이요? 사이타마의? 왜 그런 곳에?"
"니시나마 마유미가 살고 있는 맨션을 보러 간 거에요"

미도리가 남편 주위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경이었다. 사소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상한 행동이 잦아졌고 그 후 의심만 가득한 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마침내 요우스케의 불륜을 확실히 알게된 것은 올해 1월 되어서였다. 부부가 같이 외출했던 날,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쳐서 계장님 이라고 친밀하게 말을 걸던 젊은 여자 - 그것이 니시나마 마유미였던 것이다. 그때는 거리에서의 짧은 만남을 가졌을 뿐이었지만, 남편의 당황 - 변명할 수 없는 반응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미도리는 곧바로 두사람의 관계를 직감했고 곧이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저 여자는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고 있지만, 요우스케의 아내인 내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온 것이 분명해 라고.

그런 일이 있던 탓에 미도리는 이번의 교토 출장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계장이 된 요우스케가 국내 여행에 써포트로 동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사실 출발 전부터 거동이 수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2박 3일의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교토에 간다고 아내에게 말해서 알리바이를 만든 뒤, 사실은 하루 빨리 귀경하여 불륜의 하룻밤을 그 여자와 보내는 것이 아닐까? 미도리는 그렇게 가슴 속에서 떠다니는 의문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침 놀러온 동생과 상의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 여자 집까지 가서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때?"

라고 아카네는 말했다. 미도리가 말릴 틈도 없이 남편 서재에 들어간 아카네는 니시나마 마유미로부터 온 연하장을 찾은 뒤 미도리에게 건네주었다. 미도리는 조금 겁을 먹었었지만 아카네가 그녀의 기를 북돋으며 정 뭐하면 자기도 같이 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만약 형부가 그곳에 있다면, 내가 언니 몫까지 맛을 보여줄께" 라고 말하는 동생에게
"아냐. 이건 우리들 부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역시 나 혼자 해결하는 것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집을 봐 달라고 부탁한 뒤, 미도리는 혼자 그 여자의 맨션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 연하장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경시가 요청하자, 미도리는 자신의 백에 손을 뻗어, 속에서 연하장을 꺼냈다. 겉과 뒤 모두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된 조잡한 것이였다. 보낸이의 주소는 도다시내의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라고 하는 맨션의 512호실. 경시는 연하장을 구노우 경부에게 건네주며 조치를 지시했다. 구노우는 곧바로 거실 한쪽 끝으로 가서 휴대폰으로 본부에 연락했다. 니시나마 마유미의 주소로 형사의 파견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경시는 미도리의 이야기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 동생 앞에서는 그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집을 나서긴 했지만,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곳에 가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어쨌든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장소를 찾아간 뒤, 다음일은 그곳에서 생각하자,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섰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제발 남편을 보지 않기를 계속 빌기만 했어요"

미도리가 도다역에 내린 것은 오후 3시를 막 지나서였다. 낯선 도시를 헤멘 끝에, 연하장의 주소를 보고 니시나마 마유미의 맨션을 찾아내었을 때는 거의 4시가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는 현관이 자동문으로 되어 있어서 외부인은 출입하는 것이 불가능했었고, 미도리가 현관에서 몇번이고 인터폰 벨을 눌러 보았지만 마유미는 집에 없었는지 512호실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맥이 빠져서 그대로 돌아가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요우스케와 마유미가 어딘가 밖에서 만나 같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맨션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1층 상가 구역에 카페가 있었고, 미도리는 그 카페의 창 바로 옆 좌석에 앉았다. "챨스톤"이라는 한가한 가게로 손님은 그녀밖에 없었다.

마유미가 돌아온 것은 오후 5시 30분 경이었다. 다행히 요우스케와 함께는 아니었다. 미도리는 카페 창 너머로 마유미가 맨션 현관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노리츠키 경시는 거기서 미도리의 이야기를 멈추고 5시30분 경이라는 시간이 틀림 없는지 확인했다. 틀림없어요, 몇번이나 시계를 봤는걸요, 라고 미도리가 답했다. 경시는 곤혹스러운 얼굴을 숨기며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물었다.

"혹시 사람을 잘못 보았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니시나마 마유미와는 길거리에서 딱 한번, 스쳐지나가듯 본 적 밖에는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 같은 여성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에요"

미도리는 왜 그런 당연한 것을, 이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확실하게 말했다.

"한번밖에 만나지 못했더라도 그 여자 얼굴을 잊어버릴리는 없잖아요. 그리고 목소리도... 조금 기다린 뒤 나는 카페를 나왔어요"
"니시나마 마유미의 뒤를 따라간 것입니까?"
"예"

가게를 나선 미도리는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의 현관으로 들어가 다시 512호실 인터폰 벨을 눌렀다. 마유미의 목소리가 들려, 재빨리 화장품 세일즈를 가장해서 마이크를 향해 적당한 말을 몇마디 던졌다. 물론 상대해 줄 리는 없었다.
'곧 손님이 올거니까 그만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마유미는 인터폰을 끊었다.

손님이 있다고 말한것은 단순히 방문판매를 쫓아내기 위한 방편이었을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미도리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까의 카페로 돌아간다면 카페 주인이 수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서 장소를 바꾸기로 하고 장소를 찾다가 버스 정류장 쪽으로 이동했다. 맨션의 앞 까지 뻥 뚫려 있어서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척 미도리는 벤치에 앉았다.

오후 6시 5분경, 역 쪽으로부터 남편과 굉장히 닮은 뒷모습의 남자가 여행가방을 한손에 든 채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미도리는 얼굴을 숨기고 석양빛으로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 계속 그냥 닮은 다른 사람이길 빌었지만, 그것은 남편 요우스케였다. 그는 사람의 이목에 신경쓰는 듯 조용한 걸음으로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에 들어갔다.

남편의 모습을 보았지만 미도리는 곧바로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머리 속은 하얗게 되어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확실히 아카네와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걸, 이라고 후회도 해 보았지만 곧 저절로 그녀의 발은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 쪽으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그 사이에도 계속, 분명히 헤어지자는 말을 하러 그 여자 집을 찾아간 것일거야, 이제 5분만 있으면 기쁜 얼굴로 맨션에서 나오는 그를 볼 수 있을거야, 그런 생각만 가득했어요"

그런 그녀의 생각이 통했는지, 요우스케가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향하는 곳은 길 반대 방향의 편의점 자판기였다. 담배를 사러 나온 것이었다. 자신의 담배 뿐만이 아니라 여성용 담배까지도 같이 사는 것이 보였다. 전부터 담배를 피는 여자는 싫다는 말을 했었는데... 맨션에 돌아가는 남편의 뒤를 숨어서 바라보던 그 때, 비로서 미도리는 배신당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눈에서는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로부터 3,40분 정도, 미도리는 그녀 주위에 땅거미가 둘러싸기 시작할 때 쯤 자리에서 일어섰다. 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녀가 전후의 시간 경과를 확실히 기억하기 못한 탓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때 쯤 그 자리를 떠났다. 이유는 생각도 나지 않고 알 수도 없었지만 어딘가에 묶인 것 처럼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허탈한 미도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맨션의 현관앞에 서 있었던 것 정도였다.

"그 피자 배달 말인데요, 어떤 피자인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경시가 묻자 미도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였더라... 얼굴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 그 전부터 계속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럼 저희가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변 가게에 물어본다면 배달 시간까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부인은 그 이후에 뭘 하셨습니까?"
"언제까지 계속 기다린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는 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죠. 깨닫는 것이 굉장히 늦어버렸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여자 방으로 찾아가서 남편의 불륜 현장을 덮치지 않으면 안돼. 늦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결심 하고 다시 맨션 현관으로 갔어요"

용기를 내어 512호실의 인터폰을 누르고 미도리는 마유미가 답하기도 전에

"사카자키 요우스케의 아내입니다. 남편을 내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소리쳤다. 상대는 숨을 잠깐 멈추었다. 그러나 순순히 인정할 리는 없었다. 남편은 안 계시다, 라고 마이크를 통해 마유미는 시치미를 뗐다. 남편이 맨션에 들어가는 것을 이 두 눈으로 보았다고 답해도 '잘못 보신 거에요'라고 딱 잘라 말했고 있다, 없다의 지루한 문답을 계속하다가 '아까 화장품 판매도 당신짓이었군요' 라는 말을 끝으로 마유미는 회선을 끊어버렸다. 그 뒤도 계속 인터폰을 눌러 보았지만 두번다시 응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너무 분해서, 그 집 우편함에 들어있던 뒷면이 흰 광고지를 끄집어 내어 그 여자에 대한 것을 거기 썼어요. 그리고 아까의 편의점까지 가서 복사를 한 다음 맨션에 돌아와 그 복사물을 맨 끝에서 부터 우편함에 차례로 집어 넣었어요. 니시나마 마유미가 어떤 여자인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가르쳐 주려고요"
"그 복사물 남은 것은 가지고 있으십니까?"

미도리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백 속에서 반으로 접힌 복사물을 꺼냈다. 경시가 펼치자 종이 한 가득 크래용으로 갈겨 쓴 듯한 글자가 나타났다. 루즈를 사용하여 쓴 것 같았다. 문구는 이러했다.

'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에 거주하시는 모든 분들께. 512호실의 니시나마 마유미는 직장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오늘밤도 불륜 상대를 방에 데리고 들어와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런 발정난 돼지같은 색정광이 이곳에 살고 있는데 여러분은 괜찮으신가요?'

터무니없는 중상모략 글이었다. 경시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 미도리는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이것도 부족할 정도라고요! 그 여자는 더욱더 심한 짓을 했습니다. 512호실의 니시나마 마유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라고, 그 때 써버리는 것이 좋았을텐데!"
"부인. 기분은 알겠지만-"
"아니요"

위로하는 경시를 미도리는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은 아직 창백했지만 질투와 분노가 뒤섞여 혼합된 연료가 마음 속에서 타 오르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5시 30분에 그 여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뭔가 사러 간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런것이 아니었어요. 그 여자 니시나마 마유미는 나와 엇갈려서 이 집으로 들어와서, 나를 죽일 생각으로 아카네를 살해한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아무것도 아닌 듯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와서 아까 사람을 찔러 죽인 그 손으로 이번에는 내 남편을 방으로 끌어들인 거라고요. 정말 무서운 여자! 그래도 니시나마 마유미의 정체를 알게되면, 확실히 그 사람도 나에게 돌아와 주겠죠. 그러니 형사님. 제발 한시라도 빨리 그 여자를 체포해서 남편의 실수를 깨우쳐 주세요!"

사카자키 미도리의 사정청취를 끝냈을 때는, 오후 11시가 가까워 지고 있었다. 경시는 뒷끝이 찜찜한 피로감이 느껴져 당분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구노우 경부도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다가 웅얼웅얼 말을 꺼냈다.

"처음은 부인의 진술로 한번에 체포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좀 약한것 같네요"
"아아, 알리바이 때문인가? 미도리의 진술 대로 니시나마 마유미가 5시 30분에 도다시의 맨션에 돌아왔고, 그 뒤에 계속 집에 있었다면 다치가와 아카네를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사망추정시각은 6시부터 7시 사이니까"

경시는 괴로운 표정으로 인정했다. 그 일이 계속 머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미도리에게 몇번이나 목격 증언을 확인했었다. 구노우는 별로 기대하지는 않는 듯한 어조로

"감찰의의 검시가 잘못 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사법 해부의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속단할 수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걸세. 감찰의 나카지마는 저렇게 젊어 보여도 실력은 있어. 약간 사망 추정시각의 폭은 넓어질 수 있어도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거야. 세타가야와 시이타마의 거리는 택시를 타고 날라온다고 하더라도 왕복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니시나마 마유미의 범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분명 이 경우는 남편 사카자키 요우스케에게도 해당되지 않습니까? 미도리 부인도 처음에는 남편이 범인이라고 의심한 것 같은데-"
"음. 진술 도중에 갑자기 입이 무거워 진 것은 그 탓이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6시15분에 마유미의 맨션에 찾아 왔다는 미도리의 목격증언이 사실이라면, 사카자키의 경우에도 범행 당시의 알리바이가 성립한다네.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들킨것이 알리바이라니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원"
"하긴 남편이 범인이라면 아내와 착각해서 동생을 살해할 일도 없겠죠"
"그것도 그렇지. 미도리가 말한 것 같이, 사카자키가 출장 일정을 조정했다면 조금 수상한 점도 있어. 어떻게 사건과 연결되는 점이 없을까?"
"사카자키가 몇시의 신칸선으로 교토를 출발해도, 표를 살 필요가 있습니다. 도쿄역으로부터 도다시의 마유미의 맨션까지 직행한다면 그게 최고였겠죠. 만약 중간에 비는 시간이 있다면-"

휴대폰 착신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 실례, 라고 말하며 구노우가 전화를 받았다. 마유미의 맨션에 파견한 수사관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선수를 쳐서 중요 참고인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었다. 구노우는 부하의 보고에 귀를 기울인 후, 오늘 밤은 일단 연행할 것을 지시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쪽은 어떻게 되고 있나?"

경시가 묻자 구노우는 보고의 내용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시나마 마유미의 진술은 사카자키 미도리의 진술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부인이 맨션에 나타나서 인터폰을 눌러 문답이 오간 것도 인정하고 있고요. 그 대신 회사의 상사가 방에 왔다는 것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면 사카자키는 마유미의 방에 없었단 건가?"
"네. 하지만 별로 이상한 건 아닙니다. 보고에 따르면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에는 자동 잠금 현관과는 별도로 안에서부터 잠그는 비상구가 있다고 하는데 수사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곳이 열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사카자키가 도망갔다면 수사관이 인터폰으로 용건을 말하는 사이에 512호실로부터 빠져나와 비상구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높죠. 또한 마유미의 방의 테이블에 빈 피자 박스가 2인분 남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마유미는 배가 너무나 고파서, 2인분을 먹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요"
"역시, 그렇다면 아까 진술에서 미도리가 목격한 피자 배달은, 니시나마 마유미가 주문했던 피자의 배달이라는 것이구만. 그 배달이 있던 시각은?"
"6시 45분에 주문의 전화를 받아, 피자가 도착한 것은 7시 조금 전. 사카자키 미도리가 인터폰을 눌러 남편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20분 정도 뒤로 보입니다"
"타임 테이블의 공백이 대충 맞아 떨어져 가는구먼. 오후의 외출에 대해서 마유미는 뭐라고 한다던가?"
"역전의 영화관에 가서 혼자서 영화를 보았다고 합니다. 돌아온 것은 5시 30분경, 그 직후에 화장품 세일즈를 사칭한 여자와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눈 것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역시나 미도리 부인의 진술대로죠. 그리고 또 하나, 조사원의 보고에 따르면 [니이조 그랜드 하이츠]의 현관 우편함에 니시나마 마유미를 중상하는 유인물이 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흠, 마유미의 맨션은 도다역으로부터 걸어서 몇분정도 걸리나?"
"도보 5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라고 하는 것인 미도리가 복사한 유인물을 마유미의 맨션 우편함에 뿌린 것이 7시 30분 전후라고 했으니, 도다역에 도착한 것이 7시 35분. JR 기타게이선으로부터 게이오선으로 갈아타서 치도리야마에 도착한데에 필요한 소요시간은 -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해서 45분 정도인가. 역에서 여기까지 걸어우는데 10분정도 걸릴테니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딱 맞아 떨어지는구먼. 아직 남편 행동에 관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미도리의 진술은 대체로 확실하다고 여겨지는군"
"사카자키가 여자 방으로부터 도망간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노우가 묻자 경시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론 사정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이 당연한 반응 아니겠나? 반대로 자기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들었더라면 모처럼의 알리바이를 자신이 버리는 듯한 행동을 취할리가 없었겠지. 확실히 사카자키는 범인이 아니야. 특별히 수배하지 않더라도, 사건의 대한 이야기를 어디 다른 곳에서 듣는다면 창백해진채, 내일이라도 출두할 것이 분명해"

구노우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사카자키 부부의 주위에는 지금까지 범인으로 추측될 인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라고 하더라도 강도의 범행이라는 가정도 수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니시나마의 니시(仁)가 아니라면 저 이콜 Y라는 다이잉 메시지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으음... 아들놈의 지혜를 빌리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오늘 오후 이 방을 방문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뒤는 이시바시라고 하는 야마네코 운송의 배달원 정도밖에는 없는데"
"야마네코 운송이라-"

구노우가 아직 팔짱을 끼고 있는 채로 그렇게 웅얼거렸다. 짧은 침묵 뒤에 갑자기 경시는 깜짝놀라 구노우의 얼굴을 보앗다. 구노우의 쪽도 눈을 크게 치켜뜨고 이쪽의 얼굴을 놀려 자세히 옅보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대체로 동시에, 같은 것을 생각해 낸 것 같았다.

"아까의 부재자 연락표는?"

이라고 경시가 말했다. 205호실의 쯔부라야 마유미가 가져온 연락표를 꺼내어 놓고 구노우도 흥분한 어조였다.

"이겁니다. 저 메시지는 문자나 기호는 아니고, 피해자가 고양이의 마크를 닮은 그림을 그려 남긴 것입니다. 한쪽끝에 수염과 입을 그리던 도중에 힘이 떨어져 버린 것이죠. 이 이시바시라고 하는 인물이 배달을 왔다가 젊은 여성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칼로 협학해서 난폭한 짓을 하는 정신이상자라고 한다면-"

경시는 연락표에 눈을 떨구었다. 회사명과 평행하게 고양이의 얼굴을 그린 야마네코 운송의 트레이드 마크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것은 이렇게 생긴 도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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