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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4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 헨리 페트로스키 / 최용준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최용준 옮김/지호

전에 읽었던 "디자인이 만든 세상" 이라는 책의 저자인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의 칼럼 모음집입니다. "공학"전문 칼럼이라 공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공학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를 역설하고 있는 책으로 공학자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하면서 볼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제일 첫 칼럼인 "노벨상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 부터 이 책의 주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칼럼 내용은 노벨의 유언을 잘못(?) 이해한 유언 집행인들 때문에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분야에 상을 주게끔 되어버렸지만 실상 노벨은 원래 공학자였고 그의 일생과 여러 기록들을 통해 볼 때 그는 인류의 진보에 이바지한 "기술", "공학"에 상을 주기를 원했었다는 내용의 칼럼이거든요.

때문에 저같이 전에 읽었던 디자인 관련 서적을 기대한 사람들은 약간 실망할 수도 있을것 같네요. 그러나 실망은 잠깐이었고 내용이 워낙 재미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읽고난 만족도도 꽤 큰 책입니다. 최소한 저같이 어떤 "문화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합니다. 예를 들자면 실제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어 냈지만 대중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못한 공학자들인 슈타인메츠, 토질역학의 시조인 테르차히, 불가능에 도전했던 천재 브루넬 등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광범위하게 실려있고 중요한 공학적 결과물인 여러 다리나 파나마 운하, 증기기관이나 에펠탑, 후버댐 그리고 꽤 최근 건물인 말레이지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등에 대한 재미난 고찰 및 소고들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한 공학자의 필생의 업적 중 하나인 "의사진행규칙"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관심과 지적 영역의 폭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해박하면서도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칼럼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인문계, 그것도 예체능 전공 출신자라 이러한 소재들이 크게 와닿지는 않고 외려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데 워낙 재미있는 글 쓰기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인 덕에 이 모든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이 책의 장점이겠죠. 게다가 도판도 충실하고 SF쪽에서 유명하신 최용준님의 번역도 충실해서 읽는 맛을 더 해줍니다. 대중들 모두가 원하는, 관심있어할 만한 책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낀다면 그에 걸맞는 재미는 가져다 준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2권 읽었는데 저자의 다른 책도 빨리 구해봐야겠네요. 이번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재미나게 풀어줄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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