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바다출판사 |
깊이 있으면서도 해박한 리뷰로 존경해 마지않는 게렉터님이 소개한 책입니다. 보르헤스가 직접 선집한 "바벨의 도서관" 중 한 권이죠. "보물섬"의 저자 스티븐슨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환상문학 단편 4편을 모아놓았습니다.
한 편씩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하와이를 무대로 원주민을 등장시킨 표제작 "목소리 섬"은 마법사가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거나 식인종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설정이 그럴듯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두서가 없고 대충대충 흘러갈 뿐이라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별점은 2점.
두 번째 이야기 "병속의 악마"는 악마가 깃든 병을 구입한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본 이야기 얼개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게렉터님 소갯글에서도 가장 땡긴 것은 이 작품이었죠. 예전에 다른 결말의 작품으로 봤던 것 같은데 (이원복의 만화였던가... 아마도 선원이 착한 노인이라 사갔던 듯싶습니다만) 기억은 잘 안 나네요. 어쨌건 다양한 결말의 변주도 가능할 것 같은, 전통적이면서도 좋은 이야기로 별점은 3점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인 "마크 하임"과 네 번째 이야기인 "목이 돌아간 재닛"은 딱히 언급할 건 없네요.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생각되지도 않을 뿐더러 재미도 없었거든요. 별점은 각 1점 정도?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서 2점. 보르헤스의 해제는 재미있고 짤막한 길이도 적당하며 책의 디자인도 괜찮은, 요즈음 찾아보기 힘든 정통 문고본이라 잘 팔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세월 탓인지 독특하고 신비롭기는 하지만 문체가 낡고 쓸데없이 장황해서 쉽게쉽게 읽히는 맛도 부족한 등 아무래도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작품집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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