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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 설명환 : 별점 2점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엘러리 퀸 지음, 설영환 옮김/해문출판사

웨스트 버지니아의 시골마을 애로요에서 마을 학교 교장 앤드류 밴이 교차로의 "T"자 형 표지판에 목이 잘린채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엘러리는 사건 조사차 애로요 마을에 방문했지만, 마을에 수상한 "절름발이"가 나타났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다.
6개월 뒤, 롱아일랜드의 부유한 카펫 수입상 토머스 브래드가 저택의 토템 기둥에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 매달린 채 발견되자, 엘러리는 은사였던 야들리 교수의 소개로 사건에 뛰어들었다. 

목이 잘린 시체와 "T" 라고 남겨진 이니셜에 주목하여 두 사건의 연관성을 캐 나가던 엘러리는, 브래드의 동업자 메가라의 협조로 앤드류 밴과 토머스 브래드, 메가라가 형제이며 앤드류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알아냈다. 범행 동기는 오래된 가문간의 전쟁으로 인한 복수심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절름발이 "크로삭"이 떠오르지만, 메가라마저 요트 마스트에 목이 잘려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는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가장 지명도 높고 잘 알려진 작품이지요. 오래전에 해문의 어린이 문고로 읽기는 했는데, 마침 해문의 세계 추리 걸작선집을 싸게 구입할 기회가 생겨 다시 정독해 보고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네 건의 연쇄살인, 그것도 목을 잘라 "T"자 형으로 매다는 엽기적인 살해 방식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는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지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얽힌 간단한 트릭, 브래드의 살해 장소를 잠깐 위장해서 중대한 단서를 깨닫게 해주는 트릭 등도 논리적으로, 그리고 작품 중간중간에 계속 등장하여 읽는 재미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범인의 동기부터 설득력이 없는 탓입니다. 네 명이나 살해하고 목을 잘라 매달기까지 해서 얻는게 단지 5천달러 뿐이니까요. 고작 이 정도의 돈이 목적이었다면, 범인인 앤드류는 브래드를 죽인 직후 메가라로부터 돈을 받으므로 이후에는 살인을 그만 두는 것이 당연합니다. 계속 연쇄살인을 범할 이유가 없어요. 

마지막에 엘러리 퀸의 "독자에게의 도전장" 역시 이론적으로 타당하며 상당히 설득력 있지만, 결과적으로 범인을 잡는건 추리 덕분이 아닙니다! 범인의 행적을 우연하게 발견한 야들리 교수의 도움을 얻은 "추적"덕분이지요. 트릭도 이제는 "김전일"에서도 인용하는 "목없는 시체 바꿔치기"라서 지금 읽기에는 식상했고요.

그 밖에도 "대단한 힘"이 필요했을 살해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점, "이집트"라는 상징을 무리하게 끼워넣으려는 시도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국명에 집착했을까요? 이집트 십자가라는 소재를 설명하기 위한 부분은 솔직히 불필요했어요.

이렇듯 헛점도 많고 문제도 많은 부분들 때문에 그렇잖아도 아쉬움이 남는 판에, 너무나 잘난척하는 엘러리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저에게 심히 짜증까지 유발시켰습니다.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면서 입만 살아가지고.... 이 작품에서 엘러리 퀸의 역할은 잘난척과 부가 설명을 위한 "해설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정으로서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지만 읽고 난 감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군요. 그 당시의 무섭고 두근두근했던 감정은 거의 없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눈에 띄니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역시 국명 시리즈는 라이츠빌 시리즈 보다는 한단계 아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5/24

쇠못 세개의 비밀 - 로베르트 반 훌릭 / 이희재 : 별점 4점

쇠못 살인자 - 8점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황금가지

디 판관은 새로운 부임지 북주에서 충실한 4명의 수하와 함께 새롭게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최초에 접수된 사건은 랴오 조합장의 딸 랴오 렌팡 처녀 실종 사건이었다. 사랑의 도피로 여겨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지물포를 하는 예씨 형제들의 여동생이 살해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목 없는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걸 계기로 다시 신중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북주의 유명한 권법가 란 사범이 독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결국 우여곡절끝에 각각의 사건의 용의자를 알아낸 디 판관은 용의자를 심문하나 결정적 증거는 잡지 못해 고민해 빠졌다. 결국 금기시 되어 있는 시체 발굴 부검을 자신의 직위와 목숨을 걸고 착수하는데...

어제 읽은 "종소리를 삼킨 여자" 에 필받아 연달아 읽어버린 디판관 시리즈 2번째 작품입니다. 재간되긴 했지만 저는 예전 디자인 하우스 판본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옛스러움과 이색적인 분위기는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몇가지 세세한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요.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싯구와 더불어 전작의 무대인 푸양과는 다른 엄청나게 추운 북주의 겨울 풍광이 더해지며 섬세한 드라마가 더욱 강조되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호쾌한 맛은 부족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은근한 멋을 풍기네요.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전작 그대로인데 랴오 처녀의 실종 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권법가 란 사범의 독살 사건, 그리고 쇠못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중간에 사탕과자 상인의 에피소드와 같은 곁가지 추리담도 담겨 있긴 하지만 중심 내용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고요. 

또 이 네가지 사건이 두가지씩 -실종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그리고 독살과 쇠못 살인 사건 - 조합되어 연관된어 진행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더 정교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추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머리없는 시신 사건"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처럼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복선과 단서가 명쾌해서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독살 사건"은 고대 중국의 퍼즐 놀이라 할 수 있는 "칠반 (탱그램이라고도 하죠)"을 이용한 다이잉 메시지는 특이하지만 범인이 너무 초반에 드러난다는 점과 별다른 트릭은 없어서 약간 부족한 맛이 느껴졌는데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쇠못 살인 사건"의 고전적이고도 독특한 트릭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충해 줍니다. 이 쇠못 살인 사건 트릭은 국내 추리 만화 "다모"에서도 접했었던 것이라 아주 새롭지는 않았지만요.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다모" 쪽이 더 정교한 느낌이라 생각됩니다. "흉기"의 은닉이 고려되었어야 할 거 같으니까요.

어쨌건 다시 읽어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하면 사건이 보다 소박하고 드라마가 강조되었다는 점과 여성에 대한 가혹한 묘사나 잔인한 처형에 대한 묘사 등 껄끄러운 부분이 줄어들고 잔잔한 맛이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전작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고요. 역시나 뒷부분 저자 해설에서 밝히듯 고대 중국의 실제 사례나 범죄 소설집에서 따온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원전에 대한 설명도 충실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다시 재간될 만한 재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디 판관 시리즈의 계속된 출간을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원제도 단지 "중국 쇠못 살인사건" 인데 왜 이 번역본은 "쇠못 세개의 비밀"로 제목이 붙은걸까요? "쇠못 두개의 비밀" 이었으면 이해가 되는데 당쵀 알 수가 없군요. 번역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 euphemia님의 비밀덧글을 보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다른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까봐 비밀 덧글로 달아주셨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쇠못은 세 개가 맞다고 합니다. 프롤로그 화자의 유령 이야기까지..... :]) 앞부분 프롤로그를 아무 생각없이 넘긴 제가 착각한 것이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2005/08/12

동서(東西)미스터리 베스트 100

일본 추리작가협회가 1,315인의 앙케이트로 뽑은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입니다. 요새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이런 글로 땜빵하게 되네요.
일본편과 해외편, 즉 동-서 리스트가 따로 있는데 해외편만 옮겨 보았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대충 봐도 2/3은 번역되어 나온 듯 하군요. 최근에 동서 추리 문고가 복간된 탓에 고전이 많이 소개된 탓이 크지만 어쨌건 반가운 일입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도 있기는 하지만요.

하여튼 이 리스트에 실린 작품들은 제가 읽어본 바로는 대체로 수긍할 만한 걸작들이 대부분이라 읽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차분히 손 대 보아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너무 고전이라 지금 읽기에 낡고 지루한 작품도 있지만 다 나름의 맛이 있는 것이니까요. 국내 출간작은 볼드체, 읽은건 적색 볼드체입니다. 제 블로그에 리뷰가 있는 작품들은 링크를 걸어 두었고요. 내용이 궁금하시면 링크를 통해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원문에 가시면 일본 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처는 역시 "Mystery Best"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그나저나... 1위가 "Y의 비극" 이네요. 2위는 "환상의 여인" 이고.... 약간 의외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일 의외는 역시 5위의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제가 보기에는 "추리"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말이죠. 일본인들의 독일군 선호 취향이 반영된건가.

[해외편]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쉬
3. 기나긴 이별 - 레이몬드 챈들러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아가사 크리스티
5.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 잭 히긴스

6. 심야플러스1 - 개빈 라이얼
7. 통 - 크로프트
8.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9. 승정(비숍)살인사건 - 반 다인
10.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난 도일

11.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 알리스테어 맥클린
12. 쟈칼의 날 - 프레드릭 포사이스

13. 안녕 내사랑 - 레이몬드 챈들러
14. 화형법정 - 딕슨 카

15. 섀도우 81 - 루시안 네하임
16.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17. 죽음의 키스 - 아이라 레빈

18.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19. 흥분 - 딕 프란시스

19. 말타의 매 - 더쉴 해미트
21. 높은 바위 - 데스몬드 배글리
22.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23. 지푸라기 여자 - 카트리느 아를레
24. 소름 - 로스 맥도널드
25. 브라운신부의 동심 - 체스터튼
26. 세 개의 관 - 딕슨 카

27. X의 비극 - 엘러리 퀸
28. 첫가을 - 로버트 B 파커 ("약속의 땅"이라는 작품이 출간되어 있는데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9. 피의 수확 - 더쉴 해미트
30. 웃는 경관 - 바르 & 슈발

31.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32. 암살자 - 로버트 러들럼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인데 역시 이 작품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33.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 죤 르 카레
34.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 아가사 크리스티

35. 유다의 창 - 카터 딕슨
36. 모르그가의 살인 - 에드거 알란 포우
37. 당신을 닮은 사람 - 로얄드 달
38. はなれわざ Tour de Force - 크리스티나 브랜드
39. 사라진 소녀 - 콜린 덱스터
40. 황금벌레 - 에드거 알란 포우
41. 813 - 모리스 르블랑

41. 사라진 남자 - B.프리맨틀
43. 빅 슬립 - 레이몬드 챈들러
44. 진리는 시간의 딸 - 죠세핀 테이

45. 바스커빌가의 개 - 코난 도일
46. 독 쵸콜릿 사건 - 안토니 버클리

46. 상복의 랑데뷰 - 코넬 울리치
48. 오른손 - 딕 프란시스
49. 스위트 홈 살인사건 - 크레이그 라이스
49. 도버 4 / 절단 - 죠이스 포터
51. 월장석 - 윌키 콜린스
52. 백만달러를 돌려줘!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 제프리 아처
53.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54. 위철리 가의 여인 - 로스 맥도널드
54. 그리스 관의 비밀 - 엘러리 퀸

56.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56. 탈출항로 - 잭 히긴스 (어떤 작품인지 역시 잘 몰라서....)
58.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59. 더욱더 위험한 게임 (가장 위대한 게임) - 개빈 라이얼
60. 죽어가는 자를 위한 기도 - 잭 히긴스
61. 흑거미클럽 - 아이작 아시모프
61. 시행착오 - 안토니 버클리 콕스

63. 휴먼 파이터 - 그레이엄 그린
64. 호그 연속살인 - 윌리엄 디 안드레아
64. 경관혐오 - 에드 멕베인

64. 도둑맞은 편지 - 에드거 알란 포우
67. 신데렐라의 함정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68. 레베카 - 다프네 뒤 모리에
68.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딕슨 카
70. 악마의 선택 - 프레드릭 포사이스
71. 타이타닉호를 인양하라 - 클라이브 커슬러
71. 디미트리오스의 관 - 에릭 앰블러

73. 大穴 Odds Against  - 딕 프란시스
74. 마천루의 몸값 - 리쳐드 제섭
74. 어둠 속의 목소리 - 이든 필포츠
74. 트렌트 최후의 사건 - E.C 벤틀리
77. 복수법정 - 헨리 덴커

78. 이별을 알리러 온 남자 - 브라이언 프리맨틀
79. 보이지 않는 그린 - 죤 슬라텍
80. 나바론의 요새 - 알리스테어 맥클린
81. A-10 탈환팀 출동하라 - S.L 톰슨
82. 주정뱅이 탐정가를 가다 - 커트 캐년
83. 사나이의 목 - 죠르쥬 시므농
84. 어센덴 - 서머셋 모옴

85. 바늘구멍 - 켄 폴레트
86. 9마일은 너무 멀다 - 해리 케멜먼

86. 빨강집의 수수께끼 - A.A 밀른

88. 유리열쇠 - 더쉴 해미트
89. 리리안과 악당들 - 토니 켄릭
90.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 엘러리 퀸
90.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나 브랜드
92. 이와 손톱 - 빌 S 벨린져
93. 불타는 사나이 (크리시 1) - A.J 퀸넬
94. 피의 줄 - A.J 퀸넬 (크리시 시리즈가 아닐까요?)
94.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94. 즐거운 장례식 - 에드먼드 크리스핀
97. 크로이든발 12시 30분 - F.W 크로포츠
97. 오뎃사 파일 - 프레드릭 포사이스
99. 제 1의 대죄 - 로렌스 샌더스

99. 酔いどれの誇り - 제임스 크램리

** 2006. 11.29 추가 : 읽은 것은 볼드체
** 2008. 04.21 추가 : 한 4편 정도 더 읽었네요.
** 2011.11.20 추가 : 이제 국내에 출간된 건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 2020.02.01 추가
** 2026.04.11 추가

2005/06/08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이라는 목록을 보고...

추리소설 필독서 16선?! 

산왕님 포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추리소설 목록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2. 오리엔트 특급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3. Y의 비극 ~ 엘러리 퀸
  4.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포츠
  5. 바스커빌의 개 ~ 코난 도일
  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7.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존 딕슨 카
  8. 벌거벗은 얼굴 ~ 시드니 셀던
  9. 불새의 미로 ~ 유우제
  10.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11.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12. 그린 살인사건 ~ S.S. 반 다인
  13.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쉬
  14. 최후의 증인 ~ 김성종
  15. 천사와 악마 ~ 댄 브라운
  16.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모 무가지의 어떤 기자가 작성하셨다고 하는데 이런 류의 글 치고는 국내 추리소설이 2편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무척 환영할 만 하네요. 저도 무척 좋아하는 "Y의 비극"이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전 걸작 "통"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반갑고요.

하지만 걸작이긴 해도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이 3 작품이나 포함된 것은 좀 아쉽고 대체로 작가의 지명도에 많이 기대고 있는 듯 합니다. 예전 "명탐정 추리특급" 어쩌구 류의 백과사전에서 나올법한 정보인거 같기도 하고요.
또한 목록의 5, 6번은 유명세에 비한다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며 홈즈 시리즈의 진정한 걸작은 단편선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좀 의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편선집이 포함되지 않은 장편 위주의 선정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불만스럽습니다. 얼마전에 읽었었던 쓰레기 "벌거벗은 얼굴"이 대체 왜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고요. 시드니 셀던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일까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도 정통파 독자라면 그다지 찬성할 만한 초이스는 아닌 듯 싶군요. 많이 팔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목록에서 보기에 반가운 작품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추리소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로는 비교적 적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공신력은 전혀 없는 목록이긴 하지만 체크해 보니 총 12편을 읽었네요. 반 다인의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도 읽을 예정은 없지만 한국 작품 2편은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 2013년 1월 8일 추가. 이후 전권을 다 읽었습니다.

2013/12/03

구석의 노인 사건집 - 에마 오르치 / 이경아 : 별점 2.5점

구석의 노인 사건집 - 6점
에마 오르치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이 책마저도 새롭게 출간되고... 확인해보니 전 3권 총 37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일부 내용만 가려 뽑은 단편선집(短篇選集)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동서판 "구석의 노인"과 거의 겹치지 않는 다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도 몇 편 수록되어 있긴 합니다만 역시 겹치지 않고요.

그러나 책 자체는 좀 미묘합니다. 황금기 단편에 걸맞는 트릭이 수록된 정통 추리물로, 거의 모든 사건에서 안락의자 스타일의 멋진 추리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황금기 단편에서 기대하는 추리적인 재미가 부족한 탓이 가장 큽니다. 비슷한 트릭이 너무 많이 쓰였거든요. 예를 들어 범인이 피해자를 가장하여 알리바이를 만드는 변장 트릭은 무려 5편의 작품 - "펜처치 스트리트 수수께끼",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 "퍼시 스트리트의 기묘한 죽음", "폴턴 가든스 수수께끼", "황무지 사건" - 에서 사용되었습니다. 13편 중 5편이니 4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이지요. 두어 편 읽다보니 트릭과 전개가 대충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황무지 사건"은 변장에 더해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등과 유사한, 전형적인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기도 하고요.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처음에 기소된 유력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다'는 식이며, 소거법에 의하면 결국 범인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아서 정교한 추리적 재미를 느끼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안락의자 스타일을 너무 남용합니다. 구석의 노인은 기자 메리에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줄 뿐입니다. 추리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지요. 이러한 형태는 작가가 손쉽게 마무리할 수는 있지만, 독자에게는 불친절하며 안일한 스타일이라 생각됩니다. 기자 메리도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고요. 구석의 노인이 스스로 사건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하고, 추리까지 이야기하는 구성이라면 그녀가 등장할 필요조차 없지요.

그래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꼼꼼하게 그려진 작품도 많습니다. 특히 두 작품, "앵그르 수수께끼"와 "진주 목걸이 사건"은 마음에 들었어요. 이유는 두 작품 모두 기이한 범행에 대한 동기, 이유를 굉장히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그르 수수께끼"는 앞서 짤막하게 소개한 공작부인의 재능을 복선으로 범행을 설득력 있게 해석하고 있는데다가, 결말까지 깔끔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주 목걸이 사건"은 범행을 이용하여 협박범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는 발상의 역전이 돋보였고요. 앞서 말했듯 뻔한 변장 트릭이지만,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도 나름 복잡한 변장, 치밀한 작전에 더해 현대물에서나 봄직한 끔찍한 범행까지 벌어지는게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아울러 선정된 단편들이 구석의 노인이 사라지는 이야기 바로 다음에 20년 뒤의 재회를 그리는 등 시간적인 경과를 느낄 수 있게끔 실려 있는 것도 괜찮더군요. 솔직히 수록된 작품의 평균 수준은 동서 쪽이 더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 면에서는 확실히 엘릭시르 판본이 앞섭니다.

그 외에도 유명한 변호사라는 아서 잉글우드의 활약 등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전부 풀려나는 식의 전개로 당시 영국의 판결 제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명확한 증거 없이는 기소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통용되었다는 것인데 역시나 영국이 선진국은 선진국였네요.

또 "엘릭시르" 레이블을 달고 나온 책들이 모두 장정과 디자인이 예뻐서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입니다. 특히, 각 단편 뒤에 소개된 다양한 토막 상식 정보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메리와 구석의 노인이 만나는 "ABC 찻집"이 실존하는 카페 체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여기서 커피 한잔 먹고 싶어지네요. 아직 있을까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좋았던 시절의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났죠. 정확하게 10년 전에 읽었던 동서판본은 별점이 4점이었는데 10년 사이 1.5점이 깎였네요. 동서판본을 다시 읽고 지금의 별점은 몇 점일지 다시 체크해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작품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에, 또 몇몇 작품은 여전한 재미를 선사하는 만큼 추리 애호가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4/09/27

중국 오렌지의 비밀 - 엘러리 퀸 : 별점 2.5점

 
중국 오렌지의 비밀 - 6점 엘러리 퀸/시공사

뉴욕 챈슬러 호텔 22층에 있는 맨더린 출판사 사장 도널드 커크의 사무실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인 대기실의 모든 집기에서부터 피살자의 복장까지 거꾸로 뒤집혀 있는 괴상한 상황에 더해 밀실에 가까운 대기실의 존재 탓에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도널드 커크의 친구인 엘러리 퀸은 우연히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피살자의 복장에서 단 하나 빠져있던 "넥타이"를 주목하며 특유의 추리력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엘러리 퀸의 국명시리즈의 하나로 초기작이라 볼 수 있는 작품.
개인적으로 엘러리 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를 어려운 인용구를 남발하는 식의 잘난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그래서 우연찮게 구했던 몇몇 작품만 읽고 애써 구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거 "옥수수밭"님의 도움으로 구해서 읽게된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잘난척과 인용구는 역시나 가득하지만 고전 추리로서의 미덕과 정통파로서의 품격과 내용을 모두 갖추고 있는 좋은 작품이더군요. 역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요... 반성, 반성합니다. 

여튼, 누가 뭐래도 정통파는 의외의 상황, 정교한 트릭, 의외의 범인 이 세가지가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거의 밀실에 가까운" 방에서 모든것이 뒤집혀진채로 죽은 피해자 (입고있는 옷과 방의 모든 가구들, 심지어 그림까지!)라는 의외의 상황과 이 상황을 잘 이용한 트릭, 그리고 가장 범인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 까지 정통파의 플롯과 내용을 그대로, 하지만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라는 부분으로 독자에게 지적 게임을 유도한다던가 후반부의 엘러리가 관련자 전원을 모아놓고 추리쇼를 펼치는 부분은 김전일과 코난류의 일본 추리 만화의 마지막 장면과 무척이나 흡사하여 왠지 친근감마저 느껴졌고요. (특히나 김전일과 굉장히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범인이 갑자기 닥친 상황에서 급하게 짜낸 트릭으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구축할 수 있었다라는 부분의 설득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긴 합니다. 이런 트릭으로 방을 밀실로 만들고 알리바이를 만드느니 시체를 잠깐 동안만 숨겨놓고 나중에 태워버린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처리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방을 밀실로 만드는 방법은 약간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감히 잠깐 생각했던 트릭으로 엘러리 퀸에게 대결하다니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마음에 들은 부분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국명 시리즈는 "이집트 십자가", "그리스관" 에 이어 이로써 세 작품 째인데 기회가 된다면 더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책을 주신 옥수수밭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PS : 그런데.. "중국 오렌지"라는 제목은 억지네요. 국명시리즈라는 타이틀에 엘러리가 너무 집착한 듯 싶어요^^

2022/10/30

무엇을 위한 해체? 엽기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

* 자주 소개드리는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입니다. 이번에는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로 대체로 좋은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데드맨>>보다는 이런 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나 <<문신 살인 사건>> 등을 포함시키는게 더 나았을것 같네요.


엽기 범죄의 대명사인 시체를 해체하는 토막살인. 추리 소설 작가들은 주로 "범인이 왜 일부러 시신을 토막내야만 했을까?"라는 동기에 주목하지요. 이 매력적인 수수께끼에 큰 속임수, 그리고 드라마를 숨겨서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추리 소설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제1탄. 밀실 살인과 엽기적인 토막 살인, 관계자의 수기, 독자에의 도전장 등 본격 추리 요소가 가득한 작품. 일본의 쇼와 시대를 대표하는, 추리 소설에 빠져든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명작.

"치아키의 해체원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신체의 일부를 토막내고 해체하는 살인 사건을 다룬 9편의 단편이 수록된 보기드문 단편집. 수록작 모두 '왜 시신을 해체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퍼즐같은 정교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데뷔작이자 '다쿠미 치아키 시리즈' 제1탄.

"살인 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신흥 종교의 교주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살해되고, 머리와 팔이 절단된 시체로 발견된다.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라는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대담한 트릭과 의외의 진범, 완벽한 복선 회수를 통해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수수께끼. 과연 아야츠지 유키토!라며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속편도 추천.

"망량의 상자" 쿄고쿠 나츠히코 

연쇄살인으로 시작되어 민속학, 요괴, 전기 소설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전개되는 작품.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두껍지만 질리지 않는 재미가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보시길. 최고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대표작이라는 이야기도 많은 걸작.

"데드맨" 가와이 간지 

신체의 일부가 사라진 6구의 시체.그리고 그 부품을 연결해서 만들었다는 '데드맨'으로부터 메일이 보내지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시마다 소지의 걸작 "점성술 살인 사건"에 오마주를 바친 작품. 의외의 전개를 통해 오락성이 강한 서스펜스 추리물이다.

2021/04/16

최후의 일격 - 엘러리 퀸 / 배지은 : 별점 1.5점

최후의 일격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29년 겨울, 작가로 갓 데뷔한 엘러리는 크리스마스부터 공현절까지 12일간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어 인쇄업자 아서 크레이그의 저택으로 향한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젊고 매력적인 시인이자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이기도 한 존과 그의 약혼녀, 허영 가득한 여배우, 출판업자인 댄 프리먼 등을 비롯해 모두 12명.

모두가 파티 분위기로 들떠 있는 사이 저택은 폭설로 고립되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나 초대 손님들에게 열두 별자리를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넨다. 그리고 얼마 후, 초대받지 못한 13번째 손님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용"

엘러리 퀸의 마지막 장편입니다. 말년의 엘러리 퀸이 고전 본격물의 향취를 되살리고자 의욕적으로 도전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부터가 엘러리 퀸 데뷰작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 직후니까요. 작품도 고전 본격물에 굉장히 충실합니다. 클로즈드 서클에 가까운 무대 설정과 부유한 주요 등장인물들, 기묘한 범행과 단서들 모두가요. 모든 단서는 공정히 제공되며, 심지어 '독자에의 도전'도 삽입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서 인용했다는 형태로요.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망작입니다. 고전 본격물의 단점만 집대성해 놓은 결과물이에요.

고전 본격물의 존재 가치가 멋진 트릭과 기발한 설정에 있다는건 분명합니다. 어떤 작품은 트릭과 설정만으로도 모든 단점이 덮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런 설정들은 '비현실성;을 강화한다는 문제가 큽니다. 기상천외할 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고요. 그나마 이런 설정들이 최소한의 현실성을 가지려면, 사용되거나 그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라도 명확해야 합니다. 작위적인 상황 연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의 예를 들자면, 범인이 피해자의 목을 잘라 T자 형으로 매단 이유는 피해자인척 하기 위해서 벌인 행동이었죠. 작위적이기는 하나, 말은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트릭도 변변치 않고, 설정들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표적인건 범인이 12일에 걸쳐 20가지 선물을 예정된 피해자에게 보낸다는 설정입니다. 선물들은 폐니키아 알파벳이 유래한 사물들을 의미했습니다. 첫번째 '황소'는 알레프, A, 두번째 집은 베스, B 라는 식으로요. 이 경우 마지막 Z는 단검인 자인을 뜻하죠. 하지만 범인은 스무번째 선물이 전달되는 마지막 날, 단검으로 존을 살해한다는걸 미리 알리기 위해 선물을 보낸게 아닙니다! 범인 아서 크레이그는 존을 꼭 죽였어야 했어요. 파산을 막기 위해서요. 누군가 존의 죽음을 막거나, 자기 범행을 멈추어 주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선물을 보냈을까요?
이유랍시고 나오는건, 명탐정 엘러리 퀸이 선물은 페니키아 알파벳이고, 선물 카드 뒤에 그려진 그림은 교정용 기호를 쓴 거라 편지를 보낸건 이쪽 분야에 정통한 인쇄업 종사자 아서 크레이그라고 추리해내기를 원했다는 겁니다. 너무 뻔한? 단서라서 명탐정은 아서 크레이그는 진범이 아니고 누명을 쓴 거라고 주장해 줄 걸 기대했다면서요.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어요. 이러니 명탐정들이 현대의 비웃음거리가 된 겁니다...
차라리 피해자만 아는 일종의 기호로 피해자의 두려움을 가중시키려고 했다던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트릭을 알아채서, 자신의 범행을 멈추어 줄 것을 기대했다던가, 범인이 페니키아 알파벳에 집착하는 미치광이였다는 이야기가 조금 더 나았을 겁니다. 딱히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작품 속 설정보다는 말이 됩니다.

애초에 아서 크레이그가 선물을 보내면서, 열 두명이나 되는 손님이 모인 저택에서 12일 동안 파티를 즐기면서 시간을 끌 이유도 없습니다. 언제든 존을 죽이면 되요. 사고로 위장해서요. 실제로 작 중에서도 존은 2번의 큰 사고 - 승마 중 낙마, 과음 후 계단에서 추락 - 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범죄를 저지를 경우, 유산이라는 동기 때문에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기 부분은 선물을 보낸 뒤 살해해도 어차피 똑같습니다. 구태여 복잡하고 번거롭게 단서만 늘린 셈이에요. 게다가 아무리 자기 저택이라지만, 경찰마저 상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려 12일 동안 몰래 선물을 놓아둘 수 있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선물을 놓아두다가 잡혔다면 어쩔 생각이었을까요?

전개와 설정도 엉망입니다. 존3가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협박하는 장면은 볼썽사나울 지경입니다. 뭐 프리먼의 인쇄소를 손에 넣고자 했던건, 돈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허나 롤랜드 페인을 협박해서 존1이 쓴 시집에 대한 호평을 얻고자 한 건 설명이 안됩니다. 스스로가 존1이 될 생각이었을까요? 협박했다는 사실을 존1에게 숨긴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건 마찬가지고요. 물론 협박을 한게 존 1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협박대로 인쇄소와 시집에 대한 호평을 손에 넣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한마디로 존을 죽이고 싶은 용의자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협박을 한 건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고 선물이 보내지고 난 이후이니, 이 둘을 용의자로 보기도 힘들어요.

아울러 작품 속 경찰들은 정말로 무능했습니다. 사건 이후 아서 크레이그의 재산 흐름만 확인했어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건 별로 어렵지 않았을거에요. 이 정도 수사도 하지 않고 미해결 사건으로 덮었다?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아예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존의 쌍둥이 형제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사실 존은 '세쌍동이'여서 존 2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나름의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살아있는게 존 1이냐 존 3이냐는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설명되고 있고요.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평가를 끌어올리기는 턱도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제 정말 엘러리 퀸은 그만 읽어야 겠습니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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