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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6

후루하타 닌자부로(古畑任三郞) 1,2기 및 스페셜

최근 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들 속에서 눈에 띄는 추리 드라마라 소개합니다. 10년도 넘은 시리즈라 아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요.
경시청 수사 1과 경부보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주인공으로 형사 콜롬보식의 도서식 추리물 옴니버스 시리즈입니다. 도서 추리물답게 범인이 사건을 저지르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범인의 계획을 하나씩 밝혀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식인데 마지막에는 "시청자에 대한 도전" 같은 장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정통파 추리 시리즈물은 보통 추리 매니아 등 특정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이 시리즈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자만심 넘치고 안하무인에 범인을 괴롭히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비롯해서, 부하 이마이즈미의 코믹한 설정과 연기 등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넘쳐나고, 내용상의 트릭도 상당히 이해하기 쉽고 전개가 논리적이라 추리물을 많이 접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점입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형태면에서는 "제시카의 추리극장" 같다고나 할까요? 쉬운 추리물의 교과서적인 작품 그 자체에요.
그 외에도 작품 전체를 통해 "완전범죄는 없다!" 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 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아울러 정통파 퍼즐 미스터리 추리물로 트릭자체가 꽤 괜찮은 작품도 많이 있는 편이에요.
또한 게스트 (주로 범인역)으로 유명 스타들이 등장해 주는 것도 상당히 이색적인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워낙 오래된 시리즈이고 젊은 스타의 비중이 적어 제가 아는 배우는 나카모리 아키나와 스즈키 호나미,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범인은 아닌 중요 참고인 역이었던 마츠 다카코 정도지만 일본 영상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많은 친숙한 얼굴을 찾을 수도 있겠더군요.

다만 마지막에 범인에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고 범행을 인정케 하는 결론 부분에서 드러나는 증거가 빈약한 편이 많은 것이 약간 약점이긴 합니다. 실질적인 눈에 드러나는 증거보다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말빨"로 범인을 옭아매는 편이 좀 많거든요.

그래도 다른걸 다 떠나서라도 타무라 마사카즈가 연기하는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는 멋진 캐릭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리즈였습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대사가 꽤 쉬운 편이라 일본어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더욱 좋더군요. 저는 1, 2기와 1,2기 스페셜만 구해 볼 수 있었는데 3기는 물론 인기 탓에 번외편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고 하네요. 빨리 3기와 다른 시리즈도 어떻게든 구해 보고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제가 본 1, 2기와 스페셜 내용의 간단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는 토끼님의 블로그 입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 1기(1994.04.13 ~ 06.29)
01. 죽은 자로부터의 메시지(나카모리 아키나) : 인기 순정만화가의 애인?살인사건
02. 움직이는 시체(사카이 마사아키) : 가부키 배우의 경비원 살인사건
03. 웃는 시체(코테가와 유코): 정신과 의사의 애인 살인사건
04. 살인 팩스(쇼호쿠테 츠루베): 추리소설작가의 부인 살인사건
05. 더럽혀진 장기말(반도 야소스케): 일본장기기사의 살인사건
06. 피아노 레슨(키노미 나나): 피아니스트의 살인사건
07. 살인 리허설(코바야시 넨지): 시대극 배우의 촬영소사장 살인사건
08. 살인특급(카가 다케시): 치과의사의 흥신소사장 살인사건
09. 살인공개방송(이시쿠로 켄): 초능력자가 일으킨 살인사건
10. 모순투성이의 시체(코사카이 카즈키): 대의원 비서의 살인사건
11. 잘있어요, DJ(모모이 카오리): 인기 DJ의 살인사건
12. 마지막 인사(스가와라 분타): 손녀를 잃은 형사의 복수 살인



후루하타 닌자부로 스페셜1(1995.04.12)
웃는 캥거루(진나이 다카노리/미즈노 마키): 수학자의 파트너 살인사건



후루하타 닌자부로 2기(1996.01.10 ~ 03.13)
01. 너무 많이 말한 남자(아카시야 산마): 변호사의 정부 살인사건 上, 下
02. 웃지 않는 여자(사와구치 야스코): 기숙사 여사감의 동료 살인사건
03. 게임의 달인(쿠사가리 마사오): 주치의의 추리소설작가 부부살인사건
04. 파랑인가, 빨강인가(키무라 타쿠야): 대학조교의 유원지폭파미수사건
05. 위선의 보수(가토 하루코): 인기각본가의 여동생 살인사건
06. Vs 퀴즈왕(카라사와 토시아키): 퀴즈왕의 방송스탭 살인사건
07. 動機鑑定(사와무라 토쥬로): 골동품 가게 주인의 살인사건
08. 마술사의 선택(야마시로 신고): 마술사의 젊은 조수 살인사건(마츠 다카코도 나와요)
09. 실수한 남자(카자마 모리오): 잡지 편집장의 호텔 도어맨 살인사건
10. 뉴욕에서의 사건(스즈키 호나미): 남편을 살해하고 무죄판명된 여자의 이야기



후루하타 닌자부로 스페셜 2(1996.03.27)
잠깐의 이별(야마구치 토모코): 전위 화예가의 가주(이에모토) 살인사건


2024/06/29

직장 내 살인사건 - 헤너 코테 & 크리스티안 룬처 / 박종대 : 별점 2점

직장 내 살인사건 - 4점
헤너 코테 & 크리스티안 룬처 지음, 박종대 옮김, 표창원 해제/지식트리(조선북스)

일의 조건이나 일자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의 대표격은, 취업을 위해 자기 윗 순위 대기자(?)를 살해한다는 내용의 걸작 "도끼"일 겁니다. 작품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읽으면서 이런 류의 실화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이런 실화를 다룬게 분명해 보이는 논픽션이 있더라고요. 독일의 범죄 관련 다큐멘터리 작가가 쓴 책으로, 출간된지는 꽤 되었지만 그간 눈에 뜨이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쳤네요. 주말을 맞아 읽어 보았습니다.

많은 사건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볼프가 푀펠에게 법정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당했던 1927년 사건은 말 그대로 '직장 내 살인사건'입니다. 볼프는 같은 회사 동료 푀펠에게 가졌던 질투심과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해 푀펠의 해고와 이익 배당금 지급 방해, 그리고 인격 모독에 앞장섰다가 살해당했습니다. 읽어보니 죽어도 싸다 싶을 정도로 못되게 굴었더라고요. 범인 푀펠이 오히려 꽤나 선처를 받았다는 이후 판결을 보아도 알 수 있지요.
1909년 호프리히터 독살 사건은 "도끼"를 연상케 합니다. 호프리히터는 출세길이라 할 수 있는 참모 본부에 들어가기 위해 엘리트 장교들에게 독약을 보냈고, 그 중 한 명인 마더 대위가 독약을 먹고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독약을 '정력제'라고 속이고 보낸 범행 과정, 호프리히터가 범인임을 밝혀내는 수사 과정 모두 한 편의 범죄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스가 유명한 철학자 슐리크를 살해한 사건도 "도끼"와 동기는 비슷합니다. 한스는 학계의 유명인사이자 실력자 슐리크의 눈 밖에 나서 먹고 살 길이 막혀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역시, 비슷한 실화가 많긴 많네요.

이렇게 직장 내 문제 때문에, 혹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에 더해,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직장을 찾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금품을 노리고 저지른 범죄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1883년, 직업 소개를 미끼로 다수의 여성들을 살해한 생크와 그 일당들의 범행, 그리고 1891년 거의 동일한 방식이었던 프란츠 슈나이더와 그의 아내가 저질렀던 범행처럼요. 그러나 이 범행들은 '직장 내 살인'으로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직장'은 피해자들을 유혹한 무기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금품을 노린 살인 강도에 불과한 탓입니다. 
1964년의 음식점 부부 살인 사건, 1905년의 루스 중령 살인 사건도 '직장 내' 살인 사건이라기 보다는 단순 강도 사건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피해자와 범인이 주종 관계였지만, 이들의 관계 때문에 범행이 일어난건 아니니까요. 1896년의 베르너, 그로세가 레비 변호사를 살해한 사건 역시 그 옛날에 미성년자들이 상당히 체계적인 계획하에 저지른 범죄라는 점은 놀랍지만, 단순 살인 강도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직장 내 살인'과는 별 관계없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직장을 잃은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2006년의 후베르트 사건을 '직장 내 살인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회적 타살일 수는 있겠지만, 이를 직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유명 소설 "비아말라"의 소재라는 클라인슈로트 살인 사건도, 잔혹한 가정 폭력을 저지르던 아버지를 나머지 가족들이 살해했다는 점에서 직장 내 살인 사건이라고 볼 수 없고요. 동성애 관계에 빠졌다가 파트너를 살해한 베르노 사건, 2002년, 퇴학으로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사회보호 대상자로 전락하게 된 슈타인호이저가 학교로 쳐들어가 17명을 사살한 사건도 그러합니다.
이런 사건들보다는 서두에 짧게 언급되고 지나가는, 학대받던 하녀들이 주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는1933년 파팽 자매 사건이 더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유니스 파치먼이 주인 가족을 살해한다는 소설인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의 원전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직장 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야기 비중이 적다는건 분명 기대와는 어긋나며, 시대도 1차대전 이전 제국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게 많고 지역도 독일과 오스트리아로만 한정된다는건 단점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3/09/01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만끽! 흉내내기 (따라하기) 살인을 테마로 한 걸작

honto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모두 국내 소개된 작품입니다. 구하기도 별로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일본 추리 소설 소개가 많은게 아쉽네요. <<옥문도>>나 <<묵시록의 여름>>은 소개되어도 무방한 수작이지만, <<명탐정에게 장미를>>은 참고 보기 어려운 졸작이었거든요. 이보다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 대신 선정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흉내내기 살인'은 동요나 시, 전설이나 이야기에 빗대어 살인을 저지르거나 살인 현장에 장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범인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는가? 그 동기와 목적이 핵심이며, 정통 미스터리의 진수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흉내내기 살인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의 명작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절해의 외딴섬이라는 폐쇄된 서클, 서로를 모르는 초대 손님들, 만찬 자리에서 밝혀지는 범죄, 마더구스의 가사대로 죽어가는 살인, 줄어드는 인형들.... 이 책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후대에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을 확립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자탑 같은 작품이다.

"비숍 살인사건" - 반 다인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지?'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하는, 마더구스 동요에 빗대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탐정 파일로 밴스가 도전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 먼저 발표되어 동요 살인, 흉내내기 살인의 효시로도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 걸작으로 항상 손꼽히는 작품이다.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가 미디어에 소개된 뒤, 이를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만으로도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지만, 2부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2부부터가 메인이다. 기억에 남는 한 권이 될 것이 분명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명작이다.

"옥문도" - 요코미조 세이시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가 <<비숍 살인사건>>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영향을 받아 일본답게 '병풍에 쓰여진 하이쿠'를 바탕으로 완성시킨 추리 미스터리.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옥문도라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도전한다. 작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묵시록의 여름" - 가사이 기요시
밀실 살인, 비보 전설 등 다양한 미스터리 요소가 산재되어 있는 현상학 탐정 야부키 카케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요한계시록에 빗댄 살인이 벌어진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포함한 독특한 분위기가 매우 매력적이어서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리즈 1편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23/02/04

철벽의 알리바이로 완전범죄 성립!? '교환 살인'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 언제나처럼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국내 소개된 작품은 4편입니다. 저도 두 편 밖에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찾아봐야겠네요.

'교환 살인'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살해 대상을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는 동안에 철벽의 알리바이를 준비해서 혐의에서 벗어나는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나 교환 살인이 트러블, 변심이나 배반 등으로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 않고 그 와중에 드라마가 발생하는건 추리 소설에서 기본적인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교환 살인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4중의 교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범인과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의 활약을 그린 미스터리. 범인 측 시점은 일종의 도서 미스터리로,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 시점은 본격 미스터리물로 즐길 수 있다. 또 교환 살인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에 대한 후더닛 요소도 더해져 있는, 헛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치밀한 플롯이 빛나는 본격 요소가 가득 담겨있는 작품.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립탐정 파트, 탐정의 제자 파트, 형사 파트가 순서대로 그려지며 교환 살인물로는 드물게 도서 미스터리 스타일이 아닌 채로 진행된다. 제목에는 있지만 도대체 무엇이 교환 살인인지 궁금해하면서, 가벼운 분위기의 문장에 혹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의 속셈에 빠져들고 마는 본격 미스터리.

<<도망자>> 오리하라 이치

교환 살인을 저질렀지만 배신당해서 한 번 체포되었지만 탈주한 뒤 도망자 신세가 된 도모타케 지에코. 그녀와 그녀를 쫓는 형사와 남편, 그리고 인터뷰로 구성되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행각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노골적이며 의미심장한 표현들은 서술 트릭의 대가인 저자의 솜씨를 느끼게 해 준다. 실재로 있었던 사건이 모델인 미스터리 작품.

<<스트레이트 체이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국내 미출간)

린지는 바에서 취했을 때 3중 교환 살인 약속을 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자신이 지목했던 살해 대상이었던 상사의 집에서 타살 사체가 밀실 상황에서 발견되는데..... 저자가 SF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을 발표하던 시기의 작품. 수수께끼 아이템이 등장해서 이번에도 SF 설정이구나 싶은 점도 흥미로운 점. 꼭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읽어보시길.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교환 살인이 주제인 작품들 중 선구자적인 존재인 이 작품은 히치콕 감독에 의한 영화도 유명하다. 우연히 같은 전철에서 만난 가이와 브루노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브루노가 가이에게 교환 살인을 제안한다는 내용으로 편집광적인 스토커의 무서움을 맛볼 수 있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보는 모두 당신 손 안에! <<독자에의 도전장>>을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작품들

2009/08/12

기세이혼센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 별점 1점

 기세이혼센 (紀勢本線) 신구(新宮)역 근처에서 한 여성의 피살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21세의 하라구치 유키. 치명상은 가슴을 날카로운 흉기로 참혹하게 찔린 것이었으며 이마에 X자로 상흔이 남아있었던 상태. 사건 해결을 위해 신구 경찰서에 설치된 수사본부에 도쿄 경시청 수사 1 과 소속의 토츠가와(十津川)경감과 가메이(龜井)형사가 찾아오고 이 사건이 도쿄 세타가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도쿄에서의 피해자도 영어이니셜이 Y. H에다가 21세, 거기에 칼에 찔리고 이마에 자 형태의 상흔이 남아 있는 것이 동일했던 것. 반신반의하던 경찰앞에 구시모토 역에서 동일한 조건의 여성 피살체가 발견되며 사건은 점차 커져만 가는데....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침대특급살인사건""히다다까야마에서 사라진 여인""일본살인여행" 에 이어 네번째네요.

이 작품도 역시나 일종의 여정 미스터리로서 간사이 쪽 열차 노선인 기세이혼센 (紀勢本線) 의 여러 역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잠깐 조사해봤더니 굉장히 긴 철도더군요.
그러나 내용은 굉장히 보잘것 없고 밀도가 떨어지는 졸작이었습니다. 복잡하기만 할 뿐 알맹이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눈여겨볼만한 요소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총 7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범인마저 토츠가와 경감에게 사살되는 등, 니시무라 교타로 작품치고는 나름 피바다 계열로 사건 자체는 풍성합니다. 그러나 등장하는 사건들이 "연쇄살인"의 살인범과 그 "연쇄살인"을 추종해서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범과 그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살인범.. 이라는 식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뜬금없는 탓입니다. 
그나마 부가적인 연계 사건들을 잘 정리해서 전개했더라면 모를까, 이 작품에서는 연계 사건들은 왜 등장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겉돕니다. 사건들은 단지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만, 그리고 이야기를 벌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원래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유일한 역할마저도 중반 정도 되면 모두 해결되어서 이야기에서 아예 퇴장해 버립니다. 독자로서는 이 연계 사건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심 사건인 연쇄 살인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운가? 라는 것도 역시 아니올시다 입니다. 일단 21세의 영문 이니셜이 Y.H이며 눈 밑에 점이 있는 직장 여성을 노리는 연쇄 살인이라는 설정 자체는 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수사의 포커스는 누가 봐도 어떻게 해당 인물을 범인이 골라낼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경찰들, 특히 나름 명탐정이라는 토츠가와 경감 조차도 이 점을 착안하지 못하고 거의 막판에 가서야 추리하여 결국 범인을 특정하는데 성공합니다. 그 전에는 그냥 탐문, 탐문, 탐문밖에는 없습니다... 
또 이러한 착안점에서 범인을 특정한 다음에는 추리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전개는 너무 쉽게 간거 아닌가 하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고요. 범인의 정체와 동기도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빠진 진부한 설정이었어요.
한마디로 경찰이 조금만 더 머리를 써서 조사했더라면 진작에 해결되었을 사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추리의 영역이 아니라 기본적인 "초동수사"의 문제지요. 이 정도면 직무유기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게다가 너무 우연과 감에 의지하는 전개가 많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결국 범인의 최종 목표지점을 특정하는 것도 - "가까운 기세이혼센(紀勢本線) 중 K로 시작되는 곳" - 그냥 토츠가와는 "감"으로 "난키 시라하마"라 짐작하고 그곳에서 결국 범인을 잡게 됩니다. "K"로 시작되는 곳이라는 단서도 토츠가와의 "감" 앞에는 무력할 뿐이죠. 뒷부분에 "난키(南紀)라고 해도 좋을 고장이름을 기난(紀南)이라고 했다"는 식으로 빠져가나기는 하는데 이건 솔직히 반칙이죠. "서울의 옛 이름이 한성이었기 때문에 서울도 H로 시작하는 도시다!"라고 주장하는거하고 똑같잖아요...

마지막으로 항상 이야기하지만 "여정 미스터리"라는 소재에 어거지로 엮어볼려고 "기세이혼센" 과 "난키" 지방을 중심으로 다루는 설정 자체도 문제가 많아요. "삼단벽" 같은 해당 지방의 명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건과는 별 상관없는, 단지 특이한 지방의 특이한 풍광일 뿐 실제로 사건은 이게 도쿄나 오사카라도 아무런 상관없거든요. 이래서야 "부산 살인사건"이라고 하고 해운대만 잠깐 나와준다던가, "제주도 살인사건"이라고 한 뒤 용두암만 잠깐 나와주는거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죠. 아무래도 작가의 여정 미스터리라는 쟝르에 대한 집착이 외려 화를 부른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관광가이드도 아니고... 시라하마 지방에서 돈이라도 받았나?

어떻게 된게 이 작가 작품은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없어지네요. 앞으로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는 "천사의 상흔"이나 일본 미스터리 문학상을 수상한 "종착역 살인사건" 정도의 작품이 아니면 찾아읽을 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별점은 1점. 그만큼이나 최근 읽은 작품 중 최악이었습니다. 엔간한 졸작은 수작으로 보일만큼 추리와 설정, 내용 모두 별로였어요.

2022/10/30

무엇을 위한 해체? 엽기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

* 자주 소개드리는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입니다. 이번에는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로 대체로 좋은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데드맨>>보다는 이런 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나 <<문신 살인 사건>> 등을 포함시키는게 더 나았을것 같네요.


엽기 범죄의 대명사인 시체를 해체하는 토막살인. 추리 소설 작가들은 주로 "범인이 왜 일부러 시신을 토막내야만 했을까?"라는 동기에 주목하지요. 이 매력적인 수수께끼에 큰 속임수, 그리고 드라마를 숨겨서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추리 소설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제1탄. 밀실 살인과 엽기적인 토막 살인, 관계자의 수기, 독자에의 도전장 등 본격 추리 요소가 가득한 작품. 일본의 쇼와 시대를 대표하는, 추리 소설에 빠져든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명작.

<<치아키의 해체원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신체의 일부를 토막내고 해체하는 살인 사건을 다룬 9편의 단편이 수록된 보기드문 단편집. 수록작 모두 '왜 시신을 해체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퍼즐같은 정교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데뷔작이자 '다쿠미 치아키 시리즈' 제1탄.

<<살인 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신흥 종교의 교주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살해되고, 머리와 팔이 절단된 시체로 발견된다.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라는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대담한 트릭과 의외의 진범, 완벽한 복선 회수를 통해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수수께끼. 과연 아야츠지 유키토!라며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속편도 추천.

<<망량의 상자>> 쿄고쿠 나츠히코
연쇄살인으로 시작되어 민속학, 요괴, 전기 소설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전개되는 작품.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두껍지만 질리지 않는 재미가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보시길. 최고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대표작이라는 이야기도 많은 걸작.

<<데드맨>> 가와이 간지
신체의 일부가 사라진 6구의 시체.그리고 그 부품을 연결해서 만들었다는 '데드맨'으로부터 메일이 보내지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시마다 소지의 걸작 <<점성술 살인 사건>>에 오마주를 바친 작품. 의외의 전개를 통해 오락성이 강한 서스펜스 추리물이다.

2013/10/30

킹을 찾아라 - 노리즈키 린타로 / 최고은 : 별점 2.5점

킹을 찾아라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이한 별명의 네 사람이 모여 교환살인을 모의하고 대상과 순번을 정했다. 방법은 트럼프 카드 뽑기. 첫 번째 범인 와타나베 기요시의 범행을 시작으로 아무 관련 없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명확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노리즈키 총경은 아들 린타로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 이 작가 장편은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이후 두 번째네요.

작품의 시작은 네 명의 사람이 모여 교환살인을 모의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일종의 도서 추리물 느낌을 전해 줍니다. 이후 범인 중 한 명인 와타나베 기요시의 범행을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더욱 그러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요. 이후는 일반적인 추리물 형식이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작보다는 쉽게 읽힙니다. 그러나 추리적인 완성도는 별로입니다. 이유는 우연과 작위적인 전개에 더해, 내용에서 경찰 수사의 헛점이 여실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해 보이는 교환살인이 발각되는 이유가 와타나베의 바보 같은 실수였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실수는 노리즈키 총경이나 주변 증인들의 말을 빌리면, '한 번만 만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위조지폐'로 비롯된 것인데, 와타나베는 맨손으로 지폐를 만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또 지갑에는 어떻게 넣었을까요? 이후 와타나베가 은행에서 도주하다가 차에 치어 죽는다는건 작위적인 전개의 극치입니다. 여기서 체포되었더라면 진상은 한 번에 밝혀졌을 테니까요. 교환살인 추리의 근거가 되는 카드 발견 역시 나라자키가 카드를 남겨두고 도주한 탓으로, 순전히 운에 불과했습니다.

또 카드 발견 이후,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여 교환살인에 대해 두 명이 아니라 세 명,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 얽혔다고 추리하는데 이건 딱히 대단한 추리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면 네 명도 당연히 가능하겠죠. 추리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요.

이러한 점들로 인해 페이지가 중간을 넘어갈 때까지는 솔직히 별볼일 없었습니다. 작가의 이름값에서 기대되는 정통 추리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그러나 후반부, 경찰이 숨통을 조여오고 위조된 협박장을 받은 이후 범인들이 오히려 자수하여 혐의를 축소하려는 공작을 벌이는 부분부터는 괜찮습니다. 첫 장면부터 독자를 범행모의에 끌어들여 앞부분 전개를 지루하게 만들지만, 중요한 정보를 교묘하게 감춘 탓에 독자와의 두뇌게임이 제대로 벌어지는 덕분입니다. 노리즈키 린타로와 독자가 공정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이고요.

덧붙이자면 진상에 대한 아이디어도 탁월합니다. 교환살인을 테마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여태 이런 발상의 작품은 본 적이 없네요. 남겨진 용의자가 "살인을 모의했지만 나는 저지르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니! 교환살인 모의가 중죄일 수는 있으나 범행 실행 이전이라면 그 형량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것을 이용한 건데, 교환살인의 가장 큰 맹점인 '첫 범행으로 이득을 본 뒷사람은 범행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에 누가 먼저 범행을 저지르냐가 중요하다'를 한방에 해결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작품의 진상과는 살짝 어긋나지만, 누가 살인을 저지른 다음이라면 뒤에 남은 사람은 "사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반은 장난이었다"라고 자수하면서 범행을 불어도 되니 정말로 타당한 발상이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라는 것인데, 순수하게 원한 관계였다면 아무 문제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단지 이 맹점만을 가지고 작품을 쓴 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이라면, 이 작품은 이 맹점을 가지고 두뇌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요.)

허나 탁월한 발상과 빅재미의 후반부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앞서 이야기한 대로 경찰 수사의 헛점 부분인데, 세키모토 마사히코에 대해 충실히 수사했다면, 그래서 그의 진짜 동기를 알아내었더라면 사건은 보다 빨리 해결되었을 겁니다. 이런 대형사건이 자수한 용의자의 자백에만 의지하여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나라자키를 살해했다는 내용은 완전히 사족이었습니다. 나름 교묘한 작전으로 혼자서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던 조시마에게 철퇴를 내리기 위한 작가적 의도로 보이긴 했지만, 좀 오버한 듯 싶더군요.

마지막으로 카드에 이름을 맞추었다는 발상과 그에 따른 진상은 꽤 그럴듯하고 재미도 있긴 하나 작위적이라는 점에서는 감점 요소이긴 합니다. 사실 카드가 킹이냐 조커냐는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설정과 전개는 진부하고 사건은 우연이 많이 개입되어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부분이 많지 않으나 마지막 부분의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후반부 아이디어를 보강하고, 정통파 추리소설보다는 범죄 스릴러로 전개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겁니다.

2019/08/11

브루투스의 심장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별점 1.5점

브루투스의 심장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한정 일본 추리 소설의 제왕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로, 1989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비교적 초기작입니다. 범행이 먼저 등장하는 일종의 도서 추리 소설입니다.

작가 생활 초창기에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라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풍과는 사뭇 다른게 특징입니다. 흡사 70년대를 풍미했던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품같았어요. 기차 시간표는 아니지만 상당히 정교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과 재벌 가문의 문란한 생활,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야심가, 등장인물마다 엮여 있는 콩가루같고 불우한 가정사 등 모든 설정이 흡사한 탓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서 거의 보기 힘든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도 마찬가지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인기를 얻기 전 무명 작가 시절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 시대의 인기작을 분석하고 따라해서 어떻게든 인기를 얻어보려 했던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답다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악녀 야스코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꽤나 공들인 정교한 트릭이 돋보입니다. 최초에 등장한, 3명이 실행하는 사체 이동 계획부터 꽤 흥미롭습니다. 오사카, 나고야, 도쿄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잘 계산한 괜찮은 트릭이었어요. 나오키의 말대로 2명이라면 모를까, 3명이 실행하는 계획은 경찰도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을테고요.
두 번째 범행인 만년필을 이용한 살인도 그럴듯합니다. 만년필 잉크를 넣는 곳에 청산가리 결정을 넣어 놓고 잉크를 넣으면 청산가스가 발생하여 사망한다는 트릭인데, 청색 잉크만 산성을 띄고 있어서 청산가스가 발생한다는 등의 과학적인 설명이 뒷받침되어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거든요. 이공계 출신 작가다운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마지막에 다쿠야가 야스코를 살해한 방법도 기발하기는 뒤지지 않습니다. 미리 야스코의 방에 잠입해서 찻주전자 주둥이 안쪽에 청산가리를 발라 놓은 후, 저녁에 당당하게 방문해서 차를 직접 끓여마시게끔 유도하여 살해하는 계획으로 완벽하게 성공하니까요. 야스코도 이미 2명이나 살해된 상황이라 다쿠야를 조심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탄 차에 독이 들어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그러나 초기작인 탓인지 모두 헛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의 사체 이동 계획은 나오키가 나고야에서 오사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신칸센을 탔어야 했고, 다쿠야 역시 이용한 차량을 처리할 때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다쿠야는 이 때문에 덜미를 잡히죠.
두 번째 청산가스 살인도 경찰이 현장 조사할 때 가스가 남아 있어서 들통난다는 점에서는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마지막 트릭 역시 다쿠야가 직접 야스코의 집을 방문했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운 좋게 들키지 않았을 뿐이니까요. 

물론 사람이 만든 계획에 헛점이 있는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를 작중에서 형사들이 치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것도 볼거리로 이런게 도서 추리 소설의 묘미이기도 하고요. 정작 문제는 이야기 자체입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3명의 사체 이동 계획부터 애매합니다. 애초에 나오키가 고로의 약점을 잡아 청부 살인까지 시킬 수 있었다면, 그냥 고로를 시키면 됩니다. 알리바이고 뭐고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비밀을 아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적은게 낫잖아요? 이야기를 보면 고로와 나오키의 연결 고리는 그 누구도, 심지어 고로에게 청혼을 받은 나오키의 비서 유미에마저 모르니 완벽한 청부 살인이 되었을겁니다.

또 하시모토와 다쿠야를 끌어들이는 이유도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나오키가 트럼프 카드 마술이 특기라는 설정도 고로의 존재 때문에 말이 안됩니다. 그냥 뽑으면 되죠. 최악인 살인이 걸린다면 고로를 시키면 되니까요. 다른 살인을 뽑은 관련자에게 빚을 지게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걸 대단한 단서인 것 처럼 흘릴 이유는 없습니다.

진범 고로가 야스코 대신 나오키를 살해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살의를 품을 만큼 원한이 깊었다는 설명도 없을 뿐더러, 그랬다면 진작에 살인을 저질렀다면 모를까 왜 이 때 저질렀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사체 이동 계획에 대한 종이가 차에 없었더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시체가 야스코가 아니라 나오키였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제대로 설명할만한 합리적인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나오키를 죽인건 살인까지 시켜서 살의가 폭발했다고 치죠. 그러면 시체 이동 계획에 참여한 하시모토와 다쿠야까지 죽이려 한 이유는 뭘까요?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었는지 먼저 간을 보는게 순서였을텐데 말이죠. 시체가 발견되어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된 마당에, 연이어 범행을 저지른다는건 아무리 봐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수사 와중에 직접 나서서 야스코를 죽이고 마지막에 고로까지 살해하려한 다쿠야의 정신상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모리무라 세이이치 류의 설정이 너무 과한 것도 문제입니다. 주인공인 다쿠야가 온갖 어려움을 혼자 힘으로 이겨낸 자수성가형 엘리트이자 야심가라는건 흔해빠지긴 했어도 봐줄만은 합니다.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의 근거로는 타당하고요. 그러나 니시나 나오키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후계자가 되었으며, 아버지 도시키를 증오한다는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3인 살인 계획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로봇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위장한다는 설정도 말이 안됩니다. 실제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로봇 '나오미'는 바로 폐기되고, MM 중공은 그 뒤로도 잘 나가고 있으니 무의미한 복수였어요. 차라리 로봇을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걸 널리 알리는게 더 효과적이었을겁니다.
니시나 가문의 딸 호시코의 방자한 행동이라던가, 니시나 도시키의 문란한 사생활 역시 콩가루 재벌집 설정을 드러내는 역할 뿐입니다. 특히 니시나 도시키와 야스코의 관계는 충분히 재미있게 가져갈 수 있는 소재였는데 이래저래 이상하게 소모된 느낌이에요. 

마지막의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쿠야가 고로의 존재를 눈치챈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쿠야는 고로를 살해할 이유는 없었어요. 경찰에 고로가 나오키를 죽였다고 알리면 그만이죠. 다쿠야가 시체 운반을 맡았던 이유는 예비 처남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고 하면 문제 없었을겁니다. 설령 3인 살인 계획의 증거인 연판장이 남아있었더라도, 이미 2 명은 확실하게 살해한 고로보다는 다쿠야 쪽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죠. 오히려 야스코 살인까지 고로가 뒤집어 썼을 거에요. 어차피 누가 죽였는지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마지막에 다쿠야가 만든 브루투스가 오작동하여 다쿠야를 죽인다는 결말은 솔직히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로봇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 소재도 아닌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등장해서 이야기를 끝맺는건 이상하다 싶었어요. 인간보다 로봇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던 다쿠야의 죽음으로는 어울린다 싶기도 한데, 그동안 뛰어난 엘리트의 모습을 보여왔으니 마지막 로봇을 이용한 범행도 멋지게 성공하는게 더 설득력은 높지 않았을까요?
그 외에도 세세한 문제점들이 많아서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재벌 가문과 야심가, 알리바이 트릭이라는 3위 일체는 이미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질릴 정도로 써 먹기도 했고요. 거장이 되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여주는 그런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4/01/22

당신의 판결은 - 모리 호노오 / 조마리아 : 별점 3.5점

당신의 판결은 - 8점
모리 호노오 지음, 조마리아 옮김/말글빛냄

도쿄 등에서 판사 재직 후, 현재는 변호사인 저자가 여러 가지 소설과 영화 속 사건에 대해 현실 법정에서의 판결이 어떨지를 설명하면서 형사 재판의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유명한 소설, 영화 속 등장 사건에 대한 정리, 해당 사건에 대한 현실 법정에서의 판결 및 구형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몰라도, 원작의 내용과 핵심 사건을 상세하게 소개해주기 때문에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와 굉장히 유사한데, "성냥팔이 소녀는..."은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유치한 설정과 소설적인 전개 때문에 많이 감점했었지요. 반면 이 책은 실제 소설과 영화 속 사건에 대한 실제 판결에 대해서 굉장히 담백하게, 아무런 치장 없이 깔끔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분위기는 금태섭 변호사의 "확신의 함정" 쪽에 더 가깝달까요? 물론 "확신의 함정"은 판결이 아니라 개인적인 단상 중심이라서, 역시 이 책 쪽이 더 낫기는 합니다.

여튼, 전부해서 24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격돌" - 우연히 거대 트럭에 쫓기게 된 주인공 데이비드가 격렬한 추격전 끝에 트럭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작.

이 사건에서 데이비드는 명백한 살인의도, 즉 확정적 살의가 있기에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생명이 위험했던, 방어에 적합한 행위라는 것을 입증하기 불가능하고 상식적으로는 서로 차에서 내려 이야기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라네요.

그래서 판결은

    1. 계획적 살인에 해당
    2. 피해자 잘못도 존재
    3. 고의성 있던 확정적 살인.

즉, 피해자에게 잘못이 인정되는 계획적 살인으로 고의성 있는 확정적 살인. 징역은 10년 정도 구형될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은 가득히" - "리플리 1"를 원작으로 한 첫 영화. 알랭 들롱의 꽃미모가 폭발하는 고전 명작이죠. 친구 톰을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면서 재산과 심지어 애인까지 가로채는 리플리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여기서 피해자의 물건을 횡령하고 처분하는 정도라면 생전에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피해자 행세를 한 것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합니다. 혐의도 상해치사와 살인 중, 살인에 가까워지고요. 고의적 상해라면 보통 그 사람 행세는 하지 않기 때문이죠. 피해자와 알고 지내던 사람이 피해자와 실제로 만나본 후 증언하지 않으면 존재 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결국 톰 행세를 한 것도 법정에서는 밝혀지기 마련이고요.

단, 열받아서 죽인 후 금품을 취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면 강도 목적임을 증명하기는 어렵고 범행을 완전히 부인하면 살인 입증도 힘들다고 하니.. 일단 끝까지 우겨볼 일입니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소설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알리바이는 어떤 불리한 증거가 있더라도 입증만 되면 무죄가 되는 극적인 효과가 있는 마술봉 같은 존재! 그러나 그 외의 경우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되지 않는답니다.

"재와 다이아몬드" -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영화던가요? 영화는 본 적이 없는데 테러리스트의 테러에 대한 판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계획성에 금전 목적이 더해진 경우에만 사형이 적용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나 암살자라도 한 명밖에 죽이지 않았다면 사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군요. 쉽게 말해서 사람을 죽여도 한 명이라면 사형을 선고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기준입니다만.

그리고 쇼와 초기 1인 1살인을 신조로 정치권 주요 인물 암살을 실행한 혈맹단 사건에서 실행한 단원 두 명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특사로 석방되어 성공한 인생을 보낸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출판사 사장과 도의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네 멋대로 해라" - 저는 고다르의 원작이 아니라 후대에 리메이크된 리차드 기어의 "breathless"를 봤습니다. 막사는 주인공이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뒤 벌어지는 폭주를 그린 작품이죠.

그런데 경찰을 죽였다고 사형이 구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단지 속설에 지나지 않는다는군요. 물론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을 선고받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작품에서 미셸의 범죄는 즉흥적이기에 총기 사용을 고려하더라도 징역 17~18년 수준일 것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적과 흑"

줄리앙 소렐이 레날 부인을 쏜 죄는 실제로는 징역 10년 이하 정도, 이유는 피해자가 상처만 입었지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살인죄가 아니라 살인미수죄죠. 작품에서도 금세 회복되는 것으로 묘사되고요.

살인미수는 피해자에게 생긴 상처의 정도와 범행이 생명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었는지 두 가지 사항에 따라 결정되는데 전자는 결과, 후자는 행위의 위험성이라는 것이죠.

즉, 줄리앙 소렐의 범죄는 결과는 중간 정도의 상해이고 행위의 위험성은 통상적이지 않은 흉기(총)로 평균적인 징역보다 약간 높은 징역 8~9년 정도라고 합니다. 치정사건은 재판에서 감형되는 경향도 있고요. 감정이 격해져 냉정함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 참작된다는군요. 줄리앙 역시 자신의 출세길을 막은 전 연인에 대한 분노로 벌인 범죄니까요.

그러나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인 베르테 사건은 반대로 베르테가 불행의 원인을 미슈 부인에게 돌리며 협박성 편지를 보내고 총을 쏜 것으로, 재판에서 불륜 관계였음을 폭로하나 평소 미슈 부인은 정숙하고 평판이 좋아서 베르테를 동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호의를 원수로 갚은 것이라 형은 더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호의를 원수로 갚는 범행은 범행의 집요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죠.

"제3의 사나이" - 로로가 범죄자로 변해버린 친구 하리를 사살한 것이 유죄인가?

현실에서 일반인의 범죄자 체포는 현행범 체포에 한해서라고 합니다. 법률적으로는 사립탐정이 수사를 하고 범인을 찾아내서 체포하는 것도 안 되고, 체포하면 역으로 체포죄라는 범죄가 된다는군요. 미행도 집요하게 하면 범죄이고요(경범죄법 위반).

물론 경찰과 협력했을 경우는 좀 더 넓은 범위가 허용되기는 해서 통상 체포도 가능하기에 로로의 행위도 인정될 수 있고, 첫발은 하리가 쏜 총에 맞은 경찰이 “쏴!”라고 해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쓰러진 하리를 향해 쏜 두 번째 발은 절대로 인정되지 못한다네요. 경찰이라고 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일. 로로는 살인죄로 기소되어야 마땅하답니다. 소설에서처럼 '이 일은 모르는 일입니다'로 끝날 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용의자 X의 헌신"

여기서의 범행은 전 남편에 대한 과잉방어 살인으로, 형량은 평균 6~7년입니다. 그러나 가정폭력, 스토킹 등의 상대방의 행위가 있다면 형은 더욱 내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군요. 집요하게 따라다닌 전 남편 살인은 집행유예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요. 아울러 중학생 딸은 형사재판에 부쳐지지도 않고 가정재판소의 조치로 끝날 일이라 불기소처분으로 끝날 공산이 큰 상황.

그러나 수학교사 X가 뒤이어 저지른 범행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고 독선적이고 편집증적인 행동으로 유기징역의 상한인 20년형이 예상되며, 모녀 역시 사체 유기죄가 성립되고(공모공동징발) 엄마가 경찰서에 출두해봤자 뒤늦은 것이라 자수도 성립되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삽질이라 할 수 있는 결과라 합니다. 용의자 X의 삽질! 옆집에 수학교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살고 있었어야 했어!!!

대충 이 정도만 정리했지만 이외의 이야기들도 유익하고 재미난 것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판결의 기준이 일본 기준이라는 것 때문에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와 더불어 형법과 판례에 대한 유익하고 기본적인 지식까지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게 해 주는 보기 드문 책이죠. 제가 원했던 스타일의 책으로 이런 류의 법률 상식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한국 판례를 응용한 한국 버전이 나와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2/06/10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혼진 살인사건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혼진 살인사건"은 이미 예전에 동서 추리문고로 읽었지만, 이번에 시공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은 중편인 "혼진 살인사건"과 단편인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중단편 길이의 "흑묘정 사건"입니다.

수록작의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표제작 외 다른 두 작품이 점수를 좀 깎아먹은 탓입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보다는 예전 동서 추리문고의 "나비부인 살인사건"이 더 좋았습니다. 이쪽은 별점 3점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에 추가한다면, "혼진 살인사건"은 공동 2위이고 이 책 전체적으로 따지면 7위입니다. 긴다이치 시리즈 팬분들께는 추천드리지만 그냥 추리 애호가분들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수록작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혼진 살인사건"

이 작품은 기념할 만한 긴다이치 시리즈 첫 작품으로 시리즈의 전형적 특징 - 시골 마을 지역 유지 가문에 얽힌 원한 관계와 오싹한 살인사건, 그것을 해결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펼쳐지며, 공들인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 같습니다.

그러나 공정함에 있어 큰 문제가 있긴 합니다. 작품 속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 트릭을 독자가 풀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탓입니다.

그래도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역사적 의미도 확실하며,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전형적인 긴다이치 시리즈다운 소품. 긴다이치는 아주 잠깐 언급될 뿐 화자는 혼이덴 가문의 병약한 막내딸 쓰루요로, 그녀의 1인칭 시점 서간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는 스기 죽음의 진상과 에마를 숨긴 이유를 쓰루요에게 숨긴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오노 가문의 쇼지가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했다는 결말부는 어이가 없더군요. 강도, 퍽치기 전과가 있는 인간이 약간의 호의 때문에 살인죄까지 뒤집어써 준다는 게 말이 되나요? 협박을 하면 했지...
편지로 진행되는 전개 역시도 몇몇 단락을 제외하면 그냥 소설이라 해도 될 정도로 편지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요.

한마디로 쓰루요의 쓸데없는 오해가 내용의 대부분인 작품으로, 일종의 순간이동 알리바이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기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흑묘정 사건"

추리소설가 Y가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밀실 살인, 1인 2역, 얼굴 없는 시체라는 전통적 추리소설 트릭에 대한 견해를 나눈 뒤, 얼굴 없는 시체에 관련된 사건을 실제로 긴다이치가 해결하고 알려준다는 내용입니다.

얼굴 없는 시체 트릭은 전형적인 피해자·가해자 바꿔치기 트릭에서 한 발자국 정도 더 나아간, 나름 고심한 트릭이 펼쳐집니다. 특히 장지문과 다다미에 묻은 혈흔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오노 지요코라는 여인이 등장해서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진다던가, 그냥 봐도 수상한 변장과 뒤이은 밀회 쇼를 그냥 성격 문제였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부분은 심하게 거슬렸습니다. 트릭 자체도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았고요. 아유코와 시게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너무 뻔했어요. 그 외에도 닛초가 공범이 되는 동기와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그스러운 만담과 과거사가 잠깐이나마 펼쳐져 팬으로서는 즐길 거리가 있고, 본격 추리 소설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4/22

악마의 공놀이 노래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악마의 공놀이 노래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긴다이치 코스케는 휴양차 오카야마의 귀수촌에 머물게 된다. 귀수촌은 23년 전 의문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마을로 긴다이치는 당시 사건 담당자 중 한명인 이소카와 경부로 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재 조사까지 의뢰받는다. 마침 마을에서는 23년 전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사생아가 영화배우로 성공하여 귀향하여 떠들썩한 분위기인데 갑자기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이로써 국내에 출간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해서 "혼진 살인사건", "팔묘촌", "옥문도", 그리고 이 작품이죠.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시리즈는 아니니까 제외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이 작품은 혼진 살인사건과 팔묘촌 중간 정도에 걸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은 완전 본격물은 아니지만 팔묘촌 같은 모험물 성격도 아니고, 본격과 어느정도의 드라마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이러한 작풍은 "옥문도"와 유사한 성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상기 타 작품들과 비교해서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긴다이치 시리즈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골 촌 마을의 독특하고 기괴한 가족 관계와 유별난 캐릭터들이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 것이죠. 물론 시골 촌 마을과 촌 마을을 지배하는 가문 (유라 가문 - 니레 가문)이라는 일관된 설정(?)은 유지하고 있고, 또 이 가문과 얽힌 여러 인물의 복잡한 인간관계 역시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부 정상적인 성격과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거든요. 외모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한명 나오기는 하지만 비련의 공주같은 캐릭터로 다른 작품들처럼 호러 분위기를 전해주지는 않죠.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도 한결 본격물에 가까우며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전해 줍니다.

추리적으로는 총 4건(과거의 살인까지 5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자체의 트릭은 빼어난 것은 없지만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 와 진상에 대한 추리적 접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전개도 좋지만 독자에 대한 공정한 설명, 즉 단서에 대한 접근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제시되는 만큼 추리적인 완성도 역시 상당한 수준이죠.

그러나 마을에 전해지는 "공놀이 노래"를 토대로한 범행은 솔직히 좀 작위적이었습니다. 이 동요 그 자체만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가문의 "옥호"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된다는 전개는 너무 짜맞춘 티가 나거든요. 이 바닥 전설적인 작품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하면 억지스러움이 너무 커 보일 정도로 말이죠. 또한 "변장" 등의 설정은 사실 그렇게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며 마지막의 범인 체포를 위한 함정 수사 부분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대로 합리적인 단서에 더하여 사건의 동기 및 진행과정 역시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추리물의 미덕을 잘 보여주면서도 긴다이치 시리즈만의 독특함도 놓치지 않는 수작이라 생각되네요. 뭐니뭐니 해도 긴다이치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로 예정된 사건을 한번은 막아낸다는 점이 참으로! 독특한 점이죠. 비련의 주인공들과 어두운 과거사, 아이돌 등 등장인물들만 놓고 본다면 하야미 레이카 - 겐모치 경감 등 올스타 캐릭터가 총 등장하는 만화판 "김전일" 시리즈의 분위기와 가장 유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론은 추천작입니다. 별점은 추리적 요소가 약간 부족한 점 때문에 3점이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그 이상의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2006/01/16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 우치다 야스오 원작 :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


프리랜서 라이터 아사미 미츠히코를 탐정으로 내세운, "여정 미스터리"라는 분야에서 유명한 우치다 야스오의 여러 작품들을 만화화하여 출판한 기획물. 현재 1권에서 11권까지 나와 있으며, 아사미 미츠히코 만이 아닌 다른 명탐정들, 이른바 우치다 야스오의 3대 명탐정이라는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화 시리즈화해서 출간하는 기획의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탓에 만화로라도 번역된 것 역시 고마와 해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작품의 수준만 본다면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것 참 고민되네요.

이유로는, 일단 권마다 다른 작가들을 쓰고 있는데 기획한 곳이 순정만화 전문지인지 대체로 작화가 순정체입니다. 순정체라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준 자체가 낮은 작품이 많아요. 솔직히 작품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우치다 야스오 소설은 한권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리" 보다는 이색적인 풍광에 왠지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만화 시리즈도 역시나 추리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권 분량으로 페이지수가 제한된 탓에 축약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에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론적으로, 만화화 자체에는 실패한 듯한 느낌입니다. 내용도 좀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많아 21세기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이고요.
만화 쪽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작가 혼자서 전체를 맡아 작업했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네요. 원작 작품 선정에서부터 만화적인 구성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을 볼 때, 좋은 기획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티도 많이 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저같은 매니아라면 구입하셔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만원이 넘는 재앙이 되리라 생각되니 빌려서 보시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나마 볼만한 책은 4권 "밀실 살인 사건",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9권 "시인의 망령", 10권 "여섯개의 숫자" 정도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정도?
권별 상세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1권 바람의 레퀴엠 -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관계로... 추후 추가하겠습니다.

2권 북쪽에서 온 남자 : 그림 히다카 료
가수 지망생 쇼코의 신변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북쪽에서 온 남자" 란 과연 누구인가?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를 부대로 무녀의 예언을 등장시켜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작품.. 이지만 결정적인 추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왜 두명을 죽였는지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없고 예언과 우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된 전개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3권 장미의 살인 : 그림 토바 쇼코
여고생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먼 친척 동생 오가타 사토시가 의심받게 되자 아사미 미츠히코가 직접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정보다는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등 예능계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 주더군요. 추리 부분에서도 맥락이나 단서를 하나씩 쫓아나가는 전개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권 밀실 살인 사건 : 그림 에구치 유
우에노 역사 재개발을 둘러싸고 상인회의 갈등이 팽배해 있던 중 개발 회사의 중역인 와다 후미오의 살인 용의로 궁지에 몰려 있던 테라야마 코지 마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 전 테라야마의 사건 의뢰 편지를 받은 아사미 미츠히코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우에노 역이라는 꽤 친숙한 소재를 등장시킨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다지 기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추리와 동기, 전개가 납득할 만 하고 결말까지 확실한 작품이었습니다.

5권 백화점 연쇄 살인 사건 : 그림 시토 료코
하카타의 백화점 경쟁 관계를 둘러 싼 기업간의 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연히 사적 발굴현장에 참석한 아사미 미츠히코는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고 사체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자신의 옛 연인과 친구가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된 형이 직접 아사미 미츠히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단 그림, 만화적인 수준에서 제일 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컷의 배열이나 전개가 도대체 알아먹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화가 날 정도더군요. 추리와 단서 등도 맥락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일단 내용 이해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6권 나비부인의 눈물 : 그림 타마이 마키코
나가사키에서 악덕 카스테라 업자 야마오카 쇼지가 살해되고 전통 카스테라 업자 마츠나미가 용의자로 몰린다. 마츠나미의 딸인 하루카는 추리작가 우치다의 소개로 아사미 미츠히코를 알게 되고 그를 초청하게 된다. 이후 저명 유명인사가 2명이나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로 우치다 선생이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재미나네요. 그림도 꽤 마음에 들고 만화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이라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단지 "공원 나비부인 동상에 걸어놓은 펜던트"같이 정통파 미스테리 비스무리하게 거창하게 벌려놓은, 그것도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서 추리의 전개가 얄팍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 그림 츠키시마 츠구미
시오리는 살해당한 아버지가 최후로 남긴 단서인 "트럼프의 책"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츠히코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면서 동분 서주 하던 중 아버지의 부하직원도 살해당하는 등 사건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쿠슈 야나가와를 주로 하여 펼쳐지는 진정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쿠슈 야나가와"라는 지역 자체가 이야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구조로 진정한 여정 미스테리라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은 여정이라는 것이 사실 이색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추리적 의미는 거의 없었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해독 트릭이 주 트릭인데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높이 살 만 합니다. 만화로서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8권 침묵의 돌 : 그림 히다카 료
신주쿠와 쿠라시키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명수사관 오카베 경위의 추리로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경시청의 천재 오카베 경위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히카리라는 여대생이라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위성 자체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주인공 히카리의 전문 지식을 이용한 결정적 단서 제공 같은 재미가 살아 있어서 결정적인 추리와 동기 부분에 비록 문제는 약간 있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실린 단편 "잠자는 불꽃"도 치정극으로 보이는 전개속에 은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좋았고요.

9권 시인의 망령 : 그림 사토미 유
사쿠타로라는 작가의 시와 똑같이 구현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오카베 경위가 사건을 맡은 후 스가이 쿠니오라는 은퇴한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용의자에게 접근하던 중 스가이마저 살해당하게 되는데...
역시 오카베 경위 시리즈로 "시를 따라한 연쇄 살인"이라는 착상이 일단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괜찮은 편이었고 스토리 전개를 만화적으로 잘 구현해 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ABC 살인사건" 과 유사한 전개로 참신함보다는 의외성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으며 동기와 과정 역시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단편 "거울 속의 여인" 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도 추천작입니다.

10권 여섯개의 숫자 : 그림 츠키시마 츠쿠미
동경 타마호반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가 남긴 것은 6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뿐. 오카베 경위는 피해자의 딸 치아키에게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한 "침없는 벌"이라는 의문의 단서를 접한다. 한편 치아키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의 컴비가 오카베 경위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오카베 경위 시리즈이긴 한데 실제 탐정역은 치아키라는 소녀라 이색적이더군요. 치아키와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이라는 컴비가 꽤 재미난 설정이라 좋았습니다. 여섯개의 숫자와 "침없는 벌"이라는 단서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의 묘사 역시 합리적인, 이치에 맞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요.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된 인기 작품으로 여기서 결성된 (?) 이 컴비 주연의 단편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들도 기대되더군요. 어쨌거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1권 여신의 저주 : 그림 나가오 후미코
귀신 모미지 전설의 마을 토가쿠시에서 전설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다케무라 경위는 사건의 그림자에 숨겨진 비참한 사연을 밝혀내게 된다.
나가노현 경찰 본부 수사1과 경위 다케무라 이와오 (시나노의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전통 무속과 살인 사건의 조합이라는 전개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고리타분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전통 신앙에 많은 것을 기대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용 역시 그냥 뻔한 복수극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재미 이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는 작품이네요.

2023/11/18

명작 추리 소설 5선 : 이 서술 트릭이 굉장해!

소설에 대해 안내하고 소개해주는 일본 사이트 '소설마루' 에서 발견한 글입니다. 가볍게 소개해 드립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핵심 트릭이 노출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22/10/15

이별의 수법 - 와카타케 나나미 / 문승준 : 별점 2.5점

이별의 수법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

<<아래 리뷰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탐정사무소가 폐업한 탓에 빈둥거리다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하무라 아키라. 위험한 구석이라곤 없는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녀의 불행은 멈추지 않는다.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 폐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기 암으로 입원해 있던 왕년의 스타 배우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얄궂게도 그녀는 하무라 아키라에게 20년 전 가출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하무라는 실종 직후 딸의 행방을 좇았던 탐정을 찾아가지만, 그 탐정 또한 20년 전에 실종되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의뢰인의 6촌 조카는 교살당했으며, 의뢰인의 집에서 일했던 두 명의 가정부의 행방마저 묘연하다. 왕년의 배우를 둘러싼,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잦은 살인과 실종 사건들. 20년 전 실종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들 사이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탐정은 왜 사라졌을까? 하무라 아키라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오래된 비밀과 마주한다. (출판사 제공 소개)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장편. '살인곰 서점'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된지는 꽤 되었는데, 이 작품이 살인곰 서점 시리즈 중에서는 첫 작품입니다. 해설을 읽어보니 시리즈 연착륙을 노리고 단편집부터 발간했던게 이유였다는데, 독자로서는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처사입니다.

작품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답게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별 것 아닌 의뢰로 보였는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의외의 사건으로 발전해 나가며 그 와중에 거친 (?) 액션이 폭발한다는 이야기거든요. 일반인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속 이야기가 많았던 다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와는 다르게 정통, 본토 (?) 하드보일드 냄새를 물씬 풍긴다는 점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과거 유명 여배우이자 유력 정치인의 접대부 (?)였던 의뢰인, 의뢰 대상인 실종된 여배우의 딸은 유력 정치인의 손녀 + 강간 피해자 + 연쇄 살인범, 딸이 저지른 연쇄 살인의 끝은 어머니 살해라는 내용이니까요. 스케일은 본토 못지 않아요. 제목부터가 <<기나긴 이별>>스러웠는데, 알맹이도 만만치 않았던거지요.

다행히 이런 스케일 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잘 그려내고는 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와 그녀가 조사하는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잘 묘사된 덕입니다. 전개도 매끄러우며 하무라 아키라의 조사 과정도 아주 현실적이에요. 경찰이 아닌 일반인 탐정이 가능했을 조사의 최고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남다른 하무라의 눈썰미와 추리력은 여전하고, 사소한 단서들로 진상이 드러나는 구조도 잘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본 사건 외에 함께 진행되는 사건들의 완성도도 높아요.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계기가 되었던, 백골 발견 사건처럼요. 살아있는 줄 알았던 아내 에이코가 알고 보니 변장한 남편이었고 백골이 에이코였다는 트릭인데 꽤 그럴듯했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탐정 이와고 사건의 진상도 설득력 높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장편 속에서 지나가는 사건으로 등장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단편으로도 충분했을,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하무라 아키라 2기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막을 여는 작품답게 백곰 탐정사 설립 유래도 등장하고,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등 팬으로 즐길거리도 많아서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읽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발표 당시 이런저런 리스트에서 베스트 10 안에 포함된건 - 주간문춘 베스트 미스터리 10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등 - 당연하다 생각되네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전개 중간중간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눈에 걸리는 탓입니다. 우선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딸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 부터가 억지입니다. 과거 시오리가 사라졌던건 후부키가 시오리의 살인 행각을 알고난 뒤 시오리를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후부키는 시오리가 죽었고,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가 사체를 처리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녀 주변에 시오리를 닮은 누군가 (알고보니 진짜였지만)가 출몰했기 때문에 그 진상을 알기 위해 사건을 의뢰했다는데, 이건 말도 안됩니다. 20년 전에 시오리를 처리했다는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는 건재했으니까요. 그냥 야마모토에게 연락해서 진상을 알아보면 될 일이었어요!
야마모토가 시오리와 관계를 가진 탓에 미안해서 연락을 못 받았다는 묘사가 있지만, 그랬다면 의뢰는 비서를 찾아달라는걸로 족합니다.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면, 탐정의 조사를 통해 과거의 연쇄 살인이 드러날지도 모르잖아요. 20년 전 처럼 시오리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실제로 하무라는 시오리의 부친이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그녀가 사라진 이유 등 모든 진상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억지스러운 의뢰였습니다.

시오리의 연쇄 살인도 하무라의 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만, 급작스러울 뿐더러 비현실적인 사건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시오리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그녀의 캐릭터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탓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과거 언급이 전부인데, 이 아픈 기억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전혀 설명되지 않고, 범행에 대한 묘사도 전무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야마모토의 여동생 유코는 그녀가 시오리를 도발했다는 말이라도 나오는데,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는 대체 왜 죽인건지도 모르겠어요.
후부키가 시오리의 최종 목표였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그럴거라면 과거에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를 살해했을 때 같이 죽이려 했어야지요. 또 시오리가 입원 중이었던 병원을 몰래 빠져나온지도 3주 정도 지났다고 설명되는데, 왜 주위만 맴돌고 진작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뚱뚱한 시오리가 후부키를 덥치고, 그걸 막는 하무라와의 사투는 지나칠정도로 전형적이면서 크리쳐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어서 현실감을 느끼기 어려웠고요.
매니저 야마모토의 복수 - 성폭행을 저질러 시오리를 연쇄 살인마로 만든 안자이에 대한 - 도 뜬금없었고, 20년 전 1990년대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한 이유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단순 실종이나 자연사로 위장한 이모 할머니 사건이야 그렇다쳐도 명확한 살인 사건이었던 하나 사건, 유코 사건은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을텐데 그 경과는 대충 넘어갑니다.

또 곁가지 사건 중 친구인 줄 알았던 악녀 마미가 얽힌 사건은 비중은 제일 큰 반면 내용은 별게 없어서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이벤트를 가장한 불법 카지노 운영 방식에 대한 추리는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순진한 사기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무라를 속여넘긴 프로 범죄자이자 일종의 생활밀착형 사이코패스 마미 묘사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의 확장형이기도 한데, 이후 시리즈가 생활밀착형으로 방향을 전환하게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만큼은 분명합니다. 단점을 잔뜩 언급하기는 했지만 읽는 동안에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나쁜 토끼>>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에서 생활밀착형 하드보일드인 살인곰 서점 시리즈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03/17

매스커레이드 호텔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매스커레이드 호텔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도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피해자는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의 주부, 53세의 고등학교 교사였고, 사건 현장에는 수수께끼의 숫자가 남겨져 있었다.

45.761871, 143.803944
45.648055, 149.850829
45.678738, 157.788585

경찰은 이 숫자를 해독해내는 데 성공했다. 숫자는 다음 범행장소를 예고하는 메시지였다. 메시지에 의해 다음 범행장소로 예고된 곳은 최고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었다.

경찰은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호텔에 수사관들을 대거 급파하고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한 형사들이 잠복근무에 돌입했다. 닛타 형사도 호텔의 간판 부서인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해 잠입 수사를 시작했다.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이기 위해 베테랑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도를 받으며, 둘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교적 최신 장편. 기둥 줄거리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강력 사건이지만, 가운 절도, 장님인 척하는 할머니, 스토커에게 쫓기고 있다는 미인, 끊임없이 어이없는 클레임을 거는 손님이라는 일상계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는 구성이 독특합니다.

또한 이 일상계 사건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트릭이 존재하고, 이 트릭들에서 힌트를 얻어 범행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전개는 가가 형사 시리즈 "신참자"를 연상케 합니다. 단편 연작물 느낌을 주면서도 기둥 줄거리와 잘 엮어나가는건 판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상계물에 비하면, 본편 이야기인 연쇄살인사건 이야기는 많이 별로입니다. 일단 상관없는 살인들을 연쇄살인사건으로 위장하여 진상을 흐리게 만든다는 설정부터가 "ABC 살인사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사용되었기에 뭔가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다는 문제가 너무 큽니다. "호그 연속살인" 정도의 임팩트는 줬어야 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암호도 억지스럽습니다. 연쇄살인처럼 보이게 하려면 "살인범 X" 같은 이니셜로도 충분했을 테고,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면 특별한 폰트와 사이즈 정도만 써도 충분했을 텐데 괜히 어렵게 꼬아놓기만 했으니까요. 호텔을 콕 집어 범행 장소로 지정할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주목을 끌어서 유리한 점이 뭐가 있을까요?

그 외에도 각 사건별로도 어설픈 점이 많아요. 예를 들면 오카베의 알리바이는 억지스럽습니다. 그때 옛 애인이 전화를 했으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경찰에서 통화 내역을 조사했더라면 금방 진상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겁니다. 혼자만 PC를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진상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이며 - "낯선 승객"이 생각나네요 -, 범인의 동기 역시 설득력이 떨어져서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닛타와 야마기시 나오미의 밀당도 재미나고 소소한 일상계 트릭들은 충분히 즐길 만했습니다. 호텔이라는 장소에서 일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제 별점은 2.5 점입니다. 차라리 호텔을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이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무리하게 장편을 만든 느낌이에요.

2006/12/04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원래 제가 중학교때까지 가끔 눈에 띄면 모으던 문고 시리즈였습니다만, 최근 우연찮게 3번 구입하게 되고 책 뒤의 다른 책 소개를 보니 정말 눈이 뒤집히네요.

뭐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나친 반 다인 취향과 뜬금없이 끼어 있는 어슐러 K 르귄의 "암흑의 왼손"을 제외하고는 정말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 명작을 거진 다 소화하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티 여사님 책이 한권도 없긴 하지만 여사님 책은 당시부터도 해문 빨간책 시리즈로 전권이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뺀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명한 판단인 것이 사실 저는 여러 추리 문고 시리즈에 여사님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불만이거든요. 해문 빨간책이 여사님 책 시장은 평정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시리즈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 책을 내 놓을 바에야 다른 멋진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이 분명 나은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당연히 일어 중역본인 듯 하지만 번역도 의외로 매끄럽고 좋은 편입니다. 교정을 여러본 보았는지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체도 좋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최근 출간되었던 정식판보다 이쪽이 외려 번역이 좋았습니다. 정식판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시금 목록을 보니 어렸을 적에 많이 구입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그 당시 용돈을 쪼개서 사던 즐거움 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사지는 못했더라고요. 돈이 좀 없더라도 몇권 더 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를때 지르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오나 봅니다)

제가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시리즈 26 "눈먼 탐정 캐러더스", 27 "포튠을 불러라", 28 "이와 손톱", 그리고 50번째인 "주정꾼 탐정" 입니다. 헌책방 순례도 어언 10여년 짼데 아직도 발견 못했습니다.

고가 매입...은 힘들겠지만 도움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꼭 읽고 싶습니다!

1~2 :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3 : 뤼뺑의 고백 - 모르스 르블랑
4 : 브라운 신부의 지혜 - 체스터튼
5 : 팔점종 - 모리스 르블랑
7 : 벤슨 살인사건 - 반 다인
11 : 딱정벌레 살인사건 - 반 다인
14 ~ 15 : 클로이든발 12시 30분 - 크로포츠
18 : 새벽의 데드라인 - 윌리엄 아이리쉬

19 : 미궁과 사건부 - 로이 비커즈
20 : 어두운 거울 속에 - 엘런 매클로이 (헬렌 맥클로이)
21 : 즐거운 살인 - 크리스핀
22 : 강철도시 - 아시모프
23 : 움직이는 타깃 - 로스 맥도널드
24 ~ 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28 : 이와 손톱 - 윌리엄 벨린저
29 ~ 30 : 위험한 여로 - 브랜드
31 : 작은 독약병 - 샬럿 암스트롱
32 : 제 8지옥 - 스텐리 엘린
33 : 케닐 살인사건 - 반 다인
34 : 법정 밖 재판 - 헨리 세실
35 ~ 36 :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37 : 싸이코 - 로버트 블록
38 : 흑거미 클럽 - 아시모프
39 ~ 40 : 여자 살인 이야기 - 아일즈
41 : 살인급행 침대열차 - 자프리조
42 : 암흑의 왼손 - 어슐러 르귄
43 ~ 44 : 검은 탑 - P.D 제임스
45 : 가든 살인 사건 - 반 다인
46 : 스카이 잭 - 토니 켄릭
47 : 사람의 덫 - 로저 사이먼
48 : 사라진 시간 - 윌리엄 벨린저
49 : 르윈터 망명 - 로버트 리델
50 :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자유추리문고 소장중 / 다른 판본으로 소장중 / 못구함, 혹은 안구함...
* 2021.01.02.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 추가합니다. 전부 자유 추리 문고는 아니지만요.

2008/12/23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김전일 2부 최신권입니다. 부제목에 적힌대로 "혈류실 살인사건"과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 이라는 두개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은 후도고교가 매년 실시해온 바둑부 합숙 대결에 부원 부족으로 억지로 참가한 김전일, 그리고 인솔교사 대리로 참가한 겐모치 경감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축제기간 중 사진부 메이트 카페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는 너무나도 재미없고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의 경우 목을 벤다는 등의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이야 그렇다쳐도 다이잉메시지를 남긴 방식이나 동기도 설명하기 어려운 등 문제점이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기"가 뚜렷한 인물이 한명 있다는 점에서 구태여 김전일이 나설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현역 경시청 경감과 명탐정의 손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다니... 이건 범죄 계획을 넘어서서 살인 그 자체에 집착하는 싸이코패스 수준아닌가요?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의 경우도 동기에 관련해서 경찰 조사만 병행되었더라면 어차피 밝혀졌을 범행이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트릭인 "커피잔 따뜻하게 만들기" 가 지나칠 정도로, 정말 황당할 정도로 어이가 없는 트릭이어서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과학적으로 포장하긴 했는데 너무 변수가 많은 트릭으로 생각되거든요. 그나저나 이놈의 고등학교는 왜 아직도 폐교를 안하는거야?

어쨌건, 결론을 말하자면 아마기 세이마루의 능력도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젠 제발 그만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네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건만....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김전일"의 제목을 달고 나와서 어처구니 없는 트릭으로 일관하는 추리만화에게는 절대로 좋은 점수를 주고싶지 않군요. 에잇 저주해 버릴테다.

2021/02/07

Q.E.D Season 1 정주행, 내맘대로 Best - part 2

거의 10년 전, Q.E.D 1권부터 30권 까지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정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즌 1이 50권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어서 나머지 31~50권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아봅니다. 시즌 2라고 할 수 있는 iff도 넘버링이 10을 훌쩍 넘어간 지금 시점에서는 다소 뒤 늦은 감이 있지만요.

"베스트 5" 

32권 "매직 & 매직" 

추리마술, '트릭' 이라는 요소가 핵심이라는건 동일하지만, 추리는 트릭을 밝혀야 하는 반면 마술은 트릭을 밝히면 그 가치가 없어져 버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잘 드러내는 내용으로, 토마마저 놀라게 만드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4권 "모야당" 

두 개의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물. 특히 기발하면서도 독자의 허를 찌르는 첫번째 밀실 트릭이 좋았습니다. 풀장에서 심장 마비를 일으키게 만든 두 번째 트릭도 주요 단서가 명확하게 남아있을 뿐 아니라 다이빙하는 시간을 특정할 수가 없는 등 문제는 있지만 나쁘지 않았고요. 무엇보다도 제목인 '모야당'이라는 전설과 사건 내용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전개가 일품이었던 작품입니다. 

35권 "크리스마스 선물" 

언제나 기본 이상 재미를 보장해 주는 에나리 회장과 추리 동호회가 등장하는 일상계 작품. 토마가 쓴 각본으로 공연되는 연극 "오각관 살인사건"에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다른 추리적인 요소 모두 좋았지만 특히 연극이라는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는 "오각관 살인사건" 속 밀실 트릭이 귀엽고 유쾌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42권 "에셔호텔" 

제목 그대로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기이한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사용된, 에셔의 작품을 응용한 트릭이 좋았습니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눈물나는 동기를 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옭아매는 토마의 냉정함도 인상적이었고요. Q.E.D만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46권 "순례" 

여러가지 증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다는 Q.E.D에 자주 등장하는 전개의 작품. 하지만 일본군과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전투를 벌이던 당시를 무대로 해서 시대 상황을 이야기에 잘 녹여낸, 완성도 높은 역사 추리물이었습니다. 결말도 깔끔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렇게 5편이 제가 선정한 후반부 베스트 5입니다. 이전 선정작과 합쳐 저만의 'Q.E.D season 1 (1~50권)의 베스트 에피소드 10'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덧붙여, 아깝게 베스트로 선정되지 못한 가작들도 소개해드립니다.

33권 "추리소설가 살인사건" 

추리 소설가가 트릭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는건 "Nervous Breakdown"에서도 등장했었던 설정이지요. 거기에서도 '미키가 노래하는 미버'라는 초월 번역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아요. 괜찮은 밀실 트릭과 추리 소설가들의 심리를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아쉽게도 용의자가 너무 적고, 트릭이 만화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살짝 감점하나 가작으로는 충분합니다.

35권 "두 용의자" 

강도 사건에 대한 추리물로 이야기 자체는 뻔합니다. 하지만 본 사건과 관계없는 과거의 사건을 들먹여 독자를 속이려고 시도하는,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전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38권 "17" 

일본 수학인 "화산"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가상 역사 수학물로, 추리적인 요소보다 현학적인 측면에서 큰 만족감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이런 점도 Q.E.D의 핵심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40권 "밀실 No.4" 

금고 속 돈을 훔치는 방법에 대한 트릭이 돋보였던 일상계 소품이었던 "4각관계"도 좋았지만, 추리 동호회의 에나리가 등장하는 본격물인 "밀실 No.4"야 말로 진정한 가작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 해결을 테마로 한 여행 상품 체험 중 벌어진 진짜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지요. 여행 상품 속 밀실 트릭은 억지스럽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실제 살인 사건에 사용된, 촛불을 이용한 시간 착오 트릭도 괜찮은 착상이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토마가 용의자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덕분에 가작으로 꼽습니다. 상세 내용은 링크 속 리뷰를 참조하시길.

41권 "카프의 탑" 

추리적으로는 별 볼일 없어요. 그러나 논리 퍼즐에 대한 학습 만화로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학습 만화적인 부분도 Q.E.D만의 볼거리이자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기에, 가작으로 꼽습니다.

2011/07/31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1~12 연금술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0.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2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권을 한 번에 읽었네요. 장편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연금술 살인사건"과 단편 "고도 1만 미터의 살인"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먼저 "연금술 살인사건"을 소개하자면, 김전일이 주식 투자로 저축을 날려버린 겐모치 경부의 부탁을 받고, 거액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섬 '연금도'로 떠난 후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말 해도 너무한 망작입니다. 하나의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을 하룻밤 사이에 원하는 부분만 녹여서 돌파한 뒤, 나오면서 다시 완벽하게 메꾸어 밀실을 만든다는 트릭이라니... 벽을 뚫고 나간 후 다시 메워서 밀실을 만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융점이 낮은 금속이라 해도, 하룻밤 만에 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범인이 용접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게다가 범인을 옭아매는 단서인 제비뽑기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종이 한 장의 번호가 다르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단서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카미오카가 "나는 후카모리 호타루의 팬이라 참여했다"고 말했던 만큼,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또한 경찰이 신상만 조사해도 동기가 누구에게 있는지 뻔히 드러나는데, 이런 외딴섬에서 불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인기 있을 만한 소재들—외딴섬의 저택, 보물찾기, 밀실 살인사건, 연쇄살인, 고정 캐릭터 출연 등—을 긁어모아 작위적인 모래성을 쌓은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정체입니다. 모든 면에서 부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별점은 0.5점입니다.

두 번째 작품 "고도 1만 미터의 살인"도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뻔한 전개도 문제지만, 그나마의 증거라는 것이 '냄새'라는 점도 황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약 밀수를 파헤친 부하와 함께 비행하는 기장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간만에 등장한 아케치 경시가 또다시 슈퍼맨 같은 능력을 선보이는 것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역시 0.5점.

그래서 두 작품 합친 별점도 0.5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이 시리즈가 왜 계속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망작들 출간에도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남겨준 이름값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느낌입니다. 차라리 김전일이 죽어버려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늦었지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이제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찾아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