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5/12/28
리플리스 게임 (Ripley's Game, 2002) - 릴리아나 카바니 : 별점 3점
악마와 같은 범죄자 리플리는 크게 한탕한 뒤 모은 돈으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전원주택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우아한 귀족적 생활을 즐기던 중, 호의로 참석한 화구틀 제조업자 조나단의 파티에서 조나단이 그를 '돈은 많지만 예술은 모르는 미국인'이라고 비난하는 말을 듣고 그에게 들어온 옛 동료 리브스의 살인 의뢰를 조나단에게 시키는 계획을 떠올린다.
백혈병 말기였던 조나단은 너무나 평범하고 착실한 가장이었지만 거금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리플리는 그런 조나단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지만 리브스가 조나단에게 두 번째 살인을 제의하면서부터 리플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건이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유명한 리플리 시리즈의 하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 시리즈를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로라도 보고 싶은 욕심에 찾아 본 작품입니다.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는 것도 꽤 크게 작용했고요. 존 말코비치의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부터는 주~욱 팬이었거든요. 과거의 알랭 들롱, 멧 데이먼에 비한다면 마스크 면에서 더욱 사악함이 묻어나는, 그래서 악역 전문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어느정도 품격을 지니고 있는 듯한 존 말코비치이기에 이 영화의 태어나면서부터 악마인, 또한 잔혹한 살인마이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세련된 매너와 교양을 갖추고 있는 톰 리플리 역에 정말로 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존 말코비치와 리플리가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되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넘친달까요?
허나 내용은 지루하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측면이 강하긴 합니다. 순진하고 평범한 남자가 변모해가는 모습과 그것을 조종하는 사악한 힘인 리플리라는 인물의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으로 리플리의 치밀한 계획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탁월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감이 있었고요. 또 전혀 모르는 이탈리아인 여성 릴리아나 카바니가 감독을 맡았는데, 연출도 너무나 평이한 편이라 순간순간 심심함을 해소해 주는 어떤 아이디어도 없어서 더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존 말코비치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좋았고요. 치밀한 맛은 없지만 고급 범죄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며 희대의 악인 리플리의 진가를 잘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정도면 별 3개는 충분하죠. 리플리의 팬이라면,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2013/07/08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홍성영 : 별점 2.5점
|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가난에 시달리며, 자잘한 사기로 생계를 이어가던 톰 리플리에게 그린리프라는 부자가 다가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옆 몬지벨로에서 시간을 보내던 자신의 아들 디키를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린리프의 돈으로 디키를 만나러 간 톰은 그와 친구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디키에게 기대어 살아갈 희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자 디키를 살해하게 되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리플리"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범죄자가 누군가를 살해하고 그 사람으로 행세한다는 설정은 흔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톰 리플리의 내면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덕분에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도 대단합니다. 희대의 범죄자 톰 리플리라는 인물을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 본다면 아쉬움이 큽니다. 영화는 개인적으로도 All-Time Best로 꼽을 정도로 뛰어난 범죄 영화였지만, 소설은 정교한 범죄물로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은데, 참 흥미로운 예외더군요.
예를 들어, 영화 속 톰(알랭 들롱)은 디키를 살해한 뒤 그의 서명을 위조하기 위해 정교한 장치를 활용하며 연습을 반복하고, 디키의 자살을 가장하기 위해 자기가 챙겨간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부어 넣는 식으로 증거를 만드는 치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소설 속 톰 리플리는 살인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뒷수습은 절반 이상 운에 맡기는 인물로 그려져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디키의 유언장을 위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결말 역시 너무 쉽게 흘러간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고요.
또한 제목 그대로 '천부적인 살인자(Natural Born Killer)' 혹은 재능 있는 범죄자로서의 면모를 기대했지만, 후반부에 명품에 집착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된장남에 가까운 찌질함이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소유물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기하고, 그것을 즐긴다는 그의 심리 묘사만큼은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 속 톰, 특히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사악함을 뿜어내던 알랭 들롱의 모습이 훨씬 설득력 있었습니다. 프레디를 살해한 뒤 닭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었지요.
물론 톰이 미리 보낼 편지를 준비한다거나,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종과 복귀를 준비하는 모습은 기대에 부응합니다. 추리적으로 꽤 볼만한 바꿔치기의 디테일, 그리고 톰과 디키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게이 코드도 흥미로웠고요. 하지만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보자면,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 묘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지만, 소설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감상하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2006/02/12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민승남 : 별점 3점
|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민음사 |
"낯선 승객"과 "리플리"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계의 거장 중 한명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여사의 단편집. (패트리샤라고 하지 않은 것도 좀 재미나네요)
이야기들의 배경과 설정이 모두 다르며 다양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건 여사의 다채로운 생활 환경을 반영한 것 같은데, 이러한 세부 디테일들도 재미있었습니다.
범죄나 추리에 가까운 이야기는 많지 않아 추리쪽 장르로 구분하긴 어렵지만, 여사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단편집 3권도 빨리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인 추천작은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와 "노인 입양"입니다.
작품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고양이가 물어온 것
한적한 시골에서의 한때를 보내던 허버트 부부와 손님들 앞에 키우던 고양이가 물어온 것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우연찮게 발생한 사건에 휩쓸리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잘 그려낸 작품.
2.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뉴요커들 한 무리가 자신들의 친구지만 왠지 거리가 멀어지고 서먹해진 친구인 에드먼드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는 음모를 꾸미는데,그 친구는 직장과 아내에 이어 목숨마저 잃게 된다...
한 집단의 이지메와 같은 행동을 통해, 무심코 저지른 행동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작품. 일종의 집단 광기를 일상생활속에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3. 바구니 짜기의 공포
광고 대행사에서 매채 담당자로 일하는 다이앤은 별장에서 한때를 보내던 중 우연히 자신에게 바구니 짜기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서서히 광기로 빠져들게 되는데..
정말로 기묘한 작품입니다. 한 여성이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바구니 짜기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것 때문에 서서히 자신의 통제권을 잃는다는 내용이거든요.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소재가 너무 독특해서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의외로 현실적이라 조금 시시했어요.
4.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시카고의 골동품업자 리 맨드빌은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양로원 비용때문에 고향집을 팔기 위해 몇년만에 고향에 찾아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미 몇년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종의 사기극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렸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흡사 피해자처럼 보이게 하는 전개도 기묘하면서도 색달랐고요. 여사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5. 네 삶을 경멸해
20살이 된 랠프는 록 밴드 생활을 하며 생활고를 겪어서 아버지에게 원조를 요청하지만 의절당한다.
우리나라에도 있을법한, 방탕한 자식과 아버지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짤막한 드라마인데 아들 랠프의 심리묘사가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결말도 인상적이었고요.
6. 에마 C 호의 꿈
남자들만 있는 요트 에마 C 호에 한 미녀가 표류하다 구조된 뒤, 에마 C 호의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한 작지만 공고한 집단 안에 찾아온 불청객으로 관계의 붕괴가 일어나는 작품. 기묘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7. 노인 입양
매킨타이어 부부는 자식도 없던 차에 우연하게 순수한 선의로 포스터 부부라는 노인 부부를 입양하여 돌보게 되는데...
순수한 선의로 진행한 일이 점차 자신들도 통제하지 못하는, 극단으로 치닫는 서늘한 전개에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도 결말이 대단한 반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척이나 참신하고 독특해서 인상적이네요.
8. 로마에서 생긴 일
고위 공무원의 아내인 이사벨라는 남편에 대한 반감과 무료함으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스토커 우고에게 남편 유괴를 의뢰하는데...
이탈리아를 무대로 미모의 여성과 자작 유괴극이라는 설정이 왠지 "크리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인간 관계의 얄팍함을 다루고 있는데 묘사와 디테일은 좋았지만 결말이 시시한 편이라 좀 아쉽더군요.
9. 양손의 떡
잘나가는 뉴요커 해리는 결혼을 앞두고 두 미녀와의 양다리 관계를 즐기며 두명중 한명을 선택하기 위해 저울질 하던 중 즉흥적으로 두 여인을 모두 초대하게 되는데...
한 남성의 독특한 심리를 보여주는 작품. 전혀 이상하지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게끔 하는 묘사가 좋았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고민과 실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그러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10. 연
폐렴으로 죽은 동생 엘지를 그리워하며 월터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거대한 연을 만들어 날리게 된다.
11. 검은집
팀은 마을 술집에서 자주듣는 마을의 흉가 "검은집"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를 벌이지만...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한 이야기. 책 뒤에 해설에서 여러 정신분석 이론을 가지고 추가로 설명해 주는데 해설 쪽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2014/01/22
당신의 판결은 - 모리 호노오 / 조마리아 : 별점 3.5점
| 당신의 판결은 - 모리 호노오 지음, 조마리아 옮김/말글빛냄 |
도쿄 등에서 판사 재직 후, 현재는 변호사인 저자가 여러 가지 소설과 영화 속 사건에 대해 현실 법정에서의 판결이 어떨지를 설명하면서 형사 재판의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유명한 소설, 영화 속 등장 사건에 대한 정리, 해당 사건에 대한 현실 법정에서의 판결 및 구형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몰라도, 원작의 내용과 핵심 사건을 상세하게 소개해주기 때문에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와 굉장히 유사한데, "성냥팔이 소녀는..."은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유치한 설정과 소설적인 전개 때문에 많이 감점했었지요. 반면 이 책은 실제 소설과 영화 속 사건에 대한 실제 판결에 대해서 굉장히 담백하게, 아무런 치장 없이 깔끔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분위기는 금태섭 변호사의 "확신의 함정" 쪽에 더 가깝달까요? 물론 "확신의 함정"은 판결이 아니라 개인적인 단상 중심이라서, 역시 이 책 쪽이 더 낫기는 합니다.
여튼, 전부해서 24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격돌" - 우연히 거대 트럭에 쫓기게 된 주인공 데이비드가 격렬한 추격전 끝에 트럭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작.
이 사건에서 데이비드는 명백한 살인의도, 즉 확정적 살의가 있기에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생명이 위험했던, 방어에 적합한 행위라는 것을 입증하기 불가능하고 상식적으로는 서로 차에서 내려 이야기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라네요.
그래서 판결은
- 계획적 살인에 해당
- 피해자 잘못도 존재
- 고의성 있던 확정적 살인.
즉, 피해자에게 잘못이 인정되는 계획적 살인으로 고의성 있는 확정적 살인. 징역은 10년 정도 구형될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은 가득히" - "리플리 1"를 원작으로 한 첫 영화. 알랭 들롱의 꽃미모가 폭발하는 고전 명작이죠. 친구 톰을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면서 재산과 심지어 애인까지 가로채는 리플리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여기서 피해자의 물건을 횡령하고 처분하는 정도라면 생전에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피해자 행세를 한 것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합니다. 혐의도 상해치사와 살인 중, 살인에 가까워지고요. 고의적 상해라면 보통 그 사람 행세는 하지 않기 때문이죠. 피해자와 알고 지내던 사람이 피해자와 실제로 만나본 후 증언하지 않으면 존재 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결국 톰 행세를 한 것도 법정에서는 밝혀지기 마련이고요.
단, 열받아서 죽인 후 금품을 취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면 강도 목적임을 증명하기는 어렵고 범행을 완전히 부인하면 살인 입증도 힘들다고 하니.. 일단 끝까지 우겨볼 일입니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 소설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알리바이는 어떤 불리한 증거가 있더라도 입증만 되면 무죄가 되는 극적인 효과가 있는 마술봉 같은 존재! 그러나 그 외의 경우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되지 않는답니다.
"재와 다이아몬드" -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영화던가요? 영화는 본 적이 없는데 테러리스트의 테러에 대한 판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계획성에 금전 목적이 더해진 경우에만 사형이 적용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나 암살자라도 한 명밖에 죽이지 않았다면 사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군요. 쉽게 말해서 사람을 죽여도 한 명이라면 사형을 선고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기준입니다만.
그리고 쇼와 초기 1인 1살인을 신조로 정치권 주요 인물 암살을 실행한 혈맹단 사건에서 실행한 단원 두 명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특사로 석방되어 성공한 인생을 보낸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출판사 사장과 도의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네 멋대로 해라" - 저는 고다르의 원작이 아니라 후대에 리메이크된 리차드 기어의 "breathless"를 봤습니다. 막사는 주인공이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인 뒤 벌어지는 폭주를 그린 작품이죠.
그런데 경찰을 죽였다고 사형이 구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단지 속설에 지나지 않는다는군요. 물론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을 선고받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작품에서 미셸의 범죄는 즉흥적이기에 총기 사용을 고려하더라도 징역 17~18년 수준일 것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적과 흑"
줄리앙 소렐이 레날 부인을 쏜 죄는 실제로는 징역 10년 이하 정도, 이유는 피해자가 상처만 입었지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살인죄가 아니라 살인미수죄죠. 작품에서도 금세 회복되는 것으로 묘사되고요.
살인미수는 피해자에게 생긴 상처의 정도와 범행이 생명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었는지 두 가지 사항에 따라 결정되는데 전자는 결과, 후자는 행위의 위험성이라는 것이죠.
즉, 줄리앙 소렐의 범죄는 결과는 중간 정도의 상해이고 행위의 위험성은 통상적이지 않은 흉기(총)로 평균적인 징역보다 약간 높은 징역 8~9년 정도라고 합니다. 치정사건은 재판에서 감형되는 경향도 있고요. 감정이 격해져 냉정함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 참작된다는군요. 줄리앙 역시 자신의 출세길을 막은 전 연인에 대한 분노로 벌인 범죄니까요.
그러나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인 베르테 사건은 반대로 베르테가 불행의 원인을 미슈 부인에게 돌리며 협박성 편지를 보내고 총을 쏜 것으로, 재판에서 불륜 관계였음을 폭로하나 평소 미슈 부인은 정숙하고 평판이 좋아서 베르테를 동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호의를 원수로 갚은 것이라 형은 더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호의를 원수로 갚는 범행은 범행의 집요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죠.
"제3의 사나이" - 로로가 범죄자로 변해버린 친구 하리를 사살한 것이 유죄인가?
현실에서 일반인의 범죄자 체포는 현행범 체포에 한해서라고 합니다. 법률적으로는 사립탐정이 수사를 하고 범인을 찾아내서 체포하는 것도 안 되고, 체포하면 역으로 체포죄라는 범죄가 된다는군요. 미행도 집요하게 하면 범죄이고요(경범죄법 위반).
물론 경찰과 협력했을 경우는 좀 더 넓은 범위가 허용되기는 해서 통상 체포도 가능하기에 로로의 행위도 인정될 수 있고, 첫발은 하리가 쏜 총에 맞은 경찰이 “쏴!”라고 해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쓰러진 하리를 향해 쏜 두 번째 발은 절대로 인정되지 못한다네요. 경찰이라고 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일. 로로는 살인죄로 기소되어야 마땅하답니다. 소설에서처럼 '이 일은 모르는 일입니다'로 끝날 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의 범행은 전 남편에 대한 과잉방어 살인으로, 형량은 평균 6~7년입니다. 그러나 가정폭력, 스토킹 등의 상대방의 행위가 있다면 형은 더욱 내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군요. 집요하게 따라다닌 전 남편 살인은 집행유예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요. 아울러 중학생 딸은 형사재판에 부쳐지지도 않고 가정재판소의 조치로 끝날 일이라 불기소처분으로 끝날 공산이 큰 상황.
그러나 수학교사 X가 뒤이어 저지른 범행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고 독선적이고 편집증적인 행동으로 유기징역의 상한인 20년형이 예상되며, 모녀 역시 사체 유기죄가 성립되고(공모공동징발) 엄마가 경찰서에 출두해봤자 뒤늦은 것이라 자수도 성립되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삽질이라 할 수 있는 결과라 합니다. 용의자 X의 삽질! 옆집에 수학교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살고 있었어야 했어!!!
대충 이 정도만 정리했지만 이외의 이야기들도 유익하고 재미난 것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판결의 기준이 일본 기준이라는 것 때문에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와 더불어 형법과 판례에 대한 유익하고 기본적인 지식까지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게 해 주는 보기 드문 책이죠. 제가 원했던 스타일의 책으로 이런 류의 법률 상식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한국 판례를 응용한 한국 버전이 나와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7/03/03
심연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홍성영 : 별점 2점
| 심연 - |
자기 자신을 속이는게 최고의 속임수지. 자신을 굳건히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토스토옙스키. "악령"에서 표토르 스테파노비치
빅터는 윌슨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세상은 나 덕분에 돌아간다는 음울하고 회한에 찬 윌슨의 얼굴 뒤에는 보잘 것 없고 멍청한 생각뿐이었다. 빅터는 그의 얼굴과 그 얼굴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저주했다. 아무 말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남은 온 힘을 다해 저주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여사의 범죄 소설입니다. 평범한 지역 유지 빅터가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을 디테일한 심리 묘사로 펼쳐나갑니다. 조금 고급진 범죄, 장르문학을 다루는 출판사 오픈하우스의 버티고 레이블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심연"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에는 주인공 빅터가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살의를 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건의 살인이 모두 '물'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읽어보니 독자를 심연에 빠트리겠다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빅터와 멜라니, 두 주역의 심리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 크고요.
빅터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그 어떤 질책이나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딱히 너그럽고 관대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 까지는 아니라고 애써 위안을 삼으며 작은 마을 공동체 내에서 평판을 유지하는데 골몰할 뿐이지요. 결국 순간적인 분노로 찰리 드 리슬, 캐머런을 차례로 살해하고 마지막에는 아내까지 죽이지만, 이 모든건 먼저 이혼을 했다면 해결되었을 문제입니다. 결혼 생활에 별다른 애정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왜 이혼을 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어요. 딸을 위해서 이혼을 하지 않는다던가, 이혼을 하면 지역 사회에서 매장을 당한다던가 등 설득력있는 이유가 등장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작중에서도 이혼은 별로 어렵지 않고 양육권 역시 빅터가 보유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설명되기까지 하는데 말이지요. 파국이 닥치기 전에 그것을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데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비슷한 상황에서 아내가 이혼을 해 주지 않아 살의를 품는 "낯선 승객" 쪽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아내 멜라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돈으로 여유롭게 살면서 남편이 바로 옆에 있어도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데, 뻔뻔함이 도를 지나칩니다. 솔직히 이래서야 남편한테 죽어도 싸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게다가 찰리 드 리슬이 죽은 후 남편이 죽은 것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심지어 남편 돈으로 탐정까지 고용한 정신머리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하게 묘사는 읽는 내내 짜증을 불러일으킵니다. 한마디로 발암유발 소설이랄까요.
재미도 별로입니다. 범죄물이기는 하지만 모든 범행은 우발적, 즉흥적이며 뒷수습은 운에 맡기는 부분이 많아서 짜임새가 낮기 때문입니다. 범행보다 심리 묘사를 디테일하게 그리는데 주력하고 있어서인데, 이러한 점에서는 "리플리"와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면 빅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정도고요. 빅터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도 분명한 애정을 보이거든요. 걸인 칼라일을 출판사에 잡역부로 고용한 것처럼요. 또 주변 평판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그것을 위한 배려 역시 아끼지 않습니다. 책 뒤 소갯글 - 사이코패스의 일상과 그의 머릿속을 소름 끼칠 만큼 담담하게 그려낸 걸작 - 은 제가 봤을 때 잘못 쓰여진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가 재미나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는건 아니기도 하지만요.
혹시 작가의 의도는 평범한 중산층이 급작스럽게 살의를 품는 과정을 그려서 충격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살인 전에 충분히 상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이혼)이 있었기에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그래도 캐머런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 마지막 몇 페이지는 그런대로 서스펜스를 가져다 주기는 합니다. 문제는 이야기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읽는 사람을 거북하게 만드는 묘사력은 발군으로 셜리 잭슨과 좋은 상대가 될 수 있을 정도지만, 불쾌하기만 할 뿐 그 외 다른 가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사님의 순문학스러운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5/10/21
특별요리 - 스텐리 엘린 / 김민수 : 별점 4점
| 특별 요리 -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엘릭시르 |
2003년에 동서 추리문고 출간본으로 읽고 폭풍 감동했던 스텐리 엘린의 걸작 단편선집입니다. 당시 별점은 5점이었지요. 이번에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엘릭시르에서 정식 번역본으로 재출간되었기에 다시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작품들은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번역에서도 차이가 나더군요. 제목부터요. 원제를 보니 엘릭시르 번역본이 확실히 제대로 된 번역이네요. "the best of everything"은 "최상의 것"이지 "너와 똑같다"일리 없으니까요. "배반자들 (The Betrayers)"의 경우는 동서판의 "벽 너머의 목격자"라는 제목이 더 와닿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최초 일어판의 초월번역 제목을 그대로 따온 것이겠지요. 번역은 일단 원제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엘릭시르 버전 쪽에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유명한 스빌로스의 아밀스턴 양 요리도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역시 엘릭시르 쪽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품들 자체는 10년도 더 전에, 그것도 이미 한 번 읽었기에 신선함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래도 별점 5점을 줄 때만큼의 감동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오 헨리를 연상케 하는 반전의 맛은 여전히 살아 있고,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세계와 인물을 그려내는 설정 역시 빼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단편에 등장하는 악당들 대부분이 지옥으로 간다는 결말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한마디로 언제 읽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전해주는 걸작 단편집입니다. 별점은 4점. 이런 말은 좀 식상하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각 작품별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 요리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 뭐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요.
손발의 몫
"미생"이 "완생"이 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랄까요. 비정한 고용인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본인은 그에 대한 자각 없이 하나의 기계로 동작한다는 작품. 지금의 한국 사회와 딱 어울리는 느낌이라 시대를 앞서간 듯 합니다. 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살해한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걸작 "도끼"도 떠올랐습니다.
성탄 전야의 죽음
이십여 년에 걸친 무간지옥 이야기. 누가 제시를 죽였는지에 대해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다가 마지막 대사 하나로 놀라운 반전을 터트리는 작품. 이런 류의 서늘한 느낌을 전해주는 반전 단편으로는 교과서라 해도 무방할 수작입니다.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
아내를 여섯 명이나 죽여가며 자신의 골동품 가게를 지키려던 애플비 씨는 일곱 번째 여자와 결혼하는데, 정작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블랙 코미디 느낌의 반전 결말이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체스의 고수
체스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상대가 될 또 다른 인격을 분열시킨다는 내용.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아 아쉬웠지만 평범한 사람의 정신이 붕괴하는 과정 묘사는 탁월해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최상의 것
"리플리"의 또 다른 버전이랄까요. 자신과 닮은 부잣집 아들을 죽이고 그에게 오는 돈을 가로챈 젊은이에게 파국이 찾아온다는 이야기.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이어지는 설정, 그리고 반전 역시 좋았습니다.
배반자들
과거 읽었을 때에도 아주 좋았던 작품. 벽 너머에서 누군가 살해당하는 소리를 들은 이웃집 남자의 활약(?)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인데 역시 반전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하우스 파티
무간지옥 2탄. "사랑의 블랙홀"의 막장물 버전이지요. 반전은 없고 다소 뻔한 내용이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연극과 무한 반복되는 세계라는 감옥을 연결시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브로커 특급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불륜남 살인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 다 좋은데 결말이 석연치는 않았습니다. 여자가 잘못한 게 뻔한데 진정한 사랑 운운하며 같이 죽는다는 건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인 걸까요?
결단의 순간
태어나서 고민이라는 걸 한 번도 안 해본 남자가 일생일대의 고민을 앞둔다는 내용으로 열린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목숨을 건 딜레마라는 점에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피아니스트를 불타는 집에 수갑을 채워놓고 도끼인지 칼인지를 꽂아놓고 쿨하게 떠나는 남자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읽었던 걸까요?
2026/03/07
워 머신 : 전쟁 기계 (2026) - 패트릭 휴즈 : 별점 2점
미육군 최강 부대 레인저 부대원이 되기 위한 8주간 훈련에 도전한 81번 훈련병은 우여곡절 끝에 최후의 시험인 '죽음의 행진'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훈련병들은 예정된 훈련 대신 외계에서 온 전투 기계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데...
넷플릭스 최신 영화입니다. 주말 맞이로 감상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초반부의 지루했던 배경 설명이 끝난 뒤, 핵심 이야기인 레인저 훈련생들이 벌이는 외계에서 온 로봇 상대 생존기는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미약한 희생자들이 도주하면서 생존하려 노력하는, 거대 크리처 호러물 장르물로의 가장 중요한 재미 요소인 '긴장감'을 잘 살린 덕입니다. 나침반 등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으로 로봇 등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요. 망가진 무전기,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 고장난 장갑차 등의 여러 제약 사항들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주고요.
크리처 호러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크리처의 강력함 역시 훈련병들을 압도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들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우리 편이 다 죽는 영화는 정말 오랫만에 봅니다. 최소한 여군은 살릴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레인저 훈련병'이라는 미 육군 최강 군인들이 희생양 역으로 설정된 점도 좋습니다. 절벽에서의 레펠 기동을 비롯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인간 이상의 활약이 꽤 설득력있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약의 핵심인 주인공이 '잭 리처' 앨런 리치슨이라는 캐스팅도 딱 맞아 떨어지는 점입니다. 캐스팅이라면, 추억의 배우 데니스 퀘이드의 노병 연기도 반가왔어요.
아울러 주인공이 공병 출신이라서 로봇의 약점을 눈치채고 해치운다는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도 꽤 높은 편입니다. 맨 앞의 차량 정비 장면과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군인들이 강력한 외계 크리쳐와 싸워 극히 일부만 겨우 살아남는다는건 "에일리언(2)"과 비슷하고, 이 마지막 장면 전까지는 엇비슷한 재미를 주지만 마지막 10여분이 영화를 완전히 망쳐버려서 아쉽습니다. 외계 로봇의 습격이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닥쳤는데 레인저가 되는 결승 라인에 도달하는게 지상 목표라는 주인공의 모습부터 황당했는데(최소한 부상자는 의무병에게 바로 인계했어야지요),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미국식 영웅 만들기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게다가 막 복귀해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다시 전우들과 출동한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어이를 상실케 합니다.
비유하자면 "에일리언"의 리플리가 살아서 귀환한 뒤, 군인들 앞에서 일장 연설하고 선봉에 서서 에일리언을 박살낸다는 에필로그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 마지막 10여분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거만 없었어도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한데 아깝네요.
그래도 앨런 리치슨이라는 배우의 액션은 믿을만하다는 확신이 생기기는 합니다.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군요.
2021/12/03
유리 감옥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김미정 : 별점 2점
![]() | 유리 감옥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오픈하우스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횡령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갖힌 카터는 징계를 받다가 엄지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모르핀에 중독되고 말았다. 횡령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가윌의 부정을 밝혀내는게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변호사 설리번은 가윌의 뒤를 캐는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설리번의 노력은 실패했고, 카터는 교도소에서 사귄 친구 맥스가 폭동 와중에 살해되는 사건 등을 겪으며 7년 만에 가석방되어 세상에 복귀했다. 그러나 석방 후, 아내 헤이즐이 설리번과 부정을 저질렀다는걸 알아챈 카터는 충동적으로 그를 살해하고 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장편 범죄 스릴러입니다.
이야기는 끔찍했던 감옥에서의 생활과 출소 이후의 현실로 완벽하게 나뉩니다. 핵심은 이 두 공간이 카터 기준으로는 개념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요. 카터의 현실 속 주변 인물들은 모두 범죄자이며, 카터가 마음 편하게 머무를 곳이 없다는 점에서요. 카터의 말 그대로 이 세상은 거대한 감옥과 다를바 없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을 빼어난 심리 묘사로 그려내고 있는데, 감옥 안에서 헤이즐과 설리번의 관계를 의심하는 부분, 그리고 출소 후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에 쫓기는 과정에서의 카터의 심리를 그린 부분, 그리고 카터가 범행을 저지르고 가윌과 협상한 뒤, 경찰의 취조에 맞서는 장면이 특히 좋았습니다. 심리 서스펜스의 달인인 작가의 솜씨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대체로 실망스럽습니다. 범행이 작위적이며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제대로 된 범죄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카터가 설리번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까지는 그럴싸합니다. 그러나 그 시점이 가윌이 설리번을 살해하기 위해 고용했던 청부업자 오브라이언이 습격한 직후였다는게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누군가 자기를 목격했는데, 바로 살인을 저지른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게다가 오브라이언이 카터가 진범임을 밝히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카터와 오브라이언 모두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브라이언 혼자 증언을 뒤집는다고 그게 사실이 되는건 아니니까요. 또 오브라이언도 범행 당시 설리번을 방문했었다는 이야기니, 오브라이언이 범인으로 몰릴 여지도 높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건 협박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았을텐데, 카터가 오브라이언마저 즉흥적으로 죽인 뒤 가윌을 협박하여 알리바이를 만든다는건 최악의 정점입니다. 카터는 가윌이 설리번을 죽이기 위해 오브라이언을 고용했고 실제로 사건 당일 오브라이언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협박하는데, 가윌은 잃을게 없습니다. 오브라이언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가윌이 고용했다는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요. 오브라이언을 가윌이 고용했다는 다른 증거가 있었다면, 진작에 경찰에 체포되었을 테지요.
카터가 '오브라이언 때문에 골머리 썩일 사람은 가윌이지 제가 아닙니다.'라고 경찰에게 말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찰도 오브라이언이 카터가 진범이라는걸 알고 협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가윌이 골머리 썩을 일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카터가 오브라이언을 죽인 뒤, 진짜 완벽한 천재 범죄자로 거듭난다는 "리플리"스러운 결말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결과물은 억지만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또 읽기 힘들다는 문제도 큽니다. 감옥에 대한 여러가지 묘사는 지루하고 진부했으며, 캐릭터 설정과 묘사도 마찬가지인 탓입니다. 헤이즐이 자기도 힘들었다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감옥 안에서 친구가 된 맥스와의 관계를 들먹이면서 정당화하는데, 맥스와 카터의 관계는 친한 직장 동료 사이와 비슷했습니다. 불륜과 비교할 이유는 없습니다. 카터의 마약 중독을 언급하며, 그 역시 잘못이 있다는 주장도 똑같습니다. 카터가 마약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카터가 싫어졌다면, 이혼하면 됐습니다. 이혼하지 않는건, 감옥에 간 카터를 버리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와 함께 카터가 상속받은 10만달러가 넘는 돈을 놓치기 싫었을 뿐입니다. 결국 카터가 격분해서 설리번을 죽인건 다 헤이즐 때문입니다. 두 남자를 모두 움켜쥐려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지옥에 빠져들게 만든거지요. 아들 때문에 이혼 생각을 못했다? 그 결과가 살인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생긴 것이고요.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카터가 이런 상황에 빠졌음에도 헤이즐을 어떻게든 품으려고 하는 노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리뷰를 쓰기도 힘든, 그런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짜증나는 인간 군상의 묘사가 목적이었다면, 그건 분명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재미나 가치는 딱히 찾기 어려웠던 작품이에요.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2023/11/11
타임지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추리, 스릴러 소설 100선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Crime and Punishment by Fyodor Dostoevsky
"리븐워스 케이스" 안나 캐서린 그린 (국내 미출간)
The Leavenworth Case by Anna Katharine Green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The Turn of the Screw by Henry James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by Arthur Conan Doyle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The Murder of Roger Ackroyd by Agatha Christie
"블랙 더들리 저택의 범죄" 마저리 앨링햄 (국내 미출간)
The Crime at Black Dudley by Margery Allingham
"18호 방의 환자" 미뇽 G 에버하트 (국내 미출간)
The Patient in Room 18 by Mignon G. Eberhart
"몰타의 매" 대실 해미트
The Maltese Falcon by Dashiell Hammett
"The Conjure-Man Dies" 루돌프 피셔 (국내 미출간)
The Conjure-Man Dies by Rudolph Fisher
"A Man Lay Dead" 나이오 마시 (국내 미출간)
A Man Lay Dead by Ngaio Marsh
"가우디 나이트" 도로시 L 세이어즈 (국내 미출간)
Gaudy Night by Dorothy L. Sayers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The Three Coffins by John Dickson Carr
"레베카" 대프네 뒤 모리에
Rebecca by Daphne du Maurier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A Coffin for Dimitrios by Eric Ambler
"이중배상" 제임스 M. 케인
Double Indemnity by James M. Cain
"If He Hollers Let Him Go" 체스터 B. 하임스 (국내 미출간)
If He Hollers Let Him Go by Chester B. Himes
"고독한 곳에" 도로시 B. 휴즈
In a Lonely Place by Dorothy B. Hughes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The Daughter of Time by Josephine Tey
"Beat Not the Bones" 샬롯 제이 (국내 미출간)
Beat Not the Bones by Charlotte Jay
"카지노 로얄" 이언 플레밍
Casino Royale by Ian Fleming
"죽음 전의 키스" 아이라 레빈
A Kiss Before Dying by Ira Levin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The Long Goodbye by Raymond Chandler
"내 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Beast in View by Margaret Millar
"조용한 미국인" 그레이엄 그린
The Quiet American by Graham Greene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The Talented Mr. Ripley by Patricia Highsmith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셜리 잭슨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 by Shirley Jackson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by John le Carré
"혼진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The Honjin Murders by Seishi Yokomizo
"Where Are the Children?" 메리 히긴스 클라크 (국내 미출간)
* 과거 "잃어버린 천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듯 한데 확실치 않음.
Where Are the Children? by Mary Higgins Clark
"더 샤이닝" 스티븐 킹
The Shining by Stephen King
"The Last Good Kiss" 제임스 크럼리 (국내 미출간)
The Last Good Kiss by James Crumley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The Name of the Rose by Umberto Eco
"붉은 10월" 톰 클랜시
The Hunt for Red October by Tom Clancy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국내 미출간)
A Dark-Adapted Eye by Barbara Vine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The Decagon House Murders by Yukito Ayatsuji
"양들의 침묵" 토마스 해리스
The Silence of the Lambs by Thomas Harris
"푸른 드레스의 악마" 월터 모슬리 (국내 미출간)
Devil in a Blue Dress by Walter Mosley
"Mean Spirit" 린다 호건 (국내 미출간)
Mean Spirit by Linda Hogan
"법의관" 퍼트리샤 콘웰
Postmortem by Patricia Daniels Cornwell
"얼굴없는 살인자" 헤닝 만켈
Faceless Killers by Henning Mankell
"Dead Time" 엘리너 테일러 브랜드 (국내 미출간)
Dead Time by Eleanor Taylor Bland
"비밀의 계절" 도나 타트
The Secret History by Donna Tartt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Smilla’s Sense of Snow by Peter Høeg
"When Death Comes Stealing" 발레리 윌슨 웨슬리 (국내 미출간)
When Death Comes Stealing by Valerie Wilson Wesley
"페이드 어웨이" 할런 코벤
Fade Away by Harlan Coben
"추적자" 리 차일드
Killing Floor by Lee Child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가오루
Lady Joker by Kaoru Takamura
"Morituri" 야스미나 카드라 (국내 미출간)
Morituri by Yasmina Khadra
"아웃" 기리노 나쓰오
Out by Natsuo Kirino
"Inner City Blues" 폴라 L. 우즈 (국내 미출간)
Inner City Blues by Paula L. Woods
"A Place of Execution" 발 맥더미드 (국내 미출간)
A Place of Execution by Val McDermid
"Those Bones Are Not My Child" 토니 케이드 밤바라 (국내 미출간)
Those Bones Are Not My Child by Toni Cade Bambara
"Blanche Passes Go" 바바라 닐리 (국내 미출간)
Blanche Passes Go by Barbara Neely
"Death of a Red Heroine" 추 샤오롱 (국내 미출간)
Death of a Red Heroine by Qiu Xiaolong
"레드브레스트" 요 네스뵈
The Redbreast by Jo Nesbø
"미스틱 리버" 데니스 루헤인
Mystic River by Dennis Lehane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The Shadow of the Wind by Carlos Ruiz Zafón
"외과의사" 테스 게리첸
The Surgeon by Tess Gerritsen
"The Emperor of Ocean Park" 스티븐 L. 카터 (국내 미출간)
The Emperor of Ocean Park by Stephen L. Carter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Fingersmith by Sarah Waters
"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The Ice Princess by Camilla Läckberg
"2666" 로베르토 볼라뇨
2666 by Roberto Bolaño
"케임브리지 살인사건" 케이트 앳킨슨
Case Histories by Kate Atkinson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The Devotion of Suspect X by Keigo Higashino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by Stieg Larsson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마이클 코넬리
The Lincoln Lawyer by Michael Connelly
"스네이크 스킨 샤미센" 나오미 히라하라
Snakeskin Shamisen by Naomi Hirahara
"Queenpin" 메건 애벗
Queenpin by Megan Abbott
"죽은 자는 알고 있다" 로라 립먼
What the Dead Know by Laura Lippman
"유대인 경찰 연합" 마이클 셰이본
The Yiddish Policemen's Union by Michael Chabon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Drive Your Plow Over the Bones of the Dead by Olga Tokarczuk
"Wife of the Gods" 콰이 쿼티 (국내 미출간)
Wife of the Gods by Kwei Quartey
"네 시체를 묻어라" 루이즈 페니
Bury Your Dead by Louise Penny
"페이스풀 플레이스" 타나 프렌치
Faithful Place by Tana French
"설계자들" 김언수
The Plotters by Un-su Kim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The Sound of Things Falling by Juan Gabriel Vásquez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Gone Girl by Gillian Flynn
"라운드 하우스" 루이스 어드리크
The Round House by Louise Erdrich
"64" 요코야마 히데오
Six Four by Hideo Yokoyama
"철로 된 강물처럼" 윌리엄 켄트 크루거
Ordinary Grace by William Kent Krueger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언 모리아티
Big Little Lies by Liane Moriarty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Everything I Never Told You by Celeste Ng
"Land of Shadows" 레이첼 호첼 홀 (국내 미출간)
Land of Shadows by Rachel Howzell Hall
"동조자" 비엣 타인 응우옌
The Sympathizer by Viet Thanh Nguyen
"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Bluebird, Bluebird by Attica Locke
"Hollywood Homicide" 켈리 개릿 (국내 미출간)
Hollywood Homicide by Kellye Garrett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My Sister, the Serial Killer by Oyinkan Braithwaite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The Widows of Malabar Hill by Sujata Massey
"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Miracle Creek by Angie Kim
"당신이 필요한 세계" 헬렌 필립스
The Need by Helen Phillips
"The Other Americans' 레일라 랄라미
The Other Americans by Laila Lalami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The Turn of the Key by Ruth Ware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Your House Will Pay by Steph Cha
"검은 황무지" S.A. 코스비
Blacktop Wasteland by S.A. Cosby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Djinn Patrol on the Purple Line by Deepa Anappara
"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Mexican Gothic by Silvia Moreno-Garcia
"When No One Is Watching" 앨리사 콜 (국내 미출간)
When No One Is Watching by Alyssa Cole
"Winter Counts" 데이비드 헤스카 완블리 웨이든 (국내 미출간)
Winter Counts by David Heska Wanbli Weiden
"Survivor's Guilt" 로빈 기글 (국매 미출간)
Survivor’s Guilt by Robyn Gigl
2015/05/05
대낮의 사각 1/2 - 다카기 아키미쓰 / 김선영 : 별점 3점
| 대낮의 사각 1 - |
| 대낮의 사각 2 - |
도쿄대 역사에 남을 정도의 천재 스미다 고이치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아 "태양 클럽"이라는 조직을 만든 뒤, 전후 혼란기에 거대한 재력을 손에 넣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잠깐의 성공 이후 스미다는 폭주한 끝에 자살이라는 최후를 맞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의 추종자 중 한명이었던 쓰루오카는 스스로 "사기"라는 범죄로 성공할 생각을 굳히는데...
다카기 아키미쓰의 작품으로 무려 800여페이지가 넘는 초거대작.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터리 100선에도 선정된 (28위)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도착의 사각"이 떠오르는 제목이라 당연히 본격물이라 생각했는데,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 가미즈 교스케, 기리시마 사부로, 햐쿠타니 센이치로가 등장하는 정통파 본격 추리소설이 아니라 쓰루오카 시치로라는 천재적인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 소설이라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재미만큼은 확실합니다. 얼마나 범죄가 치밀하게 그려지는가?가 범죄 소설의 핵심 재미 요소인데, 등장하는 어음 편취 사기의 설득력이 아주 높은 덕분입니다. 어떻게 어음을 손에 넣는지와 그것을 어떻게 현금화 하는지에 대해 재미있으면서도 기발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등장하는 여러 사기 사건 중에서도, 어음을 발행하는 피해자가 홀딱 속아 넘어가도록 일본 조선 주식회사로 위장한 회사 건물 안에서 연극을 연출하듯 모든 상황과 장소를 조작했던 '신요 기선 어음 편취 사건', 그리고 실존하는 공사관을 무대로 대사의 비서와 직접 짜고 벌인 '파세도나 공사관 사기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외의 사건들도 치밀함은 뒤지지 않습니다. 실제 범죄자와 직접 인터뷰를 한 뒤 쓰여졌다고 하는데, 생생함과 설득력이 정말 대단한 수준이에요. 항상 사기는 당하는 쪽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치밀하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울러 주인공이 도쿄대 법대 출신이라는 설정을 대기업 임원과의 술자리 대화를 통해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라던가, 경찰 취조를 빠져나가는 부분 등에서 효과적으로 써먹는 것도 괜찮았어요.
또 범죄 소설은 주인공 범죄자의 캐릭터도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뤼팽"은 고전 본격물에 가까워 뺀다 쳐도 "팡토마스", 리처드 스타크의 "악당 파커", 퍼트리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등의 유명 악당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죠. 이 작품 역시 등장인물들 묘사가 아주 그럴듯한데, 그 중에서도 자신의 모든 행동을 분단위로 기록한다는 천재 스미다 고이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초반부에 퇴장하지만 천재이자 광인으로 그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지배한 남자 류비세프의 흑화버젼이랄까요. 참고로, 실존했던 전후 도쿄대 출신 수재들이 벌인 "히카리 클럽" 사건 주역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묘사했다니, 이 역시 생생함이 남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주인공들의 입을 빈 전쟁 직후, 이른바 전중 혹은 전후파라 불리우는 세대의 시각도 돋보였습니다. 메이지 세대라 불리우는 전쟁을 일으킨 세대에 대해 맹목적인 분노와 적개심 가득한데 1920년대 생인 작가 본인의 시각일겁니다. 허나 이들 역시도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성공은 하고 싶고, 위기에 몰리면 피해자 코스프레에 몰두하는 비겁한 인물들일 뿐입니다. 시대의 대악당을 꿈꾸지만 결국 소인배라는 것이 이채롭네요.
이렇게 소재 및 전개, 캐릭터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재미를 갖추고는 있는데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흐름이 하나의 거대 장편이라기 보다는 옴니버스 범죄물처럼 토막나 있어서 하나의 호흡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럴거라면 여러편으로 시리즈를 쪼개던가, 아니면 큰 줄기의 이야기는 넣지 않는게 좋았을겁니다.
주인공 쓰루오카의 캐릭터가 스미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점도 아쉽습니다. 본인 스스로 악인을 자처하는데 인간적인 모습이 계속 엿보이게 만드니 죽도 밥도 안된 느낌이거든요. 차라리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다테 구니히코처럼 막 나갔어야 했어요.
그나마 마무리 직전까지는 그런대로 능력있는 악당 느낌을 전해주는데, 마지막의 급작스러운 몰락 탓에 캐릭터 훼손도 심해져 버리고 말았네요. 쓰루오카를 집요하게 추적하던 후쿠나가 검사에 의해 체포된 뒤, 파세도나 공사관 사건에서 고용했던 하수인 곤잘로의 증언으로 한순간에 끝장난다는 결말인데 고작 이정도밖에 안되나? 싶었던 탓입니다. 좀 더 치밀한 안배, 효과적인 도주가 덧붙여져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여성들에 대한 묘사가 별로라는 것도 단점입니다. "여자는 단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구는 많을 수록 좋다"라는 스미다의 신조가 작품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다카코의 자살은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그야말로 개죽음이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니까요. 일종의 성녀 이미지를 작품에 집어넣어 쓰루오카의 악을 비교하여 더욱 추악하게 묘사하려는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진부한 캐릭터에 진부한 묘사로 인해 분량만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기극들은 만화 "쿠로사기" 등에서 이미 접해본 것들과 비슷해서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하더군요. 작품이 발표된 시기에 읽어보았다면 굉장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을텐데 지금 읽기에는 낡기도 했고요.
결론적으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쓸데없는 묘사는 덜어내고 패배를 모르는 냉혹한 악당 쓰루오카의 범죄 행각에 촛점을 맞추었더라면 별점 4점 이상은 너끈했을텐데, 약간의 단점들로 인해 감점합니다. 그래도 천재적인 범죄에 전율하게 만드는 거장의 솜씨는 놀라운 고전 명작임에는 분명한 만큼, 추리소설 애호가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 : 현재까지 국내 출간된 다카기 아키미쓰 작품 8편은 전부 다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인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야망의 덫" - "실험부부" - "파계재판" - "문신 살인사건" - "대낮의 사각 (본편)" - "유괴" -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 "제로의 밀월"
작품별 별점 평점이 2.037.., 3점이네요. "타율왕"에 올려도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참고로, 야망의 덫과 실험부부는 제 추리소설 리뷰 초창기에 읽고 감상을 남긴 것이라 지금 읽으면 점수가 좀 처질 수도 있는 점 양지해 주세요.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15/10/06
그랜드 투어 - 설혜심 : 별점 3점
| 그랜드 투어 - |
18세기 영국에서 대유행했던 젊은이들의 유럽 여행, 이른바 "그랜드 투어"에 대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왜 이러한 여행이 시작되었으며 붐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제 여정과 관련 자료들, 여행을 떠났던 상류계층이 무엇을 배우고 돌아왔는지, 이후 유행한 예술과 문화, 여행의 득실, 그리고 마지막 대중화 과정까지 아래 목차 순서대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이 거대한 여행의 역사
- chapter 1: 그랜드 투어의 탄생
- chapter 2: 여행 준비와 안내서
- chapter 3: 여정
- chapter 4: 상류계층 만들기
- chapter 5: 예술과 쇼핑
- chapter 6: 여행의 동반자들
- chapter 7: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기
- chapter 8: 해외 유학의 득과 실 논쟁
- chapter 9: 엘리트 여행에서 대중 관광으로
- 에필로그: 여행은 계속된다
책 소개와 이 목차만 보고 호기심이 생겨 구입했는데 다행히 책은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 가치도 충실한 덕분입니다. 특히 방대한 자료조사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국내 학자가 조사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그랜드 투어를 이 코스로 다시 떠나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용, 교육 과정, 의상, 음식, 숙소 등 실제 여행과 관련된 자료들이 상세합니다. 도판도 충실하고요.
익히 알고 있던 유명 인물들, 로크, 흄, 볼테르, 애덤스, 괴테, 기번 등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습니다. 덧붙이자면 "재능있는 리플리"의 그린리프가 그랜드 투어의 형태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은 추리소설 팬으로서 인상 깊었어요.
당연히 책의 핵심인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도 충실합니다. 문화와 예술이란 무엇인지, 젠틀맨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에 대한 서술은 영국 문화가 외국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며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국인들이 세계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영국과 유럽 각국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보다 재미있게 알 수 있었고요.
또한 이 책은 "여행"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학습이나 개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책에 실린 체스터필드 경의 편지를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음과 같은 구절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너는 예술과 무기 양쪽에서 한때 너무나 유명했던 나라로 여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그것이 얼마나 쇠퇴했든 간에 여전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살펴보고, 그것의 흥기와 쇠퇴를 가져온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흔히 우리 젊은이들이 그러듯이 쓰윽 훑고 지나가지 말고 제대로, 그리고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아라. 고대와 현대의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신중하게 살펴봄으로써 회화, 조각, 건축에 대한 취향을 기르렴. 그것이 교양 교육이고, 그런 것에 대한 진정한 취향과 지식이 진짜 상류층을 만드는 것이다."
저는 그동안 글 속 흔한 '우리 젊은이들'처럼 쓰윽 훑고 지나가며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좋아하는 전형적인 관광객이었습니다. 이처럼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고민했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반성하게 됩니다.
물론 책에서도 그랜드 투어를 떠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유명 인사들이 모두 다녀왔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필수 코스이자 과시욕의 일환이었다고 지적하고는 있습니다. 1대 레스터 백작 토머스 코크처럼 그 취지에 충실한 인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금 말로 '스펙 쌓기'에 가까웠다는 것이지요.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의미 있었습니다. 여행은 특정 목적을 갖고 떠나는 것이라면, 관광은 오롯이 즐거움을 위한 것이기에 둘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여행이 지금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점은 참 놀라웠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그랜드 투어에 나선 외동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바로 그 유명한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의 원전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 정보였습니다. 제 딸에게도 읽혀주고 싶어 그 책도 최근에 구입했지요. 제 딸은 저보다는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024/04/23
IMBA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
출처는 dcinside 추리소설 갤러리입니다. 원글은 이 곳에서 확인하세요.
1. The Tiger in the Smoke - 마저리 앨링엄 (Allingham, Margery) (1952)4. Aunt Dimity's Death - 낸시 애서튼 (Atherton, Nancy) (1992)5. In the Heat of the Night - 존 볼 (Ball, John) (1965) / 국내 출간: 밤의 열기 속에서 (하서출판사)6. Sheer Torture - 로버트 버나드 (Barnard, Robert) (1982)7. Track of the Cat - 네바다 바 (Barr, Nevada) (1993)8. The Beast Must Die - 니콜라스 블레이크 (Blake, Nicholas) (1938) / 국내 출간: 야수는 죽어야 한다 (황금가지)9.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 로렌스 블록 (Block, Lawrence) (1986)11. The Fabulous Clipjoint - 프레드릭 브라운 (Brown, Fredric) (1947)12. The Thirty-Nine Steps - 존 버컨 (Buchan, John) (1915) / 국내 출간: 39계단 (문예출판사)13. Black Cherry Blues - 제임스 리 버크 (Burke, James Lee) (1989)15. The Thin Woman - 도로시 캔넬 (Cannell, Dorothy) (1984)17. Thus Was Adonis Murderd - 새라 코드웰 (Caudwell, Sarah) (1981)18. The Big Sleep - 레이먼드 챈들러 (Chandler, Raymond) (1939) / 국내 출간: 빅 슬립 (문학동네)19.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애거서 크리스티 (Christie, Agatha) (1926) / 국내 출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황금가지)20.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Connelly, Michael) (1994) / 국내 출간: 콘크리트 블론드 (알에이치코리아)21.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 K. C. 콘스탄틴 (Constantine, K. C.) (1982)22. The Monkey's Raincoat - 로버트 크레이스 (Crais, Robert) (1987) / 국내 출간: 몽키스 레인코트 (노블마인)23. The Moving Toyshop - 에드먼드 크리스핀 (Crispin, Edmund) (1946)24. Dreaming of the Bones - 데보라 크롬비 (Crombie, Deborah) (1997)25. The Last Good Kiss - 제임스 크럼리 (Crumley, James) (1978)26. The Yellow Room Conspiracy - 피터 디킨슨 (Dickinson, Peter) (1994)29. Booked to Die - 존 더닝 (Dunning, John) (1992)30. Old Bones - 아론 엘킨스 (Elkins, Aaron) (1987)32. Time and Again - 잭 피니 (Finney, Jack) (1970)33. Who in Hell Is Wanda Fuca? - G. M. 포드 (Frod, G. M.) (1995)35. The Hours Before Dawn - 실리아 프렘린 (Fremlin, Celia) (1958)36. A Great Deliverance - 엘리자베스 조지 (George, Elizabeth) (1988) / 국내 출간: 성스러운 살인 (현대문학)37. Smallbone Deceased - 마이클 길버트 (Gilbert, Michael) (1950)38. “A" Is for Alibi - 수 그래프턴 (Grafton, Sue) (1982) / 국내 출간: 여형사 K (큰나무)39.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 캐롤라인 그레이엄 (Graham, Caroline) (1987)40.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 마사 그라임즈 (Grimes, Martha) (1981)43. 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Harris, Thomas) (1988) / 국내 출간: 양들의 침묵 (나무의철학)44. Tourist Season - 칼 하이어센 (Hiaasen, Carl) (1986)46.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Hill, Reginald) (1998)47. A Thief of Time - 토니 힐러먼 (Hillerman, Tony) (1988) / 국내 출간: 시간의 도둑 (고려원미디어)48. Cotton Comes to Harlem - 체스터 하임즈 (Himes, Chester) (1964)49. Hamlet, Revenge! - 마이클 이네스 (Innes, Michael) (1937)50. I Married a Dead Man - 윌리엄 아이리시 (Irish, William) (1948) / 국내 출간: 죽은 자와의 결혼 (해문출판사) 51. An Unsuitable Job for a Woman - P. D. 제임스 (James, P. D.) (1972) / 국내 출간: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아작) 52. The Ritual Bath - 페이 켈러먼 (Kellerman, Faye) (1986)53. When the Bough Breaks - 조너선 켈러먼 (Kellerman, Jonathan) (1985) / 국내 출간: 큰 가지가 부러질 때 (청담문학사)54. The Beekeeper's Apprentice - 로리 킹 (King, Laurie) (1994)55. Dark Nantucket Noon - 제인 랭턴 (Langton, Jane) (1975)57.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Lee, Harper) (1960) / 국내 출간: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59. Get Shorty - 엘모어 레너드 (Leonard, Elmore) (1990)60. Sleeping Dog - 딕 록티 (Lochte, Dick) (1985)61. Rough Cider - 피터 러브시 (Lovesy, Peter) (1986)63.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 필립 맥도널드 (MacDonald, Philip) (1959)65. Bootlegger's Daughter - 마거릿 마론 (Maron, Margaret) (1992)66. Death of a Peer - 나이오 마시 (Marsh, Ngaio) (1940)67. Sadie When She Died - 에드 맥베인 (McBain, Ed) (1972)68. The Sunday Hangman - 제임스 매클루어 (McClure, James) (1977)69. If I Ever Rreturn, Pretty Peggy-O - 섀린 매크럼 (McCrumb, Sharyn) (1990)70. A Stranger in My Grave - 마거릿 밀러 (Miller, Margaret) (1960) / 내 출간: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71. Devil in a Blue Dress - 월터 모즐리 (Mosley, Walter) (1988)72. Edwin of the Iron Shoes - 마르샤 물러 (Muller, Marcia) (1977) / 국내 출간: 세계 여성 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쇠구두를 신은 에드윈’ (고려원미디어)73. Death's Bright Angel - 자넷 닐 (Neel, Janet) (1988)74. Mallory's Oracle - 캐럴 오코넬 (O'Connell, Carol) (1994)75. Child of Silence - 애비게일 파젯 (Padgett, Abigail) (1993)76. Deadlock - 새라 패러츠키 (Paretsky, Sara) (1984)77. Looking for Rachel Wallace - 로버트 파커 (Parker, Robert) (1980)79. Vanishing Act - 토머스 페리 (Perry, Thomas) (1995)80. Crocodile on the Sandback - 엘리자베스 피터스 (Peters, Elizabeth) (1975)81. One Corpse Too Many - 엘리스 피터스 (Peters, Ellis) (1979) / 국내 출간: 99번째 주검 (북하우스)82. Blue Lonesome - 빌 프론지니 (Pronzini, Bill) (1995)84. No More Dying Then - 루스 렌델 (Rendell, Ruth) (1971)85. The Wrong Murder - 크레이그 라이스 (Rice, Craig) (1940)87. Blood at the Root - 피터 로빈슨 (Robinson, Peter) (1997)89. A Broken Vessel - 케이트 로스 (Ross, Kate) (1994)90. Concourse - S. J. 로잰 (Rozan, S. J.) (1995)91. Murder Must Advertise - 도로시 L. 세이어즈 (Sayers, Dorothy L.) (1933) / 국내 출간: 살인은 광고된다 (블루프린트) (ebook), 광고하는 살인 (동안)95. Chinaman's Chance - 로스 토머스 (Thomas, Ross) (1978)96. A Test of Wills - 찰스 토드 (Todd, Charles) (1996)98. The Sands of Windee - 아서 업필드 (Upfield, Arthur) (1931)100. Sanibel Flats - 랜디 웨인 화이트 (White, Randy Wayne) (1990)
2013/12/04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정리
얼마전 올린 글에 필받아서 다시 정리해 본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읽은 책 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없는 것은 적색, 국내 출간되었지만 아직 안 읽은 것은 검은색, 그리고 미출간 작품은 회색으로 체크하였습니다.
100위가 두권이라 총 101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국내 미출간작은 31권입니다. 남은 70권 중 49권을 읽었네요.
안 읽은 작품들은 취향이 아닌 것도 있지만 최근 소개된 작품도 제법 많으니 이번 정리를 기회삼아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읽고 소장도 하고 있는데 리뷰가 없는 작품은 다시 읽고 리뷰를 올려야겠어요. 왜 빠졌을까...
* 2013.12.17 "나의 로라" 추가 (총 50권 독파)
* 2013.12.25 "내 안의 살인마" 추가 (총 51권 독파)
* 2014.01.21 "몰타의 매" 링크 추가
* 2014.11.20 "맹독" 추가 (총 52권 독파)
* 2015.12.08 "브랫 패러의 비밀" 추가 (총 53권 독파)
* 2020.11.8. "나선 계단의 비밀" 추가 (총 57권 독파)
1 "The Complete Sherlock Holmes", Arthur Conan Doyle. -셜록홈즈 전집
2 "The Maltese Falcon", Dashiell Hammett. "몰타의 매"
3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Edgar Allan Poe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집 (우울과 몽상)
4 "The Daughter of Time", Josephine Tey. "진리는 시간의 딸"
5 "Presumed Innocent", Scott Turow. "무죄추정"
6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John le Carre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7 "The Moonstone", Wilkie Collins. "월장석"
8 "The Big Sleep", Raymond Chandler. "크나큰 잠"
9 "Rebecca", Daphne du Maurier. "레베카"
10 "And then there Were None", Agatha Christi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1 "Anatomy of a Murder", Robert Traver.
12 "The Murder of Roger Ackroyd", Agatha Christie.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3 "The Long Goodbye", Raymond Chandler. "기나긴 이별"
14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James M. Cain.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15 "The Godfather", Mario Puzo. "대부"
16 "The Silence of the Lambs", Thomas Harris. "양들의 침묵"
17 "A Coffin for Dimitrios", Eric Ambler. "디미트리오스의 가면관"
18 "Gaudy Night", Dorothy L. Sayers.
19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gatha Christie. "검찰측 증인"
20 "The Day of the Jackal", Frederic Forsyth. "자칼의 날"
21 "Farewell, My Lovely", Raymond Chandler. "안녕 내 사랑"
22 "The Thirty-nine Steps", John Buchan. "39계단"
23 "The Name of the Rose", Umberto Eco. "장미의 이름"
24 "Crime and Punishment", Fyodor Dostoevski. "죄와 벌"
25 "Eye of the Needle", Ken Follett. "바늘 구멍"
26 "Rumpole of the Bailey", John Mortimer.
27 "Red Dragon", Thomas Harris. "레드 드레건"
28 "The Nine Taylors", Dorothy L. Sayers. "나인 테일러즈"
29 "Fletch", Gregory McDonald. "플레치"
30 "Tinker, Taylor, Soldier, Spy", John le Carre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31 "The Thin Man", Dashiell Hammett. "그림자 없는 남자"
32 "The Woman in White", Wilkie Collins. "흰옷을 입은 여인"
33 "Trent's Last Case", E. C. Bentley. "트렌트 마지막 사건"
34 "Double Indemnity", James M. Cain "이중배상"
35 "Gorky Park", Martin Cruz Smith. "고르키 파크"
36 "Strong Poison", Dorothy L. Sayers. "맹독"
37 "Dance Hall of the Dead", Tony Hillerman.
38 "The Hot Rock", Donald E. Westlake. "뉴욕을 털어라"
39 "Red Harvest", Dashiell Hammett. "붉은 수확"
40 "The Circular Staircase", Mary Roberts Rinehart. "나선 계단의 비밀"
41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Agatha Christie. "오리엔트 특급살인"
42 "The Firm", John Grisham.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43 "The Ipcress File", Len Deighton.
44 "Laura", Vera Caspary. "나의 로라"
45 "I, the Jury", Mickey Spillane. "내가 심판한다"
46 "The Laughing Policeman", Maj Sjowall and Per Wahloo. "웃는 경관"
47 "Bank Shot", Donald E. Westlake.
48 "The Third Man", Graham Greene. "제3의 사나이"
49 "The Killer Inside Me", Jim Thompson. "내 안의 살인마"
50 "Where Are the Children?", Mary Higgins Clark.
51 "A Is for Alibi", Sue Grafton. "여형사 K" ("의미없는 알리바이")
52 "The First Deadly Sin", Lawrence Sanders. "제 1의 대죄"
53 "A Thief of Time", Tony Hillerman. "시간의 도둑"
54 "In Cold Blood", Truman Capote. "인 콜드 블러드"
55 "Rogue Male", Geoffrey Household. "로그 메일"
56 "Murder Must Advertise", Dorothy L. Sayers. "광고하는 살인"
57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 G. K. Chesterton. "브라운 신부의 동심"
58 "Smiley's People", John le Carre "스마일리의 사람들"
59 "The Lady in the Lake", Raymond Chandler. "호수의 여인"
60 "To Kill a Mockingbird", 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
61 "Our Man in Havanna", Graham Greene.
62 "The Mystery of Edwin Drood", Charles Dickens.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63 "Wobble to Death", Peter Lovesey.
64 "Ashenden", W. Somerset Maugham. "어쉔덴"
65 "The Seven Percent Solution", Nicholas Meyer. "7퍼센트 용액"
66 "The Doorbell Rang", Rex Stout.
67 "Stick", Elmore Leonard.
68 "The Little Drummer Girl", John le Carre "리틀 드러머 걸"
69 "Brighton Rock", Graham Greene.
70 "Dracula", Bram Stoker. "드라큘라"
71 "The Talented Mr. Ripley", Patricia Highsmith "재능있는 리플리씨"
72 "The Moving Toyshop", Edmund Crispin.
73 "A Time to Kill", John Grisham. "타임 투 킬"
74 "Last Seen Wearing", Hillary Waugh.
75 "Little Caesar", W. R. Burnett.
76 "The Friends of Eddie Coyle", George V. Higgins.
77 "Clouds of Witness", Dorothy L. Sayers. "증인이 너무 많다"
78 "From Russia, with Love", Ian Fleming.
79 "Beast in View", Margaret Millar. "내 안의 야수"
80 "Smallbone Deceased", Michael Gilbert.
81 "The Franchise Affair", Josephine Tey.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82 "Crocodile on the Sandbank", Elizabeth Peters.
83 "Shroud for a Nightingale", P. D. James. "나이팅게일의 수의"
84 "The Hunt for Red October", Tom Clancy. "붉은 10월"
85 "Chinaman's Chance", Ross Thomas.
86 "The Secret Agent", Joseph Conrad. "비밀요원"
87 "The Dreadful Lemon Sky", John D. MacDonald.
88 "The Glass Key", Dashiell Hammett. "유리열쇠"
89 "Judgment in Stone", Ruth Rendell.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
90 "Brat Farrar", Josephine Tey. "브랫 패러의 비밀"
91 "The Chill", Ross Macdonald. "소름"
92 "Devil in a Blue Dress", Walter Mosley.
93 "The Choirboys", Joseph Wambaugh.
94 "God Save the Mark", Donald E. Westlake.
95 "Home Sweet Homicide", Craig Rice. "스위트홈 살인사건"
96 "The Three Coffins", John Dickson Carr. "세 개의 관"
97 "Prizzi's Honor", Richard Condon.
98 "The Steam Pig", James McClure.
99 "Time and Again", Jack Finney.
100 "A Morbid Taste for Bones", Ellis Peters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성녀의 유골)"
100 "Rosemary's Baby", Ira Levin "로즈메리의 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