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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베이커 스트리트 살인 - 아서 코넌 도일, 마틴 H 그린버그 외 / 정태원 : 별점 2.5점

베이커 스트리트 살인 - 6점
아서 코넌 도일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정태원 옮김/단숨

"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후대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파스티쉬 앤솔러지. 7년 전에 출간되었던 "베이커가의 살인"과 같은 책으로 표지와 구성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나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런데 왜 이러한 형태로 재출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이전 판본의 편집과 구성,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거든요. 코난 도일 경의 글이 앞에 위치한 배치라든가 디테일한 디자인 등 전체적인 구성이 더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어른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여튼, 내용 리뷰는 같은 책이니 당연히 이전 리뷰와 거의 동일합니다. 서문 및 각종 에세이들의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수록 단편 11편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고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어 선뜻 권해드리기는 좀 어렵다는 것까지 말이죠. 특히나 "홈스"라고 번역된 이름은 아무리 읽어도 영 어감이 별로더군요....

그래도 나이가 들고 취향이 약간 바뀐 탓에 예전 리뷰에서 좋게 평했던 작품보다 시원찮게 평가했던 작품이 더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괜찮았던 작품은 아래의 세 작품입니다.

"홈스를 태운 마차"
우연히 홈스를 태우게 된 마부를 화자로 한 슬랩스틱 소동극에 가까운 유쾌한 소품. 추리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지만 유쾌한 분위기에 더해 마부의 고민까지 깔끔하게 해결하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
실존 인물인 "천일야화"의 작가 리처드 경을 등장시키고 당대로서는 최첨단 문물인 코닥 카메라,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투탄카멘의 무덤을 엮어 그려낸 괜찮은 역사추리물입니다. 진상을 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홈스가 실재 역사와 교묘하게 엮이는 전개가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체셔 치즈 사건"
트릭은 번역으로는 알 수 없는 일종의 삼행시 같은 것이고 설정과 전개는 예전에 읽었던 데이비슨 포스트의 "대암호"와 유사하지만 시대와 장소를 잘 살린 덕에 차별화되는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된 괜찮은 작품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앞서 권해드리기 좀 어렵다고 쓰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보장하는 만큼 셜록 홈즈의 팬들이시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0/05/02

악몽과 몽상 2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악몽과 몽상 2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엘릭시르

어쩌다보니 1을 읽지않고 2부터 읽게 된 스티븐 킹중단편집입니다.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보너스격인 논픽션 "고개를 숙여"와 시 "브루클린의 팔월", 우화인 "거지와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수록작은 9편입니다.

그간 순문학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던 중, 단편집들과 비교해볼 때, 좀 더 화끈한 작품이 많다는게 특징이에요. 과거의 스티븐 킹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거장과 과거에 대한 오마쥬 형식의 작품들도 신선했고요. 전통적인 크리쳐 호러인 "장마", 기발한 호러 액션 모험물인 "10" 등이 과거 킹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다섯 번째 4분의 1"은 화끈한 마쵸 하드보일드 액션, "크라우치앤드"는 러브크래프트크툴루 신화 오마쥬,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셜록 홈스 파스티쉬로 모두 나름 매력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도 하드보일드 탐정물에 변주를 가한 독특함이 좋았고요. "10"을 제외하면 대체로 클리셰로 가득한 친숙한 이야기들이지만, 워낙에 필력이 원숙하고 묘사가 대단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걸 특별하게 만드는, 이런게 바로 장인의 솜씨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할아버지의 충고가 전부인 "내 귀염둥이 조랑말", 일종의 타임 슬립물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기묘한 가족 드라마 SF인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화끈함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부록격인 논픽션과 시, 우화는 딱히 점수를 주기 애매하고요.

그래도 12편 중 6편, 제대로 된 수록작만 치면 9편 중 6편이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니 전반적으로 괜찮은 작품집에는 분명합니다.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 정도면 본전치기는 하는 셈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장마"

시골 마을 윌로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젊은 부부에게 마을 사람들이 그날 하루만 다른 곳에서 보낼걸 요구했다. 이유는 그날이 칠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두꺼비 장마'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존과 앨리스 부부는 객기를 부려 윌로에서 머무는데, 오래지않아 비처럼 내리는 무시무시한 식인 두꺼비 떼와 조우하게 된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크리쳐 호러물입니다. 무언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마을 사람들, 비가 곧 오기 직전인 축축한 공기에 대한 묘사로 가득찬 도입부에서, 식인 두꺼비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부부를 습격하는 중, 후반부까지의 전개 모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정말로 두꺼비가 장마처럼 쏟아진다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두꺼비들이 모두 다음날 햇볕과 함께 녹아서 사라지는 이유가 젊은 부부를 장마 직전인 7년에 한 번씩 인신공양한 덕분일 거라는 결말도 꽤 참신했어요. 보통 이런 크리쳐 호러물의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게 대부분인데 최소한의 설명 정도는 덧붙인 셈이니까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주는 킹의 맛이 잘 살아 있는, 읽는 재미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의 권유대로 부부가 장마날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조금 궁금한데, 소설의 결말처럼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졌겠죠?

"내 귀염둥이 조랑말"

할아버지가 "어른이 되면,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갈 때가 있다"는 충고를 손자에게 해 주는게 전부입니다. 시골 마을에 대한 묘사도 좋고, 시간이 빨리가는 상황 설명도 흥미롭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다른 드라마도 없는데다가, 엄마는 알콜 중독에, 누나는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뭉쳐있다는 등의 불필요한 묘사가 많아서 읽기도 지루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책 뒤 해설을 보니 손자 클라이브 배닝이 살인 청부업자가 된 이야기를 그린 오래전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착수했던 동명 장편에서 뽑아낸 회상 장면이라는군요.

순문학적인 소양이 엿보이기는 하나, 구태여 찾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작가 빌 위더먼이 아내, 세 명의 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끔찍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제발 데려가..."는 말을 남기고 끊어진 전화를 받은 아내 케이티는, 그 목소리가 자기 가족이 확실하다고 느끼고 기숙사의 딸, 어머니 등의 안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동생이 연락이 되지 않자 남편과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가는데....

시나리오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덕분에 시각적인 상상과 여러가지 배경 음악들을 머릿 속에 떠올리기 좋았습니다. 전화를 걸어온게 다름아닌 '미래의 케이티' 였다는 진상도 그럴듯했고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족임을 확신했다는데 그게 바로 자기였다니! 이런거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싶네요. 시공을 초월하여 메시지를 나누는 작품은 많지만, 연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다는 작품은 처음 봤습니다.

그러나 "제발 데려가.."는 그날 바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빌 위더먼을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뜻이었다는건 좀 허무합니다.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걸 때에 보다 명확하게 메시지를 남기는게 당연하잖아요? 빌 위더먼이 처제의 집을 찾아가며 느끼는 서스펜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에게서 기대해 봄 직한 공포나 스릴, 서스펜스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대로 영상화되었다는데, 영상물로 보는게 훨 낫지 싶네요.

"10"

출근 후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온 브랜든 피어슨은 '박쥐 인간'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비명을 지르려던 그를 진정시킨건 같은 회사 프로그래머 듀크였다. 듀크는 '박쥐 인간'은 흡연자들에게만 보인다며 브랜든을 '박쥐 인간'을 본 사람들 모임에 초대했다. 그러나 모임은 리더 델레이의 배신으로 박쥐 인간의 습격을 받게 되고, 브랜든은 모임에서 처음 만난 캐머런, 모이라와 함께 탈출하는데....

아, 세상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출근 후 10시,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유대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저 역시 과거 흡연자라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 흡연자들만 그들을 지배하는 사악한 '박쥐 인간'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금연 열풍, 담배 혐오가 널리 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역습이자 발버둥같은 작품이에요. 물론 흡연자들에게는 경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테고요. 스티븐 킹이 흡연자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나 좋았던 아이디어에 비하면 전개는 그냥 그렇습니다. 일단 박쥐 인간과의 혈투가 시시합니다. 끔찍하게 생겼을 뿐, 별다른 능력이 있지도 않고 물리적 공격에 바로 격퇴되기 때문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오마하로 탈출한 뒤, 브랜든 일행이 다시 '10시의 사람들'을 규합하여 박쥐 처단에 나선다는 한 페이지짜리 후일담으로 끝낼 이야기도 아니었고요. 서둘러 대충 끝낸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좀 아쉬웠어요. 아울러 '10시의 사람들'은 그냥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는 디테일도 사족이었다 생각되네요.

하지만 그 어떤 단점에도 워낙에 아이디어가 압도적이라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이런 생각과 발상은 정말이지 본받고 싶네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제 주변 흡연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크라우치 엔드"

남편이 실종되었다며 미국인 로니 프리먼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경찰 베터와 로버트 파넘 순경에게 부부가 방문했던 런던 근교 '크라우치엔드'에서 겪었던 기묘한 경험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는데...

크라우치엔드가 크툴루를 위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부부가 크툴루를 만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러브크래프트를 위한 오마쥬로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의 팬이라면 제법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특별한 드라마는 없습니다. 부부가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만 이어질 뿐 크라우치엔드가 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는지, 어떻게 그 거리로 빠져들어 희생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물론 이런게 러브크래프트 작품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한 마디로 요악하자면, "지나치게 잘 쓴 팬픽"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

장남 트렌트, 여동생 리사와 로리, 막내 브라이언은 의붓 아버지 루와 함께 사는 집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난다는걸 알게 되었다. 트렌트는 엄마가 루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로 기절까지 하자, 금속 생명체를 이용하여 루를 없앨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집 안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나고, 이윽고 그 생명체가 만든 시한장치에 의해 지하실에서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걸 트렌트가 알아채는 부분까지는 꽤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미국에 사는 남자아이라면, 시계가 0을 가리키면 폭발하든지, 이륙하든지 둘 중 하나라는걸 알고 있다'는 설정에 따른 결말은 좀 안이했습니다. 아이의 생각 그대로, 단지 카운트다운에 의해 나중에 '이륙해 버린다'는건 너무 단순한 발상이었으니까요. 또 이 기계 생명체가 무엇인지, 왜 성장한 끝에 이륙했는지 등 설명이 전무해서 답답했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설득력을 조금이나마 보충해 줄 만한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힘들었다 하더라도, 새 아빠에 집까지 없어져버리면 엄마가 네 아이를 데리고 잘 살 수 있었을까? 라고 질문하면 그리 희망적인 답을 할 수는 없을거에요. 실제로 엄마가 루를 엄청나게 사랑했을 수도 있고요. 한마디로 무책임한 결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잔인함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가족 드라마스러운 내용은 이색적이나 아이디어를 전개와 결말이 잘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다섯 번째 4분의 1"

바니의 친구 제리는, 키넌에 의해 죽어가는 바니에게 들은 정보로 키넌과 병장을 습격했다. 이유는 바니에 대한 복수와 그들 4명이 나눠가진, 현금이 묻힌 4장의 지도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부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4"을 쓴다면?" 인데, 내용도 그에 걸맞는 충실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입니다. 보물 지도 때문에 사람들을 서로 죽이는 고전적인 설정에 더해, 4인 중 마지막인 재거와 벌이는 죽음의 사투가 인상적이에요.

'다섯 번째 4분의 1'이라는 제목은 이미 죽은 바니와 주인공 제리, 그리고 키넌과 병장, 재거라는 등장인물 5명을 의미합니다. 등장인물은 5명 뿐이고 (심지어 한 명은 이미 죽었고), 장소도 키넌의 집과 병장의 집이 전부이며 분량도 굉장히 짧지만 화끈한 액션이 휘몰아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기 보다는 미키 스필레인에 가깝지 않나 싶더군요. 그만큼 파괴적이고 화끈했거든요.

한마디로 고전적이고 화끈한 마초 하드보일드 액션물로는 최고에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준, 그런 작품인 셈이죠. 딱히 드라마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런건 애초에 불필요해요. "터미네이터"에게서 내면 연기를 기대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의사가 해결한 사건"

홈스에게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찾아왔다. 헐 경이 밀실에서 살해되었는데, 방이 완벽한 밀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헐 경은 가족들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터라, 아내와 아들들 모두 동기가 있던 상태였는데, 함께 방을 조사하던 왓슨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다.

와, 이제는 이런 작품까지 등장하네요. 스티븐 킹의 셜록 홈스 파스티쉬이자, 트릭이 사용된 본격물을 쓰다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작품도 놀라운 점이 많습니다. 홈스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제대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할 때, 왓슨이 진상을 꿰뚫고 추리 쇼를 벌이는 탐정 역을 맡는다는 과감한 설정, 피해자인 헐 경이 가족의 마음을 가지고 논 인간 말종이라 진범과 진상 모두를 알았지만 홈스, 왓슨, 레스트레이드 모두 진상을 덮고 단순 강도 사건으로 위장한다는 결말까지 모두 특이하거든요.

밀실 트릭의 정체는 화가인 둘째 아들 조리 헐이 엄청난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낸 배경 그림을 테이블 다리 사이에 설치하고, 그 뒤에 숨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수 효과나 마술에서 쓰임직한 방법이죠. 주로 거울을 쓰는데, 하이퍼 리얼리즘, 극사실주의라는 미술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트릭을 예전 "경성탐정록" 창작 시절 써 먹어 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또 이 트릭 하나 뿐만이 아니라, 헐 경은 통풍으로 걸을 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리가 아버지를 지나쳐 서재로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던가, 조리가 방에 들어가 있던건 모든 가족이 알고 있어서 그들 모두가 공범이라는 등 추리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많다는게 놀라왔어요.

물론 본격물 치고는 허술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헐의 아내와 아들들이 모두 공모해서 헐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구태여 이런 복잡한 장치를 설치해가며 밀실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 모여있는 응접실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함께 현장을 조작하는게 더 현실적이잖아요? 하인 스탠리의 증언? 정 필요하면 스탠리까지 죽이면 됐을테고요...
트릭도 비록 헐 경이 비명을 질렀다는 변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애초에 너무 거창한 장치가 필요한 트릭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림자까지 가짜로 만들어야 해서 공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날씨에 따른 변수도 있었다는 점에서도 영 별로죠.
아울러 파스티쉬인데 캐릭터에 대해 지나치게 창조적인 해석이 들어간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호 쪽입니다. 왓슨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게 특히나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독특하며, 제가 읽은 최초의 스티븐 킹 본격물이자 셜록 홈스 파스티쉬라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스 팬이시라면 놓치기 마시길 바랍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

유능한 사립탐정 클라이드 엄니는 어느날, 자신을 둘러싼 모든게 이상해졌다는걸 깨닫는다. 매일 시끄럽게 만드는 이웃 데믹 부부가 조용하고,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신문팔이 피오리아가 복권에 담청되고, 단골인 식당 블론디스는 문을 닫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안내원 버넌이 은퇴한다고 하는 등 익숙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클라이드 엄니 앞에 새뮤얼 D.랜드리라는 인물이 나타나, 그를 둘러싼 모든건 모두 소설 속 설정이며 자신이 그 모든걸 창조한 창조주, 작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와 현실의 작가, 또는 현실 세계가 만나서 사건이 벌어지는 작품은 많습니다. 특정 컨텐츠로 현실 인물이 빠져들어 벌이는 모험담이야 쌔고 쌨고, 현실과 픽션이 결합하여 벌어지는 일종의 패러독스를 다룬 작품도 있지요. 오래전 "라스트 액션 히어로"처럼요.

이 작품은 구태여 이야기하자면 후자 쪽에 가까운데, 특징이라면 픽션으로 빠져드는 현실 속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픽션 속 캐릭터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세계를 멋대로 비집고 들어와, 그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심지어 나 자신을 지워버리는 멋대로인 창조주의 희생양이라는 포지션이에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제대로 맞는 캐릭터인데, 이런 비현실적으로 암담한 상황 묘사야 말로 킹의 특기 중 하나이지요.

또 클라이드 엄니는 더쉴 해밋 등 정통파 하드보일드 작가의 영향을 짙게 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작 중에서 상황에 휘둘리면서도 추리하거나, 또는 상황 반전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이 그야말로 클리셰대로라는 것도 재미있던 점입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유도하는게 대표적이에요. 당연히 실패하지만요.

결국 새뮤얼 랜드리에게 자신의 세계를 빼앗긴 클라이드 엄니가 현실의 새뮤얼 랜드리가 된다는 결말도 독특합니다. 일종의 바꿔치기가 일어난건데, 클라이드 엄니는 하드보일드 탐정답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소설을 창작하여 자신의 세계를 되찾을 결심을 한다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에요.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게 탐정이니까요. 과연 클라이드 엄니가 새뮤얼 랜드리에 의해 붕괴한 자신의 소설 속 세계를 재 구성하여 되 찾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약간의 변화로 새로움을 안겨다 준다는 점, 특별한 액션 없이 둘의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긴장감도 넘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고개를 숙여"

스티븐 킹의 아들 오언 킹이 뛰는 리틀 야구팀 뱅고어 웨스트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 대해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리틀 야구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회에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상당히 드라마틱한 경기 묘사가 이어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별점을 주기에는 좀 애매한 결과물이에요. 제가 원한건 스티븐 킹의 논픽션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을 비롯하여 나머지 부록들에 대한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참고하시길.

2010/11/23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로이스 그레시 외 / 유나영 : 별점 2점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4점
로이스 그레시, 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유나영 옮김/한승

이전에 읽었던 "셜록 홈스의 과학"이 아주 좋았기에 읽게 된 시리즈 책입니다. 

"셜록 홈스의 과학"이 셜록 홈스를 등장시켜 과학 수사를 설명했듯이, 이 책도 '007 - 제임스 본드'와 그 작품을 통해 첩보·스파이의 역사와 발전사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시리즈로 묶였을 뿐, 책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서 아차 싶었습니다. 본드카, 총기와 폭발물, 핵전쟁, 첩보 장비 등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구들과 악당들, 그리고 악당들의 음모를 약간의 과학적 상식을 섞어 분석하는 내용이더라고요. 그러나 밀도 높은 분석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007 -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충실한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물론 덕분에 "007"이라는 시리즈, 특히 영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본드 소설과 영화에 등장했던 화려한 장비나 다양한 본드카에 대한 설명은 읽는 재미가 넘쳤고요. 과학적 분석도 몇몇 이야기는 꽤 흥미로왔어요. 세균전과 화학전에 대한 짤막한 설명, 실제로 제작되었던 007용 도구(특히 '자이로콥터'!)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마지막 부록으로 포함된 '마티니의 과학 -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관련 기사: 여기)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007 - 제임스 본드"라는 하나의 장르물에 대한 팬 사이트 해설 모음집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007"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거에요. 다양한 도구들에 대한 도판 하나 제대로 실려 있지 않은 것도 불만스럽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10/12/28

2010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09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일곱 번째 결산 보고입니다. 12월은 아직 남아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책을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포스팅 올립니다.

올해는 만화와 잡지류 제외하고 총 166권을 읽었습니다. 분포로 따지자면 1월 13권 / 2월 8권 / 3월 12권 / 4월 18권 / 5월 25권 / 6월 15권 / 7월 14권 / 8월 18권 / 9월 14권 / 10월 11권 / 11월 12권 / 12월 6권입니다. 장르별로는 추리 / 호러 관련 독서가 95권. 장르문학 전부 합치면 107권이고요.

전체적으로 굉장히 책을 많이 읽은 한 해였어요. 산본으로 이사 온 뒤 근처 도서관을 애용한 덕분이죠. 이사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남들에게 취미가 독서라고 이야기해도 부끄럽지 않은 숫자를 읽은 것 같아 왠지 뿌듯하네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10년 베스트 추리소설 :
"유다의 창"
단평 : 고전으로서의 묵직함, 트릭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의 참맛, 그리고 기타 다양한 재미까지 선사해주는 걸작.

올해는 많이 읽은 만큼 별점 4점짜리 후보작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후보작은 아래의 8편이었습니다.

이 중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팬심이 반영되었기에 아깝게 탈락, 그리고 "7퍼센트 용액"은 셜록키언으로서의 애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역시 아깝게 탈락. 그리고 "셜록 홈스의 과학"과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는 추리소설로 보기는 조금 어려운 책이라 제외해서 남은 3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유다의 창"을 꼽습니다.

201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별점 1.5점의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단평 : 차라리 요리책이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010년 베스트 장르 문학 :

덧붙여 2010년 베스트 장르문학 단편으로 "계약은 충실하게"를 꼽겠습니다. 이유는 여기서 확인해 주세요!

2010년 워스트 장르 문학 :
별점 1점짜리 두 편 선정합니다.

  • "하노이의 탑"
    단평 : 수학자가 쓴 수학자가 세상을 구한다는 자뻑 판타지로 소설로서의 가치는 전무.
  • "인간 동물원"
    단평 : 읽으면서 내내 불쾌하기만 했던 쓰레기.

결산평 :
일단 추리소설 쪽에서는 많은 고전과 명작들이 많이 소개되어 참으로 풍부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작품 자체는 그닥인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좀 의외였달까요? 그래도 추리소설 독자로는 무척이나 즐거운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타 다른 도서들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새롭게 접한 작가들의 좋은 책이 많았던 것 같네요.

내년에도 많은 책들과 함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11/11/05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아서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3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6점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비채

제목 그대로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의 인기로 촉발된 20세기 초반까지의 단편 추리소설과 시리즈 탐정물 전성기에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엄선하여 싣고 있는 단편 앤솔러지입니다. 고 정태원 선생님의 유작이기도 해서 고전 단편 본격 추리물의 애호가로서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였으나,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 완독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습니다.

일단 690여 페이지, 모두 10명의 작가 - 30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방대함은 독자를 압도할 만합니다. 번역도 훌륭하고 각종 주석도 공들여 삽입되었으며 ,당시 삽화도 충실하게 수록되는 등 책의 만듦새도 무척 뛰어나고요. 심지어는 서표용 끈이 검은색, 빨간색 두 개가 달려있는 부분에서는 역시 추리 애호가가 만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이러한 앤솔로지 형태 단편집에서는 처음부터 차분히 읽기보다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읽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려있는 작품들이 지금 읽기에는 지나치게 낡았다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하며,국내 초역된 작품이 적다는건 감점 요소입니다. 기존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번역 덕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기는 했지만요. 아울러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오스틴 프리먼의 또 다른 필명 클리포드 애시다운의 작품이나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의 '괴도 래플스' 시리즈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것은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방대하다는 수식어가 적합할 정도로 수록작이 많기에, 눈에 띄는 작품도 제법 됩니다. 해당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 편인 "문간의 검은 가방".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가방과 그 속의 메모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합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여류 작가다운 꼼꼼함이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빛나고요.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홈즈의 라이벌로 평가받을만 합니다.

아서 모리슨의 마틴 휴이트 시리즈인 "포갯 살인사건", "딕슨 어뢰 사건".

"포갯 살인사건"은 작품 서두에 언급되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특징'이라는 주제를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낡은 설정과 캐릭터이고 추리도 별게 없는데도 덕분에 꽤 재미있었어요.

"딕슨 어뢰 사건"은 사무실에서 없어진 어뢰 설계도에 대한 이야기. 당시 작품들에 왜 이렇게 비밀무기 설계도 이야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설계도 도난 사건 장르물(?)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설계도를 살짝 빼돌리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범인을 옭아매기 위한 마틴 휴이트의 활약이 대단해서 이야기의 끝까지 긴장감을 갖게 만드는 전개 역시 일품이거든요.

재크 푸트렐의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 시리즈인 "녹색눈의 괴물"

국내 출간된 단편집 "13호 독방의 문제"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라 반가웠는데, 내용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럴듯한 일상계로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영원히 한결같을 여성 심리를 이야기 속에 녹여낸 독특한 작품이거든요.

딱 한 가지, 밴 듀슨 교수 캐릭터도 잘 살아있지만 그닥 뛰어난 풍모를 보이지 않는 것 하나는 좀 아쉽네요. 여자에 대해 잘 모를 교수 캐릭터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브레트 하트의 "사라진 시가상자"

홈즈 패러디물로 햄록 존스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한마디로 최고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로는 그야말로 일급으로 이른바 셜록 홈즈식 귀납법 추리의 오류와 문제를 너무나 진지하게 풀어나가면서도 어떤 점이 개그의 포인트인지를 잘 짚고 있기 때문이에요. 추리물로도 패러디로도 개그로도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추리 애호가들은 닥치고 읽어야 하는 작품!


시대를 초월하기 힘든 부분은 있기에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만 저와 같은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분들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물과 같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들 이외의 작품들도 일독할 가치는 분명 있고 말이죠.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가 아니시더라도 최소한 "사라진 시가상자"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고 정태원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리뷰를 마칩니다.

2010/11/16

셜록 홈스의 과학 - E.J 와그너 / 이한음 : 별점 4점

셜록 홈스의 과학 - 8점
E. J. 와그너 지음, 이한음 옮김/한승

제목만 보면 셜록 홈즈가 등장해 다양한 과학 상식을 설명하는 교양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일부를 인용하며 당시 과학 수사—즉, 법과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법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미시사 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13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주 자세한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과학 수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다양한 사건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자료적 가치와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보기 드문 책이었습니다. 특히, 모든 내용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에피소드나 대사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방식이 홈즈 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요소였습니다.

다만, 과학 수사 초창기에서 셜록 홈즈의 전성기, 즉 20세기 초반까지의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그 이후의 발전상을 심도 있게 알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참고도서로 보기에는 도판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별점은 4점. 과학 수사의 역사에 대해 이만한 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학 수사에 관심 있으시거나 다양한 사건 사례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 꼭 추천드립니다.

"사자와의 대화"

시체를 분석해 범죄를 해결하는 법과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사망 시간의 추정, 부검 및 해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19세기 후반 헝가리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린 하녀가 실종된 후 유대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박해받던 중, 익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깨끗하게 보존되어 실종된 하녀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세밀한 부검을 통해 뼈의 성숙도로 나이를 판정한 결과, 시신이 깨끗했던 이유가 피부의 진피층이 떨어져 나간 것과 강물이 차가워 시신이 3개월 동안 잘 보존되었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유대인들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야수 이야기와 검은 개"

"바스커빌가의 개"를 토대로,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고대 민담과 전설에서 비롯된 수상한 사건들을 설명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했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사건에서 주인이 살해된 현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앵무새의 부리에서 살인자의 피를 채취해 범인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용감한 앵무새가 범인을 공격한 덕분이었습니다!

"옥에 티"

곤충과 범죄 수사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이 왜 "옥에 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파리가 잡은 범인"을 함께 읽어보시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독살의 증거"

제목 그대로 독살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또한, 시체에서 독을 검출하는 방법, 특히 비소 검출 기법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얼룩끈"에서 뱀의 이빨 자국을 통해 해결한 사건을 예로 들며, 피하 주사 흔적을 발견해 독살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서를 실제 사건과 연결해 설명해 주니 더욱 흥미로웠거든요.

"변장과 수사관"

비도크를 중심으로 변장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소개합니다. 비도크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가짜 경감 듀"로 유명한 크리픈 사건(정부를 아들로 변장시켜 도주했던 사건)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심하게 절뚝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그의 변장을 간파하고, 범인이 특수 구두를 신었을 것이라고 추리한 사립탐정 헨리 고다드의 활약이었습니다.

"범죄자의 초상"

범죄자의 신원 파악을 위한 방법의 발전 과정을 소개합니다. 초기에는 문신이나 흉터를 기록하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이후 사진술, 베르티용 측정법을 거쳐 지문 감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사건이 인상적이었어요. 1920년대 리옹에서 대낮에 열린 창문을 통해 여러 물건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랑이 모두 수직으로 뻗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범인은? 놀랍게도 원숭이였습니다! 한 편의 추리 소설 같은 이야기였네요.

"오물"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먼지와 오물에 대한 법과학적 분석을 다룹니다. 1904년 독일에서 벌어진 재봉사 살인 사건에서는 범인의 손톱 밑 찌꺼기를 긁어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관련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중 놀라운 사건은 자신을 흡혈귀라 주장한 영국의 존 조지 헤이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피해자를 황산에 녹여 증거를 없앴다고 확신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조약돌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조약돌은 피해자의 담석이었고, 담석은 황산에 녹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기막힌 반전이야말로 현실이 소설보다 놀랍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화, 의학, 살인"

19세기 범죄 수사에 영향을 미친 여러 기상천외한 이론들이 등장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골상학'이나 '범죄 유전 이론'을 비롯해, 자위행위가 해롭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등장한 황당한 치료법들, 흡혈귀에 대한 미신, 살해당한 사람의 망막에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보존된다는 믿음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2013/09/09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아놀드 베넷 외 : 별점 1.5점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4점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도서출판 한스미디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추리소설 앤솔러지. 유명 고전 작가들의 단편은 물론이고 초창기 추리 이론까지 풍성하게 실려있습니다.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읽은 작품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고전 취향이라 2권부터 구입하게 되었네요. 2권 역시 다른 책에서 읽어본 작품이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워낙에 목차가 괜찮고 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전 황금기 작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번역입니다. 일본어 중역 느낌이 물씬 날 뿐더러 그 자체가 별로 매끄럽지 않아 읽기 힘들었어요. 악명 높은 동서 추리문고 최악의 번역도 이거보다는 좋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고전 황금기 걸작이 아닌 몇몇 현대 일본작가 작품이 섞여 있는 것도 기획 의도가 모호해 보여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기획의도만으로 3점은 충분하지만 번역은 용서가 안되네요. 좋은 기획의도가 번역 때문에 다 망가진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스미디어의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었던 것 같은데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군요.

몇몇 작품은 걸작이지만 대부분 다른 책에서 훨씬 좋은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라진 기억" | 배리 퍼론

극작가 애닉스터가 완벽한 밀실살인 트릭을 생각했는데, 교통사고로 트릭을 잊어버린 탓에 술집에서 트릭을 알려주었던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

교통사고로 딱 필요한 기억만 상실한다는 작위적인 설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꽤 그럴듯한 전개, 그리고 마지막에 애닉스터가 상황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남자에게는 애닉스터만이 유일한 위험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서늘한 반전류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살인!" | 이넉 아놀드 베넷

명백한 살인사건인데, 경찰이 수사 결과 몇몇 남겨진 단서를 통해 자살로 결론 내린다는 내용의 소품. 솔직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리 묘사에 대한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 | 퍼시벌 와일드

"탐정 피트 모란"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그때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번역이 너무나 별로인 탓에 작품마저도 후지게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실망하신 분들께서는 "탐정 피트 모란"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번역 때문에 별점을 주기조차 어렵네요.

"골초는 빨리 죽는다" | 이자와 모토히코

"역설의 일본사" 말고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상을 많이 수상했던 유명 작가의 단편.

두 명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형식과 담배로 촉발된 살의라는 설정은 독특한데, 결말이 너무 심하게 별로였습니다. 반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좀 어이없는 결말이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먹이" | 토마스 테셔

이형 생물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호러물. 스티븐 킹의 비슷했던 작품(한 소년의 아버지가 점액질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애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극적 결말이라는게 차이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평하기는 어렵지만 공포도 아니고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결말에서 반전이 돋보이는 것도 아닌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콜 Y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했던 작품이죠. 읽어보니 원작을 "직역"한 번역으로 읽기가 어렵더군요.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3점인 좋은 작품인데 안타깝네요. 솔직히 제 번역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들의 쇼핑" | 쓰쓰이 야스타카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해본 적 있는 이색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강도단을 조직한다는 내용입니다. 작품 자체의 수준은 그냥저냥이지만, 작가 특유의 섬뜩한 풍자 하나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가 백미!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의" | 다카기 아키미쓰

역시나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작품으로, 굉장한 걸작입니다. 이른바 "일사부재리" 원칙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는데, 마지막 반전까지 빼어난 단편의 모범 답안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살의"라는 말이 들어간 작품들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은 하나같이 괜찮네요.

"아버지" | 토마스 H. 쿡

토마스 H. 쿡의 장편은 몇 권 읽어보았지만 단편은 처음입니다.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장편 못지않은 묵직함이 잘 전해지는 묘사가 아주 좋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무대 뒤의 살인" | 에드워드 D. 호크

총 3편의 초단편 Short-Short로 이루어진 작품.

예전에 읽었던 "4페이지 미스터리"와 유사하나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훨씬 높습니다. 3편의 이야기 모두 논리정연하면서도 예상을 뒤집는 정통 추리물이거든요.

첫번째 작품은 사진 필름 원판을 가지고 협박하는 협박자가 살해된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런저런 논리 퍼즐에서 많이 보았던, 다섯 번째 남자마다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의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이집트 전시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입니다.

첫번째 작품은 에스터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돋보였어요. 특히나 1만 2500달러라는 애매한 비용과 30분이라는 시간 공백을 설명하는 게 제법이었거든요.
마지막 작품은 살인사건은 전혀 상관없는 동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반전이 인상적이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명성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오번 가문의 비극" | 매슈 핍스 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인 "프린스 자레스키" 시리즈!

그러나 별로 건질 게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프린스 자레스키 설정은 너무나 만화 같았고 사건도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아버지가 광인이 된 것을 왜 숨겨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사건 현장 윗층에서 과학교실을 열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조작을 하는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이 자살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었을 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작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번역까지 별로라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불도그 앤드류" | 아서 체니 트레인

터니게이트 - 애플보이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불도그 앤드류가 지나가던 터니게이트를 문 뒤 기소되어 법정에 선다는 법정극.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좀 무리지만 유머스러운 일상계 법정극으로는 충분히 읽을 만 했습니다. 재판장의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약간의 반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번역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내의 외출" | 자크 푸트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이 책에 수록된 제목은 "녹색눈의 괴물"이죠). 당대 보기 드문 일상계로 가치 높은 수작입니다.

그러나 별점을 주기 민망할 정도로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서 도저히 읽을 맛이 나지 않네요.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A 분장실의 수수께끼" | 자크 푸트렐

역시나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것과 같은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 여배우의 증발사건을 다룬 작품인데 장치적으로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선보입니다.

그러나 트릭의 핵심이 "최면술"이라는 게 문젭니다. 당시 최면술이 마법처럼 받아들여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로 생각되는데 지금 읽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번역 역시 수준 이하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 윔지 경 단편.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던 "검은별"과 동일한 스타일의 모험극.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거의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오필리어 살해" |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의 오구리 무시타로가 쓴, 범죄학자이자 탐정 노리미즈 린타로가 등장하는 단편. 셰익스피어 스타일 연극 무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무대 장치를 이용한 기계장치 트릭에 더해 심리적 착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죠.

현실적이지 못한 트릭,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학적인 전개와 묘사, 거기에 동기까지 애매하여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습니다. 정통추리물로 보기도 어려웠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의 마음은 찢어졌어" | 크레이그 라이스

"스위트홈 살인사건"의 크레이그 라이스가 쓴 단편. 주인공인 술꾼 찌질이 변호사 말론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네요.

의뢰인인 사형수 폴 파머 자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폴 파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끊어지지 않았어"를 단서로 마지막에 추리쇼까지 펼쳐 보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추리물입니다.

정통파답게 추리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부 딕슨 의사와의 대화로 병원에서 탈옥한 죄수가 있다는 단서를 전해주는 등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고요.

메들레인 스타가 그냥 폴 파머와 결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텐데 성공 확률이 낮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의 티이긴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2/09/14

확신의 함정 - 금태섭 : 별점 2.5점

확신의 함정 - 6점
금태섭 지음/한겨레출판

최근 안철수씨 관련 뉴스로 잘 알려진 금태섭 변호사의 법과 정의에 대한 컬럼 모음집. 이전에 읽었던 "디케의 눈"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만의 철학을 강요하듯 쓴 건 아닙니다. 주제별로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본인이 접한 다른 콘텐츠들을 통해 비교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거든요. 이런 모습은 무척 좋았어요. 자신의 생각이 옳고 틀리고를 떠나, 우선 남을 설득하고자 하는 진지한 자세가 엿보였으니까요.

실려 있는 콘텐츠들도 소설에서 시작해서 영화, 심지어 만화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가혹한 응징에 대한 비인간성 고발 - "시계태엽 오렌지", 간통죄 - "주홍글씨"라는 뻔한 조합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처음 들어본 것들이라는 것도 놀라웠고요. A.M 홈스의 "앨리스의 최후",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스 키퍼" (영화도 있죠)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합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도 일방적인 주장이자 자신만의 생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 콘텐츠들이 모두 적절한 예로 설명되지는 못한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때문에 개인적인 단상을 적어놓은 독서 노트 정도에 불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저자의 생각 모두가 진보적인 쪽인데 개인적으로 모두 공감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극형이나 학교 내 체벌에 대한 반대, 여성에 대한 보호, 간통죄 폐지론, 성매매 방지 등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그래도 금태섭 변호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최소한 책만큼은 많이 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지하고 싶어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12/03

구석의 노인 사건집 - 에마 오르치 / 이경아 : 별점 2.5점

구석의 노인 사건집 - 6점
에마 오르치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이 책마저도 새롭게 출간되고... 확인해보니 전 3권 총 37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일부 내용만 가려 뽑은 단편선집(短篇選集)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동서판 "구석의 노인"과 거의 겹치지 않는 다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도 몇 편 수록되어 있긴 합니다만 역시 겹치지 않고요.

그러나 책 자체는 좀 미묘합니다. 황금기 단편에 걸맞는 트릭이 수록된 정통 추리물로, 거의 모든 사건에서 안락의자 스타일의 멋진 추리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황금기 단편에서 기대하는 추리적인 재미가 부족한 탓이 가장 큽니다. 비슷한 트릭이 너무 많이 쓰였거든요. 예를 들어 범인이 피해자를 가장하여 알리바이를 만드는 변장 트릭은 무려 5편의 작품 - "펜처치 스트리트 수수께끼",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 "퍼시 스트리트의 기묘한 죽음", "폴턴 가든스 수수께끼", "황무지 사건" - 에서 사용되었습니다. 13편 중 5편이니 4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이지요. 두어 편 읽다보니 트릭과 전개가 대충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황무지 사건"은 변장에 더해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등과 유사한, 전형적인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기도 하고요.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처음에 기소된 유력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다'는 식이며, 소거법에 의하면 결국 범인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아서 정교한 추리적 재미를 느끼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안락의자 스타일을 너무 남용합니다. 구석의 노인은 기자 메리에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줄 뿐입니다. 추리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지요. 이러한 형태는 작가가 손쉽게 마무리할 수는 있지만, 독자에게는 불친절하며 안일한 스타일이라 생각됩니다. 기자 메리도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고요. 구석의 노인이 스스로 사건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하고, 추리까지 이야기하는 구성이라면 그녀가 등장할 필요조차 없지요.

그래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꼼꼼하게 그려진 작품도 많습니다. 특히 두 작품, "앵그르 수수께끼"와 "진주 목걸이 사건"은 마음에 들었어요. 이유는 두 작품 모두 기이한 범행에 대한 동기, 이유를 굉장히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그르 수수께끼"는 앞서 짤막하게 소개한 공작부인의 재능을 복선으로 범행을 설득력 있게 해석하고 있는데다가, 결말까지 깔끔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주 목걸이 사건"은 범행을 이용하여 협박범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는 발상의 역전이 돋보였고요. 앞서 말했듯 뻔한 변장 트릭이지만,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도 나름 복잡한 변장, 치밀한 작전에 더해 현대물에서나 봄직한 끔찍한 범행까지 벌어지는게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아울러 선정된 단편들이 구석의 노인이 사라지는 이야기 바로 다음에 20년 뒤의 재회를 그리는 등 시간적인 경과를 느낄 수 있게끔 실려 있는 것도 괜찮더군요. 솔직히 수록된 작품의 평균 수준은 동서 쪽이 더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 면에서는 확실히 엘릭시르 판본이 앞섭니다.

그 외에도 유명한 변호사라는 아서 잉글우드의 활약 등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전부 풀려나는 식의 전개로 당시 영국의 판결 제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명확한 증거 없이는 기소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통용되었다는 것인데 역시나 영국이 선진국은 선진국였네요.

또 "엘릭시르" 레이블을 달고 나온 책들이 모두 장정과 디자인이 예뻐서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입니다. 특히, 각 단편 뒤에 소개된 다양한 토막 상식 정보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메리와 구석의 노인이 만나는 "ABC 찻집"이 실존하는 카페 체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여기서 커피 한잔 먹고 싶어지네요. 아직 있을까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좋았던 시절의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났죠. 정확하게 10년 전에 읽었던 동서판본은 별점이 4점이었는데 10년 사이 1.5점이 깎였네요. 동서판본을 다시 읽고 지금의 별점은 몇 점일지 다시 체크해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작품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에, 또 몇몇 작품은 여전한 재미를 선사하는 만큼 추리 애호가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4/03/25

최후의 억만장자 - 박태원

인구 3,400명의 섬나라 트레몰로국은 위생시설이 완비되어 파리 한 마리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수천 마리의 파리가 나타나서, 경찰도 없는 소국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억만장자 안단테 모데라토 옹은 범인 체포를 위해 명탐정 셜록 홈스 선생을 초청하는데...

소설가 박태원이 1935년 영화 "최후의 억만장자"를 보고 영감을 얻어 발표한 작품입니다. 즐겨찾는 부끄럼님의 블로그에서 읽고 포스팅합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좀 놀랐어요. 첫 번째 이유는 1930년대에 이미 이 땅에서 셜록 홈즈 패스티쉬가 창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홈즈가 수상한 동양 청년을 범인이라 단정하고, 그가 뤼팽의 변장임을 믿는다는 설정을 통해 일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는 점(심지어 가니마르까지 언급됩니다)이고요. 마지막으로는 박태원 본인의 창작물인 소설가 구보씨가 진짜 탐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존 인물을 탐정으로 내세운 가상 역사 추리소설은 많지만, 이렇게 창작물 속 캐릭터를 변주한 또 다른 창작물이 시도된 것은 국내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꽤나 유쾌한 호청년으로 그려져서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은 게 안타까울 정도이고요.

설정부터 개그스럽고(등장인물들 이름부터 그러하지요), 추리적으로는 패러디물에 가까운 탓에 딱히 언급할 만한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 가지, 파리채와 파리약 분실과 룸바 종남작을 연결시키는 "독일산 파리채"라는 단서는 나쁘지 않더군요.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쓴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짧은 꽁트로, 한 십여 분이면 읽을 수 있는 만큼 고전 단편 추리물과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당시 한국 추리물인 "괴남녀 이인조""마희"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신 부끄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20/05/16

밤의 매미 - 기타무라 가오루 / 정경진 : 별점 2.5점

밤의 매미 - 6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일상계 추리의 시조인 '엔시 씨와 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시리즈 첫 작품인 "하늘을 나는 말"은 이미 3년 전에 읽었는데, 후속 시리즈를 읽는게 많이 늦어졌네요. 

이번 권에는 세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상계 추리물임에는 분명한데, 최근의 일상계와는 다른 점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분량입니다. 중편 분량의 이야기들은 다른 일상계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드니까요.
전작과의 차이도 보이는데, '나'의 친구들, 가족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라는게 대표적입니다. 전편만 보면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문학 소녀 느낌인데, 이번 편을 보면 단짝 친구도 있는 등 나름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 하여 반갑더라고요. 또 꼼꼼하지 못하고 덤벙대는 성격이라는게 의외였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엔시 씨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친구와 가족 비중이 높으니 당연하겠지요. 전작에서는 직접 사건에 뛰어들어 해결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결정적 순간에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해 주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 뿐입니다. 전작에서는 홈스였다면, 이번에는 '구석의 노인' 인 셈이죠.

그래도 장점인 순문학적인 흥취를 돋우는 문체와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으스름달밤', '밤의 매미'라는 각 이야기 제목이 대표적입니다.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귀족의 신분이지만, 현실은 헤이안 시대의 그것이 아니라 에도 시대의 벼슬아치쯤 된다. 생활수준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와 같은, '나'는 확실히 일본 문화 전공자구나! 싶은 표현도 즐거웠고요. 이런 묘사들이 이야기마다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은근하고 멋진, 순문학적인 분위기가 본 편 사건과는 분리되어 있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분위기에 치중하지 않았다면 훨씬 짧게 요약될 수도 있었을 거에요. 그만큼 추리적인 이야기와는 명백히 분리되어 있는 묘사들이었어요.

또 추리적으로 내세울만한 부분 역시 많지 않습니다. '일상계의 시조' 시리즈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에요. 이유는 사건들 대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세 편의 수록작에서 동기가 명확해 보이는건 첫 번째 "으스름달밤" 에서의 사건 뿐이며,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은 동기도 모르겠고 상황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일상 속 수수께끼를 다룬다는 명제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비일상적인 상황들이라는 점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묘사와 분위기도 좋고, 읽는 것 자체는 즐겁지만 추리적으로는 그리 높은 수준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하다는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으스름달밤" 

나'는 친구 쇼코가 아르바이트하는 서점에서 국문학 코너의 책 일부가 뒤집혀져 꽂혀 있는걸 발견했다. 엔시 씨와 도예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난 '나'는,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엔시 씨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앞서 요약했던 장,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장점인 묘사는 유려하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작품에서 핵심적인 분위기를 잡아가는 건, 친구 쇼코의 '창작 시음회' 발표된 동명의 시구인데, 시 자체도 멋있지만 를 '밑바닥을 건넌다'고 표현하여 그 위 에 펼쳐진 무한한 밤을 의식하게끔 했다는 해석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 시구, 분위기는 쇼코가 아르바이트하는 서점에서 책이 뒤집혀져 꽂혀있는 기묘한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분위기만 멋드러지게 만들 뿐이에요.
추리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쇼코가 별자리를 말하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생일을 알아내는 전형적인 일상계스러운 추리는 좋아요. 하지만 책이 뒤집혀 꽂혀 있었다는 이야기 속 핵심 수수께끼에 대한 엔시씨의 추리는 억지입니다. 범인의 목적이 '환불'이었다는건데, 환불 목적이라면 앞서의 사건, 즉 책을 뒤집어 꽂는 사건을 범인이 일으킬 이유는 없습니다. 딱 한 번만 행할 수 있는 범죄를 위해, 그 전에 무려 3번이나 서점을 방문해서 책을 뒤집어 놓을리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사전 작업이 책 환불의 근거가 되는 책의 슬립이 잘못 꽂혀진걸 뒷받침 한다는데, 보통은 그 책을 구입한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까요?
또 책을 뒤집다가 발각될 경우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며, '나'가 아니었다면 이 범행 자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헛수고가 될 수도 있었던 등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아울러 라쿠고에서 본 편에 등장하는 주요한 단어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는 '서설' 이라는 용어를 통해 이 범죄를 설명하는 묘사 역시, 그리 와 닿지 않더군요. 라쿠고 및 라쿠고가 엔시 씨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한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나'가 호감을 가진 '안도 선배'의 본명이 사카이리였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나'가 쇼코에서 진심으로 분노한다는 심리 묘사는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이 역시 추리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안코 + 도넛의 약자로 '안도'라는 별명이 붙었다는건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6월의 신부"

가루이자와로 향하여 시간을 보내는 부분에 대한 공들인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풋풋한 대학생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는데 아련하고 좋더군요. 약간 여정 미스터리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또 곁다리 사건이나 이야기없이 체스의 퀸이 없어진 사건만을 다루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딱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국 카루이자와 별장 여행을 함께 했던 다섯 명 중 한 명이 장난을 친 건 분명하니까요. '나'가 범인이 아니면 후보는 네 명으로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네 명 중 거의 그 날 처음 만난 듯한 귀공녀 미네, 가사이 선배와 요시무라 선배는 범인이라 하더라도 쉽게 알아챌 수가 없을테니, 에미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요.
또 앞서 말씀드렸지만 사건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에미가 요시무라 선배가 체스를 두지 않고 시간을 보낸 걸 숨기기 위함이었다는 동기는 그럴듯해요. 하지만 이런 장난까지 칠 필요가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딘가 다른 곳에 떨어졌다던가 하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는게 상식적이죠. 실제로 트럼프 카드나 체스 말이 없어지는건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설령 이를 얼버무리기 힘들었다 하더라도, 냉장고 속 달걀과 바꿔치기하고, 달걀은 휴대용 거울과 바꿔치는 등의 수고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에미와 요시무라 선배가 서로의 교제를 숨겨야 하는 상황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녁에 술을 먹으면서 미네와 가사이 선배는 어느정도 선(?)을 넘었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걸로 봐서는, 딱히 남녀 교제가 터부시되는 상황도 아닌데 말이지요. 여행을 떠날 때 귀공녀 미네와 가사이 선배, 에미와 요시무라 선배로 커플이 맞추어진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나'가 범인이 누군지 알았다!는 일종의 추리쇼 역시, 설득력이 약합니다. 에미의 자백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밝혀내는 단서 역시 일본어 '리스 (다람쥐)'와 버금간다는 한자 '아'를 이용한 일종의 말장난이라 일본인이 아니면 어차피 알아내기 힘든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러한 본 편 추리보다는 차라리 '나'의 중학교 시절, 교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더 인상적입니다. 칠석은 7월 7일이니 여름같지만, 7,8,9월이 가을이라 칠석은 가을의 계어 라는 말입니다. 이유는 음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은 4,5,6월이고요. 음력은 확실히 과학적인 단위임이 분명합니다.

"밤의 매미"

언니는 교제하던 남자 미키에게 충동적으로 가부키 표를 보냅니다. 그러나 공연에는 미키가 마음에 두던 신입사원 아가씨가 와 있었고, 이를 계기로 언니는 미키와 확실하게 연을 끊지요. 문제는 사와이라는 신입사원은 이 표를 미키가 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언니는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비열한 악녀가 되어 버린 상황인데, '나'가 엔시 씨의 도움으로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이야기지요.

진상은, 언니 동료 오누키 씨가 저지른 일이었다는 겁니다. 언니는 회사 우편물을 다량으로 보내면서 미키에게 이 편지를 함께 보냈는데, 오누키씨가 미키와는 헤어지는게 좋겠다 생각하여 집배원에게 통사정하여 우편물을 모두 돌려받습니다. 그리고 미키 씨 이름으로 사와이 씨에게 표를 보낸거죠.

그러나 이유, 동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오누키 씨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다른걸 다 떠나서, 우편물을 거짓말을 해 가며 집배원에게서 받아내는건 범죄입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누군가의 연애를 훼방놓고 싶다 하더라도 말이죠.
게다가 빼돌렸다 하더라도 그걸 가짜 이름으로 다시 보내는건 더 지나친, 정말이지 악행인데 오누키 씨가 미키 씨 이름으로 사와이 씨에게 표를 보낸 이유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거 봐라, 둘이 사귀고 있지 않냐!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비싼 표를 누가 보내 준다면,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공연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약간의 호감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고요. 단지 공연에 왔다는게 무슨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도야 어쨌건, 결과적으로 언니가 최악의 여자가 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정말 바보입니다.

아울러 이 이야기를 라쿠고 "미끌미끌"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미끌미끌"에서 광대 가즈야가 사랑에 실패하는건 본인의 실수 때문이니까요. 그 누구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애매하기에, 이야기를 엮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오누키 씨가 이 상황을 모두 사와이 씨에게 말해서, 사와이 씨는 모든걸 알고 있었지만 가련한 피해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반전은 괜찮았습니다만, 문제는 사와이 씨에게 고백했는데 언니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 역시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나'와 언니와의 관계가 아직은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느낌인데, 후속권에서 무슨 이야기가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2015/01/06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워싱턴 어빙 외 / 한동훈 : 별점 3점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6점 워싱턴 어빙 지음, 한동훈 옮김/태동출판사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는 아마도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고전 본격 황금기, 클래식 미스터리는 사족을 못 쓰는 애호가입니다. 이런저런 고전들은 많이 읽은 편인데 평균적으로 괜찮게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 저의 취향 때문이죠.
 그러나 아주 오래전 읽었었던 예전에 읽었던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이 심하게 기대 이하라서 나름의 기준점을 최소한 19세기 말 이후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 이전 작품들은 지금 읽기에는 심하게 낡았다고 여겼거든요. 이 책 역시 대부분 작품이 19세기 후반 발표된, 기준점 통과가 간당간당해서 그동안 읽지 않았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완전 대박입니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놀라움이 가득했어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과 견줄만한,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명탐정들 -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의뢰인을 위해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는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과학 탐정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 시리즈 단편들은 완성도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반가웠을 뿐더러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결산", "위험천만한 게임"이라는 "걸작"이라 칭해도 부족함없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4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된 볼륨도 마음에 들고요. 발표된 시기를 감안할 때 지금 읽기에는 낡아버리거나 시대착오적인 작품도 있고, 고전적 작법으로 쓰여져 지금 기준의 완성도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작품도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고전을 읽을 때 감수해야 할 필연적인 세금과도 같은 것이죠. 가이 포크스나 보르시치와 같은 고유명사를 잘못 번역한 옥의 티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번역도 무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수록 작품 평균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본격물 미스터리 애호가에게는 놓칠 수 없는 책인데 고전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하네요. 그래도 최소한 걸작이라 말씀드린 저 세작품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본서는 절판되었으나 e-book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울버트 웨버, 혹은 황금의 꿈" 

"슬리피 할로우" 등으로 유명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명이라는 워싱턴 어빙의 작품입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평범한 네덜란드 출신 배추농부 울버트 웨버가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내용인데, 떠벌이가 지껄이는 듯한 구전문학같은 묘사가 볼거리입니다. 울버트의 보물을 찾기 위한 헛된 노력이 해적들의 은밀한 행동과 결합되어 전개되는 독특한 전개, 블랙코미디 느낌도 많이 전해주는 유쾌함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울버트가 부동산 재벌이 된다는 난데없는 결말과 같은 두서없는 전개, 구전문학스러운 묘사 등은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 호러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장르 문학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기도 하고요. 최소한 "미스터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부동산이 최고라는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차라리 시사풍자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길쭉한 궤짝"

에드거 엘런 포우의 단편. 친구가 애지중지 돌보는 궤짝 안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낡았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나 흥미로왔어요. 

다만 선장의 말을 빌어서 마무리하지 말고, 마지막 침몰 직전 상황에서 진상이 드러나는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예를 들자면 관 뚜껑이 열리고 아내의 시체가 등장하는 "어셔가의 몰락" 식으로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걸작 단편입입니다. 무허가 3류 도박장에서 주인공이 도박으로 거금을 딴 뒤 술에 취하고 몽롱한 채로 도박장 방 하나를 빌려 잠을 자다가 침대 천장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주인공이 술에 취하는 과정의 생생한 묘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침대 지붕이 내려오는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에요. 잠이 오지 않아 세밀하게 관찰했던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의 깃털 유무에서 모골송연한 범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과정도 매끄럽고요. 짧은 글이지만 정교하게 복선이 짜여져 있는 덕분이지요. 

한마디로, 이 작품을 읽은 것 하나 만으로도 이 작품집을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근대 추리소설의 시조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거장의 작품다왔달까요. 별점은 5점입니다.

"꿈속의 여인"

조금 흔해빠진 괴담이랄까... 자신의 생일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나타나는 여인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품고 살아가는 마부 아이작의 이야기입니다. 

별다른 극적 반전도 없고 여인의 정체도 알려주지 않는 등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앞선 작품은 걸작인데 이 작품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장이라고 항상 걸작만 쓰는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아이작의 과거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우며 꿈과 현실을 잇는 과정의 묘사만큼은 볼만했던 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공주의 복수"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에 "문간의 검은 가방"이라는 단편이 소개되었던 시리즈이지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 스타일입니다. 

루시에 쿠니에르라는 아가씨의 실종 사건을 그리는데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어요. 러브데이의 추리가 불완전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집사가 드루스 소령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지나친 억측입니다.
뭐 이 부분은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는 무림 고수와 같은 재주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그렇다 쳐도, 사건 관계자들이 모인 상황에 난입하여 "모자 가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의 비약입니다. 그녀를 빼돌린 드루스 부인과 그윈 부인이 불안한 눈빛을 교환하며 모자를 쳐다보았다? 이게 모자 가게를 가리키는 것인지, 그냥 눈둘데가 없는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그 모자 가게에서 산 모자인지도 확실치 않으니까요.

주로 관찰을 통해 추리하는 러브데이 브룩과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위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루시에 캐릭터, 셜록 홈즈의 라이벌치고는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쓰여진 점 등은 특이하지만 추리적으로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천국의 물가에서"

아주아주 약간 고딕 호러 분위기가 나기는 하는데 실상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입니다. 주인공 케언공이 라마스 양에게 청혼할 때의 대사는 재미난데 그 외에는 별다른게 없는 고전 할리퀸 로맨스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목사 서재의 피웅덩이"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시리즈 단편입니다. 목사관 서재에 피웅덩이를 남긴채 목사가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충격적이면서도 기발한 인간 소실 트릭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상은 트릭이고 뭐고 없이 서재에서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지하실에 숨겼다는게 결론이라서 맥이 빠집니다. 이래서야 명탐정이 딱히 등장할 필요도 없죠. 자세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졌더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을 거에요. 아무리 피가 응고하였더라도 아무런 흔적없이 시체를 옮기는 작업을 성공했을리는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사건 해결의 핵심 단서가 순전한 우연 - 범인이 시체를 옮길 때 우연히 팽이가 떨어져 그것을 돌리게 된 것 - 이라 추리적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지닌 양치기 캐릭터는 전혀 등장할 필요가 없었고요. 

셜록 홈즈처럼 현장을 아주 철저하게 조사한 뒤 단서를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뮬러의 활약은 그럴듯했습니다만, 이러한 이유로 별점은 2점입니다. 홈즈 시대 추리소설의 단점만이 극대화된 작품이었어요.

"범죄구성 사실" 

엉클 애브너 시리즈로도 유명한 멜빈 데이비스 포스트의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사교계의 총아인 사무엘 월콧이 사실은 리차드 워렌이라는 인물로, 월콧의 아내와 공모하여 그를 죽인 뒤 신분을 가로챈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월콧 (워렌)이 아내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계획을 돕는다'는 나름 충격적인 설정으로 고객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랜돌프 메이슨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페리 메이슨의 선구자적인 캐릭터죠.

또 완벽하게 시체를 없앨 경우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사망 사실과 그 사망을 가능케 한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서 무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당시에 소설로 발표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떠오르네요. 요새는 이 법의 헛점이 많이 알려진 덕인지 이런저런 정황 증거를 통해 범죄 사실이 입증된다면 유죄를 선고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시체를 없애는 과정의 디테일도 좋아요. 황산을 이용하여 시체를 녹여 없애는 방법인데 소설처럼 깔끔하게 모든 흔적을 단시간내에 없애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묘사가 잔혹하면서도 생생해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부족함이 없지는 않으나,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쌍벽의 탐정"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서사, 그리고 제법 그럴듯한 범죄 및 트릭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는 좀 처집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치 스틸맨이 어머니를 버리고 모욕한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와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재능(냄새 맡기)을 어필하는 전반부와 호프 캐넌의 은광 부락에서 벌어진 폭사사고를 다룬 후반부로 나뉘는데, 두 이야기가 잘 결합되지도 않을 뿐더러 지루한 탓입니다. 

특히 전반부 이야기는 설득력도 낮고 이렇게 길게 설명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장황해요. 후반부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서 플린트 버크너에게 살의를 품은 노예와 같은 영국 소년 페트락 존스가 범행을 결심하는 과정, 거기에 아치 스틸맨이 그 마을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의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실종된 아기를 찾아내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플린트 폭사사건 이후 페트락의 친척 아저씨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단서를 이용하여 범인을 지목하고 아치 스틸맨과 추리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잡하게 전개됩니다. 

마크 트웨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정교한 과학적 트릭 - 초가 타는 시간을 이용하여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알리바이를 만듬 - 이 등장하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아치 스틸맨이 현장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만큼 완전 범죄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아요.

물론 셜록 홈즈의 패러디물을 쓰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답게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지없이 망가지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그 외에도 셜록 홈즈 스타일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 예를 들어 "탐정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탐정 곁에서 일을 꾸미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은 인상적이고 재미있긴 했습니다. 미국적인 정취와 무식함 (집단 린치를 포함하여)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존재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라 별점은 2.5점입니다. 조금 더 짧게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작가의 욕심이 과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블랙 핸드"

제목을 한글로 풀이하면 "흑수단". 제목 그대로의 범죄단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과학 탐정"의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자신이 직접 개발한 도청 장치를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짙게 느껴지는데 1인칭 화자가 파트너로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기묘한 사건의 의뢰, 독자가 그 사용법을 알 수 없는 장치의 등장,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홈즈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별게 없습니다. 유괴 사건에서 아이를 은닉한 장소를 도청 장치를 통해 듣고 경찰에게 알려준다는 방법이 전부니 말이죠.

그런대로 잘 쓰여지기는 했지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탁상시계"

"독화살의 집"이라는 멋진 본격 추리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내용이라 기대와 영 달랐습니다. 장르 구분을 하자면 판타지에 가까왔달까요. 시간을 불특정하게 14분간 멈추는 능력이 있는 탁상시계로 벌인 완전범죄 이야기로 시간이여 멈춰라! 류의 내용이라 추리적으로는 건질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시계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반전도 없어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만년 2인자의 질투심이라는 동기는 충분히 설득력있기는 하고, 이런 류 아이디어의 원조인지도 궁금하긴 한데, 상술한 이유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산"

퍼시벌 와일드의 단막극. 극작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단편집 두 권밖에 없지요. 때문에 자료로서도 귀중한데 작품의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딱 두명의 등장인물이 이발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빚어지는 극도의 서스펜스가 놀라울 정도에요. 이발사 킬번이 과연 그의 딸을 농락하고 버린 손님 존의 멱을 딸 것인가?와 존이 시간제한이 있는, 전 재산이 걸린 경매에 참석할 수 있는가?라는 두가지 드라마를 긴장감넘치게 선보이면서도 킬번이 존을 12년 동안 뒤쫓고 지금의 찬스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는 솜씨도 탁월한 덕분입니다.

아울러 마지막 반전 - 존이 이야기한 경매시간과 이발소 시계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한 대사 - 까지 확실하고요. 이런 작품이 1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니 고개가 숙여질 뿐이네요. 별점은 5점입니다!

"위험천만한 게임"

프로 사냥꾼 레인스포드는 우연히 조난당하여 러시아 출신 부호 자로프 장군의 섬에 표류하였다. 자로프 장군은 사냥에 미친 인물로 극도의 긴장감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고 있었고 레인스포드도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명을 건 게임에 참여하는데..... 

어딘가의 앤솔러지에서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던 걸작입니다. 인간 사냥이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실제 사냥 게임에 대한 설정 - 3일이라는 시간 제한 및 자로프 장군이 사거리 짧은 피스톨을 장비했다는 핸디캡 등 - 이 탁월할 뿐 아니라 두 명의 대결에 대한 묘사가 긴장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혀요. 바다로 뛰어든 레인스포드의 목적은 탈출이 아니라 성까지의 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인데 예상을 깨는 맛이 있었거든요. 별점은 5점입니다. 

한 남자가 협박 때문에 생명을 건 모험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협박자를 응징한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단편 "벼랑 끝에 선 사나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새 출발"

잘 모르는 작가의 종말 이후를 그린 SF로 문명이 모두 사라진 뒤, 이전 문명의 기억을 지닌 자가 미개집단의 종교인과 충돌한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설정부터 많이 접해보았던 것으로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종교인이 믿는 신의 존재가 식기세척기였다는 반전은 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여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고요.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진부했어요. 시대가 너무 흐른 탓이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9/11

아마추어 괴도 -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 / 최혜수 : 별점 1.5점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이래저래 바빠서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작품은 코난 도일의 매제이기도 한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이 발표한 신사도둑 래플스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는 몇몇 앤솔로지에 단편 한두 편이 소개된 것이 전부였지요. 출간된 사실조차 몰랐는데, 우연히 이번 추석 연휴 때 리디북스 가입 후 검색하다가 발견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알라딘에는 등록되지 않아서 놓쳤었습니다. 분량도 적절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번역도 괜찮습니다. 퍼블릭 도메인이 되어 번역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데, 시도 자체만큼은 무척이나 반갑네요.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많이 아쉬웠습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 명이라는 유명세 때문에 기대가 높았던 탓도 있지만, 이 정도로 기대 이하일 줄은 몰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추리적으로 언급할 부분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괴도가 주인공이라 정교한 범죄 계획을 기대했는데, 실상은 래플스가 화자 역할인 버니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막상 범행은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에 의존할 뿐입니다. 범죄의 치밀함은커녕 퍽치기 노상강도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당연히 추리적 쾌감도 없어요.

소설로서의 완성도 역시 부족합니다. 전개는 급작스럽고 허술하며, 캐릭터들의 매력도 살리지 못합니다. 예컨대 왓슨 역이라 할 수 있는 사이드킥 버니는 빚에 쫓겨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인데다가 지나치게 수다스러워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역사적 의미와 함께 선과 악의 경계에 절묘하게 걸친, 겉으로는 크리켓 명수이자 부유한 신사지만 정체는 도둑이라는 래플스의 조금 독특한 설정 외에는 건질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셜록 홈즈"보다는 "루팡 3세"에 가까운 모험물로,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망작입니다. 시리즈가 더 출간되어도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3월 15일"

시리즈의 시작으로 빚에 몰린 버니가 학창시절 선배인 래플스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그의 은밀한 직업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래플스라는 캐릭터가 유일한 장점이고, 그 외 모든 것은 단점입니다. 래플스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세운 계획은 위층에 방을 얻는 것 뿐이고, 나머지는 범행 당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전개라 추리적 치밀함은 전무하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참고로,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소개된 것과 같은 작품입니다.

"시대극"

래플스가 미워하는 졸부 루벤 로젠탈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계획도 유치할 뿐 아니라, 계획이 간파당해 체포당할 위기를 맞는다는 실패담입니다. 수모를 당하다 겨우 탈출하는 내용이 전부에요. 별점은 1점입니다.

"젠틀맨과 플레이어"

래플스가 크리켓 선수라는 설정이 부각되는 작품입니다. 보석을 노리는 프로 도둑과 경찰이 등장하는 설정도 흥미롭고요. 무엇보다도래플스 캐릭터만큼은 인상적이라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범행은 우발적이라서 추리적 쾌감은 전무합니다. 

"첫걸음"

래플스의 첫 범죄를 다룬 이야기. 호주에서 무일푼이 된 래플스가 먼 친척을 찾아가던 중 산적과의 오해로 범죄에 휘말리는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단서인 말과 관련된 인물이 진상을 왜 깨닫지 못했는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낫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고의살인"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장물아비를 살해하려는 래플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이색작. 괴도 신사가 냉혹한 살인자로 묘사되는 점이 신선하지만, 우연의 연속으로 내용이 흘러가는 점은 아쉽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법의 경계"

유일하게 합법적 절도를 다룬 이야기. 헐값에 팔린 그림을 되찾기 위한 의뢰지만, 특별한 작전도 없고 내용도 별다른 위기 없이 쉽게 전개됩니다. 다만 래플스가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는 설정은 꽤 매력적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리턴매치"

"젠틀맨과 플레이어"에서 등장한 프로 도둑 크로셰이가 탈출 후 도움을 청하러 래플스를 찾아온 이야기로 스코틀랜드 야드의 매켄지 경위가 다시 등장해 긴장감을 전해줍니다. 탈출 장면은 기대보다 밋밋하지만, 궁지를 타개하는 래플스의 모습은 볼 만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황제의 선물"

독일 황제의 진주를 훔치려는 일생일대의 작전을 계획하지만, 결국 체포당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래플스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체포 과정이 허무하고, 범죄 계획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서는 아쉬웠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07/01/05

베이커가의 살인 -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2.5점

베이커가의 살인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자음과모음

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후대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앤솔러지. 홈즈의 팬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구입했습니다. 후배 작가들이 존경을 나타내기 위한 책의 컨셉은 앨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 앤솔러지 "독살에의 초대"와 유사하나 이 책은 전 작품이 모두 "홈즈"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컨셉뿐인 팬 서비스용 기획 도서가 아니라 내용도 풍성합니다. 일단 앞부분에는 유명한 셜로키언이라는 대니얼 스타샤워의 서문과 홈즈의 아버지인 코난 도일이 직접 쓴 "셜록 홈즈에 대해 말하다"라는 에세이가 실려있고 추리 단편도 11편이나 실려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셜록 홈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두개의 짤막한 에세이가 이어지고요.

일단 서문과 코난 도일의 에세이, 기타 에세이들은 재미도 재미지만 자료적 가치가 꽤 높은 글들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편은 작품들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수준이 좀 고르지 못합니다. 물론 좋은 작품은 상당한 수준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기대 이하인 작품도 몇개 있더군요. 단편을 쓴 11명의 작가들 중에서 제가 아는 작가는 에드워드 D 호크밖에는 없지만, 작가 소개를 보니 다들 한가닥 하는 작가들이라 나름 기대를 갖게 했는데 좀 예상외였어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홈즈 시리즈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인데 현대 작가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아쉽더군요. 캐릭터들은 원본 그대로를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데 전개나 분위기가 별로 유사하지 않아서 왠지 이질감이 조금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추리물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트릭이나 전개는 깔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홈즈 시리즈 원작이 추리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은데 이 단편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네요. 저의 베스트는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과 "놀라운 벌레" 였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대부분 추리물로서는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도 이번에는 뭔가 좀 이상하고 작품들 수준 편차도 있는 편이라 선뜻 권하기가 망설여지긴 하지만 홈즈 팬인 저는 즐겁게 읽은 편이며, 홈즈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만한 좋은 작품들이긴 합니다. 자료적 가치도 있고요. 뭐니뭐니해도 등장한지 한세기를 넘기는 늙은 명탐정이 후대 작가들에게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다음 번에는 설홍주도 이러한 작품집의 말석이나마 차지한다면 참 좋겠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 : 스튜어트 M. 카밍스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앨프레드 도나베리라는 인물이 홈즈를 찾아오기로 한 날은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그의 이혼한 전처가 찾아와 자기의 새 남편 존과 그가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홈즈에게 하고, 도나베리와의 만남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존이 도나베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저자는 일찌기 에드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홈즈의 추리법을 흉내만 내었을 뿐,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도 잘 잡아내지 못했을 뿐더러 추리적 요소들도 적절히 사용되지 못한 범작입니다.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 : 하워드 엥겔
왓슨은 홈즈의 요청으로 같이 슈르즈버리행 기차를 탄다. 이유는 곧 교수형 당할 운명인 전 육군원수 윌리엄 경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것. 사건은 윌리엄 경이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홈즈는 슈르즈버리에 도착하자마자 왕성한 활동을 벌여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홈즈와 왓슨의 여행, 당시의 판결제도와 교수형 집행인의 등장 등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으로 사건 전개도 깔끔하고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결말과 범인이 코난 도일스럽지 않다는 것과 홈즈가 범인을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이 "깜짝쇼"에 의존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제목과 사건과의 연관성이 참 마음에 드네요.

세넨 코브의 사이렌 : 피터 트레메인
요양차 콘월 반도의 폴두 베이 근처의 오두막에 왓슨과 머물던 홈즈는 고대 콘월어 연구를 취미삼아 논문을 집필하던 중 젤바트 트레보소 경이라는 인물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는 근처 암초에서 사이렌에 이끌려 3척의 배가 좌초한 사건의 해결을 의뢰하며 홈즈는 곧바로 왓슨과 함께 트리벤스로 향한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묘사한 작품으로 상당히 진기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켈트 역사학자이기 때문인지 쓰잘데 없는 묘사가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네요. 코난 도일 경이었다면 똑같은 이야기를 보다 깔끔하고 함축적으로 썼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트릭 덕에 기본 이상은 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피 묻지 않은 양말 : 앤 페리
왓슨은 친구 헌트의 초대를 받는다. 그러나 도착한 직후 헌트의 딸 제니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괴의 뒤에 모리어티 교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자 왓슨은 홈즈를 부르게 된다.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는 것 이외에는 큰 사건은 없는 작품입니다. 트릭도 괜찮긴 한데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이고요. 제목대로 피묻은 양말 자체는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단지 그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너무 긴듯한 느낌에 내용 전개도 깔끔하지 않은 것이 전통적인 홈즈 스타일에서 약간 빗겨난 듯해서 그냥저냥한 범작이라 생각되네요.

익명 작가 : 에드워드 D 호크
어느날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인이 한 익명작가를 찾아줄 것을 의뢰하러 찾아온다. 홈즈는 곧바로 그 작가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나 그 뒤 그 작가의 집 근처에서 타살된 시체가 발견된 것을 알게된다.
단편의 명수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홈즈물은 아주 짧은 꽁트를 한편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단편이네요. 전통적 홈즈물의 분위기를 초중반에는 물씬 풍기는 것이 제대로 된 홈즈팬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데 후반부에 약간 어설퍼져서 아쉽습니다. 제대로 멜로드라마를 구성했다면 정말 전통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흐지부지, 너무 서둘러 끝나는 경향이 있다 보여지거든요. 덕분에 애매한 결과물이 되어 버려 조금 아쉽습니다.

흡혈귀에 물린 자국 : 빌 크라이더
연극계의 거물 헨리 어빙경의 비서로 일하는 스토커라는 인물이 홈즈에게 무서운 사건을 의뢰한다. 여배우 릴리의 아들 로빈이 흡혈귀에 물린 것 같다는 것. 홈즈는 왓슨과 함께 서리주의 별장으로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브램 스토커가 사건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이색작입니다. 또한 서두의 홈즈의 추리쇼에서 시작해서 영국의 전원풍경, 괴상한 사건, 기발한 트릭이 어우러진 전형적 홈즈물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트릭은 억지성이 있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억이 있는게 단점이긴 한데 워낙 작품이 재미나고 전통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태운 마차 : 길리언 린스콧
홈즈를 우연히 태우고 셀러딘 스퀘어로 향한 마부는 사실 악당 조직에게서 런던 제일의 쥐잡는 개를 도박을 위해 훔쳐서 가지고 가고 있던 중으로 셀러딘 스퀘어에서 벌어진 대 소동의 한가운데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데...
홈즈나 왓슨이 아닌 한 마부를 주인공으로 한 색다른 작품입니다. 마부의 성격 묘사나 심리 묘사가 디테일하고 대사들이 톡톡 튀는 재미를 전해주기는 하는데 덕분에 홈즈물이 아닌 전혀 다른 패러디 작품으로 보이더군요. 추리적으로도 크게 눈여겨 볼 점은 없었습니다. 주인공 마부 캐릭터 덕에 보는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다지 알맹이는 없네요.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 : 로렌 D 에슬먼
유명한 탐험가 리쳐드경이 찾아와 투탄카멘의 묘에 대해 적혀있는 중요한 양피지 사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범인은 패터슨이라는 조수일 것이라는 심증이 강하지만 증거가 없는 상태.
"천일야화"를 쓴 리쳐드 프랜시스 버튼경이 사건의 의뢰인이고 투탄카멘의 묘에 대한 사본이 등장하는 등 역사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뭐 역사적인 사건이야 이 작품에서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재미는 있더군요. 초반부 리쳐드 경의 변장이 좀 뜬금없어서 억지스러운 것이 좀 거슬리고 트릭 역시 별로 대단치는 않을 뿐더러 솔직히 헛점이 너무 많지만 당시 시대상황을 잘 묘사하여 그럴듯한 역사 미스터리물로 창조해 내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체셔 치즈 사건 : 존 L 브린
체셔 치즈라는 런던의 전통적인 술집. 한 미국인이 죽어가는 영국인 친구가 남긴 헌시를 가지고 체셔 치즈 안에서 모이는 "포틴 클럽" 에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한 뒤 홈즈를 찾아와 이유를 묻게 되는데....
순전히 죽어가는 영국인이 남긴 "헌시"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각 행마다 숨겨져 있는 단서와 정보를 모으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트릭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함으로 인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암흑의 황금 : L.B 그린우드
셜록 홈즈는 황금을 놓고 악한 탐험가 바커가 노리고 있는 피그미 족의 보호를 위해 애슐리 경의 콩고 여행에 보디가드로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왓슨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왓슨은 자신도 변장을 하고 뒤따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단연코 이 앤솔러지 최악의 작품입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캐릭터만 잠시 빌어온 아프리카 여행기 수준의 글입니다. 기껏 아프리카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모험이라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이상한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게다가 추리적 요소도 전무하고 이야기도 맥락이 없어요. 솔직히 이 책에서 아예 빼 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놀라운 벌레 : 캐럴라인 휘트
마담 타소 밀랍인형 전시관에서 홈즈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온다. 왓슨과 방문한 그 전시관에서 웨스트오버라는 인물의 인형을 보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그 뒤 신문에서 웨스트오버의 돌연사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혐의는 없어 잊고 살던 중 웨스트오버 가문의 한 하녀가 찾아오는데...
시골 부자의 독살사건에 더불어 마담 타소 밀랍인형관에 실제로 전시된 홈즈와 왓슨 인형에 대한 진짜같은 이야기가 잘 조합된 수작입니다. 동기가 확실한 살인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추리물의 궤도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사건의 전개와 해결 모두 깔끔하고 홈즈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약 분석 같은 것은 너무 현대적이라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그래도 충분한 재미는 안겨다 줍니다.

2009/06/13

셜록 홈즈의 과학 미스테리 - 콜린 브루스 / 이덕환 : 별점 2점

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 - 4점
콜린 브루스 지음, 이덕환 옮김/까치글방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왓슨, 내가 이겼네"의 저자 콜린 브루스의 또다른 책입니다. 이 책 역시 셜록 홈즈 소설의 틀을 빌려온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파스티쉬 작품이면서, 어려운 물리학 등의 과학원리를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 교양-교육 서적이기도 한 독특한 책입니다.

재미있던 이야기를 몇 가지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 유명한 "챌린저 교수 (잃어버린 세계)" 가 사건의 의뢰인으로 등장하여 북해의 해저 탐사용 잠수정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사건(잠수정 안에서 잠수부들이 뜨거운 공기에 질식해 숨진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사라진 에너지"는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실제 사건의 진상보다는 파라핀 램프를 숨겨가지고 들어갔다는 추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는 전개와 더불어 챌린저 교수의 등장 등 즐길거리가 굉장히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실험에 쓰이는 민감한 사진 필름을 손상시키는 장난을 해결하는 "과학실험의 방해공작"도 좋았어요. 독특한 방사선을 발하는 우라늄 광석에 대한 설정이 부실하다는 단점은 있어도,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과학 설명이 충분히 추리에 부합하고 있으니까요.

"불충스러운 하인"은 왕실에서 발생한 한 마부의 자살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자살 시 총성을 일부만 듣고 일부는 듣지 못했다라는 증언의 모순을 파동이론으로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어려운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교양-교육 서적 최대의 미덕을 보여준다는 점이 아주 좋아요. 트릭 자체도 어디 써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고요. 

"황폐한 해변"은 양자역학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너무나 어렵고 지루했지만 실제 사건의 트릭, 즉 해변에서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아 살해당한 시체 주변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는 트릭이 괜찮아서 그럭저럭 본전치기는 합니다. 힌트는 "파동", 즉 "파도"에 관련된 트릭입니다. 

이렇게 네 작품은 꽤 괜찮고 재미있는, 추리적인 이야기와 과학 설명이 제대로 결합되어 있는 좋은 작품인데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몇몇 작품은 상상 그 이상으로 지루했습니다.
위치와 속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너무 뻔하고 반복적인 설명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사건과는 별 상관 없는 시간 단위를 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쌍둥이의 유산 상속 이야기를 다루는 "상대적 질투"의 예를 들자면, 쌍둥이 중 누가 형인가? 를 따지는 이야기인데 여기서의 상대성 이론 설명은 정말 재미없습니다. 오히려 부가적으로 등장하는 쌍둥이라는 조건을 이용한 트릭이 상당히 절묘하게 삽입되는게 아깝기만 했습니다.

또 시대 배경하고는 너무 안맞는 이야기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상대성 이론에다가 E=MC제곱 까지 나와버리니 셜록 홈즈의 시대를 가뿐히 뛰어넘잖아요. 물론 "교육"이 주 목적인 교양도서이니만큼 디테일을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셜록 홈즈 팬으로서는 불만스러운 사항입니다. 원자폭탄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은 재미있었지만 마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원폭이라니... 이거야말로 과학 설명때문에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왓슨, 내가 이겼네" 보다는 교양 - 교육 쪽으로 훨~씬 많이 치우친 책입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추리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 측면에서는 함량미달이에요. 과학설명 역시 지루한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그다지 기대에 값하지 못하고요. "왓슨..."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절판 상태인 책을 어렵게, 정말 어렵게 구해본 것인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별점은 2점.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2020/10/04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 살인자 외 -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 신예용 : 별점 2점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 살인자 외 - 4점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신예용 옮김, 박광규 기획.해설/코너스톤

1890년대 후반에서부터 1940년대 까지, 추리소설의 여명기와 황금기까지의 시기에 발표된 여러가지 단편들을 모아 놓은 앤솔러지입니다. 이런 류의 앤솔러지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을 비롯하여 그동안 많이 접해보았지만, 국내에 비교적 소개되지 않았던 유명 시리즈 작품들 위주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절반 정도는 '퀸의 정원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기도 하고요. 최소한 역사적 가치는 확실히 있다는 의미지요.

그러나 역사적 가치 외의 다른 가치를 느끼기는 함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전 작품인 탓입니다. 여러모로 설득력도 떨어졌고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고전 본격 추리 애호가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초창기 추리 소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저같은 사람이 많이 없는지 재정가로 가격이 3000원 수준으로 떨어져서 가격도 착하거든요.

수록작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터들리 농장의 공포" 

의사인 나에게 스터들리 부인이 찾아와 자기 남편의 병을 치료해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스터들리 농장으로 찾아가 준남작과 만났는데, 준남작은 자신이 밤마다 유령을 보는 탓에 공포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준남작과 방을 바꾸어 유령의 정체를 밝혀내려 하는데...

코난 도일이 "마지막 문제"를 발표하며 '스트랜드 매거진'에 셜록 홈즈 단편 연재를 중단했을 때, '스트랜드 매거진'이 구멍을 메꾸고자 투입한게 바로 이 작품이 포함된 '어느 의사의 일기 시리즈' 였다고 합니다. 제목 그대로 '어느 의사'인 핼리팩스 박사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시리즈로 '퀸의 정원' 에서는 최초의 '의학 미스터리'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퀸의 정원'에서 매긴 가치는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 가치'고요. 아쉽게도 '퀄리티' 점수는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작품 발표 계기, 그리고 연재 시점을 보면 정통 본격물의 시조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추리 소설의 여명기 작품이기 때문인지 완성도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입니다. 

스터들리 준남작과 부인의 방은 옷장의 비밀 문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폐결핵으로 죽어가던 부인이 저승길 동행을 위해 준남작에게 밤마다 유령쇼를 펼쳤다는게 진상인데, '나' (핼리팩스 박사)가 침실을 바꾸고 유령을 목격한 뒤, 유령이 나타난 옷장을 수색한 것 외에는 별다른 추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셜록 홈즈가 변장만 하고 추리를 펼치지 않는다면, 이를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잖아요?

스터들리 부인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야기 전개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부인은 '나'가 준남작에게 두뇌 질환으로 환영을 보는 걸로 이야기해줄걸 기대했다는데, 과학을 신봉하는 의사가 유령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을거라 생각한건 영 납득이 가지 않네요. 아무리 시대를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아울러 '의학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전무해서 아쉬웠습니다.

본격 추리 소설 초창기 단편 중 한 편을 만나 보았다는 기쁨, 그리고 오스틴 프리먼손다이크 박사 이전에 '과학을 신봉하는' 의사 탐정이 있었다는 사료적 가치, 마지막으로 스터들리 부인이 유령을 만들어낸 장치가 배터리에 연결된 전등이라는 상당한 하이테크 제품이라는 점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금고실의 다이아몬드" 

헤드와 친구 두프라이어는 둘의 세계적인 악녀 마담 콜루치가 다이아몬드 상인 칼튼의 파티에 초대된 걸 알고 파티 초대를 받아들였다. 마담 콜루치는 칼튼 부인의 전남편이 살아있다며 그녀를 협박하는 것과 동시에, 칼튼 부인을 시켜 빼돌린 로체빌 다이아몬드를 칼튼의 철벽 그곳에서 훔쳐낼 계획이었다....

L.T. 미드와 로버트 유스터스가 합작하여 1890년대 후반 발표되었던 연작 단편집 "일곱왕 연맹" 수록작이라고 합니다. 희대의 악녀로 비밀 범죄 조직 '일곱 왕 연맹'의 총수인 마담 콜루치와 과학자이자 탐정 노먼 헤드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시리즈라고 하네요. '퀸의 정원'에서 매긴 가치는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 가치'고요.

역시 '퀄리티' 점수는 받지 못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특히 이 단편은 그 수준이 아주 미흡해요. 내용부터 딱히 건질게 없거든요. 헤드와 마담 콜루치와의 대결이 등장하지 않는 탓이 가장 큽니다. 헤드의 활약이라고는 고작해야 칼튼 부인을 설득해서 전 남편에 대한 사실을 고백하라고 이야기하는게 전부거든요. 그나마도 실패하고요. 게다가 다이아몬드도 놓쳐버리기 때문에 이래서야 명탐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못하는게 없는 희대의 악녀인 마담 콜루치 캐릭터는 분명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됩니다. 또 열쇠를 돌리면 비상벨이 울리는데, 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한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칼튼의 열쇠를 조작해서 열쇠의 머리 부분만 헛돌게 만든 거지요. 즉, 열쇠를 돌려도 잠기지 않은거고, 당연히 다시 열어도 벨이 울리지 않은 것입니다. 열쇠를 돌릴 때의 저항감, 소리, 마지막으로 금고가 정말 잠겼는지 확인을 왜 안했는지 등 딴지를 걸자면 끝도 없지만, 열쇠 하나의 조작으로 모든걸 일이루어 낸, 대담한 발상의 트릭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연작 단편을 이어서 다 읽는다면 모를까, 이 작품 하나만 읽고 점수를 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더욱 많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탐정 스페이드" 

맥스 블리스가 협박 받고 있다는 전화를 스페이드에게 남긴 뒤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샘 스페이드는 아는 형사 던디 등이 수사하는 와중에 끼어들어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낸다.

대실 해밋이 쓴 샘 스페이드 단편입니다. 묵직하고 거친 사나이 매력을 담뿍 풍기는 이야기이며, 피해자의 딸이 몰래 만나던 불륜남, 광신도이면서 못생긴 가정부 에피 부인이 묘하게 엮여서 사건이 복잡해 지는 전개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과 다를게 없는데 정통 추리물이기도 하다는게 놀랍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인 피해자의 동생 시어도어가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하여 살인을 저지른 것이며, 시체에 놓여져 있던 '새 넥타이' 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 등은 본격 추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거든요. 피해자는 옷을 벗던 중 살해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럴 경우 매고 있던 넥타이가 아니라 새 넥타이가 놓여져 있는건 이상하다는 이유입니다. 이를 발견한 스페이드의 눈썰미도 대단하지요. 

샘 스페이드는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4시 5분전 쯤 받았는데, 시어도어는 4시에 법정에서 결혼을 했다는 철벽의 알리바이에 대한 트릭도 간단하고 깔끔합니다. 시어도어는 3시 30분 쯤 피해자를 죽이고 법원으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전화로 자신이 피해자인 척 하고 전화를 걸은 겁니다.

물론 스페이드가 한 추리의 증거가 범인 시어도어 손에 난 상처 뿐이라는건 빈약합니다. 상처가 났다고 범인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으니까요. 가정부 에피 부인도 손에 상처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특이한 상처도 아니고요. 손의 상처보다는, 법원에서 전화를 건 기록을 찾아서 시간을 대입해 보는 식으로 풀어갔더라면 더 깔끔했을 겁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시어도어에게 협박?의 댓가로 지불한 돈은 2만 5천불일텐데 2'억'으로 기입된 오타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드보일드와 본격 추리와의 결합에 성공한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퀸의 정원'에 소개된 "샘 스페이드의 모험" 수록작으로 이 책은 역사적 중요성, 희소성은 물론 퀄리티까지 인정받고 있네요. 당연합니다.

"의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시계"

8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로 "Mystr 럭키팩 8 - 탐정 소설 : Mystr 컬렉션" 수록작과 동일합니다. 

당시에는 혹평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꽤 괜찮은 점도 많았습니다. 자브라스키 박사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살인을 저지른 과정이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 덕분입니다. 흥분한 자브라스키 박사가 '층을 착각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우연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고요. 번역의 차이 때문이었을지 궁금하네요. 

물론 우연에 의한 작위적인 범죄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고,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오래된 작품이라는 티는 물씬 납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별점 1.5점을 줄 작품은 아니에요. 다시 매긴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총알"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사장'에게 고용되어 돈 하나만 바라보고 일하는 사립 탐정 바이올렛과, 부유하고 젊은 사교계의 꽃 바이올렛이라는 설정이 재미나게 묘사된 작품입니다.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서 해먼드 씨가 자신의 아기와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고 가슴에 총을 맞았으며, 아기는 죽은 해먼드 씨의 손에 눌려 질식사했지요. 해먼드 씨 가슴의 총알은 그의 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밝혀집니다. 그러나 근접 거리에서 손 총격은 아니었고, 해먼드 부인인 열린 창문을 통해 누군가 해먼드 씨를 쏘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해먼드 씨 몸 속 총알과 함께 해먼드 씨가 쏜 총알도 발견되었어야 했습니다. 바이올렛이 이 두 번째 총알이 어디있는지 추리해내는게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해먼드 씨 몸속 총알은 해먼드 씨의 총에서 발사된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과학의 수준은 많이 부족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앞서 거의 단언하다시피한 정황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본격 추리물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총알을 아기가 삼켰고, 그것 때문에 질식한 것이었다는 진상은 괜찮았습니다. 해먼드 씨가 아니라 총알이 후두를 막은게 질식사의 원인이 된 거지요. 어디론가 사라진 총알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손 꼽을만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이 진상 덕분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참고로, '퀸의 정원'에서는 A.K 그린 (애나 캐서린 그린)의 "미스터리의 걸작들" 이라는 단편집을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성'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소개하고 있는데,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는 아닌 듯 하네요. 가치가 크게 다를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 

급행열차 안 객실에서 르웰린 부부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권총이 사라진 탓에 자살은 아니었는데, 객실 문은 1인치 정도 열린 채 쐐기로 고정되어 도저히 열 수 없었다. 남아 있던 승무원과 승객의 신분도 모두 확실했으며, 그들이 범인일리 없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살인을 저지르고 열차를 떠났을 텐데, 객차의 앞 쪽 침대칸은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며, 뒷 쪽 3등칸에는 아이가 울어 달래러 나온 부부가 있었다. 객실 문 옆 승객이 바라보고 있었다. 범인은 열차를 어떻게 떠났을까?

고전 본격물의 걸작 "통"과 '프렌치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F.W. 크로포츠의 단편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장치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절반 가까운 내용을 F.W. 크로포츠 본인이 오랜 철도업 종사자라 쓸 수 있었을 상세한 기차 구조 설명에 할애하고 있지만, 열차의 구조와 얼마나 불가능한 범행이었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탓입니다. 이런 기차 여행이 흔했던 발표 당시라면 모를까, 기차를 별로 타지도 않는 지금 독자들이 이해하기는 더욱이 역부족이었어요. 차라리 만화라던가, 최소한 삽화 등으로 트릭을 설명해 주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범행이 밝혀지는건 추리의 결과가 아니라 범인의 고백이라는 점에서도 추리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범인이 친구 르웰린에게 연인을 빼앗기자 복수심에 저지른 치정 범죄라 트릭은 알 수 없어도 동기만 확인되면 범인은 충분히 체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경찰은 도대체 뭘 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추리물로 보기도 어렵고,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조차 하기 어려웠던 작품이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퀸의 정원'에도 소개되지 않았을 정도니 지금 와서 읽을 가치는 별로 없겠지요. "통"이나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살인자" 

서밋 이라는 도시에 찾아온 맥스와 알은 식당에서 식사를 시킨 뒤, 사장 조지와 요리사, 그리고 손님 닉을 협박하며 그들의 목적을 말해 주었다. 그들은 올레 앤더슨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올레 앤더슨은 식당 단골로, 킬러들은 그를 기다리는데...

미국 현대 문학 거장인 헤밍웨이의 작품인데 추리 소설은 아닙니다. 하드보일드 느낌이 나는 드라마거든요. 킬러가 등장해서 식당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살인 이 일어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추리 애호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과 죽음을 의인화하여 드라마로 풀어낸 짤막한 꽁트라 생각됩니다. 2인조 킬러는 식당 관계자에게는 급작스러운 소나기와 다를게 없는 불운, 올레 앤더슨에게는 필연적으로 찾아올 죽음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닉은 불운과 죽음 모두를 맛 본 뒤, 서밋이라는 도시를 떠날 생각을 하는걸 보면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일종의 이단자인 셈이지요.

짤막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바닥없는 우물" 

전쟁 영웅인 노장 헤이스팅스 경이 고대 아랍 전설이 얽혀있는 오래된 바닥없는 우물 옆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함께 있었던 보일 대위가 유력한 용의자로, 그는 헤이스팅스 부인과 불륜 관계였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놀랐던 체스터튼의 단편입니다. '너무 많이 아는 사나이'라는 단편집에 수록된 연작 단편 중 한 편으로, 시리즈 제목 그대로인 '너무 많이 아는 남자' 혼 피셔가 주인공입니다. 중동 어딘가에 있는 영국 식민지 공무원이지요.

눈여겨 볼 부분이 많았던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영국 제국 주의를 비판하는 시각, 영국 정부가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게 인상적입니다. 브라운 신부가 아니라 식민지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쓴 이유가 명확해 보였어요. 신부님이야 아무래도 용서와 화해를 권했을테니, 이런 류의 독설에는 적합하지 않았을테지요.

추리적으로도 작가의 명성에 값합니다. 누가 보아도 보일 대위가 범인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게 진상인데, 그 이유와 방법이 설득력있게 설명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헤이스팅스 경이 먼저 보일 대위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가로 산책을 제의했다는게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게 좋았어요. 보일이 죽으면 시체를 우물로 던져넣을 생각이었던 거지요. 보일은 범인이 아니기에 시체 앞에서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고요.
범인이 독을 마신건 순전히 회전식 책꽂이 때문에 찻잔이 뒤바뀌어 일어난 사고라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 물론 충동적인 범행에 우연에 의해 벌어진 사고라는건 합리적인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단점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를 설득력있게 포장한 솜씨는 과연 거장의 그것이었어요.
'너무 많이 아는 남자' 시리즈를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시카고의 여성 상속인" 

롬니 프링글은 대영 박물관 열람실에서 이상한 남자가 공들여 편지를 쓰는 광경을 본 뒤, 그의 편지 압지를 빼돌렸다. 암호와 같은 압지 문구 해독을 통해 '실링하머'라 자칭하는 남자가 런디 후작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손다이크 박사'로 잘 알려진, R.A. 오스틴 프리먼의 롬니 프링글 시리즈 단편입니다. '퀸의 정원' 분류에 따르면 엄청난 희귀본이라고 하네요. 롬니 프링글은 도둑이자 사기꾼인 안티 히어로인데, 이 작품에서는 협박자 실링하머의 돈을 빼돌리는 과정이 차분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링하머가 후작을 협박하는게 모두 이미 발표되었던 신문 기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게 무슨 범죄가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당연히 런디 후작이 형들과 아버지를 살해하고 작위를 물려받았을 줄 알았는데, 단지 그들이 '자살'했다는 진상도 협박거리가 될 걸로 보이지 않았고요.

롬니 프링글의 작전 역시 별다른게 없어서 실망스럽습니다. 그가 실링하머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은건 순전히 우연이었고, 마지막에 경찰을 자칭하여 그를 잡아서 돈 지갑을 빼앗는 것도 여러모로 어설퍼보였거든요. 압지의 글귀 해독도 논리가 뒷받침 되어있는 암호 해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고요.
경찰을 자칭하고 후작을 찾아가, 협박자에게는 현금을 주는게 낫겠다는 조언을 하는 장면만 조금 그럴듯 했을 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 '역서적 가치', '희소성'에 '퀄리티' 가치까지 부여받은 3관왕인데, 동의하기 어렵네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