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
이 책은 국내 굴지의 추리 동호인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테리의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된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하우미스테리 운영진여러분과 도서출판 두드림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두드림 |
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인 에도가와 란포의 본격 추리 단편집. 예전 일본 여행 갔을 때 보고 군침만 흘리던 바로 그 책이라 일말의 고민없이 곧바로 구매하였습니다.
일단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22편이나 되는 단편이 실려있는 풍성함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22편 중 동서 출판사의 "음울한 짐승"에서 이미 접했던 4편의 작품이 실려 있긴 하지만 워낙에 번역이 별로였기에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맛도 괜찮더군요(참고로 그 4편의 작품은 "2전짜리 동전",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두 폐인" 입니다).
대부분의 수록작들은 "본격 추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나름대로 트릭을 가지고 있는 본격물들입니다. 그런데 워낙 다작을 한 작가라서 그런지 모든 작품, 그리고 트릭들의 수준이 고른 편은 아니긴 합니다. 내용도 익히 알고있던 변격물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내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러한 시도 역시 모두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도 명성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의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에 읽었었지만 걸작인 "2전짜리 동전"을 비록해서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같은 대표작 이외에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일기장". "도난", "재티", "의혹", "영수증 한장" 등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물론 다른 작품들도 일독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죽은 동생의 일기장을 통해 모종의 암호문과 그 뒤에 숨겨진 사랑을 다룬 "일기장"은 이 작품집에 상당수 실려있는 "2전짜리 동전"과 유사한 50음도와 숫자를 이용한 암호문을 등장시킨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에도가와 란포의 변격물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부드럽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것이 괜찮았습니다.
사이비종교에서 벌어진 황당무계한 도난 사건을 다룬 "도난"은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도난 사건에 관련된 트릭의 기발함이 빼어나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좋았고요.
"재티" 는 우발적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공작을 그리고 있는데 도서 추리물의 전형적 형태를 띄고 묘사와 전개가 명성에 값합니다.
그 외에 아버지의 살해로 촉발된 가족간의 의심을 다룬 "의혹"은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돋보였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영수증 한장" 은 독창적인 부분이 많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생각되네요.
결론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부족함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작품집입니다. 분량과 두께에 비한다면 가격도 아주 착한 편이고 말이죠. 이제서야 소개된다는 것이 외려 늦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네요. 책 뒷부분의 해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빨리 다음권이 나와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이 책까지 출간되는걸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도 쟝르문학 시장이 많이 커지긴 커졌나 봅니다.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
| 시체를 사는 남자 -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몽환" 시리즈로 굴지의 명성을 얻었으나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해 절필을 선언한 추리작가 호소미 다쓰토키는 잡지 "월간 신소설"에 연재된 작품 "백골귀"를 읽고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백골귀"는 에도가와 란포를 주인공으로 하여, 란포가 말려든 시라하마 삼단벽에서의 괴이한 자살 사건을 친구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3부작 연재 소설이었다.
"백골귀"의 작가 니시자키 가즈야는 호소미 다쓰토키를 만난 뒤, 작품의 원전이 되는 사건을 경찰 출신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통해 알게 되어 창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에 호소미 다쓰토키는 작품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하는데...
"백골귀"라는 소설이 포함되어 전개되는, 이른바 액자 소설의 구성을 취한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에도가와 란포 풍의, 193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백골귀"의 잡지 한 회 연재 분량(총 3회) 사이에, 현 시점인 1990년에 그 소설을 접한 추리 소설 작가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두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완성된 결말로 향합니다. 그런데 "백골귀"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인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액자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백골귀"는 앞선 줄거리에서 이야기했듯이 1930년대를 무대로, 에도가와 란포와 그의 친구로 알려진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등장하여 시라하마의 '삼단벽'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는 내용이에요. 탐정 역할은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맡고 있으며,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심약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1930년대 란포의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살린 것은 물론, 대단치 않아 보이는 요소들을 '괴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사가 특히 그러합니다. 또한, 소제목을 란포의 작품에서 빌려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란포의 작품을 인용하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순히 분위기와 캐릭터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추리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초반에 공정하게 제공되며,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어서 반전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거든요.
다만, 살해 동기가 단순한 분노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고, 반전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설정이 '쌍둥이 형제'라는 다소 뻔한 장치라는건 아쉽습니다. 따라서 "백골귀"만 놓고 본다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자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재 시점에서의 호소미 다쓰토키 이야기가 삽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백골귀"라는 작품과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맞물려 최종 결말로 이어지면서,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가 함께 상승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동기와 다소 진부한 설정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우타노 쇼고 특유의 설득력 있고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아주 돋보입니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야말로 뒤통수를 강타합니다.
결과적으로 액자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점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930년대 분위기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 만큼, 이 작품에서 끝내지 않고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하는 후속 작품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덧붙이자면, 역자의 해설에도 언급되었지만,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이 왜 "시체를 사는 남자"인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시체가 "백골귀"라는 작품을 은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애너그램 풀이처럼 과거를 그리워하는 의미가 내포된 것인지 다소 애매하네요.
![]() |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현석 옮김/현인 |
일본의 추리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전설적인 에세이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오래 전 부터 존재를 알고 있던 책이기도 하고, 저 역시도 추리 소설(요리 중심이지만)에 관련된 에세이를 출간한 경험이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책은 1956년에 출간되었으며, 주로 1950년대 "환영성" 등 이런저런 잡지들에 기고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구성입니다. 1953년, 에도가와 란포가 영미 탐정소설에서 예전부터 사용되던 트릭을 800여개 수집하여 쓴 "유형별 트릭 집성"이라는 글이 유래이며, 이 글로부터 여러가지 에세이들이 파생되어 이런저런 잡지들에 수록되었다고 하네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이 책의 탄생과정각 주제별로, 에도가와 란포가 직접 이런저런 소설의 예를 충실히 들어가며 설명해 줍니다. 책의 특성 상 당연히 핵심 트릭이 까발려지고요. 노리즈키 린타로의 "나쁜 놈들은 추리 작가가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고안한 트릭을 쏙 빼다가 미스터리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녀석들이지. 이쯤 되면 기생충 수준이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기생충같은 책인거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은 읽기 힘든, 오래전 잊혀진 작품들이거나 우리가 접하기 힘든 일본 고전들, 아니면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자신의 작품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면죄부를 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또 미스터리 가이드에서처럼 어떤 작품에서 어떤 트릭이 쓰였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좀 두루뭉실, 애매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뭐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리고 거장이 쓴 책 답게, 단순히 트릭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깊이있는 식견을 보이는 글도 많아요. 마지막 16장인 "스릴에 대해서"가 좋은 예입니다. 스릴의 종류를 상세히 분류하여 이를 단계별로 설명하는 내용인데, 실로 이치에 맞고 설명도 적합하여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예로 드는 것도 아주 좋았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글들도 제법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처음 발표된 시점에서 60여년 이상 지난 탓이 가장 큽니다. 대표적인 예는 "이상한 범죄 동기"에서 결코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미스터리"를 길게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 책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일본에는 거의 읽어본 사람이 없는 책이라 특별히 소개했던 모양인데, 지금 상황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암호 기법의 종류"도 마찬가지로, 지금 읽기에는 다른 비슷한 책에 비하면 내용이 굉장히 부실한 편이에요. 메이지 시대 지문을 증거로 삼는 소설이 처음 등장했다는 역사적 사실만 소개하는 "메이지의 지문 소설"도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였고요.
아울러 하나의 트릭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서술 트릭이 빠져 있는 등, 현대적인 작품 속 최신 트릭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었더라도, 출판사나 후대의 작가가 증보판을 출간하는 선택지는 없었을까요? 제가 가끔 읽는 'oo의 지구사' 시리즈에 주영하 씨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수록한 글처럼, 다른 작가가 부록 형식으로 뒤에 최신 트렌드를 덧붙이는건 얼마든지 가능했을텐데 말이지요.
그 외에도 책의 완성도, 모양새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고 도판도 부실합니다. 또 책 속에서 소개된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출간되었다면 무슨 제목으로, 어디에서 출간되었는지를 따로 소개해 주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했어요. 어차피 추리 소설의 애호가들만 구입할 이런 류의 책에서는 필수적인 정보인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름의 가치는 분명하나 여러모로 지금 읽기에는 낡은 결과물입니다. 책의 완성도도 부족하고요. 추리 소설의 대단한 애호가가 아니라면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추리 소설 애호가시라면 즐길 거리가 제법 되는 만큼,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가 되었건, 누군가가 21세기에 걸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여 개정증보판 형식으로 재출간해 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 | 유령탑 - ![]() 에도가와 란포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민경욱 옮김/북홀릭(bookholic) |
'아케치 코고로'나 '괴인 20면상', '소년 탐정단' 시리즈가 아닌 에도가와 란포의 스탠드 얼론 장편으로 쇼와 12년, 즉 1937년 첫 연재가 시작되었던 초기작입니다. 쿠로이와 루이코의 번역서를 에도가와 란포가 다시 재가공하였으며, 원작은 앨리스 M 윌리엄슨의 "회색빛 여인" 이라고 하네요.
사실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발표 시기나 발표된 형태(번역서의 재가공)를 볼 때 구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리고 해설한 서두 몇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콘티가 마음에 들었던 덕분입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유령탑에 어서 오세요 전시 - 통속 문화의 왕도" 라는 기획전을 개최할 때 전시되었던 자료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 편은 역시나, 생각만큼 구립니다. 별로에요. 설정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으며 모든 내용은 우연에 의지하고 있는 탓입니다. 키타가와 미츠오와 노즈에 아키코가 폐허가 된 유령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작위적이며,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집니다.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곡마단에서 탈출한 호랑이가 난입하고, 협박범을 미행하면서 탄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협박범의 집에 잠입하게 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설정과 전개는 슬랩스틱 개그물을 방불케 하거든요. 게다가 이를 공포스럽게 묘사하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정말 가관입니다. "아아!" 라는 감탄사가 대표적이에요. 뭔 일만 일어나면 "아아...!" 거리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요.
작위적이라도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있고 합리적이라면 참아줄만 했을겁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럴리가 없죠. 짜임새가 헐거워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초반부의 "유령탑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어 보물을 찾는 이야기에서, 중반부터의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유령탑에 얽힌 비밀은 고딕 호러에 모험물이 섞인 느낌이고,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는 전형적인 추리 서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짜임새가 헐거워 완성도가 낮습니다 .
보물을 찾는 과정은 고딕 호러같은 유래에 아주 약간의 암호 트릭이 결합된 전형적인 모험물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너무 쉬워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초록색 문(?)이 열린다는건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시계탑에서 쳐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미로로 들어간 뒤에는 아키코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갈 뿐이라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아키코가 어떻게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는지 설명도 되지 않고요. 단지 연구로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다는건 너무 유치한 발상이잖아요? 최소한의 암호 트릭이나 비슷한 무언가는 독자에게 전해주었어야 했습니다.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과거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던 죄수 와다 긴코였다! 까지는 뭐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노즈에 아키코, 즉 와다 긴코가 유령탑의 보물을 찾고 진범을 찾으려고 하는 사명이 있다는 설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복수를 위해 진범을 찾고자 하는건 알겠지만, 보물을 찾는게 왜 사명이 될까요? 그리고 애초에 유령탑에 살 때에는 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또 변호사 쿠로카와를 제외한 잔챙이 악당들의 협박에 휘둘리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번역작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라니르' 라는 독약을 이용하여 와다 긴코를 탈옥시킨 작전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지금 시점으로 본다면 표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에요. 아울러 처음에 아키코의 정체는 살해된 노파의 하녀 아카이 도키코가 아닐까? 라고 의문을 던지지만 아키코가 항상 손목을 감추고 있다는 묘사로 그녀가 와다 긴코라는건 처음부터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분량 낭비일 뿐입니다.
주인공의 모험도 앞서 말씀드렸듯 우연이 이어지는 전개이며, 차례로 수수께끼에 대해 증언이 이어지는 식이라 추리가 개입될 여지는 전무합니다. 무엇보다도 진범이 나카다 초조로 밝혀지는 장면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열 두 시 종소리에 공포를 느낀게 증거라니? 그리고 공포를 느껴 죽은게 천벌이라니? 20세기 초기의 사고 방식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당시 나카다 초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혐의를 벗었다는데, 그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딱 한가지 건질만 했던 부분은 죽은 와다 긴코가 어떻게 다르게 생긴 노즈에 아키코로 돌아왔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입니다. 현재로서는 별거 아닌 미용 성형을 무슨 대단한 과학 기술인양 포장하여 묘사한건 우습게 느껴지지만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참아줄 만 합니다.
하지만 괜찮은 부분은 전체 분량의 1/10도 안되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근대 직전의 신소설 느낌이 날 정도로 낡은 작품입니다. 그 어떤 가치도 찾기 힘들기에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에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해설 부분만 떼어내어 1/10 가격으로 파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 | 에도가와 란포 파노라마 섬 기담 - ![]()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용만 옮김, 이성규 감수/시간의물레 |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한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의 네 번째 권.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책 한 권이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및 크게 세 개의 단락 구성은 동일한데, 세개의 단락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 가야마씨의 내연녀 기시로 게이코가 자신이 물려받은 소장품을 비블리아에 파는 대신, 가야마가 남긴 금고를 열어달라는 의뢰를 해결해 주는 큰 흐름의 이야기입니다. 한 권짜리 긴 장편같은 느낌을 전해 주지요.
단락별로 짧게 소개해 드리자면, 첫 번째 단락인 "외딴섬 악마"에서는 기시로 게이코의 의뢰가 소개됩니다. 도입부 성격이라 당연히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의뢰인 기시로 게이코가 시오리코를 테스트하는게 전부에요. 셜록 홈즈 단편에서 서두에 홈즈가 의뢰인에 대해 추리해내는 추리쇼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만 커버를 씌워 놓은 란포의 작품 초판본을 맞춰보라는 테스트는 문제입니다.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추리물이지만, 일반인은 작중 고우라의 반응 정도만 가능할 뿐이며 고서 전문가 외에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오리코는 쉽게 맞춰 버리기는 합니다만.
두 번째 단락 "소년 탐정단"은 금고를 열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내연남인 가야마씨 본가에서 찾는 내용입니다.
"소년 탐정단"의 이야기들과 흡사한 보물 찾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소개되는 책과 본편 내용이 비슷하게 일치하는 다른 비블리아 시리즈 단편과 유사합니다. 3권에서 시오리코와 문제가 있었던 고서당 히토리 서방의 주인과 가야마 나오미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해결하는 일상계스러운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씨가 활약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건 단점이네요. 가야마 나오미를 도발한 뒤 보물이 어디 있는지 찾게 만든다는, 홈즈 시리즈인 "보헤미아의 스캔들"과 동일한 트릭 외에는 특별한 추리가 선보이지는 않는 탓입니다. 더 중요한 초판본이 따로 숨겨져 있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한데 특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정도고요.
마지막 단락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금고를 여는 세가지 장벽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인 히라가나 암호를 맞추는 트릭이 핵심입니다. 또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가 전면에 등장하여 "과연 금고에 뭐가 들었을지?"를 주제로 시오리코의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라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야마씨 부친의 과거 직업과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원고에 얽혔던 사건을 엮어 이만큼이나 픽션을 짜 맞춘건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야마씨가 어떻게 썼을지도 좀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앞선 단락들 - 특히 첫 단락과 - 과 동일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일반 추리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란포의 데뷰작 "2전 동화"에 사용된 소품 및 암호, 그리고 란포가 초판 발행 시 범했던 실수까지 인용한 란포 매니아, 아니 란포광(狂)을 위한 트릭이거든요.
또 제가 싫어하는 시노카와 지에코가 실제로 등장해서 의도를 드러낸다는 내용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시오리코를 자신의 길로 유혹하기 위한 의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완벽한 최종 보스로 그려진 것에 비하면 계획이 너무 즉흥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럴 거였으면 본인이 금고를 연 뒤 원고를 갖고 도망치는게 시오리코를 더 자극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란포 작품들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 최초로 주요 등장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처음이라 더욱 반갑기도 했고요. 허나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너무나 없기에 감점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말으셔야 겠지만 단품으로서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덧 1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네요.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죠. 마침 시오리코씨가 극찬한만큼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딱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떤 점이 그렇게나 좋았을까요?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덧 2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2,3 역시 절판되었네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죠?
![]() |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 ![]()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 | 침저어 - ![]() 소네 게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예담 |
![]() | 악마의 문장 -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아프로스미디어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제당 주식회사 대표 가와테 쇼타로 씨는 일족 모두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명탐정 법의학자 무나가타 류이치로 박사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두 딸이 차례로 살해당한 뒤 가와테 쇼타로 씨 마저도 은신처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곳곳에 '3중 소용돌이 지문'의 흔적을 남긴 범인에 의해서였다. 특히 첫째 딸 다에코는 저택 주변에는 형사가, 잠긴 방 창문과 출입문은 박사와 조수가 직접 보초를 섰는데도 불구하고, 깜쪽같이 방에서 사라진 후 유령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유령의 집에서 박사에게 쫓기던 범인은 박사의 조수 코이케도 살해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완전 포위되었지만 끝내 거울의 방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스미다강에서 보트 놀이하던 남녀가 우연히 잘린 손가락을 발견한걸 계기로, 박사는 기타조노 류코가 사건에 관계가 있다는걸 추리해 냈다. 도주한 그녀의 은신처를 밝혀낸 박사는 추격 끝에 그녀를 사로잡지만 결국 그녀는 물론, 진범으로 생각되는 안대를 한 남자 역시 자살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수사과장, 나타무라 경감, 형사부장과 무나카타 박사, 아케치 코고로가 함께 한 사건 마무리 축하 연회에서, 아케치는 자신이 추리한 진짜 사건의 진상을 펼쳐 보이는데...
대담하면서도 스케일 크고, 기묘하면서도 변태스럽기까지한 범행이 연이어 등장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에도가와 란포 스타일의 장편입니다. '3중 소용돌이 지문'은 이 작품을 읽기 전에도 워낙에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불가능 범죄가 많이 등장하는 덕분에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부분이 제법 됩니다. 다에코 소실 사건을 빈 침대와 연결하여 풀어내는 과정이라던가, 거울의 방 소실 트릭을 통해, 무나카타 박사가 진범이라는걸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죠.
무나카타 박사가 기타조노 류코를 포박하고 경찰에 연락한 뒤 돌아와보니 그녀가 끈을 끊고 자결했던 상황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던 아케치 코고로의 추리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끈을 먼저 끊었다면 도망치는게 타당했고, 누군가 살해했다면 끈을 끊을 이유는 없었다는건 당연하니까요. 박사가 손가락을 싸고 있는 신문지와 손수건으로 류코의 거처를 알아냈다던가, 류코가 도주 전 대량의 식재료를 배달받았다는걸 근거로 자택 다락에 은신하고 있다는걸 추리해내는 등의 소소한 추리들도 괜찮습니다.
3중 소용돌이 지문을 일종의 아이콘처럼 활용하고 있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문이 찍힐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문이 발견되도록 만들어서 범인이 전능하다는걸 드러내는 연출도 좋았고, 무고했던 류코가 3중 소용돌이 지문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녀가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는 범인의 계획도 그럴듯했거든요.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의 활약도 팬으로서는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연극적인 상황을 지나치게 많이 연출하고 있는건 문제입니다. 이야기에 별 상관도 없고, 설득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들일 뿐인 탓입니다. 가와테의 두 딸 시체를 '인체 전시회'와 '유령의 집'에 각각 전시하듯 유기한 상황부터가 그러합니다. 범인이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은 하나도 없는 불필요하며 불합리한 행동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유령의 집에 시체를 유기하려다가 경찰에 포위되었고, 그래서 정체가 드러날 빌미를 아케치 코고로에게 제공했을 뿐이니 이는 완전한 패착이었습니다. 완전 포위당한 거울의 방에 갖혀있던 범인이 사라지고, 박사 튀어나왔다는건 박사가 범인이라는거니까요. 이 소실 트릭이 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등장했더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범인의 억지 연출로 자기 무덤을 판 것에 지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애초에 복수 대상이었던 가와테 쇼타로가 사건 수사를 범인인 박사에게 의뢰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완전범죄로 죽이면 되는데, 왜 자기 정체가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충직한 조수마저 죽게 만들면서까지 억지 상황을 연출하면서 복수를 질질 끌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합니다. 이런 연출로 박사가 얻은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아케치 코고로에 버금간다는 명탐정이었던 박사의 명성에 흠집만 났을 뿐이에요.
또 이 상황에서 묘사되는 유령의 집 가짜 시체와 여러 장치들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재현이 불가했을 장치들이라 완전 억지에 불과했습니다. 거울의 방 묘사는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되던 그대로라 지겨웠고요. 이야기와는 아예 상관없는 쓸데없는 내용이 이렇게까지 길게 묘사될 이유도 없었어요. 쇼타로의 은신처에서 그를 죽이기 전 복수의 이유인 쇼타로의 아버지 가와테 쇼베가 저질렀던 악행을 연극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묘사도 억지스럽고 불필요한건 마찬가지고요. 이런 묘사들은 아마 당시 잡지 연재를 하면서, 매 편마다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불러 일으키기위해 자극적인 묘사로 채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연재 시 분량을 늘여 원고료를 더 받기 위한 얄팍한 술책도 한 몫했을테고요. 문제는 이걸 하나의 책으로 묶어 보니, 과하고 불필요한 묘사만 가득차 버리고 말았다는거지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낡기만 했을 뿐, 특별한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잊혀져도 무방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일본"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시카가와에서 만든 전기 자전거의 결함으로 사람이 죽은 뒤, 회사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그 때문인지 시카가와 사장이 목을 매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사장과 관계가 있는 일곱 명의 남녀가 한 폐쇄 공간에 갇혔다. 그들을 가둔 '게임 마스터'는 그들 중 시카가와 사장을 죽인 범인만 살려주겠다며 48시간을 주었다. 사고를 기사화하며 시카가와를 비난했던 기자 카미사와, 피해자 대표 유메코, 사장의 아내 카나에, 시카가와의 부장 린도와 과장 이시와다, 사장의 운전사 쿠라모치와 청소부 하야시의 일곱 명은 서로 자신이 범인이라며 지은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 시모무라 아쓰시의 장편입니다.
닫힌 공간, 클로즈드 써클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건 "방주"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전원 범인, 하지만 피해자, 게다가 탐정"이라는 제목의 상황을 잘 구현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줄거리의 상황에 놓인 탓에, 일곱 명의 시카가와 사장 관계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각자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보도, 증거 날조, 거짓 증언 등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주어서 사장을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했지만, 자연스럽게 사장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자신이 살해했다는 자백으로 이어지지요. 즉 모두가 '범인'입니다. 그러나 자백한 사람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 자백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자백을 격파하여, 자연스럽게 탐정 역할을 분담하게 됩니다. 즉, 모두가 '탐정'인 거지요. 마지막에는 한 명만 살아남고 전부 죽음으로써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추리적인 부분도 흥미를 자아냅니다. 시카가와 사장의 사망은 그의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이 사무실은 항상 CCTV로 감시되고 있었기에 자살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범인이 되기 위해서는 밀실 살인을 일으켰어야 했기 때문에,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파헤쳐나가게 됩니다. 처음에 CCTV를 피해 사무실에 들어간 트릭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사장을 살해했고, 어떻게 나왔는지를 다른 사람의 자백을 들은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은 더 정교한 트릭을 구성해서 '내가 진짜 범인이다'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요. 여러 명의 추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독 초콜릿 사건"도 떠오르네요.
진범이 사용했다고 여겨지는 트릭도 단순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만족스럽습니다. 사장실 문을 열면 CCTV가 가려져 사각지대가 생기고, 탈출할 때는 녹화를 약 30초간 멈춘 뒤 재개되도록 설정(여러 시간 동안 동일한 장면만 촬영한터라, 조사하는 사람도 배속 재생해서 보기 때문에 30초는 눈치채기 어렵다)해서 그 사이에 탈출했다는 트릭입니다. 두 개 모두 기술적으로 과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의 자백에서도 유메코가 주장한 '냉장고에 숨어 있었다'는 트릭은 기발했습니다.
아울러 유일하게 실질적인 죄를 짓지 않은 카미사와(과장되게 비난했고, 정보 제공자 쿠라모치에게 금품을 건넨 실수는 했지만 보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죄를 지어서 죽었다는 결말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스러웠다는 점에서 고전 추리 소설에 대한 오마쥬 느낌도 전해줍니다. 작가의 전작도 다른 작품의 영향이 짙게 느껴졌는데, 이런 스타일의 작법을 즐겨 하나 보네요.
하지만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탓입니다. 일곱 명이나 되는 성인들이 선뜻 폐쇄 공간에 모여 무려 이틀 동안이나 목숨을 건 추리 게임을 펼친다는게 과연 현대 사회에서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핸드폰 전파 신호가 닿지 않는다는 것 부터가 억지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중간에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난입, 현재 진행 중인 게임이 알고보니 경찰이 탐정들을 고용해 만든 '연극 무대'라는 설정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불필요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가상가족놀이"와 흡사한 설정인데 그만큼의 동기나 반전이 있지도 않습니다. 연극이라는 장치는 빼고 진짜 게임으로 밀고 가는게 훨씬 더 긴장감 넘쳤을 겁니다.
게다가 연극 속에서 등장한 카미시마가 사실 진짜 사장이었고, 사망한 인물은 사장의 쌍둥이 동생이었다는 결말은 억지의 화룡점정입니다. 경찰 수사를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닌가요? 카미시마가 다른 피해자들을 단검으로 살해해서 살아남았는데, 이를 린도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진상도 불필요한건 마찬가지고요.
설명도 부족합니다. 일곱 명이 시카가와 사장이 무고하게 비난받게 된 원흉이라는걸 시카가와 사장이 알아낸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아내의 불륜, 회사 과장 이시와다의 거짓 증언, 운전사 쿠라모치의 증거 조작은 알 수 있었다고 해도, 하야시의 경우는 실제로 크게 드러난 잘못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대표 유메코의 아버지가 실제로는 자전거 결함으로 죽은게 아니었다는 것, 카나에의 불륜 상대가 린도였다는 것 역시 알아내기 어렵고요.
작 중에서는 그들을 가둔 건물을 사장실 구조로 만든게 아니라, 그 건물 구조로 사장실을 리모델링했다고 설명되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을 들여 몰래 이런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한참 회사가 비난받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의 구조나 설정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인 전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결말은 억지스러운 반전이 도드라집니다. 흥미는 있지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작가 작품은 다시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