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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 에도가와 란포 / 김은희 : 별점 3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6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이 책은 국내 굴지의 추리 동호인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테리의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된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하우미스테리 운영진여러분과 도서출판 두드림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전에 구입해서 읽었던 전단편집 1편인 본격추리 1과 동일한 포맷과 기획의, 초기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으로, 제목 그대로 기괴환상이라는 주제에 맞는 단편만 골라 모아놓은 책입니다. 전부 22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미완성 작품인 "공기사나이"와 "악령" 2편이 거의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실려있는 것은 이 기획이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모두를 소개하자는 취지라고는 하더라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며, "붉은 방"과 "인간의자", 그리고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3편은 에도가와 란포가 후기에서도 직접 언급하듯이 "여태까지 이야기는 사실은 거짓말이었다며 빠져나가는" 류의 작품으로 설정이나 전개는 좋았지만 결말의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외의 작품들은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거장 에도가와 란포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좋은 작품들이라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인 베스트는 기괴하고 음울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최고 걸작 "고구마벌레" 를 꼽고 싶네요. 전쟁 직후의 참혹한 상황과 인간의 잔인함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각을 마음껏 펼쳐 묘사한 작품이거든요.
시대를 앞서간 비쥬얼적 감각을 보여주는 "백일몽"과 "화성의 운하", "거울지옥" 도 좋은 작품으로 광기어린 상상을 표현하는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적나라한 것이 란포 월드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 추리소설가 김래성씨의 단편집 "비밀의 문"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 역시 갖게 되었고요.
추리적 성향이 가득 묻어나는 "쌍생아", "메라 박사"와 "벌레"도 추리소설가로서의 에도가와 란포의 내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메라박사"의 기발한 원격조종트릭은 다소 환상적인 성향에 기대고 있지만 "쌍생아"의 지문 트릭은 그럴듯 해서 정통 추리로 보아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보이네요.

좀 섬뜩하고 기괴한 이러한 작품군이 취향은 아니었으며 지금 읽기에는 좀 낡아보이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명성에 걸맞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후기도 자료적 가치가 충분하고요. 약간의 단점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별점 3점은 충분한 고전이라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고구마벌레"와 "화성의 운하", "거울지옥", "벌레"라는 기괴한 상상력의 극단을 달리는 4작품을 모아 "란포지옥"이라는 영화가 제작된 모양인데 영화에 정말 어울리는 상상력이라 생각되는 만큼 영화도 기대가 됩니다. 

2008/06/07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1 - 에도가와 란포 / 김소영 : 별점 4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 8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두드림

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인 에도가와 란포본격 추리 단편집. 예전 일본 여행 갔을 때 보고 군침만 흘리던 바로 그 책이라 일말의 고민없이 곧바로 구매하였습니다.

일단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22편이나 되는 단편이 실려있는 풍성함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22편 중 동서 출판사의 "음울한 짐승"에서 이미 접했던 4편의 작품이 실려 있긴 하지만 워낙에 번역이 별로였기에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맛도 괜찮더군요(참고로 그 4편의 작품은 "2전짜리 동전",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두 폐인" 입니다)

대부분의 수록작들은 "본격 추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나름대로 트릭을 가지고 있는 본격물들입니다. 그런데 워낙 다작을 한 작가라서 그런지 모든 작품, 그리고 트릭들의 수준이 고른 편은 아니긴 합니다. 내용도 익히 알고있던 변격물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내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러한 시도 역시 모두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도 명성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의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에 읽었었지만 걸작인 "2전짜리 동전"을 비록해서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같은 대표작 이외에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일기장". "도난", "재티", "의혹", "영수증 한장" 등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물론 다른 작품들도 일독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죽은 동생의 일기장을 통해 모종의 암호문과 그 뒤에 숨겨진 사랑을 다룬 "일기장"은 이 작품집에 상당수 실려있는 "2전짜리 동전"과 유사한 50음도와 숫자를 이용한 암호문을 등장시킨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에도가와 란포의 변격물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부드럽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것이 괜찮았습니다.
사이비종교에서 벌어진 황당무계한 도난 사건을 다룬 "도난"은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도난 사건에 관련된 트릭의 기발함이 빼어나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좋았고요.
"재티" 는 우발적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공작을 그리고 있는데 도서 추리물의 전형적 형태를 띄고 묘사와 전개가 명성에 값합니다. 

그 외에 아버지의 살해로 촉발된 가족간의 의심을 다룬 "의혹"은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돋보였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영수증 한장" 은 독창적인 부분이 많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생각되네요.

결론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부족함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작품집입니다. 분량과 두께에 비한다면 가격도 아주 착한 편이고 말이죠. 이제서야 소개된다는 것이 외려 늦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네요. 책 뒷부분의 해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빨리 다음권이 나와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이 책까지 출간되는걸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도 쟝르문학 시장이 많이 커지긴 커졌나 봅니다.

2009/08/17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에도가와 란포 / 김은희 : 별점 3.5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6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제목 그대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이자 변격물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선집입니다. 1권 다음에 3권이 먼저 나온 뒤 나온 2권입니다. 순서조차 엽기적이군요.... 1권과 3권을 이미 읽고 소장하고 있기에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 추리 단편을 워낙 좋아라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접한 작품도 많고 "본격물" 로 보기에는 어려운 작품들도 제법 많아서 1 - 3 권을 읽고 느꼈던 것보다는 조금 못합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전체적인 평점은 3점입니다.

최고 베스트는 "음울한 짐승" 이긴 한데,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 조금 식상하다면 "그는 누구인가"를 꼽고 싶네요. "악귀"도 괜찮았고요.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호반정 사건 :
거울장치로 남을 엿보는 취미가 있는 주인공인 나는 묵고있던 여관 목욕탕에 몰래 숨겨놓은 장치를 통해 한 여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여관에서 친구가 된 코우노와 함께 사건의 조사에 착수한 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여관 잔치에 불려나왔던 기생 쵸키치가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손님들이 커다란 트렁크를 든 채 서둘러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지만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작가의 변격적인 취향이 잘 반영된 "거울장치"라는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본격물에는 미치지 못한 조금은 애매한 작품입니다. 본격물로 기능하기 위한 트릭은 그런대로 합격점이긴 하며 쵸키치의 실종이라던가 군불지기 산조우의 존재 등을 통해 이야기도 나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는 있지만 "거울장치"라는 소도구 자체가 우연을 토대로 한다는 점과 정체불명의 손님들과 거액의 돈이라는 설정 역시 지나칠정도로 작위적이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이야기는 중편 길이에 가까우나 알맹이가 없는 작품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악귀 :
추리소설가 토노무라 쇼우이치는 고향에서 우연히 친구인 오야 코우기치가 연루된 사건에 휘말린다. 오야의 정혼자 츠루코가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 마침 오야는 파혼을 주장하며 유키꼬라는 아가씨와 사귀고 있었기에 완벽하게 범인으로 몰린다. 결국 토노무라는 친구의 누명을 벗어주기 위해 나서는데...
작가 스스로도 책 뒤의 해설에서 이야기하듯 결정적 트릭을 홈즈 단편 중 하나인 "브루스파팅턴 잠수함 설계도의 모험"에서 차용한 작품으로 정통 본격물입니다. 비록 중요 트릭이 모방이라 하더라도 다른 트릭들, 즉 1인 2역 트릭 같은 것들이 중요 트릭과 함께 작품과 잘 결합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이 조금은 쌩뚱맞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작품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지붕 속 산책자 :
백수 코우다는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와 친분을 맺은 뒤 "범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새로 이사한 하숙집 천장으로 통하는 통로를 우연히 발견한 그는 다른 하숙생들을 염탐하는 취미에 빠져들다가 싫어하는 하숙생 엔도우를 완벽하게 살해할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대표작 중 하나로 과거 동서 추리문고의 "음울한 짐승"을 통해 먼저 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변격물적인 성향에 더해 범행이 먼저 이루어지는 약간은 도서추리적인 전개, 그리고 사건을 밝혀내는 아케치 코고로의 추리쇼가 돋보이며, 특히나 범행을 행하는 과정까지의 서스펜스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죠.
코우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과 범행의 유력한 증거가 결국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격물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

그는 누구인가 :
유우키 소장의 아들 히로카즈가 도둑에게 저격당해 불구가 된다. 그러나 범인이 남긴 불가사의한 발자국 등 알 수 없는 여러 정황증거 때문에 사건이 미궁에 빠진다. 결국 추리광인 히로카즈 스스로 탐정역을 소화하려 하고, 유우키 가문의 손님인 아카이씨 역시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범인이 하늘로 꺼지는 발자국이라는 불가능 범죄의 설정을 가진 본격물입니다. 지도까지 도입한 치밀한 구성, 잘 짜여진 캐릭터 구도와 완벽한 동기 등 본격물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죠. 덕분에 상당한 길이의 중편이지만 작품 내내 계속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읽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한다는 것 역시 팬으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요.
저자 스스로는 자신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별로 화제가 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지만 후대의 팬으로서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달과 장갑 :
카츠히코는 고리대금업자 마타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자신의 애인이기도 한 마타노의 아내 아케미와 공모하여 사건을 은폐할 결심을 한다...
장치를 이용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도서 추리물입니다. 작가 후기에서 "황제의 코담배갑" 같은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멀리서 바라본다"라는 알리바이 트릭을 언급하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죠. 완전 오버에요... 이 작품은 트릭 자체는 별게 없고 오히려 이를 밝혀내기 위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서스펜스가 더욱 돋보이는 스릴러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입니다.
아케치 코고로의 이름이 잠깐 언급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호리코시 수사1과장 귀하 :
도쿄 경시청의 호리코시 수사1과장은 5년전 관내에서 벌어진 미궁의 천만엔 도난사건에 대한 편지를 받는다...
서간문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1인 2역 트릭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릭과 설정은 뻔해서 역시나 본격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전개과정이 뻔한 아이디어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흡입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처럼 결말까지 깔끔할 뿐 아니라 훔친 돈의 은닉에 대한 몇가지 아이디어 등도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3점. 무난하고 평이했습니다.

음울한 짐승 :
추리작가인 나는 실업가 오야마다 로쿠로의 부인인 오야마다 시즈코라는 여성과 우연히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나에게 오에 슌데이라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추리작가에 대해 문의하고, 나는 오에 슌데이가 과거의 연인이었다가 스토커로 돌변한 히라타 이치로라는 그녀의 고백을 듣게 된다. 히라타 이치로의 스토킹과 편지의 강도가 세지던 와중에 결국 오야마다 로쿠로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나왔다! 이 작품도 동서추리문고를 통해 소개된 대표작이기도 한 변격물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 작중의 오에 슌데이, 즉 히라타 이치로라는 인물에 자기 자신을 투사하여 작품을 써 나갔기 때문에, 란포의 여러 작품들이 오에 슌데이의 작품으로 인용되는 등 작가와 왠지 일체화된 느낌이 강한 작품이기도 해서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읽어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번역이 다른 탓에 굉장히 신선한 기분을 느끼면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킹이나 가학증 등 변격물적인 성향도 잘 드러나 있지만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여러가지의 트릭 - 특히 오야마다 로쿠로 살인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볼거리입니다 - 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간 여운을 남기는 애매한 결말까지도 인상적이라 에도가와 란포 작품 중에서도 탑 클래스에 들만한 좋은 작품이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2003/12/14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

원 출처는 심농님의 홈페이지였으며 (현제 폐쇄), 내용은 국일미디어 간 "유령신사" 뒷부분에도 실려있습니다. 해설은 원본 작성하신 분과 제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리스트는 사실 별 의미는 없지만 제목만 보는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001 옥문도 1947 요코미조 세이시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의 창조자입니다. 뛰어난 본격 작가죠.
002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 이번에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3 점과 선 1957 ; 마츠모토 세이초 / 열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
004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ㅎㅎ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동서에서 이번에 나왔습니다.
005 흑사관 살인사건 1934 ; 오구리 무시타로 /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6 도구라 마구라(환마술) 1935 ; 유메노 규사쿠 / 역시 이번 동서 리스트에.. (대체 언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만)
007 혼진 살인사건 1945 ;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죠. 트릭은 수긍하기 힘들지만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듯 싶습니다.
008 검은 트렁크 1956 ; 아유가와 데츠야 / 동서에서 역시 이번에...
009 회귀천 정사 1980 ; 렌죠 미키히코 / 앗 모르는 작품 (*2011년 시공사에서 출간됨. 걸작입니다)
010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 유명한 작품이죠. 어서 제대로 다시 소개가 됐으면 좋겠네요. (*동서에서 출간)
011 산고양이의 여름 1984 ; 후나토 요이치 / ?
012 대유괴 1997; 텐도 신 /텐도 신의 대유괴도 참 많이 들어본 작품입니다.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013 이전동화 1923 ; 에도가와 람포 / 국내 소개 됐고 단편입니다. 데뷰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암호 트릭.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14 음수 1928; 에도가와 람포 / 에도가와 람포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죠? 동서의 "음울한 짐승" 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에도 수록)
015 제로의 초점 1959 ; 마츠모토 세이초 /0의 초점으로 국내에 출간돼 있죠. 저도 하서판으로 갖고 있는데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입니다.
016 11매의 트럼프 1976 ; 아와사카 츠마오
017 아 아이이치로(악애일랑)의 낭패 1978 ; 아와사 카츠마오 / 이 작품도 많이 상위권에 언급되는 작품입니다만.. (*시공사에서 출간, 좋은 작품입니다)
018 기아해협 1962 ; 미나카미 츠도무
019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1962 ; 유키 쇼지 /역시, 낯이 익습니다. 흠. (*검은숲에서 출간) 
020 위험한 동화 1961 ; 츠치야 다카오 / 작가는 낯이 익은데..
021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 나왔군요! 걸작~
022 복잡한 기계 장치 1978 ; 아와사카 츠마오
023 사건 1977 ; 오오카 쇼헤이
024 우리 1983 ; 기타가타 겐조
025 심리시험 1925 ; 에도가와 람포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 조금 낡은 트릭입니다만, 재미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26 상자 속의 실낙 1978 ; 다케모토 겐지
027 굶주린 늑대 1981 ; 시미즈 다츠오
028 대낮의 사각 (백주의 사각) 1959 ; 다카키 아키미츠 / 이 작품도 대표작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다곤 하는 것 같은데요.. (*검은숲에서 출간)
029 황토의 분류 1965 ; 이쿠지마 지로
030 도망의 거리 1982 ; 기타가타 겐조
031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야부 하루히코 / 고려원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책입니다.
032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1955 ; 다카키 아키미쓰 / 아키미쓰의 작품이 세 개나;; 흠 보고 싶어요. (*검은숲에서 출간됨)
033 나메쿠지 쵸야 체포 소동 1968 ; 츠츠키 미치오.
034 끝없는 추적 1967 ; 이쿠지마 지로
035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역시 들어봤던 작품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036 묵시록의 여름 (섬머 아포칼립스) 1981 ; 가사이 기요시
037 고도의 마인 1929 ; 에도가와 람포 /국내에 나와 있죠. 하서판으로 읽었는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038 검은 백조 1959 ; 아유가와 데츠야
039 타오르는 파도 1982 ; 모리 에이
040 변호 측 증인 1963 ; 고이즈미 기미코 / 검찰측 증인인가...^^ (*검은숲에서 출간, 무난했습니다)
041 그림자의 고발 1963 ; 츠치야 다카오 /오 제목이 정말 멋지군요.
042 악마의 공돌이 노래 1957 - 요코미조 세이시 /흠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
043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1982 ; 시마다 소지 /미타라이 탐정의 두 번째 사건. 너무 보고 싶어요. (*시공사에서 출간)
044 여덟 개의 묘가 있는 마을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045 신사동맹 1980 ; 고바야시 노부히코
046 징기스칸의 비밀 1958 ; 다카키 아키미츠 /이 소설도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역사 미스테리로 알고 있습니다.
047 갈라진 해협 1983 ; 시미즈 다츠오
048 리라 장 사건 1968 ; 아야가와 데츠야
049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1929 : 에도가와 람포
050 마른 풀의 뿌리 1961 ; 친신
051 밤의 오딧세이아 1981 ; 후나토 요이치
052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정말 엄청나게 끈질긴 작품입니다. 하서 수록.
053 모래그릇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역시 하서. 당시로서는 기발한 흉기가 나오는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
054 바이 바이 엔젤 1979 ; 가사이 기요시
055 한시치 체포록 1917 ; 오카모토 기도 / 와 정말 옛날 작품이네요. (*책세상에서 출간)
056 파노라마 섬 기담 1926 ; 에도가와 람포
057 한 개의 납 1959 ; 사노 요 /단편이 국내에 소개가 됐어요
058 사루마루 환상 여행 1980 ; 이자와 모토히코
059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1961 ; 츠즈키 미치오
060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80 ; 사사자와 사호 /사사자와 사호도 많이 언급되는 작가.
061 짙은 갈색의 파스텔 1982 ; 오카지마 후다리
062 인생의 바보 1936 ; 기키 다카타로
063 배덕의 메스 1960 ; 구로이와 쥬고 /제목 참;;
064 증발 1972 ; 나츠키 시즈코 / W의 비극이 대표작아닌가요? 이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더 순위가 높네요.
065 나폴레옹 광 1979 ; 아토다 다카시 /단편입니다. 월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 단편집도 국내에 출시가 됐었는데요. 저는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서늘~합니다.
066 부호 형사 1978 ; 츠츠이 야스다카 / SF소설가로 더 유명한 작가인 듯 한데 이 작품도 보고 싶네요. (*검은숲에서 출간,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06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츠히코
068 잠 없는 밤 1982 ; 기타가타 겐조
069 나비부인 살인사건 1946 ; 요코미조 세이시 / 동서에서 나왔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이 수록 되어 있습니다.
070 죽음이 있는 풍경 1965 ; 아유가와 데츠야
071 살인귀 1931 ; 하마오 시로
072 불꽃에 그림을 1966 ; 친신
073 검은 화집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74 아쿠쥬로 체포기록 1939 ; 히사오 쥬란
075 W의 비극 1982 ; 나츠키 시즈코 / 좋은 작품입니다.
076 베를린 1888년 1967 ; 가이도 에이오
077 안녕 아프리카의 여왕 1979 ; 모리 에이
078 단쥬로 할복 사건 1959 ; 도이다 야스지
079 거대한 환영 1962 ; 도가와 마사코 / 국내 소개된 작품은 "레이디 킬러"
080 마리오네트의 덫 1977 ; 아카가와 지로 / 유명세에 비하면 작품은 사실 좀 별로라는 생각이...^^ (*국내 출간, 쓰레기였습니다)
081 완전범죄 1933 – 오구리 무시타로
082 내일 날씨로 해두게 1983 ; 오카지마 후다리
083 삼중노출 1964 - 츠즈키 미치오
084 살아나는 황금늑대 1964 ; 오야부 하루히코
085 어두운 낙조 1965 ; 유키 쇼지
086 인간의 증명 1975 ; 모리무라 세이이치 / 어머니.. 그때 그 밀짚모자...
087 유령 열차 1976 - 아카가와 지로 / 아마 데뷰작이죠? (*국내 출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088 뺑소니 1969 ; 사노 요
089 유괴작전 1962 - 츠즈키 미치오
090 비합법원 1969 ; 후나토 요이치
091 장미여자 1983 : 가사이 기요시
092 스탈린 암살 계획 1978 ; 히야마 요시아키
093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1983 ; 기타가타 겐조
094 돌밑의 기록 1948 - 오시타 우타루
095 추락 1958 ; 다카가와 교
096 우리들의 시대 1978 ; 구리모토 가오루
097 호크씨의 타향의 모험 1983 ; 가노 이치로
098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1984 ; 시마다 소지 /보고 싶어요;; (*국내 출간)
099 50만 년의 사각 1976 ; 도모노 로
100 살인에의 초대 1973 ; 텐도 신

2010/10/08

시체를 사는 남자 - 우타노 쇼고 / 김성기 : 별점 3점

시체를 사는 남자 - 6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몽환" 시리즈로 굴지의 명성을 얻었으나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해 절필을 선언한 추리작가 호소미 다쓰토키는 잡지 "월간 신소설"에 연재된 작품 "백골귀"를 읽고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백골귀"는 에도가와 란포를 주인공으로 하여, 란포가 말려든 시라하마 삼단벽에서의 괴이한 자살 사건을 친구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3부작 연재 소설이었다.

"백골귀"의 작가 니시자키 가즈야는 호소미 다쓰토키를 만난 뒤, 작품의 원전이 되는 사건을 경찰 출신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통해 알게 되어 창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에 호소미 다쓰토키는 작품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하는데...

"백골귀"라는 소설이 포함되어 전개되는, 이른바 액자 소설의 구성을 취한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에도가와 란포 풍의, 193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백골귀"의 잡지 한 회 연재 분량(총 3회) 사이에, 현 시점인 1990년에 그 소설을 접한 추리 소설 작가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두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완성된 결말로 향합니다. 그런데 "백골귀"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인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액자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백골귀"는 앞선 줄거리에서 이야기했듯이 1930년대를 무대로, 에도가와 란포와 그의 친구로 알려진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등장하여 시라하마의 '삼단벽'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는 내용이에요. 탐정 역할은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맡고 있으며,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심약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1930년대 란포의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살린 것은 물론, 대단치 않아 보이는 요소들을 '괴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사가 특히 그러합니다. 또한, 소제목을 란포의 작품에서 빌려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란포의 작품을 인용하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순히 분위기와 캐릭터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추리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초반에 공정하게 제공되며, 다양한 복선이 깔려 있어서 반전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거든요.

다만, 살해 동기가 단순한 분노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고, 반전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설정이 '쌍둥이 형제'라는 다소 뻔한 장치라는건 아쉽습니다. 따라서 "백골귀"만 놓고 본다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자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재 시점에서의 호소미 다쓰토키 이야기가 삽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백골귀"라는 작품과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맞물려 최종 결말로 이어지면서,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가 함께 상승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동기와 다소 진부한 설정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우타노 쇼고 특유의 설득력 있고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아주 돋보입니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야말로 뒤통수를 강타합니다.

결과적으로 액자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점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930년대 분위기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 만큼, 이 작품에서 끝내지 않고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하는 후속 작품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덧붙이자면, 역자의 해설에도 언급되었지만,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이 왜 "시체를 사는 남자"인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시체가 "백골귀"라는 작품을 은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애너그램 풀이처럼 과거를 그리워하는 의미가 내포된 것인지 다소 애매하네요.

2020/02/22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에도가와 란포 / 박현석 : 별점 2.5점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6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현석 옮김/현인

일본의 추리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전설적인 에세이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오래 전 부터 존재를 알고 있던 책이기도 하고, 저 역시도 추리 소설(요리 중심이지만)에 관련된 에세이를 출간한 경험이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책은 1956년에 출간되었으며, 주로 1950년대 "환영성" 등 이런저런 잡지들에 기고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구성입니다. 1953년, 에도가와 란포가 영미 탐정소설에서 예전부터 사용되던 트릭을 800여개 수집하여 쓴 "유형별 트릭 집성"이라는 글이 유래이며, 이 글로부터 여러가지 에세이들이 파생되어 이런저런 잡지들에 수록되었다고 하네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이 책의 탄생과정
1. 기발한 착상
2. 뜻밖의 범인
3. 흉기로써의 얼음
4. 특이한 흉기
5. 밀실 트릭
6. 은닉 방법에 관한 트릭
7. 프로버빌리티의 범죄
8. 얼굴 없는 시체
9. 변신 소망
10. 이상한 범죄동기
11. 탐정소설에 나타난 범죄심리
12. 암호기법의 종류
13. 마술과 탐정소설
14. 메이지의 지문 소설
15. 원시 법의학서와 탐정소설
16. 스릴에 대해서

각 주제별로, 에도가와 란포가 직접 이런저런 소설의 예를 충실히 들어가며 설명해 줍니다. 책의 특성 상 당연히 핵심 트릭이 까발려지고요. 노리즈키 린타로"나쁜 놈들은 추리 작가가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고안한 트릭을 쏙 빼다가 미스터리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녀석들이지. 이쯤 되면 기생충 수준이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기생충같은 책인거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은 읽기 힘든, 오래전 잊혀진 작품들이거나 우리가 접하기 힘든 일본 고전들, 아니면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자신의 작품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면죄부를 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또 미스터리 가이드에서처럼 어떤 작품에서 어떤 트릭이 쓰였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좀 두루뭉실, 애매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뭐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리고 거장이 쓴 책 답게, 단순히 트릭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깊이있는 식견을 보이는 글도 많아요. 마지막 16장인 "스릴에 대해서"가 좋은 예입니다. 스릴의 종류를 상세히 분류하여 이를 단계별로 설명하는 내용인데, 실로 이치에 맞고 설명도 적합하여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예로 드는 것도 아주 좋았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글들도 제법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처음 발표된 시점에서 60여년 이상 지난 탓이 가장 큽니다. 대표적인 예는 "이상한 범죄 동기"에서 결코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미스터리"를 길게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 책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일본에는 거의 읽어본 사람이 없는 책이라 특별히 소개했던 모양인데, 지금 상황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암호 기법의 종류"도 마찬가지로, 지금 읽기에는 다른 비슷한 책에 비하면 내용이 굉장히 부실한 편이에요. 메이지 시대 지문을 증거로 삼는 소설이 처음 등장했다는 역사적 사실만 소개하는 "메이지의 지문 소설"도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였고요.

아울러 하나의 트릭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서술 트릭이 빠져 있는 등, 현대적인 작품 속 최신 트릭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었더라도, 출판사나 후대의 작가가 증보판을 출간하는 선택지는 없었을까요? 제가 가끔 읽는 'oo의 지구사' 시리즈에 주영하 씨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수록한 글처럼, 다른 작가가 부록 형식으로 뒤에 최신 트렌드를 덧붙이는건 얼마든지 가능했을텐데 말이지요.

그 외에도 책의 완성도, 모양새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고 도판도 부실합니다. 또 책 속에서 소개된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출간되었다면 무슨 제목으로, 어디에서 출간되었는지를 따로 소개해 주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했어요. 어차피 추리 소설의 애호가들만 구입할 이런 류의 책에서는 필수적인 정보인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름의 가치는 분명하나 여러모로 지금 읽기에는 낡은 결과물입니다. 책의 완성도도 부족하고요. 추리 소설의 대단한 애호가가 아니라면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추리 소설 애호가시라면 즐길 거리가 제법 되는 만큼,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가 되었건, 누군가가 21세기에 걸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여 개정증보판 형식으로 재출간해 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2018/03/10

유령탑 - 에도가와 란포 / 민경욱 : 별점 1점

유령탑 - 2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민경욱 옮김/북홀릭(bookholic)

'아케치 코고로'나 '괴인 20면상', '소년 탐정단' 시리즈가 아닌 에도가와 란포의 스탠드 얼론 장편으로 쇼와 12년, 즉 1937년 첫 연재가 시작되었던 초기작입니다. 쿠로이와 루이코의 번역서를 에도가와 란포가 다시 재가공하였으며, 원작은 앨리스 M 윌리엄슨의 "회색빛 여인" 이라고 하네요.

사실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발표 시기나 발표된 형태(번역서의 재가공)를 볼 때 구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리고 해설한 서두 몇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콘티가 마음에 들었던 덕분입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유령탑에 어서 오세요 전시 - 통속 문화의 왕도" 라는 기획전을 개최할 때 전시되었던 자료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 편은 역시나, 생각만큼 구립니다. 별로에요. 설정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으며 모든 내용은 우연에 의지하고 있는 탓입니다. 키타가와 미츠오와 노즈에 아키코가 폐허가 된 유령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작위적이며,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집니다.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곡마단에서 탈출한 호랑이가 난입하고, 협박범을 미행하면서 탄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협박범의 집에 잠입하게 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설정과 전개는 슬랩스틱 개그물을 방불케 하거든요. 게다가 이를 공포스럽게 묘사하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정말 가관입니다. "아아!" 라는 감탄사가 대표적이에요. 뭔 일만 일어나면 "아아...!" 거리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요.

작위적이라도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있고 합리적이라면 참아줄만 했을겁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럴리가 없죠. 짜임새가 헐거워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초반부의 "유령탑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어 보물을 찾는 이야기에서, 중반부터의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유령탑에 얽힌 비밀은 고딕 호러에 모험물이 섞인 느낌이고,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는 전형적인 추리 서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짜임새가 헐거워 완성도가 낮습니다 .

보물을 찾는 과정은 고딕 호러같은 유래에 아주 약간의 암호 트릭이 결합된 전형적인 모험물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너무 쉬워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초록색 문(?)이 열린다는건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시계탑에서 쳐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미로로 들어간 뒤에는 아키코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갈 뿐이라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아키코가 어떻게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는지 설명도 되지 않고요. 단지 연구로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다는건 너무 유치한 발상이잖아요? 최소한의 암호 트릭이나 비슷한 무언가는 독자에게 전해주었어야 했습니다.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과거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던 죄수 와다 긴코였다! 까지는 뭐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노즈에 아키코, 즉 와다 긴코가 유령탑의 보물을 찾고 진범을 찾으려고 하는 사명이 있다는 설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복수를 위해 진범을 찾고자 하는건 알겠지만, 보물을 찾는게 왜 사명이 될까요? 그리고 애초에 유령탑에 살 때에는 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또 변호사 쿠로카와를 제외한 잔챙이 악당들의 협박에 휘둘리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번역작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라니르' 라는 독약을 이용하여 와다 긴코를 탈옥시킨 작전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지금 시점으로 본다면 표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에요. 아울러 처음에 아키코의 정체는 살해된 노파의 하녀 아카이 도키코가 아닐까? 라고 의문을 던지지만 아키코가 항상 손목을 감추고 있다는 묘사로 그녀가 와다 긴코라는건 처음부터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분량 낭비일 뿐입니다.

주인공의 모험도 앞서 말씀드렸듯 우연이 이어지는 전개이며, 차례로 수수께끼에 대해 증언이 이어지는 식이라 추리가 개입될 여지는 전무합니다. 무엇보다도 진범이 나카다 초조로 밝혀지는 장면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열 두 시 종소리에 공포를 느낀게 증거라니? 그리고 공포를 느껴 죽은게 천벌이라니? 20세기 초기의 사고 방식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당시 나카다 초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혐의를 벗었다는데, 그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딱 한가지 건질만 했던 부분은 죽은 와다 긴코가 어떻게 다르게 생긴 노즈에 아키코로 돌아왔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입니다. 현재로서는 별거 아닌 미용 성형을 무슨 대단한 과학 기술인양 포장하여 묘사한건 우습게 느껴지지만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참아줄 만 합니다.

하지만 괜찮은 부분은 전체 분량의 1/10도 안되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근대 직전의 신소설 느낌이 날 정도로 낡은 작품입니다. 그 어떤 가치도 찾기 힘들기에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에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해설 부분만 떼어내어 1/10 가격으로 파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024/04/06

파노라마 섬 기담 - 에도가와 란포 / 박용만 : 별점 2점

에도가와 란포 파노라마 섬 기담 - 4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용만 옮김, 이성규 감수/시간의물레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상 속에서 유토피아를 그리는게 취미인 인기없는 작가 히토미 히로스케는 어느날, 친구로부터 대학 동창인 거부 고모다 겐자부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모다와 히토미는 쌍둥이처럼 닮았었기에, 히토미는 자신이 고모다가 될 계획을 꾸몄다.
계획이 성공해서 고모다가 된 히토미는 고모다가의 돈을 이용하여 공상하던 자신의 유토피아를 실제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모다의 아내 치요코가 히토미의 정체를 눈치챘고, 히토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살해할 결심을 굳히는데....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 중 한 편. 1926년에 발표된 비교적 초기작입니다. 중편 분량으로 히토미가 고모다가 되기 위해 벌이는 작전을 그린 전반부, 고모다의 재산으로 꿈꿔오던 유토피아를 만든 뒤 그곳을 아내 치요코와 둘러보는 후반부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꽤 재미있습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던 변장, 자살로 위장하여 히토미 히로스케의 존재를 없앤 방법, 원래 있었던 고모다의 시체를 파낸 뒤 옆의 다른 묘에 묻어 은닉한 방법 등 모두 비교적 현실적이면서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간질 발작으로 사망한 뒤 다시 살아난 사례를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설득력도 높고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공포심을 자아내는 묘사도 볼거리입니다. 특히 고모다의 시체를 파내는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렇잖아도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극적으로 풀어나가는 솜씨는 역시다 싶더군요.
다만 아무런 조명도 없는 칠흙같은 밤에 무덤을 파내어 시체를 꺼낸 뒤 옆의 무덤에 파묻어 깜쪽같이 위장한다는건 실제로는 무척 어려웠을겁니다. 약간 부가적인 설명이 덧붙여졌더라면 좋았을겁니다.

반면 후반부의 유토피아(아마도 '파노라마 섬')를 치에코와 둘러보는 장황한 묘사는 별로였습니다. 상상력만큼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글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그림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설득력도 낮습니다. 아무리 눈의 착각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넓이 자체를 혼돈할 만큼의 조작을 자연 환경에서 구현했다는건 어림반푼어치도 없지요. 게다가 이 공간을 많은 사람들까지 고용하여 채웠다는건 더욱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숙식 및 기본 생활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탓입니다. 차라리 제목처럼 거대 파노라마를 만들었다고 하는게 말이 되었을겁니다.
치에코를 살해한 뒤 기둥에 숨겼는데, 이를 탐정 기타미 고고로(아마도 아케치 고고로?)에게 들킨 뒤 자살한다는 결말도 급작스러웠으며, 기타미 고고로가 고모다의 정체가 히토미라는걸 눈치챈건 히토미가 과거 습작처럼 투고했던 습작 때문이었다는건 억지스러웠어요. 쌍둥이처럼 닮았다는건 대학 동창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을테니, 이런 증거를 내세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별점은 전반부만 따로 떼 보면 2.5점, 전체 통합해서는 2점입니다. 발표 당시 시점으로 본다면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할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다양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이상한 공간들을 수없이 접한 시대니까요.

2015/05/1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한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의 네 번째 권.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책 한 권이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및 크게 세 개의 단락 구성은 동일한데, 세개의 단락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 가야마씨의 내연녀 기시로 게이코가 자신이 물려받은 소장품을 비블리아에 파는 대신, 가야마가 남긴 금고를 열어달라는 의뢰를 해결해 주는 큰 흐름의 이야기입니다. 한 권짜리 긴 장편같은 느낌을 전해 주지요.

단락별로 짧게 소개해 드리자면, 첫 번째 단락인 "외딴섬 악마"에서는 기시로 게이코의 의뢰가 소개됩니다. 도입부 성격이라 당연히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의뢰인 기시로 게이코가 시오리코를 테스트하는게 전부에요. 셜록 홈즈 단편에서 서두에 홈즈가 의뢰인에 대해 추리해내는 추리쇼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만 커버를 씌워 놓은 란포의 작품 초판본을 맞춰보라는 테스트는 문제입니다.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추리물이지만, 일반인은 작중 고우라의 반응 정도만 가능할 뿐이며 고서 전문가 외에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오리코는 쉽게 맞춰 버리기는 합니다만.

두 번째 단락 "소년 탐정단"은 금고를 열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내연남인 가야마씨 본가에서 찾는 내용입니다.

"소년 탐정단"의 이야기들과 흡사한 보물 찾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소개되는 책과 본편 내용이 비슷하게 일치하는 다른 비블리아 시리즈 단편과 유사합니다. 3권에서 시오리코와 문제가 있었던 고서당 히토리 서방의 주인과 가야마 나오미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해결하는 일상계스러운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씨가 활약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건 단점이네요. 가야마 나오미를 도발한 뒤 보물이 어디 있는지 찾게 만든다는, 홈즈 시리즈인 "보헤미아의 스캔들"과 동일한 트릭 외에는 특별한 추리가 선보이지는 않는 탓입니다. 더 중요한 초판본이 따로 숨겨져 있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한데 특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정도고요.

마지막 단락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금고를 여는 세가지 장벽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인 히라가나 암호를 맞추는 트릭이 핵심입니다. 또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가 전면에 등장하여 "과연 금고에 뭐가 들었을지?"를 주제로 시오리코의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라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야마씨 부친의 과거 직업과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원고에 얽혔던 사건을 엮어 이만큼이나 픽션을 짜 맞춘건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야마씨가 어떻게 썼을지도 좀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앞선 단락들 - 특히 첫 단락과 - 과 동일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일반 추리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란포의 데뷰작 "2전 동화"에 사용된 소품 및 암호, 그리고 란포가 초판 발행 시 범했던 실수까지 인용한 란포 매니아, 아니 란포광(狂)을 위한 트릭이거든요.

또 제가 싫어하는 시노카와 지에코가 실제로 등장해서 의도를 드러낸다는 내용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시오리코를 자신의 길로 유혹하기 위한 의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완벽한 최종 보스로 그려진 것에 비하면 계획이 너무 즉흥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럴 거였으면 본인이 금고를 연 뒤 원고를 갖고 도망치는게 시오리코를 더 자극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란포 작품들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 최초로 주요 등장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처음이라 더욱 반갑기도 했고요. 허나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너무나 없기에 감점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말으셔야 겠지만 단품으로서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덧 1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네요.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죠. 마침 시오리코씨가 극찬한만큼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딱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떤 점이 그렇게나 좋았을까요?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덧 2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2,3 역시 절판되었네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죠?

2023/07/29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 우타노 쇼고 / 이연승 : 별점 2점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 4점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우타노 쇼고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물. 이런 류의 기획물은 그리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원작을 이야기와 별 관계없이 무리하게 집어넣는 등 억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와 상관없는 독립된 작품으로 발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의자? 인간!>>
인기작가 스즈카는 창작 동반자였던 아키히로를 차버리고 부유한 간부급 공무원 하라구치와 결혼했다. 아키히로에게서 사람을 써서 접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그리고 5년 뒤, 아키히로가 문자를 보내왔다. 지난 5년간 그가 어떻게 복수를 계획하여 실행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는 스즈카의 소파 속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고, 스즈카가 문자를 보내자 정말로 소파 안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인간 의자>>에서 따 온 이야기. 의자 안에 남자가 들어간다는 설정을 따왔고, 비현실적인 인간 의자 제작과 안에 들어가는 과정, 방법에 대한 디테일은 유사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원작에서 인간 의자가 변태의 집요함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여기서는 복수를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스즈카가 궁지에 몰리는 심리 묘사도 범인의 서간문으로만 이루어진 원작과의 차이점인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결말로 이르는 빌드업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충분했고요.

다만 진상, 그리고 결말은 별로였습니다. 아키히로는 의자에 여벌 휴대폰을 넣어놓고 전화를 걸면 진동이 오게 했을 뿐으로 실제로 안에 들어가 있던건 스즈카의 남편 하라구치였다, 그래서 아키히로가 의자 안에 있다고 굳게 믿은 가즈키가 의자를 난도질해서 하라구치는 죽고 말았다는건데 억지스럽고 뻔했기 때문입니다. 아키히로가 "나를 죽이세요"라는 메시지를 이렇게나 장황하게 보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스마트 폰 속 여자와 여행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괴담물 (?). 현대 문명의 이기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일종의 다른 세계(사후 세계?)와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고 있는건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자신이 너무 사랑해서 죽여버린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인공지능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는 설정도 꽤 참신했습니다.

하지만 설정을 빼면 <<어느날 갑자기>> 등에 나오는 이야기와 다를게 없는 단순한 괴담에 불과합니다. 기승전결도 애매하고, 이야기에서 합리적인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는 탓입니다. 남자마저도 사후 세계에 속한 인물이라는 결말도 어정쩡했고요. 보다 독특한 반전 정도는 나와주는게 좋았을거에요. 환상 소설에 가까운 원작에 현대적인 설정을 덧붙였을 뿐, 새로움을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D의 살인 사건>>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이지만 주로 흥신소 의뢰로 먹고 사는)인 '나'는 도쿄 뒷골목 거리에서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친해진 초등학생 세이야와 함께였다. 피해자 노조미는 SM 플레이를 즐기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보였는데, 밀실에 가까왔고 접근 가능했던 인물들도 제한적이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세이야가 범인일 것이라 추리했다. 목격자 두명의 증언 - 범인이 입은 옷을 각각 주황색과 검은색이라고 다르게 말한 - 이 근거였다. 사건 당시 세이야가 입고있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티셔츠는 주황색과 검은색 양쪽 모두에 해당했기 때문이었다....


원작에서 다소 변태적인 성행위 도중 살해당한 피해자, 밀실에 가까운 현장, 범인의 옷을 서로 다르게 말하는 목격자라는 소재를 따 와서 현대적으로 재 구성한 작품.
'나'의 추리는 좋았습니다. 옆 건물과 좁게 붙어있던 창문으로 초등학생은 충분히 침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었고, 목격자의 증언이 달랐던 이유라며 제시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티셔츠도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 세이야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는건 솔직히 무리였습니다. 동기가 설명되지 못하니까요. '나'가 제시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가 살인까지 저질렀다는건 너무 억지스러웠습니다.
진상은 더 억지에요. HR 기기 등 가상 현실을 활용하여 변태적인 성행위를 즐기다가 사망했다는건데, 가상으로 채찍질 같은 자극을 주는 기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있다손 쳐도 사람이 죽을 정도의 충격을 줄 수는 없습니다. 안전 기준이라는게 있을테니까요. '비가시 광선' 때문에 옷이 두 가지 색깔로 보였다는 것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티셔츠만큼이나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요.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장비를 해체하고 숨겼다는 마사코의 행동도 말이 안됩니다. 그래봤자 SM플레이를 즐긴 흔적을 숨길 수는 없었거든요. 변태적인 성행위를 즐기다 '실수로' 죽었다는 것 보다는, 차라리 '살해당했다'는게 낫다고 여겼을 수는 있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 단순 변사가 살인 사건으로 확대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혹시라도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게되면 어쩔 셈이었을까요?
게다가 세이야가 '나'에게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나'에게 아동 성 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씌운다는 마지막 결말은 최악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배신감을 느꼈다는걸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뒤의 설득력없는 추리와 결말을 덧붙이지 말고, '나'의 추리로 이야기를 끝내는게 바람직했습니다. 동기만 좀 합리적으로 만들어서요. 이 인물 구도에서 합리적인 동기를 만드는건 불가능해보입니다만.

<<오세이 등장을 읽은 남자>>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어린 여성과 결혼 후 실직해 기둥서방처럼 얹혀사는 타로는 그 탓에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 고스케를 떠맡아 돌보게 되었다. 그게 끔찍하게 싫었던 타로는 란포의 소설 오세이 등장을 읽은 뒤, 고스케를 사고로 가장하여 살해할 음모를 꾸몄다. 소설처럼 고스케를 의류함에 넣고 질식사시킬 속셈이었다. 치매 탓에 유아 퇴행 현상을 일으키던 고스케가 했음직한 행동으로 의심을 살 이유는 없었다.
아내의 파리 출장에 맞춰 범행을 결의한 타로는 사전 조사차 직접 의류함 안에 들어갔다가 갇히고 말았다. 고스케가 별 생각없이 다른 물건들을 함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타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아내와 통화할 수 있었다. 아내는 직접 구조를 요청하겠으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타로가 나이가 많은 탓에 평소에 스마트폰에 대해 무지했고,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는 설정이 핵심입니다. 아내 유코가 원래 자기 것이었던 타로의 폰을 원격잠금하고, 회선도 정지시켜 통화를 못 하게 막아서 죽게 만든다는 트릭이 사용되었거든요.
이렇게 원작에 굉장히 충실한데다가, 나름의 트릭까지 사용된 점 만큼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유코가 타로에게 품었던 살의가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코가 진작부터 불륜을 저질러 왔다는 설명은 있는데, 이를 살의로 이어지게 만드는 설명은 좀 부족했어요.
치매 노인 탓에 의류함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늙은 치매 노인이 의류함 뚜껑 위에 무언가 덮어놓았다고 뚜껑을 열지 못한다? 저는 잘 와 닿지 않더라고요. 뭔가 다른 이유 - 자물쇠를 잠갔다던가 - 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치매 노인이 평소에 무언가를 잠그는 (?) 행동을 많이 했다는 식의 설명이 덧붙여졌다면 더욱 좋았을테고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해서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원작과도 유사하고, 현대적인 설정과 트릭을 효과적으로 사용한건 분명합니다. 수록작 중 베스트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치매 노인 관련된 복수극은 오가와라 히로시의 <<냉혹한 간병인>>이 아직까지는 최고네요.

<<붉은 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
붉은 방에 모여 일탈을 즐기는 일곱 명의 남자들.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상영되는 극장에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다. '죄를 물을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온 T역의 배우가 공포탄이 아닌 실탄에 맞은 사건이었다. 관객 중에 경찰이 있어서 곧바로 수사가 시작되었고, 관객들은 모두 중요 참고인이 되었는데....


사건도 연극의 일부로 마지막 공연에서 선보인 특별 부록이었다는 이야기.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관 투입과 수사가 지나칠 정도로 빨랐고, 이후의 과정이 모두 작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포일러를 막을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스포일러를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더 충격을 주려고 했다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흥분했던 관객이 무대로 난입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결말은 영 아니었습니다. 역시나 연극으로 여긴 관객의 반응 등 볼만한 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없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더 깔끔했을거에요. 이 결말 탓에 감점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

<<음울한 짐승의 환희>>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여자의 육체만 생각하는 변태였지만, 스스로를 철저하게 통제하여 교육자로 잘 살아오고 있었다. 어느날 산책 중 이상형인 여자 유키를 알게되어, 그녀가 운영하는 북유럽풍 잡화점 락카우스의 단골이 되었다.
그리고 두달 쯤 뒤, 내가 란포에 대해 잘 알고있다는걸 알게 된 유키가 도움을 청해왔다. 오에 슌데이라는 발신자가 트위터 DM으로 그녀에게 버림받았었는데, 그녀를 다시 발견하여 복수한다는 글과 에도가와 란포의 귀한 초판본, 그리고 그녀를 스토킹하는 글을 연달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짐작가는 사람이 없냐는 질문에 유키는 20년 전 사귀었던 여자 후배 가야코 이야기를 꺼냈다....


'그'라는 3인칭에서 '나'로, 다시 '그' 전환되는 시점이 급작스럽고 미묘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 의도인지, 번역 오류인지 헛갈리네요.
여튼 변태인 '그'가 카메라를 설치해 유키를 협박하는 한편, 착한 단골로 위장하여 조력자 위치에 올라가지만 유키에게 정체가 드러나버리는 일련의 과정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유키의 펜던트가 카메라였고, 그 때문에 '그'의 범행이 발각되는 결말은 억지스러웠습니다. 카메라를 몸에 달고다닐 이유가 딱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키가 알고보니 트랜스젠더라서 살해했다는 일종의 반전도 신선하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영화 <<크라잉 게임>>이 발표되었을 때 정도의 시기였다면 모르지만요. 지금은 그렇게 대단한 트릭이라고 보기는 힘들지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비인간적인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나는 마니와 가즈키를 유혹하다가 가즈키는 '시짱'이라는 피규어를 사랑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분노가 폭발한 나는 가즈키를 속여 집에 침입한 뒤 시짱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가즈키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신의 옷 주머니에 부서진 인형 머리가 들어 있었다고 했다.....
라는 증강현실 게임 엔딩을 접한 나는 다시 가즈키를 골라 게임을 시도했다. 그런 나를 방해한건 남편 가즈키였다. 게임에 빠진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가즈키와 다툼을 벌이다가 그를 살해하고 말았다.
출소 후 70세 노인과 혼인 관계를 맺고 조용히 살게 된 나는우연찮게 노인 스나무라 다케오에게 교도소 주문에 대해 털어놓았다. 노인은 혼자서 주문에 대해 조사한 뒤,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주문에 등장하는 단어는 모두 1990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이었고, 주문은 방송 채널 번호를 이용하는 암호문이었다. 암호문은 특정 지역을 의미했고, 노인은 그 곳에 무언가를 숨겼으며 그건 1990년에 일어났던 흉악한 강도사건의 절도품이라고 추리했다.
하지만 방문한 장소는 이미 신축 빌라가 들어서 있었다....


기괴한 사이버 애정극에서 시작해서 암호 해독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짤막한 쇼트쇼트 블랙 코미디로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 수록작 중 유일하게 원작을 접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호 해독은 재미있었습니다! 교도소에서 구전되는 '행운을 불러오는 주문'이 90년대 당시 TV 프로그램의 명칭이었다는 아이디어도 좋고, 이걸 어떻게 글자로 치환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잘 그려지고 있거든요. 노인은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끈기있게 도전하여 풀어낼 수 있었다는 설정도 좋고요. 암호문을 풀어낸 뒤, 암호문이 가리키는 장소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추리역시 합리적이었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를 조사해서 밝혀내는데 아주 그럴싸하게 설명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겁니다. 특히 화자인 유리나가 겪은 게임 속 사건이 그러합니다. 재미는 있는데, 암호 해독 이야기와 별로 관계는 없어요. 유리나가 감옥에 간 이유인 남편 살해 동기에 불과하거든요. 이렇게까지 펼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란포의 원작을 너무 의식한 것 같아요. '비인간적인 사랑'을 이렇게 무리하게 삽입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차라리 두 개로 분리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만큼 두 이야기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보물이라 생각했던 증권이 버블 지나면서 파산한 회사라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는 결말도 뜬금없었을 뿐더러,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결말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다른 설정은 다 없애고, 나이 많은 노인과 함께 사는 손녀딸이 교도소 자원 봉사를 갔다가 주문을 들었다는 정도로 풀어나가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이상한 설정과 앞과 뒤의 곁가지 이야기는 불필요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살해해서 복역 후 출소한 유리나가 오갈데 없어서 나이 많은 노인과 결혼했다는 설정은 의아했습니다. 아무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라도, 남편 살인범과 함께 살고 싶을까요? 젊은 여자가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상황인지 궁금해집니다.

2023/05/25

에도가와 란포상 베스트 10 :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미스터리로의 초대장 - 柳町正蔵

일본의 주간지 MONO에서 연재되는 柳町正蔵의 미스터리 관련 칼럼인 '미스터리 캐스킷 (ミステリー・キャスケット)' 지난 과월호를 읽다보니 재미있는 주제가 있어 번역해 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엉망인 번역이지만, 모쪼록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매년 여름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9월 중순, 「에도가와 란포상」수상작이 서점에 진열된다 (올해는 제반 사정으로 9월 말이었다). 내 생일 가까운 날짜인 탓에, 발표와 동시에 일찌감치 수상작을 사서 읽는건 매년 개인적인 행사로 삼고 있다. 만약 그 해 작품이 별로라면 그 해 전체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올해로 제66회를 헤아리는 이 상은 1954년 에도가와 란포가 창설했으며, 3회부터 신작 장편소설을 모집해서 최종 후보 4, 5편 중 베테랑 작가 5명이 선정한 최고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는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일반 모집 형태라 이미 작가로서 데뷔한 사람도 응모할 수 있으므로, 특정 해에는 고급스러운 작품이 많이 응모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신인 추리작가의 등용문적 성격이 강하다. 주요 수상작가로는 니시무라 쿄타로, 모리무라 세이이치, 쿠리모토 카오루, 히가시노 게이고, 이케이도 준 등 당대의 빅네임이 줄을 잇는다. 야마무라 미사나츠키 시즈코는 몇 번이나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고, 나카이 히데오의 대표작 「허무에의 제물」도 수상을 놓쳤을 정도이다. 지금은 예전만큼 주목도가 높지는 않지만 수상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건 분명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미스터리계 최고의 어워드 중 하나이다.
그럼 여기서 2020년까지의 수상작 총 71편 중 (1957년~2020년. 수상작 없음이 4회. 2편 수상이 11회)  완전히 개인적인 「란포상 수상작 베스트 10」을 선정해본다.

「란포상 수상작 베스트 10」
  • 제10위 「고양이는 알고 있다니키 에츠코 (제3회/1957년). 쇼와 30년 당시, 추리 소설 팬을 10배로 불렸다는 일본의 크리스티의 라이트 미스터리.
  • 제9위 「천사의 나이프야쿠마루 가쿠 (제51회/2005년). 예선부터 최종 심사까지 거의 일사천리로 수상한, 소년법 본연의 자세를 묻는 사회파 문제작.
  • 제8위 「어둠 속에 풍기는 거짓말」시모무라 아츠시 (제60회 / 2014년). 시력을 잃은 남자가 친형 출생의 비밀을 쫓는 서스펜스. 10년에 한 번 있는 걸작이라는 평판.
  • 제7위「암갈색 파스텔」오카지마 후타리 (제28회/1982년). 2인조 작가의 경마 미스터리. 아마추어 여성 탐정 콤비의 활약이 신선!
  • 제6위 「샤라쿠 살인 사건」타카하시 카쓰히코 (제29회/1983년). 수수께끼에 싸인 전설의 우키요에 화가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는 와중에, 학계에 소용돌이치는 권력과 욕망을 그리다.
  • 제5위 「거대한 환영」 도가와 마사코(제8회/1962년). 남자 엄금의 아파트에서 전개되는 인간군상. 란포상 사상 최고 걸작으로 불리는 스릴러.
  • 제4위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19회/1973년).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작가를 지향하는 계기가 된, 어두우면서도 경쾌한 청춘 추리물의 금자탑.
  • 제3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회/1995년). 일본인 감성의 하드보일드. 주인공 바텐더가 만드는 핫도그가 맛있을 것 같다.
  • 제2위「13계단」타카노 카즈아키 (제44회 / 2001년).  가석방중인 청년과 고독한 교도관이 사형수의 누명 벗기기에 도전하다. 긴박한 타임 리미트가 존재.
  • 제1위「사루마루 환시행」이자와 모토히코 (제26회/1980년) 현대의 대학생이 젊은 날의 오리구치 노부오와 함께 펼쳐나가는 SF+역사+암호가 뒤섞인 전기 미스테리.
'사루마루 환시행'은 그 시마다 쇼지의 명작 '점성술 살인사건'을 이긴 수상이라는 훈장도 받았다.
일본 추리 작가 협회의 사이트에는 심사위원의 선정평이 실려 있어, 선택된 포인트를 잘 알 수 있다 (단 스포 주의). 선정평이 매서운 것은 매번 있는 일로, 특히 낙선작에는 "추리소설로 통하지 않는다.", "설명이 너무 서툴다." "응모자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다." 등 재기불능이 될 것 같은 신랄한 코멘트가 많다. 수상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은 물론이고 심사위원과의 궁합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4/07/15

괴인 20면상 / 소년 탐정단 - 에도가와 란포 : 별점 2점

이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변격물에서 벗어나 아동 취향 소설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당대 소년소녀들에게 초인기이었으며 현재까지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는 “20면상”이라는 괴도와 “고바야시 소년”, “탐정의 7가지 도구” 등이 처음으로 등장하죠. 관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원어 소설을 구입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추리문고로 간행된 책으로 아마노 요시타카가 일러스트를 맡았죠. 일어실력이 부족해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동향 책이라 그런대로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구한 만화가 두꺼운 장편인 소설대비 내용 축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둥 줄거리는 잘 따라가고 있어서 함께 읽으니 서로 보완이 되어서 좋았어요.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만화가 이해가 훨씬 잘 되니까요.
<괴인 20면상>
대부호 하시다 가문에서 입수한 “로마노프 황제의 6개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20면상이 범행 예고장을 보낸다. 하시다 가문은 경비 강화는 물론 오랫동안 가출하여 외국에서 생활한 장남 소우이치의 귀국까지 겹쳐 부산한 나날을 보낸다. 소우이치는 장남으로서 20면상이 예고한 날에 같이 보석을 지킬 것을 아버지에게 약속하지만, 실은 그가 변장의 명수 괴인 20면상이었다! 20면상은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던 중 둘째아들 소우지가 몰래 설치한 덫에 걸려 상처를 입자 보복으로 소우지를 납치한다.
이에 하시다 가문은 명탐정 “아케치 고코로”에게 소우지 구출을 의뢰하게 된다. 아케치의 부재로 임시로 사건을 맡게 된 조수 고바야시 소년이 소우지를 구출하지만, 대신 20면상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소년 탐정단>
할아버지의 유산인 저택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 미야세 후지오에게 한밤 중에 괴한이 찾아와 침대를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한다. 후지오의 아버지와 가정부는 연극이라 여기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케치 고코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아케치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5+3, 13-2”라는 수수께끼의 문자를 토대로 미야세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

일단 “괴인 20면상”은 모험소설적인 측면이 강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추리적인 요소는 별로 없네요. 란포 자신도 쉽게 쉽게 쓴 느낌이고 말이죠. 란포 특유의 변격물 취향이 어느정도 풍기는 20면상의 분위기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 이었습니다. 20면상이 치밀하거나 완벽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변장의 괴물”같은 묘사로만 이루어진 점이라던가, 아케치 고코로와 20면상 모두 고바야시 소년의 들러리 역할만 한다던가, 지나치게 뤼뺑-홈즈의 스타일을 차용한 점 등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하면 “소년 탐정단”은 아동 모험소설 류의 묘사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란포 특유의 묘사와 암호 트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상당히 추리성이 강해서 훨씬 낫더군요. 특히 초반부의 암호 트릭은 제법 괜찮았어요. 한마디로 아동 모험소설과 추리소설과의 절충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낸 작품이랄까요?
그러나 중반 이후의 섬에서의 보물의 위치를 찾는 트릭은 란포의 전작 “고도의 마인”에 등장한 트릭을 아동 눈높이에 맞춰 고쳐쓴 것에 불과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고 기본적으로 아동용 소설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끊임없이 패러디되는 란포의 캐릭터들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낡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한국어판의 출판을 기대해 봅니다.

2023/04/22

침저어 - 소네 게이스케 / 권일영 : 별점 2.5점

침저어 - 6점
소네 게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예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사 2과 소속 후와 경부보는 일본의 국회의원인 중국 공작원 - '침저어' - 멕베스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수사에 가담했다. 곧 거물 정치인 아쿠타가와 의원이 유력한 멕베스 후보로 떠올랐다. 아쿠타가와의 비서 이토 마리가 중국 공작원으로 의심받는 우춘시엔과 만났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이토 마리가 실종되었고, 그녀의 노트북에서는 비밀 문서인 요코다 페이퍼까지 발견되어 혐의는 더 짙어졌다.
망명 요청을 한 중국 외교관 류잉캉의 증언으로 후와는 멕베스는 조작이라 여기게 되었지만, 수사본부를 장악한 고미 일당은 아쿠타가와가 멕베스이며, 후와는 중국 밀정인 두더쥐로 생각했다. 후와는 어쩔 수 없이 멕베스 사건 지휘자 도쓰이 관리관에게 직접 보고했고, 류잉캉의 증언으로 또다른 거물급 정보원 '시벨리우스'를 체포해서 멕베스 조작설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고미는 직접 류잉캉을 심문하러 나섰지만, 중국 공작원들에게 습격당해 류잉캉은 빼앗기고, 고미마저 치명상을 입었다. 후와의 직속 후배이자 부하 와카바야시는 이 사건이 자기 탓이라 자책했고, 그가 두더쥐였다는게 밝혀졌다.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포섭되었었다. 그리고 사라져버린 와카바야시의 행방을 찾는 무리에 후와마저 납치당했다.
풀려난 후와는 도쓰이 관리관에게 베이징의 책략을 폭로했다. 알고보니 멕베스는 아쿠타가와 겐타로가 맞았고, 류잉캉의 증언을 포함한 모든 건 이를 들통나지 않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첩보 미스터리. 일본에서 국제적인 정보전이 펼쳐진다는 설정이 특이했는데, 흡입력은 상당합니다. 거물 공작원 멕베스가 누구인지, 멕베스의 존재 자체가 가짜가 아닌지, 경찰 내부의 두더쥐는 누구인지 등 다양한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입법부와 경찰 조직간의 역학 관계, 고미 일당과 후와 경부보간의 알력 다툼 등 여러 갈등도 재미를 더해주고요.

하지만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에서 헛점이 느껴지는건 아쉽습니다. 우선, '멕베스'의 존재가 드러난건 수사본부 발족 2개월 전 미국에 망명했던 중국 고위층 인물 후샤오밍의 증언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 증언 자체가 가짜라고 여기게끔 공작을 벌이고요. 그래서 류잉캉에게 거짓 증언을 시켰죠. 목적은 당연히 멕베스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첫 번째는 왜 아쿠타카와의 비서 이토 마리가 우춘시엔과 만나는걸 방치했냐는 것입니다. 수사가 2개월 뒤에 시작되었으니, 이 만남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멕베스가 아쿠타카와가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그건 조작이었다!'보다는 '멕베스는 조작으로 누구인지 실체가 없다!' 쪽이 훨씬 안전한 선택입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왜 이토 마리를 납치해서 살해하고 노트북에 비밀 서류가 있다고 조작했냐는 것입니다. 마리는 중국이 죽인걸로 보이는데, 앞서 말했듯 중국은 멕베스라는 존재 자체가 가짜라고 여기게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쿠타카와가 의심을 살 단서를 조작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래서야 아쿠타카와에게 수사가 집중될 뿐입니다. 게다가 이토 마리의 만남은 후와의 수사로 문제가 없다는게 밝혀졌습니다. 자료는 '두더쥐' 와카바야시에게 넘겨주었으니 중국도 그 사실을 입수할 수 있었고요. 도대체 중국은 무슨 생각이었던걸까요?
일본측 목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아쿠타카와가 멕베스라는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쿠타가와는 이중 스파이였으니까요. 수사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이 이상하게 여길테니 외사과를 투입하기는 했지만, 아쿠타가와의 정체가 드러날 수사를 진행할 필요는 없었어요. 드러난 증거로 소모적인 수사만 시키다가, 멕베스가 조작된 정보라는 것만 고미 일당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수사본부를 해산하면 됐습니다. 물론 이토 마리가 실종되고 노트북에서 기밀 정보가 발견된 이상, 누가 보아도 아쿠타카와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사를 중지시키는건 어려워졌긴 했습니다만. 더더욱 중국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지는군요.
차라리 멕베스는 다른 누군가라고 후샤오밍이 명확하게 말했고, 중국은 그 사실을 숨기려고 "멕베스는 아쿠타카와다!"라고 속이기 위한 작전을 펼쳤으며, 일본은 "아니, 우리는 차라리 후샤오밍의 증언 자체가 조작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래"라고 받아치다가 후와에 의해 "알고보니 멕베스는 OOO이었다!"라고 드러나는 전개가 단순하지만 더 설득력있었을 겁니다.

이런 알 수 없는 양국 행태에 비하면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와카바야시의 두더쥐 활동은 차라리 깔끔한 편이기는 합니다. 일본측 - 도쓰이 관리관 - 이 와카바야시도 이중 스파이로 이용했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았고요. 문제는 와카바야시를 커뮤니케이션이 지극히 떨어지는 기묘한 인물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도무지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인물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후와 경부보는 일본 하드보일드물에 흔하디 흔한 한 마리 고독한 늑대, 고미 일당은 전형적인 깡패 형사들이고 그 외 인물들도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운 탓입니다. 모든걸 알아챈 후와가 지인이자 어둠의 실력자 왕 영감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사라지면서, 뭔가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단점을 잔뜩 언급하기는 했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첩보물로의 미덕은 잘 살아있고요. 란포상 수상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재미삼아 한 번 읽어볼 만은 합니다. 

덧붙이자면, 뒤에 함께 수록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소감이 놀랍습니다. 작가는 명문대 와세다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그 이유가 "빤한 인생을 살기 싫다" 였다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망해가는 사우나, 어두컴컴한 만화 카페 등에서 일했고 만화 카페에서조차 급여와 직책이 오르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껴 사표를 냈다니 놀랍습니다. 1967년 생이니 이런 결심을 했을 때에는 이미 일본에서도 버블 경제는 끝나서 그렇게 만만한 삶을 살기는 힘들었을텐데 말이지요. 또 정작 발표한 작품은 비교적 뻔하다는걸 보면 인생관, 가치관과 결과물이 비례하는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2022/01/08

악마의 문장 - 에도가와 란포 / 주자덕 : 별점 1점

악마의 문장 - 2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아프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제당 주식회사 대표 가와테 쇼타로 씨는 일족 모두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명탐정 법의학자 무나가타 류이치로 박사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두 딸이 차례로 살해당한 뒤 가와테 쇼타로 씨 마저도 은신처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곳곳에 '3중 소용돌이 지문'의 흔적을 남긴 범인에 의해서였다. 특히 첫째 딸 다에코는 저택 주변에는 형사가, 잠긴 방 창문과 출입문은 박사와 조수가 직접 보초를 섰는데도 불구하고, 깜쪽같이 방에서 사라진 후 유령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유령의 집에서 박사에게 쫓기던 범인은 박사의 조수 코이케도 살해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완전 포위되었지만 끝내 거울의 방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스미다강에서 보트 놀이하던 남녀가 우연히 잘린 손가락을 발견한걸 계기로, 박사는 기타조노 류코가 사건에 관계가 있다는걸 추리해 냈다. 도주한 그녀의 은신처를 밝혀낸 박사는 추격 끝에 그녀를 사로잡지만 결국 그녀는 물론, 진범으로 생각되는 안대를 한 남자 역시 자살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수사과장, 나타무라 경감, 형사부장과 무나카타 박사, 아케치 코고로가 함께 한 사건 마무리 축하 연회에서, 아케치는 자신이 추리한 진짜 사건의 진상을 펼쳐 보이는데...

대담하면서도 스케일 크고, 기묘하면서도 변태스럽기까지한 범행이 연이어 등장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에도가와 란포 스타일의 장편입니다. '3중 소용돌이 지문'은 이 작품을 읽기 전에도 워낙에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불가능 범죄가 많이 등장하는 덕분에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부분이 제법 됩니다. 다에코 소실 사건을 빈 침대와 연결하여 풀어내는 과정이라던가, 거울의 방 소실 트릭을 통해, 무나카타 박사가 진범이라는걸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죠. 

무나카타 박사가 기타조노 류코를 포박하고 경찰에 연락한 뒤 돌아와보니 그녀가 끈을 끊고 자결했던 상황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던 아케치 코고로의 추리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끈을 먼저 끊었다면 도망치는게 타당했고, 누군가 살해했다면 끈을 끊을 이유는 없었다는건 당연하니까요. 박사가 손가락을 싸고 있는 신문지와 손수건으로 류코의 거처를 알아냈다던가, 류코가 도주 전 대량의 식재료를 배달받았다는걸 근거로 자택 다락에 은신하고 있다는걸 추리해내는 등의 소소한 추리들도 괜찮습니다. 

3중 소용돌이 지문을 일종의 아이콘처럼 활용하고 있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문이 찍힐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문이 발견되도록 만들어서 범인이 전능하다는걸 드러내는 연출도 좋았고, 무고했던 류코가 3중 소용돌이 지문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녀가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는 범인의 계획도 그럴듯했거든요.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의 활약도 팬으로서는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연극적인 상황을 지나치게 많이 연출하고 있는건 문제입니다. 이야기에 별 상관도 없고, 설득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들일 뿐인 탓입니다. 가와테의 두 딸 시체를 '인체 전시회'와 '유령의 집'에 각각 전시하듯 유기한 상황부터가 그러합니다. 범인이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은 하나도 없는 불필요하며 불합리한 행동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유령의 집에 시체를 유기하려다가 경찰에 포위되었고, 그래서 정체가 드러날 빌미를 아케치 코고로에게 제공했을 뿐이니 이는 완전한 패착이었습니다. 완전 포위당한 거울의 방에 갖혀있던 범인이 사라지고, 박사 튀어나왔다는건 박사가 범인이라는거니까요. 이 소실 트릭이 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등장했더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범인의 억지 연출로 자기 무덤을 판 것에 지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애초에 복수 대상이었던 가와테 쇼타로가 사건 수사를 범인인 박사에게 의뢰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완전범죄로 죽이면 되는데, 왜 자기 정체가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충직한 조수마저 죽게 만들면서까지 억지 상황을 연출하면서 복수를 질질 끌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합니다. 이런 연출로 박사가 얻은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아케치 코고로에 버금간다는 명탐정이었던 박사의 명성에 흠집만 났을 뿐이에요.

또 이 상황에서 묘사되는 유령의 집 가짜 시체와 여러 장치들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재현이 불가했을 장치들이라 완전 억지에 불과했습니다. 거울의 방 묘사는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되던 그대로라 지겨웠고요. 이야기와는 아예 상관없는 쓸데없는 내용이 이렇게까지 길게 묘사될 이유도 없었어요. 쇼타로의 은신처에서 그를 죽이기 전 복수의 이유인 쇼타로의 아버지 가와테 쇼베가 저질렀던 악행을 연극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묘사도 억지스럽고 불필요한건 마찬가지고요. 이런 묘사들은 아마 당시 잡지 연재를 하면서, 매 편마다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불러 일으키기위해 자극적인 묘사로 채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연재 시 분량을 늘여 원고료를 더 받기 위한 얄팍한 술책도 한 몫했을테고요. 문제는 이걸 하나의 책으로 묶어 보니, 과하고 불필요한 묘사만 가득차 버리고 말았다는거지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낡기만 했을 뿐, 특별한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잊혀져도 무방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25/09/05

전원 범인, 하지만 피해자, 게다가 탐정 - 시모무라 아쓰시 / 남소현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카가와에서 만든 전기 자전거의 결함으로 사람이 죽은 뒤, 회사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그 때문인지 시카가와 사장이 목을 매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사장과 관계가 있는 일곱 명의 남녀가 한 폐쇄 공간에 갇혔다. 그들을 가둔 '게임 마스터'는 그들 중 시카가와 사장을 죽인 범인만 살려주겠다며 48시간을 주었다. 사고를 기사화하며 시카가와를 비난했던 기자 카미사와, 피해자 대표 유메코, 사장의 아내 카나에, 시카가와의 부장 린도와 과장 이시와다, 사장의 운전사 쿠라모치와 청소부 하야시의 일곱 명은 서로 자신이 범인이라며 지은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 시모무라 아쓰시의 장편입니다. 

닫힌 공간, 클로즈드 써클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건  "방주"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전원 범인, 하지만 피해자, 게다가 탐정"이라는 제목의 상황을 잘 구현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줄거리의 상황에 놓인 탓에, 일곱 명의 시카가와 사장 관계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각자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보도, 증거 날조, 거짓 증언 등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주어서 사장을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했지만, 자연스럽게 사장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자신이 살해했다는 자백으로 이어지지요. 즉 모두가 '범인'입니다. 그러나 자백한 사람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 자백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자백을 격파하여, 자연스럽게 탐정 역할을 분담하게 됩니다. 즉, 모두가 '탐정'인 거지요. 마지막에는 한 명만 살아남고 전부 죽음으로써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추리적인 부분도 흥미를 자아냅니다. 시카가와 사장의 사망은 그의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이 사무실은 항상 CCTV로 감시되고 있었기에 자살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범인이 되기 위해서는 밀실 살인을 일으켰어야 했기 때문에,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파헤쳐나가게 됩니다. 처음에 CCTV를 피해 사무실에 들어간 트릭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사장을 살해했고, 어떻게 나왔는지를 다른 사람의 자백을 들은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은 더 정교한 트릭을 구성해서 '내가 진짜 범인이다'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요. 여러 명의 추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독 초콜릿 사건"도 떠오르네요.
진범이 사용했다고 여겨지는 트릭도 단순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만족스럽습니다. 사장실 문을 열면 CCTV가 가려져 사각지대가 생기고, 탈출할 때는 녹화를 약 30초간 멈춘 뒤 재개되도록 설정(여러 시간 동안 동일한 장면만 촬영한터라, 조사하는 사람도 배속 재생해서 보기 때문에 30초는 눈치채기 어렵다)해서 그 사이에 탈출했다는 트릭입니다. 두 개 모두 기술적으로 과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의 자백에서도 유메코가 주장한 '냉장고에 숨어 있었다'는 트릭은 기발했습니다.

아울러 유일하게 실질적인 죄를 짓지 않은 카미사와(과장되게 비난했고, 정보 제공자 쿠라모치에게 금품을 건넨 실수는 했지만 보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죄를 지어서 죽었다는 결말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스러웠다는 점에서 고전 추리 소설에 대한 오마쥬 느낌도 전해줍니다. 작가의 전작도 다른 작품의 영향이 짙게 느껴졌는데, 이런 스타일의 작법을 즐겨 하나 보네요.

하지만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탓입니다. 일곱 명이나 되는 성인들이 선뜻 폐쇄 공간에 모여 무려 이틀 동안이나 목숨을 건 추리 게임을 펼친다는게 과연 현대 사회에서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핸드폰 전파 신호가 닿지 않는다는 것 부터가 억지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중간에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난입, 현재 진행 중인 게임이 알고보니 경찰이 탐정들을 고용해 만든 '연극 무대'라는 설정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불필요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가상가족놀이"와 흡사한 설정인데 그만큼의 동기나 반전이 있지도 않습니다. 연극이라는 장치는 빼고 진짜 게임으로 밀고 가는게 훨씬 더 긴장감 넘쳤을 겁니다.
게다가 연극 속에서 등장한 카미시마가 사실 진짜 사장이었고, 사망한 인물은 사장의 쌍둥이 동생이었다는 결말은 억지의 화룡점정입니다. 경찰 수사를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닌가요? 카미시마가 다른 피해자들을 단검으로 살해해서 살아남았는데, 이를 린도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진상도 불필요한건 마찬가지고요.  

설명도 부족합니다. 일곱 명이 시카가와 사장이 무고하게 비난받게 된 원흉이라는걸 시카가와 사장이 알아낸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아내의 불륜, 회사 과장 이시와다의 거짓 증언, 운전사 쿠라모치의 증거 조작은 알 수 있었다고 해도, 하야시의 경우는 실제로 크게 드러난 잘못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대표 유메코의 아버지가 실제로는 자전거 결함으로 죽은게 아니었다는 것, 카나에의 불륜 상대가 린도였다는 것 역시 알아내기 어렵고요.
작 중에서는 그들을 가둔 건물을 사장실 구조로 만든게 아니라, 그 건물 구조로 사장실을 리모델링했다고 설명되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을 들여 몰래 이런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한참 회사가 비난받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의 구조나 설정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인 전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결말은 억지스러운 반전이 도드라집니다. 흥미는 있지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작가 작품은 다시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