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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IMBA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

미국 독립 미스터리 전문 서점 협회(Independent Mystery Booksellers Association)의 회원들이 선정한 20세기의 미스터리 소설 100선입니다.
출처는 dcinside 추리소설 갤러리입니다. 원글은 이 곳에서 확인하세요.

100편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은 모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The Tiger in the Smoke - 마저리 앨링엄 (Allingham, Margery) (1952)
4. Aunt Dimity's Death - 낸시 애서튼 (Atherton, Nancy) (1992)
5. In the Heat of the Night - 존 볼 (Ball, John) (1965) / 국내 출간: 밤의 열기 속에서 (하서출판사)
6. Sheer Torture - 로버트 버나드 (Barnard, Robert) (1982)
7. Track of the Cat - 네바다 바 (Barr, Nevada) (1993)
8. The Beast Must Die - 니콜라스 블레이크 (Blake, Nicholas) (1938) / 국내 출간: 야수는 죽어야 한다 (황금가지)
9.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 로렌스 블록 (Block, Lawrence) (1986)
11. The Fabulous Clipjoint - 프레드릭 브라운 (Brown, Fredric) (1947)
12. The Thirty-Nine Steps - 존 버컨 (Buchan, John) (1915) / 국내 출간: 39계단 (문예출판사)
13. Black Cherry Blues - 제임스 리 버크 (Burke, James Lee) (1989)
15. The Thin Woman - 도로시 캔넬 (Cannell, Dorothy) (1984)
17. Thus Was Adonis Murderd - 새라 코드웰 (Caudwell, Sarah) (1981)
18. The Big Sleep - 레이먼드 챈들러 (Chandler, Raymond) (1939) / 국내 출간: 빅 슬립 (문학동네)
19.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애거서 크리스티 (Christie, Agatha) (1926) / 국내 출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황금가지)
20.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Connelly, Michael) (1994) / 국내 출간: 콘크리트 블론드 (알에이치코리아)
21.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 K. C. 콘스탄틴 (Constantine, K. C.) (1982)
22. The Monkey's Raincoat - 로버트 크레이스 (Crais, Robert) (1987) / 국내 출간: 몽키스 레인코트 (노블마인)
23. The Moving Toyshop - 에드먼드 크리스핀 (Crispin, Edmund) (1946)
24. Dreaming of the Bones - 데보라 크롬비 (Crombie, Deborah) (1997)
25. The Last Good Kiss - 제임스 크럼리 (Crumley, James) (1978)
26. The Yellow Room Conspiracy - 피터 디킨슨 (Dickinson, Peter) (1994)
29. Booked to Die - 존 더닝 (Dunning, John) (1992)
30. Old Bones - 아론 엘킨스 (Elkins, Aaron) (1987)
32. Time and Again - 잭 피니 (Finney, Jack) (1970)
33. Who in Hell Is Wanda Fuca? - G. M. 포드 (Frod, G. M.) (1995)
35. The Hours Before Dawn - 실리아 프렘린 (Fremlin, Celia) (1958)
36. A Great Deliverance - 엘리자베스 조지 (George, Elizabeth) (1988) / 국내 출간: 성스러운 살인 (현대문학)
37. Smallbone Deceased - 마이클 길버트 (Gilbert, Michael) (1950)
38. “A" Is for Alibi - 수 그래프턴 (Grafton, Sue) (1982) / 국내 출간: 여형사 K (큰나무)
39.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 캐롤라인 그레이엄 (Graham, Caroline) (1987)
40.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 마사 그라임즈 (Grimes, Martha) (1981)
43. 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Harris, Thomas) (1988) / 국내 출간: 양들의 침묵 (나무의철학)
44. Tourist Season - 칼 하이어센 (Hiaasen, Carl) (1986)
46.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Hill, Reginald) (1998)
47. A Thief of Time - 토니 힐러먼 (Hillerman, Tony) (1988) / 국내 출간: 시간의 도둑 (고려원미디어)
48. Cotton Comes to Harlem - 체스터 하임즈 (Himes, Chester) (1964)
49. Hamlet, Revenge! - 마이클 이네스 (Innes, Michael) (1937)
53. When the Bough Breaks - 조너선 켈러먼 (Kellerman, Jonathan) (1985) / 국내 출간: 큰 가지가 부러질 때 (청담문학사)
54. The Beekeeper's Apprentice - 로리 킹 (King, Laurie) (1994)
55. Dark Nantucket Noon - 제인 랭턴 (Langton, Jane) (1975)
57.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Lee, Harper) (1960) / 국내 출간: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59. Get Shorty - 엘모어 레너드 (Leonard, Elmore) (1990)
60. Sleeping Dog - 딕 록티 (Lochte, Dick) (1985)
61. Rough Cider - 피터 러브시 (Lovesy, Peter) (1986)
63.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 필립 맥도널드 (MacDonald, Philip) (1959)
65. Bootlegger's Daughter - 마거릿 마론 (Maron, Margaret) (1992)
66. Death of a Peer - 나이오 마시 (Marsh, Ngaio) (1940)
67. Sadie When She Died - 에드 맥베인 (McBain, Ed) (1972)
68. The Sunday Hangman - 제임스 매클루어 (McClure, James) (1977)
69. If I Ever Rreturn, Pretty Peggy-O - 섀린 매크럼 (McCrumb, Sharyn) (1990)
70. A Stranger in My Grave - 마거릿 밀러 (Miller, Margaret) (1960) / 내 출간: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71. Devil in a Blue Dress - 월터 모즐리 (Mosley, Walter) (1988)
72. Edwin of the Iron Shoes - 마르샤 물러 (Muller, Marcia) (1977) / 국내 출간: 세계 여성 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쇠구두를 신은 에드윈’ (고려원미디어)
73. Death's Bright Angel - 자넷 닐 (Neel, Janet) (1988)
74. Mallory's Oracle - 캐럴 오코넬 (O'Connell, Carol) (1994)
75. Child of Silence - 애비게일 파젯 (Padgett, Abigail) (1993)
76. Deadlock - 새라 패러츠키 (Paretsky, Sara) (1984)
77. Looking for Rachel Wallace - 로버트 파커 (Parker, Robert) (1980)
79. Vanishing Act - 토머스 페리 (Perry, Thomas) (1995)
80. Crocodile on the Sandback - 엘리자베스 피터스 (Peters, Elizabeth) (1975)
81. One Corpse Too Many - 엘리스 피터스 (Peters, Ellis) (1979) / 국내 출간: 99번째 주검 (북하우스)
82. Blue Lonesome - 빌 프론지니 (Pronzini, Bill) (1995)
84. No More Dying Then - 루스 렌델 (Rendell, Ruth) (1971)
85. The Wrong Murder - 크레이그 라이스 (Rice, Craig) (1940)
87. Blood at the Root - 피터 로빈슨 (Robinson, Peter) (1997)
89. A Broken Vessel - 케이트 로스 (Ross, Kate) (1994)
90. Concourse - S. J. 로잰 (Rozan, S. J.) (1995)
91. Murder Must Advertise - 도로시 L. 세이어즈 (Sayers, Dorothy L.) (1933) / 국내 출간: 살인은 광고된다 (블루프린트) (ebook), 광고하는 살인 (동안)
95. Chinaman's Chance - 로스 토머스 (Thomas, Ross) (1978)
96. A Test of Wills - 찰스 토드 (Todd, Charles) (1996)
98. The Sands of Windee - 아서 업필드 (Upfield, Arthur) (1931)
100. Sanibel Flats - 랜디 웨인 화이트 (White, Randy Wayne) (1990)

다른 유사 리스트와 구분되는 특징이라면 한 작가 당 하나의 작품만 꼽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개되는 작가들이 다른 리스트에 비하면 훨씬 많고, 다른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 - 예를 들자면 "스트라이크 살인" - 도 눈에 뜨이지요.

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 작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단점이 큽니다. 몇 안되는 유럽 작품에 "뒤마 클럽"이 속한 것도 납득불가고요. 작가별 대표작들도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87분서 시리즈'라면 당연히 "살의의 쐐기"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요? 온갖 하드보일드 작품들을 망라하면서 정작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 없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참고 수준에 그칠 리스트입니다. 어차피 작품 선정 기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요.

2024/01/27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을 위한 뷔페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 권도희 : 별점 2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을 위한 뷔페 - 4점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지음, 권도희 옮김/엘릭시르

"녹색은 위험", "제제벨의 죽음"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단편집. 5부 구성으로 모두 1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통 본격물, 범죄물,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등으로 수록작 장르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정통 본격물의 비중은 무척 적은 탓입니다. 트릭도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추리도 억지스러워서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주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요. '기묘한 맛' 장르 느낌으로 마지막 한 줄, 한 문단으로 반전의 매력을 전해주려고 노력한 티는 역력하지만 이 역시 모두 성공한건 아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5부 구성도 1부 코크릴 칵테일을 코크릴 경감 시리즈로만 모아 놓았다는 것 외에는 어떤 의도로 분류하여 구성되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살인 게임"은 앙트레로 묶기 어려운, 이 단편집 최고의 메인 요리라 생각되거든요. 오히려 앙트레 선택에 5부 블랙 커피에 수록된 심리물들을 포함시키고, 범죄물을 메인 요리로 묶어 구성하는게 더 일목요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범죄물도 심리 묘사가 중심이거나 조금 가벼운 이야기와 묵직한 본격물을 구분하여 배치하고요. 제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아페리티프(식전주) : 코크릴 칵테일
"사건이 막을 내린 뒤에"
"피를 나눈 형제"
* 기존 구성에서 코크릴 경감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 한 편, 그리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정.

2부 앙트레 선택
"이 집에 축복을"
"수군거림"
"발코니에서"
"더이상 5월 축제는 없다......"
* 심리 묘사 중심의 작품들로 구성.

3부 르 푸아송 (생선 요리)
"말벌집"
"너무나 괜찮은 사람"
"신의 힘"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 말벌집은 '굴'이 사용되어서 생선 요리로 분류했고 다른 작품들은 심리 중심의 범죄물들.

4부 리플렛 프로스펠 (메인 요리)
"살인 게임"
"희생양"
"여기 잠들다"
"회전 목마"
정통 본격 추리 범죄물들.

5부 데세르 (디저트)
"스코틀랜드에서 온 조카딸"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

6부 블랙 커피
"잔 속에 든 독"
도서 추리물로 '커피'가 핵심 소재라는 점에서 블랙 커피로 분류.


마지막으로 수록작들의 간략한 리뷰는 아래에 요약하였습니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읽으시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부 코크릴 칵테일.
코크릴 경감이 활약하는, 늙은 형사의 회고담인 "사건이 막을 내린 뒤에", 뺑소니 살인과 정부 살인 사건을 저지른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인 "피를 나눈 형제", 성질 고약한 부자 노인이 후처를 맞은 결혼식 날 독살당한다는 "말벌집", 남편의 정부라고 주장하는 여자를 독살한 아내 시점의 도서 추리 소설 "잔 속에 든 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범인의 조작을 코크릴 경감이 간파한다는 작품들로 "사건이 막을 내린 뒤에"에서는 유명 극단의 톱 스타 주연 배우 제임스 드래건의 아내가 살해당했는데, 극단 배우들이 모두 나서 경찰 앞에서 연극을 펼칩니다. 이를 통해 제임스 드래건이 경찰에 연행되지만, 알고보니 범인이 제임스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 아서 드래건이었다는게 밝혀집니다.
"피를 나눈 형제"에서는 쌍둥이 형제 둘 중의 한 명이 범인이고, 한 명은 알리바이가 확실히 있었다면 누구를 체포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둘 다 자기가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밝혀내는건 쉽지 않아 보였거든요. 쌍둥이 형제가 서로 상대방의 옷에 증거를 남겼다는 반전도 기발했고, 결국 진흙탕 속으로 서로를 밀어넣어 파멸하는 결말도 깔끔했습니다.
"말벌집"은 1부 수록작 중에서는 제일 처집니다. 1966년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이 후원한 영국추리작가 협회 회원 대상 단편소설 경연대회 1등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말이죠. 이유는 범인 엘레자베스를 체포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훈제 연어를 준비하는게 어려웠다'는 말이 그렇게 큰 증거가 된다는건 믿기 힘듭니다. 엘리자베스가 사건을 연출했다는 것도 정황 증거에 불과하며 굴 안에 청산가리 캡슐을 숨겨 먹였다는 트릭도 억지스러웠고요.
"잔 속에 든 독"은 범인 스텔라가 범인으로 몰리자, 임기 응변으로 남편 등을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내용으로 도서 추리 소설과 심리 스릴러를 잘 결합한 좋은 작품입니다. 완벽하게 처리한 줄 알았던 독이 든 커피잔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는 마지막 한 마디도 좋았고요. 1부 수록작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어요.

2부 앙트레 선택.
유명한 밀실 트릭이 등장하는 "살인 게임", 일종의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희생양", 거짓 증언으로 선량한 히피가 파멸에 이른다는 "더이상 5월 축제는 없다......"의 세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살인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에서도 소개되었던 단편이지요. 이전에 다른 단편집을 통해 읽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범인이 경찰로 변장한 뒤 밀실이었던 현장에 숨어있다가, 밀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경찰 중 한 명으로 위장했다는 트릭이 기발합니다. 마지막에 이야기를 듣던 노인의 한 마디로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도 서늘했고요. 다만 범죄자의 혈통은 유전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는건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는 낡은 사고방식이라 아쉽네요. 그래도 2부에서는 최고작입니다.
"희생양"은 13년 전, 유명 마술사 미스테리오소가 저격당해 충직한 하인 톰이 대신 죽었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저격용 총의 방아쇠에 묶인 끈에 사과 봉투를 위에서 떨어트린 장치 트릭인 것 처럼 풀어나가지만, 일종의 시간차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트릭이 너무 별로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범인이었던 경찰이 사과 봉투를 터트려 총소리를 위장한 뒤 진짜 저격은 나중에 벌였다는데, 사과 봉투를 터트려 먼 곳에 있는 사람들까지 총 소리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 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두 번째 총소리는 어떻게 숨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 마지막에 소년이 미스테리오소를 살해한다는 결말은 이게 뭔가 싶더군요. 마지막에 반전 요소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같은게 있었던걸까요? 2부, 아니 수록작 전체를 통틀어서 최악의 작품이었습니다.
"더이상 5월 축제는 없다......"는 웨일스를 무대로, 아이들이 자신들의 일탈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했던 거짓말에서 시작된 거짓말의 연쇄가 진범의 알리바이를 굳건하게 만들며 선량한 히피 무리의 리더 크리스토가 누명을 쓰고 마는 과정이 숨이 턱턱 막히도록 묘사됩니다. 셜리 잭슨이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방불케할 정도에요.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볼만한 범죄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3부 입가심
"스코틀랜드에서 온 조카딸" 한 편이 소개됩니다. 블란쳇 부인의 진주 목걸이를 훔치려는 컴퍼트 양과 스네이스 씨의 작전, 그리고 이들을 농락하는 진짜 '스코틀랜드에서 온 조카딸' 호지 양이 얽힌 재미난 범죄극이 펼쳐집니다. 진짜 도둑은 하녀 글래디스였다는 마지막 반전도 일품이고요. 그야말로 '입가심'에 적절한 유쾌하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쾌작입니다.

4부 프티 푸르
'프티 푸르'는 한 입 디저트라고 하는데, 수록작들 대부분이 완전범죄 계획 살인물입니다. 한 입에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내용들이네요.
하여튼, "여기 잠들다"는 아내를 사고사처럼 위장하여 죽이려는 제럴드의 치밀한 계획을 그립니다. 아내가 수영을 좋아해서 익사시킨다는 계획은 나쁘지 않았어요. 실제로도 거의 성공했고요. 하지만 알리바이를 위해 고용했던 타이피스트 부처 부인이 제럴드를 죽인다는 반전은 뜬금없었습니다. 부처 부인의 외모라던가 성격 묘사를 덧붙여주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회전 목마"는 자신을 협박하던 빈들 씨를 살해한 하틀리 부인의 이야기입니다. 범죄물로도 좋은 수준이지만, 빈들 씨와 하틀리 부인의 꼬마 아이들이 범죄에 대해 모든걸 알고 서로의 속내를 감춘채 진상을 이야기하는 묘사도 서늘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는 악당 호러호러 족장을 살해한 이야기인데, 계획에 따른 완전범죄는 아니었습니다. 범인이 풀려났던건 목격자였던 존스 부인이 유리창 반사로 일으켰던 착각 탓이었지요.
"발코니에서"는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웃 때문에 히스테리를 일으킨 제닝스 부인이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의 심리 스릴러 범죄물입니다. 히치콕의 "이창"을 뒤집어 놓은 설정과 제닝스 부인을 바라보는 이웃 시점의 묘사를 곳곳에 삽입하다가, 이웃들이 실존하지 않았다는게 마지막 반전으로 드러나는 결말이 독특했습니다.

5부 블랙 커피
수록작 네 편 중 세 편은 여자의 심리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이 집에 축복을"은 자신의 집에서 태어난 아이를 예수라고 믿는 여자의 심리를, "너무나 괜찮은 사람"은 그야말로 딱 한가지만 제외하고는 너무나 괜찮았던 남자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심리를, "수군거림"은 자신의 실수로 거짓말을 지어내서 사촌과 아빠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여자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 "신의 힘"은 완전 범죄물입니다. 범인 에반스 경관의 범행 계획은 그냥저냥이지만, 딸과 손녀를 죽게만든 범인 젤링크스를 옭아맨 설정은 일품이었습니다. 에반스 경관의 거짓 증언으로 젤링크스는 반박하지 못하고 무죄를 받아들인 뒤 협박받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는건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였습니다.

2023/12/02

아내를 죽였습니까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김미정 : 별점 2점

아내를 죽였습니까 - 4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내용,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호사 월터는 신경질적인 아내 클라라 때문에 진절머리를 내던 중 어떤 여자가 고속도로 휴게소 인근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살인 사건 기사를 읽게 되었다. 월터는 남편 키멜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기묘한 충동에 휩싸여 키멜의 가게를 찾아가기까지 했다.
클라라가 어머니 임종을 지키러 고속버스를 타고 떠난 날, 월터는 그가 상상했던 키멜의 행동대로 고속버스를 뒤쫓아 휴게소까지 달려갔다. 그러나 클라라를 찾지 못해 배회하다가 그냥 돌아왔는데, 클라라가 휴게소 근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사를 맡은 경찰 코비의 추적으로 월터와 키멜은 연결되었고, 키멜을 고문하는 등 코비의 집요한 수사는 월터와 키멜의 정신을 무너트렸고, 결국 둘은 치명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범죄 심리 스릴러 장편.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데뷰작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과 비슷합니다. 비교적 평범했던 주인공이 아내 때문에 범죄에 대한 꿈을 꾸다가 절대악에 가까운 파트너와 엮인 탓에 파멸한다는 점에서요. 다만 월터는 꽤 헌신적인 남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는 점, 그리고 심리 묘사도 더 탁월하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다른 묘사들도 빼어납니다. 특히 클라라 묘사가 놀랍습니다. 월터가 클라라를 진작에 죽일 생각을 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생생한 "결혼 지옥"을 잘 보여줍니다. 클라라가 죽은 뒤 월터와 키멜이 코비의 수사 탓에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의 묘사도 발군이고요. 여러모로 심리 묘사가 중심인, 순문학에 가까운 스릴러가 많은 '버티고 레이블'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꽤 기발했던 설정만큼은 높이 평가할만 했으나,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시종일관 월터가 구렁텅이에 빠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낼 뿐이라 지루했어요.
등장 인물 설정도 별로입니다. 키멜은 코비한테 맥없이 얻어맞고 범죄 계획도 잘 짜내지 못하는 등 악당으로서의 강력함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 코비가 오히려 절대악에 가까운데, 악당처럼 보이지만 범죄자 체포라는 명분은 확실하고, 키멜에게 잔혹한 고문을 가하긴 하나 키멜은 살인자가 맞으니 뭔가 좀 애매합니다. 악당도 아니고 안티 히어로도 아니고.... 보다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체화하는게 나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코비가 키멜을 고문하고 월터를 압박해가면서 "사냥꾼"이라는걸 드러내는건 결국 월터가 죽어야 끝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월터는 코비가 만든 출구없는 지옥에 빠진 셈이니까요.
물론 별로인 설정이라도 현실적이라는 장점은 있기는 합니다. 모두 빼어난 묘사가 뒷받침 된 덕입니다. 키멜은 목공예를 즐기는 서적상이라는 디테일이 아주 생생해서 손에 잡힐 듯 하며, 월터에 대해 살의를 품는 과정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코비도 용의자를 고문에 가깝게 구타하고, 폭언을 퍼붓는 경찰답지 않은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고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반적인 아쉬움을 뒤집기는 부족했습니다.

깔끔하지 못한 결말도 아쉬웠어요. 클라라는 자살한 것인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마지막에 월터가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코비의 부하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넘어갈 장면은 아니었다 생각되네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읽는 독자마저도 진저리치게 만드는 묘사는 인상적이지만 그리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2023/11/11

타임지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추리, 스릴러 소설 100선

제목 그대로 타임지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추리, 스릴러 소설 100선입니다. 2023년 최신 버젼이지요. 메건 애벗, 할런 코벤, SA 코스비, 길리언 플린, 타나 프렌치, 레이첼 하우젤 홀, 수자타 매시 등 유명 작가들이 뽑았다고 하네요. 나무위키에도 올라온 리스트이지만, 블로그 리뷰 연결 차원에서 포스팅합니다.

선정된 작품 100권 중 26권이 국내 미출간입니다. 출간된 74권 중 저는 27편을 읽었네요. (23년 11월 11일 기준)
절반도 읽지 못했으니 미스터리 애호가로서는 반성해야겠지만, 작품 선정 기준은 의문스럽습니다. 1980년대 이후 작품이 68편이나 선정된건 납득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보다 뛰어난 고전은 100편, 아니 1,000편도 넘을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언제나 그렇듯, 그냥 재미삼아 보는 리스트에 불과해 보입니다. 뉴욕 타임스도 별 수 없군요. 그래도 한국 작가 김언수의 작품 "설계자들", 그리고 1950년대 이전의 몇몇 고전들만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선정된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흰 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윌키 콜린스
The Woman in White by Wilkie Collins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Crime and Punishment by Fyodor Dostoevsky

"리븐워스 케이스" 안나 캐서린 그린 (국내 미출간)
The Leavenworth Case by Anna Katharine Green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The Turn of the Screw by Henry James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by Arthur Conan Doyle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The Murder of Roger Ackroyd by Agatha Christie

"블랙 더들리 저택의 범죄" 마저리 앨링햄 (국내 미출간)
The Crime at Black Dudley by Margery Allingham

"18호 방의 환자" 미뇽 G 에버하트 (국내 미출간)
The Patient in Room 18 by Mignon G. Eberhart

"몰타의 매" 대실 해미트
The Maltese Falcon by Dashiell Hammett

"The Conjure-Man Dies" 루돌프 피셔 (국내 미출간)
The Conjure-Man Dies by Rudolph Fisher

"A Man Lay Dead" 나이오 마시 (국내 미출간)
A Man Lay Dead by Ngaio Marsh

"가우디 나이트" 도로시 L 세이어즈 (국내 미출간)
Gaudy Night by Dorothy L. Sayers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The Three Coffins by John Dickson Carr

"레베카" 대프네 뒤 모리에
Rebecca by Daphne du Maurier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A Coffin for Dimitrios by Eric Ambler

"이중배상" 제임스 M. 케인
Double Indemnity by James M. Cain

"If He Hollers Let Him Go" 체스터 B. 하임스 (국내 미출간)
If He Hollers Let Him Go by Chester B. Himes

"고독한 곳에" 도로시 B. 휴즈
In a Lonely Place by Dorothy B. Hughes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The Daughter of Time by Josephine Tey

"Beat Not the Bones" 샬롯 제이 (국내 미출간)
Beat Not the Bones by Charlotte Jay

"카지노 로얄" 이언 플레밍
Casino Royale by Ian Fleming

"죽음 전의 키스" 아이라 레빈
A Kiss Before Dying by Ira Levin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The Long Goodbye by Raymond Chandler

"내 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Beast in View by Margaret Millar

"조용한 미국인" 그레이엄 그린
The Quiet American by Graham Greene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The Talented Mr. Ripley by Patricia Highsmith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셜리 잭슨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 by Shirley Jackson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by John le Carré

"혼진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The Honjin Murders by Seishi Yokomizo

"Where Are the Children?" 메리 히긴스 클라크 (국내 미출간)
* 과거 "잃어버린 천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듯 한데 확실치 않음.
Where Are the Children? by Mary Higgins Clark

"더 샤이닝" 스티븐 킹
The Shining by Stephen King

"The Last Good Kiss" 제임스 크럼리 (국내 미출간)
The Last Good Kiss by James Crumley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The Name of the Rose by Umberto Eco

"붉은 10월" 톰 클랜시
The Hunt for Red October by Tom Clancy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국내 미출간)
A Dark-Adapted Eye by Barbara Vine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The Decagon House Murders by Yukito Ayatsuji

"양들의 침묵" 토마스 해리스
The Silence of the Lambs by Thomas Harris

"푸른 드레스의 악마" 월터 모슬리 (국내 미출간)
Devil in a Blue Dress by Walter Mosley

"Mean Spirit" 린다 호건 (국내 미출간)
Mean Spirit by Linda Hogan

"법의관" 퍼트리샤 콘웰
Postmortem by Patricia Daniels Cornwell

"얼굴없는 살인자" 헤닝 만켈
Faceless Killers by Henning Mankell

"Dead Time" 엘리너 테일러 브랜드 (국내 미출간)
Dead Time by Eleanor Taylor Bland

"비밀의 계절" 도나 타트
The Secret History by Donna Tartt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Smilla’s Sense of Snow by Peter Høeg

"When Death Comes Stealing" 발레리 윌슨 웨슬리 (국내 미출간)
When Death Comes Stealing by Valerie Wilson Wesley

"페이드 어웨이" 할런 코벤
Fade Away by Harlan Coben

"추적자" 리 차일드
Killing Floor by Lee Child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가오루
Lady Joker by Kaoru Takamura

"Morituri" 야스미나 카드라 (국내 미출간)
Morituri by Yasmina Khadra

"아웃" 기리노 나쓰오
Out by Natsuo Kirino

"Inner City Blues" 폴라 L. 우즈 (국내 미출간)
Inner City Blues by Paula L. Woods

"A Place of Execution" 발 맥더미드 (국내 미출간)
A Place of Execution by Val McDermid

"Those Bones Are Not My Child" 토니 케이드 밤바라 (국내 미출간)
Those Bones Are Not My Child by Toni Cade Bambara

"Blanche Passes Go" 바바라 닐리 (국내 미출간)
Blanche Passes Go by Barbara Neely

"Death of a Red Heroine" 추 샤오롱 (국내 미출간)
Death of a Red Heroine by Qiu Xiaolong

"레드브레스트" 요 네스뵈
The Redbreast by Jo Nesbø

"미스틱 리버" 데니스 루헤인
Mystic River by Dennis Lehane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The Shadow of the Wind by Carlos Ruiz Zafón

"외과의사" 테스 게리첸
The Surgeon by Tess Gerritsen

"The Emperor of Ocean Park" 스티븐 L. 카터 (국내 미출간)
The Emperor of Ocean Park by Stephen L. Carter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Fingersmith by Sarah Waters

"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The Ice Princess by Camilla Läckberg

"2666" 로베르토 볼라뇨
2666 by Roberto Bolaño

"케임브리지 살인사건" 케이트 앳킨슨
Case Histories by Kate Atkinson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The Devotion of Suspect X by Keigo Higashino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by Stieg Larsson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마이클 코넬리
The Lincoln Lawyer by Michael Connelly

"스네이크 스킨 샤미센" 나오미 히라하라
Snakeskin Shamisen by Naomi Hirahara

"Queenpin" 메건 애벗
Queenpin by Megan Abbott

"죽은 자는 알고 있다" 로라 립먼
What the Dead Know by Laura Lippman

"유대인 경찰 연합" 마이클 셰이본
The Yiddish Policemen's Union by Michael Chabon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Drive Your Plow Over the Bones of the Dead by Olga Tokarczuk

"Wife of the Gods" 콰이 쿼티 (국내 미출간)
Wife of the Gods by Kwei Quartey

"네 시체를 묻어라" 루이즈 페니
Bury Your Dead by Louise Penny

"페이스풀 플레이스" 타나 프렌치
Faithful Place by Tana French

"설계자들" 김언수
The Plotters by Un-su Kim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The Sound of Things Falling by Juan Gabriel Vásquez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Gone Girl by Gillian Flynn

"라운드 하우스" 루이스 어드리크
The Round House by Louise Erdrich

"64" 요코야마 히데오
Six Four by Hideo Yokoyama

"철로 된 강물처럼" 윌리엄 켄트 크루거
Ordinary Grace by William Kent Krueger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언 모리아티
Big Little Lies by Liane Moriarty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Everything I Never Told You by Celeste Ng

"Land of Shadows" 레이첼 호첼 홀 (국내 미출간)
Land of Shadows by Rachel Howzell Hall

"동조자" 비엣 타인 응우옌
The Sympathizer by Viet Thanh Nguyen

"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Bluebird, Bluebird by Attica Locke

"Hollywood Homicide" 켈리 개릿 (국내 미출간)
Hollywood Homicide by Kellye Garrett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My Sister, the Serial Killer by Oyinkan Braithwaite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The Widows of Malabar Hill by Sujata Massey

"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Miracle Creek by Angie Kim

"당신이 필요한 세계" 헬렌 필립스
The Need by Helen Phillips

"The Other Americans' 레일라 랄라미
The Other Americans by Laila Lalami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The Turn of the Key by Ruth Ware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Your House Will Pay by Steph Cha

"검은 황무지" S.A. 코스비
Blacktop Wasteland by S.A. Cosby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Djinn Patrol on the Purple Line by Deepa Anappara

"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Mexican Gothic by Silvia Moreno-Garcia

"When No One Is Watching" 앨리사 콜 (국내 미출간)
When No One Is Watching by Alyssa Cole

"Winter Counts" 데이비드 헤스카 완블리 웨이든 (국내 미출간)
Winter Counts by David Heska Wanbli Weiden

"Survivor's Guilt" 로빈 기글 (국매 미출간)
Survivor’s Guilt by Robyn Gigl

2023/02/04

철벽의 알리바이로 완전범죄 성립!? '교환 살인'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 언제나처럼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국내 소개된 작품은 4편입니다. 저도 두 편 밖에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찾아봐야겠네요.

'교환 살인'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살해 대상을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는 동안에 철벽의 알리바이를 준비해서 혐의에서 벗어나는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나 교환 살인이 트러블, 변심이나 배반 등으로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 않고 그 와중에 드라마가 발생하는건 추리 소설에서 기본적인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교환 살인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4중의 교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범인과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의 활약을 그린 미스터리. 범인 측 시점은 일종의 도서 미스터리로,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 시점은 본격 미스터리물로 즐길 수 있다. 또 교환 살인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에 대한 후더닛 요소도 더해져 있는, 헛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치밀한 플롯이 빛나는 본격 요소가 가득 담겨있는 작품.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립탐정 파트, 탐정의 제자 파트, 형사 파트가 순서대로 그려지며 교환 살인물로는 드물게 도서 미스터리 스타일이 아닌 채로 진행된다. 제목에는 있지만 도대체 무엇이 교환 살인인지 궁금해하면서, 가벼운 분위기의 문장에 혹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의 속셈에 빠져들고 마는 본격 미스터리.

<<도망자>> 오리하라 이치

교환 살인을 저질렀지만 배신당해서 한 번 체포되었지만 탈주한 뒤 도망자 신세가 된 도모타케 지에코. 그녀와 그녀를 쫓는 형사와 남편, 그리고 인터뷰로 구성되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행각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노골적이며 의미심장한 표현들은 서술 트릭의 대가인 저자의 솜씨를 느끼게 해 준다. 실재로 있었던 사건이 모델인 미스터리 작품.

<<스트레이트 체이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국내 미출간)

린지는 바에서 취했을 때 3중 교환 살인 약속을 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자신이 지목했던 살해 대상이었던 상사의 집에서 타살 사체가 밀실 상황에서 발견되는데..... 저자가 SF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을 발표하던 시기의 작품. 수수께끼 아이템이 등장해서 이번에도 SF 설정이구나 싶은 점도 흥미로운 점. 꼭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읽어보시길.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교환 살인이 주제인 작품들 중 선구자적인 존재인 이 작품은 히치콕 감독에 의한 영화도 유명하다. 우연히 같은 전철에서 만난 가이와 브루노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브루노가 가이에게 교환 살인을 제안한다는 내용으로 편집광적인 스토커의 무서움을 맛볼 수 있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보는 모두 당신 손 안에! <<독자에의 도전장>>을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작품들

2023/01/15

한밤의 지하철 공포미스테리 걸작선 - 정태원 편역 : 별점 2점

<<밤에 걷다>>와 <<본인방 살인 사건>> 다음에 집어든 오래된 책입니다. 최근 오래전 책을 다시 뒤져보는 취미에 푹 빠졌거든요. 이 책도 출간된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네요.
정태원 님께서 편역한 앤솔러지입니다. 서두에서는 공포를 다룬 미스테리 작품을 모았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다 그런건 아닙니다. 공포 보다는 서늘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기묘한 맛'에 더 가깝다거나, 아예 블랙 코미디스러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 탓입니다. 질 드레'를 '지르도 레'처럼 번역한걸보면 일본어 판본을 번역한 듯 하며, 그런걸 보면 정식 허가를 받고 출간된 책은 아닐 것으로 여겨지네요.
그래도 유명한 추리 소설 전문가 정태원 님이 편역한 책 답게, 작품별 작가 소개와 작품들의 출처를 대체로 정확하게 밝혀주고 있다는건 좋았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작품들이 고루 포함된 점도 장점이고요. 수록작 13편 중 눈여겨 볼 만한 좋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내가 불륜 상대와 자살한 뒤, 홀로 남은 아들을 외국에서 키우다가 아들이 이미 미쳐버렸다는걸 깨닫는 <<길고 어두운 겨울>>입니다. 아들을 말도 통하지 않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겨두고, 일본에서 가져온 똑같은 동화책만 계속 읽는걸 방관했는데, 알고보니 동화책은 잘못 제본된 책이었고 아들은 동화책을 읽는게 아니었다는게 - 그냥 멍하니 같은 자세로 있었던 것 -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이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위한 빌드업도 탄탄하고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작가 소노 아야꼬는 경력을 보면 이런 장르물을 발표했을걸로 생각되지 않는 작가인데 다른 작품도 궁금해집니다.
아내가 낳은 딸을 없애기로 결심한 남자가 어두운 공간에서 마녀의 시체라며 토막난 무언가를 건네준다는 <<10월 게임>>도 등골 서늘한 결말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다왔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소 뻔했지만 <<오리 대신에>>, <<비만클럽>>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리 대신에>>는 짤막한 분량으로 깜짝 반전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비만클럽>>은 살찌워진 남편이 사람들에게 먹힐 때 일종의 특권으로 조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산채로 먹힘'을 선택한다는 발상이 독특했기 때문입니다. 내용의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기묘한 맛' 쇼트쇼트로는 우수한 편입니다.
조숙하고 다소 정신나간 아이가 어른을 없앤다는 설정의 <<식용 거북이>>와 <<살인유전>>은 각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빼어난 묘사력, 스탠리 엘린의 반전 구성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식용 거북이>>는 예상 가능했다는 점에서, <<살인유전>>은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으나 평균 수준은 됩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앤솔러지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들이 문제라 생각됩니다. '공포'를 다룬 장르물에 적합한건 사실입니다만, <<피의 책>>이라는 작가의 단편집에 이미 수록된 작품들을 그대로 수록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은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최소한 여러 단편집에서 대표작만 엄선하여 수록했어야 했는데, <<피의 책>> 수록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들인지도 솔직히 미심쩍었습니다. <<한밤의 지하철>>은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이라는 영화로 재탄생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으로 기승전결은 확실하고 화끈하게 달려주는 괜찮은 작품이라 예외로 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거인을 만들고 자멸한다는 <<언덕에 마을이>>와 암세포가 사악한 크리쳐로 변해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영화관의 악령>>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기괴한 상상력 외에는 건질게 없었으니까요. 결과물도 재미보다는 혐오쪽에 가까왔습니다. <<영화관의 악령>>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형과 사투를 잔혹한 묘사로 버무린게 전부라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신 투명인간>>은 존 딕슨 카의 정통 추리물로 작품 수준을 떠나 왜 이 앤솔러지에 수록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호러물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작품인데 말이지요. 추리적으로도 영 별로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전에는 평균 이상이라 호평했었는데, 번역의 문제였을까요?
<<아내 살인 되돌리기>>, <<살고 싶어했던 여자>>는 양산형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 많이 흔해빠진 설정과 전개를 보여주는데다가 별로 무섭지 않은 등 감점 요소가 많았습니다. <<두 병의 소오스>>는 걸작이라는건 분명하나 이 앤솔러지에서는 빼는게 맞지 않았을까 싶네요. 워낙에 많은 이런저런 앤솔러지에 수록된만큼 신선함도 떨어질 뿐더러, 공포와는 좀 거리가 있는 '기묘한 맛'에 가까운 작품이니까요.

그래서 전체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30년이 지나는 동안 정식 출간된 좋은 앤솔러지가 많아진만큼, 다른 책을 구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어차피 절판된지 오래라 구해보시기도 힘드실거에요. 알라딘에서는 책 검색조차 되지 않는군요.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22/03/05

미스테리아 35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35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알라딘 온라인 중고로 미스테리아 36호를 사다가 곁다리로 구입하였습니다. 배송비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관심이 없던건 '少年'이라고만 적혀있는 뭔지 모를 특집 때문이었는데, 읽어보니 역시나였습니다. 제목의 소년은 "20세기 소년"에서 따온 것으로, "20세기 소년"에서 중요하게 언급되었던 오사카 만국박람회, 그리고 올림픽과 1970년대 전기 소설의 유행을 다루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도 잘 모를 정도로 두서없는 글들입니다. 전기 소설에 대한 부분만 괜찮았는데, 차라리 이 부분만 조금 더 깊게 파고드는 특집을 꾸미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뒤이은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라며 휴가 여행에서 생기는 사건들을 다룬 글은 완전 별로입니다. 앞의 글들과 맥락이 맞지도 않았을 뿐더러, 소개되는 작품 절반 이상이 크리스티 여사님 작품들인 탓입나다. 소개라도 다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나마 여기까지는 추리 문학 애호가로서 참고 볼만한 내용이기는 했는데, 영화 "스파이의 아내"에 대한 정성일 평론가의 27페이지에 달하는 리뷰와 분석은 지루함의 끝판왕이었습니다.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는 영화 리뷰가 재미있을리도 없지만, "미스테리아"라는 잡지에 이렇게 많은 분량으로 소개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이 영화가 정통 추리물이거나, 혹은 그 쪽 장르에 부합하는 영화일까요? 그 외의 글들도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제가 쓰는 글과 코드가 비슷해서 좋아하는 정은지 작가의 '미스터리 속 음식 이야기'가 이번에는 피터 윔지 시리즈 전반을 다루는데 눈여겨 볼 부분이 많있습니다. 저도 미스터리 속 샌드위치에 대한 짤막한 글을 써볼까 하고 있었는데, "부자연스러운 죽음"에서 샌드위치가 결정적 단서라는 글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모양인데, 이번 주말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특집과 인터뷰, 리뷰 등 기사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 정도? 중고책으로 저렴하게 구입해서 별다른 내상은 없기는 한데, 앞으로는 특집이 별로면 절대 구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록 단편의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해피엔딩" 서미애

이트 폭력을 그린 단편입니다. 전기 충격기로 디지털 도어 잠금을 풀 수 있다는 생활 상식(?) 말고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습니다. 전개가 너무 뻔한 탓이었습니다. 도무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탐정이 살인하는 법을 배우다." 곽재식 

1949년, 탐정은 친분이 있던 이 선생님 행사에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이 선생이 완전범죄 비결을 탐정에게만 - 관객들에게 알려주면 완전범죄가 늘어날거라는 이유로 - 알려주고, 탐정이 비결은 그럴듯했다고 인정하며 마무리되는 행사였다. 그 뒤 누군가 탐정을 납치했다. 완전범죄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탐정에게 협박과 고문을 가했고, 탐정은 '거래'를 위해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유명한 해결사 황금지네의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고 나타난건 복수를 위해 황금지네를 쫓던 사채업자 용산쌍룡이었다....

해방 직후를 무대로 해결사 황금지네, 황금지네에게 원한이 있는 사채업자 용산쌍룡, 정체불명의 남자와 탐정, 완전범죄에 대해 떠벌이는 전직 형사 이선생 등 기묘한 등장인물과 완전범죄 좌담회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뭔가 만화같은데, 이런 설정을 잘 살린 묘사만큼은 일품이긴 합니다. 특히 가난하지만 입담하나는 최고인 탐정 캐릭터 묘사가 괜찮았어요. 이 선생이 황금지네였다는 반전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러나 완전범죄 계획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 등에서 익히 보아왔던, 일종의 살인 대행업을 조금 키운 형태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다크 웹 형태로 운영한다는 "디 아더 피플" 속 설정과 별로 다르지도 않고요. 양념 정도라면 모를까, 비중있게 가져갈 설정은 아니었습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범죄자들끼리 쫓고 쫓기는 구도를 조금 더 정교하게 배치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범죄물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시리즈를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3시 정각" 코넬 울리치 

시계 장인 스텝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 뒤, 그녀를 지하실에 설치한 폭탄을 터트려 죽일 계획을 꾸몄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조금씩 화약을 모으고, 장치를 만들어나간 끝에 마지막 D-day에 맞춰, 지하실에 잠입해 자명종을 셋팅했다. 그러나 스텝은 집에 들어온 강도들에 의해 지하실 기둥에 묶이는 신세가 되어버리는데....

스스로 설치한 시한 폭탄 타이머가 눈 앞에서 움직이는걸 보는 상황의 묘사가 실로 일품인 작품입니다. 왜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시)가 서스펜스 스릴러의 제왕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명편이에요. 지하실에서 아내의 불륜이 사실이 아니라는걸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가스 검침원과 공놀이하던 꼬마를 통해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의 빌드업이 특히 대단했어요. 희망을 아주 약간 주었다가 곧바로 빼앗아버리는 장면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스텝이 급작스럽게 강도들에 의해 갇혀버린다는 작위적인 설정, 그리고 결국 스텝은 미쳐버렸고, 아내가 화약을 모르고 버린 탓에 폭발은 없었다는 다소 진부했던 결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2021/12/19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마틴 에드워즈 / 성소희 : 별점 2.5점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6점 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시그마북스

영국 국립 도서관에서 발간한 고전 범죄소설 시리즈를 읽을 때 참고할 안내서입니다. 19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출간된 소설 중 범죄 소설에 초점을 맞춰 모두 102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시기별, 장르별, 특징별로 상세하게 범주를 구분하고, 범주별로 왜 그 작품을 선정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덕분에 소개된 작품만 읽어도, 고전 추리, 범죄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황금기를 지나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통 고전 본격물'을 일컫는, 이른바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면 저자는 1차대전 이후 전쟁에 지친 대중이 현실 도피와 함께 흥미진진한 게임을 원했기 때문에 이 분야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점점 소설 속 탐정과 지혜를 겨루는 작품이 많아졌으며, 그 결과 오락거리로 즐기는 가벼운 문학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이른바 범죄 소설의 '황금기'가 바로 이 시기인겁니다. 복잡한 퍼즐, 이야기 속 단서 삽입, 독자를 현혹시키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선보이기 위해 장편 형식이 유행하게 된 것도 필연이었고요. 

또 불가능 범죄 미스터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편 형식이 가장 잘 맞는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가 불신을 유예하는 시간, 즉 사실주의에 입각한 비판을 멈춰놓는 시간이 짧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저 역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리뷰를 쓸 때는 "생각해보니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다'고는 해도, 최소한 읽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할 틈 없이 두뇌 게임만을 온전히 즐기려면 이야기가 길면 안 되겠지요.

이런 추리소설 통사적인 측면 말고도, 작품별 소개글도 수준이 높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진짜 흥미를 자아내는 선까지만 알려주는, 스포일러가 전혀 없는 내용 요약도 일품이며 소개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충실히 수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상화 버젼에 대한 정보가 아주 디테일해요.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까지 모두 소개하고 있으며, 심지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에서, 통제 불능 상태의 로터리와 마주치는 두 번째 추격 장면은 히치콕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각색한 영화에 활용했다는 이야기까지 소개될 정도니까요. 

비슷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한 소개 역시 그 방대함과 깊이가 남다른 수준이며 그 외 여러가지 토막 정보들도 충실합니다. 바로네스 오르치의 "미스 엘리엇 사건"은 1915년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남극 탐험을 떠날 때 챙겨갔던 책이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1979년, "독 초콜릿 사건" 재판본 서문을 쓰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방법을 발표했다, 우드소프의 1932년 데뷔작 "사립학교 살인사건"은 1934년 미국 사립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 처럼요. 1931년 발표되었던 에블린 엘더의 "흑백 살인"은 주인공 샘 호더가 그린 그림이, 프랜시스 비딩의 1935년 작 "노리치의 피해자들"에서는 용의자들 사진이 중요 단서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추리 소설 관련된 아이디어가 이미 20세기 초엽에 정립되었다는 정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추리, 범죄 소설 분야에 대한 방대하면서 해박한 지식에는 감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추리 소설가들이 작품을 썼던 의도들도 볼만했던 정보입니다. A.E.W 메이슨이 "독화살의 집"을 쓸 때 목표로 했던 건, 미스터리가 모두 해결된 후 추가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가능한 없애겠다는 것처럼요. 페어플레이 추리 소설의 초창기 표본인 "밤중에"를 쓴 고렐 경의 목표는 모든 필수적인 정보를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하며, 고렐 경의 이 작품에서 건물 평면도, 지도 등이 처음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A.A. 밀튼은 추리 소설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탐정이 독자보다 특별한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는데, 과연 곰돌이 푸를 쓴 작가답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마이클 이네스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추리 소설은 어쨌거나 순전한 오락물이니 독자를 당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즐겁게 해 주겠다는 야망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데 정말이지 맞는 말입니다! 빅터 로렌조 화이트처치가 "다이애나 웅덩이의 범죄"를 쓸 때, 본인 스스로 왜 범죄가 일어났고 누가 범인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창작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 뿐 아니라 작가조차도 의미를 모르는 단서들을 살펴보며 수사를 하고 글을 썼다는 건데, 발상이 참 독특했어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안내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내에 따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내 소개된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 탓입니다. 총 102편 중 국내 소개된 작품은 아래의 29편에 불과합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한 것으로, 실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그보다도 훨씬 적을 거에요. 이래서야 이 책을 읽는 의미가 많이 퇴색할 수 밖에 없지요.

  1. "배스커빌 가의 사냥개" - 아서 코난 도일
  2. "네 명의 의인" - 에드거 월리스
  3. "브라운 신부의 순진" - G.K. 체스터턴
  4. "오시리스의 눈" - R. 오스틴 프리먼
  5.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6.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 어니스트 브래머
  7. "트렌트 마지막 사건" - E.C. 벤틀리
  8.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9. "붉은 저택의 비밀" - A.A. 밀른
  10.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1. "증인이 너무 많다" - 도로시 L. 세이어즈
  12. "독 초콜릿 사건" - 앤서니 버클리
  13. "목사관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4.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5.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 이든 필포츠
  16. "녹색은 위험"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7. "시행착오" - 앤서니 버클리
  18. "완벽한 살인사건" - 크리스토퍼 부시
  19. "ABC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20. "막다른 사건 부서" - 로이 비커스
  21. "살의" - 프랜시스 아일즈
  22.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23. "데인 가의 저주" - 대실 해밋
  24.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25.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26.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27.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28.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 H. 부스토스 도메크
  29.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자유 추리문고에서 출간된 "포튠을 불러라"는 이 책에서 소개한 "포춘 씨, 부탁입니다"와는 다른 단편집으로 생각됩니다. 언급되고 있는 "작은 집"이라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 외 수록작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 소개된 걸로 치지는 않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소개된 작품은 한 3~4권 빼고 전부 읽었기에, 별 의미없는 소개였던 셈입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대한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이런 이유로 감점하여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12/03

유리 감옥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김미정 : 별점 2점

유리 감옥 - 4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횡령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갖힌 카터는 징계를 받다가 엄지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모르핀에 중독되고 말았다. 횡령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가윌의 부정을 밝혀내는게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변호사 설리번은 가윌의 뒤를 캐는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설리번의 노력은 실패했고, 카터는 교도소에서 사귄 친구 맥스가 폭동 와중에 살해되는 사건 등을 겪으며 7년 만에 가석방되어 세상에 복귀했다. 그러나 석방 후, 아내 헤이즐이 설리번과 부정을 저질렀다는걸 알아챈 카터는 충동적으로 그를 살해하고 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장편 범죄 스릴러입니다. 

이야기는 끔찍했던 감옥에서의 생활과 출소 이후의 현실로 완벽하게 나뉩니다. 핵심은 이 두 공간이 카터 기준으로는 개념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요. 카터의 현실 속 주변 인물들은 모두 범죄자이며, 카터가 마음 편하게 머무를 곳이 없다는 점에서요. 카터의 말 그대로 이 세상은 거대한 감옥과 다를바 없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을 빼어난 심리 묘사로 그려내고 있는데, 감옥 안에서 헤이즐과 설리번의 관계를 의심하는 부분, 그리고 출소 후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에 쫓기는 과정에서의 카터의 심리를 그린 부분, 그리고 카터가 범행을 저지르고 가윌과 협상한 뒤, 경찰의 취조에 맞서는 장면이 특히 좋았습니다. 심리 서스펜스의 달인인 작가의 솜씨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대체로 실망스럽습니다. 범행이 작위적이며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제대로 된 범죄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카터가 설리번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까지는 그럴싸합니다. 그러나 그 시점이 가윌이 설리번을 살해하기 위해 고용했던 청부업자 오브라이언이 습격한 직후였다는게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누군가 자기를 목격했는데, 바로 살인을 저지른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게다가 오브라이언이 카터가 진범임을 밝히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카터와 오브라이언 모두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브라이언 혼자 증언을 뒤집는다고 그게 사실이 되는건 아니니까요. 또 오브라이언도 범행 당시 설리번을 방문했었다는 이야기니, 오브라이언이 범인으로 몰릴 여지도 높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건 협박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았을텐데, 카터가 오브라이언마저 즉흥적으로 죽인 뒤 가윌을 협박하여 알리바이를 만든다는건 최악의 정점입니다. 카터는 가윌이 설리번을 죽이기 위해 오브라이언을 고용했고 실제로 사건 당일 오브라이언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협박하는데, 가윌은 잃을게 없습니다. 오브라이언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가윌이 고용했다는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요. 오브라이언을 가윌이 고용했다는 다른 증거가 있었다면, 진작에 경찰에 체포되었을 테지요. 

카터가 '오브라이언 때문에 골머리 썩일 사람은 가윌이지 제가 아닙니다.'라고 경찰에게 말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찰도 오브라이언이 카터가 진범이라는걸 알고 협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가윌이 골머리 썩을 일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카터가 오브라이언을 죽인 뒤, 진짜 완벽한 천재 범죄자로 거듭난다는 "리플리"스러운 결말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결과물은 억지만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또 읽기 힘들다는 문제도 큽니다. 감옥에 대한 여러가지 묘사는 지루하고 진부했으며, 캐릭터 설정과 묘사도 마찬가지인 탓입니다. 헤이즐이 자기도 힘들었다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감옥 안에서 친구가 된 맥스와의 관계를 들먹이면서 정당화하는데, 맥스와 카터의 관계는 친한 직장 동료 사이와 비슷했습니다. 불륜과 비교할 이유는 없습니다. 카터의 마약 중독을 언급하며, 그 역시 잘못이 있다는 주장도 똑같습니다. 카터가 마약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정말 카터가 싫어졌다면, 이혼하면 됐습니다. 이혼하지 않는건, 감옥에 간 카터를 버리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와 함께 카터가 상속받은 10만달러가 넘는 돈을 놓치기 싫었을 뿐입니다. 결국 카터가 격분해서 설리번을 죽인건 다 헤이즐 때문입니다. 두 남자를 모두 움켜쥐려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지옥에 빠져들게 만든거지요. 아들 때문에 이혼 생각을 못했다? 그 결과가 살인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생긴 것이고요.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카터가 이런 상황에 빠졌음에도 헤이즐을 어떻게든 품으려고 하는 노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리뷰를 쓰기도 힘든, 그런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짜증나는 인간 군상의 묘사가 목적이었다면, 그건 분명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재미나 가치는 딱히 찾기 어려웠던 작품이에요.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2021/02/13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레너드 카수토 / 김재성 : 별점 4.5점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10점
레너드 카수토 지음, 김재성 옮김/뮤진트리

부제는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사"입니다. 말 그대로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의 역사적 변곡점,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는 문학사 서적이지요.

간단하게 정리해본다면, 하드보일드의 통로 역할을 한 작품으로 소개된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입니다. 가족과 신앙이 도덕적 삶의 기초이고 중심이었던 19세기 모델에서 산업화, 도시화로 급변한 20세기 초 지극히 미국적인 범죄 행위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 뒤, 전통적 가족 모델이 서서히 해체되는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 대쉴 해밋"몰타의 매"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신뢰의 결핍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기업화와 함께 찾아온 사회 경제적 변화 때문이지요. 당시 석유 회사에서 시작된 '트러스트' 체제 등장으로 가족 메타포가 기업 세계로 편입되었고, 기업 관행이 모든걸 지배했던 세계입니다. 그 결과, 전통적 가족 관계는 붕괴하고 이기적 개인들이 가족 유대 관계와 의무에서 벗어나 공감따위는 저버리고 돈만 쫓아 날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돈과 신뢰가 위험한 세상에서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고, 샘 스페이드가 매로 상징되는 '투기'를 거부하는 모습은 1929년 주식 시장 폭락을 반영하며, 매 조각상이 가짜라는건 투기 역시 환상이라는걸 의미합니다. 광란의 투기 경제에 대한 해밋의 비판적 시각을 잘 알 수 있지요. 또 주목할만한건 '진짜 남자'에 대한 해석입니다. 대쉴 해밋은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건 정당한 보수를 받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스페이드는 직업을 잃을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요. 반대로 부자들은 무르고 기괴하게 여성적입니다. 돈 많은 악당들을 여성화하여 폄하한 겁니다.

그리고 대공황 시대를 잘 드러내는 작품은 제임스 M 케인의 "밀드레드 피어스"입니다. 하드보일드와 감상주의가 결합된 작품이지요. 밀드레드는 감상주의에 빠져 완벽한 가족을 꿈꾸지만 현실은 시궁창, 딸과의 관계가 파괴된 후 술에서 위안을 찾는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결말로 가정사는 더 이상 여성 공동체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는걸 알려줍니다.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으로 급작스럽게 모든게 변한 탓입니다. 뉴딜은 현대 복지 국가라는 개념으로 가족이 수행했던 보호 관리 역할을 정부가 맡아 수행했기 때문에 공감과 감성은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여성은 뒤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남성 중심 하드보일드 소설은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여성은 배제되고, 남성 관료주의가 가정과 사회의 도덕적 중심이라는 자리를 차지했고요.

대공황 이후 가족은 위협받고, 남성은 남성상의 기본 토대인 가족 부양자로서의 정체성이 몰락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때 탄생한게 완벽한 남자 필립 말로입니다. 위협받던 남성상과 파편화된 가족을 구하는 영웅으로, 배트맨과 슈퍼맨 탄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말로는 무너진 의뢰인이나 관계자들 가족 복원에 최선을 다하는, 감상적이고 선한 영웅이거든요. 이는 구시대 하드보일드 태동기의 냉혹한 회의주의와는 정 반대 모습이에요. 가정이 중심이 되며, 사회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1950년대에 접어들면, 말로는 더 깊숙이 사건에 개입하고, 더 정서적으로 엮이게 됩니다. 대표적인게 "기나긴 이별"로 말로는 일이 아니라 일의 수혜자에게도 충성합니다. 이거야말로 감성적인 부분이지요. 이렇게 1950년대에 과도한 남성상을 지닌 폭력적인 마초가 부드럽고 감상적인 영웅으로 변한건 냉전 시기, 강한 미국과 안정된 가정이라는걸 유지하려는 분위기 탓으로 설명됩니다. 가장 끔찍했던건 사회 질서의 붕괴를 뜻하는 여성의 일탈이었고요. 그 덕분에 이 때 진정한 의미의 '요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순위를 매기자면, 일하고 능력있는 여성도 나쁘지만, 동성애자는 전통적 가족의 대립항이라 훨씬 더 나빴고, 무엇보다도 잠재적 어머니 역할을 고의로 방기하는 여성 동성애자는 최악 중 최악으로 인식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짐 톰슨은 풍요 속 공포와 우려를 표현했고,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고향에서 뿌리를 잃은 도덕적 불안을 작품에 드러내었습니다. 그런데 두 작가 작품 속 주인공들 모두 피해자들에 대한 감상주의적 공감이 최대의 능력으로 묘사되며, 감상주의를 중산층에서 분리해서 상류층에 국한된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감상주의가 위험하다는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특기할 만 합니다.

1960년대 들어서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더욱 친절해지고, 범인들은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탐정들은 가정을 중시하는 감상주의자에 심지어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페미니스트이기도 할 정도로요. 이 시기, 로스 맥도널드는 무너지는 가족 관계를 그렸는데, 모자간 결합의 단절을 통해 부모들의 책임 회피와 피해자는 아이들이라는걸 나타내었습니다. 이는 반항하는 자녀와 무력한 부모라는 1960년대 세대간 갈등을 극명하게 투영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젊은이들의 신뢰를 받고 파괴된 가족을 복원해주는건, 연민, 공동체적 결속과 공감을 중요시하게 여기고 폭력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사립 탐정이고요. 이렇게 친절하고 가정적인 사립 탐정 속성의 변화는 여성 탐정들을 등장시킵니다. 반면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이 된 범인들은 결국 연쇄 살인범으로 진화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이 연쇄 살인범 소설의 교과서적 캐릭터와 기본 플롯을 제공한 뒤, 포화상태를 넘어서 공급 과잉상태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20세기 후반 미국 정부의 정신질환 정책과의 관계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공감을 일으키는 대상에서 괴물로 변한 뒤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며, 연쇄 살인범은 이 대상화 작업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요.

이렇게 현대 연쇄 살인범 소설까지 큰 흐름을 일람하고 있으며, 흑인 범죄 소설과 같은 특이점에 대한 소개도 충실합니다. 미국 근대사와 범죄 소설의 흐름이 절묘하게 일치하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대표작에 대한 소개도 상세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문제라면 저는 도저히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었던 존 D 맥도널드의 작품이나 탐정 스펜서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었습니다. 이래서야 책에서 소개하는, 제가 읽지 못한 다른 작품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할 수 밖에 없지요. 60년대 이후 범죄 소설의 흐름에 대한 소개는 별로 자세하지 않다는 점도 조금은 아쉬웠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쪽 장르에 대한 문학사이자 비평서로서 재미와 가치 모두를 충족시키는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추리와 범죄 소설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리뷰를 쓰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삼아 읽기 시작했던게 문제였습니다. 약간은 공부하듯 분석하고 정리해야 내용 요약이 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리뷰로 이 책을 잘 소개하지 못한건 다 제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2019/12/20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에드 멕베인 외 / 이리나 : 별점 2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4점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북스피어

미국 뉴욕에는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유명한 '미스터리 서점'이 있습니다. 유명 추리소설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1979년에 문을 열었다니 올해로 40년이 되었네요. 이 책은 오토 펜즐러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서점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던 소책자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모아 엮은 단편집입니다.

오토 펜즐러의 말에 따르면, 소책자용 이야기의 기준은 세가지였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두번째는 당연하겠지만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이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국내 첫 출간될 당시, 책을 펴낸 북스피어가 이벤트삼아서 이와 유사한 조건의 꽁트를 모집했었습니다. 저의 짤막한 글도 다행히 선정되어 "작가의 수지"라는 멋진 책을 경품으로 증정받았었죠. 그러나 이벤트가 당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오토 펜즐러가 자신의 서점 고객용으로 준비한 글을 엮었던 "라인업" 같은 경우,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일단, 작가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오토 펜즐러의 유명세와 인맥 덕분이겠죠. 도널드 E 웨스크레이크, 로렌스 블록, 에드워드 C 호크, 에드 멕베인, 토머스 H 쿡, 메리 히긴스 클라크 등 제가 소개했었던 유명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 펜즐러가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탐정 역할을 소화하는 작품마저 있을 정도에요. 미스터리 서점이 사건의 무대가 되고, 서점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고요. 오토 펜즐러가 내세운 기준 때문이겠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파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허나 이러한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 팬, 고객을 위한 서비스적인 묘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만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낮은 탓입니다. 오토 펜즐러가 내 건 조건들도 작위적으로 충족시킬 뿐이에요. 특히나 미스터리 서점에서의 흥청망청 크리스마스 파티는 영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희귀본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자신의 서재에 술취한 손님들이 들어오는 파티를 연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전체 평균내면 2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반올림한 점수죠. 수많은 추리 작가, 추리 소설들이 인용되고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는 재미는 괜찮았지만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점수를 주기가 민망한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상황인데, 작가들 역시 단순한 팬 서비스 정도로 여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 작가의 팬이라도 마찬가지고요. 몇몇 괜찮은 작품이 있기는 하나 극소수거든요. 나중에 e-book으로 각 단편들이 분철되어 판매되면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 소개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표지 디자인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라기 보다는 할로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일러스트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서점 +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는 미국 원작 스타일 표지였다면 판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낌없이 주리라"

도둑 도트문더가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호텔에서 고대 주화를 훔쳐 달아나다가 우연찮게 '미스터리 서점'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주인 오토와 다른 일행들의 착각으로 그들이 벌이는 포커판에 끼어든 도트문더는 정직하게 게임을 해서 240달러 정도를 땄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여 수상한 사람에 대해 탐문하는데....

걸작 "도끼"와 유쾌한 케이퍼 소설 "뉴욕을 털어라", 묵직한 복수극 "인간 사냥" 등으로 잘 알려진 유명 작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단편. 좋은 단편도 여러 편 발표했기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마침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뉴욕을 털어라"의 주인공인 도둑 도트문더가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딱 한가지, "왜 오토와 친구들은 도트문더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일까?" 인데 그 진상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거든요. 이유는 바로 도트문더가 240여달러의 돈을 땄기 때문이죠. 도트문더가 체포되면 포커판은 깨지고 돈도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도트문더가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오토와 친구들에게 돈을 잃어주기로 결심했다는 결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포커판의 유지가 중요했다면, 240여 달러를 다시 잃는 것 보다 오토와 친구들의 돈을 모조리 따는게 게임을 끝내기에 더 현실적인 방법이니까요. 돈은 게임이 끝나고 공평하게 돌려주면 되잖아요? 돈을 다 따거나, 아니면 240여 달러를 다 잃거나 어느 쪽이건 게임이 끝날 때 오토와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도 하고요. 아울러 크리스마스날 일어난 사건일 뿐, 크리스마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주제에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쓴, 오토 펜즐러의 세 가지 기준에만 맞춘 졸작입니다.

"계획과 변주"

희귀 서적 중개인이 뉴욕에서 차례로 살해당했다. 파로아 러브 형사는 그들의 죽음이 대실 해밋의 잃어버린 원고인 "마른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고, 자신의 친구 오토 펜즐러를 찾아가 책 수집상 와일리 에머슨을 함께 찾아가 보자고 부탁했다. 와일리 에머슨이 "마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일리 에머스는 "마른 여자"라는 원고는 본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찾아왔던 수집가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토는 와일리 에머슨이 썼다는 원고 뭉치를 들고 나오는데...

흑인 동성애자 형사 파로아 러브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저술한 조지 백스트의 파로아 러브 단편.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는 하나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실 해밋의 "마른 여자"라는 원고를 와일리 에머스가 숨긴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썩 납득이 되지 않고요. 원고를 쫓는 악랄한 무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다는데 어차피 돈 받고 팔 생각이었다면 마찬가지 결과였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범인이 오토 펜즐러 서점의 매니저 알렉스였다는 진상도 뜬금없습니다. 나름의 복선이라고 등장하는건 찢어진 청바지와 원고를 노리는 도라를 배웅해 주었다는 것 뿐이라 억지스러웠어요.

한마디로 단편에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펼쳐낸 느낌입니다. 조금 더 길게, 상세한 설명을 더하여 풀어냈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녹슨 책갈피 도난 사건"

닉 벨벳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고등학교 때 친구 찰스 오닐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의뢰는 오토 펜즐러에게 판매한 대량의 헌 책 속에 끼워진 금속 책갈피를 훔쳐와 달라는 것이었다. 닉은 택배기사로 변장하여 서점에 잠입한 뒤, 책갈피를 빼내오는데 성공하는데...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단편. 시리즈 캐릭터인 괴도 닉 벨벳이 주인공입니다. 확실히 제왕다운 작품이에요. 오토 펜즐러의 어떻게 보면 무리한 요구를 모두다 들어주면서 완성도까지 높은 수작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을 유효적절하게 써먹고 있는게 눈에 뜨입니다. 크리스마스라 바빠서 닉의 변장이 잘 먹혔거든요. 오토 펜즐러가 대량의 추리 소설을 구입한 것과 그 탓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책갈피를 훔치게 되는 과정도 그럴듯합니다.

또 녹슨 책갈피를 거액의 수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훔치게 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진상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앞서 찰스의 여동생 마시의 남편이 목을 칼로 베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세하게 설명되니까요. 그래도 '구리는 녹슬지 않는다. 이건 부식한게 아니다!'라는 닉 벨벳의 착안과 이를 통해 진상을 끌어내는 추리는 꽤 그럴듯합니다. 자수하라는 닉의 제안도 깔끔하고요.

무엇보다도 닉이 택배기사로 변장할 때, 위장을 위해 준비했던 여자친구의 추리소설들 중 한 권 - 놀랍게도 수 그래프턴의 "알리바이의 A" - 이 꽤나 값나가는 작품이었다는 결말이 아주 크리스마스답습니다. 오토 펜즐러씨가 횡재했다는 결말인데, 원고도 써 주고 덕담까지 해 준 셈이니 에드워드 D.호크는 상당한 대인배였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오토 펜즐러의 기획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작품입니다. 완성도를 떠나 이 정도로 의도를 잘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역시 대가는 대가구나 싶네요.

"모작 살인 사건"

안 팔리는 아동 추리소설가 루페 페티코드는 자신의 교육 센터 창작 수업 수강생이 검토를 요청한 원고에 홀딱 반했다. 그 원고를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넘겨 선인세로 거액을 약속받은 루페는 원작자 도라 윔블러를 어쩔 수 없이 살해하는데...

잘 모르는 작가인 론 굴라트의 작품.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해 원작자를 살해한다는 이야기는 많을겁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럴듯한 동기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좋아보였던 도라 윔블러의 작품도 사실은 '도작' 이라는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기존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옛 고전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걸작이라고 칭송받지만, 사실은 고전물의 모작에 불과했던 것이죠! 정말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루페 페티코드의 나름 절박한 현실, 작가로서의 뒤틀린 긍지와 복수심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는게 옥의 티이기는 합니다. 너무 스테레오 타입의 묘사였거든요. 반전 외의 모든 전개 역시 스테레오 타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뻔했고요. 그래도 반전만으로 모든게 용서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

네로 울프를 추종하는 탐정 레오 헤이그의 조수이자,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소설로 발표하는 칩 해리슨은 오토 펜즐러의 요청을 받아 '미스터리 서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귀중한 코넬 울리치의 육필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 때문이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스 블록의 단편.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화자인 칩 해리슨의 거침없는 언변이 아주 돋보여요. 온갖 고전 추리소설을 비트는 독설, 그리고 오토 펜즐러가 흠모하던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술 때문에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상황을 풀어낸 전개도 유쾌하고요. 오토 펜즐러에게 장난치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에요.

문제는 로렌스 블록답지 않은 유쾌함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다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구실일 뿐 이야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며, 추리 역시 대단할게 없거든요. 용의자들을 불러 모아 순서대로 증언을 듣는걸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섯명, 아니 일곱명의 용의자가 원고를 돌려보았으며, 마지막에 원고를 읽었던 연회업체 사장 진 보트레이가 오토 펜즐러의 침대 옆에 원고를 올려놓아 곧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진상은 허무하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졸작으로 로렌스 블록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정들의 선물"

보스턴에서 희귀 초판본 배달을 의뢰받고 오토 펜즐러의 '미스터리 서점'에 방문한 사설탐정 존 프랜시스 커디는 오토 펜즐러부터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 그가 수집한 추리 소설가들의 소장품이 동일 가격의 돈이 들은 봉투와 바꿔치기 당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세 명의 추리 소설가였다. 존은 세 작가를 차례로 탐문한 뒤, 진상을 알아낸다.

진상은 림프종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작가 모리가 꾸민 장난이었다는 소품으로 오토는 손해본게 실제로 없기 때문에 진지한 범죄가 아니라 장난이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토 펜즐러를 피해자로 삼은 생생한 추리 소설을 오토 펜즐러에게 선사한다는 건 추리 소설가가 세울법한 계획이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모리의 시한부 삶이 다음 크리스마스를 맞지 못할 것 같다는게 도화선이 되었다는 설정은 필요없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이 설정 때문에 밝고 유쾌할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가 좀 묵직해졌거든요.

그래도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과 그의 친구인 추리소설가들이 벌일법한 크리스마스 장난과 선물이라 단편집 주제에 꼭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어느 바쁜 크리스마스 오후,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앨런의 앞에 맥스라는 꼬마가 나타나 산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스포일러입니다! 제목이 다 망쳤어요. 맥스가 산타클로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할 때 부터 맥스의 엄마가 산타클로스를 죽였다는건 명백해집니다. 산타클로스의 정체가 대체로 아빠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동기도 대체로 짐작이 가고요.

물론 추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는 전개는 볼만 합니다. 특히 서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인 2급 형사 로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경찰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정작 경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데, "87분서"> 시리즈로 일세를 풍미한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학개그로 느껴졌거든요. 역시 로지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싫어한다면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굉장히 와 닿았고요.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는 솔직히 첫 편을 제외하고는 엉망이었죠. "펠리데"는 괜찮았었지만요. 또 범죄물의 거장 에드 멕베인답게 맥스의 엄마가 서점에 나타나는 장면의 긴박감도 꽤 훌륭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제목만 조금 비틀어서, 은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훨씬 나았을텐데, 에드 멕베인답지 않은 안일한 구성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동방 박사의 간계"

오토의 손님 키티는 오토에게서 한 희귀본의 완벽한 표지를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오토를 위해 희귀본을 완벽하게 만들어 선물하려던 키티는 그 남자 가토의 방에 잠입하여 표지를 빼내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물용 희귀본 "바깥 화장실 가는 길"이 도난당한걸 알게 되는데... 

오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두 도둑이 각자 서로의 희귀본과 표지를 훔친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좋은 형제"같은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낮습니다. 전반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탓입니다. 왜 오토에게 귀중한 희귀본을 선물하려고 하는지, 키티와 가토는 직업이 도둑인지 등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거든요. 둘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려는걸 오토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오토가 둘이 그에게 선물하려던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흘린 정보로 둘이 각자 상대방이 가진 물건을 훔쳐내리라고 예상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게 둘의 인연을 이어주려는 오토의 계획이었다니! 억지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해피엔딩 등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어울리는 소재들을 잔뜩 가져다 쓰기는 했지만 이래서야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내 목표는 신성하니"

윌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삼촌에게 고가의 책을 선물하려 한다는 핑계를 대고 오토 펜즐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목적은 선물 구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였다...

오토 펜즐러에게 원고를 퇴짜맞은 후, 복수심에 사로잡힌 작가가 그를 죽이려 한다는 서스펜스 스릴러. 그러나 아쉽게도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서스펜스물로는 실격입니다. 정말로 윌슨이 오토 펜즐러를 죽이려고 했는지조차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그러나 마지막에 오토가 윌슨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써 내면 고료를 주겠다고 구슬리는 장면의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퇴짜를 놓은 평론가가 퇴짜를 맞은 작가에게 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거든요. 작가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잖아요?

그래도 별점은 1.5점입니다. 전개가 엉망이라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고양이 요정 스피릿"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찰서장 커디 맨검은 우연히 옛 인연이 있는 뉴욕 형사 로리를 만나 함께 오토의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했다. 그리고 유명 작가 바트 웰스의 전처 클라우디아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떠들썩한 묘사는 볼거리입니다. 화자인 커디 맨검의 과장섞인, 허풍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인 탓으로 오토 펜즐러가 통이 커서 캐비어와 샴페인을 "전쟁과 평화"에서 보다도 많이 내 놓았다는 류의 말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또 오토 펜즐러의 관심사, 미스터리 서점과 그곳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 등은 작가가 오토 펜즐러를 속속들이 알고 있구나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건은 너무나도 별볼일 없습니다. 장황한 파티,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후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달랑 2페이지 정도로 마무리되거든요. 고양이 스피릿이 바트 웰스의 바지에서 귀걸이를 발견하는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양이의 도움이 없었어도 범인이 드러나는건 어렵지 않았을거에요. 흉기인 샴페인 병에 바트의 피가 묻어 있었고, 동기마저도 명확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주인공의 장황한 대사만 돋보일 뿐, 추리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봐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다면 추리 소설이 아니라 무슨 스탠딩 코미디와 다를 바 없지요.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프리랜서 편집자 베로니카 크로스는 박봉 때문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며 부수입을 챙겨 왔다. 그녀는 토요일마다 서점에 나타나 싸구려 중의 싸구려 소설인 브루노 클렘의 페이퍼 백만 찾는 손님 해리에게 도대체 왜 브루노 클램 책을 읽는지를 묻는데... 

토머스 H 쿡의 단편. 심리 묘사의 대가다운 진중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 누구나 가졌을 법한 질문, 이런 싸구려 책을 뭐하러 읽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답도 인상적이고요. 베트남 전쟁에서의 무자비한 살인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해리에게는 싸구려 페이퍼백, 펄프 픽션이 일종의 스카치 위스키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읽는다는게 그 진상인데, 이를 대단히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고급 문학만 읽는 베로니카 역시 이런 류의 고통 - 강한 증오심으로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후려쳤던 것 - 을 잊기 위해 책으로 도피하는게 아닐까 싶은 결말도 돋보입니다. 결국, 수준을 떠나 문학은 마약이라는 결론이랄까요?

문제는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브루노 클램의 책 대신, 시리즈가 많은 다른 싸구려 소설을 권해주고, 베로니카도 누군가가 무언가를 원하는건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는 교훈을 얻는다는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딱히 흥겹거나 유쾌하지도 않고요. 또 미스터리라고 할 법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좋네요. 다른 졸작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회하게 될 거에요"

미스터리 서점은 끔찍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토 펜즐러의 유일한 희망은 미스터리 소설을 수집하는 백작 부인이 찾는 "데인 가의 저주"를 찾아내어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 뿐. 다행히 크리스마스에 책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백작 부인에게 건네기 전, 책을 분실해 버리고 마는데... 

오토 펜즐러의 아내라는 아동 도서 작가 리사 미쉘 앳킨슨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라는 조건은 충족시키지만 완성도는 별로입니다. "데인 가의 저주"가 사라진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급료 없이 스티븐 킹의 신간 스릴러를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마지막 근무와 책을 숨기기 위해 스티븐 킹의 표지를 덮었다는 묘사가 합쳐지면 그 답은 너무나 뻔하잖아요. 게다가 백작 부인이 고가의 컬렉션을 오토 펜즐러에게 남기고 사고로 죽는다는 결말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것도 순록이 끄는 썰매에 치어서 죽는다니,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긴 겨울의 한잠"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나'는 오토 펜즐러의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맞은 첫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래층 화장실을 방문했던 산타클로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서점 직원 알란이었다. 

셜록 홈즈 원고가 동기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정통 추리 단편. 오토 펜즐러가 직접 탐정역을 수행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전개, 특히 셜록 홈즈와 비슷한 추리쇼를 펼쳐가면서 범인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 등에서 고전 본격물을 잘 흉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흉내에 그칠 뿐이라 아쉽습니다. 고전물 만큼의 정교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인 "왜 희귀본을 창고에 넣는다고 했던 알란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채 살해되었는가?"부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알란을 죽이고, 옷을 갈아입힌게 뻔하잖아요? 그렇다면 산타클로스는 누구냐는 수수께끼가 남는데, 여기서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비약해 버리고 맙니다. 시체 발견이 계기가 된 튜바 연주자 더그가 범인으로, 그는 시체 근처에 떨어진 튜바의 밸브 오일을 감추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는 설정인데 이건 말도 안되죠.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면 다시 돌아가서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도망가버리면 되지요. 현장의 튜바 밸브 오일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될 수도 없었을겁니다. 애초에 서점에 나타나지 않은걸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고전 본격물에 대한 팬심으로 조금은 후한 점수를 줍니다.

"콜드 리딩"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로저의 특기는 손님들을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매들린 커크라는 아가씨가 나타났다. 유명 작가였던 할머니 매들린 커크 (동명이인)의 미발표 원고를 발견하고 그 값어치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로저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원고를 확인하기로 약속하는데, 원고를 빼앗기 위해 누군가 그녀를 습격한다. 로저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낸다.

서점 손님을 보고 그들이 원하는 책을 추리해낸다는 로저의 특기는 재미있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에서 학생 식당 손님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추리 배틀을 펼치는 아케치 교스케와 하무라 유즈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는 별로였지만 존.D.맥도널드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가 중요 소재로 등장하여 관련된 정보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등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도 인상적이었고요.

문제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라는 일상계스러운 추리라면 모를까, 폭행 납치에 살인 미수까지 벌이는 범인을 추리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범인인 맥도널드 팬을 특정하는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복선도 없지는 않고요. 그러나 단편 소설 분량에서 쉽게 풀어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크리스천 킬러"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사람 죽이는 일에 충실한 킬러 사케시언은 독실한 크리스천. 어느날 자신의 타깃인 스티븐의 여동생을 진짜 천사로 착각한 뒤 살인을 그만두는데...

크리스천 킬러가 천사 분장을 한 타깃의 여동생을 만난 후 살인을 그만두지만, 또 다른 킬러의 살인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봐도 "레옹"이 떠오르지요? 우직한 킬러 사케시언, 살아있는 천사같은 헤일리 캐릭터도 딱 그러하고요. 마지막에 사케시언이 죽고 마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타깃인 인간 쓰레기 스티븐이 살아남는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가지, 사케시언이 죽기 전 진짜 천사를 보았다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뻔하지만 극적인 전개에 이 결말을 더하면 평작 수준은 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오토 펜즐러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작품이에요. 특별히 수수께끼가 등장하지 않으니까요.

"칠십네번째 이야기"

미스터리 서점에서 칠십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을 구입한 주인공은 책에 수록된 "어셔가의 몰락"을 읽은 후, 자신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아래층 한국인 편의점 주인을 트렁크에 넣어 땅에 파 묻는다... 

영미권 작품에 흔한, 1인칭 시점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 사이코 스릴러. 하지만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이기는 한데, 지능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질렀던, 동물들을 땅에 파묻던 행동을 범죄와 연결시키는데 발상이 지극히 유치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동기도 없는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점도 그러하고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루스 렌들같은 심리 묘사를 선보였다면 나름 볼만한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묘사 역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마지막 목격자로 오토 펜즐러와 서점 직원을 등장시킨 건 명백한 패착입니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웠어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이름이 뭐길래"

전직 공중 곡예사 렉시 스미스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할머니의 유언으로 그녀가 퇴짜맞았던 원고들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 놓은 뒤, 친구 알비라의 사인회로 향했다. 사인회가 끝난 뒤, 사인회장이었던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와 파티를 가지게 된 렉시는, 그곳에서 할머니의 작품 중 한 편이 유명 작가의 작품과 5년 전에 바꿔치기 되었다는걸 알고 경악한다.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유명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단편. 작은 애완동물들을 사랑하고 추리 소설가를 지망했던 할머니 캐릭터 설정이 귀여웠던 작품입니다.

문제는 특별한 반전이 있는건 아니며, 할머니의 작품이 사실은 대단한 걸작들이었다는 결말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점이죠. 렉시가 전직 곡예사였다는 설정도 딱히 효과적으로 사용된건 아니고요. 분쇄될 뻔 했던 봉투를 더 극적으로 회수했었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특별 단편이니 이 정도는 눈감아줄 만합니다. 전개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해서 읽을 만 하고요. 완성도보다는 분위기가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9/08/02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 노진선 : 별점 2점

죽여 마땅한 사람들 - 6점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푸른숲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테드 스버슨은 아내 미란다가 건축업자 브래드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걸 알고 실의에 빠졌다. 그 때 우연히 만난 여성 릴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둘은 죽어 마땅하다며 테드가 직접 행동에 나설걸 촉구했다. 릴리에게 빠져든 테드는 살인 계획을 세웠지만, 브래드가 선수를 쳐서 테드를 살해해 버리고 말았다. 이 사실을 뉴스로 접한 릴리는 그 둘을 직접 응징하려 하는데... 

이런 저런 곳에서 평이 상당히 좋았던 미국 스릴러입니다. 오쟁이를 진 남편이 살의를 품게 된 계기가 우연히 만난 여성 릴리의 설득 때문이라는 시작은 독특합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낯선 승객"이 살짝 떠오르더군요. 책 뒤 해설을 보니 영향을 받은 듯, 안 받은 듯 모호하게 쓰여져 있기는 한데 최소한 작가도 존재를 알고 있었던건 분명하네요. 첫 만남 당시 릴리가 읽고 있던 작품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 이니까요.

평이 좋은 이유는 일단 잘 알 수 있습니다. 재미만큼은 확실하거든요. 흡입력있는 신선한 전개도 아주 좋고요. 중반부까지 테드와 릴리의 시점을 각각 오가는데 테드의 시점은 릴리를 만난 다음부터의 현재이며, 릴리의 시점은 그녀가 첫 살인을 저지른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옵니다. 그리고 두 시점이 합쳐지는 순간, 테드는 살해당하고 이는 독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줍니다. 그 뒤에도 릴리와 미란다 시점, 미란다가 살해된 뒤에는 경찰 킴볼 시점과의 교차 전개가 계속되는 것도 괜찮았어요. 독자에게 다양한 시각,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하는 덕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드에게 살의를 불러 일으키는 릴리에 대한 설정과 묘사도 인상적입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죽이는데 주저함이 없는 싸이코패스"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스타일인데, 개인의 욕심이나 이기심보다는 제목 그대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만 죽인다는 차이점이 명확합니다.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의 추진력, 결단력 역시 매력적이고요. 그녀를 실존하듯 그려낸 묘사도 일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추리 소설을 - '낸시 드류' 시리즈를 포함해서 - 좋아했던 소녀로 그려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녀와 대척점에 있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인 미란다와 브래드 설정도 괜찮습니다. 단순히 불륜 관계가 아니라 테드를 살해한다는 전개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킴볼 역시 잘 그려져 있습니다. 시를 쓰는게 취미일 정도로 문학에 조예가 깊고, 상당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갖추고 있으며 우연히 쓴 음란한 시가 발목을 잡게 된다는 복선도 치밀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릴리가 대학 시절 사귀었던 에릭을 살해한 범행만큼은 돋보입니다. 에릭이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견과류가 들어간 인도 요리를 먹인 뒤, 치료제를 숨겨 질식해 사망하게 만드는데 사고사로 보이게끔 다양한 조작을 하기 때문입니다. 견과류는 미리 갈아서 요리에 섞어두었고, 범행 전 에릭의 승부욕을 자극하여 펍에서 열리는 술 먹기 대회에 참여하게 만드는 등의 작전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에릭이 실수로 요리를 먹고, 치료제도 찾지 못해 죽었다고 경찰은 생각하게 되지요.
경찰 킴볼이 의외로 유능해서 릴리와 테드의 관계, 릴리의 거짓말과 여러가지 이상한 행동을 파헤치는 과정도 볼거리입니다. 정말 몇 안되는 단서를 통해 릴리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경찰력에 상당한 신뢰를 갖게 만들 정도에요.

그러나 다른 범행은 그닥입니다. 릴리가 미란다와 브래드를 살해하는 핵심 범행부터가 그러합니다. 특히 브래드를 설득해서 미란다를 죽이게 만든다는 계획이 최악이죠. 브래드가 미란다에게 역으로 설득당해 릴리를 죽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미란다, 브래드를 살해한 뒤 먼 거리를 이동하여 사체를 유기하는 장면의 묘사도 나쁘지는 않지만 도로의 CCTV에 촬영되거나 도로 요금소에서 목격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미국 도로 CCTV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과연 추적이 불가능했을지?에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릴리가 저질렀던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유아 성애자 챗을 숨겨진 우물에 떨어트려 죽인 뒤 챗의 모든 짐도 같은 장소에 버린 첫 범행부터 문제가 많습니다. 범행 자체의 설득력부터 부족한 탓입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기는 했지만 챗이 우물에서 떨어져 즉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지나치게 잘 풀린 느낌이에요. 차라리 뚜껑을 덮고 굶어죽도록 놔 두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또 당장은 살해하는데 성공했더라도 누군가 찾아 나섰다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에요.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라 아무도 찾지 않았다는 설정으로 대충 넘어갈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릴리가 충동적으로 킴볼을 칼로 찔러 체포되는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백주대낮에 현역 경찰에게 직접 흉기를 휘두르는건 빠져나가기 힘든 범죄니까요. 킴볼을 없애려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범행을 저질러야 했습니다. 치밀해 보였던 릴리 캐릭터가 막판에 급작스럽게 붕괴되어 버리는데 그래서 얻은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범죄 천재로 보였지만 그냥 어설픈 정신병자에 불과했다는 결말에 불과합니다.

그 외의 범행들도 어설픕니다. 남편을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려던 미란다의 계획? 당연히 실패했을겁니다. 범행 당시 브래드의 인상착의가 목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릴리에 의해 살해되지 않았다면 킴볼 등 경찰의 수사에 의해 진상이 드러나는건 순식간이었을 거에요. 작 중에 등장하는 것 처럼 가짜 증언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과연 그렇게 쉽게 넘어갔을지는 의문입니다.
테드가 충동적으로 릴리가 근무하는 대학 도시 윈슬로를 방문한 것, 릴리가 테드 사망 후 케네윅을 방문해서 숙박한 것 등의 자잘한 실수도 눈에 뜨입니다. 테드의 실수는 릴리를 곧바로 수사 선상에 올리게 만드니까요. 테드가 미란다보다 선수쳐서 범행을 저질렀다 해도 이래서야 완전 범죄가 성공했을 것 같지는 않네요. 테드와 릴리가 서로 끌렸다는 설정은 바람난 아내와 정부를 응징하겠다는 테드의 계획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아니 등장하니만 못했고요.

작위적인 설정도 많습니다. 테드의 아내 미란다가 에릭과 바람이 났던 대학 시절 친구 페이스이며, 우연히 만난 줄 알았던 릴리와 테드의 만남도 어느정도 계획된 것이라는게 밝혀지는 것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냥 우연히 만나서 정말로 범행에 대해 조언을 해 주게 되었다는 식으로 풀어나가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지요. 마지막에, 릴리가 시체를 유기했던 초원 지대가 재개발된다는 마무리도 작위적입니다. 이런 류의 개발 계획을 근처에 사는 사람이 몰랐다는게 말이 될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인물 설정 및 묘사, 그리고 전개는 뛰어나지만 범죄물로는 함량 미달이라 감점합니다. 공들여 쌓아올린 천재 여성 범죄자가 별볼일 없는 정신병자라는 결말도 실망스럽고요.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