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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십각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양억관 : 별점 4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딴섬 츠노시마의 '십각관'에 K 대학교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 일곱 명이 일주일 일정으로 머물게 되었다. 회지 작업 등을 위해서였다. 십각관은 괴짜 천재 건축가로 유명했던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건물로 그는 반 년 전에 아내, 고용인과 함께 십각관 옆 청옥부에서 불타죽었다. 곧이어 연구회 회원들도 오르치부터 한 명 씩 살해당하기 시작했다.

한편 육지에 남았던 전 연구회원 가와미나미는 시마다라는 지인의 도움으로 나카무라 세이지 사건의 진상 조사에 나섰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보냈다는 괴문서를 받은게 계기였다. 여기에는 같은 연구회원 모리스도 힘을 보태는데...

아주 오래 전, 20년도 더 전에 학산 문화사 출간본으로 읽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한스 미디어에서 재간된 버젼으로 '밀리의 서재'에 업데이트되었길래 옛 추억도 떠올릴 겸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뷰작입니다. 엄청난 성공으로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일으켰던 작품이지요. 클로즈드 서클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극이라는 고전적 설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젊은 작가가 젊은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괴짜 천재가 만들었다는 기묘한 저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려낸 덕분에 지금 읽어도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특히 '십각관'은 정말 후속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였어요.

추리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츠노시마에서 일가가 불타 죽었던 괴짜 천재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관련되었던 반 년 전 사건부터 볼거리가 많습니다. 실종된 정원사가 정말 범인이 맞는지, 나카무라 세이지의 아내 가즈에의 왼손은 왜 잘려 나갔는지 등 수수께끼가 가득하니까요.

섬에서 일어난 살인의 트릭은 겉보기에는 단순합니다. 마스터 키를 이용해 방을 열고, 음료나 담배에 독을 넣는 방식이 중심인 탓이지요. 그러나 이 사건에서 트릭보다 더 중요한 건 범인의 정체입니다. 연구회에서 닉네임 ‘밴’을 쓰던 범인은, 육지에서 가와미나미, 시마다와 함께 수사에 참여했던 모리스 교이치였기 때문입니다! 모리스가 밴이었다는게 드러나는 장면은 정말로 대단한 충격을 안겨다 줍니다. 그는 고무보트를 이용해 육지와 섬을 오가며 연쇄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을 엘러리가 저지르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완벽한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데 성공했던 겁니다. 
'십각관'이라는 장소가 사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모든 컵이 십각형인데 딱 한 개의 컵만 십일각형이었다는걸 독살에 활용한 아이디어도 괜찮았어요.

트릭이나 단서의 제시도 공정한 편입니다. 섬과 육지를 보트로 쉽게 오갈 수 있다는건 진작부터 제시되는 정보이며, 루르가 살해당한 현장의 발자욱을 토대로 엘러리가 펼치는 추리는 결정적이니까요. 여기서 루르는 선착장에서부터 쫓아온 범인에게 살해당했고, 범인은 선착장으로 사라졌다는게 명백히 드러나거든요.
이런 여러 정보와 단서가 있음에도, 초반부터 나카무라 세이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독자에게 심어주어서 범인은 학생들 중 한 명이 아니라 나카무라 세이지나 나카무라 고지로일거라는 생각을 독자에게 품게 만드는 전개도 좋습니다. 

아울러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 작가다운, 현대 무대 탐정 소설은 클로즈드 서클 물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등의 추리 소설에 대한 여러가지 이론들의 등장도 반가웠던 부분입니다. 나카무라 세이지의 협박장을 워드프로세서로 쓴 것에 대한 분석, 십각관 사건에 대한 연구회원들의 추리 등 소소한 추리들도 재미있었고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탐정역인 시마다 기요시는 이 작품에서는 하는게 별로 없습니다. 모리스 교이치의 완전 범죄극이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시리즈 탐정이 될 정도의 매력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모리스의 완전 범죄 계획도 큰 구멍이 있습니다. 가와미나미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협박장을 받고 모리스를 만나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게 핵심인 탓입니다. 가와미나미가 모리스의 전화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수사 활동에도 나서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한 답이 없어요. 어떤 식으로든 알리바이를 만들기야 했겠지만, 최소한 중요한 첫 날 알리바이는 날려 버렸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초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나카무라 세이지가 보낸 듯한 편지 역시 범행 후 엘러리가 보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이고요.
동기도 빈약해요. 치오리가 술을 많이 먹어서 죽었다는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술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죽일 생각을 품는다? 별로 와 닿지 못합니다. 강제로 술을 먹이는 게임이라도 했다면 모를까요.

또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너무 쉽게 살해당한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의심 없이 담배를 피우거나 음료를 마시는 장면, 홀로 건물 밖으로 나서는 장면 등은 미스터리 독자답지 않은 행동이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치오리와 모리스가 연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치오리가 나카무라 세이지의 딸이라는 걸 오르치조차 몰랐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르치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섬에 오지도 않았을테고, 처음에 연쇄 살인에 대한 의심이 싹틀 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리도 없지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모리스가 자신의 범행 계획을 병에 담아 바다에 띄우고, 훗날 그 병을 주워 자백하는 구조는 지나치게 감성적입니다. 완전 범죄를 달성하기 위해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던 범인의 감성과는 너무 다른,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젊은 작가의 감정 과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꼈던 불만은 번역입니다. 제가 20여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모리스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모리스'라고만 소개되었습니다. '모리스 교이치'라는 전체 이름이 아니라요. 그래서 '모리스'도 다른 연구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유명 추리 작가의 이름을 딴 닉네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리스가 밴 다인이었다는게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의 충격이 더 컸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번역 버젼은 그런 맛은 부족합니다. 당연하지요. 모리스 르블랑과 밴 다인은 같은 사람일 수 없지만, 모리스 교이치는 밴 다인일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클로즈드 서클의 정수를 보여주면서도 독자까지 완벽하게 속이는 완벽한 완전 범죄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계속 회자되고, 미디어 믹스가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24/08/02

[번역] 돈돈 다리, 떨어졌다 (4). - 아야츠지 유키토

「돈돈 다리, 떨어지다」의 「문제편」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속으로 살짝 일어난 화를 누르며 U군을 바라보았다. 그는 책장에서 꺼내온 우메즈 가즈오의 만화(『오로치』의 SUNDAY COMICS판, 네 번째 권이다)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아, 다 읽으셨어요?"
내 시선을 느낀 U군은 책을 덮으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우메즈 가즈오는 몇 번을 읽어도 대단하죠. 저는요, 그를 인생의 스승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환하게 웃으며 그런 말을 했다. 우메즈 가즈오가 대단한 것은 나도 전적으로 인정하는 바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생의 스승"이라고까지 치켜세우는 그의 천진난만함(이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이 이때의 나에게는 왠지 몹시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는 "스승"의 책을 정중히 옆에 놓으며 "자, 아야츠지 씨"라고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어떻습니까? 설마 벌써, 풀어버리셨나요?"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제한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그렇네요."
U군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30분 정도 남았군요. 그 정도면 괜찮으세요?"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세 번째 세븐스타 담배 포장을 뜯었다. 불을 붙이면서, 지금 느끼는 이 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피해자인 악동의 이름이 "유키토"라는 것 때문인가? 그것도 완전히 관계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는 안 된다. 상대는 열 살이나 어린 학생이다. 악의가 있을 리는 없고, 어설픈 농담이라 웃으며 관대하게 넘겨야 한다.
불만을 제기하자면 오히려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린타로"와 "타케마루"는 그렇다 치고, 이 M** 마을 주민들의 이름은 대체 무엇인가. "포",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끔찍하다. "반 다이스케"는 반 다인의 패러디인가? "아사노 요우지"에 "사이토 사카에"——웃기지 않는다. 전혀 웃기지 않는다. 미스터리 매니아의 유치함이라면 듣기 좋겠지만, 읽는 내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이런 이름짓기는 정말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이 인물들, 읽다 보면 전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구별은 가능하지만, 아무리 '범인 맞추기' 단편이라 해도,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상 조금 더 제대로 된 묘사를 해주었으면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A, B, C……로 표기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동안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나는 이렇게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이 그려지지 않았다!"——맞아, 바로 이것이다.
목구멍까지 나왔던 그 말(인간이 그려지지 않았다고)을 간신히 삼키고,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커피라도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상대는 열 살이나 어린 아마추어 학생이다. 여기서는 선배답게 그 부분은 눈감아주고, 어쨌든 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자, 그럼."
두 잔의 커피를 테이블에 내놓고, 나는 「문제편」의 원고를 다시 한번 대충 넘겼다. "잘 먹겠습니다"라며 컵에 손을 뻗으면서, U군은 내 표정을 힐끔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작이라고 할 만하군. 꽤 어려운 문제야."
라고 말했다. 사실 나의 진심이었다. 사건의 상황은 이른바 '준밀실'이다. 20미터의 공간으로 격리된 '열린 밀실'에서의 불가능 범죄. 설정과 이야기에서 뭔가 장치가 있을 것 같은 냄새가 풍기지만, 초점은 역시 이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20미터의 거리를 극복했는가. 그 트릭을 간파하면 자연스럽게 범인의 정체도 알 수 있는, 그런 타입의 '문제'다. 과연……?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생각한 후, 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부분부터 파고들어갔다.
"'당했다', '밀쳐졌다', '사……사아……'라는 유키토의 말은, 글 중에 나와 있듯이 '다잉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네,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마지막 '사아'는 범인이 누구인지 말하려던 것이라는 거네."
"글쎄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실지……"
U군은 얼버무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얄미운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사'가 머리에 오는 등장인물은, 이 중에서는 사키와 사카에군. 사카에는 성도 사이토지. 설마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겠지만.——흠. 달려온 사카에의 목소리를 듣고 '사이토 씨'라고 대답하려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군."
"그렇죠. 하지만, 다잉 메시지라는 건 대부분 보조적인 단서일 뿐이잖아요. 아야츠지 씨의 작품에서도, 항상 그렇지 않나요?"
"뭐, 그렇다고 하면 그렇지. 그럼, 이건 나중에 보기로 하고——"
그리고 나는 일단 정석적인 '소거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알리바이 등 데이터를 통해 범위를 좁혀나가는 거야. 먼저, M** 마을 사람들부터——"
범행 시각인 오후 2시 40분에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은,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카의 네 사람이다. 이 중 카는 중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니까, 당연히 제외된다. 출산을 앞둔 올츠이는 체력적으로 생각해도 다리까지 왕복해야 하는 범행은 무리겠지.
엘러리는 어떤가. 가령 어떤 트릭을 써서 다리 건너편의 유키토를 죽였다고 해도, 그 후 25분 이내——즉 포가 그를 광장에서 본 3시 5분까지——마을로 돌아오려면, 어떻게든 [옆길 B]를 내려와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①의 루트를 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파이프 바위에 있던 린타로는 그 시간에 통나무 다리를 건넌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따라서, 엘러리도 범행은 불가능했다는 결론이다.
남은 사람은 아가사뿐이지만, 그녀의 경우 엘러리와 달리 3시 40분까지의 알리바이가 없으므로, ②의 루트를 통해 돌아왔다고 해도 시간적인 모순은 없다. 그러나 한쪽 팔이 없는 그녀가 범행이 가능했는지 생각해보면, 올츠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려야 한다. 어떤 트릭을 썼다 해도, 상대는 20미터의 계곡이니까.
결국 여기서는 네 사람 모두 제외된다. 포가 말하는 X는, 그들 중에는 없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U군의 반응을 본다. 그는 또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나서 손목시계를 보고,
"10분 남짓 남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역시 얄미운 얼굴이라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음은 캠프의 네 사람."
가능한 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나는 소거법을 계속했다.
요우지와 사키는, 오후 2시 40분 시점의 알리바이는 없지만, 다이스케가 돌아온 2시 50분에는 분명히 캠프에 있었다. 범행 후, 10분 안에 다리에서 돌아올 수는 없다. 다이스케가 다시 돌아온 루트도 20분 걸렸으니까. 예를 들어 [옆길 A]로 꺾어 [지류 B]를 따라 올라왔다면,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제외해야겠군.
당연히 다이스케에게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2시 40분에 범행을 저지른 후 되돌아갔다면, 아무리 서둘러도 2시 50분에 캠프에 도착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결국 남는 사람은 사카에인가. 사카에가 빈사 상태의 유키토를 발견하는 장면 — 여기에는 시간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즉, 그는 시간적인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이스케가 산등성이 길을 되돌아간 것과 엇갈리면서 [옆길 A]에서 산등성이로 올라와 다리까지 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디. 그렇게 범행을 끝낸 후, 강으로 내려갔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겠지.
물론 사카에가 강가에서 유키토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도저히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문장이 몇 개 있던것 같기는 하다. 때문에 정말로 사카에가 범인이라면, U군이 '페어 플레이의 룰은 엄격히 지켰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한건 이상하다. 그 부분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걸까.
자, 어쨌건 문제는 그 다음이야—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알리바이로는 사카에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해서 유키토를 절벽에서 떨어뜨렸을까.”
그러다 문득 한 가지 황당한 트릭이 떠올랐다.
“흠. 굳이 계곡을 건너 유키토 곁까지 갈 필요는 없었겠군.”
“어떻게요?”
“사카에의 배낭에는 이때 낚싯대가 들어 있었어. 여기에 튼튼한 긴 낚싯줄을 달고, 그 끝에 예를 들면, 야구공 정도의 크기의 돌을 묶어서 말이야...”
“휘둘러서, 다리 건너편의 유키토를 맞췄다고요?”
“그런 거야. 무리일까.”
U군은 복잡한 표정으로 “하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군.
“이런 건 어떨까.”
극약을 먹는다는 심정이 되어, 나는 거기서 새로 떠오른 트릭을 말했다.
“남아 있던 한 줄의 로프를 따라 뱀을 보내는 거야. 놀란 유키토는... 아니, 이건 안 되겠군. 유키토는 뱀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이런 건 어떻지. 들쥐의 목에 긴 끈을 묶어 로프를 따라가게 하는 거야. 그리고 구해줄 테니까 그 끈을 잡으라고 명령하는 거지. 멍청한 유키토가 그 말을 믿고 따랐을 때, 힘껏 끈을 당긴다. 균형을 잃은 유키토는...”
점점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애당초 이런 물리적인 트릭을 고안하는 게 별로 능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하시는군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는 나를 보고, U군은 조금 유쾌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모두 틀렸어요.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서, 그것만으로는 ‘밀쳐져 떨어졌다’는 것이 되지 않으니까요. 유키토는 어디까지나, X의 손에 의해 ‘밀쳐 떨어져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전한 유키토의 죽기 직전의 대사에 ‘거짓’은 없고, 본문에서도 분명히 그렇게 명기되어 있습니다.”
“흐음.”
“유키토는 X의 손에 의해 밀쳐져 떨어졌다. 이것은 즉, 범행이 일어난 2시 40분 시점에서, X는 확실히 돈돈다리 북쪽 돌출 부분에 있었고, 자신의 손으로 유키토를 거기서 밀쳐 떨어뜨린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슬슬 시간 초과네요.”
라는 무정한 선언을 듣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U군은 왼팔을 들어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한 뒤, “그럼, 이걸로”라고 말하며 ‘해답편’ 원고를 건넸다.
---

### 해답편
○반 다이스케, 아사노 요우지, 아사노 사키, 사이토 사카에 네 명은 시간적 혹은 물리적으로 생각해도 명백히 범행이 불가능하다. 또한, 본문에서 알리바이가 명기된 린타로와 타케마루는 X가 아니다.
○따라서 X는 M** 마을의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카 중에 있다.
○위독한 상태에 있는 카는 범행 불능. 한 팔이 없는 아가사는 범행 불능. 출산을 앞둔 올츠이는 범행 불능.
○이상으로 X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엘러리 뿐이다.
○엘러리는 다이스케가 도망친 후 돈돈 다리를 건너가 유키토를 공격해 계곡 아래로 떨어뜨렸다. 범행 후 다리를 건너 고개 길로 돌아가, [옆길 B]를 내려가 [지류 A]의 나무 다리를 건너는 루트로, 오후 3시 5분에 마을 광장에 돌아왔다.
○동기는 복수. 전날, 아들 카가 '금단의 계곡'에 갔다가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잔혹한 소년 유키토의 짓이었다. 사키의 바지에 묻은 빨간 손자국은 그때의 피에 의한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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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순간적으로 아연한 후, 나는 물었다. U군은 씨익 웃으며 "네, 끝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잠깐만, 그건 아니지 않나."
나는 본의 아니게 큰 소리를 냈다. U군은 태연하게,
"왜죠?"
라고 되물었다.
"왜긴 왜야, 이건 전혀 해결이 안 됐잖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역시 조금 불친절했나."
"불친절이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야."
나는 테이블에 몸을 기울여 따졌다.
"첫째로 말이지, 다리가 부서진 후 남은 로프는, 작은 초등학생인 유키토의 몸무게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구. 지문에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어. 그런 로프를, 어떻게 어른인 엘러리가 건널 수 있었던 거야? 거리는 20미터나 된다고. 계곡에서 부는 바람은 강하고, 로프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어. 가령 엘러리가 난쟁이고, 또 줄타기의 명인이었다 하더라도, 이 로프를 건너는 건 무리였다고 생각하는데."
"음, 확실히. 그런데요…"
"그리고, 범행 후는 ①의 루트를 통해 마을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린타로에게 들켰을 거라고. 린타로는 엘러리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쓰여 있었잖아. 그건 거짓말이었던 건가."
"그건 아야츠지 씨의 오해입니다."
U군은 단호히 말했다.
"사실, 린타로는 엘러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증거로, 도중에 타케마루가 두 번이나 심하게 짖었다고 했죠. 타케마루는 자기들 앞을 지나가는 수상한 자를 알아차린 거예요. 그래서 짖은 겁니다."
"그럼, 역시 범인 이외의 등장인물의 말에 '거짓'이 있는 거잖아."
"아니에요. 왜냐면, 린타로는 이렇게 증언했잖아요. '그 다리를 건넌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엘러리를 보지 못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하?"
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U군의 설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 그와 나는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가 다른 건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했다.
"부서진 돈돈다리를 엘러리가 건널 수 있었는가, 라는 문제인데요."
U군은 진지한 얼굴로 계속했다.
"엘러리는 난쟁이도 아니고 줄타기 명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남아 있던 로프 한 줄로 계곡을 건널 수 있었던 겁니다. 아주 쉽게요."
"그런…"
나는 산소를 찾는 물고기처럼 입을 벌렸다.
"설마, M** 마을이 닌자의 숨은 마을이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그런건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설령 닌자라 하더라도, 미군의 특수 공작 부대라 하더라도, 이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도전'에 주석을 단 대로, 그런 도구는 여기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라고 말했지만, 이어지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해, 나는 불안하게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듯이, U군도 자신의 담배(같은 세븐스타)를 물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그는 말했다.
"엘러리는 난쟁이도 줄타기 명인도 닌자도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라, 유키토의 다잉 메시지에서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에…?"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손을 멈추고, 나는 테이블 구석에 던져진 '문제편' 원고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 상황에서, 유키토를 자신의 손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 같은 묘기는, 인간에게는 불가능해요. 따라서 당연한 논리적 결론으로…"
"…설마"
혼란스러운 생각 속에서, 겨우 하나의 단어(설마)가 떠올랐다. 나는 두려워하며 말했다.
"설마 그 '사…'라는 게, '사루(원숭이)'를 말하려고 한 건가?"
"정답입니다."
U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타케마루가 격하게 짖은 거예요. 옛날부터 개와 사이가 나쁜 동물이라고 하면 정해져 있잖아요. 타케마루와 엘러리는 문자 그대로 견원지간이었던 거죠."
잠시 멍해져서 중얼거리듯 "원숭이, 원숭이…"라고 중얼거리는 나를, U군은 여전히 순진한 미소로 응시하며,
"처음에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 작품은 '본격 미스터리의 원점으로 돌아가 쓴 것'이라고. 본격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하면 당연히,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이죠?"
"—사기다. 불공평해."
겨우 기운을 짜내어, 나는 항의했다. 그러나 U군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M** 마을에 사는 일본 원숭이들을 '인간'이라고는,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한 사람'이나 '두 사람' 같은 표현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자'라는 한자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인간이 아닌 생물일 가능성을 암시하기 위해 '자'라고 굳이 히라가나로 표기했습니다.
애초에, 아야츠지 씨, 일본 본토의 산속에 포라든가 엘러리라든가 하는 이름의 인간들이 사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덧붙이자면, M** 마을의 M**는 'monkey'를, H** 대학의 H**는 'human'을 각각 암시한 이름입니다."
"원숭이를 '남자'나 '여자'라고 썼잖아."
"남자 = 인간 중, 수컷으로서의 성기관·성기능을 가진 쪽. 넓은 의미로는, 동물의 수컷도 지칭.
여자 = 인간 중, 암컷으로서의 성기관·성기능을 가진 쪽. 넓은 의미로는, 동물의 암컷도 지칭.
출처는 산세이도의 '신명해 국어사전'입니다. '코지엔'이나 '다이지린'이어도 상관없어요."
"젊은 여자들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원숭이가 그런 걸 할 리 없잖아."
"그건 물론 그루밍을 말하는 거예요. 원숭이의 털 손질. 아시죠."
"—더럽다. 비겁해."
"더럽다니요. 나이 많은 포우가 참나무 열매를 깨물고 있거나, 아이들이 벌거벗고 뛰어놀고 있는 등, 그들이 원숭이라는 복선을 몇 가지 깔아놓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조금 흥분한 나머지, 어조를 강하게 했다.
"하지만 말이야, 원래 원숭이가 말을 할 리가 없잖아. '규칙'이라든지 'X'라든지 '복수'라든지......"
그러자, U君은 "어머 어머"라는 듯 얇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건 전부 어디까지나 원숭이의 세계에서의 일이니까요. 인간과 대화를 나누진 않잖아요? 대사도 전부 캠프의 인간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중 괄호로 묶여 있죠. 게다가 고금을 통해 소설 속에서는, 고양이부터 도룡뇽까지, 생각하는 동물도 있고 나름의 문화를 가진 동물도 있어요. 인간의 말을 이해하거나, 인간적인 감성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최근의 미스터리에서도 있었죠. 은퇴한 경찰견의 일인칭으로 쓰인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 씨의 '퍼펙트 블루'."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
"그런가요?"
나는 점점 더 흥분하며,
"이건 '범인 맞히기'가 아니야."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君은 간단히 "네, 맞아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건 '범인 맞히기'가 아니라 '범원숭이 맞히기'죠. 그래서 그런 언어의 엄밀성을 중시해서, 작품 속에서도 아야츠지 씨와의 대화에서도, 나는 한 마디도 '범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어요. X 같은 진부한 미지수 기호를 끄집어낸 건 고육지책이었어요. '문제편'의 체크, 해 보실래요?"
"........"
"꽤나 고심했어요, 그 부분은. 아야츠지 씨라면 분명 그 고심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불쾌하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소파에 기대앉았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래서 아마추어 학생은 곤란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독을 품으며, 심하게 미간에 주름을 잡고 눈을 감았다. 한동안 그대로 침묵하고 있자,
"저기, 텔레비전 켜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U君이 말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러게."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이상하게 밝고 씩씩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U君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쩐지 지금 막, 시계의 바늘이 오전 0시를 지난 모양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된 것이다.
브라운관 속에서는, 익숙한 연예인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축하해, 축하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 화면의 한쪽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 마리의 동물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저도 모르게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원숭이잖아."
어째서 U君이 굳이 오늘 밤을 선택해서 나를 찾아왔는지. 하필이면 섣달그믐의 이런 늦은 시간에, 추운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그것도 연출("복선"이라고 그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의 하나였던 것이다. 내가 이 '범원숭이 맞히기'를 다 읽을 즈음에 딱 새해가 밝는, 그런 타이밍을 그는 노렸다. 그래서 그렇게, 몇 번이나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던 것인가.
1992년, 원숭이해의 시작――.
어깨에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무언가가 스르르 녹아 사라져가는 듯한 기분을 나는 맛보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느끼던 화가 몹시 하찮게 느껴지고, 동시에 그런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져서......
나는 U君 쪽을 보았다. 하지만, 소파에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검은 배낭도 가죽 장갑도, 크림색에 초록색 줄무늬가 들어간 헬멧도, 거기에는 없었다. "돈돈다리, 무너졌다"라고 표지에 크게 적힌 원고만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확실히 익숙한 얼굴. 잘 아는 이름. 무엇인지 무척 그립고, 그렇지만 조금 얄밉고, 그 천진난만함이 때로는 이상하게 짜증스럽고......
'아, 그렇구나'라고 나는 그제야 생각해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그건...... 아니, 이제 그만두자. 이 이상은 적지 않기로 하겠다.
남겨진 '돈돈다리, 무너졌다'의 원고에 살짝 손을 뻗으며, 다음에 그가 찾아오는 건 언제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2023/11/18

명작 추리 소설 5선 : 이 서술 트릭이 굉장해!

소설에 대해 안내하고 소개해주는 일본 사이트 '소설마루' 에서 발견한 글입니다. 가볍게 소개해 드립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핵심 트릭이 노출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23/09/01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만끽! 흉내내기 (따라하기) 살인을 테마로 한 걸작

honto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모두 국내 소개된 작품입니다. 구하기도 별로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일본 추리 소설 소개가 많은게 아쉽네요. <<옥문도>>나 <<묵시록의 여름>>은 소개되어도 무방한 수작이지만, <<명탐정에게 장미를>>은 참고 보기 어려운 졸작이었거든요. 이보다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 대신 선정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흉내내기 살인'은 동요나 시, 전설이나 이야기에 빗대어 살인을 저지르거나 살인 현장에 장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범인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는가? 그 동기와 목적이 핵심이며, 정통 미스터리의 진수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흉내내기 살인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의 명작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절해의 외딴섬이라는 폐쇄된 서클, 서로를 모르는 초대 손님들, 만찬 자리에서 밝혀지는 범죄, 마더구스의 가사대로 죽어가는 살인, 줄어드는 인형들.... 이 책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후대에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을 확립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자탑 같은 작품이다.

"비숍 살인사건" - 반 다인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지?'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하는, 마더구스 동요에 빗대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탐정 파일로 밴스가 도전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 먼저 발표되어 동요 살인, 흉내내기 살인의 효시로도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 걸작으로 항상 손꼽히는 작품이다.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가 미디어에 소개된 뒤, 이를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만으로도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지만, 2부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2부부터가 메인이다. 기억에 남는 한 권이 될 것이 분명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명작이다.

"옥문도" - 요코미조 세이시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가 <<비숍 살인사건>>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영향을 받아 일본답게 '병풍에 쓰여진 하이쿠'를 바탕으로 완성시킨 추리 미스터리.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옥문도라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도전한다. 작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묵시록의 여름" - 가사이 기요시
밀실 살인, 비보 전설 등 다양한 미스터리 요소가 산재되어 있는 현상학 탐정 야부키 카케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요한계시록에 빗댄 살인이 벌어진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포함한 독특한 분위기가 매우 매력적이어서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리즈 1편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2021/01/03

비숍 살인 사건 - S.S. 밴 다인 / 최인자 : 별점 1.5점

비숍 살인 사건 - 4점
S. S. 밴 다인 지음, 최인자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딜러드 교수 자택에서 조셉 코크레인 로빈이 화살에 찔려 죽었다. 범인이 비숍이라고 서명하여 보낸 마더 구스 동요 편지가 발견된 뒤, 동요대로 조니 스프리그, 드러커마저 살해당했다. 체스 연구가 파디가 자살하여 사건은 종결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어린 소녀 매들린 모팻마저 유괴되자 파일로 밴스는 행동에 나서는데....

'마더 구스' 동요에 따른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내용으로 반 다인 최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추리작가 협회가 선정한 '동서 미스터리 100'에서는 9위,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에서는 18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요.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밴 다인 (반 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몇 권 읽어 보기는 했는데, 명성과는 다르게 추리적으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탓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역시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무려 다섯 번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마더 구스 동요에 맞춰서 일어났다는 특징 외에는 별다른 트릭은 없습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건 범인이 지나치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범인 딜러드 교수가 코크 로빈을 살해했을 때 드러커 부인에게 들키지 않은 것, 드러커를 살해할 때 미행하던 경찰에게 들키지 않은 것 모두 운에 불과하니까요.
드러커 부인 앞에서 드러커 살해를 이야기하여 심장마비로 사망케 한 것도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던 도박입니다. 부인이 큰 소리를 질러 교수가 범인이라고 외쳤다면, 아래 층에 있던 요리사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던걸까요?

범행 전개 과정도 정교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딜러드 교수는 드러커가 연구하던 노트를 훔치고, 아르네손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워서 전기 의자로 보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젊은 아르네손의 재능에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코크 로빈과 조니 스프리그는 죽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드러커만 험프티 덤프티라고 해서 죽이고 '비숍' 이라는 서명을 남기면 되니까요. 왜냐하면 비숍이 헨리크 입센이 쓴 "왕위를 노리는 자들" 속 악당 니콜라스 아르네손에서 유래되었다는걸 경찰이 눈치챌 수 있고, 그렇다면 이후 드러커가 쓴 연구 노트를 훔치기 전에 아르네손이 체포되고 사건이 끝나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장은 증거가 없어서 풀려나더라도, 경찰이 엄중 감시했을테니 나중에 죄를 뒤집어 씌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같은 이유로 코크 로빈, 조니 스프리그, 드러커, 드러커 부인을 살해한 뒤 파디가 자살한걸로 꾸며 살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범인은 아르네손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디가 진범이라고 경찰이 착각했던 탓에 교수는 매들린 모팻을 유괴해서 죽이려는 번잡스러운 추가 범행을 벌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아르네손에게는 드러커 부인을 비숍이 습격한 날, 철벽의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동행했던 벨 양이 시계를 보지 않았어도, 연극을 봤다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알리바이를 깨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 소거법으로 모든 피해자들 스케쥴과 집 안팎을 꿰고 있는건 범인 딜러드 교수밖에 남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본격 추리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전개도 짜증납니다. 특히 수사, 심문 과정이 그러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제대로 경찰에게 협조하는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딜러드 교수, 드러커, 드러커 부인이 모두요. 요리사 비들은 심문도 아니고 단순한 사정 청취에 지독한 반감을 드러낼 정도입니다.
게다가 드러커나 드러커 부인이 한 말은 거짓말 투성이인데, 이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컴 검사와 경찰은 드러커 부인이 불쌍한 여자라며 그냥 수수방관합니다. 그녀가 범인을 목격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또 드러커 부인을 살해하려고 온 범인이 비숍 말을 남겨두면 부인이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할거라고 여겼다는 추리도 어처구니가 없어요. 매컴 검사가 이를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건 말이 안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컴 검사는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느낌입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탐정 역을 자처했던 아르네손은 입센의 광팬이라 비숍의 뜻을 처음부터 눈치챘을텐데,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은 이유처럼요. 파디가 루빈슈타인과 대국을 하던 중에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추리도 마찬가지에요. 45분 정도 시간이 빈 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었겠지만, 루빈슈타인이 45분동안 숙고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루빈슈타인이 45분 숙고 시간을 요청했다는 설명 정도는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밴스가 인간 정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범죄는 수학자의 범죄라고 추리하는 정도가 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는 빈약하고 설득력도 낮습니다. '장기간 심하고 지속적인 정신 노동을 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기괴하기 짝이 없는 폭발을 낳으며, 아르네손은 균형 유지를 위해 항상 남을 비하하고 비웃는 식으로 감정 표출을 해서 범인이 아니니, 범인은 딜러드 교수일 수 밖에 없다'는게 전부거든요. 당연하게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가학적 본능에 따른 기괴한 범죄를 행한다는건 근거가 없습니다. 수학자들에 대한 모욕에 가까운 주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이 논리라면, 항상 아이들과 놀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드러커도 범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밴스는 드러커를 용의선상에 올려 놓았었죠. 자기 추리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행동이었어요. 

이외에도 파일로 밴스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장황하게 떠드는 묘사도 너무 많고 지루합니다.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묘사로만 줄여도 길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이런 현학적 과시가 작품 특징이기는 한데, 저에게는 불필요하고 짜증나는 요소였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에 아르네손을 몰래 살해하려던 교수를 술잔 바꿔치기로 대신 살해한 밴스의 행동만큼은 괜찮았어요. 매컴 검사는 "하지만 그건 살인이야!"라고 화를 내지만, 범인이 아르네손인지, 교수인지 증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술은 둘 중 누군가가 먹게 될 테니, 이왕이면 범인이 먹는게 낫겠죠.
그러나 이 정도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적으로 절망적인 수준이며 마더 구스 동요를 잘 녹여내었다는 선구적인 아이디어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추리 소설 속 트릭의 비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동요와 살인의 소름돋는 일치가 최대의 스릴이며, 그 절묘한 스릴을 제외하면 이 작품이 가진 대부분의 매력을 잃는다'고 말했는데, 그 말 그대로에요. 그러한 특이점 외에는 매력이 없습니다.

2019/04/06

블러디 머더 - 줄리안 시먼스 / 김명남 : 별점 2.5점

블러디 머더 - 6점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을유문화사

추리 작가인 줄리언 시먼스가 쓴 추리, 범죄 장르 문학 역사서입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책이지요. 1794년 출간된 윌리엄 고드윈의 "칼렙 윌리엄스" 부터 시작해서 비도크,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월키 콜린스, 에밀 가보리오로 이어진 범죄 문학이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단편 추리물로 만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스, 앤서니 버클리 콕스, 반 다인 등 거장들에 의해 추리 문학 "황금기"인 1920~30년대에 이른 후 정통파에서 하드보일드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범죄 문학 역사의 주요 변곡점과 주요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및 기타 국가의 추리, 범죄 소설도 비중있게 언급됩니다. 뒤렌마트의 범죄 소설들이라던가 부알로 - 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스웨덴의 페르 - 마이셰발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나 페르 - 마이셰발 작품이 좌파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독특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저는 이런게 유럽 스타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스파이 소설은 아예 한 단락을 할애합니다. 대부분 아는 작가와 작품들인데 이 중에서도 문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초의 스파이 소설인 어스킨 칠더스의 "사막의 수수께끼"야 말로 모든 스파이 소설과 모험 소설 중 최고작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북이 저렴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략적인 추리, 범죄 문학의 역사는 익히 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눈길이 간 건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저자 본인이 추리 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트릭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고 문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은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합니다만, 작가의 주장처럼 수수께끼 풀이는 그냥 핏기없고 인물없는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수께끼 없이 범죄와 인물에만 기댄 작품도 반쪽짜리일텐데, 그런 부분에 관대한건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해밋의 "유리 열쇠"를 당대 최고작이라 극찬하는데, 그 이유는 캐릭터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성취 때문입니다. 트릭은 부차적이고요. 하지만 단지 캐릭터와 인간관계만으로 최고 성과라니 평이 과하다 싶습니다.
스펜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B 파커를 챈들러의 후계자로 언급된다고 소개한 단락도 뭔가 싶었네요. 전형적인 펄프 픽션 작가로 좋은 평을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요.

반대로 윌리엄 아이리쉬를 플롯이 한심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을 작가는 아닙니다. 평가 절하된 작가는 또 있습니다. 조세핀 테이가 대표적이에요. 지루하다는 이유인데 역시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 외에도 존 르 카레, 제임스 엘로이 등도 평이 좋지 않더군요. 

작가 특성상 단편에 좋은 평을 주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퀸의 초기 단편집에 좋은 평가를 한 건 눈에 뜨입니다. 암, 좋은 작품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는 푸아로미스 마플 단편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주지 않는건 의외였습니다. 장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그 이유인데 말도 안됩니다!

이렇게 평가는 좀 갈리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개는 일품입니다. 몇 몇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봅니다.
우선 1920년대 작가인 필립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줄"에서 엔서니 게스린 대령을 소개했다는데 최고작은 "리녹스"와 <> 두편이라는군요. 존 딕슨 카는 저 역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줄리언 시몬스는 최고 작품으로 "할로 맨"을 꼽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1980년대 전문가 집단의 최고의 밀실 소설 투표에서 카의 다른 작품들 - "구부러진 경첩", "유다의 창", "열개의 찻잔" - 보다 두배 가까운 표를 얻었다고 하며 "환각과 위장에서 문제를 끌어낸"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마찬가지로 황금기 작품인 C.데일리 킹이 쓴 세 편의 "오벨리스트" 시리즈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라니까요.
황금기 이후 작품 중에서는 페트릭 퀜틴의 "두 아내를 가진 남자"와 "로널드 셸던의 아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와 "피 흘리는 사랑"에 대한 평이 괜찮고요. 시릴 헤어의 "법정의 비극"은 코미디적 감각과 인물에 대한 진실된 감정으로 순회 재판 판사의 삶이 잘 묘사된 그의 최고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소개된 에드거 러스트가튼의 "대답해야 할 사건", 케네스 피어링의 "커다란 시계", 헬렌 유스티스의 "수평의 남자", 존 프랭클린 바딘의 "악마의 푸른 꼬리 파리" 모두 한 번 읽고 싶어 집니다. 국내 소개된건 아쉽게도 "커다란 시계"밖에 없지만요.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범죄 소설가 중 가장 중요하다며 소개하는 단락은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작가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이어서 소개되는 마고 베넷의 작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행하는 남자들"은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에 대한 호평도 좋았고요. 마거릿 밀러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지만, 여기서 최고로 치는 "천사처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니 이 작품까지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품 소개만 흥미롭다면 인터넷 서점 리뷰보다 나을게 없죠. 아니, 국내 소개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도 못합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9/01/13

시인장의 살인 - 이마무라 마사히로 / 김은모 : 별점 2.5점

시인장의 살인 - 6점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립 신코 대학의 미스터리 애호회 회장 아케치 교스케와 조수? 하무라 유즈루는 소녀 탐정 겐자키 히루코의 부탁으로 영화 연구회 여름 합숙에 참가했다. 영화 연구회 합숙은 이상한 협박장 때문에 취소되기 직전이었던 탓에, 외부인의 참석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합숙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급작스러운 좀비떼의 습격으로 일행은 3명의 사망자를 낸 채 합숙 장소인 '자담장'에 갇히고 말았다. 일행은 여러가지 바리케이트로 좀비의 습격을 막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려 했지만 첫 날 밤이 지나고, 영화 연구회 회장인 신도가 좀비에게 물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문제는 신도의 방은 좀비가 들어올 수 없는 밀실이었다는 점이었다....

신인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데뷰작으로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8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2017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제1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제27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 2018 서점대상 노미네이트' 등 온갖 상을 휩쓸었던 화제작입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유명세만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다라메 기관" 이라는 정체 불명의 연구소에서 마지막 테러를 위해 선택한 것이 좀비 바이러스의 살포로, 테러의 성공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감염된 후의 이야기를 다룬 좀비물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사실 좀비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이미 좀비의 특성 자체를 핵심 트릭으로 써 먹은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은 미국을 무대로 시작부터 좀비물임을 드러내며 분위기가 살짝 블랙 코미디 느낌인데 반해, 이 작품은 초중반의 좀비 등장 전까지는 상큼한 대학교 신입생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 여름 캠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전형적인 일본풍 청춘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덕분에 좀비가 처음 등장할 때는 상당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가 갑자기 좀비물이 되는 셈이니까요.

또 좀비가 처음 주인공 일행을 습격하는 담력 시험에서 신코대학 미스터리 애호회 회장인 '신코의 홈즈' 아케치 교스케 가 바로 좀비에게 물려 이야기에서 퇴장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놀랐습니다. 물론 아케치 교스케는 이름과 별명만 거창한 단순한 추리 소설 매니아로 별다른 능력은 없으며, 진짜 명탐정은 겐자키 히루코라는 설정은 진작부터 있기는 했지요. 그래도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탐정 에가미 지로 정도였던 초반부 비중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퇴장이었습니다. 흡사 영화 "파이널 디씨젼"에서 스티븐 시걸이 초반에 활약도 못하고 죽어버리던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어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다양한 수상 경력에 값합니다. 첫 사건인 영화 연구부 부장 신도 살인 사건이 그 중에서도 가장 괜찮아요. 밀실에서 좀비에 물려 죽었는데, 좀비가 어떻게 밀실에 들어갔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가 핵심으로, 신도의 연인인 호시카와의 존재와 좀비의 특성을 잘 활용한 괜찮은 트릭이 등장합니다. 좀비가 된 호시카와와 신도가 사투를 벌일 때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는지, 신도가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등 세세하게 파고들면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나무랄데 없습니다.

허무하게 죽어버린 아케치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고전 본격물 애호가인지라 화자인 하무라가 밴 다인 (반 다인)과 쓰즈키 미치오도 모르는 미스연 회원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미스연 회원들이 즐겨 읽는다는 라이트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고요. 미스터리에 대해 잘 모르고, 태생적으로 사건을 불러 일으켜 희생자를 만드는 소녀탐정 히루코 설정도 좋아요. "천재지변급으로 희생자를 만드는 인물" 들인 코난김전일 캐릭터에 관련된 인터넷 농담을 조금 더 진지하게 구현해 놓았는데, 본인 스스로 희생자를 줄이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추리를 한다는 이유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하무라를 원한 이유가 '조수'가 있으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그럴 듯 했고요.

그러나 두 번째 살인 사건인 다쓰나미 살인사건부터는 여러모로 애매해집니다. 범인의 원한이 아무리 깊다 한들, 좀비가 된 다쓰나미를 또 죽인다는 범행을 저지른다는건 말도 안되니까요. 동상을 옮기는 등 엄청난 수고가 추가로 필요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위험한 방법으로 자신과 다른 일행의 생명까지도 걸어야 하는 행위인 탓입니다. 동상을 이용해 다쓰나미의 몸무게 이상으로 탑승이 불가하게 조작해 놓았다 한 들, 좀비들이 다쓰나미를 끌어내 먹어 치우고 다른 좀비가 타고 2층으로 올라올 수도 있잖아요? 좀비 설정에 너무 무리수를 둔 느낌이었습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범행 사전 준비를 위해 카드키를 바꿔치기하고, 그 순간에 CD 플레이어의 음악이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어요.
세 번째 살인 사건인 나나미야 살인 사건은 트릭도 뭐도 아니라서 딱히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마지막 대단원도 그닥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고요. 좀비가 몰려드는 와중에 펼쳐지는 추리쇼라는 상황 설정만 긴박할 뿐, 내용은 딱히 새롭지 않습니다. 범인도 하무라 아니면 시즈하라 정도로 압축되고 있던 상황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전형적인 좀비물을 청춘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와 엮어 본격물스럽게 만든, 일종의 하이브리드 장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첫 번째 사건과 몇몇 디테일을 제외하고는 본격물로서의 가치는 높지 않아 감점합니다.
하지만 분위기, 느낌은 나쁘지는 않아요. 전형적인 좀비 호러물을 박진감있게 묘사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맛도 분명 있고요. 1급 추리물은 아니지만 1급 오락물임에는 분명하다는 점에서 여러 상을 휩쓴 이유도 수긍은 갑니다. 좀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인상적인만큼 좀비물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15/07/20

체육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5점

체육관의 살인 - 6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제가오카 고등학교의 밀실과도 같은, 체육관의 암막이 쳐진 무대 뒤에서 방송부 부장 아사지마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탁구부 부원 유나는 존경하는 선배 사가와 부장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자 누명을 벗기기 위해 학교 제 1의 천재 우라조메 덴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10만엔을 받고 사가와의 누명을 벗겨준 우라주메는 추가요금 5만엔으로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약속했고, 사가와와 유나는 그것을 수락하는데...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신진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데뷰작.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죠. 작년에 출간되어 이런 저런 곳에서 평이 좋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전 황금기 본격물의 엄청난 팬이기도 하니까요.

일단 작가의 별명이 허명은 아니더군요. 저는 본격물이라면

  1. 근사한 트릭이 등장해야 함
  2.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공유되는, 일견 사소해보이는 단서들로 사건이 해결되어야 함
  3. 트릭과 사건의 해결은 탐정의 추리를 통해야 함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정도로 상당히 그럴듯한 본격물 얼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탐정인 우라조메가 정말로 사소해보이는 단서들 - 화장실에 버려진 우산, 젖지 않은 포스터, 주머니에 넣었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유류품, 바로 재생되는 DVD 플레이어 등등등 - 로 추리하는 과정이 대단합니다. 논리적일 뿐 아니라 이치에 합당해서 무릎을 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에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벌이는 추리쇼 역시 고전 본격물에 등장하는 그것이지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 트릭도 현실적이고 그럴싸해서 재미를 더해 줍니다. 장벽이라고 생각했지만 원래는 운송수단이다! 라는 것인데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어요. 앞부분 프롤로그에서 일종의 서술 트릭과 같은 재미를 주는 것도 정말 기가 막혔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백합니다. 우선 사건의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게 큰 문제에요. 고등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컨닝한게 들켰다고 사람을 죽인다는 동기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범인이 아사지마를 살해하고 증거를 회수했다 치더라도 아사지마가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전무합니다. 대표적으로 작중에서도 아사지마가 이전에 하리미야의 범행을 촬영한 것은 부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잖아요?

게다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밀실 및 기타 증거는 계획적인게 아니라 대부분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밀실이 된 것은 미호가 아사지마의 부탁으로 오른쪽 공간에 숨어있던 것이 시발점이었고(하필이면 가장 약한 미호에게 부탁한 것도 에러고), 연극부가 일찍 도구를 옮겨 오지 않았다면 성립되지 않는 밀실이니까요. 아울러 미호가 문에서 나와 문을 두드리고 달아나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다는 마지막 증언도 맹점이에요. 만약 미호가 숨어있지 않았다면, 그 문으로 마사키가 나오는 것을 사오토메가 목격했을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완전범죄도 뭐도 아니죠. 이러한 점에서 정교하게 잘 짜여진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처음에 사가와가 미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 역시 구태여 사건을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덧붙여 캐릭터의 매력도 많이 부족해요. 우라조메가 천재 오타쿠라는 것은 특이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수십년 전에 등장했던 재수없는, 잘난척하는 천재 명탐정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탓입니다. 예컨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이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읆는 것과, 우라조메가 만화 대사를 인용하는 것의 차이는 출처의 차이일 뿐 동일합니다. 이런 천재형의 잘난척 대마왕 명탐정은 정말 싫어하는데 2010년 이후 또 보게될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고전 본격물의 얼개에 만화적인 설정을 덧붙여 꽤나 그럴듯한 본격물을 창조해낸 역량과 아이디어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본격물이라고 보기에는 앞서 말했듯 단점도 많습니다. 그래도 고전 본격물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야말로 "정통" 추리물이니까요. 데뷰작인 것도 감안해야 할 테고요. 후속작을 기대해 봐야 겠네요.

2015/01/13

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 박재현 : 별점 2.5점

녹스머신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반니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본격 추리소설은 체계적인,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는 장르죠. 이 작품은 이러한 본격 추리소설의 규칙을 실제하는 물리학, 양자역학에 끼워넣은 독특한 SF인 "녹스 머신"과 "논리 증발", 그리고 추리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메타 픽션 "들러리 클럽의 음모", 그리고 독특한 암호트릭 중심의 본격 SF "바벨의 감옥"으로 이루어진 중단편집입니다.

발표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온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부문 모두 1위) 작품으로 국내 번역이 언제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동호회 "하우 미스터리"에서의 이벤트 당첨 덕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완독한 첫 느낌은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역량이 정말 대단하구나! 라는 것입니다.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 외에도 광범위한 물리학, 양자역학 지식까지 어떻게든 충족시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라 작가의 노력, 탄탄한 지식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네요. 이런 점은 확실히 배워야겠죠. 추리 소설의 규칙을 과학 이론으로 만든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고, 작품의 난해한 정도가 지나친 탓입니다. 독자를 의식하고 쓰여진게 아니라 작가의 자기 만족, 취미 활동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에요. 독자를 의식했더라도 굉장히 특이한 독자를 대상으로 했을 겁니다.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처럼 이론에 대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소설로서는 더 맞는 방향이었어요.

게다가 "녹스 머신"에서 문헌수리해석, 물리학과 타임머신 관련 이론, 양자역학, 평행 세계 등에 대한 학술적 이론을 빼면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 중국인이 과거로 돌아가 녹스를 만나고, 그 탓에 녹스가 자신의 십계명을 수정한다'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기대했던 반전도 없고,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고민도 별 볼일 없이 해결되며, 예상했던 결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시시해요. 솔직히 도라에몽의 타임머신 단편들이 더 그럴듯하고 흥미진진하게 타임 패러독스를 다뤘다 생각됩니다.

"바벨의 감옥" 역시 마찬가지. 일종의 격자화된 틀, 그리고 그곳에 배치된 글자들을 이용한 암호 트릭이 전부입니다. 외계 종족과 일종의 텔레파시 싸움을 벌인다는 설정 및 다른 내용은 이 트릭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사족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어서 읽으면서 졸 정도였어요. 트릭도 일본어 세로쓰기 구조를 이용한 것이라서, 일본 외에서는 애시당초 먹히기 힘들고요. 어떻게든 한글화를 시도한 번역자의 노고는 알겠지만 성공한 결과물도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들러리 클럽의 음모"와 "논리 증발" 두 편은 그래도 조금 더 쉽게 읽히며 재미 면에서 더 낫기는 합니다. 일단 메타 픽션인 "들러리 클럽의 음모"는 다른 세 작품과는 다르게 SF는 아닙니다. 본격 추리소설에 대해, 그리고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과 그 주인공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창작물이죠. 추리소설의 화자 역할인 탐정의 파트너들이 소속된 '들러리 클럽'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10번째 인디언 인형"이 추리 소설에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놓고 회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그것도 본격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즐거울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정말로 실존한 인물들처럼 묘사된 들러리 캐릭터들 — 특히 악역인 밴 다인 (반 다인), 꼰대가 되어버린 왓슨 — 묘사도 아주 좋으며, 실존했던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 실종 사건을 들러리 클럽과 엮는 시도도 괜찮았습니다. 빅4 등의 다양한 패러디도 볼거리였어요. 마지막 밴 다인의 독살이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등 정작 추리적인 요소가 기대 이하라는 점은 좀 아쉬웠지만요.

"논리 증발"도 "녹스 머신"보다 스케일이 크면서도 내용이 풍성해서 완성도는 더 높은 작품입니다. 복잡한 이론을 걷어내더라도 전자화된 데이터에 발화를 일으키는 촉매재로 엘러리 퀸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독자에의 도전'이 삽입되어 있지 않은 "샴 쌍둥이의 비밀"이 이용된다는 추리소설 매니아만이 할 수 있는 발상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전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각기동대"를 연상시키는 전뇌 생명체가 된 유안이 메시지를 남긴다는 결말도 깔끔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평균 별점은 2.5점. 추리소설 매니아가 자신의 역량을 극한으로 발휘한, 지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덕분에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추리, SF 양쪽 장르 모두에서 이야기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작가의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들은 아니었어요. 저는 "매니아"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다른 분들께 쉽게 권해드리기 어렵네요.

2014/12/09

파리인간 - 한스 올라브 랄룸 / 손화수 : 별점 2.5점

파리인간 - 6점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책에이름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저항하는 군인으로 활약했고, 전후 고위 관직도 역임했던 하랄 올레센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수사 총 책임자로 임명된건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이었다. 경감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랑나르 보르크만 교수는 경감에게 자신의 딸 파트리시아로부터 조언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아챈 크리스티안센은 그녀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노르웨이 작가의 추리소설. 원래 북유럽 쪽 추리소설은 취향이 아닌데 평이 굉장히 좋았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 정통 본격물 느낌이라는게 의외였습니다. 북유럽 추리소설이라서 "웃는 경관"이나 발란더 시리즈와 같은 묵직한 수사물이 아니면 요 네스뵈로 대표되는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첫 사건인 하랄 올레센 살인사건에 사용된 밀실 트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시대 배경이 1968년이라 비교적 고전적인 추리가 사건 수사에 동원될 여지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범인이 가짜 범인을 조작하는 과정이 등장한 점도 고전 정통 본격물 스타일이라 할 수 있으며, 여러 증언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진상까지 끌고 가는 전개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러한 고전적 추리 스타일에 더하여 전쟁영웅인 줄로만 알았던 하랄 올레센의 과거가 아파트 거주민들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진진합니다. 2차대전 중 국경지대 안내인이 자기 방어를 위해 두 명의 유대인 부부를 사살한 후 무죄 판결을 받았던 펠드만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역사학자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발휘된 셈입니다. 안데르손에게 듣는 하랄과 디어풋의 목숨을 건 탈출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등 디테일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탐정역의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도 특이했습니다. 발로 뛰는 형사와 장애가 있어 칩거하는 천재 조합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 설정이면서 링컨 라임 시리즈와 똑같아서 아주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추리 소설을 백여 권 읽은 추리 소설 매니아라는 설정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추리 소설 애호가라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네요. 처음 만났을 때 책상에 놓인 책 중 한 권은 스텐리 엘린의 작품이라는 디테일도 돋보였습니다(1968년은 "발렌타인의 유산"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죠). 그냥 설정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매니아답게 여러 가지 추리 소설을 응용하며 대화를 펼치는 점도 좋았어요. 아이 울음소리를 불평한 주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며 셜록 홈즈를 흉내 내는 식으로요. 중반부에 공소시효가 끝난 뒤 벌어진 동일한 범죄를 다룬 조르주 심농의 작품을 언급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 무슨 작품일까 궁금해집니다. 물론 추리소설 백여 권 읽은 걸로는 매니아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작가의 데뷔작이기 때문일까요?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정통 추리물의 스타일을 따르고는 있지만 실제 추리적으로는 그렇게 잘 짜여져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인물들이 하랄과 엮여 있다는 인간 관계는 작위적이며, 주요 인물들의 증언이 거의 모두 거짓이기 때문에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도 못합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밀실 트릭도 반 다인의 작품 등에서 이미 선보였던 고전적인 트릭에 지나지 않아 참신함이 부족해요. 레코드판이 아니라 테이프를 사용하는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수준도 유치하고요. 마지막에 모든 주요 인물들 앞에서 펼치는 추리쇼라는 작위적 설정까지 고전적 스타일을 답습했어야 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또 비록 이십여 년이 지났지만 사진까지 있는데 디어풋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범인이 원래 계획대로 자살을 위장한 완전범죄를 벌이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고요. 총도 새로 구해왔으니 모든 준비가 끝난 것 아닌가요?

그 외에도, 사라의 미모와 크리스티안과의 불륜은 지나치게 과하게 묘사된 듯 싶었어요. 할리퀸 로맨스 성인버전을 읽는 기분이었으니 말 다했죠. 휠체어에 앉아있던 장애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 역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했던 수작 스릴러 "서스피션" 등 여러 작품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것이라 진부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데뷔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리적인 완성도가 미흡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읽히는 재미만큼은 충분하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12/30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별점 2점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4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검은숲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된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초기 작품집.

"점성술 살인사건"은 일본에 추리문학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걸작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미타라이라는 탐정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후 작품들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엘러리 퀸과 반 다인의 뒤를 잇는 잘난척 덩어리에다가, 뭐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잘난 인물로 묘사되니 마음에 들래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마신유희"에서는 그 정점을 찍었었죠.

다행히 이 책 수록작들은 위의 단점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바로 직후에 이어지는 초기작인 덕분이겠지요. 신본격 시대를 연 작가답게 고전적인 퍼즐 미스터리 스타일 정통 본격 추리물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장르가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를 더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트리기가 밀실 살인과 결합되어 있으며, 두 번째 작품은 일종의 순간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세 번째는 붉은 머리 클럽이 연상되는 일종의 사기극을 그린 소품이고 네 번째는 유괴극이거든요.

또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의 화자가 이시오카가 아니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에요. 물론 두 번째 작품은 화자가 다르다고 해서 딱히 달라진건 없습니다. 미타라이의 경이적인 재즈기타 실력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고요. 반면 세 번째 작품은 사건이 워낙에 독특하고, 화자의 버릇이 사건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 화자 변경이 꽤 효과적으로 사용된 편입니다.

결론내리자면, 작품마다 편차가 크고 불필요한 설정, 묘사가 많기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최악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작품 "질주하는 사자"만 빠졌어도 별점 0.5점은 더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비교적 괜찮고, 무엇보다도 트릭만큼은 신본격의 장을 연 작가의 명성에 어울립니다. 본격 퍼즐 미스터리 애호가시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장르소설의 명가 "검은숲"에서 출간된 책답게 장정과 디자인도 괜찮습니다.

덧붙여, 작가의 후기에서 미타라이 작품의 영상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전형적인 일본인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구현하고 싶었다는 캐릭터론이 펼쳐지는데, 전형적인 일본인에 대한 설명은 수긍이 가지만 미타라이라는 캐릭터가 그것에 반하는 캐릭터라는 것에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을 싫어하고, 높은 사람을 싫어하는 잘난척하는 독설가에다가 사람의 본성에 관심이 많으며, 음악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는 점에서 아무리 봐도 "셜록 홈즈"의 판박이에 불과하니까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숫자 자물쇠"

"점성술 살인사건"에 등장했던 다케코시 형사가 미타라이에게 미궁의 밀실 살인 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 내용으로, "점성술 살인사건" 바로 직후에 이어지는 초기작입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순간 이동 트릭(정체되는 도로 위 트럭 짐칸에 있던 범인이 몰래 빠져나와 지하철로 이동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복귀!) 만큼은 아주 좋았습니다. 과연 짐칸을 향해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을지는 의심스럽지만, 습관처럼 계속된 출근 방법이라는 전제가 있으니 딱히 문제라 할 수 없겠지요. 미타라이가 의외의 자상한 면을 드러내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밀실 트릭 자체는 별게 아니고, 초반 3단 숫자 자물쇠의 조합에 대한 경우의 수가 의도적으로 잘못 전달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총 3자리의 번호가 1부터 0까지로 조합된다면 누가 생각해도 10*10*10으로 경우의 수는 1,000개밖에 없잖아요.

아울러 범인이 왜 번호를 하나씩 시험해가며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해불가예요.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고 딱히 미궁에 빠뜨리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은 만큼 그냥 힘으로 뜯어도 됐을 텐데 말이죠. 동기 역시 설득력이 약해 아쉽더군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숫자 자물쇠 이야기를 빼고 좀 더 짧고 깔끔하게, 설득력 있는 동기로 전개하는 게 좋았을 겁니다.

"질주하는 사자"

재즈 동호인 모임에서 진주목걸이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 구도는 기차에 치인 시체로 발견되는데...

구도가 죽는 순간까지 도저히 기차에 치인 장소로 갈 수 없다는 불가사의를 다룬 작품.

앞선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수록작 중 최악입니다. 일단 트릭부터 설명하자면, 조잡한 장치 트릭입니다. 문제는 작품 내에서의 설명으로는 독자가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T자형으로 이루어진 맨션에 대해 작품 내에서 계속 장황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지만요.

범행의 동기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몇 명 없는 모임에서 보석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면 용의선상에 오를 건 분명한데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모임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돼지요.

작품과는 무관한 미타라이의 세계급 재즈기타 실력 설정 역시 짜증나는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천재성의 묘사가 캐릭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전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점수를 준 부분은 진주목걸이 절도와 관련된 마술 트릭과 마지막 숫자 "7"에 대한 가벼운 농담 같은 반전뿐입니다.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화자인 세키네가 부장에게 자기가 겪은 가장 희한한 일을 이야기하는데 옆에 있던 미타라이가 간단하게 그 진상을 풀어 알려주는 이야기.

핵심은 이른바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회장이라는 젠키치 할아버지의 사기극인데, 미타라이의 추리는 비약이 심해 논리적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젠키치 할아버지의 웅대한 이상이 너무 맛깔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와 트릭은 영 아니더라도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라는 발상에 점수를 줍니다. 희한한 일, 기이한 조직, 그리고 예상치 못한 범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붉은 머리 클럽"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기도 하네요.

"그리스 개"

그리스의 일본인 해상왕 아들이 유괴된 사건을 다루는 전형적인 유괴극인데, 유괴극의 가장 큰 숙제인 몸값 전달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등장하는 암호 트릭도 꽤 기발했고요. 초반의 타코야키 가게 도난 사건까지 엮어 전개하는 짜임새도 괜찮았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피해자가 눈치챈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거 아닌가라는 문제, 그리고 "개"에 대해 지나치게 비중을 둔 전개는 약간 의아하지만 평작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1/06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오혜진 : 별점 3점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6점
오혜진 지음/어문학사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추리소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떠한 문학적 위상을 지녔는지를 알려주는 논문집.

1930년대 추리소설이 유행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총독부의 언론 장악이 강하게 이루어졌고, 언론이 경쟁 과열 등으로 급격하게 상업화가 진행되어 독자의 흥미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글들이 많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 하에서 추리소설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김동인, 최독견, 방인근, 염상섭, 박태원, 김유정, 김내성 등 당대 유명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기타 다양한 자료와 인용문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 것이 큰 장점인데,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상하이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얻기 위해 급파된 서인준과 뉴욕에 본부를 둔 범죄집단 LC당이 윤백작 공채를 둘러싸고 대결을 벌이고, 이를 형사 이필호가 쫓는다는 이야기로 스파이 모험소설의 서사를 갖춘 작품인데, 줄거리만 봐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또한 1940년대로 넘어가면서 김내성이 친일문학에 손을 대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유불란이 적국 스파이와 대결한다는 "태풍", 그리고 결국에는 유불란이 이름부터 친일스러운 "애국방첩협회" 회장으로 등장하여 미·영의 스파이와 대결한다는 "매국노"라는 작품 발표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이건 뭐 면죄부를 줄래야 줄 수 없네요.

그 외에도 당시 추리서사의 작품들이 유행하였고 유명 작가들도 많이 창작하기는 하였으나, 대중문학이라서 순수문학에 비해 평가절하당하고 냉대받았다는 것, 동아일보에서 (1934.3.6~7) 세계 10대 탐정 작가로 소개한 작가들의 이름들(오픈하임, 르블랑, 췌스터턴, 반 다인, 필립 포츠, 엘러리 퀸, 프리먼, 레오나드 메릭, 프레챠, 비-스톤), 조선뿐 아니라 일본 추리문학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글들(그중에서도 1918.7.7 중앙공론 정기증간호를 통해 "비밀과 개방"의 '예술적 탐정 소설' 특집이 발표되었으며, 여기에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두 예술가의 대화"(금과 은으로 개제), 사토 하루오의 "지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개화의 살인", 사토미 톤의 "형사의 집"이라는 유명 작가 작품이 실렸다는 사실!) 등 유념해서 볼 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논문집이기에 단지 재미만 따지기는 어렵고,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하나, 식민지 조선에서의 추리소설이 어떤 시대적·사회적 배경 아래에서 어떠한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창작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2012/08/16

세계 10대 추리소설 리스트 정리 (Brutus 397호 참고)

이런 리스트는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요청도 있었고 마침 자료가 있기에 몇 자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일본 잡지 Brutus에서 전문가 대상으로 선정한 리스트 중심입니다. 90년대 후반 자료이니 과거의 리스트에 비하면 그래도 최신 작품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대표작들은 역시 대동소이하네요.

*2007.3.19 첫 작성
*2012.08.16 링크 추가
*2014.08.01 링크 추가
*2020.02.01 링크 추가

오토 펜즐러 (유명 추리 평론가 및 전문서점 "미스테리어스 북 숍" 점주) 선정 All Time Best 10

  1. 윌키 콜린즈 "백의의 여자"
  2. "바스커빌가의 개" – 코넌 도일
  3. "상복의 랑데뷰" – 코넬 울리치
  4. 아이라 레빈 "죽음의 키스"
  5. "말타의 매" – 더쉴 해미트
  6. 로스 토마스 "대역전"
  7. "레베카" – 다프네 뒤 모리에
  8. 프레드릭 브라운 "이상한 나라의 살인"
  9. 토머스 해리스 "레드 드래곤"
  10. 애거서 크리스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제이 퍼설 (미스테리 전문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 원 바이어) 선정 All Time Best 10

  1. "기나긴 이별" – 레이몬드 챈들러
  2. "유리 열쇠" – 더쉴 해미트
  3.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4.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5. 제임스 크럼리 "안녕 달콤한 입술이여"
  6. 짐 톰슨 "Pop.1280"
  7. 죠너던 래티머 "Solomon's Vineyard"
  8. 로스 토머스 "대역전"
  9. 엘모어 레오나드 "Unknown Man #89"
  10. 토머스 페리 "도망친 킬러"

세계 10대 추리 소설 (히치콕 매거진 선정 / 동률 포함 총 12작품)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통" – F.W 크로프츠
  3. "비숍 살인사건" – 반 다인
  4.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5. 윌리엄 아이리쉬 "환상의 여인"
  6.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8. 가스통 르루 "노란방의 비밀"
  9. "기나긴 이별" – 레이몬드 챈들러
  10. "어둠 속의 목소리" – 이든 필포츠
  11. 애거서 크리스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2. "바스커빌가의 개" – 코넌 도일

동서미스터리 베스트 100

2011/05/08

그린살인사건 - S.S 반 다인 / 안동림 : 별점 2점

그린살인사건 - 4점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린 저택에 살고 있는 그린 미망인과 다섯 자녀는 서로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유언 —"25년 동안 그린 저택에 살아야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큰 딸 줄리아와 막내이자 양녀인 에이더가 저격당했고, 줄리아는 사망했다. 단순 강도 사건인줄 알았지만 큰아들 체스터가 지방검사 매컴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일로 번스까지 개입한 수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체스터마저 저격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저는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고전 황금기(Golden Age)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뛰어난 캐릭터성을 지닌 탐정들과 격조 높은 트릭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유럽 작품 한정입니다. 동시기 미국 장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당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 반 다인과, 시기는 조금 늦지만 엘러리 퀸의 작품들이 대표적으로 대체로 장황한 대사와 잘난 척이 넘치고, 불필요하게 이야기가 길어서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도 이런 제 취향 탓에 한동안 손에 잡지 않았는데,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탐정계에서도 손꼽히는 잘난 척 대마왕인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인용문과 허영은 짜증날 정도로 넘쳐납니다. 번스의 대사들에 나오는 인용문의 주석들만 따로 페이지가 할애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묘사는 번스가 박식하다는 것 외에는 독자에게 전하는 정보가 전무합니다. 예를 들자면, 세 번째 사건 직후 번스는 모두 앞에서 이렇게 떠벌입니다.

"이 일련의 살인의 배후에 있는 것, 그것은 가차 없는 아집이며 끝장 모를 타산입니다. 우리가 겨누고 있는 상대는 지칠 줄 모르는 '고정관념 (idee fixe)'입니다. 광기 어린 악마주의의 논리입니다. 또한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기상천외의 로맨틱한 정신 때문에 도착된 상상력, 이것이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상대인 것입니다. 작열하는 불을 태우는 자아 중심주의, 환각 속에서 인식되는 낙관주의,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대사만 좀 쳐냈더라도 보다 짧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나마 마지막에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논하면서, 세세한 사건의 전체 구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꽤 그럴싸하긴 한데.... 이 역시도 장황한 대사에 질린 매컴이 단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회화와 사진은 서로 다르네. 그림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있고, 사진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없네. 그 디자인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많이 연구해야 한다는 거지."

추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동기가 너무나 확실해서 범인을 특정하기 쉽지만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탓입니다. 결국 범행 현장을 덮치지 못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물증이 하나도 없는 완전범죄! 그래서 마지막 번스의 행동은 오히려 범인의 예술을 망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차라리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에이더의 승리로 작품을 끝맺었더라면, 이 작품은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고전 황금기 본격 추리소설답지 않게 트릭이 별로 없다는 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줄리아·에이더 저격 사건, 체스터 살인 사건, 렉스 살인 사건, 에이더 독살 미수, 그린 부인 독살 사건의 총 다섯 건의 범죄 중에서 트릭이 사용된 것은 렉스 살인 사건 단 한 건 뿐이거든요. 트릭 자체의 수준은 나쁘지 않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작 장편에서 활용하기에는 밀도가 부족합니다.

그린 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의학적 이론과 결합된 작전은 흥미로웠지만, 이후의 전개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시체만 없었어도 가능한 작전이었기에, 차라리 방화를 일으킬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만약 앞서 말한 완전범죄 결말이었다면 3.5점 정도는 줬을 텐데,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실하니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네요. 제게 반 다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더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큰 특징은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겁니다. 비정상적인 그린 가문의 어머니와 형제·자매에 대한 설정과 묘사는 "Y의 비극"의 해터 가문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 역시 판박이니까요. 이 작품이 1928년, "Y의 비극"이 1932년에 발표되었으니 원전으로서의 가치는 이 작품이 더 높겠지만, 앞서 말한 추리적인 문제와 트릭의 빈약함 때문에 정작 원전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네요.

2010/02/03

하우미스터리선정, 2009년 올해의 추리소설!

http://www.howmystery.com/zeroboard/zboard.php?id=news&no=215

국내 최고의 추리소설 사이트인 하우미에서 총 36명의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선정한 2009년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입니다. 표본수가 적긴 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자료라 생각되네요. 1, 2위를 모두 읽지 않았는데 더 늦기 전에 챙겨봐야겠군요. 어쨌건 <경성탐정록>이 쟁쟁한 작품들을 뒤로하고 당당 4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이 제일 기쁩니다!
상세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집계기간 : 2009년 12월 08일 - 2010년 1월 31일
참여자 수 : 36
방식 : 1인 3권 추천


1위 총 15표 <차일드44>, 톰 롭 스미스, 노블마인

2위 총 9표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도서출판 비채

3위 총 8표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시공사

공동 4위 총 6표
<고백>, 미나토 가나에, 도서출판 비채
<경성탐정록>, 한동진, 북홀릭

공동 6위 총 5표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도서출판 비채
* 제가 읽은 건 구판입니다.
<마인>, 김내성

공동 8위 총 4표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시작
<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고려원북스

공동 11위 3표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아이리시, 자음과 모음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공동 13위 총 2표
<파일로 밴스의 정의>, S.S.반 다인, 북스피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시공사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은폐수사>, 곤노 빈, 시작
<블러드 워크>,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시인>,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이하 1표 획득작
<경관의 피>(상하), 사사키 조
<검은 화집>(상중하), 마쓰모토 세이초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와카타케 나나미
<두 번째 총성>, 안소니 버클리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오사키 고즈에
<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에도가와 란포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무덤으로 향하다>, 로렌스 블록
<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신주쿠 상어>, 오사와 아리마사
<유대인 경찰 연합>(2권), 마이클 셰이본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 - 우수, 당혹>(2권), 쓰하라 야스미
<목소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레전드>, 로버트 리텔
<46번째 밀실>, 아리스가와 아리스
<방해자>(3권), 오쿠다 히데오
<밤의 의미>, 마이클 콕스
<위철리 가의 여인>, 로스 맥도널드
<악몽의 관람차>, 기노시타 한타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권, 아서 코난 도일-레슬리 S. 클링거

2009/01/22

저명작가가 뽑은 미스터리 / SF 베스트 5

쇼켄 추리문고 창간 40주년을 맞아 저명작가들이 쇼켄 추리 / SF 문고 출간본들 중 재미있는 작품들 5편을 꼽은 리스트로 출처는 "미스터리베스트" 입니다. 추리작가 위주로만 번역해서 올립니다.


'2013.06.24. 링크 추가'
'2025.01.05 링크 추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3. 구부러진 경첩 : 딕슨 카
4.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5. 독초콜릿 사건 : 안소니 버클리 콕스

기타무라 카오루
1. 일본탐정소설전집2 에도가와란포
2.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츠마오
3.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4. 불청객들의 뷔페 : 크리스티나 브랜드
5. 새하얀 거짓말 : 프레드릭 브라운

교코쿠 나츠히코
1. 흡혈귀 드랴큐라 : 브램 스토커
2. 기암성 : 모리스 르블랑
3. 현자의 돌 : 콜린 윌슨
4. 일본탐정소설전집10 사카구치안고
5. 키드 피스톨즈의 모험 : 야마구치 마사야

고이케 마리코
1. 신데렐라의 함정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2. 이천만달러와 물고기 한마리 : 카트리느 아를레
3. 실루엣 - 아이리쉬 단편집 4 : 윌리엄 아이리쉬
4. 악녀 이브 : 바틀리 체이스
5. 두명의 아내를 가진 남자 : 패트릭 퀜틴
 
미야베 미유키
1. 어둠의 스캐너 : 필립 K 딕
2.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3. 미스 마플과 13개의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4. 매드 사이언티스트 : 스튜어트 D 시프 편저
5. 7명의 아줌마 : 패트리시아 맥거

에도가와 란포
1.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2.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3. 승정(비숍)살인사건 : 반 다인
4. Y의 비극 : 엘러리 퀸
5. 트렌트 최후의 사건 : E.C 벤틀리
6.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7. 모자수집광 사건 : 딕슨 카
8. 붉은 집의 수수께끼 : A.A 밀른
9. 통 : F.W 크로포츠
10. 나인 테일러스 : 도로시 L 세이어스

란포 혼자 10편의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눈에 띄는데 역시 거장은 거장인가 봅니다. 여튼 간략하게 평하자면, 유명작가들은 대부분 고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몇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전이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요. 저도 이 리스트를 보다가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 몇권 생겼는데, 이번 연휴때 들춰봐야겠습니다.

2007/08/24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 김민영 (자유추리문고 35-36) : 별점 2.5점

중간지점의 집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10여년만에 우연히 변호사인 친구 빌 에인절을 만난 엘러리 퀸은 빌 에인절의 처남이 살해되는 사건에 휘말렸다. 엘러리 퀸은 기억을 더듬어 빌의 처남 조지프가 사실은 이중결혼 생활 중인 사기꾼(?)이라는걸 밝혀 냈지만, 그의 생명보험 및 이중결혼에 대한 배신감이라는 동기가 부각되어 빌의 여동생 루시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빌은 루시의 재판에서 스스로 변론을 맡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지만 재판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엘러리는 포기하지 않고 사건 수사를 계속 하는데...

엘러리 퀸 시리즈에서 중간정도 시점에 위치하는 작품입니다. 약간 긴 장편으로 독자에게의 도전이 담겨있는 등 정통 추리물을 표방한 작품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몇번 이야기했지만 잘난척 하는 탐정을 싫어해서 엘러리 퀸 시리즈는 썩 좋아하지는 않으나(물론 반 다인에 비한다면야 장난 수준이지만) 그래도 정통의 맛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는 제 취향이라서 구할 수 있으면 대체로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완독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네요. 그닥 유명하지도 않고 해서 애써 구해보지 않은 탓이죠.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역시 잘난척 하는 모습이나 유식함을 자랑하는 미사여구가 남발하는 등 여전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엘러리 퀸의 조금은 색다른 면모 (플레이보이?) 가 보이며, 엘러리의 친구 빌의 로맨스에 대한 묘사가 특이하긴 합니다. 작품에 크게 중요한 요소도 아니고 그다지 잘 표현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엘러리 퀸 작품에서 보기 힘든 "법정 드라마" 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당시 법정물이 유행은 유행이었던 모양이네요. 어쨌건 법정씬이 중반부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분량도 많지만 변호사와 검사간의 논리대결 역시 타 법정물에 그다지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력한 증거"와 "상황 증거"의 차이를 가지고 벌어지는 한판 승부가 무척 재미있었던 덕분입니다. 배심원 제도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띄고요. 그리고 추리적으로는 이름난 정통파 답게 모든 단서를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하면서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엘러리 퀸 답지 않게 결정적인 단서가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교묘하게 단서를 숨겨놓기는 했지만 조금만 찬찬히 읽어본다면 확인할 수 있기에 숨겨놓는 방법에서 조금 실패한 느낌이거든요. e-Book 시대가 되어 검색이 용이해진다면 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울러 범인을 밝히는 "추리쇼"가 너무 작위적이었다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여전한 고전 정통파적인 면모는 느껴지며 작품의 수준 역시 범작 수준은 되는, 재미있게 읽을 만 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목도 멋드러지고 번역이 잘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번역자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제 취향은 아니라는 것 하나만 문제였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7/01/26

카나리아 살인사건 상/하 - 반 다인 / 전윤경 : 자유 추리 문고 24~25 : 별점 2.5점

카나리아 살인사건
S.S. 반 다인 지음, 안동민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카나리아라는 별명으로 더욱 잘 알려진 브로드웨이의 무희 마거리트 오델이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방검사 매컴의 요청으로 수사 협력을 위해 파일로 번스는 친구인 변호사 반 다인과 함께 사건 현장과 여러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보석 상자의 흔적으로 전문 절도범인 "멋장이" 토니 스킬의 절도가 의심되나 그의 알리바이를 경찰은 깨트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마저도 살해당해서 사건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파일로 번스는 애초부터 다른 인물에 혐의를 두고 있었고, 스스로의 직감과 심리학적 분석으로 진범을 파악한 뒤 알리바이를 벗겨내는데 성공한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 원체 제가 잘난척 하는 탐정을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읽지 않은 장편인데, 저번 자유 추리 문고 구입 Rush에 편승하여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감상은 역시 파일로 번스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도 제가 읽은 시리즈, "벤슨" "승정" "가든" 중에서는 "승정 살인사건" 다음으로 꼽을 만한 괜찮은 요소가 많이 있어서 나름 재미나게 읽긴 했습니다.

특징은 파일로 번스의 이른바 "심리학적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게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포커 승부를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이 꽤 참신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지만 카이지나 타짜 느낌이 약간 묻어나는, 나름 원조격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알리바이 트릭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경찰의 현장 수사 부족으로 성립되는 트릭이라 무척이나 실망스러워요. 또한 당시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과학적인, 이치에 합당한 트릭으로 쓰일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 읽기에는 상황이 너무 부실하고 증거가 너무 결정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더더욱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트릭이 성립하기 위한 복선이 지나치게 묘사되는 탓에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역시 단점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가장 획기적 설정인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두 사람" 이라는 설정에서, 둘 중 한사람이 범인이라고 할 때 둘 중 누가 범인인지를 특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건 큰 맹점입니다. 한 명이 살해당했더라도 죄 값을 받은 것인지, 증거 인멸 차원에서의 범죄인지가 결국은 추리에 의해서만 증명될 뿐이니까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퍼즐 트릭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설정은 기발했지만 트릭과 이후 전개가 그에 따르지 못했다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현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그에 못지 않는 작가 주석은 그렇지 않아도 긴 작품을 더더욱 짜증나게 합니다. 잘난척도 정도가 있어야지... 화가 날 정도에요. 다양하고 방대한 인용구와 단어들 때문에 번역은 힘들었겠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재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고전 추리물의 걸작이기도 하고 추리사에 나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걸작 반열에 올리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적 분석"이라는 참신한 요소는 굉장히 높이 살 만 하고 몇몇 설정이 돋보이며 재미 역시 그런대로 있는 편이라 고전 추리물 애호가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제가 읽은 바로는 파일로 번스 물은 "승정 살인사건" 만 읽고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2006/12/10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Update

이전에 포스팅 한 이후, mrkwang님이 보유하신 책을 불하(?) 받아 이빨을 좀 채워넣을 수 있었습니다.

형!^^ 감사합니다.

업데이트 된 부분은

10 : 독 초콜렛 사건 - 버클리 콕스
17 : 말더듬이 주교 - 얼 스텐리 가드너
24~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입니다.

26, 27은 정말 보물을 얻은 듯한 책이라 너무 기쁘네요.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고 "이와 손톱", "주정꾼 탐정"을 구할때 까지 노력은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