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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이 작품은 경찰 관계자 3명 - 아일랜드인 존 캐러더스 형사 / 잉글랜드인 부국장 허버트 암스트롱 경 / 스코틀랜드인 데이비드 해들리 총경 - 각자가 한꼭지씩 맡아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형식부터 시작해서 그동안의 존 딕슨 카 작품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굉장히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유로는 첫번째로 코믹하고 왁자지껄한 블랙코미디 군상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한 것을 꼽고 싶습니다. 설정부터가 황당하고 코믹하죠. 가짜 수염을 단 인물이 나타나 경관을 습격하고, 가짜 수염을 단 사람이 시체로 발견되고, 흉기인 단검이 놓여있던 장식장 안에 가짜 수염이 놓여있고... 이렇듯 <멋지다 마사루> 수염부 일동이 일생 일대의 걸작으로 지목할만큼 많은 수염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주요 관계인들의 행색과 행동 하나하나도 실소를 자아내죠. 예를 들자면 사건이 벌어진 박물관 경비원이 나무상자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던가, 주요 관계인 한명이 경찰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두번째로는 다른 딕슨 카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딕 호러 스타일의 괴기성도 찾아보기 어렵고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과 사건이 얽히는 팩션 느낌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기드온 펠 (기디온 펠) 박사나 헨리 메리벨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는 방코랑 시리즈나 딕슨 카의 다른 팩션 작품들 보다야 고딕 호러 느낌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처럼 찾아보기 힘든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동방의 물품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사건 현장 때문에 "아라비안나이트"를 약간 가져다 붙이는 정도에서 끝나니까요. 그나마도 박물관의 구조 이외에 사건에 필요한 요소는 전무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점은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이 작품의 문제는 전개 과정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3인의 화자에 의해 전개되는 방식은 어차피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특함 이외에는 혼란만 가져다 줄 뿐, 1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에 비해 나은 점을 찾기 어렵거든요. 솔직히 중간부분에서는 지루해서 깜빡 졸기까지 했습니다. 사건도 동기는 확실하지만 너무나 많은 우연이 겹쳐져서 일어난 것이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여러가지로 이유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사족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아울러 증거도, 증인도 없다는 결말도 좀 허무했습니다.
때문에 작품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편이지만 딕슨 카라는 작가와 기드온 펠 박사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작품 치고는 너무 평범한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그래도 거장답게 별다른 트릭없이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펼쳐나가는 이야기솜씨는 일품이며 합리적인 추리에 따른 반전까지 갖춘 완성도 높은 추리소설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딕슨 카의 고딕 호러 스타일은 아무래도 좀 취향을 탈만한 내용이기도 하니 즐겁고 신나는 이러한 작품으로 딕슨 카라는 작가를 알게 되는 것도 괜찮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존 딕슨 카 작품 완독에 도전하기 위해 읽은 작품으로 다 읽고나서 완독이라고 좋아했더니 신작 <초록캡슐의 수수께끼>가 또 출간되었네요. 이 작품도 빨리 읽어야 겠습니다.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2010/10/22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시골마을 소드버리 크로스에서 독이 든 초콜릿에 의한 독살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해결을 돕기 위해 런던 경찰청의 엘리엇 형사가 수사에 합류했지만, 엘리엇이 도착하자마자 마을의 유지 마커스 체스니가 가족, 친지가 보는 앞에서 독살당했다. 마커스는 스스로 독살 사건의 증명을 위한 퍼포먼스를 벌였었다. 퍼포먼스로 빚어진 주요 용의자들의 확고한 알리바이 등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엘리엇은 기디온 펠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존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 장편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된 작품입니다.

다른 존 딕슨 카의 작품과 달리 이 소설은 소품 같은 느낌을 주며, 별다른 역사나 전설, 괴담과 연결되지 않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피해자인 마커스 체스니가 스스로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설정이고요. 이 퍼포먼스는 추리물의 맹점이라 할 수 있는 '가치 없는 증언'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이중 삼중으로 꾸며진 일종의 추리쇼이며, 연극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서 목격자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등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퍼포먼스 추리쇼는 작품의 핵심 트릭이기도 합니다. 퍼포먼스와 이어지는 질문-답변을 통해 심리학자 잉그람 교수가 보여주는 진지한 두뇌게임 역시 볼거리 중 하나이고요.

기디온 펠 박사를 통해 작가가 독살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독살범이 감수해야 할 세 가지 위험 요소—독살은 독을 넣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을 넣을 기회와 동기가 없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하며, 독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걸리지 않아야 한다—를 설명하는 부분은 현학적인 재미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도망가기 어려운 것이 독살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존 딕슨 카의 작품답지는 않더군요. 완벽한 추리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거든요. 피해자가 주관한 퍼포먼스가 우연히도 범인의 혐의를 가리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설정이라 하더라도, 범인이 소드버리 크로스에서 무차별 독살 사건을 벌인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범인의 진짜 목적은 마커스를 살해하는 것이었는데, 불필요한 사건을 벌여 마을에 수사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불합리한 설정입니다.

또한, 윌버를 가격하여 뇌진탕을 일으킨 부분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윌버가 죽지 않았다면 모든 진상을 고백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범인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며 계획이 치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로 촬영한 필름 트릭은 억지스러운 요소가 강합니다. 낮과 밤의 구분이 그렇게까지 모호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리허설과 실제 퍼포먼스가 완벽하게 동일했을 것이라는 전제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주요 목격자가 두 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트릭이 성공했다는 점은 지나치게 운에 의존한 설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용의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훌륭하며, 뻔한 상황을 노련하게 극복하는 전개 역시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단점을 나열했지만, 공정한 두뇌게임이라는 본격 추리소설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작품이며,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서의 추리적 수준 역시 높은 편입니다. 다만, 작가의 명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작위적인 요소가 많기는 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존 딕슨 카 작품 완독을 목표로 이 책을 읽었는데, 드디어 완독했다고 생각했더니 신작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이 또 출간되었네요. 이 작품은 언제 읽어야 할까요...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2010/03/05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4점

유다의 창 - 8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부유한 청년 제임스 앤스웰은 예비 장인 에이버리 흄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흄이 권한 술을 먹고 정신을 잃었다. 그런데 정신이 든 그의 앞에 화살에 찔린 시체가 된 에이버리 흄이 놓여 있었고, 방은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진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그를 구하기 위해 헨리 메리베일경이 변호를 맡아 법정에서의 사투가 시작되는데...

드디어 나왔다! 오랜 시간 기다린 존 딕슨 카의 대표작이 드디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네요.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했습니다. 작품도 하루만에 읽어버릴 정도로, 그야말로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멋진 작품이었고요.

일단 밀실 트릭의 대가다운 솜씨가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두터운 문에 빗장이 질러지고 창문마저도 빗장쳐진, 틈 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검찰측 말대로 "봉인된 방"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죠)에서의 살인이라는 설정도 흥미롭고, 트릭도 추리 소설사에 길이남을 명트릭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잘 짜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단서들도 굉장히 합리적이고요.

또 의외로 법정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게 대박입니다. 사건이 재판 과정을 통해서 증인들의 증언과 단서로 재구성되어 전개됨에 따라, 고전 추리물의 최대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완벽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다른 추리소설에서는 독자가 머리속으로, 또는 손으로 그려야 하는 사건 시간표 같은 것도 전부 표로 제공해 주니 이보다 더 친절할 수는 없겠지요. 아울러 작가의 시리즈 탐정 캐릭터이기도 한 헨리 메리베일경의 왕실 고문 변호사로서의 활약을 보는 것도 즐거웠어요.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릭이 영미권 독자들에게 친숙한 것이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건의 동기가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헨리 메리베일경이 극중에서 언급하듯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뻔하다"는건 고전 본격 추리물로는 확실한 약점입니다. 헨리 경이 독자가 모르는 정보를 쥐고 있다는 설정도 약간 아쉬웠고요.
그래도 전개과정에서 나름 합리성을 보장하고 있기에 크게 흠 잡기는 어렵습니다. 별점 4점은 충분한, 고전 황금기 시대 본격 추리물 및 법정 미스터리 걸작입니다. 동서 추리문고 스타일의 낡은 일어 중역본이 아닌 깔끔한 번역으로 소개된 것도 반갑고요. 추리 애호가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제가 읽은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및 개인적인 순위를 예전 "세개의 관" 리뷰에 언급했는데 업데이트해 봅니다. 확인해 보니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하나만 아직 안 읽었는데, 일단 읽은 것 까지만 정리할께요.^^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 순서는 무순"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연속 살인사건 / 모자 수집광 사건 / 해골성 / 벨벳의 악마 / 화형법정 / 흑사장 살인사건 / 세개의 관 / 구부러진 경첩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이 중 딱 세 작품만 꼽으라면 저의 영원한 베스트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정통 추리와 고딕 호러의 완벽한 결합체인 "해골성", 그리고 바로 이 작품인 "유다의 창" 을 꼽겠습니다.

2009/02/21

구부러진 경첩 - 존 딕슨 카 / 이정임 : 별점 3점

구부러진 경첩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고려원북스

몰링포드 마을의 대지주 판리 가문의 후계자 존 판리가 거처하는 판리 클로스에 어느날 낯선 손님이 변호사와 함께 찾아온다. 찾아온 이유는 자신이 진짜 존 판리라는 것. 그는 약 25년 전 타이타닉 호를 타고 미국에 있는 친척을 찾아가던 10대 소년 존 판리가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 시에 다른 소년과 신원이 뒤바뀐 채로 자라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두명 중 누가 진짜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한 지 1개월여만에 결정적 증거를 가진 25년전의 가정교사 케넷 머레이를 판리 클로스로 초빙하고, 2명의 존 판리는 각자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케넷 머레이와 대면하여 결정적 증거를 통해 진위를 가리고자 하는데....

존 딕슨 카의 미번역된 최대 대표작인 "구부러진 경첩" 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고전 명작들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소개되는 고전 명작들을 볼때마다 정말이지 기분이 좋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이타닉호 침몰이라는 대형 사건, 그리고 그에 따르는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마틴 기어의 귀향"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전에 읽었던 "녹색은 위험" 처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읽기 전부터, 추리소설을 알고 접해온 20여년 동안 가져온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일단 딕슨 카 특유의 오컬트 적인 요소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야기를 오컬트쪽인 방향으로 너무 끌고가기 위해서 쓸데없는 사건 - 마녀 숭배 의식과 관련된 살인 사건 - 을 가져다 붙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 본편의 중심 사건과는 별로 연관되는 것이 없을 뿐더러 이 마녀 숭배 의식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전개는 그다지 무리가 없이 수정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가의 욕심이 너무 지나친게 아니었나 싶어요.

또 본편에 등장하는 메인 사건의 불가능한 설정, 즉 주위에 아무도 없는,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한 인물이 눈깜짝할 사이에 살해당한다라는 불가능 범죄에 대한 설정은 딕슨 카 다운 아주 좋은 설정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 그리고 핵심 트릭이 좀 애매한 편이라는 거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기디온 펠 박사가 밝혀내는 가설 (혹은 진상일지도?) 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이 소설의 자칭 범인이 주장하는 트릭에 대한 설정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범행에 대한 현실성은 물론 작품 내부에서 별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 말이죠. 이러한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로 독자와 공정한 승부를 진행하는 작가의 배려가 조금 아쉽더군요. 아주 약간의 복선만 등장해 주었더라도 좀 더 수긍이 갔을텐데 말이지요.

아울러 기디온 펠 박사도 마지막의 추리쇼 이외에는 별로 활약이 눈에 뜨이지 않았으며,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 역시 "작품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라는 점, 빅토리아 데일리 사건의 진상은 대관절 뭐냐라는 문제, 사건의 동기가 너무 약한게 아닌가 하는 문제 (가짜라면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주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녀 집회 문제가 그렇게 큰 이슈였을까요 ?),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자동인형 조작에 대한 설정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사실 C.M.B 에 등장한 설정이 더 합리적이겠죠)하는 등의 문제점들도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그동안 추리 애호가로 지내오면서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임에는 분명했고, 고전 명작으로 이름이 높은 작품이라 구입해서 읽은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한 10년 전에만 읽었더라도 더 좋은 평을 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소개가 늦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영국을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 작품의 원전격 사건인 "틱본 사건 (아서 오턴 준남작 사칭 사건)"과 보다 연관시켜 존 판리의 진위를 따지는 부분만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좀 더 짧게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타이타닉 침몰 사건까지 등장하는 등 인물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이 충분히 드라마틱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고집한 탓에, 사족이 많은 탓에 쓸데없이 길어진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쨌건 이로써 딕슨 카 작품은 현재까지 국내 출간된 책은 전 작품 구입-완독이라는 재패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고려원북스에서 이 책을 출간해 주신 것에는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만, 이 책은 제가 최근 몇년간 본 책 중 최악의 표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꼭 지적해 드리고 싶습니다. 작품과는 별 상관없는 여성의 일러스트를 아동용 동화책에나 나올듯한 스타일로 전면 배치한 과감함도 경악 그 자체지만 그에 더하여 책날개를 뒤집은 듯한 앞표지는 보관과 독서, 양쪽 모두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제발 원서 표지를 참고라도 해 줬으면 좋겠네요.

2023/06/08

걸작 밀실 미스터리 : 불가능 범죄 베스트 10


짧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역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톰 미드(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네요)가 밀실 미스터리의 장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밀실 미스터리"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밀실 미스터리를 다른 장르와 차별화하는 요소는 '불가능'이라는 요소입니다. 사실 저는 이 용어를 '불가능한 범죄'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보통 살인)가 저질러지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초자연적인 사건과 불길한 분위기로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기발한 추리와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눈부신 스타일로 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공포, 호러 소설에 가깝고 실제로 탐정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몇 년 동안 장르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작품으로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소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가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최초의 제대로 된 '탐정 소설'인 <<월장석>>을 쓴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얼룩 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밀실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은 상승 궤도에 있던 장르의 초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습니다.

탐정 소설의 황금기에는 밀실 미스터리의 인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퍼즐이 핵심인 '공정한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서 특히 도전적인 하위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러리 퀸과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가 가상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밀실 미스터리의 주요 요소이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존 딕슨 카가 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건 1930년대 초,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는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는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걸작을 연이어 썼으며, 그의 경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풀어내는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0년대와 40년대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영국 범죄소설 커뮤니티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권위 있는 영국 탐정 협회에 입회한 단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지만), 다시 운이 트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Jonathan Creek, Monk, Death in Paradise와 같은 TV 쇼는 새로운 세대에게 불가능한 문제의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다니엘 스태샤워와 빌 프론지니 같은 작가들이 기억에 남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책으로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을 돕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 10편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목록은 지난 세기 동안 정말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낸 장르의 최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당 한 권의 소설만 선정하였고 (그 자체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여 빠르게 늘어나는 책장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감을 위해 역순으로 제 상위 10권을 소개합니다:

WHISTLE UP THE DEVIL : 데릭 스미스 (1953) (국내미출간)
데릭 스미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도 저처럼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에 처음 출간된 WHISTLE UP THE DEVIL은 두 건의 불가능한 살인 사건으로 이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비 오는 어느 날 밤, 로저 퀘린이라는 남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요.
슬프게도 이 소설은 스미스의 생애에서 출판 된 유일한 소설이었습니다. 스미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걸작으로 칭송받은 WHISTLE UP THE DEVIL로 찬사를 받기 시작한지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BLOODHOUNDS : 피터 러브시 (1996)
피터 러브시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퍼즐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전 본격물의 공정함과 경찰 수사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습니다. BLOODHOUNDS는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 그룹이 실제 밀실 미스터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따라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됩니다. 잠겨 있고 뚫을 수 없는 운하 바지선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는 매우 특이한 문제도 등장합니다. 이 장르가 처음이고,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INVISIBLE GREEN : 존 슬래덱 (1977)
존 슬래덱은 공상 과학 소설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뛰어난 불가능한 범죄 소설인 Black Aura와 INVISIBLE GREEN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어요. 특히 INVISIBLE GREEN은 작가의 다재다능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묘사, 예리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고전 본격물의 황금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탐정 태커이 핀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저비스 펜과 같은 수준의 황금기 밀실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슬래덱이 공상 과학 소설을 위해 그를 버리기 전까지 핀은 단 두 편의 소설과 단편 소설에만 등장했을 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NINE TIMES NINE : H.H. 홈즈 (앤서니 부셰) (1940)
앤서니 부셰는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학자였으며, 실제로는 미스터리를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Bouchercon' 덕분에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몇 편의 미스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NINE TIMES NINE에는 빛의 아이들이라는 사악한 종교가 등장합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빛의 아이들을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두건을 쓴 지도자에게 저주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모호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범죄 현장에서 목격된 후 사라지고요. 우르술라 수녀는 이 복잡한 사건의 여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MR. SPLITFOOT : 헬렌 맥클로이 (1969)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는 비평적 논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당연히 그럴 만합니다. 심리학자 바질 윌링 박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도플갱어의 출현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다룬 멋진 작품입니다. 매우 불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잊혀지지 않는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포함하기로 한 맥클로이 작품은 바질 윌링 시리즈의 후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미스터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 마찬가지로 MR. SPLITFOOT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놓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제목은 다름 아닌 사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소설은 밤을 보낸 사람은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령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설을 시험해 보려는 자원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1946)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에서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혼진 살인 사건은 킨다이치가 요코미조의 소설에 출연한 7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식 날 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쌍의 신혼 부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1938)
마술과 문학을 결합하는걸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입니다. 그는 마술사이자 존 딕슨 카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카처럼 클레이튼 로슨도 해리 후디니와 같은 과거의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존경했습니다. 로슨의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에는 분명히 후디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멀리니 이야기는 가장 순수한 '미스디렉션'을 보여줍니다.

THE CRIMSON FOG : 폴 할터 (1988)
폴 할터는 종종 존 딕슨 카의 후계자로 설명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문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소설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마술 쇼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불가능한 살인을 다룬 THE CRIMSON FOG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하니까요! 또 잭 더 리퍼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RIM OF THE PIT : 해크 탤벗 (1944)
서프라이즈! 또 다른 마술사, 해크 탤벗은 프로 마술사 헤닝 넬름스가 두 편의 환상적인 밀실 미스터리인 The Hangman’s Handyman과 RIM OF THE PIT을 출간할 때 사용한 가명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모험가이자 탐정인 로건 킨케이드가 등장하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선보입니다. 
RIM OF THE PIT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 덮인 시골을 배회하는 섬뜩한 유령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8)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정말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영국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책 <<녹색은 위험>>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정말 위대한 황금기 미스터리지요. 
하지만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로는 <<제제벨의 죽음>>이 최고입니다. 시리즈 탐정 코크릴 경감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쇠하고 악연이 깊은 여배우가 무대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말이지요. 퍼즐에 대한 해답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935)
각 작가가 하나의 작품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존 딕슨 카는 "걸작"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목록을 쉽게 채울 수 있지요. <<세 개의 관>>은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디온 펠 박사가 눈이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디온 펠 미스터리를 썼지만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시리즈도 썼는데, 이 시리즈에는 친구들에게 H.M.으로 알려진, 거구의 탐정 헨리 메리벨 경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디온 펠 이야기와 H.M. 작품들 중 일부는 불가능에 대한 힌트가 없는 단순한 후더닛이지만, 모두 눈부실 만큼 훌륭합니다! 존 딕슨 카와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더글러스 그린의 전기 he Man Who Explained Miracles를 강력 추천합니다.

밀실 단편 소설
밀실 미스터리는 장편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같은 출판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기념하는 등 밀실 미스터리는 단편 소설 형식으로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편의 밀실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직접 썼기 때문에 (“The Indian Rope Trick”. “The Footless Phantom”은 모두 EQMM에 실렸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몇 페이지 안에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드워드 D. 호크와 같은 작가를 깊이 존경합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 에드워드 D. 호크 (1978)
제가 단편 작품 섹션을 포함시킨 주된 이유는 호크 때문입니다. 그는 카에 필적할 만한 상상력을 가졌지만, 거의 전적으로 단편 소설을 전문으로 하여 평생 동안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단 한 편을 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작은 마을의 의사가 탐정으로 변신한 샘 호손이 등장하는 시리즈일 것입니다. 호손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는 독창성과 문학적 성취로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 아가사 크리스티 (1937)
황금기 미스터리 관련 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밀실 추리 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포와로 시리즈 작품인 <<에르큘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는 교묘하게 고안된, 불가능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밀실 미스터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걸작인건 분명합니다. 이 작품 대신 벨기에의 작은 회색 뇌세포가 꿈에서 예언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단편 소설 <<꿈>>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밀실>> 아유카와 테츠야 (1954)
일본에서 밀실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신조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노리즈키 린타로 (1991)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이자 신본격 장르의 주옥같은 작품.

<<The Name on the Window>>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53)
크리스핀은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작가이자 저처럼 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시리즈 탐정인 저비스 펜과 이 깔끔한 밀실 문제를 통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거장의 제자임을 증명했습니다.

<<The House in Goblin Wood>> : 카터 딕슨(존 딕슨 카) (1947)
헨리 메리 베일 경은 이 진정으로 감각적인 작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실종에 맞서 그의 재치를 발휘합니다.

<<The Border-Line Case>> : 마저리 앨링엄 (1936)
앨링엄은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밀실이나 불가능한 범죄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의 여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der-Line Case은 이 장르의 훌륭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예입니다.

<<From Another World>> : 클레이튼 로슨 (1948)
강령회가 예상치 못한 기괴한 결과를 낳는 단편 걸작.

<<13호 독방의 문제>> : 자크 푸트렐 (1905)
장르의 초석을 다진 작품. 반드시 읽어야만 합니다.

<<개의 신탁>> : G.K. 체스터턴 (1926)
체스터턴브라운 신부는 홈즈, 포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탐정입니다. 체스터턴 자신이 존 딕슨 카의 기드온 펠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죠!

<<The X Street Murders>> : 조셉 커밍스 (1957)
조셉 커밍스는 슬프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작가로, 시리즈 캐릭터 브룩스 U. 배너 상원의원은 헨리 메리베일 경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The House of Haunts>> 엘러리 퀸 (1935)
엘러리 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그는 두 명입니다. 사촌 프레드릭 다네이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가명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밀실 미스터리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쓴 밀실 미스터리는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과 <<the Door between>>모두 밀실 문제를 다룬 훌륭한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불가능성이 다른 더 눈부시고 기발한 플롯 요소에 가려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우더닛보다는 후더닛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1966)
이 책도 꼭 포함시켜야 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이 있는 멋진 블랙 코미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미래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행히도 밀실 미스터리 장르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매일 출간되고 있고, 이 장르에서 부당하게 외면받았던 고전이 재발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최근 신작으로는 Gigi Pandian의 Under Lock과 Skeleton Key, 짐 노이의 <<붉은 죽음 살인 사건>>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제임스 스콧 번사이드의 <<배링턴 힐스 뱀파이어 사건>>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마틴 에드워즈의 뛰어난 레이첼 새버네이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블랙스톤 펠>>은 밀실 요소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고, 로버트 소로굿의 아늑한 미스터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말로우에 죽음이 찾아왔다>>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가 계속 번성하기를 바랍니다.

2006/04/05

모자 수집광 사건 - 존 딕슨 카 / 김우종 : 별점 2.5점

모자수집광사건 - 4점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런던에 출몰한 "모자 수집광"이라는 기상 천외한 도둑을 쫓던 기자 필립 드리스콜이 런던탑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발견될 당시 삼촌인 윌리엄경이 모자수집광에게 도난당한 실크햇을 쓰고 있었던 상태. 기디온 펠 박사는 윌리엄경이 도난당한 에드거 앨런 포우의 미발표 원고에 대한 사건과 모자 수집광에 대한 사건을 런던 경시청의 해드리 경감에게 의뢰받았다가 우연찮게 살인 사건에 개입하게 되어 사건 해결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존 딕슨 카의 작품입니다. 정말이지 오랫만에 추리소설을 한권 읽었네요. 사실 오래전에 읽은 작품이긴 하지만 나이탓인지 전혀 기억도 나지 않고 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기분전환이나 할 겸 다시 옛날 세로줄 동서 추리문고를 다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실망스럽네요. 수많은 딕슨 카 작품들 중에서도 유명한 작품인데 유명세에 비하면 많이 처지는 작품이었어요.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딕슨 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진상은 모름지기 명탐정의 추리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 왕도인데 이 작품에서는 범인의 고백으로 이야기가 종결되어 버리거든요. 앞부분에서 묘사된 여러 복선과 단서들이 범인의 자백에 등장하고, 펠 박사도 그때마다 차분히 지적해 주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는 정통 본격 추리물로는 반칙과 같다 생각되네요.
또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 트릭 자체도 문제입니다. 시간차 알리바이에 근거한 순간이동 트릭으로 약간은 밀실 트릭스럽기도 한데... 우연에 기인한 요소와 군더더기가 많아서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 트릭보다는 오히려 포의 작품이 어떻게 도난당하는지에 대한 트릭이 훨씬 좋았어요. 훨씬 카 답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마지막 장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미해결"이라니! 장난치는거냐!

마지막으로 캐릭터도 별로에요. 저명하신 펠 박사님은 "파일로 밴스" 스타일의 말많고 잘난척 덩어리라는 스테레오 타입 명탐정으로 지루함이 앞서며 해드리 경감은 나름 괜찮은 조역이지만 랜포울이라는 조수역 캐릭터는 왜 등장했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서 그나마 부족한 캐릭터성을 많이 떨어트리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 펠 박사 시리즈에 등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일한 등장 이유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미스 마플의 조카 같은 존재?)

모자수집광이라는 기발한 설정과 런던탑을 무대로 한 음침한 딕슨 카 특유의 호러스러운 느낌, 그리고 유쾌한 펠 박사라는 캐릭터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괜찮은 초이스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더 컸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음에는 펠 박사 시리즈의 걸작이라는 "세개의 관"에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하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를 전해 주는 "밤에 걷다"나 "해골성"같은 방코랑 시리즈가 더 제 취향인 것 같네요.

PS : 그런데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동서 문고 옛날 판본이 크기면에서 훨씬 마음에 듭니다. 왜 요새는 저렇게 나오지 않을까요?

2022/12/17

밤에 걷다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2점

 

밤에 걷다 - 4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리 경시청 총감 방코랭은 스포츠 스타 살리니 공작으로부터 신변 보호 요청을 받았다. 아내 루이즈의 전남편 로랑이 협박 편지를 보낸 탓이었다. 로랑은 정신병으로 입원했다가 의사를 죽이고, 성형 수술을 한 뒤 도주 중인 위험인물이었다.
공작 부부를 만나러 페넬리의 가게에 방문한 방코랭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한 밀실에서 목이 잘린채 살해된 공작의 시체를 발견했다. 뒤이어 유력한 용의자였던 공작의 친구 보트렐르도 목이 베여 살해되고 말았다.
로랑은 어떻게 유럽 대륙을 건너 밀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깜쪽같이 사라졌을까?


존 딕슨 카의 앙리 방코랭 시리즈 장편. 데뷰작이기도 합니다. 괴이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정신병자 살인마가 괴이한 상황에서 사람 목을 베어 죽이는 간담 서늘한 묘사들은 고딕 호러물 느낌도 전해줍니다. 같은 시리즈인 <<해골성>>과 비슷하게요.

추리적으로는 밀실의 제왕 존 딕슨 카다운 밀실 살인 사건이 서두부터 등장하여 눈길을 잡아끕니다. 펠리니의 가게 3층의 방은 앞, 뒷문 모두 감시가 확실했고 (심지어 문 하나는 방코랭이 직접 감시!), 창 밖으로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으며 비밀 통로도 일체 없었던 완벽한 밀실이었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도 완벽했거든요. 트릭이 무엇이었을지 아주 궁금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지명수배범인 로랑이 국경을 건넌 방법에 사용된 트릭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륙에서 공작을 살해한 뒤, 공작으로 변장하고 국경을 건넌 것으로, 간단해서 현실적일 뿐 아니라 단서들 제공이 아주 공정했던 덕분입니다. 유럽 대륙을 갔다온 이후 공작이 180도 변했다는 증언과 단서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거든요. 공작이 마약 중독자였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초반부 공작의 짐은 국경에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와 연결하여 '공작이 마약 밀수를 했다'는 식으로 독자를 이끌지만, 알고보니 스포츠맨 공작은 마약 중독일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단서였지요.
탐정으로서 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방코랭의 추리법에 대한 소개 등도 추리 애호가로서 볼 만 했습니다. 지식이나 경험없이 타고난 통찰력만으로 수사관이 될 수 없다며, 과학 수사 기법을 비롯하여 분석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일갈하는데, 시대를 앞서간 생각이었어요.

벨 에포크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는 배경 설정도 볼거리였습니다.. 공작 등 귀족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며 마약을 빨면서 검술 대결을 펼치는데, 자동차를 타고다니고 전기불이 존재하는 이색적인 세계의 풍광이 잘 묘사되어 있으니까요. 분명 존재했던 과거인데 이상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서 이런 곳이라면 명탐정과 미치광이 연쇄 살인범이 있어도 자연스러울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일제 강점기 당시, '마굴'이라 불렸던 상하이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지만 딕슨 카의 다른 걸작들에 비하면 많이 처집니다.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가 너무 커요. 밀실 트릭부터가 알고보면 별게 아니었거든요. 설명도 부족했고요. 공작 (으로 변장했던 로랑)은 이미 11시경에 부인에게 살해당했고, 11시 30분에 목격된 공작은 보틀레르의 변장(?)이었다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문제는 카드룸 입구를 지켜보는 경찰 눈에 뜨이지 않고 흡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카드룸 문은 벽 때문에 홀에 서 있는 그 누구라도 문을 볼 수 없었다나요. 그렇다면 이건 밀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런걸 현장에 있었던 명탐정 방코랭이 몰랐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게다가 이 중요한 사실이 독자에게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맨 첫 장에서 약도가 제공되기는 하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어요.
보틀레르가 아무런 변장도 하지 않고 로랑처럼 보였던 이유, 루이즈 부인 몸에 반드시 튀었을 핏자욱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설명되지 못한 점도 너무 많습니다. 보틀레르가 가발이라도 썼더라면 모를까, 여러모로 억지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처음에 등장해서 살해당했던 살리니 공작은 변장한 로랑이었다는 트릭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고 얼굴이 닮았다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아니고, 이 당시 성형수술 수준은 별볼일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옛 친구야 안 만났다쳐도, 공작 가문의 오래된 변호사 키라르의 눈까지 속였다는건 지나쳤어요.
또 변장에 성공했는데, 자기 자신을 협박하는 편지를 써서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한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경찰과 게임을 하고 싶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나마 생각해 볼만한건 자기 과시지만 그걸 위해서는 잃는게 너무 많아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방코랭의 추리대로 루이즈 부인을 살해하고 도주할 생각이었다면, 경찰을 부를 이유는 없었어요.

루이즈 부인의 자백만으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그닥이었습니다. 첫 번째 범행은 그렇다쳐도, 보틀레르를 살해할 때의 증거는 이미 방코랭이 차고 넘치게 모은 것으로 보여서, 구태여 자백은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농락당한 기구한 인생이라는게 잘 그려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용한 남자들을 깔끔하게 살해한 팜므 파탈로 보기에는 범행이 허술해서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게다가 루이즈 부인이 모든 트릭과 살해 방법을 스스로 말하는 탓에, 방코랭은 별로 하는게 없다는 문제도 큽니다. 모든 트릭을 알아챘다고는 하지만, 정작 하는거라고는 루이즈 부인의 자백에 추임새를 넣는 것 밖에 없어서 이게 과연 명탐정인가 싶더라고요. 물론 진짜 공작의 시체를 발견하고, 루이즈 부인이 진범이라는걸 알아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명탐정이라면 마지막 루이즈 부인 자백에서도 뭔가 존재감을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이런 점이 방코랭을 다른 딕슨 카의 명탐정들만큼이나 기억에 남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네요.
화자인 미국인 제프 역시, '사랑꾼' 으로의 모습 말고는 아무런 활약을 보이지 못해서 인상이 흐릿한건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절판된지 오래인데,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독성도 떨어지는 편이고요.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나봅니다. 제가 읽었던 딕슨 카 작품 중에서는 최악입니다.

2009/05/01

벨벳의 악마 - 존 딕슨 카 / 유소영 : 별점 3점

벨벳의 악마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장경현 감수/고려원북스

1925년, 58세의 역사학 교수 니콜라스 펜튼은 악마와 계약해서 240년 전, 헨리 2세 통치하 영국의 니콜라스 펜튼 경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한 달 뒤로 예정되어 있는 아내 리디아의 독살을 막고 자신과 관련된 정치적 암투를 해결하며, 헨리 2세의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화요추리클럽'의 운영자로 유명한 장경현님이 감수하셔서 이른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고려원북스의 걸작 미스터리 시리즈 두번째 작품 - 첫번째 작품은 역시 딕슨 카의 "구부러진 경첩" 이었죠 - 입니다.
유명 추리애호가의 감수답게 국내 미출간된 거장의 작품을 선정하여 출간하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 역시 딕슨 카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국내에 출간된 적이 없어 저같이 영어가 딸리는 추리 애호가들의 맘을 아프게 했었는데, 이번 출간으로 오랜 갈증을 해소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은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 물이라 놀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역사 추리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작품은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과거로 타임 슬립한다는 상상 밖의 이야기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전개는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까요. 유사한 시공 이동 판타지를 너무 많이 접한 탓이지요. 하여튼, 작품 발표 당시에 발휘되었을 새롭고 신선한 맛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아울러 시공 이동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타임 패러독스의 딜레마" - 역사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바꿀 경우 현재가 영향을 받아 결국 과거로 이동한 자신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는 - 역시 편법으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실망스럽습니다. 

내용도 부실하고 황당한 부분 역시 많습니다. 원래는 58세인 주인공의 행동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초딩스러운 행태를 많이 보이는 점이라던가 팜므파탈로 설정한, 그야말로 악마의 하수인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의 존재와 정체 역시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또 역사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정도로 추리와 역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역사 추리물이라면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후대의 추리적 고찰이 반영되어야 할텐데, 이 작품은 단지 2세기 전을 무대로 한 독살 사건일 뿐이며, 사실 시대적 배경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트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단점만 가득한 작품은 아닙니다.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명성에 값하는 재미도 충분한 덕분입니다. 일단 헨리 2세 치하의, 이른바 토리당 - 휘그당의 대립을 소재로 쓴 역사 이야기 부분은 제대로 된 활극의 재미가 넘칩니다. 주인공 니콜라스 펜튼이 "벨벳의 악마"라 불릴 정도의 영국 제일의 검사이자 과격한 인물이라는 것 덕분에 "검의 대가" 나 "스카라무슈" 만큼이나 검술 액션이 가득하니까요. 검술의 기술, 칼의 고증 등에 대해서는 역사학자이기도 했던 딕슨 카의 디테일도 제대로라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다만 이러한 디테일은 실제 2세기전의 영어로 대사를 표현하는 등 이 작품에서 신경쓴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한글로 번역되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추리적인 부분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비소 독살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그 어떤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의표를 찌르는, 예상밖의 트릭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소개하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악마가 영혼을 거래할 때 맺는 계약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가 잘 드러나면서도, 이 계약 내용을 복선으로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고 있어서 나름 본격물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입니다. 딕슨 카는 역시나 딕슨 카 였달까요. 역사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공 이동 판타지 물에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대가의 노련함이 엿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구부러진 경첩" 보다는 확실히 의표를 찌르는 맛이 넘치는 의외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통 추리 애호가라면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와 아이디어, 독창성 측면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1/05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 권일영 : 별점 3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6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 경의 막내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추리 소설가 존 딕슨 카가 손을 잡고 발표한 셜록 홈즈 단편집. 이른바 "안작" 또는 "파스티쉬", 또는 "아포크리파" 등으로 불리우는 작품군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유는 도일 가문의 이름과 딕슨 카의 명성이 합쳐져 원작 수준의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총 12편의 단편 중 실제 공저작은 앞의 6편 뿐이며, 뒤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단독작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저작 쪽 수준이 훨씬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때 에이드리언 도일의 글솜씨는 그닥으로 판단됩니다. 다른 작품이 전해지지 않은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원전을 의식한 구성 탓에 지루한 면도 있고, 기대했던 트릭의 귀재 딕슨 카의 맛이 거의 살아있지 못한 탓입니다. 홈즈 시리즈 자체가 이미 한세기를 훌쩍 넘긴 과거의 유물인 탓에 좀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딕슨 카라는 거장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는건 팬으로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코난 도일 경의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좀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확실한 원작과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홈즈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은 다르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미녀 의뢰인이나 미녀 용의자, 미녀 악당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캐릭터적인 잔재미보다는 추리적인 곳에서 솜씨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홈즈물로서만 바라본다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과 "애버스 루비의 모험" 이라는 두작품은 과거 전성기 홈즈 단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홈즈물로의 가치와 재미,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검은 준남작의 모험"은 역사적인 유물과 연계된 색다른 기계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딕슨 카의 느낌도 살짝 전해주면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으며, "애버스 루비의 모험"은 트릭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하지만 정통 홈즈물스러운 추리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저의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입니다. 한편만 꼽으라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이고요.
그 외에도 전보를 가지고 부인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수염을 이용한 트릭도 괜찮았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시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신사가 등장하는 "일곱 시계의 모험", 그야말로 홈즈물 스러운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도 추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같은 얼룩끈의 치졸한 아류에 불과한 쓰레기같은 작품도 실려 있긴 하지만요.

총평하자면, 홈즈 팬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 띄엄띄엄 제목만 소개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쓰여졌다는 점은 원작팬으로서 점수를 안 줄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전에 읽었던 "베이커가의 살인" 과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이고요. 앞서 말했던 몇가지 단점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명성에 비한다면 2.5점 수준이지만 전 관대하니까요.

아울러 북스피어는 좋은 책들은 많이 내 주지만, 디자인과 번역에 좀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폰트와 일러스트 모두 지저분하고 난잡한 느낌만 가득 전해주는데 앞으로는 보완 좀 해주시길.

2009/02/17

화형법정 - 존 딕슨 카 / 오정환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별점 4점

화형법정 - 8점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출판계에서 꽤 잘나가는 편집인 에드워드 스티븐스에게 주말 별장 이웃인 마크 데스파드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얼마전 죽은 마크의 백부 마일즈가 사실은 독살당했다며 시체 발굴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마크와 그의 친구인 전직 의사 파팅턴, 마크의 고용인 헨더슨 노인과 스티븐스 네 명은 한밤중에 납골당 입구를 뜯어내는 대 공사를 진행했지만, 마일즈 백부의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스티븐스는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여러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10여년전 다른 구판 동서 추리문고 몇권과 함께 제 첫 직장의 여사장님께서 하사하여 주셨던 구판 동서 추리문고로 읽었습니다. 지금은 복간되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구판 동서 추리문고로 밖에는 구할 수 없는 책이라 너무나 감사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고전 추리물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샘솟던 차에 읽게 되었네요.

줄거리 요약부터 하자면, 위에 대충 써 놓기도 했지만 미모의 정체불명 아내와 못난 이웃 사촌때문에 벌어진 3일 동안의 대소동... 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써버리면 흡사 "어니스트 캠프 대소동"같은 코미디 영화가 연상되는데 딕슨 카 선생님 작품이니 당연히 코미디는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 그것도 흑마술 관련된 고딕 호러같은 이야기를 근대에 벌어진 사건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딕슨 카 류 모던 고딕 호러 오컬트 추리물의 결정판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달랑 3일에 걸친 이야기 -그것도 대부분은 이틀 동안 벌어진- 를 장대한 장편으로 풀어낸 딕슨 카의 탁월한 글 솜씨는 역시나 탁월합니다. 또한 이틀동안 몇 안되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스케일을 커버하기 위해 앞서 말했듯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던 역사적인 사실, 즉 17세기 사형당했던 유명한 독살범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마리 도브리)과 생 클르와, 데프레와 같은 인물들을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재와 쌍으로 엮어서 색다른 맛과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전개도 좋았고요. 덕분에 최근 유행하는 팩션같은 형태를 띄는데, 이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탁월한 퍼즐러, 고전 미스터리 황금기의 거장답게 불가능 범죄 2건을 전면에 배치하여 대담하게 독자와 승부하는 맛이 잘 살아있어서 추리 애호가로서 너무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런게 진정한 고전 추리물의 맛이겠죠.
두 개의 범죄 -꽉 막힌 납골당에서 어떻게 시체가 사라졌는지와 마일즈 백부의 방에서 문을 뚫고 나가듯이 사라진 백부에게 독약을 먹인 여인의 정체- 모두 신선하면서도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와 더불어 고딕 호러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사건과 어우러진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리는지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별것 아닌 듯 했던 여러가지 복선들이 나중에 사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고전적 전개의 효과적인 사용 역시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알리바이에 대한 참신하면서도 거장다운 대담한 발상과 전개(응?) 등 추리적으로는 즐길 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딕슨 카 선생 최 전성기에 발표된 작품답지 않게 좀 지나칠 정도로 오컬트 쪽에 치우친 나머지 전개의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건에 뛰어들어 탐정 역할을 하는 고던 클로스의 생뚱맞은 등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크의 도주, 오그덴의 돌출행동 같은 것들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에필로그가 지나칠 정도로 사족의 느낌이 강해서 무척 불만스러운데요. 왜 이런 에필로그를 구태여 집어넣어서 잘 마무리 된 정통 고전 추리물을 오컬트로 덧칠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에필로그 때문에 사건의 진범과 범행의 방법 등 모든 요소가 헝크러져 버리거든요. 아무래도 작가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과거에 벌어진 역사와 맞물리는 현대에 벌어지는 괴사건, 그리고 놀라운 진상! 덧붙여 반전까지 있는 저도 이런 작품을 한번 써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읽은 딕슨 카 작품 중에서는 충분히 상위권을 점할 작품으로(해골성,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연속 살인사건 등이 상위권입니다),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멋진 요소가 많고 재미 역시 확실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아직도 이 작품을 읽지 않는 추리 애호가가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김내성 선생님의 "진주탑" 처럼 이 작품도 번안하면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 말기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얽힌, 경성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참극! 조선 총독부 주재원인 옆집 일본인 후루따(가칭^^) 의 부탁으로 우연찮게 사건에 뛰어든 조선인 변호사(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고도일, 그리고 그의 미모의 부인에 얽힌 놀라운 진상! 어쩌구 저쩌구...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2008/04/27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 김민영 : 별점 3점

세 개의 관 - 6점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수수께끼의 남자가 나타난 뒤 방 안에서 연기와 같이 사라진 그리모 교수 살인 사건과 거리 한복판에서 유령과 같은 목소리와 함께 살해된 카리오스트로 거리의 마술사 살인 사건, 불가능해 보이는 두 사건의 해결을 위해 기디온 펠 박사가 나섰고, 의외의 진상을 밝혀낸다.

존 딕슨 카 최고 작품 중 하나라는 작품입니다. 번역된지는 꽤 되었지만,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는 취향이 아닌 탓에 통 손이 가지 않아서,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길이 남을 명탐정이긴 하지만 기디온 펠 박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잘난척하는 캐릭터와 장황한 언변으로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같은 짜증 계열 탐정으로 저한테는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방코랑 탐정이 개인적으로는 더 취향이에요.

하여튼, 이 작품은 고딕 호러물과 추리물의 결합이 특기인 딕슨 카의 작품답게 "트란실배니아의 흡혈귀 전설"이라는 호러적인 소재를 도입하고 있으며. 흡혈귀 전설에서 유래한 관, 그리고 관에서 살아나온 시체라는 설정을 "불가능 살인"의 기묘함과 잘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눈 위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범인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흡혈귀나 마술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니까요.

또한 이러한 불가능 살인 사건이 무려! 두 건이나 벌어지며 - 모두 밀실 살인 사건으로 한 건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그리모 교수 사건이고, 또 하나는 눈이 쌓인 거리 한 복판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마술사 프레이 사건입니다 -   두 건 모두 의외의 진상을 보여주는 덕분에 추리적인 재미는 상당합니다.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두개가 낫지요.

하지만 그리모 교수 사건은 완벽한 트릭과 장치에 의한 정교한 밀실 살인 사건인 반면, 프레이 사건은 우연과 특수한 상황이 결합된 돌발 상황일 뿐이라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범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우연과 우연이 여러 개 겹친 상황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리고 첫번째 사건도 아주 정교하고 공들인 장치와 트릭이 어우러진 밀실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명성에 값하나,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범인의 "체력"에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는건 설득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때문에 트릭 면에서는 알려진 것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기대가 너무 큰 탓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흡혈귀 전설에서 시작해서 마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작품과 트릭에 녹여내는 솜씨 하나만은 과연 대단합니다. 트란실배니아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또 기디온 펠 박사의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장황한 강의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아울러 해드리 경감과 랜폴 등 시리즈 캐릭터의 등장도 반가왔습니다.
추리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고 기디온 펠 박사는 여전히 짜증 계열 타입이기는 하지만 재미, 작품의 역사적인 의의를 되새겨 볼 때 별 세개는 충분히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PS : 그리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국내에 출간된 딕슨 카 작품 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네요.

작품목록 : 연속살인사건 (고성의 괴사건) / 해골성 / 황재의 코담배갑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 세개의 관 / 화형법정 / 모자수집광사건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이 중 딱 세 작품만 꼽아 본다면 저의 영원한 베스트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정통 추리와 고딕 호러의 완벽한 결합체인 "해골성", "화형법정" 을 꼽겠습니다.

2008/11/08

흑사장 살인사건 - 존 딕슨 카 / 맹은빈 (자유추리문고 12) : 별점 4점

黑死莊の殺人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カ-タ-·ディクスン/東京創元社

* 자유 추리 문고는 절판이라, 일본판 서적 정보를 올립니다.
블레이크는 자칭 심령학자인 로저 다워스가 주관하는 의심스러운 강령회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친구 헐리데이의 부탁으로 강령술에 관심이 많은 지인인 런던 경시청 경감 매스터즈와 함께 헐리데이 가문의 저택 흑사장으로 초대받는다. 그런데 그날 밤, 로저 다워스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완전 밀실인 상태에서 과거 교수형 집행인 루이스 플레이지의 단검으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블레이크는 매스터즈 경감과 함께 알고 지내던 육군성 정보부장인 헨리 메리벨 경을 찾아가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데...

요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돈도 없어 책도 구입하기 어려운 차에 응모한 모든 이벤트에 다 탈락해서 어쩔 수 없이 예전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어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출간된지 22년된 자유 추리 문고의 한권입니다. 첫 직장의 사장님이 제가 추리소설 팬인것을 알고 선물해 주신 책이죠.

이 작품은 존 딕슨 카의 카터 딕슨 필명 사용 시의 명탐정 캐릭터 헨리 메리벨 경, 통칭 H M 이 등장하는 작품이며, 딕슨 카 특유의 불가능 범죄의 향연이 벌어짐은 물론, 괴기스럽고 오컬트적인 설정이 도입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컬트적인 색채는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영국에서 유행했다는 "강령술"을 중심으로 한껏 펼쳐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도 가끔 가져다 쓴 소재이기도 해서 미스터리 애호가들에게는 꽤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죠.

또한 추리적으로는 불가능 범죄 중 "밀실 살인" 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밀실의 달인 딕슨 카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공정하여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요 사건인 밀실 살인 말고도 추가적인 살인사건 한건과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주 사건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모든 사건들이 합리적으로 타당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역시 거장의 솜씨를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흉기 부분에서 아직까지도 사용되는 걸작 트릭이 도입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 모든 추리적 요소에 앞서 말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가 잘 결합되어 독자의 시선을 끝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주요 트릭 중 하나인 "변장" 트릭의 현실성이 무척 떨어진다는 점과 그에 따르는 부연 설명이 약간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긴 하며, 실질적으로 "위증"에 의존하여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약간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나름대로는 설득력넘치는 해결책이기에 단점으로 꼽기는 좀 어렵겠죠.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이후에 유사한 트릭이 많이 등장한 탓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건 고전 황금기 시대의 걸작으로 퍼즐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당대 최상급의 불가능 범죄의 향연을 맛보는 재미는 다시 읽어도 아주아주 각별한 작품이었습니다. 특유의 오컬트적인 색채는 덤이고요. 몇가지 아쉬운 점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만 앞서 말했듯 아쉬운 점들은 다 시대가 너무 오래 흘렀기 때문이지 작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들은 아닙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아직 재간되지 않는 것은 의아한데, 속히 황금기 시대 걸작들이 다시 출간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마이크로포트"로도 불리우는 괴짜 명탐정 H M의 캐릭터가 잘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H M 과 또다른 딕슨 카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의 캐릭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창작을 했는지는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제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2006/06/06

연속 살인 사건 - 존 딕슨 카 : 별점 3점

연속 살인사건 - 6점
존 딕슨 카 지음/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캠벨 일족을 소집하는 먼 친척의 편지를 받은 앨런 캠벨 교수는 스코틀랜드 시골에 있는 샤이러 성으로 항했다. 여행 중 기차에서 만난 학문적 호적수이자 또다른 먼 친척 캐서린과 약간의 마찰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에 도착한 앨런은 성주 앤거스 노인의 죽음으로 친족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거스 노인은 혼자 자는 성의 탑에서 뛰어내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탑의 침실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보험 조사원은 자살했다고 여겼지만, 앤거스 노인의 동생 콜린은 침대 밑에서 발견된 동물 운반용 상자 등으로 타살설을 제기하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를 성으로 초대했다.

자살설과 타살설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령이 나온다는 탑의 전설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소문에 분개한 콜린 캠벨은 스스로 탑 침실에서 자는 것을 자청했다. 그러나 그마저 뛰어내려 중상을 입고 앤거스 노인 사고 당일 말다툼을 벌인 것이 확인된 홉즈라는 인물마저도 밀실 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피비린내나는 사건 때문에 유령이 나온다는 고성을 무대로 한 작품이라서 "해골성"처럼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과 모험이 중심인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작품이라는게 의외였습니다. 뭐 이런 분위기도 싫어하지는 않아서(아니, 사실은 아주 좋아합니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전형적 해피엔딩이라서 끝까지 즐거웠어요.

특히 그간 딕슨 카 작품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듯한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말다툼과 신경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의 "부부탐정"과 비교할만한 명커플이었어요. 아쉽게도 "부부탐정"과는 다르게 주인공 탐정은 기디온 펠 박사가 소화하고 있어서 커플의 비중이 중반 이후에는 점차 약해지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커플 덕분인지 평소에는 짜증나는 천재형 캐릭터인 기디온 펠 박사마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보일만큼 유쾌하고 인덕이 넘쳐 보이는 것은 보너스겠죠.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고성의 탑 안 침실이라는 완벽한 밀실에서의 살인, 일견 자살로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조작된 밀실 안에서의 살인이라는 두가지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밀실의 달인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펠 박사답게 설득력 높은 괜찮은 추리를 펼쳐주는 덕분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도구와 기구에 의존한다는 점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매개체가 앤거스 노인의 과거 경력에 근거하고 있고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각종 단서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점,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공습을 대비한 등화관제)까지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인이 완벽한 올가미를 쳐 두고 죄를 뒤집어 쓸 인물까지 가공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통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내줍니다.

하지만 동기가 초반에 드러나는 점과 서두에서부터 등장하는 범인을 캠벨 집안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범인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넘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정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쾌한 커플의 이야기는 제가 항상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죠. 무겁고 약간은 공포 분위기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도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다른 이야기를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딕슨 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05/04/04

해골성 - 존 딕슨 카 / 전형기 : 별점 4점

해골성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라인 강변의 대 마법사 메이르쟈가 기차에서 사라지는 사건으로부터 17년 후, 메이르쟈의 친구로 그가 기거하던 해골성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던 당대의 명배우 마일런 아리슨이 총에 맞고 불에 타 성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파리의 명탐정 방코랑은 이 사건을 메이르쟈와 아리슨의 친구인 대부호 드오네이로부터 의뢰 받아, 아리슨이 거처하던 해골성 옆 별장으로 조수겸 화자인 소설가 제프리 마르와 함께 떠났다. 방코랑은 그곳에서 사건을 정식으로 담당한 독일의 명탐정 폰 아른하임 남작과 추리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이전에 읽었었던 "밤에 걷다" 이후 2번째로 읽은 딕슨 카의 방코랑 시리즈입니다. 딕슨 카의 3번째 작품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딕슨 카 작품은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정통 본격물로서의 가치가 높아 굉장히 선호하는 편인데, 우연찮게 일신 추리문고 출간본을 헌책방에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 책도 있지만 최근 자금의 압박이 심해서....(개인적으로 일신 추리문고 판본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펠박사와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와는 다르게, 방코랑 시리즈는 오컬트를 넘어서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주는게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밤에 걷다"는 흡혈귀 괴담, 이 작품은 "마술"을 배경 설정으로 다루고 있는데, 고딕 호러 스타일이 작품 전체에 굉장히 짙고 뭔가 약간 일본 변격물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단순히 괴담 분위기로만 끝나지 않고, 추리적으로도 우수해서 각종 단서가 독자에게 충실하게,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다는게 대단합니다. 굉장히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클로우즈 써클 타입 - "고립된 별장" 타입 - 의 미스터리인지라 용의자도 한정되어 있는 탓에 진부해 질 수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무엇보다도 "올드보이" 못지 않은 반전과 이어지는 결말은 저의 예상을 초월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의 "라이벌"격인 탐정이 등장해서 만만찮은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보통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라이벌을 "찐따"로 만드는 이 바닥의 상식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비교적 공평한 시각으로 두명의 능력을 표현하고 있거든요.

방코랑은 유머도 부족하고 잘난척도 심하며, 혼자만의 꿍꿍이가 많아서 주인공 탐정으로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거장의 황금기 걸작다운 충분한 재미와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명작입니다. 저는 무척 즐겁게 읽었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해골성의 도해와 구조를 설명한 사이트가 있더군요. 아주아주 약간의 트릭이 밝혀지니 만큼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읽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둘러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해골 모양이네요^^

PS : 한가지 의문은 미국 작가가 왜 프랑스 탐정을 주인공으로 독일 라인강을 무대로 한 작품을 썼는 지는 조금 궁금합니다. 이렇게 설정하는게 더 있어보였을려나?

2022/07/07

여태까지 나만의 존 딕슨 카 작품 순위

Dr. Gideon Fell 존 딕슨 카 작품은 훝어보니 국내 출간된 작품은 거의 다 읽은 듯 합니다. 그래서 리뷰를 올렸던 딕슨 카 작품들 순위를 꼽아보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총 12편 중 10편이 별점 3점 이상이었고, 별점 2.5점의 평작인 단편집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에도 별점 3점 이상의 작품이 무려 5편이나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추리 소설가 중 타율왕에 대해 알아보자"에 대한 글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존 딕슨 카는 이후에 7차례 더 타석에 들어섰는데도 빼어난 성적을 올린 진정한 타율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 작품 평균 별점이 무려 3점이 넘으니까요.

제가 뽑은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공동 1위 : 별점 4점 

공동 5위 : 별점 3점

공동 11위 : 별점 2.5점

리뷰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읽었었던 "황제의 코담뱃갑"과 "밤에 걷다"도 다시 읽고 리뷰를 올려야 겠습니다. 제 기억에는 두 작품 모두 걸작이었으니, 평균 별점은 더 올라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2026/08/07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 까지(till death do us part) - 존 딕슨 카: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작가 리처드(딕) 마컴은 식스 애시즈 마을에서 레슬리 그랜트와 약혼했다. 그리고 그 직후에 마을 바자회에서 레슬리가 점쟁이의 천막을 찾은 뒤 이상할 정도로 동요했고, 심지어 사격장에서 레슬리가 우연히 쏜 총탄이 점쟁이를 맞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 밤, 점쟁이는 자신이 저명한 병리학자 하비 길먼 경이며 레슬리는 세 번이나 남편들이 밀실에서 청산가리를 주사하여 자살한 것처럼 만든 독살범이라는 이야기를 딕에게 들려주며, 레슬리가 딕을 초대할 때 자신이 집에 숨어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하비 길먼 경도 밀실에서 청산가리 주사로 사망한 사체로 발견되었고, 현장에 나타난 기디언 펠 박사는 피해자는 하비 길먼 경이 아니라 유명한 사기꾼 샘 드 빌라라는걸 밝히는데...

존 딕슨 카의 장편으로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일본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초반 설정입니다. 주인공 딕 마컴의 약혼녀 레슬리는 한 점쟁이에게서 불쾌한 말을 듣고 분개하다가 우발적으로 그를 총으로 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날 밤, 점쟁이는 자신이 유명 병리학자 하비 길먼 경이며 레슬리가 과거 남편들을 청산가리로 살해한 독살범이라고 주장하고요.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하비 길먼 경마저 자신이 설명했던 사건과 똑같은 형태로 밀실 안에서 청산가리 중독으로 죽은 채 발견됩니다. 마컴은 레슬리를 믿고 싶지만, 피해자가 남긴 말과 똑같이 벌어진 죽음은 그녀를 의심하게 만들 수 밖에 없게 되지요. 아, 정말이지 두근두근합니다.

피해자가 하비 길먼 경이 아니라 변장한 사기꾼 샘 드 빌라였고, 레슬리가 독살범이라는 거짓말로 마컴을 속여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간 뒤 보석을 훔치려 했다는 계획도 좋아요. 점쟁이의 예언과 독살범이라는 폭로가 모두 절도 계획을 위한 연극이었다는건데 상당히 잘 짜여져 있는 사기극이라는 느낌을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원래 밀실 살인 트릭은 없이 이 사기극만 라디오 드라마로 발표되었다는데, 납득이 되는 완벽한 구성이라 생각되네요.

딕슨 카 작품답게 밀실 트릭도 괜찮습니다. 벽에 난 구멍으로 실을 빼낸 뒤, 그 실을 당겨 창문의 잠금 장치를 잠근다는, 아래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지극히 단순한 트릭이지만 단순해서 현실성은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벽에 벌인 총격 소동으로 장치에 사용했던 구멍을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빼어나며, 이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고전 본격 추리물답게 공정합니다. 총 구멍이 밤에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애시 경의 증언처럼요.

하지만 진범인 미들스워스 박사가 직접 기디언 펠 박사를 데려와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는 전개는 이상합니다. 자신의 범행을 밝혀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스스로 현장에 부를 이유가 있을까요? 미들스워스 박사가 나서지 않았다면, 무능한 지방 경찰들에 의해 샘 드 빌라는 자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심을 산 레슬리는 마을을 떠나게 되고, 딕과도 헤어지게 되겠지만 둘의 사랑을 미들스워스 박사가 지켜줄 이유는 없어요.

그리고 독자를 속이기 위한 설정도 과합니다. 새벽에 레슬리가 피해자의 집 앞까지 갔는데 몽유병 상태라 기억하지 못했다던가, 금고 속 내용물 때문에 신시아와 격투를 벌였다는 설정들이 대표적입니다. 마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상황 묘사와 신시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행동들도 모두 혼란스럽고요. 쓸데없는 작전으로 마을 우편소장이 살해당한 것도 불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단점이 크지는 않습니다. 혼란스러운 묘사는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일 테지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강한 도입부와 효과적인 밀실 트릭이라는 장점만으로도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힙니다.

#여태까지 내가 읽었던 존 딕슨 카 작품 순위

2023/01/14

마녀의 은신처 - 존 딕슨 카 / 이동윤 : 별점 4점

마녀의 은신처 - 8점 존 딕슨 카 지음, 이동윤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핵심 트릭과 범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인 테드 램폴은 대학 은사의 소개로 영국 시골 채터럼에 거주하는 사전 편찬자 기디언 펠 박사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 지방에는 스타버스 가문에서 다스렸던 교도소에 얽힌 저주가 전해지고 있었고, 실제로 스타버스 가문의 주인들은 모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램폴은 스타버스 가문의 장녀 도러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가문의 유산 상속을 위해 교도소의 교도소장 방에서 자정에 무언가를 가지고 왔어야 했던 가문의 장남 마틴이 교도소에 간 날 밤 목이 부러져 죽고, 사촌 허버트는 사라지는 사건에 말려드는데....


유일하게 읽지 않고 남겨 두었던 존 딕슨 카의 국내 출간작. 해문의 어린이용 버젼으로 앍어야하나 고민하던 중 엘릭시르에서 나온 전자책이 있길래 냉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딕슨 카의 특기가 유감없이 펼쳐지는 작품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추리적인 장치들입니다. 정통 고전 미스터리의 대가다와요. 특히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볼만했습니다. 
범인인 손더스 목사는 교도소장 방의 램프 불이 꺼질 때까지 펠 박사와 랜폴과 함께 있었다는 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램프 불이 꺼진 직후 램폴과 함께 펠 박사 집을 떠났고, 그 뒤 마틴의 시체가 발견되었으니 범인일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펠 박사가 추리해낸 진상은 실종된 허버트가 마틴 대신 교도소장 방으로 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도소장 방의 램프는 마틴이 아니라 허버트가 켜고 껐으며, 마틴은 목사가 펠 박사의 집에 가기 전, 목사관에서 이미 살해해서 마녀의 은신처에 사체를 유기했던 겁니다. 이후 사체 발견 후 목사관에 들렸을 때 허버트도 살해했고요. 이 일련의 과정은 마틴이 굉장한 겁쟁이었다는 것과 허버트의 맹목적인 충성이라는 인간 관계, 그리고 마틴은 골초였는데 교도소장 방에는 꽁초하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발코니 창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창으로는 빗물이 전혀 들이치지 않았다는 등의 세부적인 단서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에 의해 합리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허버트가 발명가라는 설정으로 발코니에 특수 장치를 했을 거라는 추론같은 잔재미도 충분하고요.

사건의 동기라 할 수 있는, 우물에 보물이 있다는 펠 박사의 추론 역시 합리적이에요. 그는 지극히 공정하게 독자들에게도 제공되는 정보로 이를 추리해냅니다. 초대 교도소장 앤서니 스타버스는 왜 그렇게 완력이 강해졌는지? 교도소장 방 발코니 석재 난간에 깊숙하게 패인 홈의 정체는 무엇인지? 발코니로 향하는 문 열쇠가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미워하던 가족들에게 남겨주지 않은 막대한 재산은 어디에 갔는지? 라는 단서를 통해 앤서니가 난간에 밧줄을 묶은 뒤 바로 아래 있는 우물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으며, 그 이유는 우물 안에 재산을 숨겨 놓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까요.
이 추론을 증명하는, 교도소장이 남긴 십자말 풀이같은 암호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편없는 시를 썼다는 인물 설정에도 부합하면서도, 언어가 다른 국내 독자들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쉬우면서 합리적인 암호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손더스 목사가 범인임을 드러내는 추리쇼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펠 박사는 경찰서장과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기차역으로 항합니다. 도착하는 인물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면서요. 그리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손더스 목사에게 물어보는데 목사는 "당신 미쳤구먼! 나는 저 사람 처음 봅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짓입니까?"라고 답합니다. 여기서 손더스 목사가 가짜라는게 드러나게 되지요. 그 사람은 진짜 손더스 목사의 숙부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아는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 핵심 증거가 된다는 발상이 아주 신선했고, 이를 추리쇼 형태로 풀어낸 솜씨는 정말로 탄복할만 했어요.
이러한 추리적인 요소들 외에, 딕슨 카의 또 다른 특기인 오컬트적인 부분의 묘사도 빼어납니다. 광기의 교도소장 앤서니 스타버스와 그가 만들어 운영했던 죽음의 교도소, '마녀의 은신처'라고도 불리우는 교수형장 터에 대한 끔찍하면서도 생생한 묘사는 일품이에요. 20세기 초반, 영국 시골 분위기와 음침함이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스타버스 가문에 내려진 저주(?)도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만들고요.

하지만 손더스 목사가 저지른 범행의 원인이 된 티머시 스타버스의 행동에는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티머시 스타버스는 죽기 전에 자기를 죽이려한건 손더스 목사였다는걸 알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티머시 사후 아들 마틴이 가문을 잇게될 때 확인하게 될 금고 안에 손더스 목사의 범행을 증명하는 서류를 넣어두었을 뿐이지요. 왜냐하면 남은 몇 년 간, 손더스 목사가 도망도 가지 못하고 범행이 드러날 때까지 지옥을 맛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는데.... 이는 손더스 목사로 하여금 아들과 조카마저 살해하게 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궁지에 몰린 손더스 목사가 마틴을 죽이고 서류를 손에 넣으려고 했으리라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을겁니다. 한 명을 죽이나, 두 명을 죽이나 어차피 별 차이는 없잖아요. 이런 계획을 세우고 서류까지 작성할 정도였으면 정신도 말짱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런 무모한 (?)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나중에 진술서를 통해 손더스 목사가 왜 도망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몇 년 뒤 범행이 드러날거라면, 스타버스 가문의 숨겨진 보물로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여행을 떠난다는 등의 핑계로 마을을 떠나 사라지는게 나았을테니까요. 신분도 손더스 목사로 위장하기 전 원래 신분으로 돌아간 뒤, 원래 머물던 뉴질랜드로 떠났다면 영원히 문제가 없었을 거에요.
그 외에도 티머스 스타버스는 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게 분명한데, 왜 진작에 보석을 꺼내어 가문의 재산으로 삼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며, 램폴과 도러시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던가, 아무리 손더스 목사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한들 마틴이 선뜻 목사 계획에 응했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네요.

그래도 추리적으로 워낙 빼어나기에 단점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진 특유의 작풍도 아주 매력적이고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올렸던 내용에서 업데이트한, 제가 여태 읽었던 딕슨 카 작품 순위를 공개합니다. 지금 읽으면 별점과 순위는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평균 별점이 3점을 넘으니 타율로 따지면 5할 이상! 쳤다하면 장타입니다. 대단하네요.

공동 1위 : 별점 4점
<<해골성>>
<<유다의 창>>
<<흑사장 살인 사건>>
<<화형 법정>>
<<마녀의 은신처>>

공동 6위 : 별점 3점
<<연속 살인 사건>>
<<세 개의 관>>
<<구부러진 경첩>>
<<벨벳의 악마>>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수록작 중<<은빛 장막 속에서>>, <<합법적인 사형집행인>> 별점 4점
<<사라진 방>>, <<분장실의 시체>> :별점 3.5점
<<투명 인간 살인>> : 별점 3점

13위 : 별점 2.5점
<<모자 수집광 사건>>

14위 : 별점 2점
<<밤에 걷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