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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6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여름 맞이 특별 구입한 책 중 첫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제프리 디버가 직접 선정한 앤솔로지로 총 3권 시리즈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실린 작품은 연대와 장르, 작가별로 꽤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작가도 유명한 작가는 엘러리 퀸 한명 뿐으로 나머지 작가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많은 작품이 번역된 작가들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수록 작품들 모두 국내 초역된 작품이라는 것도 좋았고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리사 스코토라인의 "숨겨 갖고 들어가다"와 얀윌렘 반 드 비터링의 "힐러리 여사" 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추리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는 외적인 재미와 독특함, 신선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 추천할만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은 기대 이하였어요.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를 가지고 작품들을 선정하다 보니 오히려 한 곳에 집중한 결과물 보다 깊이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이런저런 수상작 모음 앤솔로지, 아니면 특정 작가의 대표작을 모아 놓은 앤솔로지들보다는 뒤떨어지는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번역에도 약간 문제가 있어서 쉽게 읽히지 않으며 직역에 가까운 느낌도 드네요. 심각한 오류는 없지만 서문에서 에드워드 D 호크를 "호치"라고 번역한 것 같은 것 같은 작은 실수도 눈에 좀 띄고요.

물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취지와 가치는 변함이 없고 제프리 디버의 취향이 제 취향이 아니었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울러 330여 페이지라면 웬만한 장편 한편 분량인데 너무 두꺼운 종이의 선택, 그리고 큼직한 본문의 행간 탓에 다른 책들보다 크고, 두껍고, 무거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정도 두께면 종이만 잘 선택한다면 3권으로 출간될 분량을 2권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 시리즈와 비교해 본다면 페이지수는 비슷하지만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은 두께는 이 책의 2/3 정도이고 실린 작품은 최소 9편에서 최대 13편까지 실려 있는데 이 작품은 달랑 8편만 실려있을 뿐입니다.
종합적인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책을 시리즈로 여러권 출판하려는 얄팍한 상술로 밖에는 보이니 않아 씁쓸합니다.

수록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황태자 인형의 모험 - 엘러리 퀸
크리스마스 이브, 입슨양의 유언으로 전시하게 된 인형 컬렉션 중 딸려있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제일의 가치를 지니는 황태자 인형을 유명한 도둑 코모스가 훔쳐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내온다. 퀸 경감과 엘러리는 코모스를 막기 위해 직접 전시장을 지키지만 전시회가 끝날때 인형이 가짜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엘러리 퀸 작품에서 괴도가 나오는 것은 처음 접해본 것 같습니다. 김전일과 괴도신사의 대결 같은 작품이네요. 제목만 본다면 "모험"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내용은 어떻게 훔쳤는지, 그리고 방법을 밝혀낸 직후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는 전개인데 훔치는 방법이 좀 더 기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읽기에는 약간 시시한 방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범인을 짐작하기가 쉬웠던 점이 좀 아쉽네요.

사라진 13쪽 - 안나 카타린 그린
저주받은 저택으로 유명한 밴 브루클린 저택에서 중요한 서류가 없어지고 다음날 결혼하게 되는 코넬이라는 인물이 유일한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져는 서류가 없어지게 된 방법을 알아내고 저택의 저주받은 방을 지나가 서류를 되찾아 오지만 이 과정에서 저주받은 방에서 일어난 과거의 비극적 사건의 진상까지 알아낸다.
추리소설의 어머니라고 불리운다는 안나 카타린 그린의 작품입니다. 국내에 거의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내용면으로는 그다지 기발하거나 신선한 부분은 없습니다. 전혀 다른 2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단편으로 엮어 놓은 시도는 좋았지만 작품이 전반부는 서류 도난 사건, 후반부는 밴 브루클린의 저주에 대한 진상으로 확연히 나뉘고 있어서 하나로 융합되지도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은 사건인 서류 도난 사건보다는 괴담 분위기의 저주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것만 가지고 보다 보강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딕슨 카 스러운 작품이 하나 나왔을텐데...

숨겨갖고 들어가다 - 리사 스코토라인
변호사 톰은 중요한 사건 재판이 있는 날 아내에게서 쌍동이 딸 중 한명인 브리타니를 억지로 떠안게 되고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 딸을 몰래 숨긴채로 재판까지 참석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의 베스트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인데 빠르면서도 긴박한 전개에 유머까지 곁들인 센스가 아주 뛰어납니다. 법정 재판 장면에서의 역전극도 통쾌하고요. 읽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배트맨의 협력자들 - 로렌스 블록
매트 스쿠더는 동료들과 함께 시내 불법 노점상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복제된 배트맨 상품을 압수하는 일에 투입된다...
매트 스쿠더 (스커더)가 등장하는 로렌스 블록의 단편인데 저는 아무리봐도 추리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사회 비판 의식이 들어있긴 한데 서스펜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주말 여행객 - 제프리 디버
잭과 토스는 드러그 스토어를 강도질 하다가 실수로 총기를 난사해서 경찰을 비롯한 여러명을 죽인 뒤 인질을 한명 잡아 도주하게 된다. 인질은 웰러라는 세일즈 맨으로 토스까지 죽인 잭을 설득시켜 일종의 게임을 제안하는데...
편집자인 제프리 디버의 단편입니다. 납치범 잭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나 반전이 좀 시시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 여자는 죽었어 - 프레데릭 브라운
부유한 사회학 석사 출신의 하위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LA에 정착한 상태. 그는 접시닦이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매춘부인 여자친구 빌리와 더불어 나름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빌리의 위층에 사는 메이미라는 여성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프레데릭 브라운의 독특한 작품으로 그간의 작풍과는 무척 달라 보이네요. 대작가답게 단편이지만 캐릭터 설정 및 묘사, 그리고 복선이 확실한 편이며 이야기도 제법 탄탄합니다. 하지만 내용 전개가 우연에 기인하는 것이 많고 정통파 추리작품은 아니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원칙의 문제 - 맥스 알런 콜린스
전직 킬러로 지금은 은퇴한 쿼리는 파라다이스 호 주변에서 운둔하며 지내지만 우연히 야식을 사러 갔다가 해리라는 전직 범죄자 친구를 알아보고 그를 미행해서 해리와 루이스 컴비가 시카고 언론 재벌의 상속녀를 유괴한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의 카리스마 있는 묘사가 압권인 단편입니다. 내용은 평이하고 반전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네요.

힐러리 여사 -얀윌렘 반 드 비터링
파푸아 뉴기니의 원주민이고 추장인 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이 강간 살해당한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파푸아 뉴기니의 추장인 떠벌이 화자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두서없이 떠드는 것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무지하게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현대 미국을 풍자하는 듯한 묘사도 재미나지만 파푸아 뉴기니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한 것이 묻어나는 현지색깔 넘치는 배경 역시 좋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떠벌이는 듯한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솜씨가 놀랍네요. 작가는 처음 보는 작가지만 다른 작품도 기대를 갖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베스트로 꼽을 만 합니다.

2025/05/31

옥토버리스트 - 제프리 디버 / 최필원 : 별점 2점

옥토버리스트 - 4점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비채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브리엘라는 딸 세라를 유괴당했다. 유괴범 조셉은 가브리엘라의 사장인 찰스 프레스콧이 가지고 있던 '옥토버리스트'와 돈 50만 달러를 요구했다. 가브리엘라는 우연히 만나 친해진 펀드회사 대표 대니얼의 도움으로 리스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조셉과 협상에 나서는데...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지만 이 작품은 링컨 라임 시리즈가 아닙니다. 어딘가의 리스트에서 걸작이라고 추천했던 기억이 나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무슨 리스트인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36장에서 시작해 1장으로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영화 "메멘토"에서 처음 접했던 방식인데, 소설로는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이 역순 전개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중요한 구조적 장치로 작용하며, 덕분에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씩 깨지는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랭크가 칼로 사람을 찔러 죽였는데 실제로는 게임 속 상황이었고, 교회 집사라 선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던 노란 셔츠의 딕슨이 사실은 킬러였으며, 엘레나가 차에 치인 줄 알았던 장면도 알고 보니 연기였다는 식입니다.
이러한 일종의 반전 요소들은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강도가 더욱 커져 긴장감을 높입니다. 대니얼이 킬러였다는 첫 번째 반전을 시작으로, 가브리엘라는 대니얼을 잡기 위해 함정 수사를 벌이던 형사였다는 두 번째 반전, 그리고 가브리엘라 역시 다른 조직과 연계된 킬러로 애초에 대니얼 일당을 제거하는게 본래 목적이었다는 마지막 반전으로 이어지거든요.

결말에서는 대니얼 일당은 가브리엘라의 계획대로 조셉에게 살해당하고, 경찰이 가브리엘라의 행방을 놓쳤던건 그녀가 소지품을 쓰레기차에 버렸기 때문이었다는 등 모든 떡밥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떡밥에는 '옥토버리스트'는 대니얼을 유인하기 위해 대충 만들어낸 맥거핀으로 명칭조차 "옥토버 페스트"에서 따왔다던가, 대니얼이 의미심장하게 언급했던 ‘프리스턴 솔루션’은 알고 보니 요트 커버 색깔에 불과했다는 등도 있고요.
책 맨 마지막에 수록된 목차의 진짜 제목들이 이런 정리를 도와주는데, 예를 들어 챕터 35의 제목은 ‘대니얼의 무덤’입니다. 대니얼은 이 챕터에서 죽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역순 전개가 반전을 위한 장치로만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희생하고 맙니다. 예를 들어, 케플러와 수나리 형사는 이미 가브리엘라가 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작품 중반까지 이에 대한 단서나 암시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내용을 전부 이해한 뒤 돌이켜보면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주요 반전들이 충분한 복선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가브리엘라가 형사이자 킬러였다는 설정, 대니얼의 정체 등이 대표적인데요. 모두 과거 사건이나 대화 장면을 갑자기 삽입해 설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전은 많지만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가브리엘라가 킬러였다는 반전은 반드시 필요했는지 의문이에요.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반전에 집착한 나머지, 전체적인 설득력이 떨어져 버린 셈입니다.

또한 프랭크처럼 중요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결국 큰 역할 없이 사라지는 인물들이 많았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 보이기는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독특한 형식과 실험 정신은 분명히 흥미롭지만, 반전 위주의 전개가 지나치게 억지스럽고 전체적인 설득력이 부족해서 감점합니다. 굳이 찾아 읽을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0/05/30

콜드 문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2.5점

콜드 문 - 6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뉴욕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에 시계, 기묘한 시와 함께 자신을 '시계공'이라고 서명한 범인을 찾기 위해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나섰다. 한편 색스는 이 사건 외에도 자살로 위장한 사업가 살인 사건을 맡게 되었다. 경찰 118번 지구대가 범행에 연루되어 있다는게 드러났으나, 당장은 내사과 투입이 어려워 부시장 월러스와 경정 매릴린 플레허티의 합의로 색스 혼자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것이었다.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 라임과 그의 수족인 여성 경찰 아멜리아 색스 컴비의 활약이 그려지는 제프리 디버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30주년 기념 킹 오브 킹 순위'에서 해외편 6위에 당당하게 위치해 있는 탓에, 평소 궁금하게 여기다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장점이라면 흡입력, 재미입니다. 거의 550여페이지에 달하는 대장편인데 쉽게 읽힙니다. 시계공 던컨의 범죄 행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유행했던 "싸이코 연쇄 살인마와 천재 경찰의 대결"을 비튼 아이디어도 좋아요. 반전도 괜찮으며, 철저한 증거 위주의 수사로 수집한 증거를 통해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그것들이 추리로 이어지는 과정도 마음에 듭니다.
새 캐릭터인 동작학 전문가 캐스린 댄스의 심문 과정에 대한 묘사도 그럴듯합니다. 거의 인간 거짓말 탐지기 수준으로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럴듯하게 묘사되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다른 링컨 라임 주변인물 묘사도 시트콤스러운게 유쾌했고요. 아멜리아 색스가 아버지의 추문, 경찰에 대한 신뢰 추락이라는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결말도 전형적이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좋은 사람은 잘 되고 나쁜 사람은 파멸하는 이야기가 감정이입이 잘 되더라고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에서 지난 30년간 작품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만하냐면, 그렇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은 탓입니다. 다음 단계로의 진행은 모두 주요 관계자의 증언에 따를 뿐입니다. 빈센트 체포 후 빈센트의 증언으로 다음 피해자 대상이 좁혀지고, 이는 베이커의 작전이었지만 베이커 체포 후 던컨 본인도 체포되어 연쇄 살인극이 아니라는게 그의 입으로 밝혀지고, 던컨이 풀려난 뒤 그의 다음 목표가 델파이 메커니즘이라는 것도 빈센트와 이전 시계점 증언으로 밝혀지는 식이거든요. 이래서야 링컨 라임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링컨 라임이 없어도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지나친 반전과 어처구니없는 진상도 문제입니다. 초, 중반까지는 연쇄 살인극을 꾸미는 시계공 던컨과 조수격인 성범죄자 빈센트가 몇 명의 여성 희생자를 집요하게 노리는 묘사가 이어지죠. 그러나 빈센트는 그냥 미끼였고, 던컨의 진짜 목표는 118번 수사대 비리와 연류된 비리 경찰 베이커의 의뢰로 색스를 연쇄 살인범의 범행으로 위장해서 죽인다는 반전, 베이커 뒤에 흑막으로 부시장 월러스가 있었다는 반전, 시계공 던컨의 진짜 목적은 세슘 시계를 조작해서 이전부터 탐낸걸로 묘사된 '델파이 메커니즘'을 훔치려는 것, 인줄 알았지만 진짜 중의 진짜는 뉴욕 도시 개발 공사에서 뉴욕시와 국방부 등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사람을 다량으로 살상하는 테러였다는 반전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반전이 너무 많다보니 가면 갈 수록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90년대 후반부터 유행했던 '반전물' 들을 보고, "내가 진짜 반전이 뭔지 보여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쓴 느낌인데, 지나쳤어요. 과유불급이랄까요....

게다가 '시계공의 목적은 무차별 대량 살상 테러였다!' 라는 진상도 너무 별로입니다. 작 중에서는 사람은 죽이지 않고, 이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언급헸던 범행의 대상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 안티 히어로 모습을 보여주던 천재 범죄자 시계공이 왜 무작위로 사람을 살상하는 테러를 선뜻 받아들이는지가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계공의 캐릭터도 이상해져 버렸고요.
마지막 범행, 즉 테러를 위해 연쇄 살인 시도를 가장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역시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입니다. 자물쇠를 따고 숨어드는게 쉽다면, 루시 릭터가 친구를 만나러 나갔을 때 집에 침입해서 필요한 서류를 찍어가지고 오면 되는거잖아요? 꽃가게 조앤의 화분 역시 마찬가지고요. 구태여 엄청난 숫자의 뉴욕 경찰이 동원될만한 살인극을 가장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리 경찰 베이커의 의뢰를 받아들인 목적도 불분명합니다. 시계공의 범행이 가짜이고 해프닝에 불과했다는걸 구태여 드러낼 이유는 없어요. 테러를 위해서라면 그냥 연쇄살인극을 위장하는게 나은 선택 아니었을까요? 구태여 아는 사람을 늘릴 이유도 없고, 베이커에게 복수하겠다는 가짜 동기 등 시계공의 모든게 가짜라는게 드러나는 것도 시간 문제인데 말이지요. 베이커의 의뢰를 받아들여 아멜리아 색스를 연쇄 살인범에 의한 것으로 가장하여 살해하려는 의도였다고 중간에 설명되지만, 이는 시계공이 베이커의 범행은 실패하게끔 총을 조작했다는 이야기 전개를 보면 역시나 합리적이지 않아요. 차라리 링컨 라임과의 대결을 위해 도전한다는걸 보다 명확하게 표현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만, 비리 경찰 베이커와 아멜리아 색스의 아버지 이야기를 빼고 350~400 페이지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2021/03/27

코핀 댄서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3점

코핀 댄서 - 6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컬렉터' 사건 이후 뉴욕 시경과 FBI의 수사 자문으로 일하는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은 시카고 외곽 상공에서 폭발한 민간 제트기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사망자는 거물급 무기상 필립 핸슨의 재판에 증언을 하기로 했던 조종사 에드워드 카니였다. 그러나 라임의 관심을 더더욱 끈 것은 이 사건에 청부살인업자 '코핀 댄서'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코핀 댄서에게 5년 전 부하들을 잃은 적이 있기에 댄서를 잡으려는 라임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이제 남은 핸슨 재판의 증인은 카니의 부인인 퍼시와 동료 헤일. 재판까지 정확히 45시간이 남은 상황, 링컨 라임은 최강의 암살자 코핀 댄서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한편, 자신의 손으로 댄서를 잡아들일 함정을 준비해야 하는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용"

제프리 디버의 빅 히트한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링컨 라임과 살인청부업자 코핀 댄서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흥미를 자아냅니다.

특히 링컨 라임과 동료들 시점과 살인을 실행하는 청부업자 스티븐 콜 시점을 오가는 구성에서 전해지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스티븐 콜의 현재 행동을 통해 그가 앞으로 범행을 어떻게 저지를지?를 궁금하게 만든 뒤, 이를 알아챈 링컨 라임이 간발의 차이로 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뻔하기는 하지만 몰입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스스로는 전화도 걸 수 없는 링컨 라임이 범행 수법을 알았지만 전화를 거는데 실패해서 타겟 중 한 명이 희생되는 장면은 그 중 백미입니다. 2000년대 이후 작품이었다면 Siri로 쉽게 전화를 걸 수 있었을 텐데("스마트 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처럼요), 당시 음성 인식 기술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기도 했고요.
스티븐 콜이 링컨 라임이 장애인임을 알아챈 뒤 그의 능력을 인정하는 장면도 아주 멋졌습니다. 왜 링컨 라임이 강한지를 잘 알려주는 장면이었어요.

범죄학자, 법의학자이자 감식 전문가인 링컨 라임이 주인공다운 디테일도 압권입니다. 애밀리아 색스 등을 활용하여 수집한 미량 증거물들을 통해 스티븐 콜을 추적해 나아가는 묘사가 아주 빼어나요. 대체로 범행 과정을 검증하는 정도에 그치기는 하지만, 지문 인식이 불가능한 지문 조각을 긁어모아 하나의 지문을 만드는 등, 실제 수사에 활용하는 장면들도 제법 많은 편입니다. 스티븐 콜 범행에서도 폭탄의 디테일 등 볼거리가 아주 많고요.

허드슨 에어와 퍼시 플레이 시점으로 보여지는 여러가지 비행 관련 전문 정보들도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항의 지형지물을 활용하여 폭탄을 비행기 외부에 부착한다는, 공항 구조를 잘 활용한 아이디어처럼요. 공항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에서도 숨어있는 파일럿을 끌어내기 위해 비행기를 쏜다는 발상 등에서 많은 연구와 조사가 뒷받침된 티가 납니다. 무엇보다도 퍼시 플레이가 고도가 낮아지면 폭발하는 폭탄 때문에 마지막 비행에서 겪는 고군분투는 정말이지 인상적이었어요. 범인이 설정한 고도보다 높은 공항 (덴버)으로 향한다던가, 부족한 연료를 근처 사막이 태양빛을 받고 만들어낸 상승기류로 해결한다는 등의 아이디어들도 적재적소에 활용되어 이야기를 빛내 줍니다. 이 이야기만 가지고도 한 편의 이야기가 충분히 될 수 있을 정도에요. 그만큼 드라마와 긴장감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약간은 서술 트릭을 갖추고 있으며, 두 개의 반전이 존재해서 추리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 구조에서 링컨 라임과 시종일관 대등한 대결을 펼치던 또 다른 주인공 스티븐 콜은 '댄서'가 아니라는게 나중에 밝혀지거든요.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이외에도 악덕 사업가 핸슨이 아니라 허드슨 에어 멤버 론 탤봇이 청부를 의뢰했다는 반전도 놀라왔고요.

그러나 반전에 지나치게 집착한 느낌을 전해주는건 조금 아쉬웠어요. 스티븐 콜이 그냥 댄서였어도 이야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론 탤봇이 사장 퍼시를 비롯한 3명의 소유주를 없애고 회사를 가로채려고 했다는 청부 의뢰 동기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론 탤봇의 횡령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단순 횡령과 살인 청부는 급이 다른 범죄인데 말이지요. 잘나가는 항공사의 경영진 중 한명으로 이익을 나누는 것 대비해서 얼마나 큰 이익을 보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동기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3명을 죽이려다가 경찰, 보안관을 포함하여 거의 20여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요. 미량 증거물로 그가 이 모든걸 꾸몄다는게 증명된다는 것도 무리였다 생각되고요. 끝까지 부인해서 법정까지 갔다면, 아마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겁니다.

또 이야기 전개에 억지가 많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댄서'가 색스에게 총상을 입고 체포되는 마지막 장면을 한 번 볼까요? '댄서'는 원거리 저격을 가장한 뒤, 뒤로 돌아가 기습하려는 작전이 들켜 체포되고 맙니다. 하지만 자리만 조금 높은 곳으로 이동해도 쉽게 색스와 퍼시, 롤랜드를 저격해서 쉽게 죽일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카드를 버리고, 질 수도 있는 별로 좋지 않은 카드를 선택할 이유는 없어요. '댄서'가 체포되게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합니다. 

댄서의 전지전능함을 과시하기 위한 설정들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댄서가 스티븐 콜에게 살인 청부를 재하청 준 뒤, 그를 만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댄서는 '조디'라는 약물중독 노숙자로 변장하고 스티븐 콜과 접촉하지요. 그런데 이 때 스티븐 콜이 만나자마자 그를 죽이지 않은건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었습니다. 이후, 조디가 배신한걸 알아챈 스티븐 콜의 저격이 실패한 것도 우연이고요. '댄서'가 체포된 뒤 "모험 없는 인생은 없다. 그래도 난 대응책을 강구했다. 스티븐 콜의 잠재적 동성애 성향을 이용했다." 고 링컨 라임에게 떠벌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조디'가 스티븐 콜의 동성애 성향을 알아챈 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고, 그가 스티븐 콜의 취향이었다는 정보도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에드가 죽은건 어쩔 수 없었지만, 누군가 자신들 생명을 노린다는걸 알고 난 뒤에도 비행에 집착했던 퍼시 플레이 탓에 사건이 커진 탓이 너무 큽니다. 경찰과 FBI가 시키는대로 안전 가옥에 얌전히 있었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거에요. 퍼시는 회사가 망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죽고 나서는 그런건 아무 필요가 없잖아요? 악당 론 탤봇이 회사를 차지했을 수는 있지만, 다른 친구와 경찰, 보안관 들의 희생은 없었겠지요. 그녀는 살아도 산게 아닐거에요.
링컨 라임의 말은 죽어도 안 듣는 아멜리아 색스의 무모함, 그녀가 느끼는 질투심과 링컨 라임과의 러브 라인 등도 이야기에는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네요. 지나치게 헐리우드 식이었달까요?

하지만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충분히 읽을만 하고, 링컨 라임이라는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도 잘 써먹고 있으니까요. 영화화되기 좋은 내용인데, 영화 소식이 없는게 좀 신기하군요.

2013/03/03

본컬렉터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2.5점

본컬렉터 - 6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뉴욕시가 UN 평화회의 개최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중, 순찰 경관 아멜리아 1색스는 공터에서 살점이 모두 발라진 채 뼈만 남겨진 손을 발견했다. 주위에1는 살인범이 자신을 쫓으라는 듯 남겨둔 증거물들이 남아있었다. 전직 뉴욕시경 과학수사 국장 링컨 라임은 사고로 인한 전신마비로 3년 동안의 침대 생활에 지쳐 안락사를 꿈꾸고 있었는데, 옛 동료가 내민 사건 현장 보고서에 탐정 기질이 발동하여 사건 의뢰를 수락했다. 링컨은 아멜리아를 파트너로 삼아 '본 컬렉터'와의 두뇌 싸움을 시작하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의 기념할만한 제 1작. 덴젤 워싱턴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를 먼저 감상했었기에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으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 리스트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장점이라면, 우선 전신마비의 천재 범죄학자 링컨 라임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전신마비를 저주하며 죽음을 갈망한다는 설정도 좋고, "방이 너무 추워지면 콧물이 흐른다. 이건 마비 환자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일이다." 같은 묘사 덕분입니다. 또한 범죄학자로서의 전문가적 지식이 빛나는 범인과의 두뇌 게임도 아주 볼만했습니다. 범인이 고의로 남겨놓는 단서와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면서도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범인의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하나씩 단서를 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마지막 보스전에 돌입한다는 점은 흡사 게임과 같은 재미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지만, 서스펜스가 느껴지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보스전에서 링컨 라임과 본 컬렉터의 한판 승부의 결말, 즉 링컨 라임의 스킬은 단 한개 뿐이지만 그것을 아주 유효적절하게 이용하여 역전 한판승을 거둔다는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많습니다. 추리적으로는 사건의 전개와 동기가 너무 작위적입니다. 특히나 본 컬렉터가 희한한 단서를 남겨놓았다 하더라도, 경찰이 링컨 라임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는건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부터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미션도 왠만하면 클리어하기가 불가능했을터라 레벨 보정(?)은 어떻게 가늠했는지 알 수가 없고요. 이래서야 정말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설정일 뿐이죠.

본 컬렉터에 대한 중요 복선도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정체는 너무 뜬금없었고요. 이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앞선 단서에서 정체를 유추해 낼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한 탓입니다. 그나마 딱 하나 등장하는 정보, 슈나이더 - 테일러는 말장난에 불과해 보였거든요. 애시당초 왜 뼈를 모으는지도 설명되지 않고요.

그 외에도 꽤나 매력적인 링컨 라임에 비해 현장 감식가로는 초보자이지만 정의감과 행동력이 빛난다는 아멜리아 색스 캐릭터는 평범하고 진부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로 평균 이상의 재미는 있으나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행동의 제약이 있는 천재가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여성과 컴비를 이루어 연쇄 살인범을 쫓는다는 설정부터가 "양들의 침묵"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니까요. "양들의 침묵"을 읽었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2007/01/19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7년판 - 독자 투표를 통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순위

2005년 판에 이어 1년 건너뛰고 포스팅합니다.

국내판, 즉 일본 창작물 1위는 생전 처음 보는 호러 전문 작가의 단편집인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고, 해외 1위는 로리 린 드라몬드라는 여성 작가의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한다"라는 중단편집으로 이번 시즌에는 단편집이 많네요. 작년부터의 유행이었다는데 단편 팬인 저같은 독자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판 목록을 살펴보면 오랫만에 돌아온 신쥬쿠 상어가 눈에 띄고 오츠 이치와 노리즈키 린타로의 쥬브나일 쟝르라 하는 아동용 "미스터리 랜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책 두권,  "총과 쵸콜렛"과 "괴도 그리핀 절체 절명"이라는 책이 관심이 가네요. 아동용 괴도물이라고 하는데 쉽고 유쾌하게 읽을 거리가 요새 땡기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판매 순위로는 교코쿠 나츠히코, 이사카 고타로, 오사와 아리마사,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 히로시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교코쿠와 이사카, 미야베, 모리 히로시는 작품 자체는 별로인지 언급이 별로 없군요.
해외판에서는 2위를 차지한 제프리 디버의 첫 단편집 "크리스마스 프레젠트"와 아담 파우어라는 작가의 스릴러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하다라는 장편이 굉장히 기대가 되며 신쥬쿠 상어처럼 간만에 보는 해리 보슈 시리즈 신작 "천사와 죄의 거리"도 반갑네요. 또 데이비드 알렉산더라는 단편집 붐에 힘입어 새롭게 발굴된 작가의 단편집 "교수인 1다스"라는 책 역시 구해보고 싶고요.

기존 시즌과 같이 작가들 인터뷰 역시 풍성한데 이번에는 신쥬쿠 상어의 오사와 아리마사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평이 이번에 발표한 신쥬쿠 상어 시리즈 "랑화"를 굉장히 높이 쳐 주고 있는데 확실히 괜찮긴 한가 보더군요. 신쥬쿠 상어 자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또 다른 시즌과는 달리 내년의 20주년 기념을 위한 복면 좌담회, 과거 18년 동안의 베스트를 뽑는 게스트들의 좌담회가 특히 좋았습니다. 해당 목록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의 20주년 기념호는 꼭 사봐야 겠더군요. 독자 투표를 통해 20주년 기념호에서 독자가 선정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는다니 말입니다.

마지막의 "바가미스 (바보미스)" 베스트는 역시나 폭소! 얼마전 읽었던 황당 개그만화 아사리 요시토오의 "소녀탐정 가네다 하지메의 사건부"가 만화부분 베스트로 당당히 선정되어 있기에 다른 책들도 얼마나 황당한지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여간 역시 추리 강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풍성하고 알찬 기획서라 생각됩니다. "국내판"이라는 챕터가 따로 존재하며 그 안에 포함되는 작품의 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고요. 우리나라도 빨리 추리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다시금 생깁니다.

국내판 :

1. 신쥬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3. 망량의 상자 - 교코쿠 나츠히코
4. 백야행 - 히가시노 게이코
5. 하늘을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6.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카오루
7.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8. 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9. 베를린 비행지령 - 사사키 조 (국내 미출간)
10.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 화이트 아웃 - 신보 유이치

해외판 :

1. 양들의 침묵 - 토마스 해리스
2.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3. 본 콜렉터 - 제프리 디버
4. 무죄추정 - 스콧 터로우
5. 밤의 기억 - 토머스 H 쿡
6.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국내 미출간)
7.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우 (국내 미출간)
8.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9. 블랙 달리아 - 제임스 엘로이
10. 소년시대 - 로버트 매캐먼 / eleven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국내 미출간)

2013/07/01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로버트 블록 외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5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6점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1권에 이어 8년만에 읽게 된 2권. 2권을 읽지 않은 이유는 1권 리뷰에 언급했던대로,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번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러나 주말에 읽을 책이 없던 차에 우연찮게도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권에는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담배 파는 여자 - 제임스 M 케인
  • 7월 4일의 야유회 - 렉스 스타우트
  • 우리 시대의 삶 - 로버트 블록
  • 치의 마녀 - 토니 힐러먼
  • 예비 심문 - 예레미아 힐리
  •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 에드워드 D 호크
  • 불타는 종말 - 루스 렌들
  • 시적인 정의 - 스티브 마티니
  • 붉은 흙 - 마이클 말론
  • 베니의 구역 - 마샤 멀러

보시다시피 작가진은 1권 못지 않게 화려한 편입니다. 게다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경찰 시리즈와 같은 유명 시리즈까지 포함된건 반가왔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제목 그대로 "서스펜스"를 강조한 작품들도 아니고...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달까요? 특히나 기대가 컸던 두 편의 작품, 네로 울프 시리즈인 "7월 4일의 야유회"와 에드워드 D 호크의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이 기대 이하라는 문제가 너무 컸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하여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였고,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트렌디한 모험극으로 트릭은 말장난에 불과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수록작들이 다 형편없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물은 아니지만 루스 렌들의 "불타는 종말"은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고통의 삶과 반전을 묵직하게 그린 덕분입니다. 또 배심원 선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그린 "예비 심문", 필리핀 이민 범죄조직과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베니의 구역"은 나름 괜찮은 추리물이었고요.

그래도 1권과 비슷하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게 사실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3/04/01

돌원숭이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1.5점

돌원숭이(THE STONE MONKEY)(개정합본판) - 4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래 리뷰에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불법 밀항을 주선하는 스네이크헤드 중 고스트는 가장 악랄한 인물로 수많은 사건을 저질러 왔었다. 그를 잡기 위해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고, 이민귀화국 INS와 연방 FBI, 뉴욕주 수사관 합동 작전이 시작되었다. 자문역으로 참여한 링컨 라임 덕분에 미국 해양 경비대는 밀항선을 발견했으나, 고스트는 배를 밀항선 승객, 선원들과 함께 폭파시키고 탈출했다. 
링컨은 자기가 배의 위치를 알아낸 탓에 승객과 선원들이 희생되었다고 자책하며 고스트 체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신출귀몰한 고스트는 운 좋게 탈출한 승객들까지 죽이려 암약했고, 그 와중에 링컨과 친구가 된 유능한 중국인 공안 경찰 소니 리마저 희생되고 말았다. 하지만 소니는 죽기 직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링컨에게 결정적인 증거를 남겼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 네번째 작품. 설정은 다른 시리즈들과 동일합니다. 악질이지만 유능한 범죄자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거든요. 이번에는 중국인 불법 밀항 브로커 고스트가 링컨 라임과 대결합니다. 제목의 '돌 원숭이' 부터가 손오공을 뜻할 정도로 중국 관련한 소재와 설정이 듬뿍 담겨있는게 특징이에요. 링컨 라임과 중국 공안 소니 리가 바이주를 마시며 바둑 대결을 벌이는 장면처럼요. 차이나타운에서의 중국인 범죄자 이야기의 클리셰들과는 다르게 중국 문화 혁명, 반체제 인사 등 사회적인 이야기가 가미되어 있는건 나름 진보한 측면이라 생각되고요.

하지만 이런 이국적인 설정 외에는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전개가 굉장히 억지스러웠습니다. 불법 밀항 브로커 정도가 링컨 라임의 상대가 될 수 없기에, 무리하게 스케일을 키운 탓이지요. 예를들어 미국이 아무리 치안이 허술하다 하더라도, 대놓고 살인을 저지르고 - 푸저우통의 회장 지미 마 살해, 고스트를 배신하고 달아났던 제리 탕 살해, 백주대낮에 우씨 일가를 습격하려던 사건, 고스트의 거처였던 고급 아파트에서 창지예치와의 총격전 - 버젓이 도망갈 수 있다는 것 부터가 그러합니다. 차이나타운 내에서야 그랬다쳐도, 백주대낮의 거리나 고급 아파트에서 손쉽게 탈출한다는건 말도 안돼죠. 
고스트의 정체가 존 성 박사였다는 반전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고스트는 처음에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존 성 박사를 살해한 뒤, 혼다 차를 훔쳐 트렁크에 시체를 넣고 차를 숨기고 난 다음, 의도적으로 죽을 뻔 한 척 하다가 경찰에게 구조된 후 보호를 받게 되었다는 말인데..... 고스트는 뉴욕 한복판에 은신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차로 숨어드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을거라고 수사팀도 이야기하고요. 몰래 뉴욕으로 숨어들어 은신처로 향하면 됐을걸 왜 경찰과 엮여서 정체가 드러날 위험을 감수한단 말입니까? 죽을 뻔 하면서까지 말이지요. 망명이 허용될 정도로 유명한 반체제 인사였다면 누군가 알아채는건 시간 문제였을테고요. 경찰 보호를 받고 난 뒤로도 다른 밀항 승객들과 혹시라도 만나게 되었다면 바로 정체가 탄로났을겁니다. 
고스트가 마지막에 창씨 가족 거처로 향하는 색스와 동행하며 창씨 가족과 경찰을 죽이고 섹스를 납치할 계획을 짜는 것도 어이가 없었어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고스트가 가짜 존 성 박사였다는게 바로 드러났을테니까요. 얼굴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체포 시 마지막 결말에서처럼 '콴시'에 따른 석방도 기대하기 어려웠을겁니다. 미국인 경찰을 죽인 외국인 범죄자를 풀어준다는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뜬금없었습니다. 고스트가 푸젠성 정치부와 결탁하여 반체제 인사를 밀항을 위장하여 살해해 왔다는 진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설득력도 있고요. 하지만 미국 해안까지는 온 다음에 살해해서 없애려고 했다는건 설득력이 약합니다. 어차피 죽일거였다면 그런 수고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어요. 식량과 연료를 소비할 필요도 없고요. 그냥 항구에서 승객들을 모두 살해하고 시체만 처리했다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드래곤 호'의 양심적인 선장과 승무원들을 속이려고? 미국 해안에서 죽였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을까요? 배를 폭발시킨 뒤, 곧바로 승객들을 죽이려 나선 것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혼자 탈출한 뒤, 조용히 죽이면 됐을텐데 미국 경찰이 쫙 깔린 해안가에서부터 총질을 한다는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죠. 실제로 제리 탕의 배신으로 위험에 처했었으니까요. 여러모로 무리수였습니다.

추리적인 부분도 아멜리아 색스의 조사에 따른 링컨 라임의 추리라는 기본 뼈대는 지키고 있기는 합니다. 몇 안되는 단서를 가지고 고스트의 위치를 좁혀나가기는건 볼만하고요. 그러나 결정적 상황은 모두 운과 우연에 의해 발생합니다. 링컨 라임이 활약한건 밀항선의 위치를 추리해 낸 것과, 우씨 일가 부인이 패혈증을 앓고 있을거라고 추리하고 그 행적을 밝혀낸 것 두 가지 정도 뿐입니다. 고스트의 은신처만 해도 어떤 아파트인지까지는 좁혔지만 결국 은신처가 드러난건 창지예치와의 총격전 덕분이었죠. 고스트가 존 성 박사였다는걸 알게된 것도 소니 리가 죽어가면서 돌원숭이 목걸이 흔적을 부여잡았던 덕분이었고요. 소니 리가 이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면, 링컨 라임이 창씨 가족의 거처를 알아냈다 한들 아멜리아 색스의 납치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캐릭터들도 별로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별로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메인 빌런 고스트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중국인 캐릭터들 모두가 뻔하고 평면적이에요. 소니 리는 외국 독자가 보기에는 독특하다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전형적인 홍콩 영화 속 마초 형사를 따온 캐릭터로 느껴졌습니다. 이른바 '킬링 포인트'를 쌓아가며 죽음으로 이르는 전개도 뻔했고요. 거기에 더해 중국의 격언을 들먹이는 모습은 '찰리 챈'을 연상케 했습니다. 
나름 풍수에 주목하는 등의 활약은 있지만, 이 역시 억지로 끝나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풍수 전문가를 찾다가 고스트와 마주치는건 우연이라고 해도 너무 과했거든요. 애초에 이 시점에 고스트가 풍수 전문가를 찾아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 문화 혁명에서부터 비롯된 고스트의 악행, 창씨 가족의 갈등이라던가, 우씨 일가의 이야기 등은 이야기 전개에도 불필요했을 뿐더러, 불법 이민과 가족에 대한 흔해빠진 담론을 반복할 뿐이라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뭔가 사회파스러운 느낌을 주고자 했던 것 같은데 작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여러모로 점수를 주기 어려운, 평균 이하의 헐리우드 양산형 범죄 스릴러입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깜짝 놀라겠지?" 라는 생각으로 의외의 범인을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춘 나머지, 다른 부분의 설득력이 헐거워진게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이 시리즈도 그만 읽어야겠습니다.

2018/12/16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30주년 기념 킹 오브 킹 순위

1년에 한 번씩 그해 출간된 작품 기준으로 국내 (일본) / 해외 작품 순위를 발표하는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고노미스) 가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리스트를 총 망라하여 베스트 10을 선정하여 발표했네요. 국내 최고의 추리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보고 퍼 옵니다. (원문)

그런데 순위가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 개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순위에 오를 수 없는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탓입니다. 단지 작품의 완성도 뿐 아니라 인기와 영향력을 감안해서 순위를 정한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신주쿠 상어"는 추리적으로 완성도는 그닥이지만 일본식 하드보일드의 전형으로 수많은 아류작과 이종 컨텐츠를 낳은 공을 높이 산 것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생각해보아도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고백"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튼,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외 작품은 저도 많이 읽지 못했는데 부지런히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 2020.11.29 "골든 슬럼버", "개의 힘" 리뷰 링크 추가

(국내편) 

#1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2 64, 요코야마 히데오 

#3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4 화차, 미야베 미유키 

#5 신주쿠 상어, 오사와 아리마사 

#6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7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8 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 

#9 奇術探偵曾我佳城全集 기술탐정 소가 가조 전집, 아와사카 쓰마오 

#10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로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해외편) 

#1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2 개의 힘, 돈 윈슬로 

#3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4 A Touch of Frost, R. D. Wingfield

#5 Pop. 1280, 짐 톰슨 

#6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6 The Crime Machine, 잭 리치 

#6 콜드 문, 제프리 디버 

#6 Flicker, Theodore Roszak 

#10 탄착점, 스티븐 헌터

2013/09/03

라인업 - 켄 브루언 외 / 오토 펜즐러 엮음 : 별점 3점

라인업 - 6점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추리애호가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오토 펜즐러의 본업은 추리 전문 서점 주인입니다. 서점의 매출 증진을 위해 고민하던 오토는, 유명 작가들의 시리즈 캐릭터 전기나 프로파일을 제작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모은 결과물이고요. 자신의 영리 창출을 위한, 한마디로 사심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반응도 좋았고 팬들도 색다른 읽을 거리를 만나게 된, 윈-윈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스물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켄 브루언의 잭 테일러
  • 리 차일드의 잭 리처
  •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 로버트 크레이스의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 존 하비의 찰리 레스닉
  •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왜거
  • 페이 켈러맨의 피터 데커와 리나 라자루스
  • 조너선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
  •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 로라 립먼의 테스 모나한
  • 데이비드 모렐의 람보
  • 캐롤 오코넬의 말로리
  • 로버트 B. 파커의 스펜서
  •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
  • 앤 페리의 토머스와 샬럿 피트
  •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펜더개스트
  •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프레셔스 라모츠웨

이중 제가 알고 있는 캐릭터는 겨우 절반 정도? 그 중 읽은 것은 더 적군요. 음.. 공부가 부족해요. 어쨌거나, 이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얼마 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발표되기도 한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창작 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본인의 창작 이론이 명확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 첫째 캐릭터가 왕이다.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다.
  • 둘째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 세번째 캐릭터를 너무 구체적으로 설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이죠. 솔직히 세 번째 것은 좀 이해가 안되지만 어쨌거나 초인기작가의 발상은 한번 봐두어서 나쁠 건 없겠죠?

그리고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웨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다른 책에서 플롯을 훔쳤다는 고백에서 시작하여 데뷔작 "탄착점"을 쓰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아주 재미나요. 실제 저격용 총을 사서 훈련도 하는 등 별짓을 다했더라고요. 이러한 것이 리얼리티를 보장해 준 것이겠죠. 밥 리 스웨거 시리즈는 "더블 타겟"이라는 영화로만 접해보았는데 이 정도 입담이라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생담이 빠질 수 없을텐데, 고생담으로는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이야기가 최곱니다. 요약하자면, 문학도이자 밴드 활동을 한 뮤지션인 저자가 순문학 작가로 야심을 불태우지만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아서 일종의 패러디를 통해 장르문학에 뛰어들고, 이를 성공시켜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순문학 소설 (즉, 진짜 소설)을 쓰기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 첫 추리소설을 쓰나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합니다. 이 시점에 그는 원고를 네 개나 완성했는데 딱 하나만 출판되었고 그나마도 문고판 초판본이 전부라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이후 작가로의 삶을 포기하지만 병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었고, 마지막으로 전업 작가에 도전하여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운 좋게도 2년 전 책이 대박이 나서 결국에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잘 어울려요.

이와는 정 반대인 "콜린 덱스터와 모스 경감"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태로 구성된 글인데 모스 경감 시리즈는 그냥 취미로 쓴 글이라는 것, 본인은 운이라고 말하는데 첫 작품을 수정 없이 당대 최고의 범죄소설 출판사에서 출판하게 된 일, 뛰어난 인재들 (앤서니 밍겔라!)과 배우들 (존 길구드에서 엘리자베스 헐리까지)가 포진된 유명 TV 시리즈로 방영되기까지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읽으면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성공담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였어요. 그만큼 작품의 질이 뛰어난 덕이겠지만요.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람보"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월남전 당시의 분위기가 어떻게 창작에 반영되었는지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몇 편의 픽션 형태의 글 중에서는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가 최고였습니다. 루 볼트 형사가 경찰서 내부에서 일어난 1만 달러 반환 사건에 연루된 뒤 취조를 받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데 ,볼트가 당당한 태도로 상대방을 교묘하게 옭아맨 뒤 빠져나가는 솜씨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진상이라는 반전까지 있기에 한 편의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을 가치는 충분해요. 프로 작가들의 창작과정은 읽는 것 자체가 공부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05/08/09

올 여름 구입 목록 ver 1.1

올 여름 구입 목록 작성 ver 1.0

망량의 상자 상/하 (교고쿠 나츠히코)

와일드 소울 1,2 (카키네 료스케)

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3 (제프리 디버 편저)

부활하는 남자들 1,2 (이언 랜킨)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대통령의 미스터리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린지 데이비스)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상/하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린지 데이비스)



Get :

핑거 포스트 보급판 셋트 1663 (이언 피어스)

인간 사냥 (리처드 스타크)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알리스테어 맥클린)


800 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제리코의 죽음 사라진 보석 (콜린 덱스터)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빨간색은 반드시, 어떻게든 사야 할 책이고 다른 책은 좀 더 검토 후에 사야 겠습니다. 제법 많이 샀다고 생각하는데 요새 추리소설이 정말 쏟아지네요. 어떻게 ver 1.0 보다 더 늘 수가 있담... 그나마 저 위의 생뚱맞은 동서 2권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와 인간사냥)은 알라딘 마일리지로 공짜로 얻었으니 다행이네요.

일단 산 책이나 읽고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18/05/26

속삭이는 자 1,2 - 도나토 카리시 / 이승재 : 별점 2.5점

속삭이는 자 1 - 6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시공사
속삭이는 자 2 - 6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시공사

아래 리뷰에는 본 작품의 핵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섯 명의 소녀들이 차례로 유괴된 후, 여섯 명 소녀의 절단된 팔이 발견되었다. "아돌프" 라고 명명한 범인의 도전에 게블러 박사가 이끄는 연방 경찰의 행동 과학 수사팀은 총력을 다해 응했지만, 소녀들의 시체가 한 구 씩 차례로 발견되었고, 발견된 장소와 얽힌 추악한 범죄가 함께 드러나며 수사팀은 서서히 와해되는데...

이탈리아 출신 범죄학자의 장편 소설 데뷔작입니다. 회사 동료인 Y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Y리님 감사해요!).

천재적인 범죄자와 경찰과의 대결은 굉장히 많이 보아온 물릴대로 물린 설정입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여러 편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모방작은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범죄자 "아돌프"가 여섯 명의 조력자와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두 번째 시체 발견 장소인 옛 고아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주 기가 막힙니다. 왜 고아원에 시체를 유기했는지? 에 대해 오래전 고아원에서 빌리라는 소년이 살해된 사건을 밝혀내고, 진범 로널드 더미스가 누구인지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거든요. 로널드 더미스가 "그"라는 인물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진짜 흑막을 드러내는 연출도 괜찮고요.

작가로서의 첫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전 편에 걸쳐 치밀한 복선과 단서를 배치하는 전개도 인상적입니다. 실종 아동을 찾는 전문가로 팀에 투입된 밀라를 적대시하는 로사에 대한 묘사가 대표적이죠. 이는 로사가 발견되지 않은 여섯 번째 실종 아동의 어머니로 유괴 사건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아울러 여섯 번째로 실종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샌드라가 최초의 목표였으며,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실종 아동은 모두 샌드라의 조건에 맞춰 고른 것 - 때문에 모두 비슷한 또래의 외동 딸들임 - 이라는 이론도 아주 괜찮았어요. "ABC 살인사건"같은 아이디어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못한 만큼, 다른 작품 속 트릭으로 사용해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나 이렇게 사체가 발견된 장소와 얽힌 다른 사건이라는 설정에 대한 작가의 욕심은 지나쳤어요. 두 번째 실종 아동이 발견된 사건까지는 앞서 말씀드렸듯 아주 괜찮지만, 세 번째 실종 아동과 관련된 조지프 록포드, 네 번째 실종 아동과 관련된 펠더 사건은 그 규모와 잔혹성 모두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탓입니다. 어린 시절 동료 고아를 죽인 고아 소년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허나 엄청난 거부가 30여 명의 동성애 상대들을 모두 죽여 저택 인근에 매장하거나, 별볼일 없는 고아 출신 일용직 노동자가 고급 주택가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6개월 동안 지배하며 학대하다가 잔혹하게 살해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이 두 사건 모두 다섯 명의 소녀를 살해한 본 이야기와 비교해도 더 자극적이고 규모가 절대로 작지 않은 사건이라 본말전도가 된 느낌도 들고요. 

게다가 수사팀 본부에서 다섯 번째 소녀가 발견된 이유가 팀 내부에 있는 배신자이자 유괴의 조력자인 로사를 고발하는게 아니라, 수사팀의 실질적인 리더인 고란 게블러 박사가 저지른 살인을 폭로하는 것이라는 반전도 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전개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불필요한 반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묘사된 게블러 박사의 일상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도 조금 입맛이 썼어요. 좋은 아이디이고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이렇게 까지 해서 독자를 속일 필요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과한 이야기들도 나름 재미는 있어서 그렇다 쳐도, 사건의 진짜 흑막이자 진범인 "속삭이는 자"에 대한 설정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누군가를 조종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건 실제로도 여러 사건들이 있다고 하고, 저자도 범죄학자 출신이라 이런 사건들을 토대로 창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작품 속에서 선보이는 그의 모습, 행적은 모두 모호하고 어떤 건 초능력에 가까운 탓에 설득력이 낮습니다. 물론 몇몇 디테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로널드 더미스(와 펠더)는 어린 시절부터 세뇌했다고 설명하며, 방법도 조지프의 회상에서 살짝 선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몇마디 말, 연극적인 무대 묘사에 그칠 뿐이라 별로 그럴듯 해 보이지는 않더군요. 알렉산더 버먼처럼 특별하게 세뇌하지 않고 약점을 잡고 흔드는 게 더욱 현실적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그나마 방법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이 네 명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유괴할 타겟을 골라내었으며, 어떻게 실행범 빈센트 클라리소를 한 달만에 감방에서 교육시켜 원하는 대로 범행을 저지르게 만들었는지는 아예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합니다. 이게 사건의 핵심인데, 결국 범행은 증명하지도 못하고 끝나버리니까요. 여기에 더해 아돌프가 고란 게블러 박사가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완전 억지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교도소에서의 모습은 자신의 DNA 정보를 절대로 흘리지 않는다는 식이라 그냥 전능한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전능한 범죄자의 비법(?)이 소개되지 않는 점에서는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죠. 이럴 바에야 로널드 더미스가 진범인 서스펜스 스릴러로 끌고가는게 모든 면에서 훨씬 나았을 겁니다.

또 반전에는 욕심을 냈지만 캐릭터 설정은 그렇지 못한 것도 옥의 티입니다. 고란 게블러 박사와 밀리 형사 모두 이런 류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이라 굉장히 식상해요. 토마스 해리스, 제프리 디버 등 유명 작가들의 두뇌파 남성과 행동파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 속 캐릭터들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한 여러가지 설정, 예를 들어 밀라가 과거 유괴된 경험이 있고 고통에 무감각한 캐릭터라는 식의 설정도 무리수에 불과합니다. 고통에 무감각한 캐릭터치고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왜 이런 설정을 넣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여러모로 욕심이 너무 과해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절한 수준의 재미를 선사해 주는 만큼 소일거리를 찾으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