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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3

라인업 - 켄 브루언 외 / 오토 펜즐러 엮음 : 별점 3점

라인업 - 6점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추리애호가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오토 펜즐러가 실제 자신의 본업인 추리 전문 서점의 매출 증진을 위해 고민하다가 유명 작가들의 시리즈 캐릭터 전기나 프로파일을 제작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하였는데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모은 결과물입니다.
자신의 영리창출을 위한, 한마디로 사심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반응도 좋았고 팬들도 색다른 읽을 거리를 만나게 된, 윈-윈 기획이라 할 수 있겠네요. 모두 스물 한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켄 브루언의 잭 테일러 
리 차일드의 잭 리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로버트 크레이스의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존 하비의 찰리 레스닉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왜거 
페이 켈러맨의 피터 데커와 리나 라자루스 
조너선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로라 립먼의 테스 모나한 
데이비드 모렐의 람보 
캐롤 오코넬의 말로리 
로버트 B. 파커의 스펜서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 
앤 페리의 토머스와 샬럿 피트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펜더개스트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프레셔스 라모츠웨
이중 제가 알고 있는 캐릭터는 겨우 절반정도? 그 중 읽은 것은 더 적군요. 음.. 공부가 부족해요.

어쨌거나 이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꼽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꼽고 싶은 것은 얼마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발표되기도 한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창작 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본인의 창작 이론이 명확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 첫째 캐릭터가 왕이다.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다.
  • 둘째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 세번째 캐릭터를 너무 구체적으로 설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이죠. 솔직히 세번째 것은 좀 이해가 안되지만 어쨌거나 초인기작가의 발상은 한번 봐 두어서 나쁠건 없겠죠?

그리고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웨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다른 책에서 플롯을 훔쳤다는 고백에서 시작하여 데뷰작 <탄착점>을 쓰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아주 재미나요. 실제 저격용총을 사서 훈련도 하는 등 별짓을 다했더라고요. 이러한 것이 리얼리티를 보장해 준 것이겠죠. 밥 리 스웨거 시리즈는 <더블 타겟>이라는 영화로만 접해보았는데 이정도 입담이라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생담이 빠질 수 없을 것 같은데 고생담으로는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이야기가 최곱니다.
요약하자면, 문학도이자 밴드활동을 한 뮤지션인 저자가 순문학작가로 야심을 불태우지만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아서 일종의 패러디를 통해 장르문학에 뛰어들고, 이를 성공시켜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순문학소설 (즉, 진짜 소설)을 쓰기위한 발판마련을 위해 첫 추리소설을 쓰나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하죠. 이 시점에 그는 원고를 네개나 완성했는데 딱 하나만 출판되었고 그나마도 문고판 초판본이 전부라는 상황에 놓인겁니다. 후....
이후 작가로의 삶을 포기하지만 병이 생겨 직장을 그만둔 뒤 마지막으로 전업작가에 도전하여 시리즈를 발표하고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나 운좋게도 2년전 책이 대박이 나서 결국에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잘 어울려요.

이와는 정 반대인 콜린 덱스터와 모스 경감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태로 구성된 글인데 모스 경감 시리즈는 그냥 취미로 쓴 글이라는 것, 본인은 운이라고 말하는데 첫 작품을 수정없이 당대 최고의 범죄소설 출판사에서 출판하게 된 일, 뛰어난 인재들 (앤서니 밍겔라!)과 배우들 (존 길구드에서 엘리자베스 헐리까지)가 포진된 유명 TV 시리즈로 방영되기까지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읽으면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성공담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였어요. 그만큼 작품의 질이 뛰어난 덕이겠지만요.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람보>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월남전 당시의 분위기가 어떻게 창작에 반영되었는지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몇편의 픽션 형태의 글 중에서는 리들리 피어슨의 <루볼트>를 베스트로 꼽고싶네요. 루 볼트 형사가 경찰서 내부에서 일어난 1만달러 반환사건에 연루된뒤 취조를 받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데 볼트가 당당한 태도로 상대방을 교묘하게 옭아맨 뒤 빠져나가는 솜씨가 대단하거든요. 의외의 진상이라는 반전까지 있기에 한편의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을 가치는 충분해요. 프로작가들의 창작과정은 읽는 것 자체가 공부죠.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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