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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2

가지 - 구로다 이오우 / 송치민 : 별점 3점

가지 - 상 - 6점
구로다 이오우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가지 - 하 - 6점
구로다 이오우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예술성 강한 만화에 대한 뛰어난 리뷰로 유명한 블로거 대산초어님이 추천하신 만화. 이 작품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안달루시아의 여름"도 꽤 괜찮게 감상하였던 기억도 있어서 얼마 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읽었을 때에는 "으응?" 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림체도 독특했고, 일상계에서 스포츠물과 SF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도 매력적인데 딱히 와닿는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빵 터지는 대단한 극적 장치나 독자를 사로잡는 확실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라서 2% 부족해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두 번, 세 번 읽다 보니 이 작품의 진가를 알 것 같습니다. 약간 모자란 데서 오는 여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시골 마을에서 가지농사를 짓는 낙향한 지식인의 표상 같은 다카시, 집안이 쫄딱 망해서 시골 마을 친척 집으로 낙향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여고생 아야, 편한 삶만을 추구하는 프리터 사나에, 젊은 나이에 은거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리노, 우승과는 거리가 있고 애인마저 친형에게 빼앗긴 프로 자전거 선수 페페 등 부족하고 어설퍼 보이는 인물들이 가지 농사를 짓거나 캐치볼을 하러 가는 식으로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이 와중에 예상을 뒤집는 일종의 역전극이나 반전을 보여주는 덕분에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요.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는 것이겠죠.

"젊은 여자에게는 가치가 있지만 젊은 남자에게는 없다"와 같은 나름 인생에 대한 촌철살인 명대사가 가득한 것, 붓과 펜을 자유롭게 활용한 그림도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붓 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매력이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 가지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것은 덤이겠죠. 참고로 요리는 채다인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덧붙이자면 에도에서 첫물 가지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얼마 전 읽었던 "에도의 패스트푸드"에 등장하기도 해서 더 와 닿았습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에서는 쇼군의 명령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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