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 상 - 구로다 이오우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
가지 - 하 - 구로다 이오우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
예술성 강한 만화에 대한 뛰어난 리뷰로 유명한 블로거 대산초어님이 추천하신 만화. 이 작품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안달루시아의 여름>도 꽤 괜찮게 감상하였던 기억도 있어서 얼마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읽었을 때에는 "으응?" 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림체, 일상계에서 스포츠물과 SF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독특했으나 뭔가 딱히 와닿는게 없었거든요. 빵 터진다던가하는 대단한 극적 장치나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는게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뭔가 부족해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두번, 세번 읽다보니 이 작품의 진가를 알것 같습니다. 약간 모자란데서 오는 여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시골마을에서 가지농사를 짓는 낙향한 지식인의 표상같은 다카시, 집안이 쫄딱 망해서 시골마을 친척집으로 낙향한 뒤 돈을 벌기위해 노력하는 여고생 아야, 편한 삶만을 추구하는 프리터 사나에, 젊은 나이에 은거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리노, 우승과는 거리가 있고 애인마저 친형에게 빼앗긴 프로 자전거 선수 페페 등 뭔가 부족하고 어설퍼보이는 인물들이 가지 농사를 짓는다던가 아니면 캐치볼을 하러 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아있거든요. 이 와중에 예상을 뒤집는 일종의 역전극이나 반전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어서 더 뿌듯하고요.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는 것이겠죠.
또 "젊은 여자에게는 가치가 있지만 젊은 남자에게는 없다" 같은 나름 인생에 대한 촌철살인 명대사가 가득한 것, 붓과 펜을 자유롭게 활용한 그림도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붓 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매력이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책을 읽으면 여러가지 가지요리가 먹고싶어지는 것은 덤이겠죠. 참고로 요리는 채다인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덧붙이자면 에도에서 첫물 가지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얼마전 읽었던 <에도의 패스트푸드>에 등장하기도 해서 더 와 닿았습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에서는 쇼군의 명령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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