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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5

마지막 에이스 - 프레드릭 포사이스 : 별점 4점

"자칼의 날"등으로 유명한 첩보/스릴러 작가 F.포사이스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증거", "목격자", "광고번호H331","마지막 에이스", "면책특권","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이하 아일랜드)", "황홀한 죽음", "제왕","재수없는 날" 순입니다.
"목격자"와 "아일랜드.."는 이전에 다른 단편 앤솔로지에서 읽었었던 단편이니, 새롭게 접한것은 7편이네요.
첫 번째 작품인 "증거"는 걸작입니다. 독특한 설정, 계단을 올라가는 듯한 스릴, 반전까지 짧은 분량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힘들정도로 완성도 높은 단편입니다.

"목격자"는 예전에 다른 미스테리 앤솔로지에서 접했었던 이야기로("세계 미스테리 명작여행") 설정과 내용은 조금 뻔하지만 평작 이상은 됩니다. 킬러가 총을 반입하는 과정이 내용보다 오히려 흥미진진했습니다.

"광고번호 H331"은 한 중년남자의 일탈과 그것때문에 협박당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공포, 스릴 등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역시 좀 뻔했다는 것이고요.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의 살짝 반전은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에이스"는 수록 단편들 중 추리 및 스릴러물 성향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처지는데 왜 표제작인지 모르겠네요. 포커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의 묘사는 흥미진진하고 디테일하지만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너무 익숙한 반전이었어요.

"면책특권"은 신문기사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한 주인공이 법률서적을 뒤진 끝에, 면책특권이라는 법률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는 이야기인데........., 일종의 콩트로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존 그리샴이 쓴 가벼운 단편물 같은 느낌입니다.

"아일랜드.."는 아마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포사이스의 단편이겠죠?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에 수록되어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지요.

"황홀한 죽음"은 자신이 죽은 뒤 유산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한 자산가의 이야기인데, 이색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부자들 이야기를 싫어하나봐요. 
그래도 보기싫은 여동생 가족을 골탕먹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이루어 낸다는 구성과 마지막 묘사까지 완성도는 대체로 높습니다.

"제왕"은 헤밍웨이를 다분히 의식하고 쓴것이 분명한 "낚시"단편입니다. 순문학에 가까운 단편이지만 감정의 변화와 막판 뒤집기 (반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자란)가 통쾌한 나름대로 멋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노인과 바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요..

마지막 "재수없는 날"은 그야말로 모든것이 꼬여버린 한 도둑의 이야기인데 코믹한 분위기가 넘치는 소품입니다. 아일랜드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포사이스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범작과 수작이 골고루 섞여있고, 범작에서도 포사이스의 재능은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단편집입니다. 모든 작품에서 포사이스 특유의 단계적으로 늘어가는 스릴과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코믹한 요소가 많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해피앤딩"인것도 특이합니다.

이 책은 저같이 단편소설 매니아에겐 딱 알맞는 책인것 같아요. 단편 하나하나의 길이도 적당하고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면 강추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PS: 9편이 실려있는데 책 뒷커버에는 "F.포사이스의 전율적인 스릴러 10편이 들어있다"라고 되어있군요. 흠...

2019/11/16

역사를 바꾼 총 AK47 - 마쓰모토 진이치 / 이정환 : 별점 2점

역사를 바꾼 총 AK47 - 4점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민음인

일본 르포라이터 마쓰모토 진이치의 르포입니다. 

책에 대해 전혀 모른 상태에서 AK 47의 등장과 주요 전장, 활약을 다룬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정부가 기능하지 않는 무법 천지에서 총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고발하고 알려주는 르포이기 때문입니다.

시에라리온이나 소말리아와 같은 위험 지역의 현재 상황을 직접 발로 뛴 정보를 통해 알려준다는 점은 좋습니다. 세계의 위험지역을 누비며 취재하는, "용오"와 같은 일본 만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그런 르포라이터가 실재로 존재한다는게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요.
 또 아직 살아있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와 직접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런저런 새로운 사실도 몇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전쟁의 개들"이 실제로 진행되었던 용병을 고용한 국가 전복 작전을 토대로 창작된 이야기로, 이 작전에 포사이스가 출자(?) 했다는 소문이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역시, 진짜같은 픽션을 쓰려면 이 정도의 깊숙한 개입은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AK 47의 신뢰성 높은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AK 47에 대한 정보도 괜찮은 편이고요.

하지만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는 인터뷰와 현지 취재를 제외하면, 결론은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쉽게 요약됩니다. 실패한 국가는 경찰, 병사, 교사의 급료를 지불하지 않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경찰과 병사는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교사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이래서야 누구나 아는 이야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너무 긴 분량을 할애한 셈입니다.
또 AK 47이 특유의 단순함, 신뢰성으로 이러한 무법 천지에서 사랑받는다는건 잘 알겠지만, 제목처럼 AK 47이 역사를 바꾸었다는건 어폐가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AK 47이 아니라 M16이건, K-2이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 정도라면 제목 사기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그나마 "각료들 절반 이상이 자제를 유럽이나 미국의 학교에 보낸다거나 자신의 가족은 국외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는 나라, 그런 나라 역시 실패한 국가"라는 멋진 말이 마지막에 등장해서 최악은 면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동의하는 바에요. 부득이한 이유 - 예를 들어 해당 국가에서 태어났다거나, 해당 국가 국민과 결혼 등으로 국적을 취득했다던가, 정말로 그 국가에서만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을 갔다던가 등 - 을 제외한다면,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녀들은 모두 국내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자식을 둔 인물을 주요 공직에 임명하는 것도 불가한 일입니다.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국가를 맡긴다는건 가당치도 않죠.
그 뒤 안정된 국가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소말리랜드의 상황을 현지 취재로 알려주며, 제대로 된 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으며 책이 마무리 되는 구성도 괜찮아요. 앞서의 비참한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대비되어 더 잘 와 닿더라고요. 고위 공직자들의 양심적이면서 성실한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기대와 예상과는 백만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주장하는 메세지 중 일부는 공감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총기 AK 47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저 역시 딱히 읽어볼 필요는 없었던 책이라는 뜻이지요...

2014/02/27

반전 - 아이작 아시모프 외 / 박준형 : 별점 2.5점

지금은 절판된 앤솔러지입니다. 하우미스터리의 벼룩시장을 통해 구입하였습니다.

약 20여년 전 출간되었는데, 편저자가 여러 단편집을 읽은 뒤 멋진 반전이 있는 작품만 엄선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작권 개념은 없이 출간되었으리라 생각되는데, 모두 1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노래하는 종
  • 황금알을 낳는 거위
  • 반중력 당구공
프레데릭 포사이스

  • 제왕
  • 면책특권
  • 완전한 죽음

제프리 아처

  • 뉴욕에서의 하룻밤
  • 구식 사랑
  • 깨어진 습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 이 집에 축복 있으라
  • 메리 고 라운드
  • 너무나 선량한 남자
  • 살인 게임

소개 작가의 면면만 보아도 화려하죠? 작품들도 반전을 테마로 한 앤솔러지답게 "기묘한 맛" 류의 작품들이 많은데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줍니다.
아시모프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국작가의 작품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극히 영국적인 사고방식(지나칠 정도의 계급의식과 체면치레)이 작품에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독특했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미 다른 앤솔러지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8편입니다... 결국 딱 5편만을 위해 구입한 셈이죠. 그런데 그 5편 중 가장 기대가 컸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의 작품 4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수록작들의 가치만 놓고 보면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하겠지만, 읽지 않은 5편만의 평균 별점은 2.3점.. 조금 올려도 2.5점밖에는 못 주겠네요. 어렵게 구한 고서당 류 책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덧붙이자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는데 선정된 단편이 모두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반전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제프리 아처의 작품은 작품의 수준을 떠나 반전만 놓고보면 여기 수록작보다 뛰어난 작품이 많거든요.

때문에 혹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전부 수록된 작가별 단편집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이 책이나 원래 단편집이나 절판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까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노래하는 종"

이미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유명 단편.

"달과 지구의 중력 차이는 몸이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과학 상식에 바탕을 둔 추리가 돋보이는 SF 추리물입니다. 1954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에요.
또 외계환경공학자이지만 우주선도 타지 못하는 천재인 웬델 어스 박사 캐릭터가 인상적이라 찾아보니 역시나 시리즈가 있더군요! 다른 웬델 어스 시리즈도 읽고 싶은데 과연 언제나 가능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시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읽었었던 작품.

그런데 반전은 없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단편집 성격과는 거리가 멉니다.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어려운 과학 이론을 소설처럼 쉽게 쓰는 작가의 능력은 잘 보여주지만,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 작품은 아닙니다.

"반중력 당구공"

프리스와 브룸이라는 앙숙이 등장하여 "반중력"을 구현하는 쇼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작품. 반중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 뛰어나고 그곳에 들어간 당구공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설득력이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반전이 앤솔러지 취지에 부합할만큼 괜찮아서 마음에 드네요. 결국 브룸의 거의 모든것을 차지하게 된 프리스 박사의 순간적 기지가 그것인데 과학적일 뿐더러 복선에도 충실하고 나름 여운도 남기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작품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를 통해 접했던 작품들. "황홀한 죽음"이 "완전한 죽음"으로 제목이 바뀐 것 말고는 동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에이스"에 수록된 작품들 중 최고작은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왕"만큼은 다시 읽어보니 11년전에 읽었을 때와 다르게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당시는 제가 결혼 전이고 지금은 결혼 후이기 때문이겠죠. 왠지 저도 모리셔스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제프리 아처 작품들"

역시나 단편집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통해 접했던 작품들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작품이 실려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식 사랑"에는 반전은 등장하지도 않고요. 여기 수록된 작품들보다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권해드립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이 집에 축복 있으라"

자기 집에 어느날 찾아온 부부, 그리고 그날 밤 낳은 부부의 아들이 "예수"라고 확신하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일상 속 광기와 광기가 충돌한다는 설정의 "기묘한 맛" 류 단편으로 서늘한 느낌은 확실히 전해줍니다.

그러나 죠셉, 마를린 부부의 사고방식은 좀 이해가 안되네요. 메이스 부인과 본 부인을 처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단지 시점의 문제지... 아기가 있다고 집을 얻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오버가 심한 것 같고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 고 라운드"

포르노 사진을 둘러싼 스캔들과 살인을 다룬 작품. 협박자가 협박하던 재료 (포르노 사진)가 협박자를 살해한 범인을 통해 다시 협박에 사용된다는, 약간 윤회와 같은 구성이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들의 범죄를 알고 있었다라는 결말은 좀 약했어요. "그때문에 언젠가 이득을 볼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을 조금 더 강조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너무나 선량한 남자"

기묘한 정신병을 가진 남자를 그린 짤막한 소품.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병적, 범죄적으로 비튼 작품이랄까요? 솔직히 이해도 잘 안되고 공감도 안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

"살인 게임"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의 아이들을 돌봐온 인격자 재미니 변호사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수수께끼와 같은 절규 -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어! 긴 팔!" - 를 남겼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방문이 잠긴 재미니의 5층 사무실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했다. 창문은 막 깨진 듯 흔들리고, 칼에 찔린 상처에서는 아직 피가 나고 있었지만 범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뒤이어 비슷한 전화를 남긴 경찰 한 명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어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기묘한 밀실트릭이 등장하는 본격물. 초, 중반부에 유력한 용의자를 한명씩 등장시킨 뒤, 용의자가 가능했을 범죄의 방식을 논하는 문답식 전개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한니발 렉터를 연상케하는 탐정역의 노인도 인상적이었고요. 마무리에서 노인이 쟈일스의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여운을 짙게 남기는 것도 작위적이기는 하나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쳤다 보기 어렵습니다. 트릭이 너무 별로이기 때문이죠. 우선, 전화 목소리가 피해자를 가장한 범인의 목소리였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경찰들이 같이 출동한 동료가 누구인지 몰랐을거라 단정하는건 경찰을 너무 물로 보는 느낌이고요. 작위적이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갑작스러운 비에 레인코트를 입지 않은 것을 목격하고 알리바이에 이용한다던가)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많이 처지는데,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라는 명성은 장편에서만 유효한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2005/08/12

동서(東西)미스터리 베스트 100

일본 추리작가협회가 1,315인의 앙케이트로 뽑은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입니다. 요새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이런 글로 땜빵하게 되네요.
일본편과 해외편, 즉 동-서 리스트가 따로 있는데 해외편만 옮겨 보았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대충 봐도 2/3은 번역되어 나온 듯 하군요. 최근에 동서 추리 문고가 복간된 탓에 고전이 많이 소개된 탓이 크지만 어쨌건 반가운 일입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도 있기는 하지만요.

하여튼 이 리스트에 실린 작품들은 제가 읽어본 바로는 대체로 수긍할 만한 걸작들이 대부분이라 읽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차분히 손 대 보아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너무 고전이라 지금 읽기에 낡고 지루한 작품도 있지만 다 나름의 맛이 있는 것이니까요. 국내 출간작은 볼드체, 읽은건 적색 볼드체입니다. 제 블로그에 리뷰가 있는 작품들은 링크를 걸어 두었고요. 내용이 궁금하시면 링크를 통해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원문에 가시면 일본 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처는 역시 "Mystery Best"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그나저나... 1위가 "Y의 비극" 이네요. 2위는 "환상의 여인" 이고.... 약간 의외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일 의외는 역시 5위의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제가 보기에는 "추리"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말이죠. 일본인들의 독일군 선호 취향이 반영된건가.

[해외편]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쉬
3. 기나긴 이별 - 레이몬드 챈들러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아가사 크리스티
5.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 잭 히긴스

6. 심야플러스1 - 개빈 라이얼
7. 통 - 크로프트
8.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9. 승정(비숍)살인사건 - 반 다인
10.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난 도일

11.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 알리스테어 맥클린
12. 쟈칼의 날 - 프레드릭 포사이스

13. 안녕 내사랑 - 레이몬드 챈들러
14. 화형법정 - 딕슨 카

15. 섀도우 81 - 루시안 네하임
16.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17. 죽음의 키스 - 아이라 레빈

18.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19. 흥분 - 딕 프란시스

19. 말타의 매 - 더쉴 해미트
21. 높은 바위 - 데스몬드 배글리
22.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23. 지푸라기 여자 - 카트리느 아를레
24. 소름 - 로스 맥도널드
25. 브라운신부의 동심 - 체스터튼
26. 세 개의 관 - 딕슨 카

27. X의 비극 - 엘러리 퀸
28. 첫가을 - 로버트 B 파커 ("약속의 땅"이라는 작품이 출간되어 있는데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9. 피의 수확 - 더쉴 해미트
30. 웃는 경관 - 바르 & 슈발

31.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32. 암살자 - 로버트 러들럼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인데 역시 이 작품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33.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 죤 르 카레
34.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 아가사 크리스티

35. 유다의 창 - 카터 딕슨
36. 모르그가의 살인 - 에드거 알란 포우
37. 당신을 닮은 사람 - 로얄드 달
38. はなれわざ Tour de Force - 크리스티나 브랜드
39. 사라진 소녀 - 콜린 덱스터
40. 황금벌레 - 에드거 알란 포우
41. 813 - 모리스 르블랑

41. 사라진 남자 - B.프리맨틀
43. 빅 슬립 - 레이몬드 챈들러
44. 진리는 시간의 딸 - 죠세핀 테이

45. 바스커빌가의 개 - 코난 도일
46. 독 쵸콜릿 사건 - 안토니 버클리

46. 상복의 랑데뷰 - 코넬 울리치
48. 오른손 - 딕 프란시스
49. 스위트 홈 살인사건 - 크레이그 라이스
49. 도버 4 / 절단 - 죠이스 포터
51. 월장석 - 윌키 콜린스
52. 백만달러를 돌려줘!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 제프리 아처
53.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54. 위철리 가의 여인 - 로스 맥도널드
54. 그리스 관의 비밀 - 엘러리 퀸

56.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56. 탈출항로 - 잭 히긴스 (어떤 작품인지 역시 잘 몰라서....)
58.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59. 더욱더 위험한 게임 (가장 위대한 게임) - 개빈 라이얼
60. 죽어가는 자를 위한 기도 - 잭 히긴스
61. 흑거미클럽 - 아이작 아시모프
61. 시행착오 - 안토니 버클리 콕스

63. 휴먼 파이터 - 그레이엄 그린
64. 호그 연속살인 - 윌리엄 디 안드레아
64. 경관혐오 - 에드 멕베인

64. 도둑맞은 편지 - 에드거 알란 포우
67. 신데렐라의 함정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68. 레베카 - 다프네 뒤 모리에
68.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딕슨 카
70. 악마의 선택 - 프레드릭 포사이스
71. 타이타닉호를 인양하라 - 클라이브 커슬러
71. 디미트리오스의 관 - 에릭 앰블러

73. 大穴 Odds Against  - 딕 프란시스
74. 마천루의 몸값 - 리쳐드 제섭
74. 어둠 속의 목소리 - 이든 필포츠
74. 트렌트 최후의 사건 - E.C 벤틀리
77. 복수법정 - 헨리 덴커

78. 이별을 알리러 온 남자 - 브라이언 프리맨틀
79. 보이지 않는 그린 - 죤 슬라텍
80. 나바론의 요새 - 알리스테어 맥클린
81. A-10 탈환팀 출동하라 - S.L 톰슨
82. 주정뱅이 탐정가를 가다 - 커트 캐년
83. 사나이의 목 - 죠르쥬 시므농
84. 어센덴 - 서머셋 모옴

85. 바늘구멍 - 켄 폴레트
86. 9마일은 너무 멀다 - 해리 케멜먼

86. 빨강집의 수수께끼 - A.A 밀른

88. 유리열쇠 - 더쉴 해미트
89. 리리안과 악당들 - 토니 켄릭
90.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 엘러리 퀸
90.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나 브랜드
92. 이와 손톱 - 빌 S 벨린져
93. 불타는 사나이 (크리시 1) - A.J 퀸넬
94. 피의 줄 - A.J 퀸넬 (크리시 시리즈가 아닐까요?)
94.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94. 즐거운 장례식 - 에드먼드 크리스핀
97. 크로이든발 12시 30분 - F.W 크로포츠
97. 오뎃사 파일 - 프레드릭 포사이스
99. 제 1의 대죄 - 로렌스 샌더스

99. 酔いどれの誇り - 제임스 크램리

** 2006. 11.29 추가 : 읽은 것은 볼드체
** 2008. 04.21 추가 : 한 4편 정도 더 읽었네요.
** 2011.11.20 추가 : 이제 국내에 출간된 건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 2020.02.01 추가
** 2026.04.11 추가

2009/07/20

자칼의 날 - 프레데릭 포사이드 / 석인해 : 별점 4점

자칼의 날 - 8점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알제리 용병 출신의 우익 테러단체 OAS는 드골 암살이라는 궁극의 목적이 계속 실패하고, 조직의 핵심인물이 체포되어 와해 위기에 빠졌다. 이에 OAS는 최후의 수단으로 조직 외의 인물인 프로 암살자를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선택된 영국인 암살자 "자칼"은 거금을 받고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지만, 프랑스 정부 역시 OAS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OAS의 핵심인물인 코와르스키를 납치 고문하여 그들의 계획을 알아냈다. 그리고 최고의 수사관이라 할 수 있는 르베르 총경에게 자칼 수사를 맡기는데...

프레드릭 포사이스(프레데릭 포사이드?)의 대표작이자 암살물의 최고 걸작인 고전중의 고전입니다. 드디어 읽게 되었네요. 오래전 본 영화 탓에(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가 어울리지도 않는 자칼로 나온 영화가 아닌 1973년 영화입니다)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부산으로 여행갈 일이 생겨 집어들었다가 완전 몰입해서 읽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네요.

일단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 드골 암살의 배경을 굉장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병 출신으로 이루어진 우익 무장 테러조직 OAS와 당시 프랑스 정치상황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동기가 보다 잘 드러나며, 상세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하여 설득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선악이 모호한 프랑스 경찰과 OAS의 대립 구도가 특히 신선했어요. 양쪽 모두 행하는 방식에 있어 "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집단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자의 암살 계획 및 행동 역시 완벽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칼이 계획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준비를 갖추어 나가는 묘사는 그야말로 암살이라는 장르의 바이블이라 해도 될 정도에요. 급작스럽지 않으면서도 모든 일에 대비하는 프로의 자세가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날 정도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가장 중요한 "총기"의 반입방법이라던가(지금은 전미 (응?)가 다 알 정도의 유명한 장치이지만 처음 영화로 볼때 기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은 알루미늄 원통!) 다양한 위장 신분의 확보, 기타 계획에 대한 모든 것이 정밀한 설계도처럼 그려집니다.

이러한 뛰어난 킬러에 대적하는 프랑스 경찰 르베르 총경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기에 작품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 떨어지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이죠. 얼마 안되는 단서만 가지고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자칼을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의 흡입력이 대단하거든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법한 뛰어난 경찰이자 암살범의 호적수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의 정보가 새는 루트를 밝혀내는 부분에서의 포스가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물론 지금 읽기에는 조금 아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자칼이라 불리우는 암살범의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인데, OAS의 "돈", 즉 "착수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았을까요? OAS 핵심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안에서 훤히 감시하는 프랑스 경찰조직인데 이러한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까닭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칼을 서서히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운"이 개입된다는 것도 조금은 아쉽습니다. 초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영국 경찰의 활약이 결국은 소문에 의지한 "감(感)수사" 일 정도였으니까요. 아울러 자칼의 "최종 목표"를 거의 파악한 단계에서는 아무리 자칼의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져서 공정한 승부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프로로서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칼"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그의 성공을 기원했기에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당연한 결말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허무한 최후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자칼이 성공하는 작전이 등장하는 외전이나 속편이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쩝.

그래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각 문장, 페이지마다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부산까지의 거리가 짧을 정도였어요. 이후 등장했던 "피닉스" 등과 같은 아류작, 또는 암살물의 범작에 비해 수준이 다른 내공의 깊이와 재미를 뽐내는 그야말로 고전명작이죠. 21세기인 지금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향취를 가득 내 뿜으면서 그 당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뽑아서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은 작품이기에 저의 별점따위야 중요하지도 않은 작품이긴 하죠. 5점을 줘도 충분하지만 위에 적은 몇몇 안타까운 요소들 더하기 동서출판사의 엉망인 번역으로 1점 감점합니다. 좋은 번역이었더라면 아마도 만점을 받았을지도? 동서판 번역으로 읽은게 후회가 되네요.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09/12/10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 마쓰모토 세이초 / 미야베 미유키 / 이규원 : 별점 3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엮음 / 이규원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 (이후 "여사" 생략) 가 직접 선정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의 마지막권입니다. 이번권은 전부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조영일씨의 해설이 덧붙여져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두개의 장은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제 7장 "제목 짓기의 묘"는 작품을 읽기전에 제목을 보고 여사님이 내용을 먼저 상상해 보았다는 설명부분이, 제 9장의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작가에게 자신만의 마쓰모토 세이초 베스트 단편을 묻는 기획이 좋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편들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거장의 발자취를 착실하게 뒤쫓는 기획 의도는 당연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번권은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보기에는 좀 아니다 싶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물론 작품의 수준은 높고 그 문학적 성취는 두말할 필요 없는 좋은 작품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단 제 기대하고 달랐다는 것이죠...
작품별 간략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7장 | 제목 짓기의 묘
과다 지불한 중매 사례비
시골 마을 지주의 딸 노처녀를 놓고 벌어지는 한판 사기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사님이 나름의 상상을 펼친 설명부분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제 개인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노처녀가 과연 잘생긴 부잣집 아들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지조를 지켰다면? 이라는 이야기로 끌고가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금은 유쾌한 소동극이 되겠군요^^

그리고 작품과 별개로, 당시 화폐 가치를 잘 모르겠지만 1960년 대졸 초임이 15,000엔이라고 하니 지금의 약 1/10로 치고, 요걸 기준으로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금액은 80만엔이니까 약 1억원. 큰 금액이긴 하지만 무려 4명의 사기꾼들이 장기간 공들인 작전에 비하면 좀 처지는 금액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네요.^^

살아 있는 파스칼
아내의 히스테리로 살의가 싹뜬 화가의 이야기로 도저히 "단편" 컬렉션에 들어갈 작품이 아닌 왠만한 중편 이상 길이의 기나긴 작품입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을 작품과 잘 결합시켜 전개하는 구성은 탄탄한 편이지만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왜냐면 결국은 주인공 화가의 고단한 결혼생활과 그간 있었던 여성편력이 긴 내용의 대부분이라 결국 사건 자체에 관련된 내용은 너무나 짧고, 또 추리물로 보기에는 해결 부분이 합리적이지가 않아서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증거는 정말이지 너무나 빈약한게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그림의 완성도를 놓고 따지는 심리적인 서스펜스로 결말부분을 끌어갔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뼈단지 풍경
마쓰모토 개인의 과거사를 다룬 듯한 서정적인 산문입니다. 할머니의 뼈단지를 찾기위한 고향 방문과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작품으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장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산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은 아니지만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제8장 | 권력은 적인가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일본의 검은 안개』에서
종전 직후 벌어진 데이코쿠 은행 강도사건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이 사건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해왔던 사건으로 은행 직원에게 해독제를 가장하여 독극물을 먹인 범행 방법도 놀랍지만 작가가 펼쳐놓는 배후에 731 부대가 있었다! 라는 음모이론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서술되어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나름의 근거에 기반한 추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는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요.

까마귀
별볼일없는 인간으로 강경하게 노조활동을 하다가 모든 것을 잃은 인물과 엘리트 출신의 노조 간부로 회사와 타협한 인물. 두명의 이야기입니다. 격한 묘사를 걸쳐 의외의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으로 프레드릭 포사이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의 첫 단편을 연상케하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생뚱맞고 동기가 불투명하며 사건 자체의 설명이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등의 약점도 많기에 범작으로 보입니다. 아마 작가 스스로도 "노동운동"의 양면성에 대한 고발 측면이 강한 글을 쓰고 싶었던 탓이 너무 컸던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제9장 |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사이고사쓰
사이고사쓰, 즉 사이고 다카모리가 만든 휴지조각과도 같은 지폐에 얽힌 사연을 그려낸 일종의 역사물로 시대의 혼란과 그 와중에 한몫을 챙기려는 암투,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작가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보통 이상의 흡입력을 가지는 좋은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은 이렇게 써라! 라는 교과서적인 텍스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국화 베개─누이조 약력
한 하이쿠 여성 작가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인데 누이라는 작가가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썩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 작품을 선정한 작가의 소갯글 처럼 "연극" (그것도 1인극 형식) 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불의 기억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남자가 언뜻 떠올린 기억만으로 과거를 추리해내는 일상계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품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높고 모든 과정이 합리적이라 이 단편집에 속한 추리물중에서는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아주아주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정말이지 원숙한 맛이 물씬 풍깁니다.

2016/01/21

뱀이 깨어나는 마을 - 샤롤 볼턴 / 김진석 : 별점 2.5점

뱀이 깨어나는 마을 - 6점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 시골 마을에 사는 수의사 클래라 앞에 무서운 독사를 비롯한 뱀 떼가 나타났다. 그녀는 전문가적 지식을 발휘해 뱀을 처리하면서, 뱀에 물려 죽었다는 마을 노인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돌보던 노부인 바이얼럿이 역시나 뱀에 물려 죽고, 그녀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배후에 50여 년 전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퇴마 의식과 마을 거주민들, 그중에서 위처 형제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귀여워 보이는 책 표지에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내용은 아주 진지한 범죄 스릴러물이라 의외였습니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흡입력도 상당한 편이고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무시무시한 독사(살무사와 타이판)가 나타난다는 상황부터가 아주 흥미로왔기 때문입니다. 뱀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마을 유일의 뱀 전문가로 모종의 책임감을 느낀 클래라가 사건에 뛰어든 뒤 위처 형제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며 서서히 위기에 빠져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박진감 넘칩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손에서 떼기 힘든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영국 시골 마을을 무대로 공포스러운 괴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이 모든건 오래전에 있었던 끔찍한 사고와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과 설정은 정통파 영국 고전물을 떠오르게도 만듭니다. 시골 마을에 갑자기 무시무시한 독사가 포함된 뱀 떼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설정은 일종의 크리처 공포물 같기도 했고요.

또 주인공인 수의사 클래라가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여태 읽었던 수많은 추리 소설에 등장했던 까칠한 여주인공들과 비슷하지만 어린 시절 입은 얼굴의 상처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거든요. 누구나 얼굴을 돌릴 법한 끔찍한 흉터라는 설정인데, 덕분에 그녀가 까칠하게 자기를 방어하며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칩거한다는 묘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흉터를 극복하는 성장기스러운 묘사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추리적으로 돋보이는 점은 없지만 우연히 어울리게 된 노인들의 죽음에 대해 경찰이 그녀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만큼은 좋았습니다. 그녀가 마을 노인들과 친해져 유언장을 조작한 뒤 살해했다고 의심 받는다는건데, 노인들 죽음에 독사가 관련되어 있고 그녀가 수의사로 뱀 전문가라는 설정까지 겹쳐져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클라이브의 정체가 솔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부분, 그리고 얼프레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는 과정도 그럴듯했고요.

하지만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오순절 운동'에서 비롯된 뱀을 다루는 사이비 목사를 등장시켜 마을 사람 반수가 관계된 대소동에서 비극이 촉발되었다는 등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영국 시골 마을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했을까요? 작중에서도 '전쟁 직후였다'라는 말로 어떻게든 설득력을 갖추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안쓰러울 따름이입니다. 문란한 에덜린과 위처 형제들 간의 관계, 그리고 범죄자 성향이 짙어 마을에서 추방당한 솔 위처 이야기 정도로 풀어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니면 앞서 말한 클래라가 범인일 것이라는 가설이 훨씬 현실적이었던 만큼 그렇게 밀고 나가던가요.

억지스럽게 용의자를 등장시키는 전개도 별로입니다. 뱀 전문가 숀 노스가 타이판의 본고장 파푸아뉴기니를 갔다 온 것을 숨겼다, 정신병자 얼프레드는 성도착자에 화가 나면 폭주하여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등의 묘사들이 그러합니다.

설명되지 않는 것도 너무나 많습니다. 아치로 위장한 조앨 패인 목사가 도싯으로 돌아온 이유는? 클라이브에게 얹혀 살기 위해서라면, 그는 클라이브가 솔 위처의 아들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어떻게든 알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마을에 뱀을 푼 이유는? 조앨 패인이 클라이브 회사의 계획인 마을에서의 원유 탐사를 위해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협력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얼프레드는 왜 병원에서 탈출시켰을까요? 조앨 패인 스스로도 뱀을 다룰 수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이유라면 뱀 떼면 충분했습니다. 독사를 푼 이유는 설명할 수 없어요. 독사가 등장하고 사람이 죽은 이상, 경찰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그래서 무슨 이득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많은 뱀은 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요?
물론 독사의 등장과 뒤이은 살인은 클라이브의 지시와는 별개로 패인이 유산을 노리고 폭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 맷을 공격하고 클래라마저 죽이려 한 시점에서, 패인이 아치 흉내를 내면서 클라이브의 유산을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해져 버렸으니 계획은 실패입니다. 클라이브 살해를 클래라에게 뒤집어씌운다 해도 맷의 말에 따르면 바이얼릿의 죽음에 대해 클래라는 혐의를 거의 벗었고, 혹시나 패인의 지문이 채취된다면 진범이 누구인지 결국 밝혀졌을 테니까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클래라가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과정의 개연성도 낮고 패인이 불탄 교회에서 얼프레드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자포자기였을까요?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 중 클래라를 제외하고는 전부 평면적이고 진부하며 존재감이 낮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남자 주인공들부터가 그러합니다. 숀 노스와 맷의 2인 체제인데 어디서 봤던 느낌의 캐릭터들일 뿐더러 숀은 하는 게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나마 활약을 보이는 맷은 다른 여자친구가 있을 뿐더러 막판에는 짐짝이 되어버리니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노인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영 보기 불편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지나치게 나간 부분 때문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고 전통을 계승한 부분도 있는 만큼 추리 애호가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덧 1 : 작가 서문과 후기, 역자 후기나 기타 자료가 전무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최근 이런 책을 본 적이 없는데 신기했습니다.

덧 2 : 프레드릭 포사이스"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와 비교해 읽어도 재미있을 듯합니다.